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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및 잡동산이/울타리 이야기

어머님을 고통없는 하늘나라에 보내드리고

by 칠갑산 사랑 2012.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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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슬프고 어려운 시간은 또 이렇게 무심한 듯 흘러가고 있다.

 

잠은 자고 있지만 3일 새벽 6시에 외국에서 온 손님과 함께 멀리 지방으로 내려가 거래처와 장시간 미팅이 잡혀 있기에 이번주 월요일날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긴 어머님과 오랜시간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고 서운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 와 평소보다 조금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반수면 상태로 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방안에 불빛이 켜지고 전화벨 소리가 들리더니 옆지기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리고 혹시나 꿈인가 하고 생각할쯤 몸을 흔드는 느낌으로 벌떡 일어 난다.

어머님이 묵고 있는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로 어머님 상태가 좋지 않아 보호자는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뚝 끊겨 버린다.

 

아프지 않은 평소의 마지막 사진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하고 지난 구정 때 내려간 시골에서 잠시 의자에 앉아 계신 부모님께 부탁해 모바일 카메라로 담은 사진이 이렇게 다시 이 불효자식의 가슴을 갈갈이 찧어 놓고 있다.

 

잠시 정신을 차지리 못하고 있다 용수철처럼 튀어 일어나 시간을 보니 새벽 3시 10여분, 옆지기와 둘이 애마에 시동을 걸고 병원으로 출발하려는데 어딘지 모르게 예감이 좋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 와 9순이 다 되신 아버님을 조심스레 깨워 함께 병원으로 들어간다.

어머님은 병실에서 나와 처치실에서 흉부압박을 받고 계시고 그 모습이 너무가 가련하고 슬퍼 그 어떠한 느낌도 없이 눈물조차 흐르지 않는 시간이 짧게 지난다.

 

어렵게 아버님께 설명 드리고 처치실로 모시고 들어 가 의식없이 따뜻하게 누워 계신 어머님 얼굴을 보여 드리니 생각보다 아주 편안하게 눈을 감은채 잠을 자고 계신듯 편안하다.

다시 처치실에서 나와 의사와 상담을 나누니 이제 편안하게 하늘 나라로 보내 드려야 할 시간이라고 말한다.

다시 아버님께 설명 드리고 흉부 압박을 멈춘 후 꼽혀 있던 수많은 주사바늘을 제거하니 채 10여분도 지나지 않아 싸늘한 육신으로 변하면서 이 세상을 떠나 영원히 돌아 올 수 없는 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나 버리셨다.

 

옆지기는 이미 기절을 하고 잠시 후 도착한 여동생과 누님 역시 기절을 할 정도로 큰 슬품에 빠지고 하나 둘 가족이 도착 할수록 그 슬품은 배가되어 이 세상이 모두 암흑의 어둠속으로 빠져 드는 시간이다.

이 상황을 어디에서 부터 어떻게 이해하고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 어떤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시간이 짧게 흐른 후 옆을 보니 주름진 얼굴 한복판으로 큰 눈물을 흘리며 짧고 굵은 목소리로 슬품을 느끼고 계신 아버님을 보는 순간 억장이 무너지는 아품이 밀려오며 굵은 눈물이 앞을 가리기 시작한다.

 

병원 옆 장례식장으로 자리를 옮기지만 돌아가셔서도 자리가 없어 다시 여러기의 영안실이 있는 다른 병원 장례식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절차가 진행되는 시간, 잠시 병원 앞 도로변에 앉아 찬바람을 가슴속으로 깊이 들이 마시니 조금은 생각이 정리되면서 급하게 연락 할 곳에 상황을 연락하고 마지막 잠들어 계실 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 모시며 영안실에 안치하는 시간은 정말 가슴이 찧어지는 아품이 밀려 온다.

그래도 넋놓고 있을 수가 없어 장례 절차를 진행하고 장례식장과 일정을 협의하다 보니 그 슬품이 조금은 완화되며 제대로 된 일처리가 시작되어 간다.

 

이제사 뒤돌아 보니 다시 평상으로 뒤돌아 온 느낌이지만 가슴 한쪽에 남아 있는 입관시의 마지막 모습과 하관시의 영원한 이별의 순간은 평생의 모습으로 가슴에 남아 있을 듯 하다.

이제 고통과 근심 없이 편안한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님, 가장 많은 시간 수많은 기쁨과 슬품을 함께했던 어머님이시기에 비록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는 나눌 수 없지만 모신 묘지에는 아버님 모시고 자주 찾아 뵙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 현실같지 않은 현실에서 평상심을 갖고 일상으로 뒤돌아 오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좋아하는 산에 들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조금은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보는 시간이다.

 

이렇게 보내 드리고 나니 잘해 드린것은 하나도 없이 늘 말썽만 부리고 잘못해 드린 것만 생각나는 막심한 이 불효자식은 잊으시고 그곳 하늘 나라에서 늘 환한 웃음으로 좋아하시던 꽃들과 함께 영면 하시길 바람니다.

 

어머님,

불효자식이지만 영원히 이 자식의 가슴에 살아 계신 평소의 온화한 모습으로 남아 계시길 바라며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불효자식 김영돈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