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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제2차(미완성 완료)/제2기 백두대간 산행후기

백두대간 제2기 18차 저수령에서 죽령까지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10.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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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충북 단양과 경북 예천 및 영주시 일대 백두대간 마루금

산행일자 : 2010년 02월 05일과 06일 (무박 2일 산행)

산행날씨 : 새벽에서 아침까지 올 들어 가장 추운 강풍 후 아침부터 맑고 약간의 박무 날씨

산행온도 : 영하 10도에서 영상 03도

산행인원 : 3450온누리산악회 38명 (45인승 버스 1대)

산행거리 : 약 20.50 Km (접속구간 : 00.00 Km) 

산행시간 : 총 12시간 (04:00시에서 16:00시까지)

산행코스 : 저수령(산행 들머리)-촛대봉(1080.7봉)-투구봉-시루봉(1116봉)배재-유두봉(1059.3봉)-싸리재-흙목(1033.5봉)-뱀재-

               솔봉(1102.8봉)-모시골-묘적령-묘적봉(1156봉)-도솔봉(1315.6봉)-삼형제봉-1288봉-죽령(산행 날머리)

 

 

한겨울 칼바람에 마음을 비우고 지난 추억속으로의 여행

 

 

 

무엇이 그리워 또 이렇게 잠 못이루는 밤을 만들며 달려가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그리움과 가슴으로 부터 끓어 오르는 열정으로 참을 수 없는 심정이다.

마음이 아프고 심란해지면 더욱 그립고 오르고 싶어지는 곳, 그곳의 칼바람에 나를 묻고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어 본다. 

오랫만에 만나는 백두대간 종주대의 심호흡 소리가 그리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3년전 심한 알바를 한 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로하고 완벽한 완주를 위해 저수령에서 모든 무거운 짐 내려 놓고 벌재로 달려갔던 추억은 벌써 저 멀리 희미한 시간이다.

오랫만에 흔들거리는 대형 버스에 몸을 실고 찬바람만 휭하는 불어대는 경북 예천과 충북 단양을 이어주는 927번 지방도로 위 저수령에 도착한 시간 새벽 3시 30여분이다.

 

이제 제법 잘 짜여진 종주대로 인해 내 자신이 할일이 많이 줄어 들어 있다.

한결 마음이 푸근하고 두 어깨를 짓눌러 오던 무게감도 많이 줄어 들었다.

이것이 내가 생각했던 편안한 산행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잘 훈련된 군사들처럼 하나 둘 대오를 정비하고 저수령 이정석 한장 남긴 후 가파른 얼어있는 등로를 타고 뼛속까지 시려오는 겨울 찬바람을 몸으로 막으며 올라선 곳 촛대봉, 2년전 서산으로 기울어 가는 햇살을 받으며 잠시 스치는 눈길로 바라봤던 촛대봉을 오늘은 몸이 날아갈 것 같은 찬바람과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 어루만져 본다.

 

날이 밝았다면 참으로 조망이 좋은 곳이지만 오늘은 그저 이 한몸 다치지 않고 넘어지지 않으며 조심히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새벽이다.

눈은 많이 줄어 산행에 큰 지장은 없지만 그대신 강추위로 얼어 붙은 비탈면이 떨어져 쌓여있는 낙엽속에 악마의 이빨처럼 벌리고 서서 산객의 방심을 허락하지 않는다.

칼바람을 맞으며 온몸이 시려올쯤 투구봉 이정표에 도착한다.

 

그저 무념무상으로 소백산 칼바람을 맞으며 진행하니 헬기장이 나타나고 별달리 할것도 없이 그냥 지나쳐 완만한 오르막 오르니 어둠속에 시루봉에 도착한다.

아주 조금씩 세상이 실루엣으로 보여주기 시작한다.

 

이제 새벽 칼바람과의 싸움이다.

선두권에서 진행하지만 홀로 가는 시간이다.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도 없는 시간, 그저 햇살이 비추기만을 기다리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또 다시 헬기장을 지나 오르락 내리락하니 잣나무 숲을 지나 배재에 도착한다.

