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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전라도 산

억불봉에서 백운산과 쫓비산까지 산행후기

by 칠갑산 사랑 2010.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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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전남 광양시의 백운산 종주 능선 일대

산행날자 : 2010년 03월 19일(금요일)

산행날씨 : 아침엔 맑고 좋은 날씨였으니 점심때부터 연무낀 날씨

산행온도 : 영상 2도에서 영상 15도

산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산행코스 : 백학동 상어치 마을 2차선 포장도로-신황교-구황마을-벌목 후 과수 조림지대-주 능선-

               남평문씨 묘비-무명 묘지 전망대-바위 전망대-암벽 우회지대-업굴-바위봉-

               억불봉(997봉)-암봉 철계단-노랭이봉 갈림 헬기장-선동마을 갈림 삼거리-

               백운사 갈림 헬기장-진틀 갈림 삼거리-신선대 갈림 이정표-백운산상봉 이정석(1218봉)-

               호남정맥 능선-무명 묘지공터-관동 갈림길-매봉 헬기장(865.3봉)-항동마을 갈림길-

               고사마을 갈림길-512.3봉 삼각점-선황재-진등재-배딩이재-관동마을 갈림 게밭골-

               갈미봉(519.8봉)-바람재-쫓비산(536.3봉)-청매실농원 갈림 삼거리-바람재 주 능선-

               우측 상어치 마을-마을 입구 2차선 포장도로(산행종료)

산행거리 : 약 27 Km

산행시간 : 때로는 빡쎄게 때로는 여유있게 사진 찍으며 11시간 (06시 30분부터 17시 30분까지)

 

 

남도의 매화축제와 백운산 환종주를 함께 즐긴 하루

 

 

지방 출장이 잡혀 목요일 아침 일찍 내려가는 계획이 생겼다.

하지만 전날 저녁부터 춘삼설에 폭설이 내린다는 일기 예보가 잇따르고 다음날 목요일 아침 일찍 차량 운행이나 가능할지 걱정속에 잠이 들었다.

새벽 같이 일어나 밖을 살펴보니 도로는 별 이상이 없지만 천안근방은 춘설이 약 15 Cm나 쌓였다는 소식에 긴장하며 집을 나서 망향 휴게소에서 그냥 지나지 못하고 나뭇 사지에 소복히 내려 앉은 눈꽃들을 담아 본다.

남도지방에는 봄꽃 축제에 바쁜데 중부 이북에서는 춘삼월에 폭설이라니 작은 나라에서 참으로 많은 날씨 변화를 보이고 있는 삼월이다.

 

집을 나서면서 약간의 눈이 내렸음을 느끼지만 도로에 내린 눈은 모두 녹아 흐르는 물로 변했기에 차량 운행에는 별 지장이 없다.

눈이 내린다는 일기 예보 때문인지 평소보다 한가한 도로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 안성을 지나 천안 근방에 도착하니 가로수 가지마다 소복하고 탐스런 눈꽃이 피어 그냥 지나 칠 수 없게 만든다.

잠시 망향휴게소에 들려 휴게소 뒷마당 나뭇가지에 열려 있는 탐스런 눈꽃을 담으며 홀로 만족한 시간을 보낸다.

춘삼월에 춘설이라...

 

남원에서 일을 마치니 오후 4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급하게 애마를 몰아 광양 매화마을로 달리니 가는 길 중간에 구례 산수유 마을이 나타나고 노오란 산수유 꽃이 만발해 산객의 눈길을 잡지만 오늘은 산수유가 아닌 매화가 목적이기에 못이기는 척 지나친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늘 아쉬움이 남는 법,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구례 산동마을의 산수유 축제에 잠시 들리지 못한 아쉬움이 깊게 베어 온다.

한시간 여를 달려 섬진강 변을 타고 도착한 광양의 매실마을, 급한 마음에 차안에서 옷을 갈아 입고 매화마을 뒷동산에 올라 축제장 풍경과 주위에 피어나기 시작하는 매화 그리고 저 아래 섬진강을 카메라에 담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매화마을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팔각정자가 아름다워 한장 남겨 본다.

