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경북 상주시와 문경시 그리고 충북 보은 일대 백두대간 마루금
산행일자 : 2009년 10월 23일과 24일 (무박 2일 산행)
산행날씨 : 새벽엔 짙은 안개와 강풍이였으나 오전부터 맑고 화창한 초가을 날씨
산행온도 : 영상 08도에서 영상 21도
산행인원 : 3450온누리산악회 53명 (40인승 버스 1대와 25인승 버스 1대)
산행거리 : 약 20.62 Km (백두대간 19.42 Km, 접속구간 1.20 Km 갈령 삼거리-갈령)
산행시간 : 총 13시간 (03:20시에서 16시 20분까지)
산행코스 : 늘재(산행 들머리)-696.2봉-바위지대-밤티재-594봉-699봉 입석바위-로프 암벽구간-개구멍 바위-로프설치 연속 암릉구간-헬기장-문장대(1054봉)-문장대휴게소 및 헬기장-문수봉(1027봉)-청법대-신선대휴게소-신선대-입석대-비로봉(1032봉)-상고석문-헬기장-속리산 천왕봉(1057.7봉)-암릉전망대-725봉-667봉-피앗재-803.3 암봉-형제봉(828봉)-갈령삼거리-갈령(산행 날머리)
산행시간
03:20 늘재 (산행 들머리, 32번 지방도로)
03:53 628봉
04:03 696.2봉 (삼각점)
04:08 바위 암릉 지대 (산행주의)
04:54 밤티재 (997번 지방도로)
05:25 594봉 (길주의-좌측 견훤산성 등로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05:56 699봉 (입석바위)
05:59 시어동 갈림길 (길주의-좌측 시어동 하산길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06:17 로프구간 (산행주의)
06:51 동물 이끼 바위 지대
06:56 개구멍바위 (개구멍 바위 통과 또는 우회 등로 이용)
07:10 암릉 로프 설치 구간 (산행주의)
08:00 헬기장
08:02 문장대 (1054봉, 단체사진)
08:25 문장대 휴게소 (아침식사 계획)
09:07 헬기장
09:19 문수봉 (1027봉)
09:26 청법대
09:34 신선대 휴게소
09:38 신선대
09:47 입석대
10:05 비로봉 (1032봉)
10:18 상고석문
10:22 상고암 갈림길 (길주의-우측 상고암 가는 등로 버리고 직진이 대간길)
10:34 바위 전망대
10:52 헬기장 및 이정표
11:10 속리산 천왕봉 (1057.7봉 단체사진, 길주의-우측 한남금북 정맥 등로 버리고 좌측이 대간길)
11:28 한남금북정맥 갈림길
11:45 바위 전망대
11:52 암릉 및 703봉 삼각점
12:05 725봉
12:22 667봉 (길주의-좌측으로 장각계곡의 칠층석탑 하산로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02:01 639봉
14:12 피앗재 (길주의-우측 만수동 피앗재 산장 하산로 버리고 직진이 대간길)
14:28 암봉 (산행주의)
14:46 803.3 암봉 (산행주의)
15:01 할배바위
15:06 형제봉 (828봉, 길주의-우측 소작굴쪽 등로 버리고 좌측이 대간길)
15:26 암릉구간 (산행주의)
15:43 갈령삼거리 (길주의-우측 백두대간 마루금 버리고 좌측 갈령쪽 등로 선택)
16:12 헬기장
16:20 갈령 (49번과 32번 지방도로, 산행 날머리)
안개속에 숨은 가을 단풍을 찾아 떠난 백두대간 속리산 구간에서 느낀 비애와 환희
에필로그
찬바람이 휭하니 불어대는
느릿하게 넘어간다는 늘재에 도착해 밤하늘에 떠있는 희미한 별빛에
실루엣으로 만나는 350여년이란 장구한 세월 그곳을 지키고 있는 엄나무와 그 옆의 산신당
그리고 최근에 다시 세워진 커다란 백두대간 늘재 이정석에 반가움을 전하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산행을 이어가기 위해 서 있다.
