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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강원도 산

연가리골과 아침가리골 백팩킹 및 비박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09.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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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및 방동리 일데의 연가리골과 가르미골 그리고 아침가리골 계곡

산행일자 : 2009년 7월 29일과 30일 (1박 2일 비박 산행)

산행날씨 : 29일엔 하루종일 가랑비 및 운무였으나 30일에는 뜨거운 태양 및 무더운 한여름 날씨

산행온도 : 영상 22도에서 영상 34도

산행인원 : 총 2명 (칠갑산과 금비령)

산행코스 : 진동리 연가리민박집-방태천-연가리골 들머리-수리중 민가-연가리샘터-백두대간 바람불이 삼거리-1020봉

               헬기장-968.1봉 삼각점-948봉 묘1기-왕승골 갈림 사거리-가르미골-비포장 임도-조경동 합수점-방동초교

               조경폐분교-조경동교 (비박)-조경동 계곡 트레킹-방태천 합수점-진동리 갈터 아침가리골 초입구-

               트럭을  히치하여 연가리골로 이동-계곡 트레킹 종료

산행거리 : 약 16 Km

산행시간 : 총 15시간, 29일 10시간(09:30 - 19:30)과 30일 5시간(08:00 - 13:00)

 

 

 

원시의 자연에 취해 자연과 하나된 3둔 4가리에서의 잊지 못할 시간들

 

 

개인적으로 가장 골이 깊고 산세가 수려하다고 생각하는 방태산이기에 몇번 들린적이 있었지만 늘 능선 산행만 고집하다보니 삼재를 피해 사람 살기에 가장 좋다는 3둔 4가리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음이 또한 늘 마음에 걸렸었는데 마침 산악회에서 금수산 개인 비박 산행 공지가 올라와 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올해안에 다시 아침가리골과 연가리골에 들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동행하는 산친구와 협의하여 어렵게 비박 산행지를 금수산에서 이곳 4가리로 정하고 나니 오랫만에 산행 전 가슴 설레이는 묘한 감정을 느껴본다.

워낙 비박을 즐기는 산친구와 단둘이 진행하는 비박산행이기에 별 준비도 없이 새벽에 만나 오지의 땅 인제로 향한다.

 

 

너무나 맑고 투명한 아침가리골 계곡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며 한가한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니 아침 9시 정각에 연가리골 근처 418번 지방도로 위 두무교에 도착하지만 충분한 지도를 준비하지 못한 관계로 연가리골 들머리 찾기에 어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정표도 없는 연가리골 입구를 생각보다 빨리 찾아내곤 민박집 앞에 애마를 세우고 산행 준비를 하니 연가리골 위로 피어 오르는 아침 안개가 오지중의 오지임을 알려 주는 듯 하다.

 

 

연가리골 들머리에서 바라 본 민가와 연가리골 입구 그리고 봉우리에 피어 오르는 안개 

 

일기예보에는 오늘 오전부터 날씨가 맑아지며 무더운 날씨가 되리라 예상했지만 하늘을 보니 그칠 비가 아니다.

방태천에 흐르는 맑은 물줄기를 증류시켜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안개와 안개비가 높은 산자락에 막혀 산봉우리를 맴돌며 환상의 분위기를 만들고 이 세력에 의해 이곳까지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연가리민박집 아주머니에게 애마 주차가 가능한지와 기타 연가리골 들머리등을 물어보고 답을 얻은 후 급할 것 없이 산행 준비 후 배낭을 둘러메니 오랫만에 제법 산꾼다운 모습이 배어 나온다.

거대한 배낭에 비닐 우의를 씌우고 두어깨에 전해오는 무게감을 느끼며 멀고도 긴 전형적인 계곡 트레킹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연가리골로 들어서며 시멘트 다리 위에서 바라 본 방태천 전경 

 

조선시대 예언서인 정감록에는 난리를 피해 숨어 살기 좋은 곳으로 강원도에서 3둔4가리를 꼽았는데 3둔은 강원도 홍천 내면의 살둔, 월둔, 달둔이요 4가리는 내면과 인접한 인제군 기린면의 적가리, 아침가리, 연가리, 명지가리(명지거리)가 그곳인 것이다.

