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소천하신 후 벌써 한달이 흐르지만
아직도 마음 속에 남아 있는 따뜻한 어머님의 목소리가 귓전을 떠나지 않고 있다.
연세를 드신 후 기독교에 귀화해 교회를 자주 나가셨기에 집사란 타이틀까지 얻으셨던 어머님과는 달리 자식들의 종교는 참으로 다양하다.
그 중 불교를 믿고 있는 큰 딸은 절에 어머님의 위패를 모시고 49제를 지낼 때까지 매주 수요일 고향의 절로 내려가 자식으로서의 정성을 다하고 있다.
마침 오늘이 현충일이고 하루쯤 조국을 위해 산화한 영령들을 생각하며 조국에 대한 소중함을 생각하는 날이지만 모처럼 쉬는 시간을 이용해 옆지기와 아버님그리고 누님과 여동생이 모여 어머님 위패가 모셔진 절에 들려 어머님 영정에 인사도 드리고 비어있는 시골집에도 들려 어머님이 그렇게도 좋아하며 가꾸시던 정원에 곱게 피어난 꽃들을 만나 본다.
부모님이 결혼 후 68년간 함께 살아오시면서 많은 자식들을 손수 키웠던 집인데 한달 이상 비워 두니 벌써 조금씩 곰팡이 냄새가 나지만 아직은 사람들이 머물기 좋은 상태로 남아 있는 시골집에 도착을 하니 4개월전 서울 자식집에 머물며 말 없이 지내시던 아버님의 목소리가 커지시며 활기에 생기가 돌아 온 느낌이다.
그동안 당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못하고 어머니를 잃은 슬품을 참으며 살아 왔을 아버님을 뵈는 순간 다시 왈칵 눈물부터 흐르려 한다.
정원 옆 보리수 나무에 빨갛게 익어 가는 보리수를 따 먹고 과일과 약주 하나 손에 들고 어머님이 외롭게 누워 잠들어 있는 뒷산 산소에 오르니 생각보다 봉분에 심어 놓은 잔디가 잘 자라지만 아직도 자주 내려 와 손 봐야 할 곳이 많은 듯 하다.
어머님께 인사 드리고 산소 주위를 둘러 본 후 조금 내려 와 쉴 수 있는 공터에서 준비한 과일과 음료수를 마시며 큰 슬품을 잊어 보려 노력해 보지만 그럴수록 그리움과 슬품은 더욱 커지기만 하다.
다시 시골집으로 돌아 와 잘 가꾸지 않아 잡초가 무성한 양파밭에서 씨알이 작은 양파를 수확해 각자 집으로 나눠갖고 집을 정리한 후 나오는 시간은 왠지 모를 쓸쓸함이 가슴을 때린다.
그래도 조금씩 그 슬품이 잦아들며 자주 내려오지는 못하더러도 가끔 내려 와 외롭게 잠들어 있는 어머님 산소에서 어머님과 못다한 이야기라도 나눴으면 하는 바램으로 서울집에 복귀한다.
서울집으로 복귀한 후 아버님은 어린아이가 소풍을 다녀와 즐거운 것처럼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오랫만에 편안하게 자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평소보다 조금 더 늦게 잠자리에 들어가시는 뒷모습이 이제는 쓸쓸함보다는 새로운 콘크리트 세상에 적응해 가시는 듯한 모습이였기에 그것만으로도 오늘 하루의 일과가 뜻깊은 시간으로 남겨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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