낮은 고개지만 민초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가르는
지역을 나누고 삶의 젖줄이 되어주는 물줄기를 가르는 곳이기에
그 의미만큼은 어느 높은 고개 못지 않게 크고 당당하게 그 이름을 남기는 곳이지만
백두대간 산행이 아니라면 어찌 이 어둠속에 이곳에 서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늘재이기도 하다.
낙엽이 등로를 채우고
그 위에 옮기는 발길마다 바스락 거리는 가을 소리가 새벽을 깨우는 시간,
가슴속에 남아 있는 암릉구간 산행에 대한 두려움이 서서히 현실로 다가오고
거대한 암봉 옆으로 가늘에 늘어진 로프 한가닥을 붙잡고 등줄기에 땀방울이 흐를쯤
무사 통과한 후 심호흡을 해 본다.
어둠에 조금은 익숙해지는 시간
자연부락 위에 위치한 고개라 이름 붙여진 밤티재에 도착해
비지정 등로에 걸려있는 출입금지 표지판을 보며 본의 아니게 범법자가 되어가는 자신을 뒤돌아 보고
다시 한번 백두대간 산행과 자연보호란 대명제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해 보는 시간이다.
나즈막한 된비알 등로를 타고 오르니 더욱 세찬 새벽 바람이 불어오고
추워지는 날씨보다 더 차가워지는 가슴으로 전진하니 견훤산성 갈림길이라 생각되는 삼거리를 지나지만
어둠이 모든 것을 삼키고 보여주질 않는다.
후백제를 세우고 스스로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던 견훤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역사의 격전지에서
오늘 우리 종주대는 무엇을 느끼고 배우며
이 길을 걷고 있을지 궁금해 진다.
저 멀리 아름답고 웅장한 속리산 문장대가
한눈에 올려다 보이는 곳이기에 잡목 사이로 처다 보지만
그 멋진 조망 한번 보지 못하고 그저 낙엽 쌓인 등로를 타고 오를 수 밖에 없는 현실에
한숨이 새어 나오면서 이제부터 만나야 할 암릉 구간에 대한
공포도 밀려 들기 시작한다.
보통 입석바위와 다른 모양의 기이한 입석바위를 찾아 보지만 보지 못하고
시어동 갈림길을 지나 로프 암릉 구간을 오르니 생각보다 큰 무리없이 뒤따라 올라오는 종주대에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가져 보지만 아직도 지나야 할 위험 구간이 많기에
노심초사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본격적으로 개구멍 바위도 지나고
썩어가는 고목 하나에 의지해 그 험난한 바위틈을 오르니
다시 가파른 된비알 정상에 넘기 힘든 좁은 개구멍 위로
널뛰기 연습장도 나타난다.
이제 기온이 오르며 하얀 안개가 물이 되어 안개비를 뿌리고
그 촉촉한 감촉으로 마지막 힘을 짜내 된비알 오르니 헬기장 넘어 거대한 암봉의 문장대가
아직도 하얀 포말속에 고요히 잠들어 있다.
원래 구름속에 묻혀있어 운장대라 불리우다
세조가 석천의 감로수를 마시며 시을 노래했다하여 붙여진 이름인 문장대,
이곳에 세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는데 이 산객은 벌써 몇번을 더 올랐기에
극락가는 길에 아무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멋진 조망을 본 것은
두어번에 지나지 않기에 아직 더 올라야 하는지도
궁금해지는 시간이다.
얼마나 가뭄이 심했는지 석천마다 하얀 바닥을 드러내고
온 세상은 강풍속에 하얀 포말로 덮혀있어 있어 잠시 정상에 올랐다는 흔적 하나만을 남긴 채
뒤돌아 내려와 지난 가을 어렵게 올랐던 충북알프스 등로만 확인한 후
허허벌판이 되어 버린 휴게소 자리를 지나쳐 아담한 장소에
우리들만의 식당을 차려 본다.
