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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전라도 산

지리산 반야봉과 뱀사골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10.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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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전라남도 구례군과 전라북도 남원시 일대 지리산 서부 지역

산행일자 : 2010년 08월 18일 (수요일)

산행날씨 : 새벽부터 오전까지는 짙은 안개로 한치 앞도 안보였으나 점심때부터 맑고 화창한

               무더운 날씨

행온도 : 영상 20도에서 영상 29도

산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산행코스 : 성삼재-해발 1255 지점-성삼재 편한길과 돌계단길 갈림길-노고단 대피소-

               노고단 1.05 Km 이정표-KBS 송신소 갈림길-노고단 지킴이(해발 1440미터 지점)-

               헬기장1-왕시리봉 갈림길-헬기장2-헬기장3-돼지령-피아골 삼거리-임걸령-

               임걸령샘터-노루목(반야봉 갈림길)-석간수-반야봉 갈림길-삼도봉-반야봉 갈림길-

               철계단-반야봉(1732봉)-헬기장-중봉 헬기장(1732봉)-묘향대 갈림길-묘향대-

               돌탑 및 텃밭-로프 암벽지대-이끼골 지계곡-이끼폭포-뱀사골 합류지점-

               뱀사골계곡-제승교-제승대-옥류교-병풍소-병풍교-병소-뱀소-금포교-탁룡소-

               와운교-차도와 계곡길 갈림길-계곡길-오룡대-석실-지리산 북부 사무실-

               뱀사골 야영장-뱀사골 탐방 안내소-반선교(버스 정류장)-산행종료 

산행거리 : 총 약 22.00 Km

산행시간 : 약 10시간 50분 (04시 15분부터 15시 05분 까지 쉬면서 사진 찍고 여유있게)

교통편 : 갈때 - 용산에서 22시 50분 발 여수행 무궁화로 구례구역까지

                      구례구역에서 성삼재까지 택시

            올때 - 반선 버스 정류장에서 16시 05분 발 전주행 전북고속버스로 남원까지

                      남원에서 17시 10분 발 전주행 직통버스로 전주까지

                      전주에서 18시 15분 발 남서울 터미널 행 직통버스 탑승

                      20시 55분 남서울 터미널 토착 후 귀가

 

 

어머니 같은 지리의 품에 안겨 세상 시름 덜고 온 시간들

 

 

 

오랫만에 해외 트레킹을 준비하며 즐겁고 가슴 설레이게 지냈던 시간을 뒤로하고 참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일들로 인해 마음이 울쩍한 시간이다.

많은 산우님들의 여름 휴가를 망쳐 놓고 연락도 되지 않는 주관자로 인해 참으려 해도 자꾸만 화가 치밀어 올라 견디기 어려운 하루가 흐르고 있다.

그래도 산에 들며 느끼고 배운 것이 있기에 모든 것 잊고 어머니 품같은 지리산에 들어 오든 시름이라도 덜어 놓고 오자 마음 먹으니 참을만 한 또 하루가 시작되고 그렇게 지리의 품에 안겼다 온 멋진 시간으로 남겨지는 순간이다.

올해 안에 일본 북알프스 산행은 이미 물건너 갔기에 내년에는 꼭 그리던 그곳을 다녀 올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 지리산의 반야봉에서 바라 본 환상의 풍경이다.

짙은 안개로 인해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오늘 하루는 급할 것이 없기에 반야봉 정상에서 늦은 아침을 먹으며 기다렸던 것이 이런 행운을 잡을 줄이야...

어둠과 짙은 안개로 인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시간에 산행을 시작한 성삼재에서 노고단과 돼지령 그리고 임걸령 지나 이곳 반야봉까지 이어져 온 지리의 서부 능선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그 능선 위로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환상을 그리고 있다.

 

능선에서 흠뻑 땀흘리고 묘향대 지나 이끼골로 들어서니 한여름 더위를 날려 버리는 시원한 계곡의 폭포수가 기다리며 또 다른 세상을 알려주고 온몸에 흐르던 땀방울들을 식혀 주고 있다.

그렇게도 보고 싶고 만나고 싶었던 이끼폭포는 그 동안 지리산에 내린 폭우로 인해 그 모습을 감췄지만 그 이끼폭포 이상으로 감동을 준 수많은 무명폭포들이 힘들었던 산객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고 있다.

바로 이런 느낌과 맛을 알기에 어려울때 늘 산에 들고 싶은지도 모를일이지만...

 

18일부터 4박5일간 일본 북알프스 종주를 위한 산행 준비로 조금은 바쁘고 들뜬 기분으로 지낸 몇주간 참으로 행복했었는데 출발일을 이틀 남겨 놓고 주관자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돈을 떠나 믿었던 산우에 대한 배신감과 오랫만에 특별히 시간 낸 여름 휴가에 대한 아쉬움이 스스로에게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것을 잊기 위해 오래 전에 준비한 지리산 반야봉과 이끼폭포를 만나기 위해 코레일로 들어가 열차편을 알아보니 마침 평일이라 그런지 티켓도 구하기 쉽다.

