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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충청도 산

제천 십자봉과 백운산 연계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10.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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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강원도 원주시와 충청북도 제천시 경계의 십자봉과 백운산 그리고 덕동계곡 일대

산행일자 : 2010년 08월 10일 (화요일)

산행날씨 : 점심부터 짙은 안개 후 저녁부터 뎬무 태풍 영향으로 강한 비 내리던 날씨

행온도 : 영상 22도에서 영상 31도

산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산행코스 : 덕동리 원덕동 주차장-원덕교-덕동리 마을회관-덕동계곡-마지막 민가-낙엽송 조림지-

               생태관찰로 갈림 삼거리-무명봉 왕소나무-비포장 임도-배재갈림 무명봉-헬기장-

               십자봉(촉새봉, 985봉)-원덕동 갈림 삼거리-971 돌탑봉-산촌마을 갈림 삼거리-

               대양안치 갈림 삼거리-대양안치쪽으로 약 500미터 알바-대양안치 갈림길로 복귀-

               오두치(덕동임도 및 흥업면 갈림 사거리)-오두봉 헬기장(966.6봉)-

               상학동 임도 갈림 삼거리-백운산 긴급구조 3번 이정목-백운산 긴급구조 2번 이정목-

               백운산 휴양림 갈림 사거리(순환임도 갈림길)-백운산 정상(1087봉)-순환임도 갈림길-

               순환임도 0.3 Km 이정표-순환임도(상학동 삼거리 0.7 Km 이정표)-

               이정표(백운산 3.4 Km, 덕동리 4.2 Km)-십자봉 6.9 Km 이정표-입산통제 바리게이트-

               상학동 약초 농원-마지막 농가-덕동리 원덕동 주차장(백운산 7.6 Km 및 9.9 Km 이정표)-

               산행종료

산행거리 : 총 약 21.00 Km

산행시간 : 약 06시간 40분 (13시 00분부터 19시 40분 까지 조금은 빡쎄게)

교통편 : 애마 이용 (출장 중 들려 산행 후 귀가)

 

 

아직 다 버리지 못한 욕심으로 짧은 시간에 비 맞으며 십자봉과 백운산 및 덕동계곡을 돌아본 하루

 

 

오늘도 충북쪽에 일이 생겨 새벽같이 집을 나선다.

덴무라는 태풍이 올라온다는데 그래도 일찍 일이 끝나면 어디든 다녀오고픈 마음에 간단히 배낭을 꾸려 애마 트렁크에 넣는다.

진천에서 일 보고 제천으로 옮겨 간단히 일을 끝내니 12시가 가까워 오고 마음만 바쁘게 덕동계곡으로 향한다.

덕동계곡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도시락을 부탁해 예비 먹거리까지 준비하니 비가 내린다 한들 걱정거리가 없다.

갈수록 첩첩산중의 좁아지는 도로를 타고 덕동리 원덕동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미 몇대의 대형버스에서 쏫아낸 많은 여행객들인지 등산객들이 자리를 잡고 이슬이와 닭안주를 비우고 있다.

이곳에 올때까지만 해도 간단히 백운산에만 다녀오자 마음먹고 들어 왔는데 애마를 주차시키는 순간 마음이 변해 십자봉을 생각해 본다.

병중의 병이 다시 도진 것이다. 

 

청정계곡으로 은둔의 땅이라 알고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많은 민박집들로 인해 약간은 당황했지만 그래도 자연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노력이 곳곳에 보여 다행이란 생각이다.

안개인지 구름이 낮게 깔리며 주위 산군들은 모두 숨겨 놓은 시간, 동네 주민에게 십자봉 들머리를 묻고 백운산까지 산행시간 및 등로를 확인하니 오후 1시인 지금 올라가는 것은 무리라며 많은 등산객들이 등로를 잘못 찾아 강원도 원주로 내려가는 일이 많으니 조심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으신다.

 

백운산을 찾아 덕동계곡쪽으로 애마를 달리며 보이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몇장 찍어 본다.

한적한 시골이 비가 내리며 더욱 스산한 도로가 되어 간다.

저 멀리 보이는 안개속 봉우리는 혹시 십자봉과 연결된 삼봉산쪽 산줄기는 아닐까 생각되는 봉우리이다.

 

덕동계곡 들어가는 삼거리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꼬부랑 도로로 접어들며 덕동계곡 이정석을 담아 본다.

