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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산행(완료)/호남정맥(완료)

호남정맥 제15구간 예재에서 곰치까지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11.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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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전라남도 화순군과 보성군 및 장흥군의 호남정맥 마루금 일대

산행날자 : 2010년 06월 04일과 05일 (무박 2일 일요 산행)

산행날씨 : 새벽과 아침엔 짙은 안개 후 낮부터 맑고 무척 무더웠던 날씨

산행온도 : 영상 15도에서 영상 26도

산행인원B산악회 28명 따라 칠갑산 나 홀로

산행코스 : 신기교차로(예재터널 앞 29번 신도로)-예재 옛길(29번 구도로)-온수산-시리산(465봉)-봉화산(428봉)-추동재-가위재-고비산(422봉)-덕암산(397.4봉)-방화선-큰덕골재-군치산(414봉)-뗏재-437 암봉-민가 밭-숫개봉(496봉)-헬기장 1-헬기장 2-봉미산(506봉, 헬기장 3)-헬기장 4-곰치(839 지방도로)-산행종료

산행거리 : 약 18.20 Km (접속구간 : 02.00 Km 예재터널에서 예재 옛 도로까지 포함) 

산행시간 꾸준한 속도로 식사 및 휴식시간 포함해 07시간 50분 (04시 15분에서 12시 25분까지) 

 

호남정맥이란 ???

우리나라 서남부 문화권을 나누는 의미 있는 경계선으로 산경표를 보면 백두대간에서 금남호남정맥이 분기하고 그 산줄기가 다시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으로 나뉘며 호남정맥은 그 시작점이 웅치(현재 지명으로 곰치재)라 적혀 있는 총 산행거리 398.7 Km의 산줄기이지만 어느 산꾼들은 백두대간 영취산이 호남정맥의 시작점이라 하여 총 산행거리 462 Km의 산줄기라 하기도 한다.호남정맥은 동쪽으로 섬진강을 서쪽으로는 만경강, 동진강, 영산강, 탐진강을 가르고 있으며 주요한 산들을 살펴보면 3정맥 분기점인 주줄산(주화산)에서 남서쪽으로 분기한 산줄기가 완주 만덕산(762m)을 지난 후 내장산(763m), 추월산(729m), 무등산(1,187m), 제암산(779m), 조계산(884m) 등 남도의 큰산을 지나 광양 백운산(1,218m)을 끝으로 섬진강과 남해바다가 만나는 곳 망덕산(197봉) 앞 바다로 흘러드는 산줄기를 말한다.

 

 

잡목이 우거진 오지 산행에서 무더위를 실감했던 시간들

 

 

선답자들의 산행 후기를 참고한 후 난해하고 어려운 정맥 산행을 진행하여 무탈하게 맥 잇기 산행을 다녀왔기에 단 한명의 후답자라도 다시 이 산객이 걸었던 마루금을 걸으면서 산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가능하면 정맥 마루금에 충실하게 적으려 노력하며 산행 후기를 적는다.

 

오랫만에 다시 호남정맥 산행에 나서는 시간이기에 약간의 두려움과 설레임이 교차하는 시간이다.지난 5월 중순, 제암산에서 일림산까지 넓게 펼쳐진 철쭉 산행으로 인해 이 산객이 함께하는 산악회에서 두구간 일찍 다녀왔지만 이 산객은 2년전에도 올라 그 아름다움에 반해 올해에도 만개 시기를 엿보다 냉해로 인해 제대로 된 철쭉 산행이 어려울 것 같아 가능하면 16구간 마침 후 홀로 다녀오리라 생각하다 보니 산악회 산행은 1개월만에 다시 이뤄지는 것이다.

 

연휴 기간 동안 다녀오고 싶은 곳은 많았지만 이렇게 하고 있는 정맥 산행에 올라 한구간 마무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아침 10시가 가까우지는 시간, 어렵게 군치산 넘어 뗏재로 내려섰다가 다시 무명봉 하나를 넘고 오르는 437 암봉에서 바라 본 지나온 정맥 마루금이 너무나 황홀하게 펼쳐져 있고 그 마루금 따라 이 산객의 마음도 끝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시간이기에 한동안 홀로 탄성을 질러 본다.

지나 온 뗏재와 군치산 그리고 그 우측으로 돌아가며 오늘 걸어 온 봉화산쪽 봉우리들도 예재를 숨긴채 그렇게 소리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말로 이야기 하지 않아도 왜 밤을 지새며 달려 와 오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사진 한장에 오늘도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본다.

 

 

정확하게 밤 10시 30여분, 늘 만나는 사당역 3번 출구에서 버스에 올라 출발해 중간에 종주대들을 태우고 간단한 산행 설명을 들은 후 잠에 빠졌다 일어나니 아직도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데 생각보다 많이 밀리는 도로정체로 인해 평소보다 1시간 이상 늦게 산행 들머리인 화순과 보성을 이어주는 예재터널 앞 신기교차로에 도착하는 시간이 새벽 4시를 넘기고 있다.

산행 준비 후 옛 예재로 오르는 29번 구도로를 타고 2 Km 남짓한 접속구간을 걸어 올라간다.

