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충북 영동군 민주지산 일대
산행일자 : 2011년 01월 02일 (일요일)
산행날씨 : 맑고 화창한 날씨였으며 조망이 좋았던 심설의 날씨
산행온도 : 영하 15도에서 영하 04도
산행인원 : 3450온누리산악회 회원 41명과 함께
산행코스 : 도마령(고자리재)-상용정(843봉)-산불감시초소-전망바위-각호산(1207봉)-
황룡사 갈림 삼거리-십자로 갈림 삼거리-점심식사-대피소-대피소 입구 이정표-
민주지산 휴양림 갈림 삼거리-민주지산(1241.7봉)-내북마을과 불대마을 갈림 사거리-
쪽새골 갈림 삼거리-물한계곡 하산 갈림 삼거리-내북마을과 석기봉 갈림 이정표-
석기봉(1242봉)-팔각정-은주암골 갈림 삼거리-은주암골-삼도봉 갈림 삼거리-
잣나무 숲(민주지산 등산로)-물한계곡 1.75 Km 이정표-물한계곡 주차장 0.9 Km 이정표-
황룡사 입구-산행종료
산행거리 : 총 약 11.50 Km
산행시간 : 약 06시간 00분 (10시 16분부터 16시 16분 까지 심설로 인해 조금은 빡빡하게 사진 찍으며)
교통편 : 40인승 백두대간 전용 버스 이용
멋진 조망을 즐긴 민주지산 심설산행에서 삼도봉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고
갑자기 바빠진 연말 일정과 몰아친 강추위로 인해 제대로 된 산행 한번 하지 못하고 2주를 보낸 후 가족들과 함께 전남 진도의 조도와 관매도에 들어 편안한 연말연시를 보내려던 계획조차 강풍주의보와 폭설로 변경되어 고생이 된 시간으로 마무리가 되였다.
새해라고 해도 365일 중 하루이고 또 그렇게 생각하는 이 산객과는 달리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아주 특별한 날과 시간으로 기억하고 남겨지길 원하는 듯 하다.
그러다 같은 산악회에서 백두대간 리딩대장을 맡아 고생하는 아우를 만나 산행이야기를 나누다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를 꿈꾸고 있음을 알고 부탁해 만든 소위 신년 심설 민주지산 산행이 되였다.
개인적으로 몇번인가 올랐던 곳이고 또 백두대간 산행을 하면서 몇번이가 바라본 곳이기에 낮설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곳 도마령을 통해 오르는 것은 처음이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즐겁게 동참한다.
특히 지금까지 오르면서 늘 안개와 가랑비 그리고 박무로 인해 제대로 된 조망 한번 보지 못했기에 더욱 그리운 곳이 되였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새벽 같이 일어나 서울을 벗어나니 생각보다 시원한 고속도로를 달려 드디어 오늘 산행 들머리인 도마령에 도착한다.
도마령은 충북 영동군 용화면 조동리에 위치한 영동군 황간에서 전북 무주로 넘어가는 49번 지방도로상 고갯마루이다.
도마령의 의미는 말을 키우던 마을 또는 칼 찬 장수가 말을 타고 넘던 고개라는 데서 유래한 이름으로 이 도마령을 중심으로 주변에 천만산, 각호산, 민주지산 등이 있다.
이들 모두 1000미터 안팎의 높이로 그 사이를 비집고 산을 넘는 길이 바로 험난한 도마령이다.
그곳에 도착하니 휭하니 한겨울 찬바람이 가슴을 파고 들지만 생각보다 춥지 않아 다행이란 느낌으로 멋진 산행의 시작을 알린다.
전용 버스에서 내려 산행 준비를 하는 산우님들보다 앞서 주위 풍경을 담다 보니 상용정이란 이정표가 눈에 들어 온다.
이곳 도마령의 고도가 800미터인데 상용정의 고도는 840미터라니 그리 먼곳에 있지는 않은 듯 하다.
먼저 도마령 주위 풍경을 담은 후 좌측 안전 로프쪽으로 나 있는 등로를 타고 오르다 뒤돌아 보니 저 멀리 멋진 49번 지방도로가 꾸불꾸불 둔전리와 고자리쪽으로 힘겹게 이어지고 그 좌우로 1000미터급 연봉들이 하얀 눈을 온 몸에 덮고 포근하게 산객으로 달려오는 듯 하다.