덕동계곡, 원주와 제천의 경계를 이루는 백운산(1087봉)과 십자봉(984.8봉)에서 발원하여 원덕동까지 5㎞에 걸쳐 흐르는 계곡으로 주변의 용하구곡이나 송계계곡에 비하면 규모도 작고 유명도도 떨어지지만 아름다운 기암과 울창한 숲 그리고 차고 깨끗한 물은 그 어느 곳에 못지 않게 아름다운 자연미가 살아있는 계곡이다.

구수애 마을을 흐르는 계곡 한복판에 아들바위가 있는데 예로부터 마을 젊은이들이 그 바위를 향해 돌을 던져 바위 위에 잘 얹히면 그 사람은 결혼을 하여 아들을 낳는다는 유래가 전하는 바위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좁은 도로가 꼬부랑 도로로 바뀌면서 좌측으로 흐르는 덕동계곡의 맑은 물이 그리워질 쯤 산행 들머리가 가까워져 오고 좌측으로 작은 다리를 건너 덕동생태숲이 조성되어 있다.

중부 내륙에 위치한 백운산 자락은 전형적인 산촌마을로서 치악산 남대봉에서 남서쪽으로 갈라쳐 내려온 백운산을 모산으로 삼봉산, 또 다른 백운산, 구학산, 시랑산 및 십자봉이 마치 성곽처럼 둘러쳐진 명소로서 특히 맑고 깨끗한 덕동계곡이 있어 여름철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되였다.

특히 동식물자원 등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진 곳이기에 지자체에서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휴양공간으로 조성한 것이 바로 덕동생태숲이란 설명이 새롭게 다가온다.

 

그렇게 여유롭게 덕동리 원덕동 마을에 도착 해 느티나무 산회 앞 마당에 주차시키고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간단히 산행 준비 후 나침판을 찾으니 보이지 않는다.

걱정이 태산같이 밀려온다.

나침판도 없이 어찌 산행을 해야 할지...

 

그래도 있는 것만 배낭에 넣고 출발하니 정확히 오후 1시, 생각보다 들어간 것이 없기에 배낭이 무척 가볍게 느껴진다.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타고 들어가니 삼거리에 이정표가 서 있고 백운산 등산안내도도 보인다.

잠시 고민하다 백운산 9.9 Km 이정표 쪽으로 진행하다 좌측 십자봉부터 오르자 마음먹고 출발이다.

하지만 추랄하면서도 나침판도 없고 또 이곳에서 백운산 정상까지 편도가 9.9 Km이면 십자봉 들렸다 다시 내려오는 길은 참으로 멀게만 느껴지기에 제한된 시간에 조금은 빡세게 진행해 본다.

 

이정표를 지나 덕동계곡 위다리를 지나며 똑딱이에 담아 본다.

덕동계곡은 이곳 백운산에서 내려오는 지류와 이 산객이 오르려 하는 좌측의 십자봉쪽 계곡에서 내려오는 지류가 합쳐 만들어진 계곡이라 생각된다.

넓지 않은 작은 계곡이지만 계곡물만큼은 맑고 깨끗하게 보이는, 가족 나들이에는 최고의 곳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계속 포장도로를 타고 오르니 많은 민박집들을 지나고 통나무로 만들어진 덕동리 마을회관도 통과해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 작은 언덕으로 오른다.

안개로 인해 조망이 없기에 아쉬움이 있지만 오늘이 아니면 쉽게 만날 수 없는 풍경이기에 바쁜 시간에도 몇장의 사진으로 나겨 본다.

겨울에 아주 조망이 좋은 날 다시 한번 들려 보리라 마음 먹어 본다.

 

다시 한동안 진행하니 저 앞에 마지막 민가 두채가 보이고 그 앞에 좌측으로 민가 한채가 더 보이며 그곳으로 작은 다리 하나가 보인다.

나침판이 없고 정확한 지도를 가지지는 못했지만 느낌상 좌측으로 올라 능선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좌회전 해 오른다.

마지막 민가에서 등산로에 대해 물어 보지만 잘 알지 못하고 자꾸만 백운산쪽으로 많이 올라간다는 이야기만 해 주신다.

그 마지막 민가를 좌측에 두고 올라 낙엽송이 식재된 지대를 지나니 희미한 등로는 마른 계곡의 너덜길을 통해 오르게 되어 있다.

온몸에 상채기를 내며 어렵게 그 낙엽송이 식재된 지대를 지나니 등로가 사라지고 다시 잡목들로 인해 무수한 작은 상처를 남기며 어렵게 능선으로 오른다.

