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전라남도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와 백도 그리고 순천의 낙안읍성과 순천만 일대
여행날자 : 2009년 9월 3일 저녁부터 9월 5일 밤까지
여행날씨 : 맑고 쾌청한 늦여름 더위가 있던 날씨
여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여행코스 :
9월 3일 20:30 서울출발
9월 4일 02:00 고흥 녹동항 도착
02:30 소록대교 야경 및 소록도 방문
03:20 포차에서 회와 이슬이 한잔
05:30 차내 1박
07:00 소록대교와 소록도 그리고 녹동항 둘러보기
08:00 청해진해운 가고오고호 승선
09:20 거문도항 도착
09:30 고도민박 투숙
10:00 고도 트레킹 및 영국군묘지 둘러보기
13:00 백도 유람선 관광
15:20 거문도항 도착
20:20 거문도 서도의 불탄봉, 억새군락지, 기와집몰랑, 신선바위, 보로봉과 수월산 거문도 등대 산행
20:30 거문도 특산물인 갈치회로 저녁 식사
9월 5일 07:00 고도민박 출발
08:30 서도리 거문도 뱃노래 전수관 및 서도해수욕장 그리고 녹산등대 트레킹
10:00 거문도항에서 청해진해운의 가고오고호로 고흥 녹동신항 도착
11:30 순천시 낙안읍성 둘러보기
15:00 순천만 갈대밭 및 용산봉 트레킹 후 순천만 S라인 조망
17:00 순천에서 출발
22:00 서울 집 도착
교통편 : 서울에서 고흥 녹동신항까지 애마 이용
고흥 녹동 신항에 무료 주차
녹동 신항에서 거문도항까지 가고오고호 왕복 48,000.- 왕복
거문도항에서 백도 유람선 관광 29,000.-
낙안읍성 입장료 2,000.-
순천만 갈대밭 자가용 주차료 2,000.-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남해의 해금강 거문도와 백도 여행 및 대한민국 생태도시인 순천을 돌아 본 아름다운 시간들
산행을 하면서 찍었던 수많은 사진들을 보면서 좀 더 좋은 화질의 사진과 넓은 각도의 원하는 풍경을 잡기 위해 거금을 들여 장만한 카메라로 인해 자꾸만 어린아이가 소풍을 가는 기분으로 떠나 본다.
이번에는 동백꽃으로 유명한 봄 여행지이며 불탄봉이란 나즈막한 능선을 가지고 있는 거문도에 필이 꽂혔다.
이곳 저곳 자료 찾으며 알아보니 여수항보다 고흥의 녹동항이 좀 더 편리하고 가까우며 뱃삯도 쌀뿐 아니라 봄에 개통된 소록도가 옆에 있어 들리기 안성맞춤이다.
속해 있는 산악회에 공지를 올려 보지만 촉박한 시간과 생각보다 비싼 금액으로 인해 나 홀로 가는 여행겸 산행이 된다.
낮동안 거문도항과 해운회사에 전화를 해 보니 9월 6일 저녁 거문도항에서 녹동항으로 나오는 배는 이미 예약이 끝나 나올 수 없다는 소식에 목요일 저녁 하루 일찍 집을 나서 급하지 않게 고흥 녹동항으로 출발하는 시간 저녁 8시 30분이다.
팔영산 산행을 위해 다녀왔던 곳이기에 낯설지 않는 곳이지만 녹동항은 처음이기에 약간의 긴장감이 여행이란 단어로 인해 풀어지는 마음을 당겨준다.
새벽 2시, 드디어 소록대교 앞 배로 만든 녹동항 이정표 앞에서 처음으로 카메라 야경 실험을 해 보니 생각보다 좋은 화질에 만족하고 소록대교를 건너며 많은 야경 사진을 남겨 본다.
소록대교 위에서 바라 본 녹동항 풍경이 아름답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야경과 풍경 뒤에 남겨진 소록도의 상처는 깊고 커 몇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치유되지 못하고 그 아품을 매만져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한 곳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금씩 잊혀져 가는 소록도, 그 당시에만 해도 무지로 인해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고 짐승보다 못한 생활을 이어가며 빼앗긴 민족의 한이 서려있던 곳으로 배를 타고 특별한 인연이 있는 사람들만 들어가던 곳인데 올해 초 새로운 다리가 건설되면서 그 역사적인 현장을 걸어 볼 수 있게 된 곳이다.
