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제2차(미완성 완료)/제2기 백두대간 산행후기

온누리 백두대간 두번째 제14차 버리미기재에서 사다리재까지 산행 후기

칠갑산 사랑 2009. 11. 29.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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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경북 문경시와 충북 괴산군 일대 백두대간 마루금

산행일자 : 2009년 11월 27일과 28일 (무박 2일 산행)

산행날씨 : 새벽에서 아침까지 짙은 안개였으나 오전부터 박무로 바뀌고 약간 쌀쌀한 초겨울 날씨

산행온도 : 영하 03도에서 영상 10도

산행인원 : 3450온누리산악회 39명 (40인승 버스 1대)

산행거리 : 약 22 Km (백두대간 : 19.50 Km와 접속구간 : 2.50 Km 사다리재에서 분지리 안말까지) 

산행시간 : 총 13시간 30분 (03:00시에서 16:30시까지)

산행코스 : 버리미기재(산행 들머리)-장성봉(916.3봉)-막장봉 갈림길-827봉 바위 전망대-780봉 바위 전망대-

               사거리 안부 헬기장-악휘봉 갈림길-(악휘봉 845봉)-은티고개(아침식사)-주치봉(683봉)-

               오봉정고개-넓은바위-마당바위-구왕봉(887봉)-암릉구간-지름티재-로프암릉직벽구간-

               희양산갈림길-희양산 백운대(998봉)-안성골-산성터-배너미평전-시루봉(914.5봉)-용바위-

               마당바위-이만봉(990.1봉)-곰틀봉-사다리재(백두대간 산행종료)-분지리 안말(산행 날머리)

산행시간

03:00 버리미기재 (산행 들머리)

03:19 바위지대

03:26 쓰러진 소나무 및 바위지대

03:37 애기암봉 갈림길(길주의-우측 애기암봉 등로 버리고 좌측이 대간길)

03:59 장성봉(916.3봉)

04:23 막장봉 갈림길(길주의-좌측 막장봉 가는 등로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04:50 달팽이 바위

04:55 780봉

05:19 암릉 및 809봉

05:59 사거리 안부 헬기장(길주의-좌측 쌍곡계곡 절말 가는 등로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06:28 악휘봉 갈림길(길주의-좌측 악휘봉 가는 등로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일부 산우님들 악휘봉 들림)

07:35 안부 소나무

07:40 암릉길 철 계단

07:55 암반길

08:12 은티고개(아침식사, 길주의-좌측 은티마을 하산길 버리고 직진이 대간길)

09:23 주치봉(683봉)

09:33 오봉정고개(길주의-좌측 은티마을 하산로 버리고 직진이 대간길)

09:53 넓은바위(산행주의-두개의 바위 사이 소나무쪽으로 진행)

10:06 마당바위

10:12 구왕봉 (887봉)

10:35 내리막 암릉 로프지대

11:00 지름티재(길주의-좌측 은티마을 하산로 버리고 직진이 대간길, 정숙보행 구간)

11:16 암릉지대 (산행주의)

11:31 희양산 갈림 직벽 암릉 로프지대 (산행주의)

11:43 희양산 갈림길(길주의-우측 희양산 가는 등로 버리고 좌측이 대간길)

11:49 희양산 암반 구간

11:58 희양산 (998봉)

12:36 안성골 산죽밭

12:41 산성터 (정상 백두대간 마루금과 만나는 곳)

12:52 871봉 암릉로프 구간

13:03 산죽지대

13:13 910봉 지난 등로에서 단체 사진

13:34 은티마을 하산 갈림길 (길주의-좌측 은티마을 하산로 버리고 직진이 대간길)

13:41 시루봉 갈림길 (길주의-좌측 은티마을과 직진 시루봉 등로 버리고 우측으로 90도 꺽인 등로가 대간길)

13:51 시루봉(914봉)

14:03 배너미평전

14:15 963봉

14:25 용바위

14:45 로프 및 바위협곡 지대

14:53 이만봉 (990.1봉)