 

어느 정도 땀방울 흘리며 주능선으로 어렵게 오르니 잠시 안개가 벗어지며 올라야 할 능선을 잠시 찰나 보여준다.

좌측 십자봉 능선에서 백운산으로 진행하며 만나야 할 오두치라 생각되는 낮은 안부가 눈에 들어오고 그곳으로 연결된 덕동계곡의 지류가 짙은 관목에 숨어 있다.

생각보다 깊고 높은 산세에 갑자기 인제쪽 방태산이 생각나는 것은 왠일인지...

 

이제 주능선에 접어 들어 제법 나 있는 등로를 타고 진행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는 가랑비와 지난밤 내린 빗방울이 잡목과 잡풀의 잎새에 모였다가 산객이 지나자 모두 굴러 떨어져 등산화속으로 빨려 들어 오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자연미를 간직한 등로와 간간히 불어주는 바람이 산행에는 좋은 기분으로 다가오지만 온몸에 상채기를 내는 잡목과 온몸을 적시는 빗방울은 오늘 산행의 복병이 되는 듯 하다.

 

조금 더 오르니 등로 바닥에 떨어져 나뒹구는 생태학습로란 이정표가 의아해 잠시 주춤하며 생각해 보니 이곳 덕동리로 오르며 만났던 덕동생태숲이 바로 이곳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미치자 고개가 끄덕거려 진다.

다시 그곳을 지나 삼거리를 만나 우회전하며 완만한 등로를 타고 오르니 여전히 이정표에는 생태관찰로와 관계있는 단어들로 가득차 있고 비포장 임도가 나타난다.

이 비포장 임도를 우측으로 타고 잠시 올라 본다.

 

비포장 임도를 타고 우측으로 올라 두어고비 넘으니 등로는 다시 좌측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곳으로 올라 잡목 사이로 들기 직전 내려다 보니 방금전 산행을 시작한 덕동리 원덕동 마을이 주위에 많은 고봉들을 거느리고 그림처럼 놓여있다.

제법 고도를 느낄만큼 금새 많이도 올라 온 느낌이다.

 

다시눈을 돌려 좌측 북동쪽을 바라보니 오두치 넘어 우측으로 하얀 안개를 이고 있는 백운산 능선이 환상으로 가슴에 내려 앉는다.

결코 쉽지 않은 산행이 될것임을 예감케 하는 산세와 거리 그리고 안개와 태풍이다.

그래도 이렇게 시작을 했으니 좋은 결말을 가지고 돌아가야 하기에 조금은 빠르게 진행해 본다.

오랫만에 두 다리에 느껴지는 뻐근함이 싫지않은 시간이다.

 

그렇게 한발 두발 빠르게 진행하니 생각보다 아름다운 등로가 끝도 없이 펼쳐지고 아기자기한 수많은 무명봉이 반겨주며 산행의 즐거움과 고통을 동시에 안겨 준다.

지금까지 삼봉산에서 올라오는 등로를 타고 진행하다 이제 삼거리를 만나 우측으로 돌아서며 강원도와 충북의 경계를 이루는 등로를 타고 십자봉으로 향한다.

 

나중에 집에 돌아 와 등로를 찾아보니 임도를 타고 진행하다 비닐하우스를 지나 좌측으로 나 있는 십자봉 안내도를 따라 진행한 등로보다 두배 이상 멀게 돌아 올랐던 시간이다.

그래도 홀로 가벼운 배낭을 메고 오르니 걱정보다는 새로운 등로에 대한 기대가 더 많았던 시간이다.

한동안 예쁜 등로를 타고 오르니 잡풀이 무성한 헬기장에 도착하고 등로 좌측으로 조금 열려 있는 원주쪽 양아치 마을을 담아본다.

저곳을 통해 백운산을 올라도 조금은 쉽고 빠르게 오를 수 있는 곳이기에 한동안 가슴에 담아 본다.

 

또한 잡풀 못지 않게 야생화 천국인 헬기장을 넘어 조금은 가파른 된비알 오르니 방금전 쉬었던 헬기장과 그 헬기장으로 연결된 무명봉이 갑자기 밀어 닥친 안개속에 파묻힌다.

제법 높아진 고도에 변화무쌍한 날씨 변화를 몸소 느끼며 남쪽에서 올라오고 있다는 텐무란 태풍으로 인해 무덥지 않은 시원한 산행의 묘미를 만끽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부터 등산화에서는 때지난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더욱 무거워진 등산화의 무게에 조금은 발걸음이 지친듯한 느낌이다.