 

다시 이정표 사진 한장 남기고 잠시 방울 맺힌 땀방울이 식으며 한기를 느끼기에 출발하여 유두봉에 도착하지만 보여주는 없이 없기에 다시 그냥 지나친다.

그리고 도착한 싸리재에서 다시 하늘에 맑게 떠 있는 반달에 비춘 이정표만 담아 본다.

 

어릴적 고향에서 늘 저녁이면 보면서 꿈을 키웠던 새벽달을 오랫만에 가슴에 담아 본다. 

지금은 무슨 꿈이 있는지...

또 무슨 꿈을 꿀 수 있는지...

 

다시 헬기장 지나 암봉을 넘으니 저 멀리 영주 땅 넘어 여명이 밝아오고 조금 더 좋은 일출을 위해 진행하니 금새 흙목 정상이다.

붉게 타오르는 동녘 하늘이 산객의 가슴을 설레이게 만든다.

 

하지만 그 흙목 정상에서의 짧은 기다림도 칼바람에 머뭇거리지 못하고 다시 진행하여 조금 가파른 경사를 내려가니 잡목 사이로 붉은 태양이 가슴에 안긴다.

 

그 붉게 떠 오르는 태양을 가슴에 묻으며 진행하니 칼바람에 아침식사 자리하나 마련하기 어렵다.

그래도 먹고 사는 일이니 조금 바람이 잦아드는 산비탈에 모여 차가워진 밥그릇을 두고 허기를 달래 본다.

식사 후 진행하며 뒤돌아 보니 지나온 마루금이 환상이다.

 

송전탑 지나 단양의 유황온천 갈림길을 지나니 헬기장으로 이뤄진 뱀재에 도착해 잔잔해진 바람을 피해 숨 한번 쉬어 본다.

남아있는 잔설이 더욱 쓸쓸한 등로를 만들고 있다.

 

그래도 지나온 마루금을 뒤돌아 보니 구비 구비 하얀 잔설을 남기고 구비쳐 흐르는 산하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1063봉 지나 조금은 가파른 등로를 땀방울 흘리며 오르니 드디어 솔봉이다.

솔봉 오르기 직전 우측으로 우회하는 갈림길에도 솔봉 이정표가 있지만 정상으로 오르니 가슴이 터지며 조금은 답답한 가슴이 열린다.

 

이제 칼바람이 잦아든 등로를 타고 그저 잠념없이 무심으로 진행하니 모시골 헬기장이다.

우측 영주쪽으로 모시골 하산로가 있는 갈림길인 곳이다.

 

다시 오르락 내리락 잡목 사이로 보이는  풍기읍과 지나온 마루금을 친구삼아 진행 한다.

드디어 묘적령에 도착해 지난 3년전 그토록 심한 알바를 한 추억에 젖어 들며 그 잘못된 시발점을 찾아 본다.

 

묘적봉 오름길에 잠시 바위 전망대에 올라 가니 그곳에 천상의 무릉도원이 펼쳐져 있다.

지나온 마루금이 환상을 넘어 황홀경이다.

저 멀리 저수령에서부터 지나온 모든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 온다.

 

지난 3년전 그토록 심한 알바를 하며 올랐던 옥녀봉 능선도 한눈에 들어 온다.

지금보니 무심코 진행하다 영주쪽 능선을 타고 알바도 할 만한 그런 능선으로 보인다.

저 멀리 우뚝 솟아 있는 옥녀봉이 많은 추억을 되살리고 있다.

 

 등로 우측으로는 영주의 풍기읍이 오밀조밀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기고 조용히 앉아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오지중의 오지였던 이곳이 고속도로가 나면서 조금씩 세상에 알려지더니 이제는 인삼과 온천으로 제법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산골 마을로 변했다.

그 조용한 마을 뒷편으로 이곳 백두대간 마루금만큼이나 드높이 장쾌한 줄기를 만들어 내려 보낸 낙동정맥이 부르고 있다.

