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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전라도 산

지리산 바래봉 철쭉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10.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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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전라북도 남원시 정령치에서 바래봉까지 지리산 북서부 능선 일대

산행일자 : 2010년 05월 26일

산행날씨 : 오전엔 짙은 안개 후 맑은 날씨였으나 오후 한때 다시 짙은 안개 날씨

행온도 : 영상 08도에서 영상 21도

산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산행코스 : 정령치휴게소-고리봉(1305봉)-이정표-세걸산(1220봉)-세동치-1140봉-부운치-1123봉-

               철쭉군락지-나무계단-운봉 갈림길-식수대-바래봉(1165봉)-운봉 갈림길-임도-운봉-

               산행종료

산행거리 : 총 약 16.00 Km

산행시간 : 약 06시간 45분 (07시 20분부터 14시 05분 까지 식사시간 및 휴식시간 포함해 사진 찍으며

               널널하고 여유있게)

교통편 : 애마 이용

 

 

지리산 서부 능선에서 즐긴 철늦은 철쭉 꽃들

 

 

지난 연말 연초에 그토록 힘들게 만들고 심혈을 기울였던 산악회에서 어려움을 겪은 후 홀로 맥 잇기 산행에 빠져 생활하다 산악회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 와 예전 만났던 산우님들과 시간을 보내며 다시 기획. 테마 산행을 생각해 본다.

어딘지 모르게 낮설게 느껴지지만 오랫동안 해 왔던 산행이니 금새 다시 친숙해 지리라.

처음 생각은 두번 다시 산행을 리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다짐했지만 5개월여 홀로 입산하며 스스로도 느끼지 못했던 외로움이 있었는가 보다.

새로운 마음으로 불현듯 떠오른 지리산 북서부능선인 바래봉 철쭉을 보기 위해 계획없이 떠나 본다. 

 

두세분의 산우님들이 동참을 예약했지만 산행 전날 그 약속이 취소되어 이번에도 홀로가는 산행이 되였다.

급한 일들을 대강 마무리하고 하루 시간을 내 새벽잠 설치고 새벽 3시 40여분, 집을 나서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아직도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

만반의 준비는 했지만 그래도 비가 그치기만을 기대하며 달려간 정령치 휴게소에 도착하는 시간 새벽 6시 50여분이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안개가 1000고지가 넘는 정령치에 오르니 감쪽같이 사라지고 날씨가 맑아지고 있다.

  

정령치는 주천면 고기리에서 산내면 달궁 부락으로 넘어가는 지리산 줄기의 고개로 황령치와 함께 마한의 별궁을 지키던 중요한 곳이었다 하며 그에 대한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이제 이곳도 벌써 네번째의 만남이다. 

두번의 백두대간 산행과 한번의 만복대 가을 억새 산행을 위해 만났던 친숙한 곳이기에 이 산객 홀로 올라 휭하니 불어오는 새벽 찬바람에 쓸쓸함이 있지만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다.

문이 닫히 휴게소를 둘러보고 안개속에 희미한 지리 주능선과 반야봉을 담은 후 넓은 주차장을 지나 공터로 올라 주위를 살펴보니 등로 뒤쪽으로 지리8경중 하나인 반야봉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반야봉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 높게 올라가 있다.

 

등로 좌측 북서쪽으로는 주천면 고기리와 주천리로 이어지는 나즈막한 백두대간 마루금과 마을들이 아침 안개속에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그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고기댐의 푸르름과 그 한가운데 떠 있는 팔각정이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시간이다.

두번이나 봤던 같은 풍경이지만 볼때마다 다른 느낌과 여운으로 남겨지는 추억은 말로 설명할 수 없기에 또 다시 그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산행 후 내려가며 저 고기댐에 잠시라도 들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제 벤취가 있는 넓은 공터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뒤로하고 서서히 목책을 타고 능선으로 오르니 초록으로 변해가는 산하가 싱그럽고 가끔 등로 옆에 피어 있는 철쭉이 산객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백두대간 산행을 하면서 작년에도 올랐던 곳인데 느낌은 모두 다르다.

이렇게 또 다시 이런 멋진 조망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한 시간이다.

 

조금씩 질퍽이는 등로를 조심하며 오르니 어젯밤까지 내린 비로 인해 습도가 무척 높다는 생각이다.

