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전남 구례군과 전북 남원시에 걸쳐 있는 지리산 서부 마루금 일대
산행일자 : 2009년 5월 22일과 23일 (무박 2일 산행)
산행날씨 : 아침에 흐리고 가랑비 내렸으나 점심때부터 구름 많은 날씨
산행온도 : 영상 9도에서 영상 18도
산행인원 : 3450온누리산악회 53명 (40인승 버스와 25인승 버스)
산행거리 : 약 20.6 Km
산행시간 : 약 8시간 20분 (04시 40분부터 13시까지)
산행코스 : 성삼재-고리봉-묘봉치-만복대-다름재 갈림길-정령치-큰고리봉(세걸산과 바래봉 갈림길)-고기리-덕치리-노치샘-수정봉-입망치-주지사 갈림길-여원재
산행시간
04: 40 성삼재 (산행 들머리) - 이정표 옆 철조망에 나 있는 철문을 통해 산행 시작
04:46 헬기장 및 딩동마을 하산 이정표 (길주의)-좌측 관산리 딩동마을 하산길 버리고 직진이 대간길
05:07 고리봉(1248봉) 우회
05:12 헬기장
05:58 묘봉치 (헬기장 있음)
06:06 헬기장
06:20 이정표-성삼재 4Km, 만복대 2Km
06:39 이정표-성삼재 5 Km, 만복대 0.3 Km
06:49 만복대(1433.4봉, 길주의)-우측 도계쉼터쪽 등로 버리고 좌측 등로가 대간길
07:07 정령치 갈림길 (길주의)-좌측 다름재 등로 버리고 우측 마루금이 대간길
07:25 이정표-정령치 1Km, 만복대 1Km
07:44 산불감시초소
07:48 정령치 (737 지방도로)-정령치 휴게소 있음 (약 35분간 아침식사)
08:32 좌측 전망바위
08:48 큰고리봉(고리봉-1304.5봉, 길주의)-우측 세걸산 및 바래봉 가는 등로 버리고 좌측 마루금이 대간길
09:03 바위 암릉 구간
09:19 이정표-고리봉 1Km, 고기삼거리 2Km
09:18 우측에 낙엽송 군락지
09:25 우측에 철조망 지대
09:36 이정표 (고기삼거리 1.5 Km, 고리봉 1.5 Km)
09:45 철조망 갈림길
10:15 고기리(60번 지방도로)-정면에 고촌 정령치 모텔 건물 있음
10:46 덕치 버스 정류장 (길주의)-우측으로 꺽이는 60번 지방도로 버리고 좌측 덕치보건소쪽이 대간길
10:57 마을회관
11:01 노치샘 (산행팁)-식수 구할 수 있는 샘 존재
11:04 멋진 노송 몇 그루 서 있으며 그 뒤로 묘 존재
11:25 움막 (길주의)-좌측 호경리 등로 버리고 마루금은 우측이 대간길
11:40 좌측에 전망 암봉
11:54 수정봉(804.7봉 및 삼각점)
12:11 입망치
12:17 나무 계단
12:27 700봉
12:30 좌측에 전망대
12:46 임도만남
12:49 주지사 (주지암 갈림 이정표)
13:04 운송대장군 이정석
13:05 여원재 (24번 지방도로)-산행 날머리
긴 여운을 남긴 지리산과 이별을 하며 얻은 것들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하고 얄밉기만 하다.
전날 줄기차게 내리는 빗물을 바라보며 언듯 우중 산행이 마음에들지 않는다.
지난 1기 백두대간 산행시에는 비가 내려도 눈보라가 흩날려도 가야되는 길인줄 알고 떠났던 똑같은 그 길을 한바퀴 돌았다는 안도감인지 아니면 성취감인진 몰라도 자꾸만 나약해져 가는 자신의 마음을 깨닫곤 소스라치게 놀라한다.
바로 이런 마음을 다스리려 다시 떠나는 산행이기에 이번에는 좀 더 많은 자연의 깨우침을 배워오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구례 산동쪽 지리산 온천마을을 밝힌 불빛이 밤을 새워 달려온 산객의 마음을 흔들고
회색 도시를 벗어난 버스가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도로를 타고 어머니품 같은 지리산으로 향한다.