재빨리 열차표 구매해 놓고 간단히 산행 준비 후 용산으로 가 오랫만의 열차 여행을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열차보다는 심야버스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오늘은 지리산으로 들어야 하기에 구례까지 내려가야 한다.

그곳에는 심야 버스가 없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그래도 급하게 진행하며 이렇게 편안하게 자리 구해 내려 갈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뒤치덕 거리다 보니 정확한 시간에 구례구역에 도착하고 기다리던 수많은 택시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새벽 참도 먹지 못한채 계곡물이 불어나 위험하다는 화엄사를 버리고 성삼재로 향한다.

 

지금까지 참으로 많이도 올랐던 성삼재이지만 밝은 낮보다는 오늘처럼 늘 어둠속에 찾았던 기억이 훨씬 많은 곳이기에 낯설지는 않다.

잠시 불어오는 산바람을 맞으며 구례의 당동마을을 밝게 비추는 야경을 담아 보지만 안개와 삼각대 없이 찍는 불빛은 도깨비 유령의 불빛처럼 흔들리고 있다.

다시 넓은 주차장을 지나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성삼재에 대한 사진 한장 남기려 노력하지만 담기지 않아 그냥 입구쪽 이정표 한장에 만족하며 넓은 임도를 타고 노고단 대피소를 향해 첫 발걸음을 옮겨 본다.

 

어제 내린 폭우로 인해 입산통제가 되였고 대피소 예약도 불가능했던 것에 비하면 오늘 입산객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젊은 친구들도 있고 또 붑인듯한 등산객들도 만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코재에 도착해 화엄사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합쳐지는 합수점에 도달한다.

그곳에서 한 여성 등산객이 나무데크에 누워있고 물어 보니 차 멀미로 인해 고생해 그렇다며 조금 쉬면 좋아 질 것이란 이야기에 나무계단을 타고 산행을 계속한다. 

 

드디어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지만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더욱 짙어진 안개로 인해 증명 사진 한장 남기기도 힘이 든다.

플레쉬를 끄고 헤드렌턴의 불빛을 이용해 어렵게 노고단 앞 인공 구조물을 사진에 담아 보지만 신통치 않다.

하지만 이것이 유일한 사진이니 이것만이라도 고마운 마음으로 노고단 대피소를 떠나 조금 더 긴 코스인 KBS 송신소 방향으로 노고단 고개를 오른다.

 

보통은 이곳을 통해 오르는 경우가 없는데 오늘 너무 일찍 반야봉에 오르면 짙은 안개로 조망 한번 보기 힘들다는 생각이 이렇게 새벽부터 자꾸만 시간을 늘리며 노고단 고개까지 0.4 Km 거리 이정표를 외면하고 1.05 Km의 긴 코스를 잡게 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동안 안개로 인해 음침한 등로를 타고 등줄기에 식은 땀방울을 흘리며 진행하니 등로 우측으로 KBS 송신소 이정표도 만난다.

 

다시 어둠속에서도 얼마나 많은 폭우가 솟아졌는지를 알려주기라도 하듯 주위에서 들려오는 세찬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몽롱해지려는 정신을 깨우고 그렇게 스틱으로 발 앞의 장애물을 감지하며 조금 더 오르니 돌탑이 서 있는 노고단 고개에 안착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불어 오는 바람과는 관계없이 더욱 자욱한 안개로 인해 가까이 있는 돌탑조차 보이지 않고 어렵게 지킴터 한쪽에 붙어 있는 해발 1440미터라는 안내판만 담아 본다.

등로 좌측 돌탑 넘어 심원마을로 통하는 영구 휴식년제 능선도 아쉽고 몇번 들렸던 노고단 정상도 너무 이른 시간이라 오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앞으로 몇번을 더 올라야 할지 모를 곳이기에 잠시 심호흡 한번 하고 다시 돼지령으로 발길을 돌린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 오는듯 잡목속의 어둠속에서도 조금씩 사물들이 보이고 그 모습을 담으려 카메라를 눌러 보지만 보이는 것은 하얀 점들만이 디카 화면을 수놓고 있어 그냥 진행한다.

그러다 돼지령 직전 봉우리에서 짙은 안개와 두꺼운 구름을 뚫고 아침을 알리려는 햇살의 몸부림을 바라보며 잠시 환상에 젖어 보는 시간도 가져 본다.

찬란한 일출은 아니지만 오늘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위대한 자연 현상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지는 순간이다.

 

잠시 보이던 하늘도 다시 우거진 잡목들로 인해 사라지고 미로 같은 등로를 타고 한동안 빠르게 진행해 본다.

어쩌면 일출을 볼 수도 있을 것이란 희망을 안고서...

하지만 갈수록 더욱 짙어지는 안개로 인해 이제 일출은 포기하고 아름다운 하늘이라도 좀 더 바라보자 마음 먹으니 다시 발길이 평온을 뒤찾는다.