많은 매화나무가 자라고 있지만 아직 지나기 아쉬운듯 겨울 찬바람의 시샘으로 몇일 늦어지는 듯 하다.

예전같으면 만개했을 매화가 아직 반정도 밖에 피질 못했다.

아마도 이번주 주말이 되어야 만개한 매화의 향연을 몰 수 있을 것 같다.

 

매화마을을 한바퀴 둘러본 후 내일 올라야 할 억불봉 산행 들머리를 찾아 구황마을과 신황교 그리고 상어치 마을로 가는 길에 만개한 몇그루의 매화나무를 발견하곤 애마를 주차시킨 후 담아 본다.

매화마을에서 보다 더 아름답고 멋진 매화에 여기 내려온 보람을 느끼는 시간이다.

산행이 주목적이지만 그 산행을 하면서 이렇게 매화꽃 구경을 겸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즐거울 순 없을 듯 하다.

 

백학동을 찾아 신황교에서 내일 올라야 할 억불봉 능선을 바라보니 수어천 넘어 아스라히 보이는 꼬깔형태의 억불봉이 산객의 기를 꺽고 있다.

그 사이에 벌목하고 과실나무를 심고 있는 민둥지대엔 몇그루의 매화가 식재되어 하얀 꽃을 피우고 있어 너욱 이채롭다.

이곳에서 애마를 이용해 구황마을을 지나 마지막 민가가 있는 산행 들머리까지 가 보지만 하산 후 차량 회수 문제로 이곳을 포기하고 다시 신황교로 내려 와 하산 날머리로 이용 할 상어치 마을로 들어 가 본다.

그 상어치 마을에 들어가 바라보니 산행 들머리와 날머리를 이용해 원점 회귀 후 용이한 차량 회수 장소를 물색하곤 곧바로 하동으로 들어가 새로지은 고궁이란 모텔에서 하룻밤 묵은 후 다음 날 새벽같이 산행길에 나선다.

  

통뼈라는 24시간 해장국집이 마침 모텔 근방에 있어 쉽게 저녁과 이른 아침을 해결하고 점심 도시락까지 받아드니 오늘 하루의 산행이 즐거움으로 가득한 기분이다.

어제 저녁에 봐뒀던 상어치 마을 입구 좁은 주차장에 애마를 주차시키고 작은 돌다리가 놓인 수어천을 건너는 시간, 새벽 6시 30여분이다.

잠시 벌목하고 콘크리트 산판도로가 놓여 있으며 과수나무를 식재할 민둥산을 오르니 저녁에 내려 와야 할 상어치 마을과 그 위로 쫓비산이 새벽을 열고 있다.

 

민둥의 벌목지대를 지나 희미한 낙엽 깔린 능선에 올라 앞을 바라보니 올라야 할 억불봉과 전위봉이 산객에게 위압감을 주며 봄으로도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에서 내려와 자주 오를 수 없는 억불봉이기에 시도는 하지만 너무 과욕은 아닌지 약간 걱정도 되던 시간이다.

하지만 오늘이 아니면 평생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비장함이 이곳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기사 백운산 정상에서 쫓비산까지는 호남정맥을 타면서 어짜피 한번쯤 더 올라야 할 능선이지만 이곳은 비켜 서 있는 봉우리이기에 더욱 욕심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억불봉 전위봉 오름길에 만나는 일출이다.

잡목으로 인해 깨끗한 장면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더욱 남기고 싶은 장면인지도 ...

늘 보는 일출이지만 산상에서의 느낌과 일출을 대하는 마음은 모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오늘 아침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오르다 보니 몇일 전 산행 자료를 검색하다 봤던 J3클럽 야생화 띠지가 반갑게 흔들거린다.

