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간제2차(미완성 완료)/제2기 백두대간 산행후기

제2기 백두대간 마지막 제33차 구간 미시령에서 진부령까지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10. 10. 10.
728x90

산행지 : 강원도 인제군과 고성군 일대 백두대간 마루금

산행일자 : 2010년 10월 08일과 09일 (무박 2일 산행)

산행날씨 : 새벽에 안개와 가랑비 후 아침부터 맑고 화창한 날씨

산행온도 : 영상 10도에서 영상 21도

산행인원 : 3450온누리산악회 59명 (40인승 버스 2대)

산행거리 : 약 14.70 Km 

산행시간 : 총 09시간 05여분(04:05분에서 13:10시까지)

               40분간 제2기 백두대간 산행 완주 행사 (13:20분에서 14:00시까지)

               2시간 50분간 식사 및 완주 파티 (14:20분부터 17시 10분까지)

산행코스 : 미시령-암봉-샘터-바위너덜구간-헬기장-상봉(1244봉)-암릉지대-암봉지대 우회-

               화암재-신선봉 갈림 삼거리-신선봉(1214봉)-신선봉 갈림 삼거리(부대 안내판)-

               암봉 우회-1094봉-헬기장-암봉-대간령(큰새이령, 본대와 합류)-암릉 너덜지대-

               890봉 전망 바위-바위 너덜지대-병풍바위 갈림봉-마산봉 갈림 삼거리-

               마산봉(1051.9봉)-알프스 스키장 철조망-스키장 리프트-억새지대-낙엽송 지대-

               알프스 콘도지대-시멘트 도로-진부령 정상 4.0 Km 이정표-진부령 3.7 Km 정상 이정표-

               비닐 하우스 지대-진부령 정상 3.5 Km 이정표-진부령 정상 3.5 Km 이정표-시멘트 도로-향로봉대대 흘리 소대 정문-

               진부령 정상 3.1 Km 이정표-군부대 철조망-진부령 정상 2.9 Km 이정표-시멘트 도로(좌-흘리마을 및 우회도로)-

               시멘트 도로 타고 우측으로 진행-진부령 정상 1.6 Km 이정표-비포장 임도-개 사육장-진부령 관광농원-시멘트 도로-

               진부령 정상 1.0 Km 이정표-우측 비포장 임도-2차선 포장도로-백두대간종주등반기념비-백두대간 종주 기념석-

               진부령 이정석-제2기 백두대간 산행 종료

 

 

범법자로 진부령에 서서 백두대간 산행의 의미를 몸으로 배워 본 시간들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에 마침표를 찍는 날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것이 본인에게 있어서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산행의 마지막인지 잘 알고 있기에 모든 일들을 뒤로 미루고 멋진 산우님들의 마지막 모습을 축하해 주기 위해 네번째 진부령 이정석을 만나기 위해 출발하는 날이다. 

2006년 8월 5일, 평생 잊지 못할 백두대간 댓재에서 이기령까지의 산행에서 이 산객의 인생과 산행에 관한 모든 것을 바꿔 놨던 마루금과의 만남에서 부터 오늘까지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며 그 어려움과 희열을 동시에 맛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순수한 산행만을 즐기는 백두대간 종주대까지도 마음대로 그 마루금을 밟지 못하도록 범법자로 만드는 당국의 행정편의주의에 가슴 아파해야 할 시간도 되기에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하루 빨리 만들어지길 바라며 대단원의 마침표를 찍어 본다. 

 

무엇이 이 산객들, 아니 종주대를 이 진부령 이정석에 모이도록 했으며 왜 또 이렇게 하나된 마음과 목소리로 온 강산이 떠나갈듯 고통을 극복하고 희열을 마음 놓고 불러 보는 시간이 되였는지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지만 뜨거운 가슴으로 서로를 느끼고 대화할 수 있기에 인생에서 하나의 큰 획을 긋는 날로 기록 될 것이리라.

오늘 진부령 이정석 앞에서 느끼고 가슴에 담았던 느낌 그대로 오랫동안 산에 들며 산우님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산객에게도 같은 마음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마무리를 해 본다.

   

마지막 산행을 준비하는 백두대간 종주대의 마음을 알아주는지 아니면 잠시 후 닥칠 기가 막힌 범법자의 신세를 미리 알려주려는 것인지 새벽부터 내설악엔 구슬픈 가랑비가 내리고 그 빗속을 뚫고 도둑고양이가 되어 정상 등로를 버리고 미시령 휴게소 직전 도로가의 철조망에 뚫려있는 작은 개구멍으로 오르는 순간 함정 단속을 연상시키듯 새벽 3시에 10여명이 넘는 옐로우 캡들과 KBS 기자란 사람들이 강렬한 써치 라이트를 들이대며 백두대간 종주대를 몰아 부치고 있다.