15:10 곰틀봉 및 전망대

15:15 바위 암릉지대

15:25 사다리재 (길주의-백두대간 마루금은 직진이나 이번구간은 좌측 분지리마을 안말이 산행종료 지점)

16:29 분지리 암말 (산행종료)

 

 

제2기 백두대간의 무사 완주를 빌며 처음 약속한 임무를 마친 아쉬움과 안도의 시간들

 

 

에필로그

지난 5월에 시작한 온누리 백두대간 제2기 종주대에서의 내 역활도

이제 마지막 구간이 되어 도착한 버리미기재에서 다시 만난 어둠속 철조망을 바라보니 

지난 33개월 동안 수없이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던 변해가는 계절속에

내 삶의 많은 부분이 되어 주었던 백두대간 마루금에 대한

애증이 남다르게 떠 오른다.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을 이어주는

922번 지방도로의 버리미기재란 이름이 궁금해 많은 자료를 찾아 보니

벌의 목 고개란 뜻으로 짐승들 목에 빗댄 고갯마루 중 벌의 목과 닮아 있는 형상임을 유추해 보지만

모양을 찾을 수 없기에 아쉬움이 남아 있는 고개에서 쓸쓸히 나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다시 출발하는 시간이 더욱 이 작은 산객의 가슴에

한겨울 삭풍만큼이나 차갑게 다가온다.

 

2년전 오르며 짙은 안개와 하루 종일 내리는 빗줄기로 인해

등로 찾기에 고생한 큰바위지대와 암릉 구간을 지나며 그렇게 고생시킨 등로가

오늘은 엷은 박무와 어둠속에서도 이렇게 뚜렷히 보이는 마루금에서 옛 추억을 떠올리며

혼자만의 미소로 시작하는 종주길이지만 쓰러진 소나무 한그루가 고사목이 되어 가는 현실에선

마음의 긴장을 풀지 못한다.

 

그렇게 높지 않은 산이지만 주위에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많은 산군들

즉 북쪽에서 시계방향으로 악희봉에서 희양산, 애기암봉 그리고 남쪽의 둔덕산, 대야산, 막장봉과 군자산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마치 거대한 만리장성의 일부를 연상시키는 장성봉 오름길은

오늘도 어둠으로 인해 아쉬운 한숨만 나오는 시간이 되어 간다.

 

찬바람이 온몸의 열기를 빼앗아 가는 장성봉 정상에서 짙게 밀려오는 안개가

다시 산행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기에 빠르게 가파른 내리막 등로를 타고 막장봉으로 향하며

이제 살구나무골에서 갈라진 시묘살이 협곡을 이루고 광산의 갱도처럼 생긴 마지막에 있는 봉우리라

그 이름까지 막장봉이라 불리워지는 곳을 향한 마루금은

종주대의 마음속에 보이지 않는 그리움을 남긴다.

 

등줄기에 맺히는 땀방울이 흐르다 마르기를 반복하는

아기자기한 암봉과 암릉 구간을 조심하며 진행하니 새벽 여명이 두껍던 어둠을 몰아내며

주위 산군들의 엷은 실루엣을 보여줄 쯤 악휘봉 갈림길에 도착해 고민속에 빠져 들지만

두번 다녀온 기억과 지금은 안개로 인해 아무것도 보여주는 것이 없기에

악휘봉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정상 마루금을 타고

계속 전진해 후미를 기다려 본다.

 

약간의 혼선과 추위에 떨려오는 몸을 녹이기 위해

천천히 발걸음 옮겨 새로 만들어진 암릉 위 철계단에 도착해

드디어 모든 종주대가 한자리에 모여 정상적인 산행을 이어가지만

역시나 편치 않은 마음만은 어쩔 수 없이 간간히 나타나는 암반을 조심하며

백두대간 고갯마루에서도 유명하기로 소문난 은티고개에 자리펴고 허기를 달래 본다.