49번 지방도로 좌측으로는 천마령과 천만산에서 이어져 내려온 973봉과 999봉으로 흘러 내려가는 연봉이 너무나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내며 산객의 마음을 빼앗아 가고 있다.
생각보다 많이 내린 눈으로 인해 마음은 벌써 어린 동심으로 돌아가 있지만 현실을 체험하고 있는 발바닥에서는 벌써부터 오늘 하루의 고통을 호소하는 듯 하다.
하지만 어렵고 고통스럽다면 그때가서 생각할 일이고 지금은 그저 가슴에 담아 두고 시작하는 멋진 심설의 겨울 풍경이 단지 아름답게만 다가온다.
49번 지방도로를 타고 ㅇ우측을 올려다 보니 저 멀리 우직하면서도 늠름한 봉우리가 솟아있고 처음에는 각호산이 아닐까 생각 해 보지만 각호산은 능선에 가려 보이지 않고 각호산에서 북동쪽으로 가지치며 흘러 내려간 배걸이봉 지난 1031봉쯤 되어 보이는 봉우리이다.
2년전 여름, 홀로 물한계곡에서 각호산을 오르며 등로를 잃고 헤매이다 저곳 가까이까지 갔다 어렵게 배걸이봉을 찾아 각호산에서 민주지산과 석기봉을 거쳐 삼도봉까지 걸었던 추억에 잠시 젖어 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여름의 푸르름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순백의 겨울 맛을 전해주는 순간이다.
잠시 안전 로프를 타고 조금 더 오르니 저 멀리 팔각정이 보이고 그곳에 올라 바라보니 상용정이란 현판이 걸려 있다.
이제서야 도마령에 세워져 있던 상용정 840미터란 이정표의 뜻을 알 것 같다는 느낌이다.
충북 영동군 상촌면 고자리와 용화면 조동리를 잇는 해발 840m의 도마령 고개에 위치한 상용정은 전통팔각정의 단청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 곳을 오르는 등산객들과 49번 지방도로를 지나다니는 차량운전자들에게 안락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세워졌다.
상용정 주위에는 전망대와 주차장이 갖춰져 있으며 남으로는 각호산, 민주지산, 석기봉, 삼도봉, 덕유산으로 이어지고 북으로는 천마산, 삼봉산이 그리고 서쪽 산 아래 조동마을에는 민주지산자연휴양림이 자리하고 있어 길손들의 휴식처로 유용하게 이용되게 세워져 있다.
그 상용정 뒤로 천만산을 찾아보지만 그 앞에 버티고 서 있는 973봉에 가려 천만산의 모습도 아쉽지만 보이지 않는다.
상용정에서 잠시 더 오르니 무인산불감시초소가 덩그런히 놓여 있고 그곳을 지나 등로 우측으로 무주쪽을 바라보니 그곳에 천상천하 일망무제가 열려 있다.
잡목이 우거진 좌측으로 희미하게 덕유산 자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그 우측으로 돌아가며 무주 뒤로 백운산이 우뚝하다.
그 백운사 뒷쪽으로 적성산 자락도 조금씩 고개를 내밀고 있지만 그 앞에 버티고 서 있는 백운산 자락에 가려 더 높이 올라야만이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듯 하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멋진 조망이 벌써 산객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잠시 멋진 조망으로 산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등로가 갑자기 가파라지기 시작하면서 잡목들로 인해 조망을 가리고 주위에 피어난 설화에 눈길을 빼앗기 시작한다.
발목 이상으로 빠지는 눈길속에 주위를 둘러보면 그 어디를 보더라도 모두 겨울 풍경화가 되어 살아나고 있다.
오르다 지치면 잠시 쉬어가고 또 쉬다가 땀방울이 식으며 한기가 돌면 오르며 몸을 뜨겁게 달구면 되는 시간이다.
오랫만에 여유롭게 즐기며 한겨울 심설 산행에 푹 빠져 보는 시간의 여유로움도 즐겨 본다.
