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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전라도 산

지리산 종주 산행 후기 제1부

by 칠갑산 사랑 2010.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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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경남 산청군, 함양군, 하동군과 전남 구례군 및 전북 남원시에 걸쳐 있는 지리산 동서 마루금

            일대

산행일자 : 2010년 11월 12일부터 11월 14일까지 (1무 1박 3일 산행)

산행날씨 : 약간의 박무가 있었으나 대체로 산행하기 좋았던 날씨

산행온도 : 영상 02도에서 영상 15도

산행인원 : 3450온누리산악회 35명

산행코스 : 중산리 주차장-중산리분소 매표소-중산리계곡-칼바위-장터목대피소 갈림길-망바위-

               문창대-헬기장-로타리대피소-법계사 일주문-개선문-천왕샘-천왕봉(1915.4봉)-

               칠선계곡 갈림길-통천문-제석봉(1808봉)-장터목대피소-연하봉(1730봉)-1667봉-

               삼신봉-촛대봉(1703.7봉)-세석평전-세석대피소-영신봉(1651.9봉, 낙남정맥 분기점)-

               칠선봉(1558봉)-선비샘-덕평봉(1521.9봉)-임도-벽소령대피소(1박)-형제봉(1452봉)-

               삼정산 갈림길-연하천대피소-명선봉(1586.3봉)-총각샘-1463봉-헬기장-토끼봉(1534봉)-

               화개재(뱀사골 갈림길)-삼도봉-반야봉 갈림길-노루목 갈림길-반야봉(1732봉)-

               삼도봉 갈림길-노루목-1432봉-임걸령샘터-임걸령-피아골 삼거리-1424봉-돼지평전-

               헬기장-왕시루봉 갈림길-노고단 고개-노고단 정상(1507봉)-노고단 고개-노고단 대피소-

               임도-성삼재분소 매표소-산행종료

산행거리 : 약 37.50 Km (백두대간 마루금 28.5 Km + 접속구간 9.00 Km)

산행시간 : 약 22시간 20분 (13일 13시간 + 14일 09시간20분)

 

 

어머니 품 같은 백리길 지리산 마루금에서 한 점 흘러가는 구름이 되었던 시간

 

 

모두 다 산에 들어가는 이유도 다르고 또 찾아야 하는 의미도 다르지만 그래도 그 차이를 줄이는 산행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백두대간 산행일 것이다.

이제 백두대간 산행을 위해 지리산에 들어가는 것이 모두 네번째이고 올 한해에만도 개인적으로 이미 두번을 올랐으니 이제 이번이 세번째 지리산 산행이다.

지금까지 그 어떤 강렬한 목적을 가지고 올랐던 지리산에서 이번만큼은 여유를 가지고 흘러가는 구름이 되어 높은 고봉과 깊은 골짜기를 두루 살펴보는 시간이길 바라며 오르지만 그래도 함께하는 온누리 산우님들의 제3기 백두대간 첫 구간에 대한 축하의 의미도 담아 출발하는 시간이다. 

자연과 하나되어 그저 흘러가는 구름을 따라 불어 오는 바람의 냄새를 맡으며 발길 닿는대로 걸어 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산행인지 그리고 그것이 진정 최고 산행의 경지는 아닐련지 많이 배워보는 시간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백두산에서 흘러 내린 한반도 등뼈가 그 끝자락에서 꼬리뼈를 내보이는 지리산 천왕봉, 거칠 것 없이 펼쳐진 장쾌한 조망은 늘 어머니 품처럼 소리없이 가슴에 남았다 스스로 자각도 못하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다시 살며시 살아나 그 그리움을 추억하는 곳이기에 언제 어느때 누구와 올라도 푸근하고 정겨운 곳이기도 하다.

제3기 백두대간 리딩대장으로 1년 반이란 세월을 고생해야 할 금비령 아우와의 특별한 인연을 생각하며 산이 맺어 준 고마운 얼굴들을 떠 올려 보는 시간이다.