3둔에서 둔은 농사 짓기 좋은 펑퍼짐한 산기슭을 말하고 4가리에서 가리는 경작하고 살 만한 계곡 옆의 땅을 일컫는 말이니 삼재가 들지 않는 경작하기 좋은 살만한 곳이 바로 3둔 4가리인 것이다.

 

 연가리골 들머리 부근, 이 아래에는 방태천으로 흘러 든다

시멘트 임도를 따라 그 연가리민박집을 내려오니 거대한 방태천의 맑고 투명한 빠른 물살이 엊그제 장마가 지났음을 몸으로 알려주고 그 방태천을 우측에 두고 좌측으로 몇백미터 진행하니 우측으로 시멘트 다리 하나가 놓여있다.
그 다리 위에서 다녀가는 흔적 한장 남기고 다시 비포장 임도를 따라 방태천을 좌측에 두고 100여미터 진행하니 임도는 우측으로 크게 꺽이면서 방태천과 멀어지고 있다.

이제 작은 게곡물이 방태천으로 흘러드는 이곳 계곡을 우측에 두고 진행하니 이곳이 바로 연가리골의 최하류인 방태천과 합수되는 지점으로 오늘 우리들의 산행 기점이 되는 지점인 것이다.

 

 

민가 한채를 수리하며 황토집으로 개조하는 듯 하다 

 

연가리골은 현리에서 양양으로 넘어가는 418번 지방도로를 타고 진행하다 조침령 가기 전 만나는 사가리의 마지막 계곡으로 백두대간 마루금의 갈전곡봉에서 조침령으로 이어가는 중간지점의 바람불이 삼거리 바로 밑에 위치한 연가리골 샘터에서 발원된 물줄기가 방태천과 합수되는 곳까지 이어진 계곡을 이르는 말로서 그 이름의 유래는 아침가리와 연결되어 있다해서 연가리 또는 담배농사를 많이 지어 연경리라 불리었던 지명이 변해 연가리가 되였다는 설이 있지만 어떤것이 옳든간에 순수한 우리말로 되살아 나는 지명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무명폭과 평이한 계곡의 계류가 사람의 발길을 거부한 채 원시의 모습으로 남겨져 있다 

 

등산화는 이미 배낭속에 넣은지 오래고 등산용 샌달을 신고 오르기에 바위 너덜길에선 조심스럽지만 계곡속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깊지 않은 계곡 깊이와 시원한 촉감이 산행하기에는 최상의 조건을 주고 있다.

계곡 물속과 계곡 옆 희미한 등로를 번갈아 타며 잠시 오르니 임도 앞쪽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고 멍멍이의 울음소리도 들려온다.

의아한 생각을 하며 계속 오르니 몇몇 사람들이 뼈대만 남아있는 집을 수리하며 황토집으로 개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잠시 들려 인사 나누고 다음에 들릴것을 약속한 후 다시 등로를 타고 급할 것 없는 발걸음을 옮겨 본다.

 

 

부러진 나뭇가지가 계곡을 가로막은 모습도 원시 그대로이다 

 

제법 웅장한 무명폭포와 소들이 연이어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지며 순한 물줄기를 내려 보내는 연가리골이야 말로 어릴 적 시골에서 뛰어 놀던 전형적인 시골 개울가를 연상시키며 많은 사색을 하게 만든다.

상류쪽으로 올라 갈수록 조금씩 좁아지고 줄어드는 물줄기와는 반대로 하얀 하늘이 눈앞에 펼쳐지며 곧 끝날 것 같은 계곡은 끊없이 이어지며 이곳이 얼마나 깊고 깊은 산중인지를 깨우쳐 주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폭포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으며 그 물방울이 떨어져 디카 렌즈를 때리고 있다  

 

사람 발길 닿지 않은 오지의 희미한 등로와 가끔씩 첨벙이며 연가리 계곡을 타고 물장구를 치는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가 계곡물에 처음 나와 신기한듯 새로움을 만끽하는 기분이다.