 

헬기장을 떠난지 얼마 안돼 금새 십자봉 정상에 섰다.

제천시와 원주시에서 세운 정상석이 높이를 다르게 각각 서 있고 그 옆에 이정표도 서 있다.

어렵게 셀카 작동시켜 오랫만에 사진 한장 남겨 본다.

충북 제천과 강원도 원주의 경계에 솟아 있는 십자봉은 서쪽으로 발달한 천은사 계곡이 유명하며 정상에는 바라보는 백운산과 치악산 능선 그리고 남쪽으로 시루봉 능선이 멋지다는데 오늘은 안개와 빗방울이 모든 것을 숨기고 있다.

 

십자봉에서의 시간을 뒤로 하고 다시 백운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바쁘기만 하다.

올 여름 산행 중 가장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오지만 흐르는 땀방울은 여전하고 특히 가랑비와 풀섶에 모여있던 물방울들이 튀기며 온몸은 완전히 젖어 버렸다.

등산화에서는 더욱 강렬한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고 그렇게 한동안 내리막 등로를 타고 내려가니 원덕동 1.3 Km 란 이정표가 서 있다.

마음 같아서는 이곳에서 포기하고 내려가고픈 유혹이 있지만 언제 다시 오를 수 있을지 기약이 없기에 발걸음은 계속 진행한다.

 

다시 등로 주위에 피어 있는 수많은 야생화를 눈으로만 즐기며 자연미가 살아 있는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자연 그대로 태어났다 죽어 다시 흙으로 돌아가려는 고사목 한그루를 만나 진행하지 못하고 사진 한장 남긴다.

오랜 세월 이곳 깊은 산속에서 태어나 그 명을 다하고 새로운 생명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정신없이 진행하니 어느덧 나즈막한 봉우리에 도착하고 살펴보니 작은양아치와 산촌마을 하산 갈림 봉우리이다.

누군가가 친절하게 작은양아치 이정표 밑에 백운산이라 적어 놓아 조금은 편안하게 등로를 타고 우측으로 꺽어 진행 할 수 있었다.

누가 저렇게 돌탑을 쌓기 시작했으며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궁금하지만 지체 할 시간이 없기에 다시 가파른 내리막 등로를 타고 빠르게 971봉인 돌탑봉을 떠난다.

 

고도를 높이면 어김없이 밀려오는 하얀 안개속에 몸을 묻으며 세상과 단절된 홀로하는 시간이 늘어만 간다.

그렇게 정신없이 빠른 걸음걸이로 산행을 이어가니 갑자기 삼거리가 나타나며 모든 이정표는 땅바닥에 떨어져 제 마음대로 나뒹굴고 있다.

한동안 놓여져 있는 이정표를 살펴보다 백운산 이정표가 가운데 있기에 좌측 능선을 타고 진행하다 약간의 알바를 경험한다.

선답자가 놓아 둔 이정표 하나 때문에 수많은 후답자들이 고생할 생각에 제대로 된 이정표를 놓아 두길 진심으로 부탁하는 시간을 가져 본다.

잘 모르면 있는 그대로 놔 두고 진행하면 될 것을 꼭 만지작 거려 후답자들을 애먹이는 일은 없기를...

  

한동안 나무계단을 타고 가파른 내리막 등로를 정신없이 진행하며 어딘지 모르게 내리막 등로를 타고 전진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이 등로가 다른 등로일 것이란 생각은 없었기에 그냥 진행한다. 

하지만 더 멀어진 백운산까지의 거리와 가까워진 대양안치 거리를 보는 순간 알바하고 있음을 깨닭고 곧바로 아까 땅바닥에 나뒹굴던 이정표 있는 삼거리까지 뒤돌아 오른다.

 

내려갔던 등로를 타고 알바 후 뒤돌아 올라오는 길은 참으로 고통스럽고 처참하기 이를데 없다.

후답자들을 생각해 제대로 된 이정표를 가지런히 놓고 잠시 배낭 내려 물 한모금 마신 후 다시 우측 등로를 타고 정신없이 진행한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그저 등로 옆에 피어난 야생화와 자연 그대로의 잡목들 그리고 흐미한 등로 뿐이기에 조망이 없다고 아쉬워 할 이유조차 찾지 못하는 시간이다.

 

더욱 자욱하게 밀려오는 안개를 친구 삼아 그렇게 가랑비속을 뚫고 진행하니 갑자기 하늘이 열리며 넓은 헬기장이 나타난다.