옛날 도로이지만 이용하는 차량이 많지 않아 금새 도로를 점령하는 잡목들로 인해 버스 기사가 오르기를 망설이고 기다릴 수 없어 걸어 오르니 약 25분만에 지난 구간 어렵게 내려왔던 예재터널 위 구도로에 올라 시원하게 불어 오는 새벽 바람으로 흐르는 땀방울 날려본다.

 

 

정상에는 넓은 공터가 있고 한쪽에 예재터널과 보성군 노동면 방향 및 화순군 이양면 구례리 이정표가 서 있고 그 옆에 계당산 등산 안내도가 보인다.

간단히 사진 몇장 남기고 후미를 기다리는 사이 주위를 둘러 보니 생각보다 짙은 안개가 밀려들어 주위를 분간조차 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기온은 많이 올랐는지 벌써부터 온몸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장난이 아님을 실감하는 시간이다.

인적조차 끊긴 호남정맥의 오지중의 오지 지역을 걸어 진행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지난 구간 내려와 잠시 쉬면서 확인했던 이번 구간 산행 들머리도 한달 사이에 많이도 변해 있다.

좀 더 녹음이 짙어지고 그 푸르른 잎들로 인해 들머리도 좁아진 느낌이다.

이제 후미까지 모두 도착해 저 가파른 등로를 타고 오르며 오늘 하루도 호남과의 사랑에 빠지는 시간이다.

산행 거리가 짧아 산행 시간도 짧으리란 설명이 있지만 역시 정맥 산행은 스스로 날머리 도로에 도착해야만 그 끝이 보일 것이다.

 

 

새벽 4시 45분 드디어 가파른 절개지를 타고 오르니 더욱 음침한 등로 위엔 그저 어둠만이 지키고 있고 더욱 짙게 밀려오는 안개속에 숨쉬는 것 조차 버거울 정도로 많은 땀방울이 흘러 내리고 있다.

오르자마자 얼마 안돼 무명봉 하나를 넘고 잠시 안부로 내렸다가 다시 조금 더 높은 봉우리에 올라 직감적으로 온수산임을 느끼지만 안개와 어둠속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종주대들의 물결에 밀려 제대로 된 이정표 하나 없는 온수산을 지나친다.

다시 안부로 내려오며 앞을 바라보니 이제 어둠은 많이 엷어져 있지만 아직도 짙은 안개는 온 산하를 감싸고 있고 그런 와중에 앞에 보이는 시리산 실루엣을 어렵게 담아 본다.

 

 

다시 잡목이 우거진 등로를 헤집고 안부로 내렸다가 가파른 오르막 등로를 타고 정신없이 걸어 오르니 그렇게 높지 않은 봉우리 정상이 나타나고 465.3봉인 시리산 정상에 도착한다.

시루와 같이 생겨 붙은 이름인데 오랜세월 시간이 흐르며 음이 변해 지금의 시리산이 되였다는 설이 있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낯선 고향에 와 이 봉우리 이름 한번 불러 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기에 많은 자료를 찾아 보지만 부실한 자료로 인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나즈막한 봉우리들이다.

 

 

시리산의 정상이정표와 삼각점을 담은 후 다시 가파른 내리막 등로를 내려 와 안개속에 키 작은 산죽밭을 지나 진행하니 안개 자욱한 등로가 마치 유령의 세계에 들어 와 있는 듯 묘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그렇게 종주대 뒷꽁무니를 따라가니 시리산을 출발한지 20여분만에 또 다른 봉우리인 봉화산에 도착해 사진 몇장 남긴다.

자료를 찾아 보지만 이곳 봉화산이 아닌 들량면쪽 봉화산에 대한 자료만 나와 있어 아쉬운 부분이다.

조금은 넓은 공터로 이뤄진 정상에는 봉화대가 설치되였던 흔적만이 너부러져 있는 곳이였다.

 

 

봉화산에서 잠시 사진 찍으며 쉰 후 다시 내려가니 안개속에 서서히 드러나는 산하가 너무나 아름답지만 등로조차 열어 주지 않고 막아 버리는 잡목들로 인해 산행에는 상당한 어려움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등로이지만 역시 산행 자체는 조심스런 그런 등로이다.

정맥이란 의미를 가슴에 담고 걸어가는 자에게는 참을 수 있는 어려움이지만 그렇지 못한 자에게는 고통스런 등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다 추동재 가는 내리막 등로에서 잠시 배낭 벗어 놓고 쉬어 간다.

이제 헤드렌턴이 필요 없기에 모두 배낭속에 넣고 물 한모금 마시며 온 몸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 보는 시간, 산행 자체는 덥지 않아 좋지만 높은 습도로 인해 빗물처럼 흐르는 땀방울은 또 다른 산행의 복병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조망 대신 조금은 시원한 촉감을 전해주는 안개속을 걸어가는 종주대의 뒷모습이 멋진 시간이다.

 

 

다시 잠시 더 진행하니 추동재라 생각되는 안부에 도착하지만 그곳이 추동재인지도 모를 그런 안부였다.

어렵게 사진 한장 남기고 나즈막한 봉우리를 올랐다 좌측이 벌목된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그곳에 오늘 처음으로 모내기가 된 논에 물이 채워진 모습을 담아 본다.

