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강원도 평창과 홍천에 걸쳐 있는 계방산
산행일자 : 2009년 3월 15일 (일요일)
산행날씨 : 오전까지 춥고 강한 바람이였으나 오후부터 봄같은 따스한 날씨
산행온도 : 영하 5도에서 영상 12도
산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산행코스 : 31번 지방도로 상 운두령-1160봉-휴식쉼터-1492봉-헬기장-주목 군락지-계방산(1577.4봉)-삼거리-1275.7봉-산장민박-31번 지방도로-산행종료
산행거리 : 약 10 Km
산행시간 : 4시간 40분 (6시 50분부터 11시 30분까지)
교통편 : 애마 이용
올겨울 마지막 심설 산행지인 계방산에서의 하루
무척 바쁘고 힘들었던 일주일, 중국 출장으로 심신이 피곤하였지만 주저 앉아 있을 수 없는 현실에 다시 두주먹 불끈 쥐고 일상에 복귀한다.
산악회에서의 큰 행사인 09년 시산제를 어제 용마산에서 많은 산우님들과 무사히 마치고 새벽같이 일어나 강원도 평창의 계방산으로 달려간다.
가능하면 계방산에서 오대산까지 이어진 장쾌한 능선을 타고 종주 산행을 꿈꾸며...
원래 계획은 광양으로 내려가 백운산 산행 후 매화와 산수유 꽃 구경을 한 다음 올라오는 계획이였지만 엊그제 강원도에 내린 폭설이 갈대같은 마음을 계방산 자락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지기를 꼬드겨 함께 가려했지만 새벽 3시에 일어나 산행지로 달려간 후 아침부터 오른다는 것이 미치지 않고서는 해내기 쉽지 않은 일이기에 오늘도 홀로가는 외로운 길이 되고 말았다.
새벽 4시 30분, 집을 출발해 평찬 휴게소에서 우동 한그릇 먹고 여유있게 달렸어도 2시간 남짓 걸린 시간인 새벽 6시 40여분 운두령에 도착한다.
1089미터 고도의 운두령은 차로 오르기도 벅찬 꼬부랑 고갯길이다.
운두령 마을까지는 보이지 않던 눈이 운두령이 가까워질수록 도로 옆 갓길엔 쌓인 눈의 높이가 높아만 가고 바람 역시 강하게 불며 막바지 겨울 추위가 앙탈을 부리고 있다.
여명이 밝아 오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어둠이 사라지지 않아 주위는 좀 어둡다.
넓은 주차장에 홀로 도착해 주차 시킨 후 나무 데크에 올라 올라야 할 계방산 자락과 31번 지방도로를 타고 막 올라온 운두령 마을쪽 전경을 담아 본다.
주위 풍경을 디카에담은 후 31번 지방도로를 건너 계방산 등산 안내도가 서 있는 나무 계단 쪽으로 이동하니 경방기간이라 출입금지 플랭카드가 나부끼고 나이론 끈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 한겨울 심설에 무슨 산불이 난다고 이렇게 출입금지를 시키고 있을까 안타까웠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감시요원은 보이지 않는다.
집을 출발하며 혹시나 입산금지가 되면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했던 일이 사라지고 있지만 어짜피 범법을 저지르는 것은 매일반인 것을...
하지만 산행 후 되돌아 와 나눈 감시요원들과의 대화에서 약간은 위안을 삼아 본다.
나무계단을 타고 잠시 오르니 우측 절개지 바로 위로 전망 좋은 장소가 나타나고 우측 저 앞쪽으로 붉게 물들어 오는 산하와 운두마을쪽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며 아름답게 밝은 세상을 맞이하고 있다.
잠시 올라온 운두령을 바라보니 간이매점들과 보래봉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 능선이 이른 아침 고요한 침묵속에 잠들어 있다.
조만간 다시 타고 올라야 할 한강기맥이기에 두눈이 아프도록 그 장쾌한 능선을 담아 본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등로를 타고 게방산 능선으로 접어드니 엊그제 내린 눈이 발목까지 빠지고 몇명의 등산객들만이 지나간 흔적을 발자국으로 남겨 놓았다.