 

백두대간 산행을 하는 산객이라면 한번쯤 들어 봤을

남동쪽의 봉암사 산문으로 통하는 등로가 폐쇄된 고갯마루로서 은티재는

이곳을 잘라 북동쪽 은티마을을 접속구간으로 이용하는 종주대들이 많기에 

은티마을 앞에 세워진 마을유래비가 유명세를 타고 있는

특이한 고개이기도 하다.

 

성황당에 흩어져 있는 돌담과

오래된 나무 한그루가 무속신앙에 대한 민초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말해주고

풍수지리설에 의한 여궁혈을 잠재우기 위해 남근을 상징하는 물체를 세워 지금까지도

마을의 안녕을 위한 마을 주민들의 노력이 깃들어 있는 곳임을 알아가는 것 역시

왜 백두대간 산행을 하는지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식사 후 오르는 가파른 주치봉 오르는 등로는

죽음보다 더 무서운 저승사자가 되어 종주대를 힘들게 하지만

오르지 않으면 안되는 길이기에 굵은 땀방울 흘리며 깊게 낙엽 깔린 정상의 넓은 공터에서

심호흡 한번으로 그 고통을 잊어 본다.

 

융단같은 폭신한 낙엽이 등로를 열어주는

오정봉 고개로 내려가는 길에 악마의 이빨을 감추고 지나가는 길손을 기다리는

독거미처럼 낙엽 밑에 숨어 있는 하얀 서릿발이 조심스럽지만 큰 부담은 아닌듯

오정봉 마을로 통하는 고갯마루에 내려와 봉암사 스님들이 걸어 놓은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글귀 한구절에

그자리에 서 있는 것조차 미안한 마음이 드 것은 아마도 선답자들이 옳바르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

얼마나 오랫동안 후답자들이 생각지도 못한 고통을 느끼는지 알려주는 듯 하다.

 

지체 할 시간도 없이

다시 나즈막한 봉우리 지나 암봉의 넓은 바위에 올라 구왕봉을 그리워하지만

아직은 이른듯 안개속에 몸을 숨기고 올라오라 흔드는 손짓 따라 마당바위를 지나 힘겨운 시간속에

드디어 2년전 생각지도 못한 알바를 경험한 구왕봉 정상에 입맞춤 한다.

 

동쪽으로 밝은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희양산의 유명세에 눌려 잘 알려지지 않은 문경의 명산에 속한 구왕봉은

백두대간 마루금에 속한 험준하기로 소문난 봉우리로서 그 남동쪽에 자리잡은 구산선문중 하나인

봉암사 창건 신화와 관계 깊은 봉우리이기도 하다.

 

신라시대 지증대사가 창건한 봉암사는

심층이란 사람의 조언을 듣고 현재의 봉암사터를 잡았는데

당시 그곳에 큰 연못이 있어 메우려고 하니 연못에 큰 용이 살고 있어

신통력을 이용해 그 용을 물리쳐 구룡봉으로 쫓아 냈는데 그 구룡봉이 오늘날의 구왕봉이 되였다는

창건설화로서 현재까지도 봉암사에서는 매년 소금단지를 구왕봉에 묻어

그 기를 눌러 둔다는 설이 남아 있다.

 

수많은 설화가 잠들어 있는 구왕봉를 넘어

이제부터 최고 난이도를 자랑하는 암릉 로프 구간에서 제대로 된

희양산 암봉의 육중함을 가슴속에 남기는 동시에 봉암사 스님들의 가로막음이 있을지도 모를

지름티재에서의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다행히 은티마을에서 남쪽의 봉암사로 갈때 질러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고개란 이름의 지름티재 길목엔 모두 나무 침목이 세워져 있어

봉암사로 통하는 등로는 모두 폐쇄되어 있고 높아만 보이는 초소에도 주인없는 빈공간만이

도둑 고양이가 되어 내려온 산객의 얼어 붙은 마음을

녹여 주고 있다.