좌측으로는 계속 고기댐이 눈에 들어오고 정령치에서 200미터 올랐다는 이정표도 지나며 잣나무 등로도 지난다.

계속 오르니 우측으로 마애불상군과 개령암지 갈림길이 나타나고 잠시 들려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그냥 지나친다.

이제 제법 철쭉 터널이 나 있는 등로를 지나니 좌측으로 전망바위가 나타나고 추모비 하나가 보인다.

그곳에서 바라 보는 정령치와 만복대의 풍경이 한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그곳 전망대에서 다시 올라야 할 앞쪽을 바라보니 고리봉 전위봉 능선이 아름답다

바위와 철쭉 그리고 연두빛에서 푸른색으로 변해가는 산하의 빛이 환상이다.

온 몸에 흐르는 땀방울을 식혀주는 봄바람이 안개를 몰아내며 또 다른 산행의 묘미를 더해 준다.

 

바래봉에서의 철쭉 산행을 기대하며 내려온 산행이지만 고리봉 오름길에 만난 철쭉만으로도 가슴 설레이는 시간이다.

빗물을 머금고 있다 산객이 지나면 후두득 떨어지는 소리와 모습에 홀로 미소짓는 시간, 바짓가랑이 모두 젓어 오지만 신경 쓰지 않고 그 시원함을 즐기는 시간이다.

팔랑치에서의 멋진 철쭉을 기대하며 ...

 

고기댐에서 만들어진 안개가 정령치 능선을 타고 넘는 모습에 반해 자꾸만 뒤돌아 보고 그 끝자락에 자리한 어머니 품같은 만복대를 그리워하는 사이 벌써 고리봉 정상에 오른다.

백두대간 산행을 하면서 늘 좌측 급경사를 타고 고기리로 향하던 추억에 잠시 젖어 본 후 주위 조망을 하면서 이제 눈으로 그 즐거움을 배가 시키는 세걸산과 바래봉을 바라보며 완만한 능선을 타 본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고리봉이 맞으나 또다른 고리봉이 남원에 있고 그곳과 연관된 설화까지 있으므로 이곳 고리봉을 편의상 큰고리봉으로 불리게 되였다.

 

제일 먼저 담아 본 세걸산과 바래봉 능선이다.

늘 이곳에 올라 안개속에 보지 못하고 담지 못했던 능선이기에 이렇게나마 바라볼 수 있을 때 빨리 담고자하는 염원이 있는 곳이다.

가끔 등로에 피어있는 철쭉과 연두빛에서 초록으로 변해가는 마루금 그리고 저 멀리 구름관 안개가 피어나는 주위 풍경에 잠시 말없이 자연을 즐겨 본다.

 

남서쪽으로는 지리 8경중 하나인 낙조로 유명한 반야봉이 엉덩이 모양은 어디로 보내고 우람하고 거대한 육산의 형태로 가깝게 다가와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이렇게 달리 보이는 산세가 있기에 언제 어디를 올라도 늘 반갑고 새로운 풍경이리라.

언제 다시 저 곳 반야봉에 올라 하룻밤 쉬었다 내려 올 수 있기를 바래 본다.

그런 기회가 아들과 함께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간다.

 

그러다 남동쪽 저 멀리 햇살과 구름에 가려 그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던 지리산 천황봉을 어렵게 담아 본다.

중봉이 보이고 그 우측으로 뾰족한 천황봉을 기점으로 우측으로 타고 내려오는 장쾌한 지리 주능선이 잠자던 종주 본능을 깨우는 듯 하다.

하루 빨리 훌훌 털어 버리고 저 지리 주능선을 타고 다시 걸어 볼 시간이 있을 것이다.

저곳에 올라 바라보는 이곳 고리봉은 또 어떤 모습일련지...

 

산죽밭과 철쭉능선을 타고 바위 지대도 넘어 세걸산까지 1.2 Km 남았다는 이정표도 지난다.

계속 동북쪽 앞으로 보이는 바래 능선과 북서쪽으로 보이는 반야봉 그리고 남동쪽 저 멀리 희미한 구름속에 갇혀 있는 천황봉을 바라보며 한동안 그렇게 진행해 본다.

그러다 거대 바위봉을 좌측으로 우회하며 오르니 그곳에 바위전망대가 있고 북쪽으로 고기리 마을 지나 수정봉 능선을 담아 본다.

