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제2차(미완성 완료)/제2기 백두대간 산행후기

3450온누리산악회 백두대간 13차 늘재에서 버리미기재까지 산행 후기

칠갑산 사랑 2009. 11. 1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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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경북 상주시와 문경시 그리고 충북 괴산군 일대 백두대간 마루금

산행일자 : 2009년 11월 13일과 14일 (무박 2일 산행)

산행날씨 : 새벽에서 아침까지 짙은 안개였고 오전부터 강풍을 동반한 강추위

산행온도 : 영상 00도에서 영상 14도

산행인원 : 3450온누리산악회 44명 (45인승 버스 1대)

산행거리 : 약 17.35 Km

산행시간 : 총 13시간 (03:00시에서 16:00시까지)

산행코스 : 늘재(산행 들머리)-정국기원단-청화산(984봉)-도석재갈림길-858봉-801봉-갓바위재-

               조항산(951.2봉)-고모치-통시바위갈림길-고질라바위-집채바위-밀재-대문바위-중대봉갈림길-

               대야산(930.7봉)-촛대재-촛대봉(668봉)-불란치재-미륵바위-곰넘이봉(733봉)-

               버리미기재(산행 날머리)

산행시간

03:00 늘재 (산행 들머리, 32번 지방도로)

03:01 산신당 및 엄나무

03:07 의자바위

03:19 로프지대 (산행주의)

03:21 정국기원단 이정석

03:43 오르막 암릉 구간 (산행주의)

04:29 헬기장

04:34 청화산 (984봉, 길주의-좌측 의상골쪽 등로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04:48 도석재 갈림길 (길주의-우측 도석재 가는 길 버리고 좌측이 대간길)

05:35 858봉과 887봉

05:56 암릉 전망대

06:38 801 암봉 전망대

07:15 갓바위재 (산행팁-769봉 및 헬기장)

07:36 암릉구간 (산행주의)

07:52 조항산 (951.2봉, 길주의-우측 갓바위봉 가는 길 버리고 좌측이 대간길)

08:32 갓바위봉까지 알바 후 조항산 복귀

08:43 의상골 삼거리 (길주의-좌측 의상골 하산길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09:00 고모치 (아침식사, 산행팁-식수로 사용 가능한 맛 좋은 고모샘에서 식수 보충 가능)

10:08 통시바위갈림길 (길주의-우측 마귀할멈통시바위 및 손녀마귀통시바위 길 버리고 좌측이 대간길)

10:10 통시바위 가는 무명봉

10:33 854 암봉 (산행팁-고질라 바위 및 바위 전망대)

10:45 849봉 지나 집채바위

11:04 큰바위

11:18 밀재 (701미터, 길주의-좌측 화양골과 우측 다래골 길 버리고 직진이 대간길)

11:34 대문바위 및 송이바위 암릉길 (산행주의)

11;49 중대봉 갈림길 (길주의-좌측 중대봉 가는 길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12:19 대야산 (930.7봉)

12:46 100미터 절벽 암릉 지대 (산행주의)

14:07 촛대재 (산행팁-우측 촛대봉으로 오르는 대간길 버리고 좌측 사면길 따라 우회 가능함)

14:21 촛대봉 (668봉)

14:45 불란치재

14:53 헬기장 지나 암릉 로프 지대

15:03 미륵바위

15:15 입석바위

15:18 곰넘이봉 (733봉)

15:32 연속 로프 암릉 지대 (산행주의)

16:00 버리미기재 (산행 날머리, 922번 지방도로)

 

재회와 이별 그리고 쌓이는 추억들

 

 

에필로그

 

한시대를 호령하던 고대 국가의 거대 도시가

이제 삼백의 농촌으로 변해 버린 우복동 상주의 마지막 북쪽 고갯마루인 늘재에 다시 서서

한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을 뒤로 하고 민초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성황당에 인사 드린 후 

어둠속 안개를 헤치며 또 한구간 어렵고 고된

백두대간 마루금 잇기에 나서 본다.

 

서서히 고도가 높아질수록

더욱 앞을 가로막는 농무가 종주대를 긴장시키고 앞으로 내딛는 발길을 붙잡지만 

지체하거나 쉬어갈 틈도 없이 온몸에 땀방울 흘리니 백두대간 중원지 정국기원단이 나타나고

그곳에 모여 잠시 흐르는 땀방울 닦아내지만 어딘지 모르게 낯설은 이정석에

마음만 심란해져 온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등로를 지나는 발길에

조금씩 나타나는 암릉길이 안개에 젖어 더욱 미끌거리고 오감을 집중해 진행하지만

그저 내 자신과 내가 느끼는 방향 감각만에 의존해 종주대를 이끌고 오르는 심정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이 따르고 있다.

 

그래도 정상 마루금을 찾아 뒤따르는 종주대를 기다리며

반짝이는 불빛을 볼 때면 왜 이 고통을 감내하며 이곳에 오르는가 하는 답을 얻으며

차가워지는 새벽 찬공기를 폐부속 갚숙히 담아 본다.