 

이제부터 또 한구간 백두대간 산행에서 가장 힘들고 위험한 희양산 직벽 구간을 향하는

종주대의 가슴엔 비장함까지 들고 무사히 그 직벽 구간을 오르니 삼면이 하얀 암봉으로 이뤄진

거대 화강암 암벽을 자랑하는 희양산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우측으로 진행하며 옛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갑옷을 입은 무사가 말을 타고 앞으로 나오는 형상과 산이 사방에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으니

마치 봉황의 날개가 구름을 치며 올라가는 듯하고 계곡물은 백겹으로 띠처럼 되였으니

용의 허리가 돌에 엎드려 있는 듯 하다는 이야기를 중얼거리며 선계를 거닐어 본다.

 

산세와는 달리 그 장엄한 풍경을 둘러보며

오를 수 있는 봉암사에서의 등로가 없어서 인지 정상석은 볼품 없지만

그곳에 올라 바라보는 조망은 저 멀리 구왕봉 넘어 희미한 장성봉과 막장봉이 가깝게 자리하고

올라야 할 동쪽 안성골 넘어 이만봉과 곰틀봉이 어서오라 몸짓하는 듯 다가온다.

 

정상에서 문성골을 넘어 견훤이 쌓았지만 

장고한 세월 아직 남아있는 삼한시대의 역사 희양산성에서

백두대간 산행이 아니면 접하지 못했을 내 역사를 배우는 것 같아

고통보다는 희열이 불타오름을 느껴 본다.

 

작은 암봉과 짧은 산죽밭을 지나

910봉 지난 낙엽 깔린 등로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단체 사진 한장 남기고

이제부터 그렇게도 그리워하며 만나고 싶었던 시루봉과의 조우를 위해

홀로 빠르게 진행해 간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제법 물이 고여 있던 배너미평전은

이제 두꺼운 얼음 몇조각이 대신하고 나머지는 모두 억새에 자리를 내주고

그 흔적조차 지워지고 있는 현실에 아쉬움을 남기고 좌측 시루봉으로 오르는 등로에

파헤쳐진 식흔에 자연의 먹이 사슬이 파괴되였을 때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희양산과 이만봉 사이에 존재하면서도 백두대간 등로에서

약간 비켜 서 있기에 찾는이가 드문 야생화의 보고이자 산나물 천지인 곳으로

고지에서 항상 마르지 않고 흐르는 개천이 있어 습지가 발달해 있던 특이한 지형의 시루봉 정상,

하지만 그 조망만큼은 지나온 희양산과 구왕봉은 물론 저 멀리 대야산까지 시원하게 들어오고

앞으로 올라야 할 조령산 넘어 신선암봉과 주흘산까지 열려 있으니

그 어느산 못지 않게 가슴 뛰게 만들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제 제일 후미로 지나며

아기자기한 낙엽 등로를 따라 용바위 지나 마당바위를 지나니

드디어 임진왜란때 2만여 가구가 피난해 들어 왔다는 설과 이만호라는 사람이 들어 와 살았다는 설에서

유래했다는 이만봉에 도착해 흔적 한장 남기고 곰틀봉을 향한

마지막 발걸음을 옮겨 본다.

 

기울어 가는 햇살을 풍만한 봉우리 한가운데에 담아

아름답게 서 있는 이만봉을 뒤돌아 보며 진행하다 앞을 바라보니

마지막 곰틀봉에 도착하고 그 흔한 표식 하나 없는 전망바위에서 다음 구간 이어가야 할

평천지와 백화산 그리고 황악산의 마루금에 경외로움을 남기고 그 우측으로 비켜 서 있는

뇌정산에 다음을 기약하는 시간을 가져 본다.

 

이만봉에서 백화산쪽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문경시 가은읍 원북리 한밤미와 충북 괴산군 연풍면 분지리 사람들이 오가던 사다리 고개에 도착해

멀고도 길었던 또 한구간의 백두대간을 마무리하고 고사리가 많아 미천지라 불리던 이곳에서

좌측 가파른 접속구간을 타고 분지리로 향한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힘든 산행이지만

그래도 그 위험 구간을 많은 종주대들과 함께 무사히 내려오는 시간에

내 역활에 충실하고 마무리하는 마음은 어딘지 모르게 행복한 마음 이면으로 

아쉬움만 깊게 스며들며 언제 다시 이 그리운 백두대간 마루금에 서 있을지 기약없는

시간에 서산에 걸려있던 해가 사라지는 자연 현상 그대로 내 가슴에 남겨진다.