헬기장 지나 돼지령 직전 무명봉에 거의 다달은 느낌이다.

 

다시 헬기장 하나를 지나 시시각각 변해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사진 한장을 남겨 본다.

정상부로 오르니 그렇게 짙게 흔들렸던 안개도 어느 정도 사라지고 맑은 하늘을 바라 볼 수 있음에 감사하는 시간이지만 발 아래 사람의 세상은 더욱 짙어진 안개속에 파묻혀 전혀 보이는 것이 없다.

 

무명봉 정상에 올라 잡목들로 우거진 어둠침침한 등로에서 잠시 심호흡 한 후 돼지령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추락주의란 안내판만이 산객의 친구가 되어 위안을 주지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함과 외로움이 묻어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럴때 친구 한명쯤 동행했으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도 생각나는 시간이다.

 

다시 헬기장 하나를 지나 우거진 잡목 사이를 뚫고 수줍게 피어있는 야생화를 친구 삼아 진행하니 돼지령에 도착한다.

앞서 진행하던 몇명의 산객들이 잠시 쉬면서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들린다.

늘 진행하면서 별 관심없이 지나치던 돼지령이 오늘은 특별한 장소로 가슴에 남겨지는 하루이다.

 

안전봉과 로프를 타고 안부쪽으로 내려가니 등로 좌측으로 안개속에 묻혀있는 반야봉 능선이 처음으로 눈에 들어 오고 그 능선을 타고 좌측 중앙으로 심원마을쪽 풍경이 들어오지만 그 풍경보다는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햇살에 비친 구름이 더욱 인상적으로 남겨지는 시간이다.

 

다시 원시림 같은 등로를 타고 한동안 진행하니 앞서 진행하던 가족처럼 보이는 대여섯명의 등산객들과 한조가 되어 진행하게 된다.

폭우가 내린 흔적이 곳곳에 남겨진 등로이지만 피해는 크지 않은 듯 그렇게 무심히 그곳을 지키고 있는 지리산이다.

한동안 그들의 대화를 귓전에 들었다 흘리기를 반복하니 드디어 피아골 삼거리에 도착한다.

올 가을 단풍이 예쁘게 드는 철에 꼭 한번 올랐다 내려가 보리라 생각하는 계곡이다.

 

피아골 삼거리 풍경을 담고 다시 완만하게 이어진 등로를 타고 임걸령으로 향한다.

몇번을 지났던 등로인데도 늘 다른 곳에 마음과 눈을 빼앗겨 살피지 못했던 등로가 오늘은 온통 산객의 마음에 들어 와 선명한 자국을 남기고 있다.

그렇게 안개와 잡목 그리고 원시림을 생각하다 보니 등산객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리고 곧바로 임걸령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임걸령에 왔으니 약수물은 맛보고 가야 되는 시간.

좌측으로 잠시 내려가 좀 더 풍부해진 수량의 임걸령 식수를 한바가지 떠 배부를 정도로 마셔 본다.

언제 마셔도 입맛을 자극하며 힘들어 하는 등산객들의 생명수로서 늘 변함없이 흐르는 샘물이기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샘물 중 으뜸은 아닐런지 생각해 본다.

 

임걸령에서 시원한 물 한바가지 떠 마시고 다시 넓은 바위로 올라 피아골 계곡을 내려다 보니 아직도 발 아래엔 자욱한 안개가 드리워져 시야를 방해하고 있다.

몇장의 사진을 남겼지만 쓸만한 사진은 없어 보인다.

이제 서서히 햇살이 잡목 사이를 뚫고 등로쪽으로 들어 와 신비로운 세상을 열어 주고 있다.

그러다 문득 열린 하늘을 바라보니 그곳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덮혀 멋진 사진 한장을 선사해 주고 있다.

 

세상이 밝아 오며 이제 제대로 된 지리의 등로를 밝혀 주는 시간, 더욱이 구름을 걷어 내고 강한 빛으로 잡목 사이로 얼비춘 아침 햇살이 눈부시고 아름답다.

약간 남아 있는 안개와 잡목 그리고 그곳을 걷고 있는 산객이 하나되어 오늘 아침 지리를 밝히고 있다.

 

각 500미터 마다 설치된 이정표가 반갑고 또 늘 만났던 풍경들이 반겨주는 곳 지리산...

그렇게 거닐다 보니 많은 등산객들로 붐비는 노루목에 도착하여 이 산객도 바위 위에 올라 처음으로 제대로된 지리산 서부 능선을 바라 본다.

저 멀리 구름을 덮어 쓴 만복대 능선과 노고단이 그립지만 돼지령에서 이어진 능선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그대로 산상에 그리며 길게 늘어져 있다.

 

성삼재 지나 만복대와 큰고리봉 그리고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의 서부 주 능선도 한눈에 들어 오지만 고봉마다 하얀 구름 모자를 쓰고 있어 그 얼굴까지는 확인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몇번인가 올랐던 능선들, 특히 올 봄 바래봉 철쭉 구경을 위해 올랐던 바래능선이 인상적인 곳이다.