 

오늘밤도 심야 버스에 오르며 이 야심한 밤에 편안히 잠들지 못하고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왜 또 이곳에 머물며 그 고통을 감내하려 하는지 많은 생각이 교차하지만 그것에 대한 답은 없고 단지 머릿속을 맴도는 그저 좋으니까란 단어들만 복잡하게 만든다.

앞으로 얼마를 더 만나야 이 지독한 그리움이 사라질련지...

아니 평생 만나도 그 쌓인 그리움을 그리며 또 다른 자연의 품으로 돌아 갈 수 있을련지... 

 

그저 정상만을 고집하지 않으며 지리의 품에 안겨 그 속살을 마음껏 만져 볼 수 있는 날은 올 것인지...

천왕봉이 아닌 장터목으로 마음 편히 오를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아마도 지리의 품을 조금은 알게 된 이후가 될 것이리라.

칼바위를 보지 못하면 어떻고 또 인식하지 못하였으면 어떤가...

그저 몸과 마음이 그 자연에 동화되고 그 자연이 이 한몸 받아주면 그만인 것을...

 

늘 어둠속에 만나야 했던 망바위도 오늘은 여유를 가지고 올라서인지 조금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하는 시간을 준다.

늘 바쁘게 이정표만 남기고 올랐던 장소이기에 조금은 더 시간을 보내며 망바위에 대한 생각을 해 보는 순간이다.

그래도 밝은 날에 보는 것보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시간이지만 그렇기에 이곳을 다시 찾아야 하는 이유를 남기는 시간이기도 하다. 

 

약간의 바위 너덜길과 계단 그리고 암릉길을 걸어 오르니 산죽이 펼쳐진 등로를 넘어 헬기장에 도착한다.

발 아래 바로 로타리대피소와 저 멀리 법계사쪽 등불이 밝지만 그 불빛 위에 있어야 할 지리산 천왕봉의 모습이 어둠속에 숨어 있어 많은 안타까움이 묻어 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쉬운 마음 남기고 오르니 금새 로타리대피소에 도착해 평생 잊지 못할 지난 세번의 추억을 더듬어 본다.

 

날씨도 좋고 온도도 산행하기에 안성맞춤인 새벽 시간, 특히나 오랫만에 두 어깨에 전해오는 묵직한 배낭이지만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기에 다시 로타리대피소를 떠나 오르니 시원한 약수물이 흐르고 목 한번 축인 후 법계사 일주문 앞을 통과한다.

날이 밝았다면 아무리 어려워도 잠시 들려 가겠지만 오늘은 어둠이 온 세상을 가져 갔기에 다음을 기약해 보는 시간이다.

 

이제 조금 더 가파라지는 등로를 타고 오르니 커다란 암릉지대 위에 안전 로프가 달린 위험지대를 지나 중산리와 산청쪽 불빛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바위 전망대에 도착한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몇번인가 그 불빛을 담아 보지만 부질없음을 알기에 포기하고 조금 더 오르니 개선문 앞에 도착한다.

노고단쪽에서 오르면서 만나는 통천문과 함께 지리산 천왕봉의 신성함이랄까 아니면 그 높이의 상징성을 더 높여주는 개선문을 통해야만 도착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천왕봉임을 다시 한번 몸으로 실감해 보는 시간이다.

 

이제 조금씩 여명이 밝아 오며 주위 사물들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밝음이 눈에 들어 오는 시간이다.

개선문을 통과해 오르니 어느새 이곳에는 눈이 내렸는지 약간의 잔설들이 산객들을 반긴다.

이곳에서 그 옛날 안전 철봉과 로프가 달린 가파른 등로를 타고 어렵게 오르니 드디어 남강 발원지인 천왕샘에 도착해 어렵게 받은 종재기 물 한그릇을 비워 본다.

 

천왕봉 오르는 깔딱고개에 서자 서서히 동녘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며 또 새로운 하루의 특별한 시간이 다가온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지리산 천왕봉 일출을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이렇게나마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는 시간이다.

완전한 일출이 아니기에 더욱 가슴에 묻어 두고픈 일출...