 

산행요약

   

 벌의 목 고개란 유래를 간직한 버리미기재에 비추는 달빛에 반짝이는 쇠철망이 종주대의 가슴에 피멍을 남기지만 범법자란 누명을 쓰면서까지 오르지 않으면 안될 곳이기에 이밤도 눈물 닦으며 어둠의 전사가 되어 본다.

지난 회차 어렵게 내려온 대야산 직벽은 이미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버렸다.

 

 어둠을 밝히는 주위 마을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을 친구 삼아 오르는 등로를 가로막고 서 있는 암봉과 암릉이 종주대의 발걸음을 느리게 하지만 2년전 내리던 빗줄기와 농무속 등로 찾아 헤매이던 추억에 비하면 오늘은 참을만 하다.

이렇게 사진기 들고 멋진 사진도 남기며 진행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늘 산행기에 소개되는 암벽 위 쓰러진 소나무 고사목 한그루, 태어나 자란 자리에 남아 다시 오랜시간 자연으로 조금씩 뒤돌아 가는 한그루의 고사목에서 내 인생을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큰 비약일련지...

그 옆으로 돌아 오르는 종주대의 뒷모습이 묘한 대조를 이루며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

 

 만리장성의 일부처럼 멋진 첩첩산중의 한가운데 서 있는 장성봉에서 보이지 않는 전망을 그리워하며 가슴속으로 이곳은 무슨산 저곳은 또 무슨산 하며 홀로 그림자 놀이를 해 본다.

언젠가 다시 올라 오늘 그리움으로 남겼던 풍경을 담아 보리라...

 

 안개가 자욱히 밀려드는 등로를 따라 어둠의 전사가 되어 그리운 막장봉 갈림길 지나 진행하는 시간에도 등로 옆으로 보이던 달팽이 모양의 바위가 눈에 들어 와 어렵게 잡아 본다.

햇살에 비춘 모양은 또 어떤 모양일지 궁금하지만 지금 보이는 달팽이로도 충분하다.

 

 악휘봉 갈림길에 도착해 고민해 보지만 개인적으로 두번 다녀왔고 오늘은 대간 마루금도 아니며 어둠과 안개로 인해 보이는 것이 없기에 잠시 고민하다 정상 대간 마루금을 타고 바람이 잦아드는 장소에서 쉬어 본다.

선두로 와 식어가는 땀방울로 금새 한기가 돌아 천천히라도 진행하고픈 마음 간절하지만 연락 할 방법이 없기에 기다렸다 엊갈리는 혼선속에 처음으로 독자 판단으로 악휘봉을 포기하고 정상 등로를 타고 행동해 본다.

생각보다 많은 산우님들이 기다리며 추위에 떨고 내 자신도 처음 느껴보는 추위에 몸과 마음의 고통이 심해진다.

 

 그래도 안부지나 암능길이 올려다 보이는 등로 한가운데에 독야청청 홀로 서 있던 소나무 한그루의 자태가 너무나 요염해 위로 잡아 본다.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껴 본다.

이름을 붙여 준다면 어떤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릴련지...

 

 2년전 보이지 않던 철계단이 놓여 있어 쉽게 암릉 구간 통과해 이제부터 짧은 암릉길의 로프를 타고 쎄미 클라이밍도 즐기며 진행하니 금새 은티마을로 인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성황당이 있는 은티재에 도착한다.

 

 역사의 많은 변화를 지켜 보면서도 민초들의 가슴속에 삶의 일부분으로 함께 남겨진 성황당과 나무 한그루 그리고 돌담들이 정겨운 은티고개에서 허기진 굶주린 배를 채우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한 시간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선답자들의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수도정진하는 봉암사 스님들에게 크나큰 무례를 범해 그 이후로 그곳 봉암사와 통하는 등로는 이용할 수 없게 되였다는 사실이리라.