 

백두대간 등로를 만들고 자연 사랑을 몸소 체험하도록 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이 백두대간 종주대들도 모두 범법자로 만들며 새벽 3시에 공영 방송의 기자까지 미리 대기시키고 사진기를 돌리며 10여명이 넘는 공단 직원들이 길을 막는 순간, 자신이 법을 어겨 범법자가 되였다는 사실보다 이렇게까지 해가며 백두대간 산행을 무결점 완주하려는 종주대의 마음이 더욱 이해하기 힘든 시간으로 다가온다.

 

너무 많은 등산 인구가 무질서하게 산에 들며 많은 부분 자연이 훼손되어가는 현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순수한 산행만을 목적으로 국토와 자연 사랑을 생각하는 종주대는 약초나 버섯을 채취하며 무질서하게 산을 헤집고 돌아 다니며 자연을 훼손하는 사람들과는 차별이 되어주는 사회이길 바라며 그것이 힘들다면 공단직원을 대동하고 정식 등로를 따라 산행을 진행시키는 허가제를 시행하는 것도 이런 혼란을 최소화하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은 아닐까 깊이 고민해 보는 시간으로 남겨 본다.

 

어렵게 선두에 서서 없는 등로를 만들며 진행하다 보니 벌써 주능선 가까이에 도착하지만 뒤따르던 산우님들의 불빛은 아직도 56번 구지방도로 위에서 춤을 추는가 싶더니 수많은 써치라이트가 온 세상을 밝게 비추고 올라오던 불빛들은 모두 능선을 내려가 원위치를 하고 있다.

위에서 지켜보며 내려가려 하지만 여산우님들도 끼어 있어 내려가는데 무리란 생각에 기다리다 보니 근 1시간 이상 지나 드디어 안정이 되였는지 강렬한 빛의 써치라이트도 꺼지고 시끄럽던 56번 도로에도 고요가 찾아 들고 있다.

버스안 산우님들과 연락해 주능선 상 등로에 서 있는 4명만 정상적인 방법으로 산행을 진행하고 나머지 산우님들은 아쉽지만 소간령을 통해 대간령에서 만나기로 결정한다.

 

너무나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악법도 법이다란 대명제를 거스릴 수 없어 다음을 기약해 본다.

그렇게 등로도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속에 헤드렌턴도 켜지 못하고 도둑고양이가 되어 등줄기에 땀방울을 흘리니 청아한 물줄기가 흘러 나오는 샘터에 도착해 타는 목줄기를 시원한 냉수 한사발로 달래 본다.

3년전 이곳에서 비박하며 마지막 구간을 동행했던 안성8광님이 오버랩되며 소식이 궁금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다시 완만한 등로를 타고 이제부터 춤을 추며 흔들리는 안개속에 헤드렌턴을 켜고 오르니 그래도 진행 할만하다

하지만 암봉에 오르니 종주대 4명 뒤에 바로 뒤따르는 희미한 불빛을 발견하곤 공단직원이라 착각해 몸을 숨기는 웃지 못할 헤프닝도 있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흔들리는 안개속에 물건이 비추며 착시현상을 줬던 것이다.

그 암봉 전망대에 올라 동쪽으로 바라 본 속초 시내의 야경이 황홀하다.

잠시 기다려 안개가 사라진 틈을 이용해 흔들렸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사진 몇장 남긴다.

 

그 암봉 전망대를 지나자마자 바위 너덜지대가 나타나고 어렵게 그 너덜지대까지 통과하니 다시 바위 전망대가 나타나고 그곳을 지나니 금새 상봉 정상에 도착한다.

하지만 이곳에 오르자마자 짙은 안개가 밀려오고 아직도 어둠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간이다 보니 사진 한장 남기기도 힘이 든다.

똑딱이를 주머니에 넣고 좋은 카메라를 꺼내 힘들게 몇장의 사진을 남기고 잠시 쉬어 간다.

이곳에서 바라 보는 조망이 참으로 아름다웠는데 오늘은 그저 다녀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상봉에서의 휴식을 끝내고 암벽을 타고 내려오니 2년전까지 남아있던 로프는 모두 사라지고 몸으로 부딫치며 내려와야 하는 위험 구간으로 남아 있다.

아무리 휴식년제라 해도 남아있던 로프는 살려놨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지체 높은 양반들이 책상에 앉아 관리하는 것이니 어련히 잘 하시리란 생각이다.

다시 천천히 진행하니 바위 전망대가 나타나고 그곳에서 혼신을 다해 동해바다와 속초를 담아 본다.

좌측으로 영랑호와 동명항이 보이고 정중앙쪽에 청초호도 보이며 어둠이 가시지 않은 그 속초 시내 위로 여명의 빛이 밝아오며 두꺼운 구름을 뚫고 아침 햇살이 나오려 하지만 힘겨워 하는 모습도 보인다.

  

다시 평이한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단풍이 지며 고운 빛깔로 북설악을 물들이고 있지만 날씨의 영향으로 곱지는 못한 듯 하다.

