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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및 잡동산이/울타리 이야기

고향집에서 보이지 않는 부모님 손길을 찾아 헤맸던 시간들

by 칠갑산 사랑 2014.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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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손길을 더듬으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던 시간들

 

5월 1일 근로자 휴일을 맞아 새벽 일찍 옆지기와 함께 고향으로 내려가 잠시 성주지맥 첫구간을 오른 뒤 비어있는 고향집에 들려 부모님 산소와 집을 둘러 볼 계획이였지만 부모님의 계시가 있었는지 성주지맥 들머리에서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해 산행을 접고 고향집으로 가 하루 종일 부모님의 손길을 더듬으며 집 정리를 해 본다.

 

 

 

고향으로 내려가기 전날 저녁에 필요한 산행 준비를 하고 카메라까지 확인을 한 후 잠이 들었다 새벽 3시에 일어 나 시골에 내려 갈 준비를 하였는데 카메라는 어제 저녁 확인하고 다시 배터리를 충전기에 넣어 마지막 충전하고 있었음을 잃어 버리고 배터리 없이 카메라만 들고 그대로 출발을 하였다.

청양의 남양면 백금리에 도착해 여명이 밝아 오는 시간에 산행 준비하며 카메라를 꺼나 주위 풍경을 담으려 하니 작동이 되지 않아 배터리를 확인하니 집에 두고 그냥 내려왔음을 이제서야 확인한다.

 

예비 배터리를 찾아 끼워 보지만 그것 역시 지난 산행 때 사용 후 재충전이 되어 있지 않았는지 카메라가 전혀 작동이 되지 않아 작은 똑딱이 카메라로 몇장 담아 보지만 산행 내내 사용하기엔 배터리에 문제가 있어 아쉽지만 산행을 포기하고 옆지기와 함께 고향집으로 가 부모님 산소를 먼저 둘러 본다.

지난 한식 때 잠시 들려 잔디도 새로 입히고 주위에 나무도 심었기에 잘 자라고 있는지 궁금해 제일 먼저 올랐다 필요하면 오늘 새로운 진디를 준비해 띠를 입힐 생각이기 때문이다.

마침 지난 한식 때 심었던 잔디들은 잘 자라고 있고 산소 주위에 심었던 측백나무와 철쭉나무도 잘 자라 이제 키 작은 철쭉나무에선 벌써 몇송이의 철쭉꽃이 피었다 시들고 있는 중이였다.

 

 

 

 

 

잠깐 인사 드리고 주위 청소를 한 후 곧바로 고향집으로 내려가니 어머님이 그토록 정성드려 잘 가꿔 놔 늦은 봄부터 늦가을까지 온갖 꽃들로 가득찼던 마당 앞 정원은 가꾸지 못한 지난 2년 사이에 완전히 잡초 밭으로 변해 알록달록한 철쭉과 연산홍 꽃만 없었다면 이곳이 정원이였는지 아니면 그냥 볼품없는 잡초 밭이였는지 분간조차 하기 힘든 곳으로 변해 버렸다.

그 광경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솟아지며 살아 생전 그토록 정성을 드려 가꿨던 어머님 손길을 찾아 헤매 보지만 그 따스했던 손길은 이제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이 허공에서 이 애비를 부르는 애타는 어머님의 목소리만 공허하게 들리는듯 하다.

 

새벽 6시부터 안개가 자욱한 시간에 두팔 걷어 붙히고 정원의 잡풀들을 제거하다 보니 벌써 점심 때를 지나고 나서야 어느정도 정원의 잡초를 제거하고 마당을 정리한 후 늦은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정원과 마당을 정리하는 사이 옆지기는 텃밭 주위의 청정한 쑥을 채취해 쑥개떡 준비를 해 보지만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가스통에 문제가 생겨 업체에 의뢰해 정리하다 보니 또 다시 한시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어렵게 쑥을 데쳐 쑥개떡 준비를 해 본다.

지난 겨울 담꿔 시골 냉장고에 저장했던 김치는 냉장고문의 개폐를 하지 않아서인지 참으로 맛있게 익어가고 있기에 처음에는 청양이나 보령으로 나가 맛난 음식을 사먹기로 했다가 옆지기와 둘이 간단히 라면 두개에 김치만으로 점심을 해결하는데 당장이라도 부모님이 들어 와 이 애비를 부르며 김치가 그리 맛있느냐며 부를 것 같아 다시 눈시울이 붉어진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며 애타게 부모님을 찾아 보지만 거실 한쪽에 걸려있는 사진 몇장을 제외하면 그 어디에서도 부모님을 찾을 수 없고 그제서야 다시 현실로 돌아 와 찾을 수 없는 부모님의 따스한 손길에 안타까운 투정만 해 보는 시간이다.

 

 

 

 

 

 

 

옆지기가 시골 장터로 가 떡 방앗간에서 쑥개떡을 완성하는 동안 남아있던 잡초와 쓰지 않는 물건들을 깨끗하게 정리한 후 앞 마당까지 빗자루로 청소를 하니 산에 들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오랫만에 시골 고향집에 들려 부모님께 효도하는 마음으로 보람있게 보낸 시간이 되였다.

 

늘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조용히 찾아가 쉬면서 재충전도 하고 부모님의 따뜻한 손길에 위안을 받으며 그 힘든 상황을 이겨내곤 하였던 시골의 고향집과 부모님의 안식처였기에 비어있는 지금도 가끔 들려 인생의 작은 부분이라도 부모님과의 추억을 만드는 소중한 장소로 남아 있는 곳이다.

이제 아이들이 장성하고 옆지기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가끔씩이라도 고향집에 들려 별장은 아니더라도 도심에서의 각박한 시간을 털어 버리고 자연속에 동화되어 힐링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오늘도 막히는 도로를 타고 서울집으로 복귀한다.

 

 

 

 

 

이제 산소에 들려 절 한번 하고 그동안 있었던 짧은 이야기 보따리를 꺼내는 것이 전부이고 가끔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도 보이는 고향이지만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는 살아 생전 부모님의 따스한 체온을 느끼며 커 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또 다른 부모의 고향으로 이곳을 알려주는 시간은 참으로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은 아닐까 생각해 보는 순간이다.

이제 남아 있는 연휴는 열심히 산에 들고 옆지기와 즐거운 짧은 여행이라도 다녀오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래 본다.

 

 

살아계신 모습은 이렇게 사진에서나 뵐 수 있겠지만 마음속에는 영원한 등불로 존재할 부모님이시기에 오늘도 인사 건네며 오랫동안 건강하시라고 말씀 전해 드린다.

같은 장소에 함께 누워 계시니 영원토록 헤어지지 않고 아프지 않게 영면하시길 오늘도 눈물속에 빌어 본다.

 

고향집을 다녀 와 눈물속에 하루의 아픈 마음을 옮겨보며...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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