아마도 보성의 진산리쪽 마을 어디라 생각되지만 아직도 안개로 인해 보여야 할 벽옥산이 보이지 않으니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한동안 잡목과의 사투를 벌이며 안개속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등로 옆에 곱게 피어난 엉겅퀴꽃이 반긴다.

그러고 보니 이번 구간에는 제대로 된 야생화는 만나지 못하고 예쁜 엉겅퀴만 자주 눈에 들어 온다는 기분이다.

그렇게 진행하니 갑자기 넓은 공터가 눈 앞에 나타나고 그곳으로 나가니 공터가 아닌 임도 끝자락이고 오르는 등로 앞에 가위재란 이정표가 붙어 있다.

등로 좌측인 보성의 신덕방향으로는 우마차가 드나들 정도의 넓은 임도가 개설되어 있지만 우측인 화순의 새터골방향으로는 그 임도가 끊긴 형상이다.

 

 

그렇게 사진 몇장 남기고 진행하니 어느덧 제일 후미로 쳐져 진행하고 급하지 않게 천천히 완만한 등로를 타고 오르막을 올라 본다.

어짜피 아침 식사를 한 후 개별 산행으로 진행되기에 그때까지는 너무 뒤쳐지지 않게 따라가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곳 역시 잡목이 등로를 덮쳐 쉽지 않은 산행으로 진행하여 높게 날아가는 형상이라는 이름의 고비산에 도착하니 등로는 좌측으로 크게 꺽여 진행되고 고도가 표기된 정상 이정표는 우측 나뭇가지속에 숨어 있다.

 

 

늘 산 이름을 보고 오른 다음 느끼는 아쉬움은 그 산봉우리 이름을 낳게 한 모습이 그 정상에 올라서는 보고 느끼지 못하고 그 주위 산에 올라야 제대로 된 모습으로 다가 온다는 것이다.

농담으로 고비산이 고비라는 이야기를 나눈 후 그 고비산 정상을 내려 와 완만한 내리막 등로로 진행하니 굴러가던 바위가 나뭇가지에 부딫혀 더 이상 내려가지 못하고 머물다 그 나무가 커지면서 또 다른 악연을 만드는 모습에 마음이 짠해져 오는 시간이다.

 

 

잠시 더 잡목들과 거목들이 잘 어우러진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갑자기 넓게 뻥뚫린 방화선이 나타나 지도를 살펴보니 방화선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짧은 거리를 걸어가니 깨끗하게 정리되였던 방화선이 다시 잡목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제 선두는 꼬리도 보이지 않게 달아나 있지만 후미에서는 허기가 진다며 아우성이 대단하다.

다시 산소 몇기가 있는 곳에서 방화선은 끝이나고 좌측 능선으로 진입해 평이한 등로를 타고 진행한다.

 

 

약간의 오르막 등로를 타고 잡목을 헤치며 오르니 갑자기 덕암산이란 정상 이정표가 반긴다.

지도를 살펴보니 397.4봉으로 덕암산이란 이름은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그냥 지자체에서 붙인 이름이나 어느 산악회에서 고증 없이 붙여진 이름이 아닌 정확한 고증을 거쳐 제대로 된 이름으로 정착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397.4봉인 덕암산에서 다시 잡목 사이를 헤치고 정맥 산행을 진행하니 다시 정리되지 않은 방화선이 나타나고 그 방화선에는 제 구실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잡목들이 소나무와 어우러져 난장판이 되어 간다.

우거진 나무를 잘라내며 방화선을 만들었으면 그 취지에 맞게 잘 가꾸던지 아니면 이렇게 방치될 것을 왜 그리 나무를 베어 냈는지 안타까운 마음 가득하다.

그런 생각으로 우울하게 진행하다 등로에 피어 난 화사한 엉겅퀴 꽃에 마음을 빼앗겨 다시 화사한 아침으로 남겨 보는 순간이다.

 

 

등로 에 피어 난 때늦은 고사리가 지천을 이루고 산행 중에도 그 고사리 채취에 정신없어 하는 종주대를 바라보며 또 다른 산행의 묘미를 느껴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산객이야 원래 산나물이라든가 버섯에 취미가 없으니 지천에 깔려 있다 해도 무관심이지만 그것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산행을 하면서 조금씩 손에 넣을 수 있는 그런 재미에 산행의 재미를 두배로 느끼는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해 보는 시간이다.

이제 저 방화선 끝자락으로 올라 아침 식사를 하기로 했으니 힘을 내 종주대를 뒤따라 올라 본다.

 

 

방화선을 만난지 얼마 안된 무명봉 정상에서 조촐하지만 멋진 아침 상을 펴 놓고 또 허기를 달래 본다.

맥 잇기 산행을 하다 보니 맛난 음식을 많이는 준비하지 못하지만 그렇기에 그 어느 만찬보다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 반주로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캔이 목을 타고 넘어갈 때 느끼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최고의 시간이다.

이제 맛난 식사를 즐겼으니 드넓게 펼쳐진 방화선을 타고 다시 산행을 진행해 보는데 저 앞에 고사를 채취에 정신없이 즐거워하는 종주대 한명이 눈길을 잡는다.

 

 

방화선을 타고 조금 더 진행하니 나즈막한 봉우리가 나타나고 그곳에서 부터 생각지도 못한 멋진 조망이 펼쳐져 있다.