언젠가 다시 내려가 올라야 할 마루금이기에 그리움으로 남겨 본다.

 

이제 묘적봉과 도솔봉이 지척이다.

다자구 할멈의 전설이 숨어 있고 어느 종교의 범접하지 못할 대단한 경지를 나타내는 도솔봉, 하기야 그것을 알든 모르든 이렇게 우리의 산하에 올라 가슴에 남겨지는 느낌만을 담아 간다 해도 충분한 것을...

그래도 두번 세번 오르다 보면 도솔봉과 대미산 그리고 다자구 할멈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리라.

  

작은 돌탑 하나와 방향지시가 남겨져 있는 묘적봉에 올라 주위 조망을 살피지만 잡목들로 인해 보이는 것이 없다.

몇몇 산우님들이 모여 땀을 식히고 물 한모금 마시며 힘들고 지친 심신을 달래고 있다.

이 산객도 그들 틈에 끼어 잠시 쉬어 보려 했으나 너무 좁아 포기하고 금새 완만한 능선을 타고 진행한다.

 

도솔봉 가는 등로에서 잠시 뒤돌아 보니 방금 전 지나온 묘적봉의 뾰족봉과 지나온 능선 그리고 좌측으로 옥녀봉 끝자락이 보인다.

많은 추억과 고통이 잠들어 있는 곳, 그리고 또 언젠가 다시 올라야 하는 곳이기에 헤어지는 슬품도 없이 다음을 기약해 본다.

이것이 만나고 헤어지는 자연의 일부라는 듯...

 

이제 도솔봉 헬기장으로 향하는 마지막 철 계단을 앞에 두고 긴 심호흡을 해 본다.

거대한 바위 암봉 옆으로 아슬하게 설치된 쇠철계단 그리고 그곳을 무심으로 오르는 산우님들의 모습이 자꾸만 오버랩되며 다른 세상에 온듯한 기분이다.

저곳을 올라야만이 다자구 할멈의 손길이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인데...

 

마지막 헬기장 가는 길목인 철 계단에서 심호흡하면서 지나온 등로를 담아 본다.

도솔봉에서 이어진 백두대간 마루금과 옥녀봉 줄기 그리고 희미하게 좌측으로 풍기 넘어 낙동정맥이 가물거린다.

말이 필요없고 글이 필요없는 느낌만이 살아 있는 시간이다.

 

오늘 처음 시작한 저수령이 숨어 있고 촛대봉과 투구봉이 살아 숨쉬듯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는 대간 마루금.

그 웅장하고 우람한 근육질의 몸매에 모두들 압도 당하는 그런 기분이다.

그 마루금 넘어 저 멀리 가야산과 팔공산을 담아보고 속리산 자락에서 부터 이어져온 마루금을 좇으며 거친 호흠을 느껴본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희열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시간...

속리산 주봉과 능선 그리고 대야산과 희양산을 돌라 조령산으로 이어진 마루금이 대미산 줄기를 타고 이곳 도솔봉으로 이어지고 있다.

모두 숨을 죽이고 경외로움과 탄성으로 바라보고 있다.

 

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다음 구간 올라야 할 소백산 비로봉과 국망봉이 또한 산객의 지쳐가는 심신을 깨우고 있다.

그 넘어 저 멀리 태백의 봉우리도 보이기 시작하고...

그토록 올랐으면 이 그리움은 없어질 때도 되였건만  보면 볼수록 오르면 오를수록 그 그리움은 더 커만 가고 있으니...

 

수많은 등산 인파들이 모여 민생고를 해결하고 있는 도솔봉 헬기장에 도착해 주위 조망을 관찰하는 시간이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 그리고 허기를 달래며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는 시간, 공존하면서도 모두가 이기는 그런 윈윈 전략이 필요한 시기인 듯 하다.

 

서쪽으로 삼형제봉이 우뚝하고 그 북쪽으로 단양의 금수산이 가깝게 다가와 있다.