몇번의 가파른 언덕과 평이한 능선을 타고 그저 밀리는 대로 오르다 보니 어느덧 각호산 정상부 근처까지 오르게 되고 갑자기 하늘이 열리면서 눈이 부실 정도의 아름다운 조망이 펼쳐지고 있다.
그 바위 전망대에서 잠시 쉬어가며 주위 풍경을 감상하고 솟아 오른 봉우리마다 그 이름을 찾아 불러주는 시간도 가져 본다.
남서쪽으로 무주의 설천을 지나 좌측 중앙 저 멀리 덕유산 향적봉과 스키장이 희미하게 들어오고 그 능선을 타고 우측으로 돌아가며 적상산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앞에 버티고 서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백운산의 위용에 가려져 있다.
남쪽으로는 중천에 떠 오른 태양 빛을 받아 반짝이는 이제부터 올라야 할 민주지산과 그 뒤로 석기봉의 뾰족봉이 끝없는 산그리메를 이루며 이어지고 어서오라 산객을 유혹하고 있다.
몇번인가 올랐으면서도 이렇게 멋진 조망을 만나지 못했기에 한동안 머물며 그 그리움을 모두 채워보는 시간도 가져 본다.
꼬불꼬불 파충류의 몸짓을 닮아 여린듯 강인하게 뻗어 나간 그 산줄기 끝자락엔 그렇게도 그립게 찾았던 삼도봉이 평온하고도 무심한듯 자리하고 있다.
저곳에 올라 이곳을 바라보며 감탄사 한번 던져야만 오늘도 하루가 저물어 갈 것이다.
늘 아름답고 멋진 조망에만 취할 수 없기에 다시 완만한 등로를 타고 오르니 그곳에 다시 천상의 화원이 펼쳐져 있다.
화려한 빛깔이 없더라도 단지 하나로 된 흰색의 단조로움으로 이렇게 아름다움 몸짓을 만들어 내는 자연이 있기에 그 강렬한 한겨울 찬바람을 뚫고 다시 올라 즐기려는지도 모를 일이다.
무르익어가는 탐스러운 눈꽃도 아니고 강력한 겨울 찬바람을 이기도 새롭게 태어난 인동초 같은 상고대는 아니지만 처음 만들어 내는 겨울의 선물이기에 그 무엇보다도 더 소중하고 황홀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바위 전망대쪽으로 조금 더 이동해 서쪽을 바라보니 49번 지방도로를 타고 깊은 골짜기가 형성되어 있고 그 뒤로 천마령과 백하산 그리고 양각산쪽으로 이어지는 멋진 산그리메가 펼쳐져 있다.
그 북쪽으로는 영동의 명산인 천태산도 보이고 저 멀리 충남의 제일봉인 서대산까지 거침없는 조망이다.
금산의 진악산과 그 아래로 내려오며 금남정맥을 이루는 운장산과 호남알프스의 구봉산까지 시원하다.
그 무슨 말로 이 아름다운 풍경과 조망을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이제 바위 전망대 위에 피어난 눈꽃을 타고 저 멀리 먼쪽의 산들을 구경해 본다.
백하산과 양각산 넘어 저 멀리 좌측 끝으로 운장산이 보이고 우측으로 돌아 올라가며 진악산과 천태산 그리고 서대산이 그 봉우리에 하얀 꼬깔모자를 쓰고 웃고 있다.
모두 올랐던 산들이기에 짧은 시간이지만 그 산들과의 추억을 더듬어 보는 시간도 가져 본다.
조금 가까이에 있는 무주쪽 마을과 그 주위에 펼쳐져 있는 산군들을 담아 본다.
백운산과 적상산의 서쪽 끝자락이 무주쪽 마을로 그 꼬리를 내리고 그 뒤 저 멀리 금남정맥의 시작점인 운장과 구봉산이 조금 더 선명하게 그 존재감을 알린다.
존재하는 산 이름을 모르면 어떻고 또 올라보지 않았던들 어떻던가.
그저 이 시간 이곳에 올라 바라보며 즐기고 가슴속 깊이 담아가면 그것으로 족한 것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정상쪽으로 옮기며 진행하니 이제는 조망이 아닌 등로 옆에 피어난 탐스런 눈꽃이 발길을 잡는다.
