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울타리 및 잡동산이/울타리 이야기

마르지 않을 눈물을 닦으며

by 칠갑산 사랑 2012. 10. 4.
728x90

왜 이토록 가혹한 시간을 주시는지 ???

 

서산으로 기울어 가는 아름다운 석양이 이제 영원한 이별을 알려주듯 그렇게 무심하게도 이 산객의 가슴에 비수를 꼿고 있다.

잠시 눈을 감아도 또 눈을 뜨고 있어도 자꾸만 흐르는 눈물이 앞을 가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시간만 만들어 준다.

무엇이 어디에서 어떻게 잘못되였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자책감만 밀려오고 그 괴로움에 몸부림 치다 이렇게 다시 자판을 두드리며 마음을 다스려 보지만 쉽게 물러가지 않을 고통의 시간만 반복되고 있다.

 

어머님을 하늘 나라로 보내 드린지 정확히 5개월이 지나 연로하신 아버님을 모시고 비어있는 시골집으로 내려가 한가위 명절을 보내고 어머님 산소에 인사를 드린 후 올라오기로 하고 금요일 오전에 하루 일찍 시골로 향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도착한 시골집에서 청소를 하며 집 주위에 널려 있는 밤을 줍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아버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차례와 제를 지내지 않기로 하니 할일이 없어 이 산객은 토요일 새벽 일찍 집을 나서 남아 있는 금북기맥 제4구간을 마치고 귀가하기로 하고 산행지로 가 저녁에 무탈하게 마무리한 후 대천에서 씽씽한 회를 준비한 후 가족 모두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한가위 명절 아침, 느즈막하게 일어 나 집안 정리하고 아버님 모시고 뒷산에 있는 어머님 산소로 올라 인사 드린 후 내려 와 집안 정리하고 아버님은 다음주 토요일 오전 이 산객이 모시러 가기로 하고 충북에서 살고 있는 막내 동생과 함께 먼저 떠나고 이 산객은 오랫만에 가족과 함께 천장호에 들렸다 대전 처갓집으로 향한다.

 

 

처갓집에서 하룻밤 묵은 후 추석 다음날 서울로 복귀해 아버님과 전화 통화를 하니 아직도 건강하신 목소리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 하신다.

잠시 피곤한 몸을 눕히고 2일과 3일 진행 할 산행 자료를 정리하며 저녁 식사를 마치고 TV를 보고 있는 순간 막내 동생에게서 다급한 전화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고 아버님이 이상해 병원으로 후송했다며 이 산객만 찾고 계신다는 떨리는 목소리가 긴장시킨다.

다급하게 옷가지를 챙겨 집을 나서 빠르게 애마를 몰아 충북으로 내려가니 밤 12시가 다 되어 가고 병원에 도착해 주사를 맞으며 잠들어 있는 아버님 얼굴을 보니 느낌이 영 좋지 못하다.

잠시 뒤 담당 의사와 면담을 하니 CT 촬영과 혈액 검사에서 특별한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약간의 탈수 현상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이야기와 함께 퇴원해도 좋다는 소식에 어렵게 모시고 막내 집으로 돌아 오니 새벽 2시를 넘기고 있다.

 

하지만 그때부터 아버님의 몸에서 이상이 감지되기 시작하고 결국 온몸의 반쪽인 즉 오른쪽이 이상함을 느꼈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하룻밤 그곳에서 머물고 아침 일찍 구급차를 불러 서울 보라매 서울대학교 병원으로 후송해 본격적인 검사와 치료를 병행하기 시작하였다.

검사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다.

뇌 경색이 많이 진행되어 마비 현상이 일어 났으며 특히 언어와 의식과 관련있는 부분의 손상이 심해 장담하기 어렵다는 소견이다.

그래도 그날은 아들과 딸들을 알아보고 손자 손녀까지 알아 봤지만 하루 이틀이 지난 오늘은 완전히 신경마비와 뇌손상이 더욱 진행되어 의식조차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 되였다.

 

의사와 최종 면담 후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아버님을 보고 나오는 눈가엔 마르지 않는 눈물만 흐르고 온 세상이 노랗게 변해 버린듯 책색된 빛만 들어 오고 있다.

어머님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리고 얼마나 되였다고 건강하시던 아버님마저 이렇게 보내 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는 아품과 고통이 밀려 온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수습하고 또 어떻게 보내드려야 할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시간이 흐르고 있지만 이 산객의 머릿속은 한가위 명절 다음날 아버님이 쓰러지셨다는 전화를 받았던 그날 그 시간에 멈춰서 버렸다.

아 왜 이런 고통과 어려움을 주고 있는지...

그저 하늘만 원망하는 시간이다.

 

삶은 무엇이고 죽음이란 또 무엇인지...

의식도 없는 아버님을 보며 또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보내 드려야 하는 것인지...

마르지 않는 눈물만이 옷깃을 적시는 오후 시간이다.

 

내일은 새벽같이 시골집으로 내려가 어머님 아버님이 손수 준비하신 수의와 영정 사진을 들고 올라 와야 하는데 부모님이 함께 68년을 살았던 그 시골집에서 무탈하게 잘 올라 올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왜 이리 큰 고통을 주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