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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전라도 산

지리산 종주 산행 후기 제2부

by 칠갑산 사랑 2010.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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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경남 산청군, 함양군, 하동군과 전남 구례군 및 전북 남원시에 걸쳐 있는 지리산 동서 마루금

            일대

산행일자 : 2010년 11월 12일부터 11월 14일까지 (1무 1박 3일 산행)

산행날씨 : 약간의 박무가 있었으나 대체로 산행하기 좋았던 날씨

산행온도 : 영상 02도에서 영상 15도

산행인원 : 3450온누리산악회 35명

산행코스 : 중산리 주차장-중산리분소 매표소-중산리계곡-칼바위-장터목대피소 갈림길-망바위-

               문창대-헬기장-로타리대피소-법계사 일주문-개선문-천왕샘-천왕봉(1915.4봉)-

               칠선계곡 갈림길-통천문-제석봉(1808봉)-장터목대피소-연하봉(1730봉)-1667봉-

               삼신봉-촛대봉(1703.7봉)-세석평전-세석대피소-영신봉(1651.9봉, 낙남정맥 분기점)-

               칠선봉(1558봉)-선비샘-덕평봉(1521.9봉)-임도-벽소령대피소(1박)-형제봉(1452봉)-

               삼정산 갈림길-연하천대피소-명선봉(1586.3봉)-총각샘-1463봉-헬기장-토끼봉(1534봉)-

               화개재(뱀사골 갈림길)-삼도봉-반야봉 갈림길-노루목 갈림길-반야봉(1732봉)-

               삼도봉 갈림길-노루목-1432봉-임걸령샘터-임걸령-피아골 삼거리-1424봉-돼지평전-

               헬기장-왕시루봉 갈림길-노고단 고개-노고단 정상(1507봉)-노고단 고개-노고단 대피소-

               임도-성삼재분소 매표소-산행종료

산행거리 : 약 37.50 Km (백두대간 마루금 28.5 Km + 접속구간 9.00 Km)

산행시간 : 약 22시간 20분 (13일 13시간 + 14일 09시간20분)

 

 

어머니 품 같은 백리길 지리산 마루금에서 한 점 흘러가는 구름이 되었던 시간

 

 

 

마음은 편안하게 걸었지만 몸은 그렇지 못했나 보다.

함께한 산우들과 멋진 저녁을 보내고 남아 있는 이슬이로 벽소령의 밤을 보낸 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일어나니 새벽 1시 30여분이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후 다시 잠자리에 들어 어렵게 잠에 빠졌다 눈을 뜨니 아직도 새벽 3시, 이제부터 잠도 오지 않을 것 같아 주춤거리고 있는데 다른 산우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였는지 하나 둘 잠자리에서 일어나 새벽 불을 밝히고 아침을 준비한다.

새벽 밥까지 지어 먹고 짐 정리까지 마치니 새벽 4시 50여분, 천천히 벽소령대피소를 출발해 바위 너덜길을 타고 이튿날 산행을 시작한다.

 

어둠속에 벽소령을 떠나 어렵게 나무계단을 넘으니 삼도봉이 나타나고 그곳에서 바라 본 반야봉이 하얀 안개속에 춤을 추고 있어 백두대간 마루금에서는 약간 떨어져 있지만 잠시 다녀오기로 한다.

지난 여름 이곳에 올라 환상의 풍경을 조망했기에 그때를 기억하며 올랐던 반야봉에서 지금까지 진행하며 걸어 왔던 아련한 백두대간 첫구간인 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의 마루금을 기대했지만 역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환상을 만나 본다.

 

헤드렌턴을 머리에 달고 어둠을 뚫고 벽소령대피소를 떠나며 아쉬운 마음에 이정표 하나를 담아 본다.

참으로 많이도 밤을 지샜던 벽소령대피소였는데 오늘도 역시 하룻밤 추억을 만든 후 떠나는 마음은 어딘지 모르게 서운함이 배어 난다.

이제 지금 떠나면 또 언제 만날 수 있을지 기약은 없지만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리라

 

어둠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간, 무엇이 그리도 좋아 이토록 이 험한 곳에 올라 이렇게 잠도 못 이루고 걷고 있는지...

산죽이 새벽 바람에 사각거리는 소리와 산객들이 내뿜는 심호흡 소리만이 고요한 새벽 공기를 기르고 있다.