들어 가 살펴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날리며 조금씩 인간 세상과 소통하려는 소록대교의 밤을 담아 본다.
녹동항 포차에서 마지막 남아있는 물고기를 안주 삼아 이슬이 한병 비우고 애마속으로 들어가 눈을 붙이는 시간 새벽 3시 30분, 눈을 뜨니 아침 5시 30여분이 지나고 있다.
혹시나 하는 기분에 애마를 몰아 일출이 좋은 장소를 찾지만 두껍게 깔린 구름으로 오늘도 환상의 오메가는 날라가 버린다.
8시에 출발하는 배시간이 남아 잠시 소록도에 들어가 역사적인 현장을 보려하지만 출입가능한 시간이 아침 9시 이후에가 들어 갈 수 있다는 통보에 뒤돌아 나오며 다음을 기약해 본다.
고흥에서 거문도 가는 길에 서 있는 거금도와 소록도를 이어주는 교량 공사가 한창이다.
아마도 이 공사가 끝나고 나면 다시 이곳을 찾게되는 횟수가 늘어날련지...
내가 살아가는 공간을 뒤로 하고 미지의 세계로 다가가는 여행이야말로 본초적인 인간의 두려움부터 경외로움까지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느끼게 해주는 마술 같은 것이라 생각되는 시간이다.
완도의 생일도 쪽으로 서 있는 이름모를 수많은 남해의 섬들이 한폭의 그림으로 다가오며 산객의 작은 마음을 설레이게 만든다.
쾌속선인 가고오고호를 타고 한시간을 넘겨 달려온 곳, 드디어 거문도로 들어가는 입구의 빨간 등대가 반갑게 맞이해 주고 이틀 일정의 시작을 알린다.
옛 부터 슬픈 역사가 많고 물이 맑으며 인심 좋고 인재 많았던 거문도이면서 효심이 남다르고 개척정신이 강했던 거문도는 서도와 동도 그리고 그 가운데 앉아있는 고도의 세 개의 주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고도와 서도는 연도교(삼호교)로 연결 되어 있다.
옛 이름은 삼도 또는 거마도등이었으나 중국 청나라 제독 정여창이 이 섬에 학문이 뛰어난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문장가들이 많다는 뜻인 거문도(巨文島)로 개칭하도록 건의하여 거문도가 되었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섬이다.
세 개의 섬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어 마치 어머님의 품처럼 아늑하고 포근한 1백만 평 정도의 천연적 자연항만이 호수처럼 형성되어 있는 곳을 도내해(만내)라고 하는데 집채만한 파도도 내항에만 들어서면 숨을 죽일 만큼 항상 바다가 잔잔하기 때문에 옛날에는 일본과 영국 및 미국 등 열강이 탐냈던 천혜의 항구였다.
산세는 3개의 섬이 병풍처럼 둘러쌓여 항만을 형성하는 안쪽으로 경사도가 완만하여 6개의 부락을 이루고 항구의 뒤쪽으로는 깍아 지른 듯한 단애로 형성되어 이 두지점의 경계선인 산 능선을 따라 음달산에서 거문도등대 까지 단장된 산행로는 아열대의 산림욕을 만끽할수 있는 국내 최고의 섬 산행코스로 사랑받고 있는 곳이 바로 거문도인 것이다.
가고오고호에서 거문도로 내리며 여객터미널 풍경을 담아 본다.
또 다시 이곳을 통과해 들어 갈 기회가 있을지 ...
기회가 된다면 그때에는 아이들 손잡고 빨간 동백꽃이 활짝 피어난 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평일이지만 인터넷과 전화로 예약한 고도 민박집에 들러 방에 들어가니 일본식 다다미방이 눈길을 잡는다.
거문도에는 동도와 서도 그리고 그 가운데에 고도가 있으며 선착장은 바로 이 고도에 위치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민박집과 편의 시설들은 이 고도에 집중되어 있는 듯 하다.
이런 일본식 다다미방은 이곳이 일본과 가깝고 또한 역사적으로 일본인들이 좋아했던 곳이기에 그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민박집에 짐을 풀자마자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옆집 식당에서 백반으로 아침겸 점심을 먹고 영국군 묘지와 고도 트레킹을 나서 본다.