북동쪽으로 휘어 멀어지는 나즈막한 백두대간 마루금엔 하얀 구름이 내려 앉아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다시 물기 머금은 산죽밭을 타고 진행하다 전망이 트이는 바위에 올라 올려다 보니 앞으로 진행해야 할 세걸산과 바래봉이 깨끗한 얼굴을 내밀고 가깝게 다가와 있다.

이제 제법 그 모습이 그려지고 부드럽게 펼쳐진 능선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 온다.

그저 아름답다는 표현 이외에는 생각조차 나지 않는 시간이다.

 

다시 산죽밭과 철쭉꽃들 그리고 사방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지리 능선을 감상하며 빠르지 않게 그러나 꾸준히 진행하니 벌써 세걸산 정상에 도착한다.

조금은 길쭉한 형태의 정상부와 정상에는 이정표와 바위군락들이 보인다.

그곳 정상에서 다시 멋진 주위 조망을 하는 사이 산객 한분이 반대로 올라오고 천황봉까지 가야한다며 사진 몇장 남긴 후 쏜살같이 사라진다.

 

세걸산에서 바라 본 앞으로 올라야 할 능선이 바래봉으로 연결되며 환상을 노래한다.

초록의 산하가 눈을 즐겁게 하고 하얀 뭉게 구름이 떠 있는 하얀 하늘과 조화를 이루며 또 다른 지리산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쁘다.

꾸미지 않아도 이토록 아름다운 곳은 자연을 빼곤 찾아 보기 힘들 것이다.

 

세걸산 이정표를 잠시 지난 전망바위에 올라 뒤돌아 보니 그곳에도 비경이 숨어 있다.

반야봉 정상에는 어느새 하얀 구름이 걸려 있고 그 우측으로 흘러 내린 마루금에는 노고단이 선명하다.

수없이 올랐던 곳이지만 아직도 그곳을 그리워하는 것을 보면 산객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지리산이 맞는듯 하다.

 

나뭇가지 사이로 살짝 보여지는 1140봉을 바라보며 또 천천히 등로를 따라 진행한다.

엊그제 금남정맥 산행을 하면서 식수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어 많은 식수를 준비했지만 오늘은 고산에 안개가 있어 생각보다 목마름이 덜하다.

배낭 가득 남아 있는 식수로 인해 상당한 무게감을 느낀다.

 

잡목 사이를 헤치고 또 산죽밭을 지나며 한동안 조망없이 진행하니 갑자기 넓은 헬기장이 나타나지만 생각보다 조망이 없어 그냥 지나친다.

벌써 머리 위에 내려 앉는 햇살이 뜨거워지고 그 열기를 피해 자꾸만 그늘로 숨어 드는 것이다.

헬기장 지나 다시 조망없이 잡목 사이를 진행하니 세동치이다.

늘 출입금지 구역으로 묶여있던 좌측으로 전북학생교육원 등로가 바래봉 철쭉 기간동안 열어 놓는다는 플랭카드가 이채롭다.

 

이제 세동치를 지나 다시 능선으로 오른다.

부드러운 능선 위로 1140봉에서 1123봉까지 이어진 환상의 마루금이 어서오라 손짓한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깊고 깊은 지리의 속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에 그리고 이렇게 직접 몸으로 접촉하는 시간이기에 말없이 가슴속에 남겨 본다.

 

우측으로는 뱀사골 계곡 넘어 삼정능선이 다가오고 그 능선 저 멀리 명선봉쪽 백두대간 마루금이 숨어 들고 있다.

성하의 계절을 향해 달려가는 초록의 물결이 푸른 바다보다 더 푸르게 다가오고 깊은 골짜기 위로 솟구친 높은 고봉이 지리산임을 알려주고 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시간, 이런 느낌들 때문에 늘 입산해 있는지도 모르겠다.

 

간간히 보여지는 천황봉과 지리 주능선을 찾아보며 한동안 잡목 사이를 진행하니 다시 조망이 트이고 그곳에서 잠시 쉬어 간다.

1140봉 근처에서 뒤돌아 본 능선이 참으로 아름답다.

세걸산이 우측으로 가깝고 그 세걸산에 가려 보이지 않는 만복대를 그리워하는 사이 좌측으로 돌아가며 약간 구름이 벗겨진 반야봉이 우뚝하다.

반야봉 위 파란하늘에 떠 있는 하얀 뭉게 구름이 이채롭다.