완만한 등로를 타고 직진하니 새벽 잠에서 깨어난 산새들이 아름다운 아침 노래를 불러주고 있다.
하지만 능선을 타고 불어오는 새벽 찬공기가 이곳 강원도 심신 산골에는 아직 봄이 멀었다는 듯 사정없이 얼굴을 때리고 있다.
남녘에서 들려오는 꽃소식을 접한 필자이기에 좁은 나라에서 느껴지는 넓이는 바다보다 넓어 보인다.
10여분 오르니 저 멀리 계방산 자락을 타고 올라오는 일출이 잡목 사이로 빛나고 있다.
실로 오랫만에 보는 새벽 일출에 넋을 잃고 감상한 후 다시 차가워진 몸뚱아리 이끌고 땀방울을 재촉해 본다.
고도가 조금씩 높아짐에 따라 발끝에 전해오는 눈의 양도 몰라보게 높아만 가고 있다.
벌써 3월 중순인데도 이렇게 많이 쌓여있는 눈속을 걸으며 산행을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하는 시간이다.
그저 갈색의 잡목 사이로 하얀 설원이 널려있고 그 하얀 설원 한가운데에 발자국 몇개만이 필자의 친구가 되어 새벽의 고요함을 달래주고 있다.
잠시 옆으로 발자국을 잘못 내딛는 순간 발목 위로 덮쳐오는 모래같은 눈들이 사정없이 등산화 속으로 밀려 들어오고 금새 한기를 느끼며 외길의 등로만을 진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6시 50여분에 시작한 산행이 25분여 지나 운두령에서 1 Km 올랐다는 이정표를 만나고 다시 기록을 위한 사진 한장 남기고 평이한 등로를 따라 홀로 오르는 산행을 이어간다.
이제부터 특별한 볼거리가 없기에 좀 빠르게 올라 본다.
금새 산죽밭이 나타나고 1.7 Km 올랐다는 이정표를 지난다.
이제 완전히 날이 밝아 등로 위에도 붉은 아침 햇살이 잡목을 헤치고 들어오며 오묘한 빛깔로 유혹하고 있다.
등줄기에 땀방울이 맺힐쯤 작은 바위가 있는 산죽밭에 도착해 이마의 땀방우르닦아 본다.
그곳을 지나 오르니 운두령까지 2.0 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서 있는 공터에 안착한다.
이제부터 약간은 고도를 높이지만 힘들지 않게 진행하니 큰나무 한그루가 좌측 가장자리에 자리잡고 있는 두번째 공터에 도착하고 이곳에서부터 선답자들의 발자국이 자꾸만 좌측 내리막 등로를 따라 나 있다.
처음에는 그곳에 보이는 눈꽃을 찍기 위해 일부러 그쪽으로 진행했다 생각했지만 그 발자국은 자꾸만 능선이 아닌 내리막 계곡쪽으로 나 있어 다시 뒤돌아 올라와 보니 이곳부터는 신천지의 세상이다.
아마 선답자들도 눈이 많이 쌓여 정상으로 오르지 못하고 이곳에서 서쪽 홍천의 내면쪽 마을로 하산한듯 하다.
갑자기 겁도 나고 또 계방산 정상으로 오를수록 얼마나 많은 눈들이 쌓여있을까 걱정도 되기 시작한다.
홀로 깊은 눈속을 러쎌하며 진행한다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시간을 요할 수 있기에 잠시 고민해 본다.
이곳에서 스패츠를 착용하고 용기를 내 올라보며 생각해 본다.
혹시 오르다 도저히 오를 수 없다면 왔던 등로를 타고 다시 뒤돌아 내려가는 것으로 결론을 내니 마음의 평온이 찾아지고 다시 아무도 지나지 않은 등로를 타고 계속 산행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온도가 낮아 뭉쳐지지 않는 설탕을 뿌려 놓은 듯 눈을 밟을 때마다 표면은 부서지고 속으로는 뽀드득 소리를 내며 흩어지는 느낌이 참으로 좋다.