 

백두대간 주능선 좌측으로는 불무장등으로 이어지는 불무장등 능선이 봉우리에 안개를 덮고 아직 잠에서 깨어날 줄 모르고 피아골 넘어 저 멀리에는 왕시루봉도 그 높이를 자랑하며 안개와 구름속에 잠겨 있다.

어머니 품같이 넉넉하지만 또 언제나처럼 그 모든 속살을 한번에 보여주지 않는 지리산, 그래서 더욱 그립게 찾아 오는지도 모르겠다.

 

이 노루목 이정표 뒤로 오르면 반야봉으로 오르는 최단 거리인 코스지만  오늘은 잠시 망설여 진다.

지금 오르면 안개에 덮혀 있는 반야봉에서 정상석 이외에는 만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생각났던 것이다.

망설임도 잠시 급할 것 없는 시간이기에 오늘은 느긋하게 다시 삼도봉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좁은 등로와 산죽을 지나 진행하니 바위 밑에서 석간수가 제법 많은 양으로 솟아지고 있다.

평소에는 식수로 사용하지 못할 그저 축축한 곳인데 오늘은 지나는 산객의 목이라도 축이라는 듯 제법 소리를 내기도 한다.

간단히 손바닥을 이용해 시원한 식수 한모금 떠마셔 본다.

 

한동안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진행하다 보니 등로 좌측으로 이정표가 보이고 살펴보니 반야봉 오르는 갈림 삼거리 이정표이다.

삼도봉까지 올랐다 뒤돌아 내려와 이곳을 통해 반야봉으로 올라야 하는 코스이다.

등로 옆에 피어 있는 야생화에 이슬이 마르면서 많은 벌들이 자연의 건강함을 알려주고 있다.

 

잠시 안부로 내려가니 작은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오른 가족들이 쉬엄쉬엄 오르는 모습도 눈에 들어 온다.

눈 인사 나누고 진행하니 작은 바위지대가 나타나고 그곳을 넘으니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그리고 경상북도가 경계를 이루는 삼도봉에 도착한다.

백두대간 산행을 하다 보면 세군데의 삼도봉이 있는데 그중 가장 먼저 만나는 삼도봉이 이곳 지리산의 삼도봉인 것이다.

각 지역을 바라보며 삼각형의 철구조물에 그 지명을 적어 놓은 것이 이채롭게 다가왔던 지리의 삼도봉이다.

그런데 이곳을 왜 날라리봉이라 부르고 있을까 ???

 

삼도봉 정상에서도 많은 시간 보내며 많은 사진을 담아 본다.

불무장등 능선을 바라보며 담은 사진으로 불무장등은 아직도 그 정상에 안개가 덮혀 있다.

오를 수 없는 능선이기에 더욱 그립고 알고 싶은 능선중 한곳이기도 하다. 

 

불무장등 능선 좌측으로는 목통골과 범왕천을 지나 화개마을이 자리한 곳이다.

오늘은 안개가 시야를 방해하며 가까운 목통골과 그 위로 피어나는 안개나 구경하다 돌아가라 한다.

아쉬운 마음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도 유쾌한 시간으로 남겨지는 시간이다.

 

한동안 쉬었으니 이제 뒤로 돌아 반야봉으로 오를 시간, 그래도 아쉬움에 천왕봉쪽을 바라보지만 하얀 구름과 짙은 연무가 가려 희미한 능선의 그림자만 보여줄 뿐이다.

삼도봉 이정표를 담은 후 다시 뒤돌아 나오며 바위 위에서 올려다 본 반야봉 오름 바위봉은 하얀 안개 세상이다.

오늘은 세상 구경을 시켜 주지 않을 모양이다.

 

아까 삼도봉 오르며 초등학생 둘이 포함된 가족들이 쉬고 있던 안부에 도착해 사진 한장 남긴다.

잡목이 사라져 하늘이 보이는 봉우리 정상은 이제 따가운 여름 햇살이 살갗을 태우지만 잡목이 우거진 등로속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아직도 어둠이 존재하는 크고 넓으며 깊고 높은 지리산임을 다시 한번 실감해 보는 시간이다.

 

다시 반야봉 오름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 반야봉으로 오르니 더욱 신비감을 자랑하며 자연미를 더해 준다.

지난 밤까지 내렸던 비가 더욱 싱그럽고 자연미 넘치는 등로로 만들어 준 것은 아닌지 생각되는 시간, 드디어 노루목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는 삼거리에 도착해 심 호흡 한번 하며 마음을 가다 듬는다.

 

이제 바람 한점 없는 찜통 더위를 온몸으로 느끼며 가파른 된비알 타고 오르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바위 암봉에 올라 본다.

보고 싶은 천왕봉쪽 시야는 완전히 안개속에 묻혀 보여줄 생각이 전혀 없고 가까이에 존재하는 반야봉 정상부도 동쪽으로 남아 있는 짙은 안개로 인해 온전한 모습 한번 보기 힘들다.