 

조금 더 두꺼운 구름을 뚫고 올라오는 강렬한 태양빛을 받으며 무심으로 한동안 자연의 품으로 들어 가 본다.

강렬한 햇살 밑으로 드러난 희미한 세상이 이 산객의 마음에 다시 생기를 불어 넣어 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무엇을 얻고 또 비우려 이렇게 땀흘리며 이 일출을 그리워 하는지...

 

이제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에 올라 막힘없이 펼쳐진 일망무제의 조망을 즐겨 본다.

아침에 막 떠 오른 강렬한 햇살을 받아 진행해야 할 백두대간 마루금을 타고 저 멀리 반야봉과 노고단이 보이고 그 우측으로 돌아가며 만복대 능선도 확연하다.

몇번을 걸었던 그 등로이지만 오르면 늘 새롭게 다가오는 지리능선, 그 백리길에 또 인생의 한 그림자를 남겨 보는 시간이다.

 

천왕봉 바로 밑에 위치한 바위군 뒤로 내년 초봄부터 올라야 할 낙남정맥이 시원하고 그 한가운데에 삼신봉과 내. 외삼신봉이 뚜렷하다.

그 뒤 저 멀리 지난 봄 올라 이곳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보이지 않는 황사속에 애를 태웠던 광양의 백운산 능선과 불모봉이 또한 그리움을 남긴다.

이제 막 시작한 호남정맥을 타고 저곳에 발자취를 남겨야만 그 길고 멀었던 마무리도 이뤄질 것이다.

 

남쪽으로는 방금 전 어둠을 뚫고 이 지리산 천왕봉을 향해 첫 발걸음을 떼였던 산청의 중산리 계곡이 박무속에 잠들어 있고 그 좌측에 구곡능선이 시원하다.

몇번인가 올라 와 바라 본 지금에서야 그 뚜렷한 지리산의 진면목을 바라보며 그 능선의 이름을 불러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놀라울 따름이다.

그저 보이는 능선 하나의 이름을 불러보는데에도 이렇게 장구한 시간이 필요한데 그 속살까지 만져 보려면 또 얼마나 장구한 세월이 필요할련지...

 

북쪽으로는 촛대봉과 하봉으로 이어진 촛대봉 능선 좌측으로 출입조차 자유롭지 못한 칠선계곡이 시원하고 그 좌측으로 백무동능선과 백무동 계곡이 또한 지난 여름의 추억을 꺼내 이야기 하자고 한다.

그 끝자락에 우뚝 솟아 있는 창암산이 다음을 기약하며 이 산객의 가슴속 깊이 들어 와 자리를 잡는 시간이기도 하다.

 

북쪽 저 멀리에는 다시 계속 이어가야 할 장쾌한 백두대간 마루금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좌측 제일 밑에 백운산이 보이고 그 우측으로 금남호남정맥 분기점인 영취산도 드러나 있으며 사진 중앙부쪽 제일 뒤에는 장수서봉에서 남덕유산 그리고 백암삼거리를 지나 향로봉까지 덕유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 온다.

너무 아름답고 멋진 조망에 그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상하고 있다.

 

이제 후미까지 모두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주위 조망을 즐긴 후 우리들만의 아늑한 장소로 들어가 길고도 험한 제3기 백두대간 산행의 무탈한 완주를 빌어 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종교와 관계없이 그저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진부령까지 장장 1년 6개월 동안의 대 장정을 기원하는 시간인 것이다.

이제 네번째이니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까 생각해 보지만 언젠가는 다시 올라 이런 의식을 치뤄야만 끝이 날 그런 의식인 것이다.

 

이제 모든 의식도 치뤘으니 길고도 먼 벽소령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 본다.

마음은 자꾸만 빨리 내려가라 재촉하지만 몸은 그곳에 머물며 조금 더 하늘의 구름이 되라 했던 시간...

잠시 내려오니 등로 우측으로 막아 놓은 칠선계곡 하산로가 보인다.

그 아래로 펼쳐진 칠선계곡과 한신계곡이 지난날의 추억을 되살리며 내년을 기약한다.