가끔 나타나는 바위 너덜길과 암릉길을 조심하며 진행하니 벽소령대피소에서 1.5 Km 지났다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제2기 백두대간 산행 때에는 이곳 근처에서 이튿날 일출을 봤는데 오늘은 짙은 안개로 인해 일출을 만나기는 힘이 들것 같다는 느낌이다.

 

보이는 것이 없으니 그저 거친 숨소리와 산죽밭에서 일렁이는 서걱거리는 소리뿐 어둠이 모두 가져가 버렸다.

2년전 일출을 추억하며 계속 오르니 어둠속에서도 토끼봉 정상에 도착한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동녘 하늘을 바라보니 아직 여명도 밝아 오지 않는 이른 시간이다.

계속 진행하던 발걸음만 옮기고 있을 뿐이다.

 

아직 너무 이른 시간이라 여명도 일출도 기대할 수 없어 다시 어둠속 등로를 타고 진행한다.

조금씩 바람이 불어 오지만 능선을 벗어나면 금새 잠잠해지는 공기가 춥지 않아 땀방울이 흘러 내린다.

그렇게 진행하다 보니 1480삼각고지 넘어 삼정능선 갈림길에 도착한다.

보이지 않기에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 지난 백두대간 산행을 머릿속에 상상하며 묵묵히 진행할 뿐이다.

 

삼정능선을 지나자 이제 서서히 여명이 밝아 오지만 생각지도 못한 짙은 안개가 앞을 가로 막으며 어둠을 대체하고 있다.

산죽밭을 지나 한동안 진행하니 나무데크가 나타나며 저 멀리 희미한 불빛이 반긴다.

드디어 연하천 산장에 도착한 것이다.

이곳에서 육순을 넘긴 세분의 산우님들을 만나 지난 백두대간의 회포를 풀며 잠시 후미 기다리는 사이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여 본다.

 

연하천대피소에서 단체 사진 한장 남기고 다시 수많은 나무계단을 넘어 나즈막한 정상을 우회한다.

명성봉은 암봉으로 이뤄져 오르지 못하기에 좌측으로 우회하며 넘는 것이다.

여기까지도 아직 짙은 안개로 인해 똑딱이 카메라로 담아 본다.

 

총각샘은 꼭 한번 찾아 그 물맛을 보고 싶었는데 안개와 약간은 쌀쌀한 기온으로 인해 물 한모금 마시지 않았기에 오늘도 총각샘은 찾지 못하고 지나친다.

산죽밭을 지나 계단을 타고 올라 흐르는 땀방울 닦아 본다.

선두 산우님들과 제법 빠르게 진행하는 초반 페이스이다.

 

조금은 지루한 등로와 짙은 안개 그리고 거친 호흡소리가 멋지게 조화를 이루며 진행되고 있다.

수많은 계단과의 싸움 그리고 땀방울, 그런 사이 흐르는 땀방울 닦으며 다시 오르는 등로를 담아 본다.

두 다리에 느껴지는 묵직한 느낌이 나쁘지 않은 아침이지만 역시 일출을 보지 못하고 진행하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다.

 

그렇게 힘들게 계단을 타고 오르니 조금은 넓은 공터 정상이 나타나고 그 옆에 바위가 보인다.

지나며 바라보니 어찌보면 토끼 모습과도 닮았다는 느낌으로 진행하니 금새 다시 계단이 나타난 후 등로 좌측으로 넓은 헬기장이 보이고 그곳에 토끼봉 정상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제부터는 낙엽진 철쭉 군락지를 따라 좁은 등로로 이어져 있다.

 

거친 철쭉 군락지를 넘어 다시 완만한 등로를 따라 낙엽송 지대를 넘는다.

그곳을 지나자 나무데크 및 돌로 만든 멋진 등로가 나타나고 그 등로를 따라 박무가 드리워진 마루금을 걷는 기분은 참으로 상쾌하고 좋다.

그 느낌 그 기분 그대로 오늘 하루가 마무리 되길 바란다.

 

다시 평이한 등로를 타고 한동안 진행하니 나무데크가 나타나고 제법 넓은 공터가 나타난다.

등로 우측으로 뱀사골 계곡으로 하산 갈림길이 있는 화개재이다.

그 옛날 민초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장터의 하나였으나 이제 주위에 뚫린 도로로 인해 이렇게 산행을 위해 찾아오는 산객들만이 붐비는 곳으로 변해 있다.

나무데크 전망대에서 잠시 주위 풍경을 조망한 후 길고도 지루한 나무계단을 향해 발길을 돌린다.

 

이제부터 지루한 나무계단과의 사투를 벌여야 하는 시간이다.