이곳 역시 잡풀들과 야생화가 모든 헬기장을 덮고 산객을 맞이해 준다.

사진 한장 담고 주위를 둘러 보니 두 줄기 등로가 갈려 있지만 어짜피 만날듯한 등로이기에 우측 등로를 타고 다시 능선으로 접어 든다.

 

짙은 안개로 찍는 사진마다 뿌옇게 보여 주위 사물이 하나도 보이는 것이 없어 후레쉬를 끄고 찍으니 보이기는 하지만 흔들려 시원찮은 사진만 남긴다.

똑딱이 이지만 디카에도 많은 빗방울이 묻어 어렵게 우산을 꺼내 받쳐 쓰고 간간히 흔적을 담으며 다시 가파라지는 오르막 등로를 타고 몇번인가 미끄러워 춤을 추며 어렵게 올라 본다.

 

그렇게 어렵게 진행하며 무명봉을 넘어 계속 강해지는 빗줄기를 뚫고 진행하니 이정표가 보이고 살펴보니 덕동임도와 흥업면 갈림 사거리이다.

큰 나뭇가지 뒤에 숨어 있는 오두치란 이정표가 눈길을 잡고 지도를 살펴보니 아마도 제천과 원주에서 지도에 표기하는 이름이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다.

제천에서는 오두치와 오두봉으로 원주에서는 조두치와 조두봉으로 불리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두치에서 헬기장으로 이뤄진 오두봉 오름길 또한 만만치 않다.

등로 주변에 거대한 거목들이 늘어 서 있고 그 밑으로는 관목조차 자라지 않고 잡풀들이 등로를 가득 채우고 있다.

완만한 오름길이지만 제법 그 길이가 길게 느껴지며 오늘은 비까지 내리니 사진기 보호를 위해 우산을 쓴 산행이 더욱 거추장 스러우며 젖어 있는 등산화가 더욱 체력적인 부담을 가중 시킨다.

그렇게 힘들게 오르는 중에도 짙은 안개로 인해 가끔 스스로에게 놀라는 진풍경도 연출하며 오른다.

 

30여분 넘게 완만한 미끄러운 등로를 타고 정신없이 오르니 다시헬기장이 나타나고 살펴보니 이곳이 오두봉 정상이다.

헬기장 한쪽 모퉁이에는 우측으로 원주의 흥업면으로 하산하는 이정표가 서 있고 백운산은 우측 등로를 타고 진행해야 한다.

잠시 쉬며 흐르는 땀방울을 내리는 빗물에 씻어 보는 시간도 가져 본다.

 

더욱 거세게 내리는 빗줄기로 인해 이제부터 똑딱이 디카도 배낭속에 넣고 꼭 필요한 장소에서만 잠시 꺼내 사진을 찍기로 하니 더욱 발걸음이 빨라진다.

특히나 산중에 안개가 자욱히 피어 올라 더욱 스산하고 어둡게 다가오는 시간이기에 마음이 바쁘게 움직이며 손발을 빠르게 조종하는 듯 하다.

그래도 조금씩 줄어드는 백운산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며 또한 하산할 수 있는 등로를 알아가는 시간이기에 조금은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

 

그렇게 정신없이 전진하고 또 전진하니 갑자기 거대 암벽이 앞을 가로막고 그 바위 앞에 있는 넓은 공터에서 배낭 내려 물 한모금 마시고 지도로 위치를 확인해 본다.

이곳이 원덕동으로 하산할 수 있는 최단 코스이며 좌측으로는 백운산 자연휴양림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리는 이정표가 반긴다.

잠시 이곳으로 되돌아 내려와야 할지도 모르기에 배낭을 두고 오를까 생각하다 다른 변수가 생길지 몰라 300미터를 코가 땅에 닿을 정도의 가파른 오르막 등로를 타고 긴 한숨을 토하며 올라 본다.

  

그렇게 어렵게 오르고서야 만나는 백운산 정상석이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지금까지 대여섯 군데의 백운산을 올랐으니 앞으로 더 올라야 할 백운산이 그만큼 있을 것이다.

충북과 강원을 경계 짓는 백운산, 조망이 좋다는데 오늘은 그저 이렇게 정상 풍경 한장 남기고 셀카로 산객의 얼굴 하나 남기는 것으로 족하다.

이제 시간은 오후 6시를 넘기고 있고 내려가야 할 등로가 길기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금새 자리를 뜬다.