 

한겨울에 두번 그리고 여름에 한번 올랐다 이번가는 늦가을에 오른 백두대간 종주 산행의 느낌이 이렇게 다르게 다가오고 있음에 자신도 놀라는 시간이다.

이제 가파른 내리막 등로를 타고 내려가며 앞을 바라보니 제석봉과 연하봉 지나 촛대봉으로 남서쪽으로 흐르던 마루금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 정서진하는 아름다움으로 다가와 다시 그 자리에 멈춰 카메라에 담아 본다.

 

그렇게 급하지 않게 천천히 내려가니 산우님들의 탄성이 흘러나오고 다가가 보니 통천문이 기다리고 있다.

참으로 많이도 통과했던 통천문, 하늘을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문으로 인식되는 통천문이기에 경건한 마음으로 한계단 두계단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본다.

추억 한장 남기려는 산우님들의 분주한 발걸음과 바쁜 손놀림이 인상적인 통천문이다.

 

통천문을 지나자 사납게 내려 뻗던 등로도 잠시 숨고르기를 하며 편안해지고 그 등로를 타고 유유자적 걸어 본다.

계절에 비해 생각보다 따뜻한 날씨가 산객들의 마음에도 훈풍을 주고 있는 시간, 여유롭게 지리산에 들어 이렇게 걸어 보는 것도 정말 오랫만의 일인듯 하다.

지난 여름 홀로 올랐을 때의 자욱했던 안개를 기억하며 홀로 웃어 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제석봉 오르는 나무 계단에 올라 잠시 뒤돌아 보니 구상나무인지 아니면 잣나무인지 침엽수 사이로 빼꼼히 지리산 천왕봉이 다가온다.

보는 각도에 따라 또 보고 있는 산객의 마음에 따라 그 변화의 모습이 다양한 지리산 천왕봉, 이 시간은 아마도 가까이 다가와 있기에 그저 평이한 시골의 앞산처럼 보이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울퉁불퉁한 등로를 넘어 진행하니 저 멀리 나무데크 전망대가 보이고 그곳에 많은 산우들이 모여 일망무제로 펼쳐진 아름다운 지리의 조망을 즐기고 있다.

불이난 이후 민둥의 등산로로 남아 있는 제석봉엔 그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듯 수많은 고사목이 자리를 지키고 그 앞으로 펼쳐진 낙남정맥과 남쪽 저 멀리 흘러 내린 호남정맥의 백운산 줄기가 장쾌하기 그지없다.

 

나무데크 전망대를 떠나 다시 등로 양쪽으로 안전 로프와 철봉이 서 있는 제석봉을 지나며 민둥으로 변한 산하에 서 있는 무수히 많은 고사목을 만난다.

한편으로는 그 전해오는 전설에 가슴 아프게 느끼며 또 한편으로는 거침없이 펼쳐진 조망에 한결 여유를 가지는 시간이다.

급할 것 없으니 옆에 가는 산우를 불러 세워 사진 한장 담아 주는 시간의 여유도 가져 본다.

 

도벌꾼들에 의해 불이 나 거목들이 쓰러졌던 비운의 역사 그리고 그곳의 상흔의 고스란히 가슴에 아니 자신의 몸에 남긴채 장구한 세월 지리산의 사계를 바라보고 있는 고사목에서 많은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들어 가 만져보지는 못하지만 눈으로 보여지는 그 아품에 이 산객의 마음마저 갈갈이 찟기는 느낌이다.

 

그렇게 많은 생각과 여유를 가지고 진행하니 어느덧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한다.

이제 허기가 지기 시작하고 갈길은 많이 남아 있으니 이곳에서 간단히 아침겸 점심 상을 펴고 우리들만의 식탁을 꾸며 본다.

차린 음식이 적으면 적은대로 우리들의 세상을 만들어 나누는 시간이야말로 왜 함께 산에 들어 오는지를 실감하는 시간이다.

 

식사 후 잠시 장터목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민초들의 어려웠던 삶을 뒤돌아 보고 그 아래 펼쳐진 장쾌한 산 그리메를 가슴에 담아 두는 시간도 가져 본다.