올라도 끝이 없이 펼쳐진 나무계단, 한번에 오르지 못하고 그 끝자락에서 잠시 숨 한번 몰아 쉰 다음 다시 그 끝자락을 넘어 평이한 등로를 타고 삼도봉으로 향한다.

 

한무리의 등산객들 틈에 끼어 천천히 뒤따르다 보니 어느새 삼도봉, 일명 날라리봉에 도착한다.

진행해야 할 노고단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반야봉이 아주 가깝게 다가와 있다.

전라북도와 경상남북도가 만나는 곳 삼도봉, 바위 절벽쪽으로 가 불무장등능선과 피아골계곡을 살펴보지만 연무로 인해 보이지 않고 좌측 저 멀리 천왕봉도 강렬한 햇빛에 그 모습을 숨기고 있다.

 

반야봉 갈림 삼거리에는 동쪽에서 서쪽을 향해 빠르게 생성된 짙은 안개가 폭포를 만들어 연신 넘나들고 있다.

노고단으로 이어진 능선과 반야봉을 숨겼다 드러냈다를 반복하는 자연의 위대한 힘에 그저 넋놓고 바라만 보고 있다.

저 안개속을 지나 실질적으로 제2의 주봉으로 대접받는 반야봉을 만나 볼 생각이다.

 

삼도봉에서 내려오며 암반 전망대에서 다시 노고단과 반야봉의 사진을 담은 후 안부를 지나 오르막 오르니 그곳에 선두팀이 보인다.

잠시 인사 나누고 반야봉 갈림길에 도착해 잠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우측 반야봉으로 향한다.

지난 여름, 삼도봉에서 역시 안개속에 묻혀있던 반야봉은 그곳 정상에 올라서야 제 본보습을 보여주며 환상의 세상을 선물했던 추억을 떠 올리며 반야봉으로 힘든 발걸음으로 오른다.

 

평이한 등로를 타고 멋진 낙엽송 지대와 바위지대를 넘으니 그곳에 노루목 갈림 이정표가 서 있다.

좌측으로 진행하면 노루목이고 우측으로 오르면 반야봉 정상이다.

반야봉에서 내려와 이제 저 노루목 방향으로 진행하게 될 것이다.

 

조금은 가파른 등로를 타고 오르니 가끔 나타나는 암벽지대를 넘어 이제 철계단을 타고 오른다.

서서히 발 아래 펼쳐진 인간세상이 드러나 보이고 남쪽으로 멋지게 펼쳐진 조망이 아름답다.

햇살이 비춰 더욱 희미한 세상이 이 산객의 마음과도 같다는 생각이다.

 

반야봉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에 잠시 멈춰 서서 등로 좌측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노고단 능선을 바라 본다.

임걸령과 돼지평전 그리고 그 끝자락에 우뚝 솟아 있는 노고단, 그 노고단 넘어 완만한 능선을 타고 코재와 종석대가 있고 우측으로 돌아가며 성삼재 주차장도 보인다.

그 우측으로 돌아가며 이어지는 백두대간 만복대 능선이 참으로 아름답고 환상이다.

 

반야봉 정상이 기까워지자 거대한 나무들은 사라지고 키작은 잡목들이 등로를 차지하고 그 한가운데에 안전 철봉과 로프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 등로를 타고 오르다 힘이 들어 잠시 하늘을 처다보며 쉬고 있는 앞서가는 등산객의 모습이 절묘하다.

그 등산객들 뒤를 따라 이 산객도 땀방울 흘려 본다.

 

백두대간 산행이기에 굳이 이곳 반야봉에 오르지 않아도 될 것을 왜 이렇게 힘들게 오르고 있는지 자문자답 하다보니 어느덧 반야봉 정상에 오른다.

그 정상석이 있는 옆에 서서 동쪽을 바라보니 그곳에 절경이 숨어 있다.

지난 여름에 홀로 올라 이 멋진 풍경을 기대했지만 안개로 인해 보이지 않던 그림이 환상으로 펼쳐져 있는 것이다.

그저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서쪽으로는 노고단 지나 고리봉과 만복대로 이어지는 다음 백두대간 마루금이 장쾌하게 펼쳐져 있다.

그 능선을 타고 우측으로 돌아가며 바래봉 능선이 펼쳐지지만 중봉이 가로막어 조망은 그곳까지이다.

언제 올라 만나도 좋은 곳이지만 아직 이곳 반야봉 정상에서 일몰을 보지 못했기에 반드시 한번쯤 올라 그 황홀한 풍경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해 보는 순간이다.