강한 바람으로 인해 많은 눈들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지 못하고 떨어진 반면 이곳 눈들은 아직 원형 그대로 나뭇가지에 매달려 강렬한 햇살에 밝게 빛나고 있다.
그 아름다운 눈꽃 저 멀리 희미하게 민주지산과 석기봉으로 이어지는 등로가 아련하다.
그 눈꽃 터널을 넘어 봉우리 하나를 넘자 바로 눈 앞에 바위로 이뤄진 각호산이 나타나고 그곳에는 이미 많은 등산객들로 붐비고 있다.
각호산은 충북의 최남단인 영동군 상촌면과 용화면의 경계지점에 위치한 산으로 산간오지에 있어 찾는 사람이 드물었으나 최근에 들어 민주지산을 거쳐 삼도봉까지 등로가 생기면서 제법 그 유명세를 타고 있는 두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는 산이다.
이 각호산에 얽힌 전설도 많은데 하나는 각호산에 뿔이 달린 호랑이가 살아서 각호산이란 이름이 생겼다는 설과 또 다른 전설은 이 각호산 정상석이 있는 바위봉우리와 건너편에 있는 농바위 사이가 V자 모양을 하고 있어 옛 디딜방아를 받치는 쌀개모양이라서 쌀개봉이란 설도 있다.
어렵게 바위에 매달린 짧은 직벽을 넘어 바위로 이뤄진 각호산 정상에 올라 사진 한장 남겨 본다.
너무 많은 등산객들로 붐비기에 많이 머무를 수가 없어 사진 한장 남기고는 곧바로 나와 잠시 주위 풍경을 조망해 본다.
역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멋진 산그리메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각호산 정상석을 좌측에 두고 뒤로 돌아 나와 북쪽을 바라보니 백화산의 한성봉과 주행봉으로 이어지는 미끈한 산세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 뒤쪽으로 지난 3년전 고통속에 완주했던 충북알프스의 묘봉과 상학봉 능선에서 문장대를 거쳐 천왕봉에 이르렀다 형제봉을 지나 구병산으로 꺽어지는 장쾌한 능선이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이렇게 먼 곳에 있는 각호산에 올라 속리산 주능선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시간이기도 하다.
속리산을 한동안 조망한 후 눈을 돌려 북동쪽을 바라보니 꿈에도 잊지 못할 거대한 백두대간 마루금이 중간에 봉황산과 백학산을 들어 올리고 우측 가까운 곳에 김천의 황학산을 빚어 놓았다.
저곳에 올라 이곳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던 몇년전 추억에 잠겨 잠시 그날을 생각해 본다.
직지사를 통해 올랐다 오늘처럼 끝없이 펼쳐진 산그리메를 바라보며 백두대간 마루금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던 곳이기에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산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조금 더 동쪽으로 눈의 앵글을 맞추니 김천의 황학산이 아주 가깝게 자리하고 그 사이에 고갯마루를 만들어 우두령과 추풍령으로 내려 앉힌 모습 또한 뚜렷하다.
이제 각호산에서 내렸다 올라야 할 배걸이봉 갈림 무명봉이 바로 눈 앞에 버티고 서 있고 그 넘어 푸른 하늘에 맞닿아 있는 백두대간 마루금에 시선을 고정 시킨 후 움직일 수 없다.
그리움인지 아쉬움인지, 그저 바라만 보다 떠나야 할 산객의 발걸음이 무겁게 내려 앉는 시간이다.
이제 앞으로 발자국을 찍으며 걸어 가야 할 민주지산 능선을 담아 본다.
벌써 한겨울의 강렬한 태양은 민주지산 주능선의 한가운데로 떠 올라 머물며 뚜렷한 모습을 감추고 있다.
민주지산으로 진행해야 할 능선 중간에 제법 그 높이를 자랑하는 무명봉이 우뚝하고 우측 뾰족하게 튀어 오른 민주지산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으며 그 뒤 저 멀리 좌측으로 또 다른 뾰족봉이 얼굴을 내밀며 내 이름은 석기봉이라 시위하는 듯 하다.