이제 급할 것 없이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 속리산의 속살을 만져 보는 시간,
하지만 아직도 도가 많이 부족한지 숨겨진 속살을 쉽게 드러내지 않고
그저 지난 과거의 희미한 영상만을 돌려가며 여기는 문수봉, 저기는 청법대
그리고 저 능선은 오늘 새벽 우리가 올라온 마루금이라고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푸른 산죽밭을 지나 나무 계단을 타고 오르니 신선대 휴게소가 나타나고
새벽부터 달려온 몇몇 등산객들이 탁배기 한사발 들고 추억담에 흠뻑 빠져 있는 사이
한 모퉁이를 지키고 있는 이정석에 입맞춤하고 다시 신선대와 입석대를 지나쳐
힘들게 비로봉에 오르지만 이곳마저도 오늘은 날을 잘못 잡았다며
다음을 기약해 보란다.
그저 등로 옆에 서 있는 기기묘묘한 형상의 사람얼굴바위와 고릴라 바위
그리고 애기거북 바위와 물개바위가 그나마 추억 하나를 담아주고 상고석문 가는 길에 고운 단풍 몇잎에
마음을 추스리며 고운 추억을 간직한 채 우측 암봉 전망대에 올라 처음으로 상고암과 비로상장쪽 만산홍엽과
그 깊은 골짜기를 만나보고 방금 전 지나온 비로봉 능선과 앞으로 올라야 할
구름속 천왕봉 마루금을 그려보며 산과 속이 하나되는 시간이길 바래본다.
아름답다 못해 가슴이 터질듯한 절경이였던
형제봉 마루금이 희미한 안개속에 가리워져 있고
지나온 암릉 위에서 조금씩 사라지는 구름과 안개가 조금씩 걷히면서
가을을 벗어나는 산상과는 달리 만산홍엽의 꼬깔옷을 차려입은 속리산의 골짜기마다
산객의 눈길을 잡아 끌며 지쳐가는 산객의 심신을 달래주고 있다.
일제시대 잔재라며 정상석까지 바꿔 세워진 속리산 천왕봉 정상,
일망무제 거침없는 조망이 사방으로 툭 터져있으며 남북으로 백두대간 마루금을 형성하고
서쪽으로 한남금북 정맥을 나눠준 속세의 끈을 놓고 선경을 꿈꾸는 자들의
마지막 종착지로 불려지는 곳에 올라 선다.
신라시대 진표와 고운 최치원의 한시 한수가 속리산이란 이름을 대변해 주고
한국의 8경중 하나로 꼽히면서 이름난 유명한 계곡과 높은 봉우리들로 유난히 8이란 숫자와
연관이 깊은 산이기도 하다.
이제 서서히 안개가 걷히면서 형제봉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오고
우측 저 멀리 구병산 자락도 마루금을 이어 우뚝하며 견훤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도장산과 대궐터산이 등로를 열어주는 단풍 사이로 추억이 되어 쌓여가는 한편에
다시 정맥 산행을 위해 올라야 할 마음의 준비도 해 본다.
정상을 내려와 지루한 능선을 따라 숨가쁘게 진행하니
저 멀리 작년 가을 어둠속에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는 피앗재 이정표가 보이고
그곳 지나 마지막 봉우리를 향한 사투속에 형제봉 정상에 올라
형용할 수 없는 고운 가을빛의 속리산에
경의를 표해 본다.
이제 끝이 보이는 갈령 삼거리를 지나
백두대간과 충북알프스와 헤어져 우복동 산행 등로를 따라 가파른 내리막 내려가니
칡으로 유명했다는 갈령에 도착해 두번의 만남을 뒤로하고
또 다른 작별을 고하며 고되고 힘들었던 속리산 구간을
온몸으로 마무리 한다.
산행정리
경상도와 충청도를 가르는 느긋하게 넘었다는 늘재엔 지난번 보지 못한 거대 이정석이 엄나무와 산신당 옆자리를 차지하고 종주대를 맞이해 주고 있다.
언제나 밝은 낮에 찾아 저 당당한 모습을 담아 갈 수 있을지, 또 그런 날이 올 수 있기나 한지...
628봉 지나 암봉으로 이뤄진 696봉을 힘겹게 넘자 마지막 작은 암봉이 가로막고 가느다란 로프 한줄에 몸을 의지한채 어렵게 진행하는 백두대간 산행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무엇이 그리 좋아 천리길 마다 않고 이 어둠속에 저 암봉을 넘고 있을까...
올라보지 못한자 알지 못하는 삶과 희망이 저기에 있는 것을.