이제 정상적인 등로를 타고 진행하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다시 천천히 낙엽에 미끄러지는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등로 옆에 남평문씨 묘비가 서 있어 주위를 살펴보지만 보이는 묘지가 없다. 

그곳을 지나니 무명묘 한기가 보이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남녘 조망을 만난다.

수어저수지가 가운데에 들어 와 있고 그 좌측으로 불암산이라 생각되는 산과 우측으로 깃대봉이 호위하며 저 멀리 광양시를 지나 여수의 영취산 줄기가 운해속에 그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제 잡목 사이로 옥돌봉 전위봉을 넘자 옥돌봉 암봉이 눈 앞으로 다가오고 잡목 사이로 아쉽지만 담아 본다.

파란 하늘과 하얀 암봉이 멋진 시간이지만 점심 때가 되면서 그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연무로 인해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지리산 주능선을 깨끗한 모습으로 담아 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오후이다.

 

옥돌봉 오르기 전 바위 전망대에서 남쪽을 바라보니 광양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광양제철소로 대변되는 산업단지를 상징하듯 많은 굴뚝에서는 하얀 연기가 피어 나고 있다.

요즈음은 저런 하얀 연기조차도 완전 연소를 시켜 자연환경에 오염이 되지 않도록 배출된다고 하니 더 많은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시내 주위를 둘러 싼 깃대봉과 국사봉 그리고 호남정맥의 마지막 마루금도 넘실거리고 있다.

 

눈을 남동쪽으로 조금 돌리니 광양시내가 끝나는 저 멀리 바다 건너 여수의 영취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 온다.

다음달 내려가 영취산 진달래도 만나고 돌산도에 들려 돌산지맥을 타고 올라 와야 할 여수, 그 봉우리들만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이기 시작한다.

 

다시 눈을 좌측으로 더 돌리니 수어천과 웅동천이 수어저수지로 통하고 그 수어저수지 주위를 둘러싼 불암산과 깃대봉 그리고 저 멀리 호남정맥 마지막 구간인 천왕산도 가물거린다.

언젠가는 호남정맥을 타고 저 줄기 끝자락에 서서 가슴 벅차 오르는 희열을 맛 볼 수 있는 시간도 있을 것이리라

 

 동북쪽으로는 오후에 올라야 할 갈미봉이 우뚝 솟아있고 그 뒤로 섬진강 줄기가 약간 눈에 들어 온다.

그 섬진강을 건너면 하동의 분지봉에서 구재봉 지나 칠성봉이 보이고 그 좌측 저 멀리 우뚝 솟아 있는 삼신봉도 보이고 그 좌측 아래로는 작년 쌍계사 벗꽃 구경겸 다녀온 형제봉, 일명 성제봉 능선도 가깝게 보인다.

 

이제 하동의 평사리 들판 한가운데에 박경리 대하 소설인 토지의 주 무대였던 최참판댁을 두고 우측 줄기부터 분지봉과 구재봉 그리고 칠성봉이 보이고 그 끝자락에 낙남정맥 상 삼신봉이 우뚝하다.

평사리 마을을 가운데 두고 좌측 능선은 신선봉에서 형제봉 지나 관음봉이 보이고 그 줄기 역시 삼신봉으로 연결되였다 좌중앙 저 멀리 우뚝 솟아 있는 지리산 천왕봉에 닿는다.

장쾌한 마루금이 다시 산객을 부르고 저 능선을 타고 다시 낙남정맥에 오를 날을 기다려 보는 시간이다.

 

이제 억불봉 정상 앞에 버티고 서 있는 암봉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멀리에서 보고 또 이곳에서 볼때만 해도 월악산의 영봉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올라가 보니 그 정상의 넓이는 영봉보다 좁았다.

맑은 하늘과 대비되는 하얀 암봉이 아름답다.

 

마지막 암봉을 오르기 전 바위 전망대에서 다시 한번 조망을 해 본다.

북쪽으로 보이는 억불봉을 제외하고 시원하게 터진 삼면의 조망에 잠시 쉬어 간다.