암봉으로 이루워진 그 석기봉을 지나면 온순한 자태를 내리며 삼도가 만나 화합한다는 화합의 탑이 세워진 삼도봉으로 흐르고 있다.
덕유산 자락을 지나 우측으로 눈을 돌리니 무주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그 뒤를 병풍처럼 막고 있는 백운산과 그 뒤에 바짝 붙어 우측 끝자락만 내밀고 있는 적상산 자락도 살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좌측으로 덕유의 끝자락도 조금 그 모습이 드러나고 그곳을 지나 저 멀리 우측으로 흐르는 보일듯 말듯한 금남호남정맥의 마루금도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저 곳 팔공산 헬기장에 올라 이곳 민주지산까지 바라봤었는데 이곳에서 진안의 팔공산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제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각호산 암봉을 내려와 잠시 안전 로프를 타고 직벽을 내려오니 또 다른 직벽이 기다리고 잠시 주춤하는 사이 쌀개봉이란 이름을 달게 해준 두 암봉 사이의 V자형 계곡을 담아 본다.
많은 눈이 내려 골짜기에 하얀 눈이 쌓이고 그 양쪽에는 거대 검은색 바위가 자리하며 또 다른 멋을 알려 주고 있다.
중앙의 공간에 떠 있는 파란 하늘과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하얀 눈꽃이 정말 환상이다.
암벽에 매달려 있는 로프를 타고 조심스럽게 내려간 후 다시 무명봉으로 오르자 현재위치 각호산 아래 황룡사 갈림 이정표가 서 있고 그곳에서 좌측 황룡사 가는 길을 버리고 우측 민주지산 능선을 타고 진행한다.
다시 눈 앞에 민주지산 능선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그 풍경을 담은 후 내려가니 눈과 바람이 만들어 놓은 최고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앞서 진행했던 산우님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허리까지 빠지는 눈속을 걸어 본다.
다시 계속 전진하니 황룡사로 빠지는 십자로 갈림길 이정표를 만나고 조금 더 진행한 후 뒤돌아 보니 그곳에 너무나 아름다운 각호산의 두 암봉이 화려하게 춤을 추듯 서 있다.
푸르른 날엔 그 푸르름에 취하고 또 오늘퍼럼 민둥의 날씨엔 하얀 백설을 뒤집어 쓴 그 황량함에 취하는 곳이 바로 이곳 민주지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간다.
그저 바라보고 가슴속 깊이 그 정취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다.
다시 산우님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발목 위까지 빠지는 눈속을 어렵게 걸으며 진행하니 무명봉에 도착하고 잠시 주위 풍경을 돌아 본다.
등로 좌측으로 시원하게 남북으로 뻗어 있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심금을 울리고 등로 앞쪽으로는 소나무 솔잎 위에 그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울만큼 많은 눈이 쌓여 얼으며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저 보이는 곳에 카메라 앵글을 대고 누르기만 하면 모두 작품이 되는 그런 시간이다.
등로 좌측으로 저 멀리 김천의 황학산이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다.
김천 시내를 돌아 직지사로 오르면 그곳을 통해 신선봉으로 올랐다 백두대간 마루금을 타고 진행하며 이곳 민주지산 능선을 바라보고 환상을 노래했던 황학산, 특히나 바로 발 아래 숨어 있는 직지사와 드넓은 평야를 이루고 있는 김천의 비닐하우스를 바라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민초들의 세상이 아닌 아주 특별한 삶이 숨어 있을듯한 그런 곳이기도 하다.
이제 조금은 고도를 높였던 무명봉을 지나자 바람이 잔잔해지는 곳에서는 제대로 된 눈꽃이 피어 산객들의 발걸음을 잡고 있다.
눈이 내리며 기온이 급강하해 내린 눈이 소슬바람에도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제대로 된 눈꽃이 없었는데 바람이 머물다 약해지는 고도가 높은 곳에서는 그대로 나뭇가지에 남아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운 눈꽃 세상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눈이 내리고 기온도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여 제대로 된 상고대가 만들어질때 오르면 어느곳에 오른다 해도 그 아름다운 모습을 만날 수 있겠지만 오늘은 그 첫번째 날이기에 이렇게 멋진 눈꽃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이제 시간도 많이 흘러 모두 허기를 느끼기 시작하고 점심식사를 할 만한 장소를 찾아 진행하지만 그 대인원이 모두 모여 식사하기에도 어려움이 가중된다.