눈은 많이 쌓여 있지만 눈이 내린 후 이틀이 지났고 또 바람이 강해 나뭇가지에는 그 흔적조차 없어진 등로에서 오랫만에 수줍게 눈꽃을 피우고 있는 잡목을 발견하곤 몇장의 사진으로 담아 본다.
언제 어느때 봐도 아름답고 탐스런 설화이다.
다시 가파라지는 등로를 타고 한동안 오르니 갑자기 시야가 트이며 북서쪽으로 홍천의 산군들과 저 멀리 삼봉산이 봉우리에 하얀 눈들을 뒤집어 쓰고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이 들어온다.
약간의 박무가 있지만 생각보다 멀리 보이는 시야로 홀로 탄성을 질러 본다.
운두령에서 꼬부랑 길을 타고 연결된 31번 지방도로도 어렴풋이 보이고 그곳으로 연결된 나즈막한 능선들이 다시 저 멀리 멀어지며 높게 들어 올려지고 있다.
아름답게 펼쳐진 겨울 산하에 마음을 빼앗겨 한동안 조망을 감상하다 보니 등로 옆 작은 잡목에 얹힌 눈송이들이 나도 찍어 달라 손을 내밀고 있다.
앙증맞은 모습에 주위를 둘러 보며 몇장의 사진으로 남겨 본다.
아마도 올해 보는 마지막 눈꽃이기에 가슴에 느껴지는 복잡한 감정의 변화는 더욱 심한 듯 하다.
조금 더 오르니 잡목 사이로 저 멀리 올라온 운두령 넘어 보래봉과 회령봉 그리고 흥정산 남쪽으로 태기산까지 연결된 능선이 여인의 몸매를 드러내듯 부드럽게 자리하고 있다.
저 멀리 운무산과 어답산 그리고 그 위로 발교산 및 공작산까지 가물거리는 박무속에 한들 거린다.
생각보다 너무나 환상의 능선과 멀리 보이는 시야로 인해 큰 선물을 선사받은 기분으로 이 시간 즐겨본다.
멋진 조망을 감상 한 후 다시 오르니 발목을 넘어 무릎까지 빠지는 눈이 산행 시간을 늘리고 있다.
등산로와 운두골 갈림 이정표를 지나니 등로 양쪽으로 나 있는 잡목 넘어 넓은 공터가 나타나고 그 넓은 공터를 어렵게 지나 표석이 있는 곳으로 오른다.
좀더 가깝고 뚜렷히 보이는 주위 풍경이 마치 한폭의 산수화를 그린 듯 아름다운 모습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새하얀 눈밭에 홀로 올라온 발자국을 찍으며 묘한 흥분을 느끼기도 한 시간이다.
이제 1492봉이 눈앞이다.
정상에는 강한 바람으로 많은 눈이 쓸려가 없지만 그 눈들이 주위 등로를 메워 눈의 깊이는 이제 무릎까지 빠지고 있다.
간신히 스틱과 주위 잡목을 의지해 하얀 눈밭을 기어 오르니 강한 바람이 눈보라를 일으키는 1492봉 정상이다.
우측으로 꺽어 올라야 할 계방산 진행 방향으로 하얀 설원이 펼쳐져 있고 티끌 하나 묻어 있지 않은 그 풍경을 담은 후 좌측 1492봉 최고 봉우리에 올라 다시 한번 주위 조망을 즐겨 본다.
동쪽으로 올라야 할 계방산이 우뚝 솟아 있고 그 정상에는 뾰족한 돌탐이 모진 한겨울 한파와 강풍을 이겨내고 당당히 서 있다.
그 좌측으로 오대산으로 연결된 한강기맥이 장쾌한 능선을 만들며 서 있고 어서 올라와라 유혹하고 있다.