 

그러다 앞을 보면 이제 1123봉 지나 바래봉이 손끝에 다가와 있고 그 바래봉 가는 등로 위에 곱게 피어난 철쭉이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평일이고 봄비가 내린 다음날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산객이 적어 조용히 하루를 보내기에 안성맞춤의 시간이다.

다만 급하게 공지하여 홀로 오르는 것이 무척 아쉬운 시간이다.

 

그렇게 홀로 즐기는 사이 무명봉에 오르니 민둥의 정상에는 쇠파이프가 묻혀있고 넓은 공터만이 강하게 내려쬐는 햇살을 받고 있다.

왜 저런 쇠파이프를 박아 놨는지 궁금한 시간이다.

다시 능선 안부로 내려가고  그곳에서 부운치 이정표를 만난다.

이제 바래봉도 3 Km 남았다는 이정표에 많이도 진행해 왔음을 알게 된다.

부은치 : 높이 1140미터 봉 바로 가기 직전 안부로서 세걸산과 바래봉 사이에 있다.

 

이제 다시 올망졸망한 능선을 타고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급할 것 없이 진행한다.

가야할 바래봉 능선이 참으로 아름답게 늘어 서 있다.

그 끝자락에서 능선은 우측으로 꺽이며 함양땅으로 다시 달려가고 있다.

 

등로 좌측으로는 운봉 마을이 그림처럼 다가와 있다.

크지는 않지만 잘 정리된 논과 밭 그리고 운치있는 마을이 한폭의 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농촌에서 태어나 자란 산객의 눈에는 이런 모습에서 불현듯 고향을 떠 올리는 것을 보면 어쩔 수 없는 촌놈이 맞는가 보다.

저곳으로 내려가야 오늘 퍼즐 맞추기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쉬엄 쉬엄 오르며 준비한 김밥 한줄과 과일로 허기를 달랜 후 오른 1123봉에서 제대로된 천상의 화원을 만난다.

등로를 타고 울긋불긋 미소짓는 철쭉이 만개해 있고 그 꼬불탕 등로를 타고 진행하면 그 끝자락에 바래봉이 우뚝하다.

이곳에서 부터 제법 많은 등산객들이 보이고 사진을 담으려는 작가들도 눈에 들어 온다.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오늘 하루를 마음껏 즐겨 본다.

 

일림산이나 송등산 그리고 봉화산처럼 터널을 이루고 있는 철쭉은 아니지만 곱게 피어난 그 자태는 어느 유명한 철쭉에 전혀 뒤지지 않는 자태이다.

등로를 따라 만개한 철쭉이기에 더욱 애틋한 마음으로 진행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드는 시간이다.

이제부터 그저 발길 닿는대로 눈길 머무는대로 천천히 진행해 보려 한다.

 

다만 지난 밤까지 내린 비로 인해 질척이는 등로가 귀찮지만 등로 옆을 가득 메우고 있는 아름다운 철쭉이 그 등로마저도 한폭의 그림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철쭉 사이로 하늘을 향해 솟아 오른 낙엽송 몇그루가 있어 더욱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되는 느낌이다.

 

이곳 좌측 철쭉속에 가장 많은 사진기들이 몰려 있고 저 철쭉 한가운데로 무심코 들어갔다 많은 눈치를 보고 곧바로 내려온다.

이제 막 식제된듯한 작은 철쭉에 한아름 가득 분홍빛 꽃이 피어나 또 새로운 풍경을 전해 준다.

그저 이렇게 바라 볼 수 있음에 행복한 시간이다.

 

말이 필요 없는 바래봉 능선의 철쭉꽃들...

정말 혼자 보기 너무 아쉬운 시간이다.

산행의 편의성은 있지만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시간에는 늘 혼자임이 안타까운 시간이다.

 

등로 옆에서 능선 위에도 한가득 철쭉이다.

특별한 구도를 맞추지 않아도 또 특별한 피사체가 없어도 그저 보이는대로 사진에 담으면 그것이 그냥 작품이 되는 듯한 그런 풍경들이다.

메마른 가슴에 단비를 뿌려주는 예쁜 철쭉꽃들...

 

질척이는 등로와 예쁜 철쭉 그리고 이미 떨어져 버리는 꽃잎이 묘한 대조를 이루며 발길을 붙잡는다.

급할 것 없으니 쉬어 많은 사진에 담아 본다.