 

바위봉을 내려와 굵고 키큰 거목들을 지나 안부로 내렸다가 다시 간간히 나타나는 바위지대를 넘으니 안전봉과 로프가 설치된 야생화 천국이 나타난다.

천상의 화원이란 말이 딱 들어 맞는 표현이랄까...

안개속에 피어 난 야생화가 더욱 반짝이는 구간이다.

 

드디어 반야봉 정상이다.

1732봉으로 지리산에서 5번째 높은 봉우리이지만 지리산의 중심부에 독립된 봉으로 자리하기에 제2봉으로 섬겨지는 곳이기도 하다.

반야봉과 중봉이 같은 높이로 인간의 둔부를 연상시키는 모습이 지리산 어느곳에서 보아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봉우리이기도 하다.

사진으로만 봐도 금방 지리임을 알게 해 주는 반야봉, 그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얼마나 아름답던지 지리8경속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야봉에 오르니 두분의 여성 등반객이 바위 위에 걸터 앉아 아침을 들고 있고 다른 등산객 한분은 열심히 정상석을 사진기에 담더니 금새 내려가 버린다.

이 산객도 한동안 머물며 많은 사진 남기고 바위 위에 걸터 앉아 늦은 아침을 먹는다.

보여줄듯 보여주지 않는 조망을 기다리며 느긋하게 한시간 이상을 이곳 정상에 머물며 식사를 즐겨 보는, 근래 들어 가장 긴 아침 식사 시간이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나자 거짓말 같이 안개가 걷히며 멋진 지리의 서부 능선을 모두 보여주기 시작한다.

 

불무장등능선과 우측 저 멀리 왕시루봉 능선이 보이고 그 능선 위로 하얀 뭉게구름이 금방 신선이라도 내려올듯 아름답게 붙어 있다.

이렇게 바라보며 사진에 다믐 가슴이 벌렁이며 벅차 오르는 감정을 억누를 수 없다.

하나 둘 모여드는 등산객 수가 늘어나며 모두 그칠 줄 모르는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

 

좌측 끝부분이 노고단으로 아직 그곳엔 구름이 머물고 있고 가운데 하얗게 드러난 부분이 오늘 산행을 시작한 성삼재이며 그 아래쪽으로 681번 지방도로가 지리산을 뚫고 가보고 싶은 곳 100선으로 선정되어 있다. 

눈에 보이는 그 능선 뒤를 지나 백두대간의 만복대가 숨어 있다.

 

남서쪽으로는 노고단 지나 피아골 계곡을 넘어 왕시루봉 능선이 변화무쌍한 구름의 모양을 만들며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놓고 있다.

방금 전 담았던 모양과는 전혀 다른 세상과 풍경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바라보고 있는 자신도 믿지 못할 환상의 조망과 풍경에 그저 벌어져 있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1시간 이상 머물며 보낸 시간이 아깝지 않았던 반야봉 정상에서의 시간도 이제 떠나야 하는 시간이다.

너무나 아쉬운 마음에 다시 한번 반목배와 성삼재 그리고 노고단 능선을 담아 본다.

그 위에 떠 다니는 구름의 모양도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지리산의 풍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아쉬움 뒤로 하고 등산객들이 모두 사라진 틈을 이용해 들어가면 안되는 중봉코스로 들어간다.

개인적으로 처음 발길을 옮기는 등로이기에 약간의 긴장감과 설레이는 마음이 공존하는 시간, 조금 진행하니 안부에 헬기장이 나타나고 그 위엔 천상의 화원이 열려있다.

뜨거워진 태양빛을 받으며 몇장의 사진으로 그 천상의 화원을 담은 후 다시 나즈막한 능선으로 올라 중봉으로 향한다.

 

다시 높지 않은 오르막을 타고 진행하니 이 높은 정상에 무덤 한기가 놓여 있고 그 무덤 좌측으로 헬기장이 있는 중봉 정상이다.

지리산을 사진으로 담을 때 늘 그 이정표가 되였던 반야봉과 중봉 두 봉우리 모양이 사람의 엉덩이 모양을 하고 있기에 금새 알아 볼 수 있는 이정표 구실을 하고 있는 봉우리들이기도 하다.

이곳 정상에서도 두갈래 등로가 열려있는데 11시 방향의 심원과 쟁기소 방향이 아닌 1시 방향의 숲으로 진행해야 묘향대를 만날 수 있다.

 

생각보다 등로가 잘 나 있지만 지나다닌 흔적이 흐미해 주능선과는 달리 더욱 자연미가 살아 있다.

가끔은 열대지방의 원시림에 들어 온듯한 느낌도 가지고 또 때로는 자연의 순리를 따라 고사목이 반겨주는 완전히 다른 등로가 열려 있다.

그속을 홀로 진행하는 마음에는 천상의 변화가 순간적으로 일어나고 있음도 감지된다.