수없이 많은 사진을 남기며 진행하니 시간은 잘도 흘러 연가리샘터에 도착도 하기 전 벌써 허기가 지기 시작하고 준비한 먹거리를 이용해 계곡 옆에서 간단히 점심 식사를 즐겨 본다.

 

 

자연 그대로의 무명폭포가 연가리골을 울리고 

 

잠시 쉬는 동안에 말라가는 물기가 한기를 느끼게 만들고 다시 배낭 짊어지고 오르던 등로 따르니 잠시 후 연가리골 최상류인 연가리샘터에 도착한다.

2년전 백두대간 산행을 하면서 잠시 내려와 봤던 연가리샘터엔 비닐 움막이 만들어져 있어 비박하기에 최상의 곳이였는데 오늘은 비바람에 찟기고 햘키어 그 흔적만 지저분한 비닐 조각들과 알려주고 있다.

그래도 백두대간 산행 시 중요한 식수원이기에 흐르는 계곡물 떠 목을 축이고 100여미터 오르니 통나무 벤취가 세워진 백두대간 마루금이다.

 

 

연가리골 샘터의 작은 계류, 백두대간 산행시에는 식수 구하는 장소로 아주 중요한 곳이다 

 

하얀 안개가 다시 등로를 휘감고 신비스런 분위기를 만드는 그곳에 배낭 내려놓고 옛 생각을 하면서 많은 시간 보낸다.

다시 올라야 할 이곳이기에 눈으로 가슴으로 그 흔적을 남기려 애쓰면서...

 

 

백두대간 연가리골 샘터에서 배낭을 한번 담아 본다 

 

이제 북쪽으로 이어지는 조침령쪽 등로를 버리고 우측 갈전곡봉 이정표를 따라 산죽밭을 유유자적 거닐어 본다.

1020봉의 헬기장을 지나 968.1봉의 전망대에 도착하지만 아직도 온세상은 하얀 무채색의 세계만 남겨져 있어 그저 옆에 서 있는 산우와 세상 사는 이야기로 만족한다.

묘1기가 있는 948봉 지나 조금 더 힘을 내니 드디어 왕승골 갈림 사거리 안부에 도착한다.

 

 

백두대간 조경동과 왕승골 갈림 이정표 

 

좌측으로는 왕승골 하산길이고 우측이 조경동 하산 등로로서 우리는 이곳 조경동으로 하산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다음 백두대간 산행에서의 식수를 생각하며 조경동으로 내려오니 100여미터 아래쪽에 가르마골이 시작되는 계곡물이 흐르고 이곳에서도 시원한 계곡물 받아 목을 축여 본다.

다시 계곡의 계류와 그 옆으로 나 있는 희미한 등로를 따라 내려가니 이제 오후 4시를 넘긴 시간임에도 이곳이 얼마나 수림이 우거지고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지 주위 사위가 어두워지고 있다.

지나는 발길마다 파아란 이끼가 온 산하를 뒤덮고 그곳에 들어 와 있는 산객조차도 자연의 하나로 만들며 인간 세상과의 단절을 시키고 있는 듯 하다.

 

 

백두대간 왕승골 갈림길과 조경동을 이어주는 가르마골의 무명폭포 

 

백두대간 마루금과 아침가리골을 연결해 주는 가르마골을 타고 한시간 가량 완만한 계류를 타고 내려오니 그 옛날 화전민들이 많이 살때 만들어진 시멘트 다리가 세월이 흐르며 화전민들이 떠난 슬품을 품고 끊어지고 망가져 볼품없는 모습으로 계곡에 나뒹굴고 있다.

그곳을 지나 조경동 약수로 이어지는 임도를 만나 지루한 오늘 하루의 마지막을 채워본다.

 

 

조경동교로 가는 임도 우측에 자리잡고 있는 방동초교 조경분교로 폐교되어 지금은 산객의 쉼터가 되어 있고 

 

우측으로 저 멀리 강아지를 키우는듯한 축사 하나가 산속에 숨어 있고 그 앞으로 넓은 밭이 있으며 그 앞쪽으로 폐교가 되였지만 지금은 산객들의 휴식처로 거듭나고 있는 방동초교의 조경분교가 고즈넉한 시골 풍경을 그리며 한가롭게 서 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옆산우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곳이 폐교인줄도 모르고 그곳을 지키는 털보 아저씨도 알아보지 못한채 그저 임도를 타고 너무나 태연스럽게 그곳을 지나쳤다는 사실이다.