그 모든 사진을 모두 올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는 지면이다.

 

왔다갔다 꼬부랑 등로를 따라 철쭉꽃도 춤을 추고 있다.

그 등로를 타고 철쭉 산행에 동참한 등산객들도 함께 춤을 추고 있다.

팔랑치로 이어지는 능선이 가장 아름다운 철쭉으로 뒤덮혀 있다.

 

많은 사진으로 담았지만 아직도 발길을 옮기지 못하고 셔터를 누르고 있다.

멀리 그리고 또 가까이 찍고 또 찍어도 같은 모습인듯 다르게 다가온다.

그저 마음 놓고 즐기는 시간이다.

 

그러다 짧은 구간 철쭉 터널속으로 미로 여행도 다녀온다.

강한 향기는 아니지만 철쭉만의 향기를 맡으며 한동안 꽃속에 파묻혀 본다.

언제 다시 이 모습을 볼 수 있을련지 ...

 

철쭉 군락지를 타고 진행하는 산행은 지루할 겨를도 없이 천상의 화원을 담고 간다.

철쭉 군락지 무명봉 근처에 오르자 예쁜 철쭉 두 그루가 다정한 모습으로 반긴다.

그 모습이 새로워 담아 보니 다시 홀로 오른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철쭉 군락지 무명봉에 올라 지나온 등로를 바라보니 마치 꽃을 뿌려 놓은듯 눈부시다.

구름에 가려진 햇살의 그림자와 멋진 조화를 이루는 등로 환상이고 철쭉 군락지로 들어서기 전 톱날같은 봉우리들의 합창 역시 아름답다.

늘 지나고 보면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것을...

 

이제 팔랑지로 내려 가기전 고사목과 만개했다 지난 밤 비바람에 떨어져 나뒹구는 철쭉 꽃을 담아 다시 사진에 옮겨 본다.

이곳이 최고의 철쭉 군락지 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늦게 올랐다는 기분이다.

비만 내리지 않았어도 아직 제법 볼만한 철쭉이 남아 있었을 것을 하는 아쉬운 마음이다.

 

이제 목책이 둘러쳐져 있는 등로를 따라 팔랑치로 내려가 본다.

많은 등산객들이 환상의 화원에 몸을 맡기고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마음마저 흔들고 있다.

모두 얼굴엔 웃음꽃이 만발해 있다.

 

진행하면서도 발길을 옮기지 못하고 자꾸만 담아 본다.

정상에서 봤던 모습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저 눈과 발이 이끄는대로 이끌린다.

아름답다는 말밖에...

 

이제 팔랑치와 바래봉이 환히 보이는 정상에 서서 다시 사진기 셔터를 눌러 본다.

팔랑치로 이어지는 나무계단과 목책이 목가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넓은 공터로 이루워진 팔랑치엔 많은 등산객들이 모여 잠시 쉬어 간다.

다만 이곳에서 팔랑치로 내려가는 등로에는 제법 철쭉꽃들이 시들어 가며 여름을 재촉하고 있음이 아쉬울 뿐이다.

 

팔랑치로 내려가며 뒤돌아 본 나무 계단이 또 이채롭다.

계절에 따라 또 등로의 조건에 따라 이렇게 달리 보일 수 있음이 신기할 뿐이다.

오늘은 그냥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드디어 넓은 공터로 이루워진 팔랑치에 도착한다.

많은 등산객들이 마시는 탁배기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오늘은 그 냄새가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아 빨리 이곳 팔랑치를 벗어나려 한다.

생각보다 덥지 않은 날씨에 식수도 많이 남아 여유를 더 부리게 된다.

 

팔랑치를 떠나기 전 조금은 더 남아 있는 철쭉꽃을 담아 나무계단과 지나온 등로를 담아 본다.

몇일만더 빨리 왔어도 저 나무 계단 주위가 붉게 물들어 또 다른 화원이 되였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시간이다.

 

팔랑치를 지나 한동안 진행하니 좌측으로 운봉가는 임도와 만나고 바래봉은 우측 임도를 타고 진행하게 된다.

아이스크림 장사가 서서 열심히 목청껏 외치지만 오늘은 날씨가 시원해 팔리지 않는다며 푸념이다.

이제 운봉쪽에서 들려오는 확성기 노랫가락이 귓전을 맴돌기 시작한다.

 

바래봉 가는 등로 우측에 약수터가 있고 잠시 들려 목을 축여 본다.