 

그러다 지난 여름 불법자가 되어 들어 갔던 중봉 가는 등로를 담아 본다.

저곳을 통해 들어가 중봉을 넘고 묘향대를 지나 실폭포를 타고 뱀사골로 내려갔던 환상의 추억이 되살아 난다.

하나 둘 그 조각들을 맞춰보는 이런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은 아닐련지...

 

이곳 정상에서도 한동안 주위 풍경을 담아 본 후 앞으로 보이는 불무장등능선과 왕시루봉 능선 그리고 그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피아골 계곡을 담은 후 저 멀리 구름속에 봉우리만 내밀고 있는 광양 백운산을 담은 후 다시 올랐던 등로를 타고 내려오며 삼도봉을 담아 본다.

그곳을 타고 힘겹게 올라오고 있는 산님의 발걸음이 무척 무겁게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조금 더 내려오니 그곳에 삼도봉이 가깝게 자리하고 그 좌측으로는 불무장능선이 우측으로는 왕시루봉이 우뚝하다.

짙은 안개가 조망을 방해하지만 그 끝자락에 예쁜 안개속에 광양의 백운산이 그 봉우리를 내밀고 있다.

그곳으로 향한 그리움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한동안 홀로 느긋하게 내려오는데 유일하게 여성 산우님 두분만이 이 반야봉을 만나기 위해 오르고 있다.

잠시 기다렸다 이제부터 이 두분과 함께 산행을 해 본다.

잠시 햇살이 잘 드는 등로 옆 바위 전망대에서 쉬며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내려 와 삼도봉 갈림길을 지나 산죽밭을 지나니 노루목이다.

노루목 바위 전망대에 올라 다시 한번 노고단으로 이어진 아름다운 능선을 담는다.

 

이제부터 크게 어려운 등로는 없다.

그저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타고 여유있게 진행하면 되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며 진행하니 임걸령 새ㅑㅁ터에 도착해 또 다시 한무리의 산우님들과 조우해 같이 진행하기로 한다.

역시 임걸령 샘터의 물맛은 최고이다.

수량 역시 언제나 풍부한 곳이기에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샘터로서 남아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많은 등산 인파가 거꾸로 올라오고 있다.

당일 산행으로 성삼재에서 피아골이나 뱀사골로 하산하려는 등산객들로 정신이 없다.

교행하며 많은 시간 지체하며 진행하니 드디어 피아골 삼거리 갈림길에 도착해 심호흡 한번 하고 다시 노고단으로 향한다.

 

잠시 더 진행하니 나무 한그루 자라지 않는 넓은 공터에 도착한다.

복원 사업을 하기 위한 안전 철봉과 로프가 달려 그 한가운데 등로가 열려 있다.

지난 여름 홀로 올라 이곳에서 환상의 운해쇼를 봤었는데 오늘은 그저 지난 추억을 회상하는 날이 되고 말았다.

 

봄 철쭉이 만개할 때와 겨울 하얀 눈꽃과 상고대가 피어 있을 때 환상의 등로를 만들었던 키작은 철쭉 군락지를 통과하는데 반대쪽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밀물처럼 밀려 든다.

참으로 산행의 어려움을 느끼는 시간이며 구간이다.

더군다나 단체로 몇십명씩 한번에 밀려 내려오니 기다리는 시간에도 조금은 한계를 느낀다.

 

드디어 돼지령에 도착해 등로 좌측 왕시루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확인한다.

언젠가는 한번 꼭 올라보고 싶은 등로이지만 그럴 기회가 주어질련지는 알 수 없기에 그리움만 쌓여가는 곳이기도 하다.

이제 노고단 정상이 바로 코 앞으로 다가온다.

 

이제 다시 혼자가 되어 노고단의 느낌을 느끼며 산죽밭을 걸어 본다.

조금은 등산객들의 교행도 적어 들어 호젓하게 걸어 보는 시간이다.

지나는 등산객들마다 반갑게 인사하며 안전 산행을 빌어 주는 시간, 늘 만났던 산행에서의 일반적인 풍경을 되찾은 느낌이다.

 

드디어 노고단 고개에 도착해 한숨 크게 쉬어 본다.

조금은 피로도가 있지만 노고단을 그냥 지나칠 수 없기에 배낭을 노고단고개 초소 앞에 놓고 간편하게 올라 본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늘 오르고 싶어 그리운 눈빛으로 바라만 봤던 곳인데 이렇게 나무계단으로 정비한 후 열어 두니 성삼재에서 이곳 노고단만을 위한 여행객들도 무척 많아진 느낌이다.