 

한동안 잡목숲을 따라 조망 하나 없이 진행하다 갑자기 앞이 트이며 능선 하나가 눈에 들어 온다.

어디일까 궁금해 독도를 해 보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고 다만 우측에 뱀사골계곡을 두고 함께 달리는 심마니능선이 아닐까 생각되는 능선이다.

계곡 저 멀리 능선 위에 피어 오르는 안개가 참으로 환상적인 풍경이다.

 

가끔 급경사 내리막도 지나고 또 작은 암릉 구간도 지나며 만나는 산죽밭도 통과하니 금새 묘향대 삼거리에 도착한다.

사진을 보며 어릴적 산객이 살았던 칠갑산 자락의 옛집을 생각했던 곳, 늘 고립무원으로 있다 가끔 출입금지 팻말을 넘어 들어 오는 산객들의 발자국만이 남겨지는 곳이기에 누구나 한번쯤 들려보고 싶은 곳인지도 모르는 곳이다.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리며 두근거려 온다.

  

큰 낙락장송을 지나니 허름한 시골집 냄새를 풍기는 묘향대가 나타난다.

암자도 아니요 절은 더욱 아닌 것처럼 보여지는 묘향대는 화엄사의 말사로 알려져 있다.

호림스님이 기거를 하신다는데 혹시 운이 좋으면 만나 뵙고 좋은 말씀이라도 들을 수 있을까 기대했었는데 너무 조용해 산객이 내는 발자국 소리에 스스로 놀라 움찔하는 정막강산이다.

 

묘향대 앞 뜰을 지나 좌측으로 나 있는 옛날에는 좌선대로 사용하였던 곳으로 내려가니 좌선대 정상에는 작은 아기 코끼리가 서 있다.

무슨 연유인지 궁금도 하고 왜 이곳에 하필 코끼리를 얹어 놓았는지 알고 싶지만 알 길이 없으니 아쉽다.

사진으로 한장 남기고 그 아래 굽어 보이는 능선 위 하얀 구름만 내려다 보다 다시 올라온다. 

 

다시 앞뜰을 지나 묘향대를 우측에 두고 돌아 들어가니 암벽 앞에 석간수가 보이고 그곳에서 다시 시원한 물한바가를 떠 마셔 본다.

그 식수 앞에는 간이 빨래줄이 쳐져 있고 몇조각의 빨래가 정성드려 널려 있다.

너무 조용하고 고요해 머무르는 것조차 미안하다는 생각에 재빨리 묘향대를 빠져 나오며 두손모아 스님과 묘향대의 안녕을 빌어 드린다.

 

삼거리를 지나 직진하니 작은 돌탑이 있고 그 옆에는 텃밭같은 작은 밭이 있으며 채소가 심어져 있다.

어릴적 기억을 더듬으며 잠시 고향 생각을 해 보고 이제부터 돌탑 우측으로 나 있는 희미한 등로를 타고 이끼폭포로 향한다.

만약 내린 폭우로 계곡물을 건너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곳으로 다시 올라와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길함을 안고서...

 

가파른 내리막 등로를 타고 한동안 진행하며 사색에 잠기는 시간이 길어진다.

작은 바위 너덜길도 만나고 또 부드러운 원시림도 만났다가 산죽밭도 지나고 또 작은 암벽도 만나면서 그렇게 진행하다 보니 인간 세상에서 얻었던 모든 근심과 시름이 날아가고 욕심도 부질없음을 조금은 느껴본다.

가진 것 없어도 튼튼한 두 다리만으로 이렇게 큰 행복을 느끼는 것을... 

한동안 내려오니 선답자들의 산행 후기에서 봤던 작은 암벽이 나타나고 로프가 매달려 있다.

 

로프 암벽 구간을 지나고도 한동안 급경사 내리막 등로를 타고 내려오니 더욱 거칠어지는 바위 너덜지대가 산객의 발걸음을 붙잡고 느림의 미학을 다시 한번 깨닭게 해 준다.

이제 서서히 귓전을 때리는 계곡 물소리가 저 멀리 웅장하게 들리고 그 들려오는 계곡 물 흐르는 소리에서 공포감이 밀려온다.

그렇게 한동안 내려가니 마른 계곡에 파아란 이끼가 아름다운 첫번째 지계곡을 만난다.

 

그 이후로도 한동안 더 내려가니 산사태 지역이 나타나고 곧바로 이끼골과 합류되는 합수점이 보인다. 

거대한 바위들이 갈길을 가로막고 등로 좌측에서 굉장히 큰 폭포 소리가 들리지만 보이지 않아 잠시 올라가 보니 그곳에 무명폭포가 있다.

내린 폭우로 인해 더욱 거대한 폭포를 이루며 그 앞에 서 있는 자체로 시원한 냉장고가 따로 없는 시간이다.

이제부터 이끼골을 통해 내려가다 뱀사골 계곡을 만나 반선으로 이어지는 약 20여리가 넘는 계곡길을 걸어 내려가야 하는 시간이다.