1492봉에서 바라 본 게방산과 그 좌측으로 연결된 한강기맥 능선이 당당함을 잃지 않고 하얀 눈을 덮은 채 마지막 겨울을 지나고 있다.
그 산자락에는 아직 푸른 빛을 유지하며 황량한 겨울산에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주목 군락이 잡목을 헤치고 올라와 있다.
생각지도 못한 3월 중순에 맛보는 심설 산행에 러셀로 인한 고통은 있지만 그 고통보다 더 달콤한 산행의 묘미를 주고 있는 것이다.
계방산에서 오대산으로 연결된 등로와 마루금에도 온통 새하얀 눈이 내려 속살을 보이고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능선미를 자랑이라도 하듯 한껏 부풀리고 있다.
원래 계획대로 저 능선을 타고 오대산 자락으로 들어 갈 수 있다면 최고의 선물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아쉬움만 커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떠나지 못하고 이어진 멋진 연봉을 바라보며 희열과 아쉬움을 교차시키는 시간, 경방 기간이 끝나면 제일 먼저 달려 와 올라 보리라 마음 먹어 본다.
아마도 그 느낌이 좋다면 곧바로 한강기맥을 시작하는 빌미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안타까운 마음을 간직하곤 못배기는 성미이기에 능선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해 둔다.
다시 북서쪽으로 눈을 돌리니 홍천 내면의 마을과 나즈막한 연봉들이 발아래 펼쳐져 있고 그 골짜기 마다 조그마한 마을들이 형성되어 있다.
저 멀리 얕으막한 산자락엔 무슨일이 있었는지 벌거숭이 능선에 하얀 눈만이 가득 남아 또 다른 세상으로 보여지고 있다.
제발 개발이란 미명으로 잘려 나가는 산자락이아니길 바라면서...
올라온 능선은 잡목들과 울퉁불퉁 튀어 나온 봉우리들로 보이질 않아 조금은 답답하지만 올라야 할 계방산 정상부 능선이 아름답게 빛나기에 그곳으로 향한다.
저 아래에서 봤을 땐 그리도 높아 보이고 가파르게 보이던 게방산 정상부도 이곳에서 보니 생각보다 어렵지않게 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조심스럽게 정상부를 내려와 이정표를 담은 후 공터를 타고 내려가 본다.
내려가며 아쉬워 뒤돌아 보고 1492봉 정상부와 이정표를 한장의 사진으로 찍어 본다.
다시 오대산까지 종주를 하면서 들렸을 때의 감흥을 생각하며 많이 지체된 시간을 감안해 다시 잡목속으로 몸을 숨긴다.
더욱 깊어지는 눈이 발목을 잡고 늘어지지만 등로 좌측으로 눈을 이고 있는 주목 군락지가 힘을 주고 있다.
계방산 정상으로 가는 등로에서 우측을 바라보니 잡목이 사라진 능선에서 방금 전 오르기 시작한 운두령에서 저 멀리 서쪽으로 이어진 한강기맥의 부드러운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자연이 주는 경외로움을 나 홀로 느끼는 것이 아쉬워 무한정 사진으로 담아 본다.
또 한해가 지나야만 만날 수 있는 설경이기에 더욱 가슴에 남아 있는 순간이다
우측 1492봉 오르는 능선 사이로 깊은 골짜기가 만들어져 있고 그 끝자락에 31번 지방도로가 꼬부랑 길위에 하얀 눈을 담고 사자락을 가로질러 홍천으로 이어져 있다.
그 위로 펼쳐진 아름다운 겨울 설경을 담은 능선이 참으로 아름답다.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인지
조금 더 올라 좌측 북사면에 멋진 주목들이 많이 자라고 있지만 사진으로 담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진행하다 우측으로 솟아 있는 두그루의 주목 사이에 펼쳐진 설경이 아름다운 예술 작품 하나를 만난다.
어느 누가 이런 멋진 모습을 그리며 표현할 수 있을까...
그저 자연이 주는 고귀한 선물에 감탄을 넘어 경외로움을 느껴본다.
