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울타리 및 잡동산이/울타리 이야기

영원한 이별을 준비하는 안타까움

by 칠갑산 사랑 2012. 4. 1.
728x90

아버님의 요청으로 산에 들지도 못하고 시골집을 다녀오며

 

많이 안타깝고 아쉬우며 또한 가슴이 막막했던 시간을 떠 올리는 이 순간에도 가슴이 막혀 숨조차 쉴 수가 없을 지경이다.

 

일어나실듯 하면서도 일어나지 못하고 몇번의 큰 고비를 넘기며 병원 중환자실에 2개월이 다되도록 누워계신 어머님을 바라보며 아버님에게 영원한 이별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니 처음에는 믿기지 않는 듯 현실을 받아 들이지 못하고 많이 울적해 하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현실을 인식하시고 또한 면회를 다녀와 좋지 못한 상황을 보면 이제 영원한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것을 받아 들이는 눈치이시다.

 

2006년 여름 아이들 손잡고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 뵈였을 때 잘 가꿔진 정원 위 바위에 걸터 앉아 망중한을 즐기시는 부모님을 담아 봤던 사진이다.

 

엊그제 갑자기 시골집에 내려가 부모님들이 손수 마련해 놓은 수의와 어머님 영정 사진을 들고 오고 싶다는 아버님의 바램에 토요일 아침 일찍 시골로 내려가 시골집에 들어 가는 순간 울컥 울음이 솟아지며 어지럽혀진 집을 바라보니 억장이 무너지는 아품을 느낀다.

찬바람이 불고 가는 눈발이 흩날리던 날, 드시다 만 밥과 국이 말라 비틀어진 채 밥상 위에서 뒹굴고 냉장고에 넣지 못한 반찬들이 곰팡이를 피운채 부모님들이 그날 밤 얼마나 긴박하게 이 시골집을 나놔 그 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시고 계시는지 고스란히 그 흔적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집 안을 둘러보다 10여년 전 이 집을 처음 지어 드렸을 때 이 세상 모두를 가지신듯 기뻐하시던 모습부터 일이 잘못되어 집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지도 모를 상황에 당신의 집을 바라보며 그 방바닥에 뒹굴며 한나절을 울고 계시던 모습과 일이 잘 해결되어 다시 눈물로 기뻐하시던 모습과 연세가 드시면서 집안에 만들어 놓은 정원조차 가꾸기 힘들어 하시던 최근의 모습까지 모두가 오버랩되면서 얼굴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린다.

 

애써 눈물을 숨기고 이것 저것 정리하고 청소한 후 말라가는 방안의 화분에 물을 준 후 어머님 수의와 영정 사진을 들고 나오는 마음엔 다시 평온을 찾지 못하고 아버님이 보지 못하는 집 뒤로 돌아 가 격정적인 눈물을 흘려 본다.

조금은 체념한 듯 그리고 보내 드려야 한다는 현실과 그렇게는 못한다는 마음속 갈등 사이에서 한동안 방황한 후 서울 집으로 복귀해 오늘 아침 다시 면회에서 만난 어머님의 모습에서 절망이 아닌 희망을 봤기에 영정 사진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해 보는 시간이다.

 

누워계신 어머님과 가족 모두가 어렵고 큰 고통속에 지내는 시간이지만 가족들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어머님이 하루라도 빨리 쾌차하셔서 남아 있는 삶은 가족들과 함께 조금이나마 평온하고 삶다운 삶을 살아가실 수 있기를 다시 한번 간절히 기도해 보는 시간이다

 

어머님이 환히 웃는 얼굴을 바라면서...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