한동안 어둠속에 실루엣만 보여주는 암봉을 바라보며 전진하니 잡목사이로 등로 우측의 속초시내가 계속 따라오고 등로 좌측으로는 하얀 안개가 드리워진 내설악과 용대리쪽 풍경이 산객의 마음과 발목을 잡아 끈다.

언제나 이 그리움 벗어 던지고 마음 편히 밝은 날 올라 이런 풍경을 즐겨 볼 수 있을련지...

 

가을빛을 지나 겨울을 준비하는 금강산 일만이천봉중 가장 남쪽에 솟아있는 신선봉으로 가는 길은 그렇게 고통과 절망으로 시작했지만 그래도 거짓없이 자연이 주는 섭리를 배우다 보니 우측에 거대 암봉이 자리하고 그 좌측으로 등로가 나 있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들려 증명 사진 한장씩 남겨본다.

암봉 사이로 나 있는 깊은 골짜기를 따라 곱게 물들어 간 자연이 참으로 편안하고도 아름다운 마음을 심어주고 그 사이 저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동해바다가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시간이다.

 

다시 그 암봉을 지나 이제 조금씩 아름다운 가을빛이 눈에 들어 올쯤 꼭 이곳에 올라야 할 산우님들이 아닌 내가 올랐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깊게 밀려든다.

끊김없는 완벽한 완주를 위해 장장 19개월동안 지리산에서부터 달려온 그 길의 마지막 구간에서 복병을 만나 이렇게 회환의 시간이 되리라 그 누가 생각이나 했겠으랴마는 이것이 인생이니 또 다른 지혜를 찾을 수밖에 없으리라.

그래도 내설악을 절경으로 만드는 하얀 안개의 춤사위에 아픈 마음을 다래보는 시간이 있어 견딜만 하리라.

 

암봉과 암벽을 조심하며 전진하니 화암재가 발 밑에 나타나고 그 뒤로 울긋불긋 불타는 듯한 가을빛을 한 신선봉 오름 등로가 유혹한다.

중간에 바위너덜 구간이 나타나며 하얀 맹수의 이빨을 연상시키고 그 정상부로 올라갈수록 하얀 운무가 춤을 추며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새벽에 가슴을 억누르던 답답함이 사라지며 새로운 희망으로 채워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화암재로 내려가는 내리막 등로에서 다시 등로 우측으로 보석처럼 빛나는 속초시내와 들판 그리고 동해바다가 잊혀지지 않을 비경으로 다가온다.

여러번 오르며 만났던 같은 장소이지만 마음 놓고 오르지 못하는 곳이 되였기에 더욱 큰 그리움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마음 놓고 오르는 시간이 되면 이 그리움이 사라질련지...

하늘에선 아직도 빛의 향연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게 내리막 등로를 타고 계속 진행하니 안부가 나타나며 화암재에 도착한다.

2년전 올랐을 땐 거센 찬바람에 자라던 풀잎들이 모두 고개숙여 누워있었는데 오늘은 새벽에 내린 비로 인해 그런지 이 산객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듯 보였다.

촉촉히 젖어있는 자연에 이 산객도 젖어가는 순간이다.

그 옛날 미시령과 진부령이 뚫리기 전 많은 민초들의 애환이 서려있을 화암재도 이제 그 희미한 족적마저 사라지고 그저 평범한 안부로 변해가고 있음이 세월무상을 실감케 한다.

 

이제 화암재 지나 신선봉쪽으로 완만한 오르막 오르니 앞서가던 산우님들이 바위 전망대에 올라 긴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방금 전 지나 온 암봉 위에는 하얀 안개의 춤사위가 계속 이어지고 그 아래 곱게 물들어 가는 마루금이 답답한 산객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있다.

계절에 따라 또 날씨 변화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 우리의 산하이기에 언젠가는 그리움에 사무쳐 다시 오를 날도 있으리라.

그때에는 제발 당당하게 밝은 날 올라 마음 놓고 이 멋진 강산을 음미하며 즐겨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다시 된비알 오르막 등로를 타고 진행하다 등로 우측을 보니 저 멀리 동해바다가 눈에 들어오고 내륙으로 들어오며 달마봉과 울산바위가 선명하게 설악의 자태를 남기고 있다.

그 뒤로 이어지는 화채봉 능선은 이미 안개와 구름에 가려 신선이 노는 땅으로 변한지 오래된듯 숨어 있다.

가까운 능선에는 한겨울 삭풍을 생각하며 그동안 정들었던 낙엽들을 모두 떨구고 홀로 월동 준비를 하는 앙상한 나뭇가지에 마지막 단풍잎이 매달려 흔들거리고 있다.

오늘 이 산객의 마음과도 같은 심정은 아닐련지...

 

그렇게 한동안 오르막 된비알 타고 오르니 앞서가던 산우님들은 모두 우측으로 솟아있는 신선봉을 지나쳐 앞에 솟아 있는 암봉으로 향하고 있다.

불러 세워 잠시 우측 등로를 타고 신선봉으로 향한다.

이곳이 바로 신선봉 갈림 삼거리로서 군부대에서 세워 놓은 안내 경고판이 서 있고 철조망도 보이는 곳이다.