영국군묘지를 오르는 도중 잠시 옛날 생각을 하게 만든 거문초등학교에 들려 사진 몇장 남긴다.
도시에서는 맛보지 못하는 그 옛날 내가 다니던 시골 초교와 비슷한 풍경과 느낌에 어딘지 모르게 정감이 간다.
하지만 이제 이런 시골 초등학교의 풍경도 흔하게 보지 못하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으니 세상살이가 그만큼 팍팍해졌다는 증거일 것이다.
드디어 첫번째 방문지인 고도의 영국군묘지에 도착한다.
20세기 말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났던 열강들의 세력 다툼속에 힘없는 국민들이 받았던 고통을 간직한채 먼 타국땅에 들오 와 사망한 영국군사들을 위해 조성된 묘역이 바로 이곳 거문도 영국군묘지인 것이다.
영국군 묘지는 1885년 4월 23일부터 1887년 3월 1일까지 약 2년동안 영국해군이 거문도를 불법으로 점령하였을 당시 익사와 병사 및 총기사고 등으로 사망한 9명의 영국 수병들 무덤이다.
러시아의 남하정책을 막는다는 이유로 일본편에 서서 일제시대 서막의 빌미를 준 사건이기도 한 역사적인 곳, 오늘은 그 역사의 피비린내 대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시간이기에 조금은 마음의 무거움도 털어내고 이곳에 서 본다.
영국군 묘지 위 팔각정에서 바라 본 서도의 거문도해수욕장과 그 위로 불탄봉 지난 억새군락지와 기와집몰랑이 그림처럼 다가오고 오른쪽 끝자락에 고도와 서도를 이어주는 작은 삼호교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몇번에 걸쳐 저 삼호교를 건너야만이 거문도의 많은 부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등로 정비를 하는 거문도 아낙들을 만나 잠시 많은 이야기 나누고 넉넉한 시골 인심에 즐거운 미소를 지어 본다.
고도 정상부의 팔각정에 오르자 좌측으로 거문도 서도와 우측의 동도로 둘러쌓인 천혜의 거문도 항구로 들어오는 물길이 보이고 그 위로 한가롭게 물살을 가르고 들어오는 통통배 한나가 산객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너무나 맑고 투명한 바닷물과 등대 그리고 양식장이 전형적인 어촌 풍경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가슴까시 시원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시간이다.
고도의 최고봉인 화양봉에서 이제 거문리로 하산해 본다.
등로 양쪽으로 울창한 동백수림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져 있지만 등로는 마을 사람들이 깨끗이 정리해 놔 산행하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내려다 보이는 거문리 마을이 평화로우면서도 이국적인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본다.
한시간 20여분간 고도를 둘러본 후 민박집으로 내려와 간단히 샤워한 후 거문도항으로 나가 백도 유람을 위해 유람선에 오른다.
빈 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평일인데도 많은 여행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는 유람선, 생각보다 높은 파도로 인해 예상보다 늦게 백도에 도착해 그 동안 숨겨졌던 비경을 하나씩 들추며 감탄을 자아낸다.
제각각 바닷물에 깍이고 파이며 고유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남성미 물씬 풍기는 백도, 가이드의 수많은 설명과 각 바위에 대한 유래를 들어 보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고 그저 지금 이 순간 눈으로 즐기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풍요로운 시간이다.
사람이 살 수 없는 바위섬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자연미를 간직하며 오랫동안 자연의 품으로 돌아 갈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백도를 스치는 바람 한점과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 한조각 그리고 그 바위틈을 비집고 생을 이어가는 나무 한그루와 잡목 한그루 그리고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자연에 동화되는 수생 동물들까지 그 무엇 하나라도 보호받고 지켜지지 않으면 인될 우리의 소중한 자연 유산으로 영원히 남겨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독립된 섬으로 보이다가도 또 특이한 형상으로 사람들 가슴에 희망과 꿈을 심어주는 백도의 바위들에 무한한 경외로움을 느끼며 왜 이런 먼 곳까지 와서 이런 아름다운 풍경들을 봐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는 것 같다.
내가 지켜야 우리 후대들도 내가 지금 보고 느끼는 감정 이상으로 이곳 백도를 기억해 줄 수 있는 마음말이다.