가까이 노랭이제와 노랭이봉을 통해 백운산으로 오르는 능선이 시원하게 보이기 시작하고 그 줄기를 타고 내려가면 그 끝자락에 국사봉과 가야산을 타고 광양시내로 통한다.

 

이제 억불봉 앞에 버티고 서 있는 암봉을 오르기 위해 나선형으로 300여도를 돌아 올라야 한다.

바위 틈을 통해 진행하니 남사면은 녹아 물이 고여 미끄럽지만 북사면은 아직 눈이 그대로 남아 있고 얼음이 얼어 산행에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한동안 진행하다 보니 업굴이란 이정표가 보이고 바위틈에 생긴 얕으막한 굴 하나가 눈에 들어 온다.

 

안전 로프를 타고 미끄러운 등로를 조심해 진행하니 이제 암봉을 좌측에 두고 한동안 바위 너덜 계곡을 타고 올라야 한다.

벽면에는 거대한 고드름이 달려 있고 등로에는 온통 반질거리는 얼음판이다.

아주 조심하며 천천히 오르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도 힘들게 암봉과 억불봉 사이의 안부에 도착해 쇠사다리를 타고 마지막 암봉에 오르니 일망무제, 시원하게 펼쳐진 주위 조망에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노랭이봉이 시원하게 보이고  스 아래 동곡리도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광야천도 보이고 그 위로 백계산이 광양시민들의 사랑을 받을만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그 뒤로 보이는 산그리메가 환상을 노래하고 있다.

 

이제 억불봉 남쪽의 바위 전위봉을 내려가며 안전 로프가 달려있는 억불봉 오름 바위도 담아 본다.

오르는데 크게 위험하거나 어려운 구간은 아니지만 많은 등산객들이 오르는 곳이기에 광양의 산꾼들이 매달아 놓은 로프처럼 보인다.

멀리에서 봤던 뾰족한 꼬깔봉은 어디로 가고 그저 평이한 산상의 모습에 홀로 미소를 징 본다.

 

다시 억불봉 정상으로 오르니 지금까 봤던 조망의 완결편이 펼쳐져 있다.

다시 많은 사진 남기며 한동안 산상에 머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가슴에 남아 있는 욕심을 버리는 시간을 만들어 본다.

동쪽으로 순천의 나즈막한 산군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남으로 눈을 돌리면 광양의 높은 굴뚝에서 끊임없이 내뿜는 하얀 연기 넘어 남해 바다가 넘실거리고 그 넘어 여수의 산군들이 아직도 연무에 잠긴 위로 솟아 있다.

남동쪽으로는 통영과 거제 그리고 사천의 산군들이 시원하고 동쪽으로 하동의 산그리메가 가슴을 두드린다.

저 멀리 북으로는 백운산 우측으로 삼신봉 지나 지리산 천왕봉이 다시 한번 재회를 약속하고 있다.

 

처음으로 이곳 억불봉에서 디카 놀이를 하면서 사진 한장 남겨 본다.

다만 억불봉의 높이와 이곳에서 바라보는 멋진 조망과는 달리 자료가 없어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많은 자료를 찾아 보지만 억불봉에 대한 자료가 없어 아쉬웠는데 광주의 한 산악회에서 간단한 자료가 있어 발췌해 본다.

억불봉은 해발 1218봉인 광양 백운산의 주봉에서 제 3맥으로 남향하다 동쪽에 솟구친 바위산으로 광양시 진상면에 위치한 해발 997봉이다.

남쪽에서 처다보면 높이가 높은 바구니를 엎어높은 것 같은 속칭 바구리봉이라 지역민은 부르며 깍아지른 듯 한 기암괴석의 다섯 개 후봉을 거느리고 있다. 