잡목들의 키가 현저히 작아지는 능선 위에 고귀한 연리목 하나가 눈길을 잡는다.
완벽한 연리목은 아니지만 두 나무가 비바람에 부딪끼며 한몸이 되였다 다시 하늘을 향해 떨어진 연리목, 이 또한 자연의 멋진 선물인 것이다.
눈이 녹고 푸린 잎이 자란 후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오르다 문득 뒤돌아 보니 1492봉 정상의 헬기장엔 하얀 눈이 소복히 내려 앉아 있고 타원형을 그리며 이어진 올라온 능선이 그 정상 양쪽으로 날개를 펼쳐 보이고 있다.
잎이 진 잡목들만이 존재하기에 시원하게 조망되는 전망 또한 일품이다.
아마 이런 기분과 감정 때문에 다시 산행을 즐기는 것이리라
허리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치며 마지막 계방산 정상부로 오르니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강풍이 불어오며 제대로 몸을 가누기조차 힘이 든다.
그때 우측 1276봉쪽 능선에서 세명의 등산객들이 올라오고 서로 확인하며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서 버린다.
반가우면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기에 서로가 놀랐다며 반갑게 인사하고 잠시 같은 산우가 되어 본다.
돌탑 뒤로 몸을 숨기고 잠시 숨고르기를 한 다음 흔들리는 몸을 간신히 지탱하며 정상석과 돌탑에서 흔적 한장씩 남기고 담소 나눈 후 세분의 등산객은 필자와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 버린다.
잠시 기다린 후 북쪽부터 주위 조망을 시도해 본다.
삼봉산 넘어 방태산의 광활한 능선이 가물거리고 그 넘어 희미하게 설악까지 보인다.
끝없이 펼쳐진 연봉에 강한 바람도 이겨내며 홀로 탄성을 질러 본다.
우측으로 돌아가며 북동쪽으로는 오대산 비로봉을 시작으로 두로봉과 동대산 그리고 노인봉과 황병산이 지난날 올랐던 백두대간 산행을 상기 시키며 뜻깊은 시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
정동쪽으로는 진고개 넘어 대관령이 보이는 듯 하다.
하지만 가스로 인해 그곳까지는 보이질 않고 계방산 자락에서 뻗어 나간 연봉들이 하얀 눈에 덮혀 환상의 능선을 만들고 있다.
그저 바라만 봐도 배부르고 부자가 된 기분이다.
다시 자리 바꿔가며 서쪽을 바라보니 방금 전 올랐던 1492봉과 등로 그리고 운두령쪽으로 내려 뻗은 마루금이 어떻게 저기를 올랐는지 모르게 펼쳐져 있다.
가슴으로 느끼는 이 감정 이 기분이 올해 마지막으로 만난 심설산행에서의 내 자신임을 즐겨본다.
남서쪽으로는 방금 전 오른 운두령까지 이어진 능선과 그 넘어 한강기맥으로 달려가는 마루금이 참으로 장관이다.
어찌 이리도 아름다운 산하와 능선을 만들어 놓을 수 있는지 경탄뿐이다.
낙엽 진 잡목 사이로 희끗하게 보이는 하얀 눈 그리고 그 끝을 모르게 이어진 연봉들, 행운을 잡고 그 좋은 기분 참기 힘든 표정으로 표정 관리해 보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지금이기에 마음껏 즐기고 느껴 본다.
일망무제로 펼쳐진 정상에서의 조망을 즐긴 후 이제 운두령 마을로 하산을 시작해 본다.
마침 세명의 등산객들이 이미 러쎌을 했기에 내려가는 능선이 생각보단 편안하다.
미끄러지는 등로를 타고 장난도 쳐보고 미끄럼도 타면서 내려가다 아쉬워 다시 한번 계방산 정상부를 담아 본다.
황량하게 불어대는 바람으로 기묘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눈의 형태가 가슴 깊이 박힌다.