약간의 박무가 있어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이정도의 조망이면 아쉬움을 날리기에는 충분하다.

앞으로 진행해야 할 군치산과 숫개봉 좌측으로 봉미산도 가물거리지만 기대했던 영암의 월출산은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느낌으로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진행해야 될 것 같은데 오늘 구간은 늘 동쪽에서 서쪽을 향해 걷다 보니 호남정맥의 마루금이 어찌 되였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앞서 진행했지만 역시 많은 사진을 남기며 보이는 봉우리마다 그 이름을 불러 주다 보니 어느새 중간 후미로 떨어져 진행하게 되고 앞서 진행하는 종주대들이 걸어 가는 방화선과 조금 더 가깝게 담아보는 군치산과 좌측으로 흐르는 숫개봉 줄기를 잡아 본다.

조금씩 안개가 사라지며 강렬해지는 햇살이 머리를 짓누르는 시간, 벌써 이렇게 산행하기에 어려움이 있는데 한여름 폭염속에서는 얼마나 힘든 산행이 될련지 걱정도 되는 시간이다.

 

 

뜨거운 태양빛이 작렬하는 방화선을 타고 계속 진행하니 여전히 황톳빛 등로 위를 타고 걸어가는 종주대의 울긋불긋한 모습이 눈에 들어 오고 저 멀리 우측 끝에서부터 399.3봉을 위시해 군치산과 437봉 그리고 숫개봉과 봉미산 마루금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이렇게 그 이름 하나 둘 모두 불러 보는 이 시간이야말로 산행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아닐까 생각해 보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벌써 저 마루금 모두 넘어 839번 지방도로에 내려서야만이 오늘 산행이 끝이 난다는 사실에 조바심도 생기는 시간이다.

 

 

등로 좌측 저 멀리 혹시도 있을지 모를 제암산과 일림산 방향을 살펴 보지만 박무로 인해 전혀 보이질 않는다.

다시 고개를 돌려 등로 우측인 북쪽을 바라보니 화순의 올망졸망한 산군들과 골짜기 지나 저 멀리 광주의 무등산이 희미하게 그 존재감을 알린다.

오랫만에 다시 눈으로나마 만나는 무등산이 그리워 한동안 진행하지 못하고 멈춰 바라본다.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산그리메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방화선도 막바지에 이르러 확연히 나타난 황톳빛 등로를 담아 본다.

구름속에 잠시 숨어 버린 햇살에도 이토록 덥고 따가운 느낌이기에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저 앞으로 바라보니 군치산 지나 숫개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어서 오라 손짓하듯 그곳에 이어져 있다.

 

 

방화선이 끝나가는 지점에서 뒤돌아 보니 햇살에 얼비춘 방화선이 저 멀리 끝봉우리까지 이어져 있고 아직도 뒤를 따르는 종주대가 저 위 황톳빛 마루금을 따라 내려오는 모습도 눈에 들어 온다.

그렇게 진행하다 방화선이 끝나고 다시 숲속으로 이어진 등로를 타고 묘지를 지나 소나무 군락지를 넘으니 갑자기 임도가 나타나고 좌측으로 조금 더 진행하다 우측 임도 들머리로 전진하니 그곳에 묘지도 없는 준산안공 비석 하나가 등로 옆을 지키고 있다.

지도를 꺼내 살펴보니 이곳이 바로 큰덕골재이다.

 

화순군청에 들어가 큰덕골재 자료를 찾아 보니 큰덕골재 마을에 관련된 자료를 찾을 수 있어 정리해 본다.

초방리는 초방(새방)마을의 이름을 취하여 이름하였는데 초방리는 양촌마을, 동촌마을, 상초방마을, 큰덕골마을 등 4개 자연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초방리는 원래 새뱅이, 새방생이 마을로 불렀는데 새는 곧 풀을 뜻하는 말인데 풀이 많고 물이 풍부한 지역이라 한자로 초방이라 표기하였다고 전한다.
큰덕골마을의 뜻은 큰바위 즉 커다란 돌이 있으므로 큰독굴이라 한 것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큰덕굴, 대덕으로 표기한 것이기에 큰덕골재 역시 같은 내용으로 이름 붙여진 곳은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는 곳이다.

 

 

큰덕골재를 지나니 제법 넓은 임도 같은 등로가 길게 쭉 뻗어 있고 그 등로를 타고 한동안 완만하게 올라 본다.

제법 오르니 활엽수 터널을 지나 소나무 몇그루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쭉쭉 뻗어 올라간 지대를 지나 이장된 묘지 지대를 통과한다.

자세히 살펴 보니 그 이장된 묘지 주위로 빙 둘러가며 이렇게 멋진 소나무가 잘 심어져 있는 모습에서 무슨 연유로 묘지가 이장이 되였을까 궁금증을 유발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그 이장된 묘지 지대를 넘으니 바로 앞에 399.3봉이 보이고 그 좌측으로 이어진 군치산이 우뚝 솟아 있으며 그 마루금 저 멀리 옥녀봉 줄기가 길게 이어져 있다.