언젠가는 북쪽 은티마을이 아닌 남쪽 봉암사를 통해 오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시간이기도 하다.

 

 죽음보다 더 어려운 식후 오르막 등로를 타고 주치봉에 올라 헐떡이는 숨 크게 몰아 쉰 후 오봉정마을로 통하는 오봉정 고개를 넘어 바위 사이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 한그루가 이채로운 넓은바위에 올라 구왕봉을 그리워 하지만 안개가 감추고 보여주길 거부한다.

보여주지 못한다면 올라 만날 수밖에...

 

 구오아봉이 가깝게 위치한 마당바위에 올라 천공속에 담겨 있는 물속에 비친 내 자신을 바라보며 고통에 일그러진 모습 내면에 기쁨으로 충만한 참모습을 발견하곤 미소지어 본다.

다른 종주대들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이 작은 산객처럼 엉뚱한 상상으로 산행에서 오는 고통을 잊어보려 노력은 하고 있는지...

 

 2년전 생각지도 못한 알바를 했던 구왕봉 정상, 그럴듯한 정상석 하나 없지만 봉암사 창건 설화가 잠들어 있으며 백두대간 산행 구간중 가장 위험하고 어려운 암릉 구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희양산의 명성에 가려져 있는 곳,

그렇기에 조금은 더 자연스런 모습으로 남아 있는 것인지.

 

 가파른 구왕봉 하산길에 로프를 타고 내려오며 앞에 보이는 희양산 암봉을 잡아 보지만 안개로 인해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그리웠던 희양산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는 시간이다.

 

 이런 암릉과 암봉에 매달려 있는 수많은 로프가 생명줄이 되어주는 구간들,

한순간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는 위험구간이기에 긴장도는 최고조로 향한다.

 

가슴 졸이며 도착한 지름티재,

몇년 사이에 보이지 않던 목책도 세워져 있고 초소까지 세워져 있지만 걱정하던 불상사는 없었다.

완벽하게 세워진 목책이 불화를 종식시키고 수도정진하는 스님들에게도 조금은

마음의 위안이 되였는가 보다.

이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백구 한마리 만나 분지리까지 동행해 본다.

 

 희양산 직벽 구간을 오르며 바라본 구왕봉과 지름티재로 내려오는 하산로의 암벽들이 하얀 이빨을 드러낸 상어의 이빨처럼 살아 있는 생명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섬뜩한 기운이 돈다.

무사히 모두 내려 와 이렇게 반대쪽 암벽을 타고 오를 수 있음에 그저 고마운 시간이다.

 

 하늘까지 덮어 버린 희양산 직벽 구간,

두팔의 힘이 빠지고 발등에 불이 날쯤 조금씩 하늘이 열리며 드디어

내가 살아 올라왔다는 안도감이 든다.

백두대간 산행 구간중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구간중 한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희양산 갈림길에서 좌측 산성터를 버리고 우측 희양산으로 향한다.

너럭바위와 암봉 그리고 암릉이 줄지어 서 있지만 앞으로 보이는 구왕봉과 저 멀리 대야산의 희미한 자락이 산행의 고통을 잊게 만들어 주는 곳,

다만 짙은 안개와 비 그리고 눈이 내리면 굉장히 조심해야 될 암봉 직벽이다.

 

 봉암사 개인소유의 땅이라 그,런지 명성에 비해 초라한 정상석이 어딘지 모르게 낯설다.

하지만 정상석은 정상석일뿐,

거꾸로 생각해 보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겨진 정상에서의 조망 역시 환상이다.

 

 희양산 정상 동쪽 마당바위에 올라 바라 본 이만봉과 다음 구간 지나야 할 백화산, 황학산 마루금이 박무속에서도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저곳에 올라 바라보는 이곳의 풍경을 마음속에 그리며 아쉬운 헤어짐을 만들어 본다.