한시간이란 시간이 백도를 둘러보기에는 너무 짧다는 생각이다.
가끔 유람선을 때리는 높은 파도가 시샘하는 동안에도 눈에 들어오는 장면 하난 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관광객들의 손길이 바쁘기만 하다.
오랜 세월 풍상에 시달리며 제 모습을 그려낸 바위들, 그 바위들마다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줘 의미를 남다르게 만든 지역 주민들의 수고가 있기에 오늘도 많은 여행객들을 모시고 다시 이렇게 이곳 백도를 홍보할 수 있는 것이리라 생각해 본다.
이런 너무나 경외로운 자연 풍경을 바라볼 때면 내가 이런 곳을 소개시켜 주는 직업을 가지고 잇었다면 하는 행복한 추측으로 미소를 띄워도 본다.
그만큼 이 작은 산객의 마음에도 많은 풍파를 일으켰었나 보다.
이제 유람선이 백도를 한바퀴 돌아 그 마지막을 장식하는 시간,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시간이기에 더욱 큰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백도의 모습이 조금씩 작은 모습으로 영상에 남겨지며 그렇게 짧은 시간동안 모든 세상사 잊어버리고 나만의 시간속에 행복함을 느껴본다.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28km를 가면 섬 전체가 온통 하얀색인 백도가 나온다.
백도는 39개의 크고 작은 무인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깍아지른듯이 솟아있는 위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이곳에는 천연기념물 215호인 흑비둘기를 비록 휘파람색, 팔색조 등 40여종의 야생 동, 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또 바다에는 붉은 산호초 층이 펼쳐져 있어 섬 전체가 가히 자연의 보고라 할만하다.
이섬을 멀리서 보면 온통 희게 보인다 하여 백도라고 부르기도 하고, 또 봉우리가 아흔아홉 재로 백에 하나가 모자란다 하여 "百"에서 획 하나를 빼고 白島라 부른다고도 한다.
백도에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바위들이 많은데 서방바위, 각시바위, 궁전바위, 매바위 등 절경을 이룬다.
오후 1시에 출발한 유람선이 숨겨진 절경인 백도를 돌아 다시 거문도 항으로 돌아오니 오후 3시를 넘기고 있다.
재빨리 간단한 배낭 하나 둘러메고 삼호교를 건너 서도의 주능선인 불탄봉에서 거문도 등대까지의 산행이랄까 아니면 트레킹을 하기 위해 나서 본다.
삼호교에서 바라본 작은 섬 하나와 그 뒤로 오리섬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그 옛날 이 삼호교가 설치되기 전에는 고도와 서도를 오고갈때에도 모두 배를 이용하였는데 차량 한대만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이 작은 삼호교가 완공된 이후로 하나의 섬이 된 것이다.
이 삼호교를 건너니 서도에 관한 상세 안내 이정표가 서 있고 그 이정표를 보며 우측 시멘트 도로를 타고 한동안 걸어 본다.
10여분 걸어 진행하니 덕촌리 마을이 나타나고 불탄봉 등산로는 이 덕촌마을로 향하는 좌측길로 나 있다.
도로에 나와있는 촌로에게 길을 물으니 참으로 친절하게도 설명을 잘 해주시고 아직 잡풀을 제거하지 않은 등로는 뱀이 많이 잇으니 진행하지 말라는 당부까지 잊지 않으신다.
덕촌리 마을에서 불탄봉 정상까지는 아주 잘 정비된 등로로 인해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한다.
좌측으로 신선바위 가는 등로와 우측으로 불탄봉 오르는 삼거리 이정표에서 내려다 본 고도와 동도 그리고 가까이 서도의 덕촌리 마을이 참으로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사진 몇장 남기고 다시 우측 등로를 타고 오르는 길에 커다란 먹구렁이 한마리를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란다.
뱀에 대한 공포가 되살아 나고 등줄기에선 식은땀이 흘러 내린다.
그래도 포기 할 수 없는 산행이기에 드디어 불탄봉에 오른다.
불이 자주 나는 산이라는 불탄봉에 서면 동백숲 너머로 고도와 동도 그리고 초도 손죽도 등 주변 크고 작은 섬들이 시야에 들어오지만 오늘 이 시간만큼은 고도에 집중해 본다.