997번 지방도로 위 밤티재, 주위 고유부락인 밤티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였다는 이곳도 지난 몇년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 높다란 철탑이 자리하고 있다.
그저 형식적인 단속이 아닌 실효성 있는 동식물 보호대책과 백두대간 종주를 위한 공존의 방법을 함께 머리 맞대어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임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본격적인 암릉 구간을 지나기 앞서 예비 몸풀기라도 해주려는 듯 굵은 로프 하나가 짧게 매달려 있는 암릉 구간에 도착해 경험있는 종주대들의 도움으로 무사 통과한다.
많은 걱정과 우려가 공존했던 시간, 모든 것 잊고 무사 통과할 수 있기만을 빌었던 시간이기도 하다.
새벽이 되면서 차가워진 날씨에 방한복까지 입고 잠시 추위를 잊어 본 시간이다.
본격적인 암릉 구간이 시작되는 시점의 바위 위 동물모양을 한 이끼가 또 다른 느낌으로 산객의 가슴을 파고 들고 있다.
두번의 산행시에 모두 어둠과 안개속에 만났던 바위이기에 여명이 밝아오는 오늘은 그나마 좋은 모습으로 조우한다.
자신을 최대한 낮추고 작게 만들어야 통과할 수 있는 해산굴 아니 개구멍 바위이다.
제아무리 산행 고수라 해도 절대 목을 숙이지 않으면 통과시켜 주지 않는 바위 그리고 자연, 셈과 이익이 걸려있지 않은 순수한 취미 생활이기에 그런 고개 숙임도 쉽게 받아 들이며 이런 난코스를 지나는가 보다.
산행이나 등산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자연의 가르침이라 생각해 본다.
몇년째 종주대의 발길이 되어 주는 썩어가는 통나무 한그루, 변한 것이 있다면 그 정상부에 도끼 자국이 나 있어 발자국 옮기는데 조금 더 편해졌다는 사실뿐이다.
저 통나무를 밟고 올라 로프에 기댄채 거대 바위를 올라야 하는 최대 위험 구간, 먼저 올라 뒤따르는 종주대의 처절한 산행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지며 더욱 안전 산행에 대한 소원이 강했던 시간이기도 하다.
어둠속 고양이가 되어 무사히 도착한 문장대, 두개의 정상석 사이로 안개속에 희미한 문장대 정상 암봉이 이채롭다.
몇번을 오르면서도 두어번을 빼고는 모두 이 사진과 같은 기억만이 가득한 문장대이다.
그래도 세번을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데 그 숙제는 다한 시원함이 밀려온다.
어렵고 지친 심신을 달래며 탁배기 한잔 마시던 문장대휴게소가 사라진 자리엔 무엇을 만드는지 잘 정리되어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듯 하다.
많은 등산객들을 위한 배려도 중요하지만 심층적인 조사와 분석을 통해 실질적으로 동식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속리산이 관리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할 출입금지 구역만 늘려 놓고 등산객을 위한다며 등산객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관리되는 속리산이 아니길...
문수봉과 청법대를 지나지만 여전히 안개속 속리산은 속살을 내보이지 않는다.
기암괴석이 즐비해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속리산 주능선의 아름다움은 안개속에 묻혀있고 그저 먼 곳에서 달려 와 그 품에 안기고자 하는 산객들의 한숨소리만 등로에 가득하다.
신선대휴게소에 도착해 탁배기 한사발 마시고 싶었지만 아침식사를 끝낸지 얼마되지 않아 사진 한장 남기고 지나친다.
문장대휴게소가 사라지며 조금은 부드러워진 주인장의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진다.
다시 올라 이곳에서 탁배기 한사발 기울이며 세상을 이야기 할 수 있기를 바라며...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산죽밭, 사시사철 그 푸르름을 간직하며 등로에 생명력을 불어주는 느낌이라 더욱 좋아하게 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산죽밭을 걸으며 스치는 바짓가랑이에 사각거리는 울림은 왜 또 그렇게 가슴에 오랫동안 남아 울렁 거리는지...
조망이 없는 대신 등로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바위들에 조금 더 신경을 써 본다.
사람 얼굴 옆 모습을 어찌 그리 꼭 빼 닮았는지 보고 또 봐도 신기할 따름이다.