 

한동안 마무 계단을 타고 오르니 코재와 종석대쪽 능선이 시원하다.

그 좌측 능선에 자리한 인공 구조물인 송신탑도 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 아래 자리잡은 노고단대피소와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성삼재대피소가 또 다른 모습으로 머릿속에 각인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한동안 올라 왕시루봉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나무데크 전망대에서 바라 본 남쪽 조망이다.

다만 박무로 인해 멋지게 보여야 할 광양의 백운산과 불모봉 그리고 섬진강이 눈에는 희미하게나마 보이지만 카메라에는 담을 수 없음일 것이다.

그저 이렇게나마 왕시루봉과 그 능선을 담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함이 아쉽기만 하다.

 

이제 노고단 정상부로 올라 커다란 정상석에서 고운 추억 하나씩을 만들고 다시 주위 조망을 즐겨 본다.

어제 새벽부터 걸어 온 지리산 주능선 백리길이 시원하게 조망되고 가까이에는 방금전 올랐다 내려온 반야봉이 우뚝하다.

참으로 멀고도 길었던 마루금이지만 그곳에서 흘러가는 한점의 구름이 되어 새가 되였던 시간이기에 이 이틀간의 추억 역시 곱게 접혀 가슴속 깊이 간직될 것이다.

 

이제 노고단 정상의 커다란 돌탑 앞에 서서 내려가야 할 노고단고개와 그 뒤로 이어진 고리봉과 만복대 능선을 담아 본다.

오늘 따라 아주 여유있게 진행하며 천천히 음미하다 보니 지리 능선이 모두 내것이 되어가는 그런 기분이다.

푸르름으로 각인 되였던 노고단도 이제 갈색으로 변해 고된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다시 노고단 고개로 내려와 수없이 많은 등산객들을 담아 본다.

저 노고단고개의 작은 초소 앞에 놓아 둔 배낭을 둘러메고 이제 돌계단을 타고 노고단 대피소로 이동한다.

이제 시간은 점심을 넘어 천천히 오후의 한가로움으로 달리고 있다.

 

이제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해 잠시 더 여유를 부린 후 마지막 성삼재로 향한다.

이곳 역시 많은 등산객들과 여행객들이 뒤섞여 분주하기는 일반 매 한가지이다.

다시 몇명의 산우님들을 만나 급하지 않게 넓은 임도를 타고 내려가 본다.

 

노고단대피소에서 다시 돌계단을 타고 내려가 넓은 임도를 만나기 전 아쉬운 마음에 노고단 고개쪽과 노고단 정상부를 올려다 보니 그곳에 환상의 문이 열려있다.

참으로 멋진 푸르름과 하얀 도화지만을 봤던 그곳에서 오늘은 가을빛인 갈색을 만났기에 또 다른 느낌 하나를 추가해 떠나는 시간이다.

 

그렇게 넓은 임도를 타고 여유를 부리며 진행하니 화대종주 시 늘 어둠속에 지났던 화엄사 갈림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나무 계단을 타고 오르면 조금은 가파르지만 빠른 길인 것을 오늘은 넓은 임도만을 고집하다 보니 등로는 좋았지만 조금은 지루하고 긴 등로를 타게 되였다.

올 겨울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인 지리산 주능선에서 아들 손을 잡고 다시 한번 화대 종주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보는 시간이다.

 

그렇게 세상 사는 이야기 나누며 진행하니 어느덧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하고 이제 연이틀에 걸친 지리산 종주 산행의 대단원의 막을 내려야 하는 시간이다.

어둠속에 달려왔고 또 오늘처럼 밝은 대낮에 그 마무리를 하며 늘 들렸던 성삼재휴게소, 조만간 아들 손잡고 다시 찾아야 할 곳이기에 눈에 가슴에 그 풍경을 마음껏 담아 본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 다니던 한점의 구름이 다시 답답한 인간세상에 정작해야 하는 시간이지만 구름이 되였던 시간을 회상하며 더욱 멋지게 인생을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백두대간이란 대명제를 가슴에 품고 시작한 산행으로 기억되는 산우님들에게는 무탈하게 진부령까지 안전산행을 기원 드리며 멋진 아우인 리딩대장에게도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빌어 보는 시간이다.

이렇게 지리산 종주란 이름으로 진행했던 산행을 마무리하고 다시 일상에 복귀해 더욱 아름다운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해 본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