이렇게 산행을 하면서 올라야 할 산줄기를 찾아 그려보며 이 산객이 어떤 루트를 타고 올랐다 내려가고 또 올라가야 하는지 살펴 보는 재미 또한 산행하는 의미가 남다른 시간이다.

마음적으로 고통이 밀려 오지만 그 산줄기를 내것으로 만들었다는 뿌듯함이 밀려오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부터 군치산 정상까지 지루하고 따분한 오르막 등로의 연속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한발 두발 걸으며 그동안 재미있었던 일과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추억을 꺼내 머릿속에 풀어 놓으며 무심으로 걸어 오를 뿐이다.

그렇게 진행하다 보니 조금은 빨랐는지 앞서가던 몇명의 종주대와 조우하게 되고 그 종주대 뒤를 따라 오르니 가끔 나타나는 산죽밭이 반겨 준다.

 

 

그렇게 몇명의 종주대들과 걸어 오르니 399.3봉 갈림 등로에 도착하고 한두명씩 힘들어 하는 종주대들이 등로 옆에서 쉬면서 식수 한모금 마시는 동안 이 산객 홀로 계속 진행해 본다.

다시 완만한 내리막 등로를 타고 내려가니 안부에 도착하고 안부 좌측으로는 깊은 골이 패인 곳도 보인다.

혹시 특별한 지명이 있을까 하여 지도를 살펴 보지만 아무 표식도 없는 그저 무명의 안부이다.

 

 

다시 안부를 지나 지루하게 이어진 완만한 오르막 등로를 타고 오르니 등로 좌측에 의자 모양을 한 참나무 세 가지가 동일한 모양으로 의자를 만들어 놓았다.

누군가 함께 진행하는 산객이나 종주대가 있다면 잠시 그 의자에 앉아 사진 한장 남기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없을듯 하여 그저 빈 의자의 모습만 사진에 담은 후 다시 이어진 오르막 등로를 타고 땀방울을 흘려 본다.

 

 

그렇게 지루한 오르막 등로를 타고 계속 오르니 드디어 군치산 정상이다.

힘들게 오르며 정상에 서면 멋진 조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기대로 올랐는데 잡목이 우거져 조망하나 없이 그곳에 걸려있는 정상 표식이 아니였다면 이곳이 군치산인지도 모르게 지나쳤을 곳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기러기떼들이 하늘을 날아가는 형상이기에 봉우리가 몇개처럼 보여 군치산이란 이름이 붙었다는데 언제나 확인해 볼 수 있을련지...

 

 

군치산 정상에서 잠시 쉬면서 물 한모금 마시고 있으니 뒤따르던 종주대가 올라 오고 사진 두어장 담아 드린 후 먼저 군치산을 출발한다.

잠시 평이한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등로 좌측으로 나즈막한 장흥쪽 풍경이 들어 오고 그 저 멀리 올라야 할 제암산쪽 산그리메도 몇장에 남겨 본다.

방향을 바꿔 살펴보니 앞으로 올라야 할 숫개봉으로 이어진 마루금도 시원하게 조망된다.

이제 등로는 크게 남쪽으로 돌았다 다시 동쪽으로 방향을 바꿔 내려갔다 남서쪽으로 크게 방향을 바꾸는 등로를 따른다.

 

 

내리막 등로를 타고 내려가니 갑자기 등로 옆에 뗏재란 이정표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많은 자료를 모두 찾아 보지만 이곳이 왜 뗏재이며 뗏재란 지명이름은 무엇에서 왔는지 아쉽기만 하다.

대구 백운회까지 들어가 찾아 보지만 그 이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이 그저 이정판 두개를 달아 놨다는 설명 뿐이라 아쉬움이 더욱 크다.

산행기를 읽다 보면 이곳을 중간 기점으로 끊어 복흥리에서 올라오는 산악회도 많은 듯 하다.

 

 

다시 뗏재를 지나니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다가 짧게 가파른 된비알 지나 완만한 등로가 이어진다.

그렇게 한동안 오르니 다시 나즈막한 무명봉이 나타나는데 그 정상 지나자 마자 봉분처럼 생긴 묘지 한기가 눈에 들어 온다.

잘 가꾸지도 안한 묘지에는 잡목들이 자라 묘지인지 아니면 그냥 흙 봉분인지 분간조차 할 수 없는 곳이였다.

이제부터 437봉으로 오르는 암봉이 기다리며 환상의 조망을 선사하고 있다.

 

 

작은 고사목을 지나 평이하게 진행되던 등로는 차츰 암릉길이 이어지고 그 암릉을 타고 넘으니 다시 녹음이 우거진 일반 등로로 변해 있다.

잠시 콧노래를 부르며 진행되던 등로가 갑자기 앞에 암봉을 두고 우측으로 우회하도록 되어 있지만 그 바위에 오르면 조망이 좋을 것 같아 함께 진행하던 범여님과 둘이 그 바위로 올라 오늘 하루 산행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박무속에 드넓게 펼쳐진 아름다운 조망에 한동안 넋을 잃고 많은 사진으로 담아 본다.

 

 

등로 우측으로 운주사 방향을 조망해 보니 가까이에는 옥녀봉 줄기가 보인다.

