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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전라도 산

불갑산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09.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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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전남 영광군과 함평군 경계에 솟아있는 불갑산과 불갑사 그리고 고창의 청보리밭 일대

산행날자 : 2009년 9월 15일

산행날씨 : 맑고 화창한 늦여름 날씨

산행온도 : 영상 14도에서 영상 27도

산행인원 : 3450온누리산악회 산우 20명

산행코스 : 불갑사 주차장-213.6봉-덕고개-노적봉-법성봉-장군봉-영실봉-칼바위 능선-불갑산 연실봉-480봉-

               구수재-동백골(영골)-불갑사제-불갑사-불갑사 일주문-고창 청보리밭 메밀 구경

산행시간 : 약 5시간 30분 (11시부터 16시 30분)

               메밀꽃 구경 약 30분 (17시 20분부터 17시 50분까지) 

이용차량 : 3450온누리산악회 전용 44인승 버스 이용

 

 

일석삼조로 즐긴 남도 산행과 꽃구경 나들이

 

 

어느 순간부터 계절에 맞는 산행지를 선택하여 다녀오는 버릇이 생겼다.

백두대간 산행과 정기산행을 피해 공지를 올리다 보니 주말에는 시간이 없어 평일을 택해 다녀 온 불갑산 산행과 불갑사 상사화 그리고 덤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창 학원농장인 청보리밭에 피어있는 하얀 메밀꽃까지 무엇하나 부러울 것이 없는 하루이다.

 

다만 한가지 어려움이 있는 것은 차량 수배 문제이지만 이번에도 적정한 인원에서 잘 해결되였다.

멀고도 먼 길을 새벽부터 나서 오전 11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한 영광의 불갑사, 호남의 유서깊은 고찰이다.

삼국시대 백제에 불교를 처음 전래한 인도스님 마라난타존자가 남동국 동진을 거쳐 백제의 영광땅 법성포로 들어 와 모악산에 최초로 창건한 사찰이 바로 불갑사이며 이 불갑사로 인해 산 이름도 불갑산이라 변경되였다는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오늘 우리는 이곳에 들려 만나지 못하고 그리워만 해야 하는 숙명적인 운명을 갖고 태어난 상사화를 보러 가는 것이다. 

 

 생각보다 오래 걸려 어렵게 불갑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 10시 45분, 잠시 산행 준비 후 일주문 전 화장실쪽 좌측 능선으로 들어서는 시간 11시이다.

한동안 가파른 오르막을 치고 오르며 나무 계단을 넘으니 능선 안부에 도착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우측으로 90도 꺽어 덕고개쪽으로 진행하니 금새 좌측으로 아름다운 궁지기제 넘어 영광의 삼학리 들판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원래 계획했던 등산로는 불갑사를 통해 덕고개로 오르는 것이였지만 이곳 능선을 타고 오르는 것도 좋을 듯 싶어 진행했는데 조망이 좋아 그런대로 산행하기엔 그만이다.

213.6봉 지나 우측으로 불갑사와 불갑사제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에 모여 세상 풍파 잊어 버리고 그저 자연의 하나가 되어 세월을 낚아 본다.

 

산행 출발 후 50여분만에 불갑사에서 오르는 덕고개 이정표를 만나고 다시 완만한 오르막 타고 오르니 1900년대 초 이곳에서 잡혔다는 불갑산 호랑이 박제를 만난다.

그 옆에는 굴도 함께 보여 생각보다 높지 않은 이곳에 이런 호랑이가 살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지만 해설판에 구구절절 적어 놓았으니 믿을 수밖에 없다.

모두 저 호랑이 등에 올라 추억 한장씩 남긴다. 

 

노적봉에서 바라 본 법성봉과 장군봉이 아기자기하다. 

 

법성봉 지나 올라 온 등로를 뒤돌아 보니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과 어울려 한폭의 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장군봉 오르는 나무계단에 도착하자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점심달라 아우성인 산우님들 등살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펴고 근사한 식탁을 마련한다.

늘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다.

한 산우님은 비빔밥을 준비하며 큰 양푼이까지 들고 올라왔다.

지극정성이 대단한 하늘엄마이다. 

식단 주위에 피어난 상사화에 취해 몇장 남겨 본다.

 

점심식사 후 이마에 굵은 땀방울 흘리며 어렵게 나무계단을 올라 장군봉을 지난다.

높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마루금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늘에 맞닿아 있고 저 멀리 좌측 앞쪽으로는 광주시내와 개스속에 희미하지만 그 장엄함을 알리고 있는 무등산의 그림자가 아른 거린다.

 

영실봉 지나 내려가니 금새 노루목 이정표와 좌측으로 군사시설 같은 건물이 보이고 높은 통신탑도 보인다.

칼바위 능선으로 진입하기 전 뒤돌아 보니 노루목과 지나온 능선이 지척이다. 

 

노루목 지나 사방이 더욱 시원하게 터지는 칼바위 능선으로 오르며 바라보니 동쪽 저 멀리 푸른 금산제가 보이고 그 넘어 광주쪽 능선과 시내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송정과 하남이 보이지만 시내는 산으로 막혀 숨어있고 그 위에 희미하게 무등산이 조용히 서 있다

 

안전 철봉이 세워진 짧은 칼바위 능선에서 많은 사진 남기고 좌측의 동쪽으로는 광주를 그리고 우측 서쪽으로는 삼각산과 군유산 넘어 서해바다가 희미하게 들어온다.