 

신선봉 갈림 삼거리에서 약 200 ~ 300 미터 떨어져 있는 신선봉 정상의 암봉이 어서오라 손짓하지만 안개로 인해 보이는 것이 없으니 아쉬움만 깊게 남기는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제일 남쪽 봉우리가 되고 말았다.

3년전 올랐을 땐 가시거리도 좋고 구름 한점 없는 좋은 날씨에 이곳에 올라 일출도 감상하며 설악의 웅장한 남성미를 모두 즐겼었는데 오늘은 새벽부터 찾아든 갑작스런 비보로 인해 이곳 신선봉마저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듯 하다.

아쉬운대로 정상부의 바위들과 그 아래 펼쳐진 헬기장을 담고 또 증명 사진 몇장 남긴 후 신선봉 삼거리 갈림길로 뒤돌아 내려와 우측 등로를 타고 암봉으로 향한다.

 

이 암봉에서 바라 본 조망 역시 환상이였는데 오늘은 보이는 것이 없으니 아래에서 암봉 좌측으로 우회하며 그저 아쉬운 마음만 전해 놓고 진행한다.

조금씩 엷어지는 안개의 농도로 인해 제법 그럴듯한 모습이 눈에 들어 오지만 역시 사진으로 남기는 풍경은 아직 사람의 눈만큼은 아닌듯 하다.

이런 풍경과 모습을 보면서 진정 무결점 완주를 꿈꿨던 산우님들에 대한 미안함과 마음 놓고 오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다시 밀려오는 시간으로 남겨진다.

 

다시 한동안 평이한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등로 우측으로 암봉들이 산재한 지역이 나타나지만 오늘은 그곳마저 그저 우회로를 통해 지나친다.

1094봉 가는 길의 잡목이 우거진 등로를 통과하자 나타나는 짧은 바위 너덜길 위에 고사목이 걸터 앉아 묘한 풍경을 연출하기에 담아 본다.

이제 이곳을 지나 다시 가을빛이 완연한 능선으로 들면 별 특징없는 1094봉이 나타나고 등로는 우측으로 급하게 꺽어 내려가게 되어 있다.

 

한동안 편안한 내리막 등로를 타고 가을빛을 음미하며 내려가니 등로 우측으로 자꾸만 동해바다와 속초 위 고성으로 이어지는 들판이 발길을 사로 잡는다.

이제 제법 안개가 걷히며 멋진 조망을 보여주지만 이것을 함께 공유해야 할 종주대가 함께하지 못하고 가슴 아파할 생각에 마음마저 편안하지 못하다.

그래서 단 한장의사진이라도 더 남겨 드리고자 자주 사진기 돌리다 보니 자꾸만 홀로 뒤에 처지는 신세가 되어 간다.

 

잠시 사진 한장 찍고 내달리기를 몇번, 드디어 대간령 즉 큰새이령을 가운데 두고 저 멀리 우뚝 솟아있는 890봉으로 이어진 마루금 위엔 온통 우긋불긋한 단풍이 만산홍엽을 이루며 깊어가는 가을을 눈으로 알려주고 있다.

그 위로 하얀 뭉게구름인지 아니면 안개인지 모를 자연이 준 선물이 하느적 거리며 춤을 추고 소산령을 통해 오른 종주대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듯 하다.

5년전 처음 오르며 바라본 낙엽진 겨울 산하가 너무나 아름다운 책갈피로 다가와 잊지 못하고 있는 이곳 잡목이 무성하지만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인 이곳에 다시 서 있는 기분이 참으로 묘하다.

 

등로 좌측으로는 용대리가 아직도 하얀 안개속에 잠들어 있고 그 좌측으로 귀때귀 청봉에서 대청으로 향하는 서북능선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산준령을 이루며 마지막 가는 산객을 배웅하고 나선다.

곱게 물들어가는 가까운 산줄기에서 저 멀리 햇살을 받아 빛나는 마루금까지 어느곳 하나 빠트리지 못하고 모두 가슴 속 깊이 간직해야 할 우리들의 마루금인 것이다.

 

한동안 사진도 찍고 잡목에 붙어있는 이슬도 털으며 조금은 빠르게 진행하니 이제 890봉 전망 바위가 눈 앞에 펼쳐져 있고 대간령에 먼저 도착해 있는 종주대의 목소리도 환청으로 들리는 듯 하다.

저 890봉에 올라 이곳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흘렸던 눈물도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있다.

그 세월의 흐름만큼이나 이 산객의 마음도 몸도 많이 변해있음을 자각하곤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890봉을 타고 우측으로 달려 병풍바위 갈림 봉우리를 지나 마산봉을 바라보지만 그곳 역시 오늘은 정상부가 가려져 있다.

아마도 마지막 가는 길에 앞을 막는 눈물이 보일까봐 이렇게 안개가 덮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저곳에 오르면 안개가 벗겨질련지 아니면 지금보다 더 짙은 안개가 덮히며 흐르는 눈물을 감춰줄수 있을지...