 

 

조경동교 옆 계곡으로 이곳에서 조경동, 즉 아침가리골 계곡 트레킹이 시작된다

 

다음에 올라 꼭 한번 그곳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만들어 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그곳을 지나 다시 한동안 지루한 임도를 타고 내려오니 폐가가 된 민가 한채가 보이고 그곳에 잠시 앉아 쉬며 준비한 간식으로 하루의 저물어 가는 햇살을 반겨 본다.

그곳을 지나 조경동교 앞에 도착해 넓은 공터에 우리들만의 보금자리 만들고 저녁 준비해 식사를 마치니 이 세상 모두가 내 품에 안기며 하늘을 맞대고 깊은 꿈나라로 여행을 떠나 본다.

 

 

우리가 하룻밤 묵었던 조경동교 옆 공터의 비박지

 

한잔술이 있고 살랑거리며 불어주는 자연의 바람이 있으며 청아하게 귓전을 맴도는 계곡물이 있으니 이보다 더 신선이 된 자 어디 있겠는가...

전날 피곤하다고 느껴 10시경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새벽 5시 30여분, 아직도 주위 사위는 여명이 밝아오려 몸부림속에 있고 아침가리골 저 상류쪽 산마루에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새벽 안개가 아름다운 춤을 추고 있다.

 

 

깊고 깊은 방태산 능선 위에 안개가 덮히며 아침 햇살을 조용히 받아 들이고 있다 

 

이름모를 산새들이 지저귀고 발 아래 청아하게 흐르는 아침가리골 계곡물이 푸르다 못해 에머랄드빛 보석으로 빛나고 있다.

급할 것 없이 밤새 활짝 피워낸 달맞이꽃 구경을 하며 디카에 담다 보니 옆 산우도 눈을 뜨고 상쾌한 아침을 폐부 깊숙히 마셔 본다.

지난 밤 남겨둔 아침밥과 찌게를 데워 식사를 끝마치고 배낭을 싸고 주위 정리를 하다 보니 시간은 잘도 흘러 아침 8시가 다 되어 간다.

 

 

너무나 맑고 깨끗한 아침가리골에 아침 햇살이 조용히 내려 앉으며 평화로운 모습으로 남아있다 

 

서서히 아침 안개가 걷히면서 밝은 태양이 한여름 무더위를 알려주듯 아침부터 이글거리고 있다.

깨끗히 주변 정리 후 아침가리 계곡물로 내려 와 새벽같이 아이들 손잡고 계곡가에 자리잡은 가족에게 부탁 해 처음이자 마지막 둘만의 단체 사진을 남겨 본다.

이제 다시 유유자적 세월을 잡아 놓은듯 계곡물에 내 육신을 담그고 50여년간 찌든 삶의 때를 벗겨 본다.

너무나 맑고 투명한 계곡물에 그저 풍덩 빠져들며 자연의 일부가 되는 이 시간이야말로 왜 내가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가리골에서 계곡트레킹의 진수를 맛보는 시간 

 

계곡물이 도도히 흐르면서 교태를 부린다는 옆산우의 말이 아니더라도 속살까지 빤히 드러내 놓고 높은곳에서 낮은곳으로 자연의 이치를 따라 수많은 오욕과 오염을 정화시키며 말없이 흐르는 아침가리골에서 맞이하는 이 아침이야말로 인생 최고의 참맛이 깃든 시간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구비 흐르며 격하게 계곡을 파놓고는 다시 언제 그랬느냐는듯 순하고 부드럽게 산자락을 휘감으며 돌아가는 푸른 에머랄드빛 계곡물에 취해 발길을 옮기기조차 힘이 든다고 생각된다.