 

이제 정말 급할 것 없이 마음껏 계곡을 즐겨 보는 시간이다.

생각보다 풍부한 계곡물이지만 다시 돌아 올라갈 정도는 아니기에 그저 능선으로 진행하며 땀방울이 흘러 내리면 계곡으로 들어 그 땀방울을 식히는 진행이 계속되고 있다.

다만 이 많은 수량의 계곡물로 인해 이끼폭포는 이미 오래전 잊어 버린것이 아쉽고 안타까운 시간이리라.

 

그거 이름이 없어도 좋고 평이해도 좋을 계곡, 작은 무명폭과 높은 폭포 그리고 평이한 계곡을 가리지 않고 그 어느 유명한 계곡의 폭포보다 아름답고 멋진 모습들이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자꾸만 이끼폭포를 찾아 보지만 그런 모습 자체를 찾는 것이 무의미한 시간이기도 하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이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고 그렇기에 더욱 자연미를 간직한 이끼골의 폭포들, 이런 폭포와 계곡물이 넘치는 상황이 다른 유명한 계곡에 존재한다면 그럴듯한 이름 하나 얻었을 것 같은 계곡이 계속 산객의 발길을 잡는다.

떨어지는 폭포수 밑 소에 모여있는 물빛은 폭우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에머랄드 빛으로 빛나고 있다.

  

높은 곳에서 직각으로 떨어지는 폭포를 지난 계곡물은 다시 온순한 계곡을 타고 부드럽게 흐른다.

그 흐름이 바위들을 만나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사이 눈에 보이는 흐름은 더욱 아름다운 계곡 본연의 모습으로 되살아 나고 있다.

삼각대가 없어 멋진 계곡을 담는데 제한이 있지만 이런 정도의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계곡이다.

 

그러다 지계곡으로 넘처 흐르는 계곡물을 건너 어렵게 진행하는 구간도 있지만 큰 어려움은 없다.

강한 물살로 인해 평소보다 정신 집중이 요구되지만 크게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구간은 없어 보인다.

시간이 좀 더 걸리고 체력적인 부담이 된다 해도 진행하다 아름다운 폭포나 계곡을 만나면 다시 그 계곡 아래로 내려가 담아오다 보니 시간은 많이 걸린다.

 

말이 필요없는 아름다운 폭포들,

두개의 사진기를 들고 다니기에 오늘은 부담이 되더라도 DSLR 카메라로 담아 본다.

산행을 즐기며 사진을 담다보니 자주 말썽을 부리는 캐논 카메라이지만 오늘은 돈이 얼마를 들더라도 참을 수 없는 멋진 풍경이기에 계속 사용해 본다.

 

이끼폭포를 만나지만 일반 무명폭포보다 못한 모습에 실망하지만 그 실망이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조만간 다시 한번 내려오기로 한다.

한동안 홀로 외롭게 내려오며 급한 등로를 타고 계곡을 오르락 내리락 하니 부부인듯한 네분의 등산객이 거꾸로 오르며 잠시 인사 나누고 등로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이끼폭포에 대한 정보를 주지만 오른 것이 아까운듯 계속 오르는 네분과 헤어져 마지막 지계곡을 지나니 저 멀리 뱀사골 주계곡이 보인다.

 

가슴 졸이며 진행된 이끼골을 빠져 나와 뱀사골 계곡으로 들어서니 몇분의 등산객들이 반선에서 오르며 인사 나누기 바쁘다.

수많은 바위들이 깔린 넓은 임도를 타고 잠시 내려가니 제승교가 나타난다.

더욱 많아진 수량을 자랑하는 뱀사골 주계곡을 만난 것이다.

하지만 이끼골과는 달리 가까이 내려가 만날 수 없는 지루한 계곡을 10리 이상 걸어 내려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존재하는 계곡이다.

 

제승교를 계곡 좌측에서 우측으로 건너니 나무데크로 된 등로가 열려있고 좌측으로 아름다운 뱀사골 계곡이 흐른다.

한동안 내려가니 제승대가 나타나고 읽어 보니 1300여년 전에 불자들을 위한 제를 올렸던 곳으로 그 괴암과 청류함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하니 과연 명불허전이라 했던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잡목사이로 그 모습을 담아 본다.

 

이제 다시 옥류교를 지나 계속 계곡 탐방을 해 본다.

몇년전 왔다가 그저 지루한 이 계곡을 타고 속도전을 벌인 후 그 지루함이 싫어 찾지 않았던 뱀사골, 가을 어느날 단풍이 지는 계절에 예정 없이 불쑥 내려와 걷고 싶다는 생각은 왜 그런 것인지...

병풍소를 지난다.

 

조금 더 진행하니 급류로 변하며 좁은 괴암속을 흘러 갚은 소로 모였다 다시 넓게 퍼지는 병소에 도착해 잠시 쉬어 간다.

그 흐르는 물빛이 장난이 아니다.