 

그렇게 어둠속 안개와 초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오르니 

스스로 호를 청화산인이라 칭했던 이중환님이 그렇게도 극찬했던 청화산에 도착하지만

보이는 것이 없는 아쉬움을 달래는 마음이 아프게 쓰라려 온다.

 

휭하니 불어 오는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마음속으로 그려본 청화산에서의 황홀한 조망을 뒤로하고 

다시 갓바위재로 향하는 마루금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만들어 종주대를 시험하지만 

모두 잘 훈련된 병사들처럼 그 고통을 이겨내며

삶으로의 경계를 넘어 환호하고 있다.

 

아직 세상은 안개속에 고요히 잠들어 있지만

그래도 위대한 자연은 그 이치를 거스리지 못하고 다시 어둠을 밀어내며

조금씩 세상속에 종주대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상어 이빨처럼 뾰족한 첨봉을 거늘인 암릉을 지나

드디어 조항산 정상에 오르지만 호사다마라 했던가,

조망 한점 없는 이 농무속에 고모치가 아닌 갓바위봉에 올라

백두대간 산행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도 해 본다.

 

생명수를 준비해 놓고

백두대간 종주대를 맞이해 주던 고모샘도 조금은 볼품없이 말라져 가고 있지만

그래도 마루금에서 만날 수 있는 몇 안되는 중요한 이정표이자 생명이기에

그곳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허기를 달래 본다.

 

배부른 고통을 감내하며 우측으로 펼쳐진

환상의 마귀할멈통시바위와 손녀마귀통시바위 뒤로 연결된 둔덕산을 그리워하며

몇장의 추억을 남기는 사이 벌써 갈림길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잠시 갈등하다 우측 무명봉에 올라

숨겨 두웠던 작은 공룡능선을 맞이하곤 온 세상을 모두 얻은 듯

희열에 찬 감동의 시간도 가져 본다.

 

이제 수석 전시장 같은 등로를 따라

고질라 바위와 집채바위를 지나 큰바위를 지나니 잠시 쉬어가라 마련된 밀재에서

또다시 범법자가 되어 가는 종주대의 가슴에 피멍을 만들고  다시 만나야 할

대야산과의 재회를 준비한 후 대문바위를 지나 드디어

대야산 정상에 오른다.

 

지난 봄 괴산의 군자산에 올라 그리움에 안달을 했던 대야산 정상에 오르니

이제는 괴산쪽 군자산과 칠보산 자락이 그리움에 파묻혀 더욱 애간장을 태우지만 

그래도 북동쪽으로 희양산과 백화산 그리고 그 뒤로 조령산과 월악산등 대간 마루금이 시야에  들어오며

주흘산과 운달산이 동쪽으로  보이니 서운한 마음이 가라 앉는다.

 

또한 남서쪽으로는 지나온 조항산 넘어

아련히 속리산의 장대한 능선이 시야에 들어오고 

용추계곡과 선유동 계곡이 끝도 모를 깊이를 자랑하며 산객의 마음을 사로 잡지만

앞으로 내려가야 할 100미터 직벽이 가로막고 서 있기에 긴장을 늦추지도 못한 채

한가닥 로프에 몸을 맡기고 백두대간 산행 중

가장 힘들고 어려운 구간을 내려간다.

 

조금씩 겨울 찬바람이 얼굴을 때리며

몸을 움추리게 하는 계절에 모든 대원들의 무사 하강을 기원하며 정처없이 기다리는 시간엔

내가 아닌 우리이기에 다시 한번 용기내어

다가올 수 있는 시간을 생각해 본다.

 

촛대재에서 일부 종주대를 우회시키고

다시 가파른 암봉을 타고 오르는 촛대봉은 왜 오늘 따라 그리도 힘이 들고 멀기만 한지

가슴 한켠에 고통의 숯검둥이를 만들고 있다.

 

스산한 찬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뒤따르는 산우님들과 암봉 위에서 치기어린 장난으로 마지막 웃음 나누고

이제부터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 등로를 타고 완만한 불란치재를 넘어 헬기장에서

선두와 조우하여 인사 나눈 후 미륵바위를 지나 마지막 곰넘이봉에 도착하지만

2년전까지도 보이지 않던 입산금지 입간판이 등로를 가로막고 있다.

 

사라진 등로위에 두껍게 덮힌 낙엽속 등로를 어렵게 찾아 내려가는 길은

흡사 저승사자에 끌려가는 인간의 마지막 모습은 아닐련지 궁금해지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 922번 지방도로에 세워진 승용차 한대로 인해 다시 파란만장한 마지막

웃지 못할 헤프닝을 경험하고야 무사히 버스에 오른다.

 

무엇이 그리도 힘들고 고통스런 백두대간 종주대의 일원이 되어

이렇게 또 인적 드문 산속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지

알다가도 모를 묘한 중독에 빠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