 

다시 헬기장이 있는 무명봉을 지나 암봉을 우회하여 내리막 등로를 타고 내려가 본다.

제법 큰 목소리들이 들리는 것으로 봐 대간령에 종주대 모두가 모여있는 듯 하다.

그렇게 한동안 내려가니 산우님 한분이 대간령에서 헬기장쪽으로 거꾸로 올라오시며 사진 한장 남겨 주신다.

이야기 나누다 보니 신선봉을 들리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 커 헬기장 봉우리까지만이라도 올라 그 아름다운 마루금을 보고 싶어 잠시 얼랐다 내려올 예정이란다.

무엇이 그리 만들 수 있는 것인지...

잘 다녀오라 인사 나누고 내려가지 54명의 종주대가 식사 후 기다리고 있는 대간령에 도착해 고통과 기쁨을 동시에 나누며 재회한다.

 

그 옛날 미시령과 진부령 도로가 뚫리기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민초들이 넘나들던 유명한 대간령이였기에아직도 많은 주막거리며 말을 먹이던 장소가 돌더미로 남아 있는 곳에서 선두조를 모두 보내고 4명의 종주대만이 남아 늦은 점심 식사를 즐겨본다.

식사 후 두명의 산우님이 더해져 총 6명의 산우님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890봉 전망바위로 오르는 등로엔 예쁜 투구꽃이 집단으로 피어 물러가는 가을을 아쉬워하고 있다.

 

드디어 어렵게 890봉 전망바위에 올라 가야할 북서쪽 방향만 제외하고 일망무제, 시원하게 터진 조망을 즐겨본다.

방금 전 내려온 무명 헬기봉에서 대간령으로 내려 앉았다가 다시 솟구쳐 오른 마루금이 한눈에 보인다.

헬기봉 정상에는 아직도 하얀 안개가 피어 오르고 남쪽으로 떠오른 햇살을 받아 더욱 빛나고 있다.

한동안 머물며 많은 사진 남기고 함께하는 산우님들 증명 사진 한장 남겨 드리고 앞에 보이는 바위지대를 향한다.

 

하지만 금새 걸음걸이 멈추고 등로 좌측 저 멀리 보이는 서북능선을 다시 한번 담아본다.

앞서 헬기장 무명봉에서 바라봤던 모습과는 어딘지 모르게 달라져 있음에 아연실색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저곳에 올라 수도 없이 이곳을 바라보며 그림 찾기를 했었는데 오늘에서야 그 그림을 제대로 맞춘듯 하다.

많은 안타까움과 회한이 묻어나는 마지막 구간이다.

 

잠시 890봉 전망바위를 지나 봉우리를 넘자 이제 등로 우측으로 바위지대가 보이고 그곳으로 잠시 올라 우측에 펼쳐진 동해바다와 속초와 고성 사이의 나즈막한 산들과 들판을 내려다 본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흐믓하고 즐거운 바다 그중에서도 마루금에서 내려다 보는 동해바다가 최고라는 찬사의 단어가 필요한 시간이다.

그저 가슴에 담고 눈으로 음미할 뿐 그 무엇도 필요 없는 시간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다 문득 앞을 보니 거대 암벽과 바위지대가 펼쳐져 있고 그 사이를 통해 힘겹게 오르는 산우님들의 뒷모습도 들어 온다.

브라운 칼라로 변한 산하와 하얀 조각들을 펼친듯한 바위들이 묘한 ㅗ화를 이루며 산객의 아픈 마음을 달래는 듯 하다.

한발 두발 힘을 내 저 앞서가는 산우님의 발자국 위에 내 발자국을 덮으로 조금은 빠르게 진행한다.

 

진행하는 도중, 제법 그럴듯한 아름다운 단풍나무를 발견하곤 다시 주저 앉아 많은 사진으로 색칠한다.

많은 낙엽이 지고 단풍이 들고 있지만 병해를 먹고 또 말라가는 모습에서 아름다운 단풍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단풍나무 만큼은 참으로 곱고 아름다운 자태를 지닌 여인같이 다가온다.

 

이제 단풍도 구경하고 뒤따르는 산우님들도 없으니 부지런히 따라 가는 수밖에 없다.

바위 너덜길에 오르니 이제 젖어있던 바위들도 마르며 산행하기에 적당한 날씨이다.

앞서 오르던 산우님들의 꼬리를 따라 빠르게 치고 오르니 바위 너덜 끝자락 저 위에 몇명의 산우님들이 흔적 남기기에 바쁘다.

 

그 바위 너덜 등로 위로 올라 뒤돌아 보니 저 멀리 무명 헬기봉에서 내려와 대간령을 앉히고 다시 솟구쳐 890봉 바위 전망대를 일으켰다 다시 바위너덜지대로 이어진 마루금이 선명하게 들어 온다.

아무리 늦더라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다시 몇장의 사진으로 남긴 후 빠르게 앞서가는 산우님들을 따라 잡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해 본다.