남쪽으로는 나주쪽 산군들이 파도치듯 출렁이고 있다

 

저 멀리 서쪽으로 삼각산과 군유산이 보이고 그 넘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서해바다도 가물거린다.

짙푸른 산하가 곱디고운 잔디를 연상시킨다 

 

드디어 칼바위 능선 지나 불갑산 정상인 연실봉에 도착한다.

원래 이름은 모악산이였지만 백제 불교의 도래지인 불갑사가 생기면서 이고 산만 따로 불갑산이란 이름을 얻을 정도로 불갑사의 비중이 큰 곳이다.

일망무제, 거침없이 펼쳐진 조망이 압권인 곳이기도 하다.

 

끝없이 펼쳐진 팔래판 같은 능선 저 멀리 끝자락에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서해바다가 춤을 추고 있다

 

동쪽으로는 광주로 이어지는 평야지대를 지나 송정리쪽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을의 풍요를 노래하는 누런 가을 들녘이 인상적이다

 

연실봉에서 바라 본 칼바위 능선을 이루는 바위들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구수재로 내려가며 바라본 금계제와 들녘이 아름답다.

 

몇몇 산우님들을 용봉과 모악산 용천봉으로 먼저 보내고 나머지 산우님들을 인솔해 구수재에 도착한다.

팔각정에서 잠시 휴식 취하며 개인적으로 모악산에 오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 본다

 

이제부터 불갑사로 하산하며 아름다운 상사화와의 데이트를 즐겨 본다.

9월의 추석 무렵 개화기에는 넓은 불갑사 숲 전체가 한창 피어난 꽃무릇으로 인해 온통 붉게 물들어 있다.

늦여름에서 초가을까지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꽃무릇은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돋고 또 잎이 지고 나면 꽃이 피는, 평생 꽃과 잎이 함께 볼 수 없다 하여 화엽불상견 또는 상사화라 불리는 식물이다.
상사화는 말 그대로 잎과 꽃이 평생 한 번도 만나지 못한다고 해서 붙여진 꽃 이름으로 9월 하순과 10월 초순 사이에 꽃이 지고 나면 그 자리에 잎이 돋아나 눈 속에서 겨울을 보낸다.

그리고 이듬해 5 - 6월이 되면 잎은 완전히 시들고 9월경에 가느다란 줄기가 올라와 9월 하순 무렵에 완전히 만개한다. 

 

앙상한 줄기에 빨간 꽃만 덩그런히 피어 있어 외롭게 보이지만 함께 군락을 이루고 있기에 그 아름다움이 또한 최고이다.

 

수없이 많이 담아도 질리지 않는 상사화들, 그 화사함에 놀랄 지경이다

 

굴곡진 골짜기에도 온통 상사화 물결이다

 

그렇게 시간가는줄 모르게 상사화에 취해있다 바라보니 불갑사 대웅전이다.
불갑산과 모악산 사이의 동백골 들머리에 자리잡은 불갑사는 백제 침류왕 원년(384년)에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동진을 거쳐 서해를 건너 법성포로 들어와 모악산 자락에 창건한 사찰로 전해지며 사찰 이름을 '佛甲' 이라 지은 것은 백제 땅에 처음으로 마라난타에 의해 세워진 사찰이란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곳으로, 여느 사찰과 달리 절집이 서쪽을 향해 배치되는 것은, 서방정토를 그리는 아미타불사상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도 있지만, 마라난타가 서해를 건너 백제에 당도했기에 이를 기리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해진다.
 

불갑사 대웅전을 지난 뜰에도 온통 붉은색의 상사화 천국이다

 

이렇게 상사화 군락도 담아보고

 

또 이렇게 다가가 담아도 보고

 

크기가 다른 상사화도 담다 보니 드디어 불갑사 일주문에 도착하고 불갑산 산행과 상사화와의 데이트를 마친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1시간 이상 지체되였지만 모두 불평불만 없이 만족한 하루가 되어 간다.

이제 이곳을 출발하는 시간 오후 4시 10여분, 고창 메밀꽃 구경으로 향한다.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에 펼쳐진 드넓은 메밀꽃 밭, 마치 하얀 소금을 뿌려 놓은듯 가을 바람에 한들거리는 모습이 마치 내가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이곳에 서 있는 착각에 빠져드는 시간이다.

 

봄에는 푸른 청보리로 이렇게 가을이 되면 하얀 메밀꽃이 여행객을 부르는 곳이기에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메밀꽃의 또다른 모습

 

뉘엿뉘엿 서산으로 지는 햇살을 받아 더욱 아쉬운 메밀꽃을 바라보며 

 

이런 작은 메밀꽃들이 모여 거대한 군락을 이루고

 

이제 메밀밭을 나오며 아쉬움을 남겨 본다

 

높아만 가는 가을 하늘만큼이나 낭만을 만들어 주는 가을의 전령 코스모스도 한들 거리고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불갑산 산행과 불갑사 상사화와의 데이크 그리고 하얀 소금을 뿌린 듯 하늘 거리는 고창의 메밀꽃까지 일석삼조를 누린 하루를 마감해 본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