엊그제 계속 내린 폭우로 수량이 많아 졌지만 그 물빛 만큼은 여전히 푸른 에머랄드 빛을 유지하고 있음이 신기할 뿐이다.

 

계속 너무 아름다운 뱀사골 계곡을 타고 진행하기에 그 아름다움 조차 잊어 버릴쯤 등로 위 잡목들도 담아 보고 뱀사골 주계곡으로 합류되는 지계곡의 아름다운 작은 폭포도 담아 본다.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한 작은 폭포들이 수도 없이 지계곡을 통해 흘러 들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동안 아무 생각없이 무심으로 걷다 옆을 보니 뱀소가 나타난다.

이곳 역시 좁은 암반 사이를 뚫고 급경사를 이루며 흐르는 뱀사골 계곡물이 큰 물보라를 일으키며 뱀의 꼬리처럼 그 끝자락을 흔들며 격하게 흘러 내리고 있는 환상의 모습이다.

이곳에서도 잠시 쉬어가며 사진에 남기는 사이 몇방울의 빗방울이 떨어져 잠시 걱정했지만 금새 멈춘다.

 

뱀소를 지나 깊은 소에 이르는 계곡물의 흐름과 물빛이 예술이다.

그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찾고 욕심이 사라지는 시간이다.

이래서 다시 격한 세상살이에 지치면 찾아드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다시 지루한 계곡을 타고 내려가 본다.

늦은 아침을 먹었지만 점심을 먹지 못했기에 허기를 느껴 잠시 등로 옆 벤취에 앉아 남아 있는 간식을 찾아 본다.

시원한 맥주 한캔과 사과 하나 그리고 오이를 꺼내 요기를 하니 이 세상 모두가 다시 내 것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내려가니 금포교 지나 뱀이 용이 되어 승천하다 떨어진 곳으로 용이 승천하듯 물살이 급하다는 탁용소에 도착한다.

 

탁용소를 지나니 넓은 임도가 보이고 와운교가 나타난다.

그 완운교를 지나니 차도로 진행하는 길과 계곡따라 가는 길이 갈리는 갈림길이다.

이제 반선까지 약 2 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으로 물론 계곡따라 가는 길을 택해 진행하니 저 멀리 요룡골과 뱀사골이 합쳐지는 합수점 부근에 30여미터 높이의 바위가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용이 되기 위해 하늘로 승천하듯 보인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일명 흔들바위라 불리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나무데크를 타고 한동안 진행하니 큰 바위 옆으로 석실이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어머니 품이란 아늑한 곳이 지리산이지만 현대사에 씻을 수 없는 아픈 역사를 동시가 갖고 있는 곳이 이곳 지리산인 것을 알려주고 있다.

광복 후 한국동란을 겪으며 빨지산의 본거지가 바로 이곳 지리산이였으며 그 빨지산들의 신문이나 기관지를 인쇄했던 곳이 바로 이곳 석실이란 안내글이 적혀 있다.

 

이제 특별한 이름은 없지만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담아 본 풍경들이다.

바위를 타고 흘러 내려오는 물줄기가 참으로 웅장하면서도 멋스런 풍경이다.

그 흐름을 타고 내는 굉음에 가까운 계곡이 가슴속 깊이 남겨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뱀사골 야영장이 가까워져 오는 계곡물은 더욱 큰 골을 이루며 웬만한 강보다 많은 수량을 자랑하고 있는 듯 하다.

그저 아름답다는 표현 이외에 다른 말이 필요 없는 시간이기도 하다.

가슴속에 남겨진 오늘 이 풍경이 지리산에 대한 그리움을 당분간 잊게 해 줄 수 있을지...

 

이제 뱀사골 계곡 탐방 안내소에 들려 잠시 이야기 나눈 후 반선으로 내려가 본다.

아무 계곡이나 들어가 흐르는 땀방울을 씻을 수도 없기에 다시 뜨거운 태양을 머리에 이고 아스팔트 도로를 타고 진행한다.

그러다 계단이 만들어진 곳을 통해 뱀사골 계곡으로 내려가 흐르는 땀방울 닦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잠시 알탕을 즐기니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 되였다.

 

시원하게 몸을 닦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은 후 그곳에서 바라보는 뱀사골 계곡과 그 위 능선 그리고 파란 하늘에 떠 있는 하얀 구름이 환상을 노래한다.

마지막으로 그 모습을 담고 다시 이글거리는 포장도로를 타고 반선교쪽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다른 등산객을 만나 이야기 나눈 후 매표소에 들려 시원한 맥주 하나를 사서 마시며 차표를 구해 남원으로 향한다.

전북 직행버스에는 단지 등산객 몇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렇게 하여 그리웠던 지리에 들었다 만족과 아쉬움을 남기고 다시 서울로 향한다.

그러다 그리움이 돋으면 계획없이 조용히 다시 내려 갈 것이다.

 

이제 산우님에 대한 증오도 날리고 망친 여름 휴가로 인한 마음 아품도 사라졌기에 이 기분 이 상태로 계속 지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