이마와 눈 그리고 코, 그 어떤 예술가가 있어 이보다 더 아름답고 멋진 사람 얼굴을 조각할 수 있으랴...
그 옆에는 고릴라를 닮아 있는 바위가 다시 눈길을 잡는다.
보는 각도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이기에 그 고릴라 모습이 사라지기 전 재빨리 셔터를 눌러 담아 본다.
오를때마다 잡아보는 모습이지만 오늘은 안개로 인한 조망이 없기에 이런 사진조차 후기글에 올려지는 행운을 잡는지도 모를일이다.
인간지사 아니 바위지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ㅎㅎㅎ...
조금 더 내려 와 보면 영락없는 물 코끼리가 물가 바위위에 올라 앉아 있는 모습이지만 그 모습을 담으려는 순간 하얀 안개가 밀려와 방해를 하고 있다.
아쉬운대로 이런 사진으로 대신하지만 물코끼리 모습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기에 찍는 각도가 중요함을 다시 알려주고 있다.
우측 하단에 애기 거북이 바위를 타고 하늘을 향해 열심히 올라가는 모습이라 담아 본다.
이 모습도 이 장소에서 담지 않으면 그저 평범한 바위이기에 이리저리 자리 옮겨가며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려 간신히 잡아 본다.
그나저나 저 애기 거북은 언제 커 어른이 될련지...
드디어 상고석문에 도착한다.
각 유명한 산마다 존재하는 통천문과 유사한 바위라고나 할련지...
어쩜 그리 오묘한 신비를 간직한 채 산객의 마음을 태우는지...
석문지나 우측 암봉으로 이뤄진 전망대에 잠시 들려 만산홍엽이란 단어가 잘 어울리는 비로산장쪽 골짜기를 담아 본다.
너무나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풍경이지만 안개로 인해 선명한 빛깔을 잡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지나온 비로봉 암릉 위에 가물거리는 안개가 신비스런 모습으로 다가온다.
짙게 덮었다가 다시 엷게 사라지고 그런 자연 풍경을 한동안 반복하며 이 작은 산객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그 아래 붉게 피어난 단풍이 가을을 지나 겨울을 재촉하고 있다.
앞쪽으로는 안개속에 숨어 있는 속리산 천왕봉 능선이 아름답다.
이제 천왕봉이 빤히 올려다 보이는 헬기장에 도착해 지나온 문장대쪽 암봉을 잡아본다.
문장대는 숨어 있지만 그 앞으로 이어진 장쾌한 능선이 안개로 인해 더욱 아름답게 놓여있는 듯 하다.
멋진 조망을 숨겨 놓은 대신 신비감을 더해주는 안개의 춤사위를 선물로 주고 있다.
천왕봉 오르기 직전 좌측 바위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장각동쪽 계곡에도 온 산하가 붉게 불타오르고 있다.
그 아름다움이 발길 붙잡고 잠시 쉬어가라 속삭이지만 정상에서 기다리는 종주대들이 있기에 아쉬운 마음 뒤로 하고 다시 마지막 오르막을 치고 오른다.
검정 화강암에 천황봉이란 정상석이 자리잡았던 정상도 이제는 그 일제의 잔재를 털어 버리고 제모습의 천왕봉으로 대체되어 있다.
8대와 8석문이 있고 화양계곡과 선유계곡 그리고 쌍곡계곡 등 수많은 절경을 품에 안고 있는 속리산은 속세를 떠나 선경을 그리는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백두대간 마루금의 한 부분을 당당히 이루고 있으며 서쪽으로 한남금북정맥을 내리고 물줄기를 갈라 강의 시발점이 되는 속리산, 그 장엄함에 가슴이 떨려 온다.
지나온 비로봉 넘어 안개가 드리워져 있고 밝게 빛나는 암봉 사이로 울긋불긋 비단결처럼 수놓은 단풍이 정상에 오르며 힘들었던 고통을 모두 잊게 해 준다.
저 잡목에 찬서리가 내리고 하얀눈이 쌓인 후 초록바다를 지나면 다시 만산홍엽의 계절이 돌아 오길 1년이 걸리겠지...