여러번 올랐으면서도 또 금새 뒤돌아 서면 그리워지는 한신계곡 넘어 저 멀리 이어져 있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눈이 부실 정도로 찬란하다.

지리산에서 덕유산 자락을 이어주는 나주막한 산줄기이지만 그래도 등뼈를 이루고 있는 그 위엄만은 잊지 않고 당당한 모습 그대로인듯 하다.

 

그렇게 장터목대피소에서의 여유로운 시간을 뒤로 하고 다시 좁은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낙엽진 잡목 지대가 기다리고 조금 더 진행하니 봄철 진달래와 철쭉이 만개했을 때의 환상의 등로를 열어 주었던 연하봉 가는 등로가 멋스럽다.

그러다 문득 뒤돌아 보니 그저 평범하게 보이는 지리산 천왕봉과 제석봉이 한겨울 매서운 추위를 준비하는 모습에서 이곳이 얼마나 높은 곳인지를 실감해 본다.

 

이제 잡목으로 시야를 가렸던 연하봉을 넘으니 제법 그럴듯한 암봉들이 앞에 나타나고 무심코 지났던 지난날에 잘 보지 못했던 멋스럼을 담아 본다.

그 암봉 옆을 우회하며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등산객들의 칼라풀한 모습 또한 이곳 지리산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지도상에는 삼신봉이라 이름 붙여진 곳이지만 그 삼신봉은 영신봉에서 남쪽으로 가지쳐 흐르는 낙남정맥의 삼신봉 때문에 가려진 이름처럼 다가온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바라 본 삼신봉의 모습은 연하봉에서 바라봤던 모습과는 또 다르게 다가온다.

보는 각도와 느낌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 자연의 변화에 늘 새롭게 배우는 자연이다.

이 갈생이 변해 초록으로 변하는 날 다시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다시 앞으로 진행한다.

 

주위 풍경을 즐기며 산우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앞을 보니 갑자기 저 멀리 가슴 시리도록 그리운 산그리메가 눈에 들어 온다.

조만간 올라야 할 낙남정맥과 남녘의 산군들 그리고 저 멀리 광주쪽 무등산도 보이는 듯 하고 그 주위로 호남정맥 또한 산객의 눈에 들어오며 그곳에 대한 그리움을 더해 주고 있다.

 

삼신봉의 암봉을 넘으니 저 멀리 촛대모양의 촛대봉이 보이고 몇몇 산우님들이 그곳 암봉에 올라 주위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 모습이 들어 온다.

그 촛대봉으로 이어진 등로 역시 아름답고 멋지게 놓여 있다.

자주 만나고 올라도 또 그리운 지리산, 그렇기에 이곳으로 삶의 거쳐를 옮겼던 수많은 산객들이 있는 곳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촛대봉 오르기 직전 암봉에서 북쪽 저멀리 흘러 간 백두대간 마루금을 살펴 본다.

봄이면 철쭉으로 유명한 남원의 봉화산과 그 우측으로 이어지며 장수의 백운산 그리고 장쾌한 마루금을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높여 놓은 덕유 연봉이 가슴을 태우고 있다.

이 가을이 지나 겨울로 접어 들면 저 산줄기를 타고 걸으며 이곳을 바라보고 그리워 할 시간이 올 것이다.

 

이제 촛대봉이 가깝게 다가와 있고 오르며 잠시 뒤 돌아 보니 조금 더 멀어진 지리산 천왕봉을 필두로 제석봉과 연하봉 그리고 삼신봉이 우측에서 좌측으로 흐르며 방금 전 지나온 이 산객의 재취를 불어오는 바람결에 전해 주는 듯 하다.

참으로 아름답고 멋진 풍경이다.

 

촛대봉으로 오르며 주위를 살펴보니 등로 좌측 남동쪽으로 내대천 끝자락에 하부저수지가 조그맣게 보이고 그 뒤 저 멀리 희미한 산그리메가 또 산 이름 찾기 놀이를 하자고 한다.