불탄봉 정상 주변엔 콘크리트 벙커들이 아직도 존재하는대 이곳이 과거 일본군의 병참기지였음을 짐작케 하는 벙커들이다.
이 산객이 처음으로 거문도 땅에 발을 들여 놓은 곳 그리고 잠자리가 있고 먹을 식당이 있는 고도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그 고도를 둘러싼 바다가 에머랄드빛으로 빛난다.
약간의 개스로 인해 선명하진 않지만 그래도 저 멀리 수평선까지 보이는 조망에 한동안 정상에서 쉬어 본다.
다시 조심하며 내려와 신선바위 가는 이정표로 뒤돌아 내려오니 신선바위쪽에서 등산객 한분이 올라오고 그분과 인사 나눈 후 잠시 각자 등로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그분과 헤어져 억새초원을 타고 내려오니 지금 막 등로를 정비하다 만 잡풀과 억새가 필자의 얼굴까지 가리며 산행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특히 방금 전 불탄봉 오름길에 봤던 먹구렁이가 생각 나 등줄기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연신 흘러 내리며 등산복을 적시고 있다.
그래도 아름다운 억새초원이 있어 홀로가는 외로움을 달래 본다.
어렵게 정리되지 않은 억새 군락지를 지나 다시 평이한 동백숲을 지나니 작은 언덕 위에 촛대바위인지 솟대바위인지 길죽한 바위하나가 해변가 절벽 앞에 서 있다.
그 옆에는 접근금지 위험 표시판이 서 있고 그 뒤로 보이는 망망대해가 아찔할 정도로 높은 절벽을 이루고 있다.
잠시 숨 한번 내쉬고 물한모금 마시며 휴식 취하고 사진으로 한장 남겨 본다.
이제부터 해변이 등로 우측에 펼쳐져 있고 좌측으로는 완만한 능선이 고도를 휘돌아 감아가며 푸른 산하를 이루고 있다.
잠시 더 진행하니 처음에는 신선바위라 생각했던 멋진 암봉이 우측 해변가 한모퉁이에 서 있다.
서산으로 가울어 가는 햇살을 받아 우람한 암봉이 더욱 금육질을 내보이며 웅장하게 서 있다.
잠시 더 진행하여 신선바위를 보고서야 이것이 그저 평이한 바위임을 알게 되였다.
이곳이 기와집몰랑지역으로 멀리서 보면 산세가 꼭 기와집의 처마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저 멀리 돌탑이 서 있는 곳이 보일듯 말듯 한 봉우리 위로 올라 동백나무 숲을 벗어나자 좌측 저 멀리 너무나 아름다운 거문도(유림)해수욕장이 굴곡진 해안을 따라 자리하고 그 넘어 삼호교로 연결된 고도가 너무나 멋지게 앉아 있다.
그 뒤로 거눔도항으로 들어오는 뱃길과 그 뱃길을 밝혀주는 등대가 어찌그리 아름답게 서 있던지...
홀로 감상하며 가슴에 담아 두기에 너무나 아까운 풍경이였다.
주위 풍경을 감상하며 진행하니 발앞에 거대 도탑들이 서 있고 쌓여진 그 정교함에 스스로 놀라워 한다.
누구 이곳에 올라 이런 돌탑들을 쌓았을까 의아해 했지만 알길이 없어 그냥 돌맹이 하나 얹어 놓고 잠시 소원을 빌어 본다.
오랫동안 비바람과 찬 해풍에 견뎌주기를 바랄뿐이다.
이제 하루해가 저물어 가는 햇살이 길게 바다 위에 눕고 석양빛이 감도는 등로를 따라 홀로 걸어가는 산객의 마음이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해 온다.
조금 더 진행하니 저 앞쪽 해변으로 우뚝 솟아있는 신선바위가 반겨준다.
방금 전 봤던 암봉보다 높이기 높으며 조금 더 가파른 형상이다.
등로에서 약 50여미터 떨어져 있는 신선바위로 올라 천하 절경을 감상해 본다.
신선바위 정상에서 바라보는 해변과 거문도 등대가 참으로 인상적이고 아름답다.
그 절벽 사이마다 갯바위 낚시꾼들이 자리잡고 낚시에 열중인 모습도 들어 온다.