  

이제 병풍바위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뒤돌아 보니 그토록 하얀 안개속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헬기장 봉우리가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저곳을 타고 내려와 대간령에서 잠시 쉬며 늦은 아침을 먹고 다시 890봉을 거쳐 이곳에 오른 것이다.

푸르름이 빛을 잃고 갈색으로 퇴색해 가는 산하가 더욱 쓸쓸하게 다가오지만 그 속에 숨겨진 내년의 활기찬 봄을 꿈꿀 수 있으니 또 한겨울 모진 삭풍을 참을 수 있는가 보다.

바로 우리 백두대간 종주대들 처럼...

 

이제부터 가을빛에 취해 색깔별로 단풍을 담아 본다.

병들고 벌레먹은 단풍들속에서도 이토록 고운 단풍을 찾아 담을 수 있는 행운까지 누리고 있으니 분명 복받은 종주대는 종주대인가 본다.

이 노란 단풍이 떨어지면 또 새로운 종주대가 지리산을 출발해 이곳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것이다.

 

노란 단풍을 지나니 푸른 산죽이 반기고 그곳을 지나자 다시 붉은 단풍도 잇다며 그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홀로 보고 있으려니 괜시리미안하고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 둘 뜯어 놓고 보면 별로 보잘 것 없는 단풍도 이렇게 모아 놓고 멀리에서 보니 참으로 곱고 아름답다는 생각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진다.

 

그렇게 지루한 능선을 타고 가을빛과 고운 단풍 나눔들을 벗삼아 제일 후미에서 진행하니 어느덧 병풍바위 갈림봉에 도착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잠시 병풍바위 구경을 위한 나들이에 동참한다.

우측 바위들이 쌓아 있는 모습이 마치 병풍을 둘러친 모습과 같다하여 붙여진 병풍바위이다.

꼬깔옷으로 갈아입은 병풍바위 능선을 타고 시간여행을 떠나지 신선봉에서도 보지 못한 황철봉과 대청봉으로 이어진 백두대간 설악구간이 시원하게 조망되지만 정상부에 머물고 있는 안개로 인해 선명하지 못함이 못내 안타깝다.

 

북쪽으로는 오늘 산행 뿐만 아니라 백두대간 700여 Km 마루금에서 제일 북쪽에 자리잡은 마산봉이 온순한 모습으로 반긴다.

저 봉우리를 넘어 진행하면 이제 정말 백두대간 남한 구간도 마무리가 되는가 보다.

또 다른 감회에 젖어 본다.

5년전 처음 올라 지는 해를 바라보며 눈물짓고 이슬이 한잔으로 인생을 노래했고 4년전 올라서는 그저 무덤덤하게 이곳도 들리지 못하고 통과했으며 3년전 무결점 완주를 할 때에는 오늘처럼 해가 중천에 떠 있어 그 그리움을 채 생각도 하기전에 진부령에 도착했던 그림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이제 마산봉을 거쳐 내려가 알프스리조트를 통과하면 만나는 흘리마을과 나즈막한 야산들 그리고 시멘트 포장도로 끝자락을 타고 진행하면 진부령에 도착하는 것이다.

오늘은 무슨 사연과 추억이 남겨져 이 산객을 부르고 있을 것인지...

또 이곳에 함께 고통을 이기고 도착한 산우님들의 표정은 어떠할지 대단히 궁금도 해지는 시간이다.

 

이제 황철봉과 대청봉으로 이어진 구름에 덮힌 지나온 백두대간 마루금을 남동쪽으로 다시 한번 더 조망한 후 잡목으로 쌓여 보이지 않는 조망을 지나 잠시 안부로 내렸다가 마산봉으로 오른다.

이곳 역시 가을빛이 완연하고 그렇게 마지막 산우님을 앞에 대동하고 꾸준히 오르니 드디어 몇명의 산우님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마산봉 갈림 삼거리에 도착해 배낭 벗어 놓고 우측 바로 위 마산봉으로 오른다.

 

마산봉 정상안내판을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지만 장구한 세월이 흘러도 늘 그곳을 지키는 암봉에 올라 그리움만 가득 안은채 구름속에 덮혀있는 향로봉과 이북의 마루금을 배경으로 증명 사진 한장 남긴다.

언젠가다시 올라야 할 봉우리이지만 기약없는 시간이기에 다시 한동안 머물며 마지막 아쉬운 작별인사를 건넌다.

이것이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만남의 전초이기를 바라면서...

 

마산봉 정상에서 바라 본 병풍바위 갈림 삼거리와 병풍바위 그리고 좌측으로 ㅐ벽에 지났던 신선봉이 그리움을 더해주고 있다.

이렇게 그 그리움을 달래려 오른 마루금에서 더 강렬한 그리움만 가슴에 묻고 내려가야 하는 마음이란...

시간이 지나면 몇번 올랐기에 그리움이 사라질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을 보면 지독한 대간 사랑에 빠져 있지나 않는지...