 

다시 억불봉에서의 아름다운 시간을 뒤로하고 내려오니 바로 앞으로 올망졸망한 기암괴석들로 작은 암봉을 이루는 봉우리 몇개가 나타나고 그 봉우리마다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그 암봉을 지나 저 멀리 백운산의 주봉인 상봉과 연결되는 억불능선이 왜 이곳을 가을 산행지로 선정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억불능선의 억새와 구비구비 이어진 능선이 참으로 아름답다.

 

동쪽으로는 매봉에서 갈미봉으로 이어진 호남정맥 마루금이 나즈막하지만 섬진강을 끼고 그 역활을 다하고 섬진강 넘어 평사리를 둘러싼 산군들이 손짓하고 있다

그중에는 작년 벗꽃 놀이겸 산행으로 올랐다 내려온 형제봉, 일명 성제봉이 삼신봉과 연결된 능선을 뽐내며 산객을 마음을 흔들고 있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장편 대하소설 토지의 주무대였던 평사리 들판과 최참판댁 그리고 섬진강이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제 아기 자기한 억불봉 암봉을 내려와 뒤돌아 보니 참으로 근사하게 생긴 억불봉의 또 다른 모습이 들어 온다.

구황마을에서 그렇게 높이 그리고 뾰족하게 보였던 산세는 모두 어디로 사라지고 그저 미끈한 황소를 닮았다고나 할련지...

이렇게 대자연과 하나되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기에 계속 산을 찾는가 보다.

 

이제 얼었던 등로와 남아 있던 눈들이 녹으면서 진흙탕 등로로 변하는 시간이다.

완만한 능선을 ㅌ고 진행하니 금새 노랭이봉 갈림 헬기장에 도착해 사진 한장 남긴다.

많은 등산객들이 좌측 노랭이봉쪽으로 올라 억불봉보다는 백운산으로 산행을 많이 하는 듯 보인다.

지금까지 흐릿하던 등로가 이곳에서 백운산 방향으로는 고속도로처럼 나 있다.

 

이제 갈색으로 변해 있는 억불능선을 타고 여유있게 진행하니 가을날 아름답게 피었다 갈색 대만 남긴 억새가 작은 바람에도 하늘거린다.

저 멀리 올라야 할 백운산 마루금이 멋지게 조망되고 그 좌측으로 호남정맥 마루금인 도솔봉 일명 또아리봉도 우뚝하다.

 

조금 더 진행하니 좌측으로 바위 전망대가 나타나고 그곳에 올라서니 좌측으로 광양제철소 연수원이 아름답게 들어서 있다.

광양 시민들은 대개 저 연수원 건물쪽에서 올라 산행을 하는 ㄳ으로 알고 있기에 한장 담아 본다.

그림만으로 보는 연수원쪽 풍경이 멋지다.

 

이제 본격적인 백운산 오름길로 접어 들며 앞쪽 저 멀리 북동쪽을 바라보니 조금은 희미하지만 지리산 천왕봉에서 노고단을 거쳐 만복대까지 이어지는 장쾌한 지리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 온다.

백운산 정상에서 보면 조금 더 선명하겠지만 오늘 오후에는 박무로 인해 이것이 유일하게 담아본 지리 주능선이다.

 

조금 더 가깝게 줌으로 당겨 본 지리산 천왕봉이다.

정상부에는 아직 겨울 잔설이 남아 하얀 모습이고 그 나머지는 이제 겨울도 지나는 듯 모두 녹아 버린 산하이다.

많이도 올랐고 또 앞으로도 수없이 올라야 할 지리산, 이렇게 멀리에서 조망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다.

 

 뒤돌아 보니 지나 온 억불봉이 벌써 저 멀리 까마득하다.

이제 남해바다쪽 운해도 많이 사라진듯 조금씩 바다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침과는 또 다른 풍경으로 남겨진 조망이다.

 

게속 질척이는 등로를 타고 오르니 마지막 헬기장이 나타나고 그곳에서 바라 본 백운산이 이제 지척이다.

완만한 능선 지나 바위로 이뤄진 백운산 정상부가 이채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산상에 이색적인 바위를 가져다 올려 놓은 듯 그런 자세로 누워있는 바위들...