그래도 등로 주위에 피어 난 아름다운 눈꽃은 더욱 화려하게 몸치장을 하고 산객들을 반겨주니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몇장의 사진으로 다시 남겨 본다.
지금까지 만났던 눈꽃과는 다른 모습의 멋진 풍경이다.
119표지판에 민주지산 제7지점이란 안내판을 지난 좁지만 긴 공터에 앉아 우리들만의 상차림으로 맛난 점심식사를 즐겨 본다.
한동안 식사를 즐기다 보니 한명 두명 후미들도 도착하고 차례로 식사를 즐기는 사이 삼도봉까지 가려는 선두조는 먼저 배낭 둘러메고 출발한다.
다시 눈꽃 세상에 취해 진행하다 보니 등로 우측 아래에 대피소가 보이고 그 들어가는 입구에는 대피소입구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대피소입구를 지나 진행하니 금새 다시 등로 우측으로 휴양림갈림길 이정표가 서 있고 그곳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 등로를 따르니 금새 민주지산 정상이다.
정상에 올라 제일 먼저 지나온 등로를 살펴보니 그곳에 또 다른 천상의 화원이 펼쳐져 있다.
어렵게 올랐던 무명봉과 그 뒤로 두개의 암봉을 가지고 있는 각호산이 하얀 포목을 온몸에 감싸고 아주 부드럽게 누워 있다.
한여름의 푸르름과는 다른 맛과 멋으로 우리들 산객의 가슴속으로 파고 드는 시간이다.
앞으로 진행해야 할 석기봉의 뾰족탑이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흐르다 그 높이를 솟구쳐 산객들을 압도하고 다시 부드러운 등로를 만들어 삼도봉을 빗어 놓고 있다.
아무리 둘러보고 응시해 봐도 질리지 않는 너무나 멋들어진 풍경이다.
그저 늘 이런 풍경을 바라보며 백지의 마음으로 가지고 있는 모든 욕심을 버리고 살아 갈 수는 없는 것인지...
많은 시간 지체하며 기다렸다 조금은 한산해진 틈을 이용해 민주지산 정상의 정상석을 담아 본다.
많은 산객들이 민주지산이란 이름을 들으며 생각하는 것은 특이한 그 이름일 것이다.
민주지산의 민자는 산맥을 뜻하고 주자는 두루 혹은 둘레를 뜻하므로 민주지산 정상에 오르면 각호산과 석기봉 및 삼도봉을 비롯해 주변의 연봉들을 두루 굽어볼 수 있는 첩첩산중에 둘러싸인 산이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말이 필요없는 일망무제 그 자체이다.
북동쪽으로 뻗어 올라간 백두대간 마루금이 중간에 김천의 황학산이란 거대 봉우리를 올렸다가 내려 세우곤 다시 저 멀리 속리산으로 이어지며 끝없는 산그리메를 남겨 산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고 있다.
하얀 설탕을 뿌려 놓은듯 햇살에 반짝이는 산하 역시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이기에 마음껏 추억을 만들어 가슴속 깊이 쌓아 두기 바쁜 시간이다.
다시 올라야 할 석기봉과 삼도봉을 조금 더 가깝게 담아보니 그 높이로 산객들을 압도하면서도 부드러운 능선이 발길을 자꾸만 끌어 당기고 있다.
한동안 민주지산 정상에서 주위 풍경을 조망한 후 내북마을과 불대마을 갈림 이정표가 있는 안부를 지나 암봉을 좌측으로 우회하며 진행하니 좌측 물한계곡으로 하산 할 수 있는 쪽새골 갈림 이정표가 서 있고 다시 조금 더 진행하니 또 다른 한산로가 물한계곡쪽으로 나 있다.
그렇게 진행하다 만나는 등로 위 눈꽃을 담으며 조금은 빡빡하게 걸음걸이를 재촉해 본다.