가느다란 빗줄기는 계속 차창을 두드리고 그 빗줄기를 자장가 삼아 잠시 세상과 등진채 깊은 잠에 빠져든다.
고속도로 마지막 휴게소인 함양 휴게소에서 지기가 준비한 맛난 전복죽으로 넘어가지 않는 새벽 참을 해결하고 성삼재에도착하니 벌써 많은 등산객들이 지리산 종주를 위해 진을 치고 있다.
성삼재 주차장이라도 열어주면 좋았을 것을...
성삼재 휴게소에서 861번 지방도로 건너 철조망으로 나 있는 산행 들머리에 서 있던 산행 이정표
861번 지방도로에 차를 대고 내리니 저 멀리 구례쪽 산동 마을의 불빛이 잠시 산객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2년전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속 성삼재에서 산행 들머리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던 기억에 먼저 산행 들머리 찾아 나서니 옛 고통은 모두 사라지고 푸른 수풀에 활짝 열려있는 산행 들머리와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달콤한 잠과 바꾼 신선한 공기와 살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자연의 힘을 느끼며 또 하루의 긴 행보를 시작한다.
딩동마을 갈림길과 두개의 헬기장 지나 고리봉 가는 길에 바라 본 심원쪽 계곡과 그 계곡을 이루는 마루금이 끝없이 펼쳐지며 새벽에 왜 이곳에 오르는지를 알려주고
아직도 어둠이 온 세상을 지배하고 그 어둠을 뚫고 백두대간 종주란 대명제를 가슴에 품고 오르는 산객들의 거친 숨소리만이 여명이 밝아오는 동녘 하늘에 메아리 치고 있다.
금새 딩동마을 하산 갈림 이정표를 지나 자연미가 물씬 풍기는 지리산 자락에 좁게 나 있는 등로를 따라 진행하니 언듯 저 멀리 우측의 심원 계곡과 그 계곡을 둘러싼 능선이 끝도 없이 펼쳐지며 하늘과 맞닿아 선경을 이루고 있다.
여명이 밝아오는 이 시간, 이곳에 올라 본 자만이 누리는 특권이자 땀방울 쥐어짜며 오른 고통에 대한 선물이리라
안개빗속에 올라야 할 고리봉과 묘봉치 지나 저 멀리 만복대가 어머니 품이 되어 반기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이름없는 들풀이 등로를 메우고 듬성듬성 자라고 있는 잡목들이 드높은 하늘을 숨기듯 제멋대로 자라고 있는 듯 하면서도 자세히 살펴보면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지키며 거대한 산군을 이루고 있는 모습에 반해 다시 백두대간 산행이란 고통에 동참했는지도 모를일이다.
한두방울 떨어지는 이슬비가 아침을 깨우는 자연을 조금 더 음미하며 걸어보라 발길을 붙잡는다.
반야봉에서 노고단으로 이어져 내려온 장쾌한 대간 마루금이 서서히 멀어지는 산객에 작별인사를 건네고
작은 고리봉으로 이어진 등로와 그 봉우리를 우측으로 우회하는 뚜렷한 등로가 산객을 유혹하고 있지만 아직은 어둠속에 보이는 것이 없기에 그냥 우회등로를 타고 산죽이 가슴을 스치는 기분 좋은 등로를 따라 산행을 즐겨본다.
그러다 문득 뒤돌아 보면 그렇게도 높게만 보였던 반야봉의 젖가슴은 사라지고 그저 우람한 봉우리만이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보내며 산객과 헤어지는 아쉬움을 그 긴 능선에 토해내고 있다.
작은 고리봉을 우측으로 우회하여 묘봉치를 넘으니 좌측으로 구례 산동의 위안리 마을이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잠시 넓은 헬기장으로 이루워진 묘봉치에서 옷가지 정리하며 흐르는 땀방울 닦은 후 다시 완만한 등로를 따라 진행하니 제법 굵은 빗방울이 푸른 나뭇잎에 떨어지며 그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준비한 비옷과 스패츠로 무장하고 완만한 등로를 따라 오르니 좌측 저 멀리 구례쪽 마을이 조용히 아침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내가 태어나 자란 정겨운 시골 풍경에 잠시 어린 추억 뒤살리며 과거로의 여행에 시간을 할해해 본다.