 

 희양산 갈림길로 뒤돌아 가지 않고 안성골을 지나 산성터로 뒤돌아 와 만난 희양산성,

견훤의 역사와 삼국시대에 대한 역사를 잠시 회상해 보는 것으로

오늘 여기 오른 산행의 뜻을 가늠해 본다.

 

 산성터를 지나 871봉과 암릉을 잡아보니 아직도 마음의 짐을 놓기엔 이른 시간임을 알려주는 듯 하다.

이곳 지나 바라보는 시루봉에 대한 그리움이 벌써 가슴을 흔드는 시간,

오랫만에 등로 옆 산죽밭에 가슴이 찡해짐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봉암사가 자리잡고 있는 원북리,

하지만 박무가 모든 것을 숨겨버린 안타까움도 잠시

그저 마음으로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다.

모든 사람들의 이해타산이 맞아 저곳을 통해 이곳을 오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시간이기도 하다.

 

 배너마평전을 뒤로 하고 시루봉 갈림길에서 식흔 자국을 넘어 시루봉에 오르는 순간,

하늘이 열리며 산객의 마음을 뒤흔들어 버리는 황홀한 조망에 그동안 그토록 가슴 설레며 간직해 왔던

만남에 대한 그리움을 솟아 부어 본다.

지나 온 910봉과 희양산 그리고 우측으로 구왕봉과 저 멀리 희미하게 오늘 새벽 올랐던 장성봉이

답답했던 산객의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 주고 있다.

 

 늘 가슴속에 그리움으로 남겼던 시루봉,

이렇게 좋은 만남을 위해 그토록 가슴 설레이는 시간이 필요했었는가 보다.

이제 평생 다시 이곳에 올라 올 수 있을지...

 

 북쪽으로는 다음 구간 올라 황홀한 풍경을 감상 할 백두대간 산행중 최고의 조망처인 조령산과 신선암봉 바위가 하늘과 맞닿아 있다.

그저 바라보고 있는 이 시간도 이렇게 벅찬 가슴인데

저 곳에 올라 바라보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또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아쉬움 뒤로 하고 시루봉과 헤어져 다시 시루봉갈림길로 뒤돌아 내려오며 배너미평전에 들려 과거를 회상해 보지만 너무나 많이 변해 버린 풍경에 내 자신 어리둥절 하다.

헬기장 위엔 온통 억새가 자리하고 그 많던 연못의 물들은 이제 몇조간 얼음으로 이곳이 그저 배너미평전임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봄이 오면 야생화와 산나물을 구경하러 다시 올 수 있을련지...

아마도 힘든 생각임을 알면서도 이곳만은 어쩐지 다시 와야 될 것 같다는 책임감일지 아니면 의무감이 강하게 가슴에 남는다.

 

 이만봉 가는 길에 우측 희양산을 바라보니 둥근 암봉이라기 보다는 길쭉한 암봉과 흙산이 어우러진 모습이라 스스로 놀라워 해 본다.

북쪽으로만 흙산으로 암봉이 보이지 않고 남쪽의 멋진 암봉 조망은 봉암사에 막혀 제대로 조망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은 언제나 바뀔 수 있을련지...

 

 몇개의 설화가 담겨있는 이만봉에서

마지막 봉우리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이제부터

또 한구간 마무리 지어가는 시간을 가져 본다.

다만 잡목들로 인해 보이지 않는 아쉬운 조망이 조금은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이만봉에서 내려오며 곰틀봉 지나 다음 구간 지나야 할 백화산과 황학산 등로를 담아 본다.

저 곳을 지나면 이화령까지 올망졸망한 능선을 타고 진행하다 조령산 넘어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가장 번성했던 조령을 통과하는 시간을 맞이하겠지...

계절에 따라 가슴에 남겨지는 다른 느낌이 있으니 최소 4번의 종주를 해야만이 그리움이 사라질련지...

 

 곰틀봉 오름길에 방금 전 내려온 이만봉을 담아 본다.

평이한 능선처럼 생긴 저 이만봉을 오르기 위한 산행이 마치 이만리를 걸어 온 듯한 등로가 되어

종주대의 의지를 시험했던 곳인가 싶을 정도로 평온하고 온순하다.