잡목 사이로 얼비춘 뾰족탑처럼 생긴 석기봉을 담으며 진행하니 이제 석기봉 0.2 Km 남았다는 이정표를 지나 민주지산 석기봉 삼신상 안내판이 서 있다.
천지인을 말하는 삼신의 이름이 붙은 삼신상은 석기봉에서 서남쪽으로 50여미터 아래 경사진 암반에 높이 6미터 폭 2미터 크기로 양각된 삼신상과 일신삼두상이 있어 이를 이르는 말이다.
눈으로 덮혀 있어 그 양각은 보지 못하고 진행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이제 석기봉으로 올라야 하지만 몇통의 전화가 와 통화하다 보니 이 산객만 너무 늦어 석기봉 정상으로 오르지 못하고 우회로를 통해 빠르게 진행하니 선두로 갔던 산우님들이 벌써 석기봉을 구경한 후 내려오고 있다.
그곳 석기봉 정상에서 지나 온 암봉과 민주지산 그리고 각호산 방면을 담아 보니 환상이다.
시간이 없어 담지 못한 사진을 함께한 바다사랑 아우님의 사진으로 대신해 본다.
석기봉 우회등로와 정상에서 내려오는 등로가 만나는 암봉에서 석기봉 정상을 올려다 보며 담아 본 모습이다.
바위로 이뤄진 석기봉 정상, 쌀겨처럼 생겼다 하여 쌀개봉이라 불려졌기에 석기봉이란 이름이 유래되어 있는 기묘한 모습의 이 바위산은 주위 전망이 일품이다.
황악산이 북동으로 바로 보이고 동남으로는 가야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와 있으며 서남으로는 금남호남정맥상의 뾰족한 마이산 두 귀가 선명하게 바라다 보인다.
남동쪽으로 내려가야 할 삼도봉 능선이 아주 부드럽게 누워 산객들을 부르고 있다.
그 능선 저 멀리 우측으로 합천의 가야산이 우뚝하고 좌측으로 돌아가며 대구의 팔공산이 손짓하듯 다가서 있다.
그 사이를 메우고 있는 올망졸망한 나즈막한 산그리메가 환상을 노래하는 시간, 오늘 이 시간이 이대로 멈추기를 바라는 것은 단지 나만의 생각일련지...
삼도봉 우측으로는 대덕산을 지나 덕유산으로 달려 내려가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시원하게 뻗어 있고 그 마루금 저 멀리 조근은 가깝게 다가와 있는 좌측 중앙 저 멀리 가야산과 우측으로 거창의 의상봉과 숙성산들도 가물거리지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가만히 살펴보니 지난 3년전 환상의 상고대를 만났던 수도산에서 단지봉과 두리봉을 거쳐 가야산까지 이어진 종주 코스가 백두대간 마루금 저 멀리 우뚝 병풍처럼 솟아 그 옛날 추억을 뒤살리고 있다.
너무나 황홀한 추억과 조망이 아닐 수 없다.
정남쪽으로는 황강과 거창을 좌측에 두고 덕유산이 빤히 저 멀리 보이고 그 뒤로 함양의 진산들인 금원 기백 거망 그리고 황석산이 햇살이 비춰 희미하지만 그 존재감은 확실이 알려 주고 있다.
그곳 역시 오래전 종주 산행을 하면서 내리는 눈과 박무로 인해 제대로 된 조망한 번 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 곳이기에 오늘 이곳에서 그 안타까웠던 마음을 달래 본다.
강한 오후 햇살로 인해 희미한 덕유산을 지나 남서쪽으로 눈을 돌리니 그곳에 또 다른 별세상이 펼쳐져 있다.
무주의 적상산이 가깝게 자리하고 그 뒤 저 멀리 호남알프스의 구봉산과 운장산 그리고 연석산이 코 앞이다.
다만 이곳에서 바라보면 마이산도 보인다기에 열심히 마이산을 찾아 보지만 찾는 마이산은 보이지 않아 아쉽다.
떠나기 아쉬워 바로 발 밑에 펼쳐진 눈 세상을 다시 한번 담아 본다.