 

내려가야 할 마루금과 더 큰 그리움만 가슴에 채우는 향로봉 그리고 북쪽의 마루금으로 이어진 산줄기가 가슴을 파고 든다.

알프스리조트 건물들이 멋지게 보이지만 흉물스런 모습으로 짓다 만 흔적이 가슴을 아프게 만들고 나즈막한 야산과 사라진 군부대를 지나면 우측으로 쭉 이어진 비닐하우스를 타고 시멘트 도로가 열려 있다.

듬성듬성 서 있는 민가를 지나 능선과 경계를 이루는 임도를 타고 넘으면 그곳에 그리운 종착역인 진부령이 서 있는 것이다.

아 백두대간 그리고 중주대여...

 

무산봉 암봉 뒤쪽으로 넘어 우측 끝자락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고성의 죽왕쪽 산들이 펼쳐져 있다.

나즈막한 구릉지마다 사람들이 발길과 손길이 묻어 있는 비닐하우스가 자리하고 그 뒤로 완만한 능선을 타고 뾰족봉도 솟아 있다.

그 위 하늘에는 하얀 구름인지 안개가 더워지는 햇살을 타고 하늘로 하늘하늘 오르고 있다.

그 좌측 저 멀리 돌아가며 향로봉 능선이 가슴을 때리고 있다.

그 그리움이 크면 내려가지 못할지 몰라 정상부엔 아직도 하얀 구름이 걸려 진모습을 숨기고 있다.

 

이제 가파른 내리막 경사를 타고 조심하며 내려가니 알프스 스키장 철조망도 보이고 곤도라도 보이지만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듯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나 스키장을 한가득 메우고 있다.

아름답게 지어진 알프스리조트 건물 역시 내부 수리가 안된 상태에서 시행사가 부도가 났는지 수많은 쓰레기들이 방치되어 있고 흉물스런 건물만 산객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다만 그 알프스리조트 지나 좌측으로 펼쳐진 흘리마을이 참으로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마지막 발걸음을 하고 있는 산객의 마음을 안정 시키고 있다.

 

철조망을 타고 내려가 곤도라가 있는 넓은 장소를 통과하니 키큰 억새가 산객을 반긴다.

이곳에서 5년전 내려가며 앞에 보이는 산줄기 넘어 기울어져 가는 햇살을 바라보며 말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던 추억에 다시 한번 경기를 일으켜 본다.

그때에는 왜 그리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 내렸는지...

아마도 처음으로 만났던 백두대간 마지막 구간이라 더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멋진 낙엽송 구간을 룰라랄라, 오늘 처음 산행에 참여한 다른 두 산우님들과 함께 총 4명의 산우님들이 지나간다.

몇장의사진도 찍으며 이야기 나누다 보니 이곳이 정말 백두대간 마루금인지 아니면 어느 둘레길을 걷고 있는지 분간조차 하기 힘든 멋진 등로이다.

참으로 아름답고 멋지며 환상으로 다가오는 등로이다.

 

그렇게 진행하니 드디어 알프스리조트 건물 앞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진부령까지 다시 시멘트 도로나 아스팔트 도로를 타고 4 Km 즉 10리 이상을 가야만이 마무리가 되는 것이다.

그래도 높은 봉우리를 모두 지나 이제 평이한 걷기만 하면 된다는 안도감이 갑자기 긴장을 늦추며 피로를 더해 주는 시간이다.

 

알프스리조트 뚝을 넘어 아스팔트 도로를 따르다 우측 비포장 임도로 들어서서 진행하니 다시 비닐하우스 지대가 나타났다가 작은 연못이 있는 좌측 소로를 타고 군부대쪽으로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군부대 앞 시멘트 도로를 타고 진행하다 뒤따르는 산우님들과 저 멀리 마산봉에서 이곳으로 이어져 내려온 마루금을 담아 본다.

가을을 알리는 억새와 갈대가 종주대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시멘트 도로를 타고 좌측으로 돌아 내려가니 다시 우측으로 향로봉대대 흘리소대란 군부대 정문이 나타나지만 이제 이 군부대도 굳게 문이 잠긴채 어디로 이사를 했는지 적막감만 돌고 있다.

세월이 지나고 이념 이데오르기가 약해지며 하나 둘 군부대도 시대 상황에 맞게 변해가는 현실을 실감하는 시간이다.

이 군부대에는 무엇이 어떤 용도로 들어 올련지...

 

시멘트 도로를 타고 한동안 진행하니 군부대 철조망이 우측으로 꺽어 올라가는 곳에 백두대간 마루금도 따라가고 짧은 오르막 등로를 타고 오르니 이제 군부대 철조망과 헤어져 등로는 좌측 솔밭으로 이어져 있다.

그 솔밭을 지나 계속 진행하니 나무 계단이 나타나고 잠시 후 다시 시멘트 도로를 만나 좌측은 흘리마을이 있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좌측 흘리마을쪽으로 가 2차선 포장도로를 타고 우측으로 계속 진행하면 곧 진부령에 도착할 것이지만 오늘은 우측 시멘트 도로를 타고 오리지날 백두대간 마루금과 조금은 더 가까운 등로를 타고 진행하기로 한다.