나즈막한 산줄기를 타고 저 멀리 바라보면 병풍처럼 둘러쳐진 제법 웅장한 산줄기들이 보이고 그곳은 아마도 나주와 우측 북쪽으로는 광주쪽 산들이 아닐까 생각되는 곳이다.

혹시 날씨가 좋았다면 그 이름을 정확히 불러 줄 수 있으련만 안타까운 시간이다.

 

 

등로 좌측으로는 이제 막 모내기를 끝낸 들판 넘어 복흥리 마을이 보이고 그 마을 지나 저 멀리 지금까지 걸어 온 호남정맥 마루금이 춤을 추고 있다.

광주의 무등산쪽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보지만 그것 역시 박무로 인해 확인이 어렵다.

지도 한장 펴 놓고 나침판으로 방향만 제대로 확인했어도 후기를 쓰면서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을 그저 감으로만 저곳이 어디라고 지레짐작 하고 나니 이제 머리가 아파온다.

조금은 귀찮아도 확실한 방향과 산 이름을 불러 줘야함을 다시 한번 절감하는 순간이다.

 

 

조금 더 남동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복흥리쪽 좁은 평야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그 뒤로 나즈막한 산줄기가 이어져 보성쪽으로 연결되어 있다.

녹차밭으로 유명한 보성이기에 몇번 들렸던 곳이지만 이렇게 산상에 올라 바라보는 눈길은 그때와는 또 다른 추억으로 남을 듯 싶다.

끊어질듯 이어진 맥을 타고 한발 두발 걸어 그 줄기가 끝나는 지점에서 마무리된다는 절대의 법칙으로 걸어 가는 오늘도 또 새로운 마음으로 우리 산줄기를 배우는 시간이다.

 

 

그 바위에서 이제 내려 와 정상 등로로 내려서는데 활엽수를 타고 줄기를 감으며 고사리처럼 생긴 잎을 피워 살아가는 또 다른 치열한 삶의 현장을 바라 본다.

누군가는 죽든지 아니면 상채기가 나야만이 끝이 날 싸움이기에 올해도 또 내년에도 그렇게 그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치열한 삶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을 것이다.

이 산객의 눈에는 아름답게 공존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인연도 악연이 되어 그렇게 자연의 일부가 될 것이다.

 

 

다시 그 암봉을 내려 와 정상 등로로 복귀해 오르니 금새 암릉 구간이 나타나고 그곳을 조심해 넘으니 이제부터 일망무제 막힘없는 조망이 등뒤로 펼쳐져 있다.

등로 우측 저 멀리 옥녀봉 지나 화순의 산줄기들이 길게 펼쳐져 있다.

화순군 청풍면쪽 산줄기가 아름다운 조망이다.

 

 

등로 우측 가까이엔 이름도 모를 작은 저수지가 내려다 보이고 그 끝자락에 푸른 지붕을 한 민가도 보인다.

첩첩 산중에 둘러쌓인 저런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살아 갈지 궁금한 시간이기도 하다.

가끔은 저런 산중에 남아 그저 자연이 주는 선물로 아무 욕심없이 살아가는 삶이였으면 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계속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 등로를 힘들게 오르며 잠시 뒤돌아 보면 여전히 아름다운 산그리메가 장쾌하게 펼쳐져 있다.

오르다 힘들면 쉬었다 사진 찍고 다시 오르다 쉬기를 반복해 본다.

그러다 437 정상 부근의 전망대에서 뒤돌아 보니 방금 전 지나온 호남정맥 마루금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바로 앞에 무명봉을 지나 뗏재로 가라 앉았던 마루금이 군치산과 399.3봉 지나 저 멀리 고비산까지 한눈에 들어 온다.

 

 

437봉 정상부 전망대에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멈추고 마지막으로 작은 저수지와 옥녀봉 그리고 저 멀리 화순과 나주 그리고 광주의 산줄기들이 멋들어 진다.

다만 그 이름을 모두 불러 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시간이다.

언젠가 다시 올라 바라 볼 수 있다면 아마도 저곳에 올라 이곳을 바라 본 이후이기에 그 이름 하나 하나를 불러 줄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437봉 정상에 오르지만 이정표도 삼각점도 없이 그저 커다란 활엽수 한그루가 그 정상을 차지하고 수많은 띠지들이 나풀거린다.

그곳을 지나 올망졸망한 산줄기를 타고 녹음속을 걸어 본다.

약 15분간 평이한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갑자기 등로가 잘려지고 그곳에 거대하게 개간된 드넓은 밭이 드러난다.

아직도 밭 주위에는 개발이 진행되는지 잘려진 나뭇가지들이 너부러져 있고 그 개간된 밭 한가운데에 간이 건물 한채와 몇마리의 강아지들 그리고 트랙터 한대가 둥그런히 놓여 있다.

 

 

그 건물쪽으로 걸어 가니 그 건물을 지키고 있던 네마리의 견공들이 무섭게 짖어댄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위를 둘러 봐도 주인이나 사람은 없는 듯 그저 견공들이 건물을 지키는 듯 하였다.