온 세상의 영욕을 감추듯 그렇게 하얀 세상으로 다시 태어난 산하에 경의를 표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내려가야 하는 등로가 눈꽃 세상 좌측으로 열려 있고 그 등로를 타고 뒷모습만 남긴 채 저 멀리 종주대가 달아나고 있다.
이제 아쉬움이 남아도 떠나야 하는 시간, 직감적으로 삼도봉까지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내려가다 등로 우측을 바라보니 암벽 위에 하얀 눈이 쌓여 있고 그 암벽 위 저 멀리 외롭게 소나무 한그루가 살아 세상을 굽어 보고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 그 환경에 맞춰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모습에 경의를 표하는 시간이다.
그저 아름답고 멋스럽다는 말과 표현만으로는 많이 부족하지만 표현할 방법이 없으니 그저 가슴에 담을 수 밖에 없다.
석기봉에서 내려오니 등로 좌측에 팔각정 하나가 서 있다.
늘 저 팔각정을 보며 생각해 보는 것은 조망도 없고 잘 보이지도 않는 저 후미진 곳에 왜 저런 팔각정을 세웠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는 올라 휴식을 취하고 또 누군가는 맛난 식사를 즐기는 곳으로 남겨지겠지만 이왕 만들어 세운다면 조금 더 많은 등산객들이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조망이라도 즐길 수 있는 곳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석기봉에서 내려 와 은주암골 갈림 삼거리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3시 20여분, 삼도봉과 삼마골재까지 들렸다 물한계곡으로 하산하면서 오후 4시 30분까지 도착한다는 것이 무리란 판단에 이곳에서 은주암골을 타고 물한계곡으로 하산을 결정한다.
아주 가파른 내리막 등로 위에 내려 쌓인 눈이 다져지지 않아 무척 미끄럽고 때로는 엉덩방아 썰매를 타기도 하고 또 때로는 호랑나미 춤을 추면서 안전로프를 타고 어렵게 내려가 본다.
발목 위로 빠지는 눈속에 종주대가 지나야 할 등로 한줄기만이 열려있는 눈 세상이다.
한동안 그 가파른 내리막 등로를 타고 내려오니 아쉽게도 들리지 못하고 진행한 삼도봉에서의 하산 등로와 만나는 삼거리에 도착해 이정표 하나를 담아 본다.
늘 이곳 민주지산에 올랐다 삼마골재에서 물한계곡으로 내려오곤 했는데 오늘은 그곳에 들리지 못하고 석기봉에서 내려오다 아쉬운 눈길로 삼도봉쪽 하산 등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산은 늘 그곳에 있으니 마음이 변해 내려오고 싶으며 언제든 다시 내려오면 될 것이다.
이제 넓은 임도에 수북히 쌓인 눈을 밟으며 낙엽송 지대와 잣나무 숲을 지나니 현재위치 잣나무숲 이정표를 만난다.
임도 우측으로는 청정계곡인 물한계곡이 청아하게 흐르지만 수량도 줄어들고 눈이 내려 그 물줄기까지 감춰 버렸으니 상상으로만 그 아름다움을 바라본다.
이제 물한계곡 주차장이 가까워지고 허기진 뱃속에서 벌써부터 식탐이 발동되어 허기를 부채질 하고 있다.
우측으로 황룡사가 보이지만 몇번 들렸던 곳이기에 오늘은 참고 내려가 진행자들이 준비한 삼도봉 식당에서 맛난 송어회를 시켜 놓고 이슬이 한잔 나누며 오랫만에 즐거운 담소를 나눠 본다.
이렇게 만나 산행도 즐기고 또 맛난 먹거리를 나누며 부댓기며 살아가는 것이 삶의 일부인 것을 무엇이 그리 홀로 떠나는 시간을 만들었는지...
그래도 개인적으로 약속하고 진행하던 산행이 있으니 그 대단원의 막을 무사히 내릴때까지는 조금 아쉬움이 남더라도 홀로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 이곳 울타리에 남아 내년부터라도 또 늘 함께하는 시간이였으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올해 들어 첫 심설 산행에 대한 소감을 마무리 한다.
함께한 온누리 산우님들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2011년 신묘면의 신고식을 무탈하게 마친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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