저 멀리 좌측으로 거제쪽 산군들이 보이는 듯 가물거리고 중앙 가까이에는 사천의 와룡산인 듯 길게 줄지은 산군이 눈 앞에 밟히고 우측으로는 남해쪽 산군들이 가까이에 다가와 있다.

 

그렇게 여유를 가지고 진행하니 촛대봉 정상에 도착하고 오랫만에 맑은 날씨에 이정표를 천왕봉과 함께 담아 본다.

제법 거리가 멀어진듯 그 웅장한 산세가 조금씩 산객의 마음과 가슴에 그대로 되살아 나는 듯 하다.

이곳 촛대봉에서도 한동안 쉬어 내려가기로 한다.

 

촛대봉 암릉으로 올라 앞으로 진행해야 할 방향인 서쪽을 내려다 보니 바로 발 밑에 세석대피소가 어느 유럽 선진국의 고풍스런 자연속 집과 정원처럼 다가온다.

지리산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 생각되는 촛대봉에서 세석대피소를 바라보는 조망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장면이기도 하다.

그 세석대피소 지나 내년 초 다시 올라야 할 낙남정맥 시발점인 영신봉이 어머니 품을 연상시키고 그 뒤로 연이어 서 있는 백두대간 연봉들과 반야봉이 손짓하고 있다.

 

이제 계단을 타고 내려가며 구상나무와 주목나무 그리고 철쭉 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며 드디어 세석대피소 바로 직전까지 도착한다.

많은 등산객들이 식사도 즐기고 또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보니 오늘도 역시 수많은 인파가 이 지리산에 들어 있음을 실감하는 시간이다.

저곳으로 내려가 잠시 휴식 취하고 간식을 먹기로 한다.

 

다시 완만한 등로를 타고 내려가니 금새 세석대피소에 도착한다.

지난 여름 백무동에서 장터목대피소로 올라 천왕봉을 다녀와 이곳에서 다시 백무동으로 내려가며 하루 종일 안개와 가랑비로 힘들었던 추억을 떠 올려 본다.

많은 산우님들과 잠시 쉬며 이슬이 한잔 마시고 다시 벽소령대피소로 출발한다.

 

세석대피소를 나와 등로를 타고 오르니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보이고 좌측으로 틀어 진행하니 금새 헬기장 하나가 보인다.

4년전 겨울 제1차 백두대간 산행을 하면서 눈발이 흩날리는 이곳에서 많은 산우님들과 찍었던 한장의 사진을 기억해 내곤 그 산우님들의 소식이 갑자기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잠시 더 진행해 바위 전망대에 올라 지나 온 세석대피소와 저 멀리 촛대봉을 바라보니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잠시 쉬어 간다.

 

그 바위 전망대에서 영신봉 정상과 앞으로 진행해야 할 낙남정맥의 삼신봉과 내. 외삼신봉을 바라보며 또 다른 산줄기를 향하는 마음의 갈증을 느낀다.

삼신봉에서 갈라진 내삼신봉 자락은 저 멀리 광양의 백운산으로 이어지고 좌측 외삼신봉쪽 마루금은 남해바다로 줄달음 쳐 낙남정맥의 끝자락을 조용히 바닷물에 담을 것이다.

 

바위 전망대에서의 조망을 즐긴 후 다시 영신봉으로 오르니 한무리의 미국인 젊은 친구들이 출입금지 구역인 영신봉 정상의 암봉에 올라 큰소리로 외치고 있다.

출입금지 구역임을 알리고 내려올 것을 부탁하니 잘 몰랐다면서 내려온다.

참으로 한국을 사랑하고 지리산을 좋아하는 젊은이들 이였다.

잠시 더 이야기 나눈 후 앞으로 진행해야 할 방향의 마루금을 살펴보니 여전히 칠선봉과 명선봉 그리고 토끼봉 넘어 반야봉이 뚜렷하다.

 

천천히 급하지 않게 즐기다 보니 네번째 백두대간 산행을 위해 오른 지리산 산행에서 오늘이 가장 편안하고 즐기는 산행이 되였다.