  

가파른 내리막 등로를 타고 백운산 자연휴양림 갈림 사거리까지 내려가 그곳에서 이제 좌측 등로를 타고 순환임도쪽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울창한 숲이 있고 그 밑으로 흐르는 덕동계곡의 최상류 지류가 있으며 그 중간중간에 바위 너덜길이 있는 참으로 어려운 등로를 타고 한동안 정신없이 내려온다.

내려오니 좌측으로 제법 수량이 풍부한 계곡물이 흐르지만 어두워 사진으로 남기려 해도 남겨지질 않고 그렇게 내려오니 이제 순환임도도 300미터 남았다는 이정표가 반긴다.

 

다시 바위 너덜길과 계곡물을 타고 내려오니 어두운 터널을 벗은 듯 하늘이 보이며 순환임도가 나타난다.

늘 좋지 않은 추억을 남겼던 임도, 즉 산판도로이기에 오늘도 눈살을 찌푸리지만 그래도 어두운 시간에 이렇게 넓은 임도를 만난 오늘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마음이 안정되며 조금은 여유를 찾아보는 시간이다.

  

순환임도를 만나는 곳에 이정표 하나가 서 있고 살펴보니 임도를 타고 우측으로 700미터를 가면 상학동삼거리가 나온다는 이정표이다.

그러고 보니 그 상학동삼거리라 하는 곳이 원덕동에서 만났던 백운산까지 7.6 Km를 표기한 등산로임을 직감적으로 깨닭고 긴 안도의 한숨을 토해 낸다.

순환임도를 타고 진행하며 앞에 펼쳐진 안개의 춤사위를 담아 본다.

    

계속 넓은 순환임도를 타고 진행하니 상학동삼거리를 만나고 그곳에서 백운산으로 올라가는 들머리도 확인한다.

임도 주위에는 거대한 낙엽송과 소나무들이 멋지게 도열해 있고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각 골짜기마다 청아한 물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그렇게 다시 어두워지는 임도를 타고 진행하니 드디어 십자봉으로 오를 수 있는 이정표를 만나 반갑게 조우한다.

 

혼자 중얼거리며 못부르는 노래를 부르며 내려오니 떨어지는 빗방울에 스스로 놀라 깜짝 뒤돌아 보는 횟수가 늘어난다.

그래도 어두운 산속이 아닌 임도를 타고 내려오는 길이니 조금은 편안하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니 드디어 차량통제를 해 놓은 바리게이트에 도착하고 이제 산행 날머리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해 본다.

빠르게 진행한 산행이라 그런지 두 다리에 전해 오는 느낌이 묵직하다.

 

이제 시멘트 포장도로로 바뀐 임도를 타고 내려오니 등로 우측으로 상학동약초농원이 보이고 그곳에서 내려다 본 안개 낀 원덕동 마을쪽 풍경이 산객을 시인으로 만들고 있다.

그래도 오래 머물지 못하고 빠르게내려오니 빗방울이 더욱 거세지고 잠시 비를 피해 나무 밑에 머물며 뒤돌아 본 풍경은 환상이였다.

빛바랜 사진첩 같은 사진이 더욱 오늘 산행의 어려움과 복잡 미묘한 감정을 모두 담고 있는 듯 보인다.

 

이제 마지막 민가를 지나 내려가니 덕동리 마을에 불빛이 하나 둘 켜지고 그 넘어 앞산에 흔들리는 안개가 저녁 풍경을 더욱 운치있게 만들고 있다.

잡히지 않는 그림을 따라 어렵게 한장의 추억을 만들고 조금은 여유있는 마음과 발걸음으로 마지막까지 무탈한 산행에 신경을 쓴다.

 

등로 좌우로 들어 선 펜션과 민박집에서는 마지막 피서를 즐기려는 가족들의 웃음꽃이 만발해 있고 그 웃음소리를 친구 삼아 내려오니 점심때 만났던 이정표와 산행 안내도가 반긴다.

그렇게 도저히 진행하기 힘들다던 산행을 무사히 마치니 이제사 두 다리에 긴장이 풀리며 조금은 피곤함이 밀려온다.

 

애마에 두고 갔던 옷을 꺼나 시원한 덕동계곡으로 가 몸을 닦고 깨끗한 새옷으로 갈아입으니 온 세상이 모두 내것이 된 기분이다.

다시 상쾌한 기분으로 애마로 돌아 와 내리는 빗줄기 속에 조심하며 집으로 돌아오니 밤 11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다.

이렇게 또 멀고도 길었던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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