그 밭 한가운데 나 있는 등로를 타고 좌측 능선으로 오르니 그곳에 띠지들이 나풀거리고 능선으로 오르기 직전 뒤돌아 보니 저 멀리 뾰족하게 올라 온 437봉과 그 우측의 무명봉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잘려져 밭으로 변해가는 가슴 아픈 정맥 등로를 뒤로 하고 다시 가파른 오르막 등로로 오르니 바람 한점 없는 등로에서는 한여름 열기가 벌써 산객의 온몸을 타고 오르며 폭포수 같은 땀방울을 등로에 뿌린다.

그렇게 15분여를 쉬지 않고 꾸준히 오르니 숫개봉 정상에 오른다.

종주대 한명이 남았다 사진 한장 남겨주고 곧바로 휭하니 떠나 버리고 그곳에서 배낭 내려 놓고 뒤따르는 종주대와 남아 있는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며 잠시 쉬어 간다.

다만 왜 숫개봉일까 궁금해 돌아 와 찾아 보지만 그 의미를 알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15분여 그곳 숫개봉에서 쉬었다가 다시 좌측으로 크게 꺽이는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가파른 내리막 등로로 이어지고 조심하며 내려가니 저 멀리 앞으로 올라야 할 봉미산 전위봉이 올려다 보인다.

다시 조심하며 내리막 등로를 타고 내려가니 임도를 만나 올려다 보니 그리 높지 않은 봉우리가 앞에 버티고 있다.

저곳에 오를때까지만 해도 저 봉우리가 봉미산이라 생각했는데 오르고 나니 봉미산은 아직도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었다.

 

 

임도를 지나 이제 완만한 오르막 등로를 타고 오르니 키 작은 잡목이 우거져 산객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 잡목을 헤치며 힘겹게 오르기도 벅찬데 머리 위에서 내려 쬐는 뜨거운 태양열이 더해져 더욱 산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온 몸을 적시는 굵은 땀방울이 쉴새 없이 흘러 내리고 금새 첫번째 헬기장에 도착해 뜨거운 열기속에 올라야 할 봉미산을 바라 본다.

 

 

잠시 헬기장을 지나 능선으로 오르며 뒤돌아 보니 방금전 올라 쉬었다 내려 온 숫개봉이 시원스레 올려다 보인다.

이곳에서 올려다 보며 왜 숫개봉이라 했는지 그 의문을 조금은 풀은듯 하다.

어찌보면 그 정상부의 모습이 견공 숫놈의 거시기와 닮았다는 느낌으로 바라보니 꼭 그 모습과 닮아 있다.

 

 

첫번째 헬기장에서 앞 뒤로 조망을 담은 뒤 그늘 한점 없는 등로를 타고 봉미산을 향한 사투를 벌여 본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추위와 깊은 눈으로 인해 산행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봄도 없이 벌써 여름의 더위와 식수난을 걱정하며 걸어야 하는 계절이 돌아 왔음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15분여 쉼없이 꾸준하게 오르니 잡풀이 무성한 두번째 헬기장에 올라 봉미산 정상 이정표를 찾아 보지만 그 어느곳에도 찾을 수 없다.

역시 마지막 봉미산은 산객에서 쉽게 그 정상을 허락하지 않음을 아쉬워하며 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돌린다.

 

 

힘들게 올랐지만 보이지 않는 봉미산을 아쉬워하며 무거워진 발걸음을 돌려 완만한 내리막 등로를 타고 내려갔다 안부를 지나 다시 완만한 오르막을 타고 진행한다.

진행하다 잠시 등로 좌측을 바라보니 장흥의 장평쪽 도로와 마을 그리고 좁지만 길게 누운 들판이 눈에 들어 온다.

첩첩산중의 오지이다 보니 이렇게 좁은 들판과 민가를 보면 무척 반가운 등로이기도 하다.

 

 

다시 꾸준한 발걸음을 옮기니 생각보다 봉미산 만나러 가는 길이 쉽지 않다.

몇개의 무명봉을 오르락 내리락 그렇게 걷고 또 걷다 보니 15분여를 지나 드디어 오늘 마지막 봉우리이면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봉미산 정상에 도착한다.

봉황의 꼬리라는데 머리는 어디에 있으며 그 꼬리 부분은 어디에서 확인이 가능한지 아쉽기만 하다.

세번째 헬기장이 바로 봉미산 정상으로 사진 한장 남기고 다시 정맥 등로를 타고 전진한다.

 

 

봉미산 정상에 박혀 있는 삼각점을 담은 후 다시 진행하니 이제 녹음이 짙은 등로이기에 봉미산 오름 등로보다는 천국처럼 다가온다.

한 5분여를 지나 12시를 지나자 마자 마지막 헬기장에 도착해 사진 한장 남긴다.

참으로 힘들고 어렵게 지나 온 네개의 헬기장을 모두 넘어 이제 내리막 하산 등로만 남겨진 듯 하다.

 

 

하지만 어디 정맥 등로가 쉽게 마지막 날머리를 내준적이 있었던가

몇번의 작은 봉우리를 넘고 넘어야 그 보고 싶던 날머리를 보여 줄 것이다.

아마도 마지막 발걸음이기에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지도 모를일이지만

그저 아무 생각없이 몸이 움직이는대로 발걸음을 옮기니 무명봉을 넘고 넘는다.

 

 

그러다 만나는 작은 습지와 그곳 웅덩이에 고여있는 물이 어색하면서도 신기하다.