많은 주목들이 자생하고 있는 등로를 따라 내려가며 날머리쪽을 담아 본다.
가깝게 보이면서도 두시간은 족히 내려가야 닿을 수 있는 운두령 마을 날머리, 작은 봉우리가 끝도 없이 오르락 내리락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도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하산을 시작하니 금새 하얀 눈꽃송이들이 반기며 다음을 기약한다.
조금씩 낮아지는 눈의 높이를 실감하며 내려가다 뒤돌아 보니 잡목 사이로 우뚝 솟아 있는 계방산 정상부가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다.
아직 돌탑이 선명한 자태에 그 아쉬움이 커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잡목들로 조망도 가려지고 평이한 등로를 타고 한동안 진행하니 등로 좌측으로 하얀 눈꽃송이를 피우고 있는 주목 나무가 환상이다.
하루 이틀 지나면 없어질 풍경이기에 오랫동안 가슴에 담으며 내년을 또 약속해 본다.
이 눈꽃송이들이 녹은 후 푸른 강산에서 만나는 모습은 오늘 이 모습과는 많은 차이를 보일 것이다.
이제 눈속에 장난치는 것도 싫증나고 지루한 내리막 하산길이 계속 될쯤 거대한 눈꽃송이를 발견하곤 어린 아이가 되어 본다.
솜사탕 보다도 달콤하고 목화 솜보다 포근하게 다가오는 눈꽃송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잡목까지도 이 순간만큼은 이 세상 최고의 화려함으로 되살아 나고 있다.
한동안 평이한 등로를 타고 내려오니 좌측으로 쭉쭉 빵빵 뻗어 있는 주목나무 군락지가 나타나고 그곳에 들어가 잠시 쉬어 본다.
살아천년 죽어천년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게 너무나 젊고 씽씽함에 피씩 웃어 본다.
고목이 되어서야 제대로 된 대접을 받으며 지내온 세월의 장구함을 알아주는 인간의 속좁은 마음을 알수나 있으려나...
작은 삼거리를 지나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드디어 1275.7봉인 삼거리에 도착한다.
좌측으로는 윗삼거리 및 이승복생가쪽으로 하산하는 등로이고 우측으로는 산장민박쪽 하산로이다.
산행지도를 꺼내 살펴보니 이제 산행 날머리도 얼마 남아있지 않은 거리이다.
잠시 쉰 후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우측 능선을 타고 하산을 다시 시작해 본다.
평이한 능선을 타고 한동안 내려가니 작은 봉우리 몇개가 나타나고 계속 진행하니 다시 산죽밭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몇몇 발자국이 있는 등로와는 달리 산죽밭에는 산뜻한 하얀 눈만이 소복히 내려 앉아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그 산죽밭이 끝나며 이제부터는 아름드리 금강송이 등로를 대신하고 그 등로를 따라 산행을 이어가니 발가벗겨진 소나무 군락지가 나타난다.
그 소나무 군락지를 타고 한동안 이어진 뾰족 능선길 진행하니 어느덧 산행 날머리에 도착한다.
드디어 31번 지방도로에 도착해 배낭 정리하고 잠시 기다리며 지나가는 차량에게 도움을 청하니 횡성에서 왔다는 가족이 코란도에 탑승을 해 줘 편안하게 운두령으로 복귀한다.
운두령에 다시 도착해 산불감시요원들과 몇마디 나누면서 등산 자체를 즐기는 사람보다 버섯과 산나물 그리고 약초를 캐가는 사람들을 주로 잡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일편 이해도 하게 되였다.
어찌보면 자기 산도 아닌 남의 산에 올라 물건을 훔쳐가는 절도범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그분들을 질책하던 산불감시요원의 눈빛을 바라보며 조만간 우리나라도 선진국 못지 않은 좋은 나라가 될 것이란 확신을 얻어 온다.
돌아오는 길에 이승복 기념관에 잠시 들려 아픈 역사를 뒤돌아 보는 계기를 가져본 것 또한 좋은 추억으로 남겨 본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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