바래봉 정상 오르는 된비알에는 울긋불긋 철쭉뿐만이 아니라 인간꽃도 활짝 피어 있다.

민둥의 정상을 향해 오르는 짧은 오르막에서 제법 굵은 땀방울 솟아내니 금새 하늘에선 먹구름이 밀려오고 능선을 타고 넘나드는 안개가 압권이다.

 

드디어 1167봉 바래봉 정상에 올라 어렵게 증명사진 한장 남겨 본다. 

바래봉은 지리산의 수많은 봉우리 중 하나이며 세석평전과 함께 전국 제일의 철쭉군락지로 유명한 곳이다.

산의 모습이 바리때를 엎어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바래봉이라고 부른다.
정상 주변은 나무가 없는 초지이며 산세가 둥그스름하고 가파르지 않다.

팔랑치, 부운치, 세동치,세걸산, 정령치로 능선이 연결된다.

군데군데의 초지에 철쭉이 무리지어 있고, 이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은 정상에서 팔랑치까지의 1.5㎞ 구간이다.
부근에는 실상사, 화엄사, 천은사 등의 고찰과 뱀사골, 백무동계곡 등의 지리산 자락도 즐길 수 있다.

 

바래봉 정상에서 잠시 머무는 사이 날씨가 갑자기 어두워지며 안개가 밀려 온다.

이곳에서 덕두산 능선을 타고 인월로 하산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운봉으로 내려갈지 잠시 고민하다 운봉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많은 등산객들로 붐비는 정상을 벗어나 능선을 타고 바래봉 삼거리로 이동한다.

 

방금전 바래봉 오르며 지나온 등로이고 하산은 우측 등로를 타고 내려간다.

민둥 정상에는 등산객들이 입고 온 등산복이 울긋불긋 철쭉보다 더 곱게 피어나고 있다.

식사를 즐기고 또 담소를 나누며 어렵게 오른 정상에서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습들이다.

 

바래봉 삼거리로 뒤돌아 내려오며 담아본 풍경이다.

침엽수가 줄지어 늘어서 있는 아래 바래봉 삼거리가 보이고 그곳으로 통하는 등로 주변엔 분홍빛 철쭉이 만개해 있다.

잠시 더 머물며 이곳에서 풍경을 즐겨본다.

 

이제 임도를 타고 운봉으로 내려간다.

이곳 임도 주변에도 역시 만개한 철쭉이 활짝 웃고 있다.

많은 등산객들이 그늘마다 군무를 이뤄 쉬고 있다.

 

임도를 타고 내려오니 좌측으로 넓은 공터가 보이고 그곳에도 많은 등산객들로 붐빈다.

운봉에서는 농장에서 틀어 놓은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계속 귓가를 간지럽히며 소음을 내고 있다.

하지만 내려가 보니 소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음악인듯 하다.

 

내려가는 길에 잠시 좌측으로 보이는 운봉과 들녘을 담아 본다.

몇번 왔던 곳이지만 그저 스쳐가는 길손이였기에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이제보니 제법 넓은 들녘이 보여 의아한 생각이 든다.

단지 뿌연 가스가 내려 앉아 아쉬운 시간이다.

 

운봉에 거의 다 내려오니 등로 우측으로 국립축산기술연구소가 자리하고 가축들을 키우기 위한 초지가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구제역으로 인해 철저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었으며 가축들도 축사에 가둬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루 빨리 어려운 구제역이 사라지길 바라는 시간이다.

 

내려 와 상점들과 주차장을 지나며 알고 있는 택시를 부르려고 하는데 입구에 몇대의 택시들이 보인다.

아주 쉽게 택시를 이용해 다시 정령치로 뒤돌아 가 애마를 회수하고 내려오는 길에 아쉬워 올려다 보며 고리봉을 담아 본다.

정상엔 아직도 안개와 구름이 덮혀 있다.

 

집으로 돌아오며 잠시 고기댐에서 애마를 정차 시킨 후 주위 풍경을 담아 본다.

설명할 필요도 없이 한장의 풍경화로 살아나는 시간이다.

언제 다시 내려와 오늘 같은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지 기약 없는 시간이기에 그저 아쉬움만 남기고 발길을 돌린다.

 

생각지도 못했던 바래봉 철쭉을 보고 돌아 오는 길은 행복한 시간 그 자체였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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