아무 부담없이 어떤 책임감도 없이 특히나 연하천까지 가야한다는 부담도 없어진 지금 벽소령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더욱 느긋한 마음으로 즐기는 산행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는 사이 벌써 칠선봉에 도착해 사진 한장 남긴다.

칠선봉 정상 이정표가 있었는데 사라지고 그 뒤에 우뚝 솟아있는 바위만이 세월의 흐름과 관계없이 칠선봉 정상을 지키고 있다.

 

이제 선비샘이 얼마남아 있지 않은 등로에서 잠시 남서쪽 조망을 즐기다 보니 지난 봄 어렵게 올랐던 호남정맥 마지막 구간에 자리한 광양의 백운산과 그 아래 불모봉이 우뚝하다.

저곳에서 이곳을 바라보며 박무로 인해 아쉬운 시간을 보냈었는데 오늘은 그 아쉬움까지 모두 풀어 보는 순간이다.

 

작은 언덕을 넘어 바위 너덜길을 지나고 산죽밭을 통과하니 저 멀리 선비샘이 보인다.

많은 전설과 그 유래를 가지고 있는 선비샘, 하지만 이곳 지리산에 들면서 부터 오늘이 가장 적은 수량을 보이고 있다.

늘 넘치는 수량으로 풍족하게 쓰고 먹고 몸까지 축이는 시간이였는데 오늘은 식수를 받아가기에도 빠듯한 수량이기에 스스로에게 놀라는 시간이다.

 

다시 천천히 발길을 돌려 완만한 오르막 올라 덕평봉을 넘자 저 멀리 좌측에 벽소령대피소가 잡목 사이로 얼굴을 내민다.

길고도 멀었던 오늘 산행도 그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잠시 잡목이 사라진 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벽소령대피소와 형제봉 및 명선봉과 그 뒤로 우뚝한 반야봉을 담아 본다.

 

덕평봉을 지나자 다시 산죽밭이 나타나고 그 옛날 처음으로 화대종주를 하면서 넘으며 고통에 몸부림 쳤던 추억을 떠올려 본다.

이제 모두 고운 추억으로 쌓여있지만 발목까지 빠지는 눈속을 걸으며 지리의 품에서 진정한 산을 보았기에 그 이후 이렇게 자주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특별나지 않아도 이렇게 이 산객이 걸으며 인생을 생각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에 또 지리에 들을 것이다.

 

마지막 봉우리를 넘어 급경사 내리막 등로를 타고 내려가니 넓은 공터가 나타나고 이제부터 시작되는 임도를 타고 벽소령대피소로 내려가 본다.

덕평골을 타고 삼정으로 이어지는 골짜기가 인상적으로 남겨지는 곳, 그 끝자락엔 아직도 사라지지 못하고 그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는 백운산 능선이 뚜렷하다.

 

산우님들 사진 찍어 드리고 한동안 넓은 임도를 타고 진행하니 등로 우측으로 절개지가 나타나고 낙석을 주의해야 할 구간도 지난다.

그러는 사이 저 멀리 벽소령대피소가 보이기 시작하고 하루의 긴 여운이 남겨지는 시간이다.

아직 가을 짧은 햇살이 남아 있는 시간, 서서히 허기가 지기 시작한다.

 

이제 벽소령대피소가 지척이다.

저곳에서 하룻밤 묵고 내일 새벽 다시 길을 떠날 것이다.

벽소령에서 바라보는 달빛이 참으로 아름다웠는데 오늘은 두꺼운 구름으로 인해 그 멋진 풍광은 구경할 수 없지만 그래도 마음 맞는 산친구들과 저녁밥을 만들어 이슬이 한잔 나누는 시간이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다.

어둠이 짙어갈수록 몸과 영혼이 잠들 수 있는 보금자리를 찾아 오늘도 또 길었던 하루로 기억하며 꿈나라로 향한다.

 

지리산 종주 산행 후기의 제1부는 여기에서 마무리하고 제2부 또 다른 후기로 대신한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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