정상에 오르던 고통은 사라지고 그저 신선이 되어 자유를 만끽해 본다.
굴곡진 골짜기와 능선이 한데 어우러져 남으로 남으로 그 꼬리를 물고 이어진 백두대간 마루금 저 끝자락에 형제봉이 우뚝 솟아 쉽지 않은 하루의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다.
그 마루금을 따라 일곱색깔 무지개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단풍이 온 산하를 뒤덮고 그 위에 따스하게 내려쬐는 햇살이 반짝이며 산객을 부르고 있다.
그러다 문득 뒤돌아 보니 하나 둘 곱게 차려입은 단풍과 낙엽을 뒤로하고 거대 암봉 위에 솟아 있는 속리산 천왕봉이 대단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저 정상에서 내려와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위대함에 자랑스러워하며 다시 조심스럽게 한발 두발 묵묵히 수행자가 되어 간다.
조금 더 내려와 바위 전망대에서 바라 본 형제봉이 조금 더 가깝게 자리하고 그 형제봉 우측 저 멀리 충북알프스를 완성시키는 구병산 능선이 하늘에 맞닿아 있다.
지난 날 저 높은 마루금을 걸으며 느꼈던 고통과 괴로움이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쌓여 또 한자락 고운 단풍과 함께 가슴에 남는다.
이제 만수동 피앗골 계곡의 불타는 단풍이 발아래 놓여있고 지난날 접었던 추억이 되살아 난다.
어둠속에 시작한 산행이 온종일 지나 다시 어둠이 찾아 와서야 끝맺음했던 시간, 추위에 떨면서도 이슬이 한잔 목구멍에 털어 넣고 그 추위를 녹였던 추억이 남아 있기에 고운 단풍과 함께 펼쳐진 피앗골 골짜기가 오늘은 내 자신이 되어 있다.
앞이 탁트인 바위 전망대, 눈 앞에 작은 안부를 지나 너무나 화려하게 장식된 단풍에 산행하는 마음도 잊고 잠시 그 풍경에 취해 본다.
화려한 단풍잎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알려준 산하, 그저 바라보고 즐기는 이 시간만으로도 만족감이 밀려온다.
667봉 정상부근에 올라 이제부터 마루금은 남서쪽으로 흐른다.
지나온 마루금 저 멀리 고운 단풍 옷을 갈아입은 능선이 찬란히 빛나고 그 가장자리 저 멀리 속리산 천왕봉이 멀어져 가는 아쉬움을 노래한다.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기에 가슴 한켠에 다시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리라.
그래도 위대한 종주대의 발길은 쉬지 않고 이어져 우측으로 만수동 피앗골 계곡으로 하산할 수 있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지난 가을 밤 어둠속에 허기를 달래며 물한모금과 사과 한쪽으로 삶을 갈구했던 곳이기에 남다른 추억이 떠오른다.
잠시 휴식 취하며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가늠해 보지만 자신은 없다.
피앗재 지나 암봉에 오르니 방금 전 지나온 무명봉 넘어 속리산 천왕봉이 가물거린다.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던 형제봉도 이제 얼마 남아 있지 않은 거리, 산행 후 식사 문제로 전화 통화를 하다 보니 산행 리듬을 잊어 버리고 오랫만에 힘든 종주를 이어가 본다.
늘 아쉽고 안타까운 시간들, 산행 자체만으로도 힘들고 어려운 시간에 그 외적인 문제가 걸리니 괜시리 짜증도 가중된다.
그래도 어렵게 그 난관 극복하고 모두 깨끗하게 정리되자 다시 아름다운 산하가 보이고 내가 걷고 있는 낙엽깔린 멋진 등로도 눈에 들어 온다.
기온이 올라가며 발길에 밟히는 낙엽의 사각거리는 소리가 더욱 또렷히 귓전을 맴돈다.
그 어떤 악기로 소리를 만든다 해도 도저히 따라 올 수 없는 환상의 하모니이다.
고통과 콧물이 범벅이 된 시간 드디어 마지막 봉우리인 형제봉에 도착해 새로 단장한 정상석에 인사하고 잠시 쉬며 마지막 풍경을 조망해 본다.
이제 삼세번 올랐으니 몇번이나 더 올라야 그 끝맺음이 있을련지...