 

 

너무나 맑고 깨끗한 아침가리골에서 마음 놓고 트레킹을 즐기는 산객 

 

깊지 않으면서도 남태평양에서 봤던 그 푸른 에머랄드빛 보다 더 파란 보석이 되어 반짝이는 아침가리골, 4가리에서도 가장 깊은 오지의 계곡으로 아침에 잠시 밭을 갈 정도의 해만 비치고 금세 져버릴 만큼 첩첩산중이라 해서 붙여진 아름답게 숨겨진 깊이만큼 한여름인 지금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시원한 피서지가 되어주는 곳이다.

이 삼복 더위에 계곡으로 들어가 조금만 걸어 내려가면 발끝에 전해오는 차릿한 추위가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바닥까지 비치는 투명한 푸른 옥빛 계류 속 자갈사이를 노니는 물고기떼와 다양한 무늬의 바위와 조약돌이 깔린 모래톱 그리고 한굽이를 돌 때마다 펼쳐지는 절경에 취하다 보니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다.

 

 

평온하던 계류가 조금씩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빛나고 

 

계곡물과 그 계곡에 취해 자연을 노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듯 옆 산우는 연신 많은 사색에 잠기는 듯 하다.

오대산 노인봉에서 소황병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의 숲속을 지나며 등로의 아름다움을 맛보았다면 이곳 아침가리골에서 계곡의 진정한 맛과 멋을 알게 되였다는 옆산우의 혼잣말속에 이제 이 산우도 조금씩 자연의 일부가 되어 가고 있음을 느껴본다.

 

 

남태평양의 에머랄드빛 쪽빛 바다가 생각났던 아침가리골 계곡물 

 

조금은 깊은 계곡물에 들어가 멱도 감고 물장구도 친 후 다시 조용히 명상에 잠겨 제멋대로 자라고 있는 활엽수 사이에 고고하게 자라고 있는 소나무 몇그루에 인생을 논해 본다.

그렇게 영원히 멈출것 같던 시간도 잘도 흘러 이제 다시 속세로 들어가야 하는 시간, 하류로 내려오며 방태천이 가까워지자 조금씩 사람들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하고 그들과 함께 인간 세상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지나니 다시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자연을 이기려는 인간의 욕망이 널려있다.

 

 

하류로 내려오며 격정적인 계류의 모습이 환상이고 

 

그 와중에도 같은 산악회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산우를 만나 가족 여행 온 이야기를 나누니 세상이 참으로 넓으면서도 좁다는 사실을 실감해 본다.

아이들과 함께 구명조끼를 입고 그 푸른 계곡물에 몸을 담고 있는 저 산우님이야말로 바로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한 사람중 하나는 아닐까 부러워 해 본다.

 

 

연가리골과 아침가리골 그리고명가리골의 계류를 모두 모아 내려오는 방태천 원경 

 

다시 헤어지는 인사 나눈 후 불같이 뜨거운 418번 지방도로에서 배낭 정리하고 지나가는 트럭을 히치하여 어렵게 연가리골 입구에 도착하니 길고도 멀었던 이틀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가슴에 그 훈장만 남기고 있다.

다시 연가리골 들머리로 들어가 아직 남아있던 인간의 오욕을 모두 벗어 던지고 평범한 세상으로 뒤돌아 나와 송어회 한점으로 허기 달래니 오늘이 아닌 내일에 대한 기대를 더욱 부풀리고 있다.

다음에 다시 멋진 추억 한장 남기려 찾게 되면 오늘보다 더 느림의 미학을 찾아 헤매고 싶어진다.

 

 

트레킹 완료 후 연가리골로 들어가 마지막 샤워를 했던 곳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눈빛과 행동만으로도 교감할 수 있는 산친구와 함께 때묻지 않은 오지의 자연속에 묻혀 지냈던 이틀간 힐링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뜨거워진 도로를 따라 인간세상으로 나오니 가슴이 답답해지고 정화되었던 눈에 오염된 공기가 들어오며 머리까지 지근거리지만 이곳이 지금까지 살아 왔고 또 앞으로도 오랜시간 살아가야 할 공간이기에 지나 온 이틀간의 꿈같았던 시간을 떠 올리며 참아 본다.

 

다음에 더 좋은 시간을 기대하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