 

내려오자 만나는 이 시멘트 도로를 타고 우측으로 진행하며 도로 양쪽으로 서 있는 비닐하우스를 담아 본다.

하지만 많은 종주대가 진행했듯이 이 시멘트 도로를 만나 좌측으로 틀어 100여미터 진행하면 흘리마을이 있고 그곳에서 2차선 포장도로를 만나 우측으로 틀어 진행하면 좀 더 가깝고 쉬운 등로를 타고 마무리가 되지만 오늘은 조금 더 멀지만 원 백두대간 마루금과 가까운 우측 시멘트 도로를 타고 진행하기로 한다.

 

끝까지 그 시멘트 도로를 타고 올라오면 마지막 부근에서 좌측으로 갈라지는 시멘트 도로가 하나 있지만 무시하고 우측 원 시멘트 도로를 타고 전진하면 그림처럼 마지막 민가가 보이고 그 민가 앞마당을 통해 조금 더 우측으로 돌아 오르면 비포장 임도와 만나는 삼거리가 나타난다.

 

그 삼거리에서 우측 임도길을 버리고 좌측으로 270도 꺽여 진행되는 비포장 임도를 타고 진행하면 된다.

그곳으로 진행하며 지나온 등로를 담아 본다.

저 멀리 마산봉 전위봉이 보이고 알프스리조트 건물과 곤도라도 보이고 내려와 이곳 마을로 연결된 비닐하우스와 마을길도 시원하게 조망된다.

언제 다시 올 기회가 있겠지만 그때의 기분은 또 무엇일련지...

 

그렇게 한동안 비포장 임도길을 타고 진행하니 좌측으로 철조망이 보이며 개 사육장도 지난다.

많은 개들이 이방인의 출현에 마구 짖어대고 그곳을 빠져 나가니 진부령관광농원 건물이 등로 좌측에 자리잡고 그곳에도 개 두마리가 열렬하게 짖어댄다.

어렵게 안정시키고 다시 시작되는 시멘트 도로를 타고 한동안 진행한다.

 

이제 진부령 1 Km 이정표를 만나 우측 비포장 임도로 들어서고 그곳으로 계속 진행한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알바한 몇몇 산우님들 만나 새벽 일들이 이야기 나누며 웃음으로 대신한다.

이제 정말 마지막 구ㅏㄴ의 마지막 발걸음이란 생각에 마음과 몸이 모두 무거워지지만 정신만은 더욱 뚜렷하게 맑아옴을 느낀다.

 

다시 한번 펼쳐진 아름다운 낙엽송 지대를 지난다.

늘 후미에서 고생한 산우님 사진도 찍어 주고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다 보니 이제 이 아름다운 마루금도 지나 다시 포장도로로 내려선다.

포장도로를 타고 좌측으로 270도 이상 굽은 도로를 타고 내려간다.

 

백두대간 종주 기념탑이 서 있다.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이곳에 와 사진 한장 남겼다는 인증으로 사진으로 남겨 본다.

먼 훗날 이 산객이 세운 탑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왜 그랬는지...

 

이제 완주와 종주를 기념하는 이정석과 빗돌을 세워둔 장소에서 많은 사진 찍은 후 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우측 소로길로 내려가니 그곳에 진부령 이정석이 자리하고 있다.

벌써 많은 산우님들이 자리잡고 종산제를 지내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사진을 찍고 지난 추억에 젖어 있다.

모두가 주인이요 멋진 종주대들이다.

 

축하연을 열고 사진도 찍으며 종산제를 지나고 나니 또 하나의 큰 획을 그은 산행이 끝이난다.

북적대던 진부령 이정석도 몇몇 산우님들만이 남아 마지막 정리와 사진을 남기고 철수를 서두르고 있다.

무엇이 왜 그리 이곳으로 잡아 끌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는 종주대들.

새벽의 안타깝고 아쉬움은 벌써 어디로 사라지고 그간 경험했던 무용담과 고통 그리고 환희를 솟아내며 길고도 멀었던 백두대간 산행을 마무리 한다.

 

장장 1년 7개월 간 1400여명의 연인원을 모시고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 무탈한 완주를 이끌어 주신 우리들의 영웅 나마스테대장님과 은비령총무님께 감사 드리며 함께한 백두대간 종주대 여러분들에게도 영웅의 칭호를 바치는 시간을 남기며 영원한 추억으로 갈무리 한다.

산행에서 뿐만이 아니라 인생에게서도 멋진 영웅으로 남아주길 바라며 제2기 백두대간 산행의 마지막 산행 후기를 끝마친다.

 

이렇게 마무리하고 난 후 심한 몸살 감기로 몸져 누웠던 3년 전 추억에 미소를 지어 본다.

 

자 다음 백두대간을 향해 다시 달려가 보는 거다 화이팅.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