형제봉 정상에서 북쪽을 바라보니 융단처럼 멋지게 수놓은 비단결 위로 803봉이 보이고 그 봉우리로 이어진 667봉 지나 저 멀리 속리산 천왕봉까지의 지나온 마루금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잠시 넋을 잃고 작은 봉우리 하나 하나에 그 의미를 부여하며 손길 따라 눈길을 옮겨 본다.
위대한 종주대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남동쪽으로는 갈령삼거리 지나 갈령으로 이어진 능선 저 멀리 대궐터산이 우뚝하고 견훤이 살았던 역사를 들려주는 듯 하다.
그저 바라만 보고 느낄 수 있음에 좋은 시간이다.
북서쪽 산그리메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고 그 끝자락에 충북알프스 첫 구간인 상학봉과 묘봉이 가물 거린다.
우측의 천왕봉과 좌측의 구병산 자락 중간에 자리한 산 그리메, 그저 환상이란 단어만이 입가에 맴돌고 있다.
무슨 말이 필요하단 말인가...
형제봉 정상에서 떠나기 전 803봉 쪽으로 이어진 동쪽 사면에 펼쳐진 환상의 단풍 퍼레이드에 가슴까지 셀레임을 느낀다.
울긋불긋 비단결 단풍이란 말이 실감나는 시간, 언제부턴지 모르게 아름다운 산하에 빠져 탄성을 지르는 버릇이 생기고 말았다.
산하가 아름답다고 느끼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제대로된 산행에는 종지부를 찍어야 된다는데 지금 이 시간만큼은 설령 그렇게 된다해도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 갈령 삼거리에 도착해 사진 한장 남기고 이제부터 백두대간 마루금을 벗어나 좌측 갈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2주전 다녀간 기억에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러 떠나 본다.
달팽이 바위와 고래 바위를 지나 알록달록 곱게 물들어 가는 등로를 따라 진행하니 마지막 헬기장이 나타나고 그 뒤로 보이는 대궐터산의 단풍을 음미하니 금새 갈령에 도착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구간을 그것도 많은 종주대 이끌고 무사히 완주했다는 사실에 피곤이 밀려오며 두눈껍풀이 자꾸만 서산으로 지는 햇살처럼 내려 앉는다.
산행후기
많은 걱정과 고민이 교차하며 어렵게 시작한 속리산 암릉구간이였지만
모두 한마음으로 도와주고 이끌어 준 완벽한 종주대의 팀웍으로 무사히 한구간을 마무리하고 나니
피곤이 밀려온다.
생태계 보호란 대명제와
백두대간 종주란 또 다른 대명제가 충돌하며 많은 생각을 해야했던 시간들,
그리고 많은 종주대와 함께하며 잊지 못할 시간을 만들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백두대간 산행은 이제부터임을 제대로 배워 본 시간이기도 했다.
조금은 자기 희생을 강요하고
또 누군가는 조금 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시간들,
하지만 그 고통과 불편함 조차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종주대이길 바라며
개인적으로 조금은 아쉬움을 느꼈던 구간이기도 하다.
앞으로 진행해야 할 시간과 구간이 더 많고
길게 남아 있기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조금만 더 가슴에 새기며
삭풍이 불어오는 황량한 백두대간 마루금에서
생존하며 살아 남는 종주대이길 바래도 본다.
이제부터 제2기 온누리 백두대간 종주대도
나마스테대장님의 색깔로 완벽한 덫칠이 되길 바라며
열정적인 봉사로 대간팀을 잘 보살펴 주는 은비령총무를 도와
무탈한 완주를 기대해 본다.
말없이 도와주고 이끌어준 53명의 산우님들 개개인에게 감사의 마음 전하며
특히 선등에서 자일 깔아주며 고생하신 청솔님과 아름님 중간에 수고해 주신 산우님들
그리고 후미에서 완벽한 마무리를 해 주신 인연님, 산가람님과 기차길님에게
고마운 마음 전한다.
늘 다녀와선 다시 보고 싶고
만나 이야기 나누며 한가족이 되어 있음이 자랑스런
백두대간 종주대이길 바라며
후기를 대신해 본다.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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