작은 물 웅덩이를 지나자 다시 또 하나의 물 웅덩이가 나타나고 그 주위에는 습기가 흥건하다.

너무나 작은 습지이기에 이름도 관리도 안되는 그런 습지로 남아 있는 듯 해 백두대간에 있는 못재와 비교되는 곳이기도 하다.

 

 

습지를 지나 다시 완만한 등로를 타고 내려오니 등로 좌측이 벌목된 구간이 나타나고 그 아래 836번 지방도로와 민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잠시 뒤돌아 서서 올라다 보니 방금 전 내려 온 봉미산이 우뚝 솟아 있다.

저곳이 봉황의 꼬리라면 머리부분은 어디일까 한동안 찾아 보지만 찾을길이 없으니 다음을 기약할 뿐이다.

 

 

조금 더 내려가니 등로 좌측으로 다음 구간 올라야 할 가지산 암봉이 우뚝 솟아있고 2주후에 만나자 약속하는 듯 하다.

부드럽게 이어진듯 하다 우뚝 솟아 있는 암봉이 벌써 그리움으로 남겨지는 시간이다.

이제 차량 통행 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장소까지 내려 와 무거웠던 발걸음도 조금은 가벼워진 기분이다.

 

 

다음구간은 북서쪽으로 진행하다 서쪽으로 이어진 등로가 삼계봉을 지나며 남덩쪽으로 걸어가야 할 것이다.

이제 오늘 산행 날머리인 곰치가 바로 눈 아래 펼쳐져 있고 파란 지붕을 한 민가와 839번 지방도로가 시원하게 내려 다 보인다.

그 뒤 저 멀리 다음 구간 진행해야 할 호남정맥 마루금이 시원하게 펼쳐진 모습도 눈에 들어 온다.

벌써 이렇게 무더운 날씨 때문에 고생을 하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 되는 그런 시간이다.

 

 

다시 키 작은 잡목이 등로를 가득 메워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직접 받으며 내려가니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넓은 공터에 도착해 잠시 뒤돌아 보며 지나 온 봉미산을 바라보니 방금 전 봤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보는 각도와 높이에 따라 천상만화를 일으키는 산하에 경외로움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등로 좌측으로는 산행 날머리 옆 민가 건물과 839번 지방도로 그리고 그 지방도로가 이어진 장흥의 장평쪽 풍경이 다가와 있다.

가지산에서 이어져 내려간 호남정맥 마루금이 병무산과 용두산을 지나 산행 날머리인 시목치 지나 제암산도 보이기 시작한다.

벌써 지난 산행의 추억이 떠 오르며 그곳에 대한 그리움이 생겨나는 시간이다.

 

 

이제 날머리 가까이 내려 와 등로 좌측에 있는 멋진 민가 한채와 그 앞에 있는 건물 두동을 담아 본다.

처음에는 이곳이 곰치휴게소라 생각했는데 휴게소는 도로로 내려 선 후 우측 화순쪽으로 100여미터 걸어 가 고개를 넘어야 그곳에 위치해 있다.

다음 구간엔 어둠속에 내려 손살같이 다음 구간 들머리로 들어가야 하기에 천천히 음미하며 이곳 산행 날머리와 다음구간 산행 들머리를 담아 본다.

 

 

드디어 산행 날머리인 839번 2차선 포장도로 위 곰치 고갯마루에 도착 해 긴 하루를 마감한다.

좌측 장흥쪽 도로도 담고 우측 화순쪽 아니 곰치 휴게소가 있는 고갯마루도 사진으로 담아 본다.

저 곳을 지나 100여미터 진행하면 곰치 휴게소가 있고 그곳에 허기를 채워질 식당과 버스가 있을 것이다.

 

 

다음 구간 산행 들머리에 서 있는 산행 안내판들이다.

이곳 역시 다음 구간에는 어둠속에 사진 한장 남기기 쉽지 않은 곳이기에 많은 사진으로 남겨 본다.

사진을 남긴 후 도로 우측을 따라 곰치고갯마루를 넘어 곰치 휴게소로 진행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차량 통행량으로 어리둥절한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 이곳도 조금만 더 지나면 예재처럼 지하 터널이 뚫려 이곳은 옛추억이 그리운 여행객들이나 이 산객처럼 호남정맥을 걷기 위해 찾는 등산객들만 발걸음을 하는 한적하고 한산한 고갯마루로 변할 것이다.

 

 

어렵게 곰치 고갯마루를 건너 화순쪽에 위치한 곰치휴게소로 간다.

휴게소가 한쪽에 있고 그 앞에는 주유소도 있으며 그 주유소 뒷편으로는 곰치 여관도 있다.

그동안 많은 선답자들이 이용했고 또 후답자들이 이용할 장소가 하나 둘 사라지는 현실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그곳 휴게소 앞 수돗가에서 피치 못하게 목욕으로 소금기를 털어내고 휴게소에 들려 종주대 한분이 유기농으로 키운 상추 쌈으로 허기를 달래니 오늘 하루도 모두 내것이 되였다.

 

이제 호남정맥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그토록 멀리 느껴지던 그 끝자락도 서서히 눈 앞에 다가 온 것이다.

남아 있는 구간도 무탈하게 모든 역경 이기도 완주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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