 

잡목을 헤치고 오르니 마지막 백운산 정상에 도착한다.

백운산 상봉 정상석, 그 정상에서 매서운 칼바람을 피해 몸을 낮추고 있는 등산객 두명에게 부탁해 어렵게 사진 한장 남기고 금방 그곳 정상을 떠난다.

전남 광양시와 구례군의 경계를 이루는 백운산(1218봉)은 지리산 다음의 전남 제2의 봉우리며 호남정맥의 종착지로 이름을 날리는 산이다.

이곳은 또한 962봉에서 억불봉 전까지 약 1킬로에 걸쳐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가을 산행지로 유명한 산이기도 하다.

잠시 찬 바람을 피해 내려다 본 지나온 능선이 멀고도 아름답다.

그 끝자락에 다시 뾰족하게 튀어 오른 억불봉이 그 위용을 자랑하기도 한다.

참으로 먼 거리를 걸어 잘도 올랐다는 생각이다.

 

서쪽으로는 신선대 지나 한재로 가라 앉았다 다시 일으켜 세운 도솔봉이 우뚝하다.

언젠가는 저 도솔봉에서 이곳을 따라 걸으며 호남정맥 마루금을 만날날도 있으리란 기대가 생긴다.

그 기회를 만드는데 그리 오랜 시일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정맥 산행을 하면서 이곳에 오르는 기분은 오늘과 또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

 

동으로는 이제부터 내려가야 할 매봉 능선이 부드럽게 누워있다.

그 매봉 끝자락에는 섬진강이 흐르고 그 건너편에는 토지의 주 활동 무대였던 평사리 들녘도 보인다.

저곳에 올라 바라 본 느낌과 이곳에서 멀리 떨어져 바라보는 풍경이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시간이다.

 

백운산 정상에서부터는 호남정맥 마루금이기에 뚜렷한 등로도 나 있고 많은 종주대 띠지들이 흔들리기에 등로를 이탈할 염려는 줄어 든다.

그곳에서 조금 내려와 매봉과 갈미봉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무묭 묘지 앞에 자리 펴고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점심 후 다시 매봉으로 진행하다 헬기장에서 뒤돌아 본 백운산 정상부가 톱날처럼 경외롭다.

 

한동안 깊은 낙엽속을 따라 진행하니 좋은 등로라서 그런지 산행 속도가 무척 빠르다.

오전중에 잃어버린 시간을 벌충이라도 하듯 그렇게 빠른 속력으로 진행하다 문득 눈을 들어 우측을 바라보니 아침에 그렇게 힘들게 올랐던 억불봉이 앞의 암봉과 떨어져 있는 다른 모습으로 함께하고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산의 모습이 이채롭다.

 

약 한시간만에 백운산 정상에서 매봉까지 내려 왔다.

스스로에게 놀랄 정도로 빠른 걸음걸이이다.

조만간 다시 내려와 만나야 할 매봉이기에 사진 한장에 그 의미를 담아 간다.

 

잠시 더 진행하니 등로가 우측으로 90도 꺽이며 이제 갈미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많은 띠지들이 나풀거리기에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잠시 물 한모금 마시고 차가워진 바람을 피해 빠르게 내려간다.

 

그렇게 정신없이 진행하니 언뜻 좌측으로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그 강변에 하얀 매화가 피어 있지만 카메라에 담기엔 잡목들의 방해가 너무 심하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발걸음만 옮기다 보니 생각 보다 빠른 시간에 갈미봉 정상이다.

힘이 빠진 상태에서 오르는 갈미봉 정상은 흡사 저승사자와 만나는 시간처럼 지루하고 답답하며 고통스럽다.

 

갈미봉 정상 아래에서 남아 있는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다시 빠르게 진행하니 등로에 묘하게 생긴 바위들이 보인다.

누군가 조각해 놓은 듯 긓런 모습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자연 그대로의 바위인듯 하다.

