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루가 지났는지 생각조차 잘 나지 않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갑작스럽게 쓰러지신 후 중환자실에 누워 아무 의식도 없이 지내길 벌써 2주가 지나고 있다.
어머님이 쓰러져 힘들어 하실 때 피었던 도로 옆 가로수의 파란 잎새들은 이제 가을의 예쁜 단풍이 되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눈길과 마음속엔 더욱 공허함만이 크게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아름다움을 보고도 느끼지 못하고 변해가는 계절에도 무감각해지는 자신을 원망하며 아침 저녁으로 병원에 들리지만 그저 바라만 보고 안타까운 마음만 내려 놓은 후 말한마디 나누지 못하면서 뒤돌아 나오는 가슴엔 시꺼먼 고통의 멍울만 남아 버린다.
그렇게 누워 계신 아버님을 두고 어쩔 수 없이 중국으로 출장을 떠나는 마음은 갈갈이 찟겨지고 부디 다시 한국으로 돌아 올 때 까지만이라도 누워 계시길 간절히 바라고 떠났건만 귀국하기 하루 전날 오후에에 갑자기 걸려온 옆지기의 전화벨 소리에 일을 하다 말고 소스라치고 놀라 불길한 예감으로 전화를 받으니 역시나 예감했던 그대로이다.
다만 상황이 아주 좋지는 못하지만 하룻밤 정도는 견디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에 남아 있는 일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 온 이후로 잠 한숨 못자고 뒤척이다 보니 또 하루가 지나고 새로운 하루가 열리고 있다.
잠시 눈을 감고 선잠을 자다시피 하룻밤을 보내고 새벽같이 눈을 뜨고 일어나자 마자 다시 전화를 하니 아직까지는 병원에서 별다른 연락을 받지 않았다는 소식에 짐 챙겨 공항으로 나오는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다.
그래도 다시 무사히 귀국해 옆지기를 만나 몇일 동안의 이야기를 듣고 아직도 뵙지 못하고 오늘 저녁 면회 시간을 기다리는 이 시간은 1분이 1분이 아닌 몇년이 걸리는듯 그렇게 시간이 더디게만 흐르고 있다.
살아있다는 것과 죽는 다는 것이 그리 멀지 않음을 경험했기에 조금은 그런 삶과 죽음에 초연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것도 잠시 역시나 밀려오는 큰 슬품에 자신을 감당하지 못하는 시간의 연속이다.
살아 생전 이 자식이 외국으로 출장을 떠날 때와 귀국 할 때마다 옆지기와 함께 공항까지 나오셔서 반갑게 맞이해 주시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어딘지 모르게 비어있는 그 큰 자리를 가슴으로 느껴보는 하루였다.
집 떠났다 돌아오면 늘 걱정하시며 고생했다고 말 한마디 건네주시던 모습이 그리워 오늘도 피곤함을 잊은채 아버님과 좋은 추억을 떠 올리며 눈시울을 붉혀보는 시간이다.
고통 없이 떠나 보내드려야 한다는 현실적인 생각과 그래도 살아계신 아버님의 모습을 단 1초라도 더 보고 싶다는 자식된 도리로서의 갈등이 이어지며 어느쪽이 아버님과 남아 있는 가족을 위해 최선인가를 두고 깊은 고민만 더해 가는 추운 가을 밤이 시작되고 있다.
잠시 후 몇일 동안 뵙지 못한 모습을 뵙고 마음 놓고 울어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면회 시간만 기다려 본다.
언제나 이런 고통과 걱정으로 부터 해방될 수 있을련지...
아픈 시간속에 슬품만 깊은 가슴속에 쌓여가는 시간이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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