부디 낚시 후 서 있던 곳을 깨끗이 청소하고 흔적하나 남기지 않기를 바래 본다.
준비한 빵한조각과 음료수를 마시며 한동안 신선바위에 앉아 신선이 된 기분으로 거문도의 바람과 햇살 그리고 자연을 만끽해 본다.
이 아름다움을 홀로 즐긴다는 것이 왠지 미안하기도 하고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기는 오랫만의 감상이다.
그 신선바위에서 신선이 되였다 깨어난 다시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좌측으로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거문도의 서도와 고도 풍경이 펼쳐져 있다.
서도 넘어로 기울어 가는 햇살을 받아 더욱 그 아름다움이 더해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체력단련 시설이 갖춰진 보로봉 정상은 조망이 좋지 않아 그냥 다녀가는 흔적 한장 남기고 동백나무 숲을 지나 내려가니 수월산 가는 바위 길목이 나타난다.
큰 파도가 칠때에는 위험 구간으로 오늘은 가고오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이곳에서 좀 더 가깝게 바라보는 거문도 등대가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 눈부시다.
수월산으로 오르기 위해 이 갯바위 바위들을 넘으니 나무데크로 만든 계단들이 보인다.
내려가며 또 오르며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자꾸만 카메라에 무수히 많은 사진을 담으며 어두워지는 거문도에서의 하루를 맞이한다.
보로봉 아래 해변에 홀로 서 있는 망부석이 가슴을 때린다.
햇살이 서산으로 기울고 어두워지는 빛을 담아 잡아본 망부석, 어느 섬이나 있을법한 고리타분하고 진부한 전설이라 하더라도 섬에서의 생활이 그리고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며 돌이 되였다는 여인을 닮은 바위가 그저 한없이 가엽고 불쌍하게만 다가온다.
어둠속 동백나무를 숲을 통해 드디어 거문도 등대에 도착한다.
해발 196m의 거문도 남동쪽 제일 끝자락에 위치한 수월산에 자리 잡고 있으며 1905년 4월 10일 준공되어 이틀뒤인 12일 처음으로 불을 밝혔다.
등탑은 높이가 6.4m에 이르며 흰색의 원통형으로 벽돌과 콘크리트의 혼합 구조물로서 등명기는 3등대형으로 유리를 가공한 프랑스제 프리즘렌즈를 사용하였으며 수은통에 등명기를 띄우고 중추로 회전시켜 15초 간격으로 불빛을 밝혀 약 42km 거리에서도 볼 수 있게 설치되었다.
노후된 시설을 대신하여 높이 33m의 새로운 등탑이 신축되면서 2006년 1월부터 선박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100년 동안 사용한 기존 등탑은 등탑 외벽과 중추식 회전장치 등을 보수하여 해양유물로 보존하고 있다.
등대까지 오르는 길을 따라 늘어선 동백나무숲이 울창하고 등대 절벽 위에는 남해 바다의 절경을 즐길 수 있는 관백정이 자리하고 있다.
이 등대 전망대 꼭대기까지 단숨에 올라가 보지만 이미 저물어 버린 날씨로 인해 조망이 좋지 않고 플라스틱 보호막은 높은 파도에 밀려오는 바닷물로 인해 밀크 칼라를 이뤄 선명하지 못하다.
등대에서 내려와 잠시 관백정을 둘러보며 저 동녘 하늘에 떠 있는 달을 잡아본다.
옛 시인들이 여기에 와 앉아 잇었다면 아주 멋진 시들이 많이 양산되였을 것을, 부족한 어휘와 단어로 인해 표현력에 제한이 잇음이 아쉽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등대 앞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를 담고 어두워진 등로를 타고 다시 고도로 향한다.
유림해수욕장을 지나며 거세진 파도의 윙윙거리는 소리에 겁도 먹어보는 시간이였지만 평생 지워지지 않을 좋은 추억을 만든 하루가 선명하게 가슴에 남는다.
숙소로 돌아 와 간단히 샤워를 한 다음 식당에 들려 미리 주문한 갈치회로 이슬이 한잔 나누니 이 세상 모두가 내것이 되였다.
밤 10시 숙소로 돌아 와 고단한 몸 누이니 하루가 금새 지나고 또 다른 세상인 꿈나라에서의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본다.
제2부에서 계속 이어 완성해 본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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