 

 성골과 홍문전 그리고 한밤미와 아침밤미와 같은 친숙한 이름들 사이로 자리한 봉암사가 있는 곳 그 좌측 능선으로 우뚝한 뇌정산이 다음번에 내 차례라며 산객의 가슴을 파고 든다.

올해가 가기 전에 올라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보이지 않는 봉암사의 대찰을

다음 올랐을 땐 꼭 내려다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도 본다.

 

 곰틀봉 전망대에서 보이지 않는 사다리재 넘어 백화산과 황학산을 그려 본다.

분지리 마을을 두고 저 황학산에서 좌측으로 꺽어 이화령까지 평이한 능선으로 달리다 조령산이란 큰산을 만나 온몸의 기를 모두 솟아내게 만드는 마루금을 마음속에 그리며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소망도 해 본다.

 

 이제 백두대간 산행도 마무리를 하고 다음 구간 이곳에서 직진해 오르며 백화산과의 만남으로 다시 시작하는 시간을 가져 보겠지...

이제 좌측 가파른 내리막 등로를 타고 분리지로 향하는 끝나는 산행,

그 가파름이 얼마나 심한지 알기에 걱정은 되지만

함께하는 산우님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다 보면 또 그 끝이 보이겠지

 

 사다리재에서 내려가야 할 분지리쪽 마을과

다음 구간 올라야 할 대간 마루금을 잡아 본다.

이 분지리 마을을 가운데 두고 길고도 오랜 시간 마루금을 타고 한바퀴 돌아가는

특이한 구간으로 기억할 것이다.

 

이제 분지리 마을에 거의 내려 와

사다리재쪽 능선을 잡아 본다. 

저 개울을 건너기 위해 불어 난 개울물 위에 로프를 매달아 죽음을 걸고 내려왔던 고통은 이미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오늘을 즐기라고 하고 있다.

위대한 종주대의 발걸음이 오늘도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그 산골인 분지리 마을에 서 있는 이만봉과 백화산 등산로를 담으며 길고도 어려웠던 희양산 구간을 마무리 해 본다.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피로를 풀고 돌아 오는 길에 한잔술에 하루를 마감하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산행후기

내 인생에서 지워지지 않을 백두대간 산행과 삶 그리고 자연에 대한 이해,

아무것도 모르고 겁없이 달려 들어 수많은 좌절과 고통을 감내하며 얻은 달콤한 열매가 있었기에

오늘도 그 추억을 찾아 이렇게 자연속에 헤매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역시 책임감을 가지고 오른다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자연에 가깝게 다가갈 수 없음을 배웠기에

이제부터는 자연에 조금 더 감사하며 살갑게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오랜시간 큰대과 없이 많은 산우님들과 즐겼던 백두대간에 대한 추억과 고통 그리고 행복감을 가슴에 묻으며

자유스런 마음과 몸으로 다시 백두대간 마루금에서 흘릴 땀방울이 그리워질때를 기다려 보리라.

 

그 시간이 길지는 않겠지만 길어진다 해도 기다림을 배웠기에 두려움은 없다.

 

그동안 함께했던 수많은 종주대 여러분들에게 감사 드리며

다른 산행 아니면 다시 백두대간 마루금에서 반갑게 만날 때까지 잠시 휴식기를 생각해 본다.

설령 그것이 힘들어 다시 오른다 해도 지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마무리를 하고 싶다.

 

새로 시작한 제2기 온누리 백두대간 팀도 이제 절반 가까이 올라 왔기에

큰 무리없이 진부령까지 갈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드는 팀웍으로 그 리딩을 맡아 주신

나마스테대장님을 중심으로 확고한 종주대가 되어 가슴으로 느끼는 환희를 맛 볼 수 있기를

바래 보는 시간으로 길고도 멀었던 백두대간 산행에 대한 아쉬움을 접는다.

 

그 동안 만났던 많은 산우님들과 종주대들

그리고 무명의 산객들과 자연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하며 연필을 놓는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