그리고 삼형제봉 저 멀리 기묘한 바위 형상을 하고 있는 월악산 영봉이 충주호로 그 줄기를 내려 뻗으며 당당히 서 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한폭의 그림으로 다가오는 우리의 산하이다.

 

 조금 더 가깝게 소백산 주 능선을 담아 본다.

단양과 영주를 이어주는 고갯마루인 죽령에서 불교에서 중요시 되는 연꽃을 닮은 연화봉을 거쳐 주봉인 비로봉 그리고 저 멀리 단종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국망봉이 보인다.

지금은 따스한 햇살이 스며들고 있지만 저곳에 오를 때면 또 얼마나 강한 칼바람을 이겨야 넘을 수 있을련지...

 

 드디어 도솔봉 뾰족봉에 올라 그리움을 표출해 본다.

3년전 그 추위속에 여명의 빛을 받으며 평생 잊지 못할 운해와 일출을 만났던 소백산 도솔봉, 많은 어려움고 우여곡절 끝에 올라 만났던 모습이기에 더욱 뚜렷히 뇌리에 남아 있다.

오늘 그 추억을 더듬으며 이렇게 밝은 햇살을 받으며 그 추억을 확인하리라 생각도 못했던 먼 추억의 한 장면이 되어 버린 시간이다.

 

 이제 저 삼형제봉을 타고 죽령으로 내려가면 또 한구간 퍼즐 찾기를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는 것과 달리 오르는 마지막 봉우리는 체력적인 한계와 나약해진 마음으로 인해 죽음의 레이스에 비교되기도 하는 구간이리라.

 

 삼형제봉으로 오르면서 잠시 나무 계단에서 뒤돌아 보니 방금전 올랐던 수많은 추억을 남기고 내려온 도솔봉이 거대한 자락을 한들거리며 이별을 고하고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제각각 달리 보이는 봉우리에서 작은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부터 저 도솔봉의 웅장한 봉우리가 죽령까지 이어져 가는 산객의 발길에 길동무가 되어 주리라

 

 아쉬움에 삼형제봉에서 다시 한번 소백산 주능선을 담아 본다.

칼바람 속 소백산, 그렇게에 더욱 겨울 산행의 최적지로 각광 받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시 다음 구간 저곳에 오를 수 있을지 장담 할 순 없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길 간절히 바라도 본다.

 

 이제 마지막 삼형제봉을 끝으로 가파르고 미끄러운 등로를 타고 죽령으로 향한다.

가는 길목마다 하얀 잔설이 남아 잇고 잃게 푸른 산죽이 눈의 피로를 덜어 주고 있다.

등로를 채운 것이 그 무엇이라 해도 그 장소에서는 최고의 아름다운 자태인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시간이다.

 

 이제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죽령...

수많은 전설과 이야기가 묻혀있는 죽령도 이제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번성했던 옛 영화는 모두 사라지고 이렇게 산을 사랑하는 산객 몇명과 그 옛날 추억이 그리워 찾아 오는 여행객 몇명만이 그 길 위에 있다.

 

 마지막으로 풍기의 마을을 담아 본다.

약간의 개스로 인해 선명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세상을 향해 소리 칠 수 있음에 세월의 변화를 실감한다.

다시 저곳에 들려 온천욕 한번 더 할 수 있기를...

 

 죽령에 도착해 저 주막에 들려 막걸리 한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어 본다.

하지만 옛날과 달리 말한마디 조차 상술로 변해 버린 주인 아주머니의 말투로 인해 그 옛날 정으로 들렸던 추억은 모두 사라진 느낌이다.

 

이렇게 또 한 구간 마무리하며 아주 편안하게 아무 부담없이 단체이면서도 홀로하는 멋진 산행을 마무리 한다.

리더로서의 역활이 줄면서 이렇게 즐기며 진행하는 산행이 되는 것을...

앞으로는 더욱 말없이 다른 산우님들에게 회자되지 않는 산객으로 그저 산에만 오를 수 있기를 바라는 시간이다.

 

다음을 기약하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