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제 진정 고아가 된 것일까
하늘에선 온 세상에 끝임없이 하얀 눈이 내리며 행복한 사람들과 불행한 사람들 모두의 불평등을 감추고 불효자식의 두 빰에 흐르는 눈물마저 얼리고 있다.
연말연시가 다가오지만 병원에만 매달려 있다가 수요일 종무식을 마치고 다음날 새벽 버스를 이용해 오랫만에 장거리 산행으로 무등산을 다녀온 후 오늘 저녁은 처갓집 식구들과 이 산객의 생일을 맞아 아버님 병문안을 다녀온 후 조촐한 저녁식사라도 하기로 약속이 잡혀 있었기에 낮동안 가까운 관악산이라도 다녀올까 부산을 떨어보지만 왠일인지 곧 닥쳐올 불길한 예감을 직감이라도 했는지 집을 나서지 못하고 따뜻한 집안에서 머물기로 하고 TV를 시청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버님이 머물고 있는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여보세요 여기 000 병원인데요 혹시 xxx님 보호자 되십니까 ???
예 하고 답하니 xxx님이 위독하니 보호자와 가족들은 병원으로 와 대기하시는 것이 좋을듯 합니다.
그리곤 전화기가 툭 끊겨 버린다.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고 준비한 후 옆지기와 둘이 급히게 병원으로 내려가니 담당의사가 인공호흡을 시키고 있고 잠시 상황 설명을 하는데 그동안 질 이어오던 자가호흡이 멈추고 이제는 인공호흡을 하지 않으면 삶을 이어가기 힘들게 된 상황임을 알려준다.
임종을 지킬 가족이 있으면 짧은 시간동안 인공호흡으로 삶을 이어질 수 있게 도와 줄 수 있다는 소식에 그냥 편안하게 보내드렸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하니 마지막 임종 모습을 지켜보게 한 후 온 몸에 달고 있던 모든 인공구조물들을 하나 둘 제거한다.
금새 호흡이 멈추고 온 몸이 빠르게 차가워지며 89년간 살아왔던 이 세상을 떠나 고통없는 저 멀리 하늘나라로 가시는 순간이다.
봄에 생애처음으로 가장 사랑하는 어머님을 보내드린 경험이 있어 조금은 침착하게 대처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 슬품이 너무나 컸는지 울음과 눈물조차 흐르지 않는 시간이 잠시 지난 후 정신을 차려 장례식장을 알아보고 병원비를 정산한 후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 오니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이 소리없이 두빰을 타고 온 세상을 잿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이제 홀로 남겨진 완전한 고아가 되어 버리는 순간이지만 그동안 낳아주시고 키워주시며 새로운 가족들도 만들어 주셨기에 외롭지 않은 고아가 되어 이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셨다는 생각에 더욱 안타깝고 고통스런 순간으로 다가오는 현실세계가 되어 버린다.
2012년 마지막 휴일인 12월 30일, 다시 눈이 내리는 세상을 뚫고 차가운 시신으로 변해 버린 아버님을 모시고 그토록 그곳을 떠나기 싫어 하셨던 고향 선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고 그곳에서 만나 뵙게 된 동네 어르신들의 뜨거운 눈물에 다시 불효자식이 된 몸을 크게 자책하는 시간이 되였다
다행히 아버님을 보내드리는 마지막 중요한 의식순간에는 하늘이 맑게 열리고 내리던 눈마저 멈춰 이 불효자식의 마지막 효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듯 해 다행이였던 시간이였다.
어머님 옆에 아버님을 모시고 다시 그곳을 떠나 서울로 복귀하는 시간은 반평생 이상 살아 온 이 산객이 살아 생전 처음 느껴보는 외로움과 고통에 몸서리를 처 보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것이 자연의 순리임을 알고 또 남겨진 가족들이 있기에 길지 않은 시간에 현실로 돌아 오길 간절히 바랬던 시간들이였다.
이제 또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눈을 뜨니 인식하기 싫은 현실이 다시 가슴을 억누르지만 그것도 시간의 문제 일 듯 하다는 생각으로 견딜만한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고마운 분들에게 안부와 인사 문자를 보내 드리고 잠시 찬바람이 불어 오는 바깥 바람을 맞으니 흐릿한 정신이 맑아지며 몇일간 일어 났던 생각하기 싫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이 산객이 살아 온 추억으로 남겨진다.
살아 계실 때 찾았던 고향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간되면 자주 찾아 뵙고 지나간 추억으로라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생각하는 아침이다.
근심과 고통없는 하늘나라에서 영면하시는 부모님이 되시길 두손 모아 간절히 소망하는 시간이다.
새벽 찬바람을 맞으며 불효자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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