등로 좌측으로는 계속 해 매화마을 축제장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들리고 섬진강이 잡목사이로 드러나며 등로 우측으로는 아침에 올랐던 억불봉이 계속 친구로 남아 있다.

 

중간 중간 좌측 섬진강변에 위치한 매화마을들로 하산할 수 있는 갈림길들이 많고 그곳들을 지나처 오르니 갑자기 바위 전망대가 나타난다.

올라가 방금전 내려온 갈미벙을 담으니 그 갈미봉 저 멀리 백운산 자락이 희미하게 그 형상을 드러낸다.

이곳에서 세명의 등산객을 만났는데 쫓비산에 올라 이야기 나누다 보니 이곳 광양의 산꾼인 청포도님 일행이다.

앞으로 이곳 남도를 내려오기 전 청포도님의 산행기를 참조할 기회가 많아질 듯 하다.

 

섬진강과 하동쪽 구제봉으로 연결된 능선도 보인다.

이곳에서 부터 쫓비산까지는 잡목으로 인해 쉬지도 못하고 그저 열심히 걸었을 뿐이다.

 

드디어 쫓비산 정상이다.

청포도님 일행과 이야기 나누고 사진도 찍은 후 주위를 둘러 본다.

왜 쫓비산일까 궁금해지는 시간, 자료를 찾아 보지만 시원한 답은 얻지 못할 것 같다.

다만 하나 오늘도 광양의 멋진 산꾼이신 청포도님 일행을 만난 것으로 만족해야지...

 

이제 청포도님 일행과 헤어져 바람재ㅗㄱ으로 홀로 진행하니 좌측으로 청매실농원으로 하산하는 갈림길에 도착하고 다시 우측 등로를 타고 진행한다.

하지만 아무리 진행해도 우측 상어치 마을로 하산하는 등로가 보이지 않아 잠시 서성이며 생각해 보니 쫓비산에서 내려와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기 전 우측으로 갈지자를 그리며 내려간 희미한 등로가 하나 보였는데 혹시 그쪽이 아니였을까 생각된다.

하지만 이미 너무 와 버려 그곳으로 뒤돌아 갈 수는 없기에 다시 주의하며 진행하니 우측으로 희미한 등로 하나가 보인다.

 

그 등로를 타고 가파른 경사를 내려오니 많은 수량이 흐르는 개울이 하나 보이고 살펴보니 이곳이 수어천으로 흘러드는 개울처럼 느껴진다.

상어치 마을이 확실하기에 어느쪽으로 하산해도 이제 마지막 날머리라는 생각에 조금 여유가 생긴다.

내려오며 바라본 억불봉이 다시 그 위용을 뒤찾고 봄나물을 채취하는 인정 많은 상어치 마을 주민들과 이런 저런 세상사는 이야기 나누다 보니 하루해가 서산으로 기울어져 간다.

 

상어치 마을을 뒤돌아 내려오며 주위에 피어 있는 매화를 담으며 멀고도 길었던 하루의 산행과 일과를 마무리 한다.

아직 만개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일찍 봄소식을 전하는 매화를 봤으니 올 한해의 산행과 생활도 모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길 빌어 본다.

 

상어치 마을 이정석이 서 있는 도로로 내려 와 애마를 회수한다.

수어천으로 내려가 몸이라도 씻고 싶었는데 이때부터 갑자기 일이 바빠져 수없이 걸려오는 전화 벨 소리에 손도 씻지 못하고 어둠이 깔리는 시간, 광양을 벗어나 서울로 돌아 온다.

 

언젠가는 다시 들려 올라야 할 호남정맥의 마지막 봉우리들, 매화축제란 테마 기획이 있어 갑자기 내려왔지만 생각보다 멋지고 즐거운 시간으로 남겨 본다.

다음에는 오늘 운해 위에서 봉우리로만 봤던 여수의 영취산과 돌산지맥을 올라 볼 기회만 기다리며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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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