만복대 오름길에 뒤돌아 본 장쾌한 대간 마루금, 고리봉에서 성삼재 그리고 노고단과 반야봉이 뚜렷히 반추되고
낮게 드리워진 짙은 구름으로 일출도 지나고 시야도 제한을 받고 있지만 그대신 뜨거운 태양빛을 막으며 이런 흐린날씨가 아니면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자연의 선물을 가슴에 안긴다.
온통 푸르름으로 채색된 광활한 자연 그리고 끝없이 이어진 장쾌한 마루금이 눈에 들어 와 머리를 타고 가슴에 안긴다.
가끔 읽어 보는 산악시인들의 표현력에 감탄하고 감사하는 시간을 만드는 순간이다.
이제 이 시간이 지나면 언제 다시 너를 만나 오늘을 추억할 수 있을련지...
완만한 능선을 타고 만복대로 오르는 산우님들의 뒷태와 안전로프 그리고 철쭉이 어우러져 환상을 노래하고
드넓은 세상을 숨겼던 산하가 어느덧 하늘이 열리면서 다양한 우리들 삶의 모습을 보여주듯 이곳 자연의 천상만화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자연을 지키려는 안전 로프가 가슴을 아프게 만들고 있지만 이렇게 눈에라도 넣어 그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음에 고개를 떨구는 등로, 고산지대임을 알리듯 이제사 꽃망울을 터트린 철쭉과 키 작은 관목들이 별천지 세상으로 종주대를 이끌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만복대 정상에 오르니 돌탑은 온데간데 없고 새로 세워진 정상석만이 세찬 바람을 맞으며 그 정상을 지키고
벌써 만복대 정상에 올라 포효하는 산우님들과 이제사 힘겹게 그 정상을 향해 오르는 산우님들 모두가 이 마루금이란 등로를 타고 하나되는 순간, 거칠것 없이 펼쳐진 대 자연의 장쾌함과 거짓없는 순수함에 종주대의 가슴에 차고 넘치는 욕심을 조금은 내려본다.
가을 억새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복스러운 산으로 사람들이 복을 누리며 살 수 있다는 뜻과 같이 이곳 만복대에 오른 모든 산우님들은 복된 삶을 살아가는 산우님들이길 바래 본다.
저 멀리 노고단과 반야봉에서 동쪽 끝자락의 천왕봉으로 이어진 지리 주능선이 백두대간 산행을 시작한 산객들의 가슴에 부푼 꿈을 안겨주는 곳이기도 하겠지.
만복대에서 바라본 큰고리봉과 저 멀리 우측으로 뻗어 나간 세걸산 및 바래봉 능선이 하늘과 맞닿아 있고
잠시 배낭 벗어 놓고 바라본 큰고리봉과 저 멀리 세걸산 그리고 바래봉이 춤을 추는 안개속에 묻혀 그리움만 더하고 있다.
아마도 오늘 오르지 못하는 등로이기에 그 그리움이 더욱 커져만 가는지도 모르겟지만...
부드러운 능선이 마치 젊은 여인의 몸매를 닮아 유혹하듯 빗속에 더욱 간절한 몸짓을 보내고 있는 듯 하다.
산불감시 초소를 지나 737번 지방도로에 세워진 정령치 휴게소로 내려가지만 찾는이가 없어 스산하기까지 하고 우리들만의 식탁을 차려 아침식사를 즐기고
그 부드러운 능선에서 급할 것 없이 정확하게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니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벌써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정령치에 도착한다.
산죽밭을 걸으며 귓전에 담았던 사각거리는 마찰음이 이곳 황량한 정령치 휴게소까지 들리는 듯 하다.
남원 주천면 고기리에서 산내면 달궁 부락으로 넘어가는 지리산 고개중 하나로 그 옛날 마한의 별궁을 지키던 중요한 곳이였던 이곳에서 가랑비를 맞으며 아침 허기를 달래본다.
이곳에 대한 전설 하나를 남원에 있는 산꾼의 글로 정리해 본다.
마한의 별궁을 방어하기 위해 정령치에 성을 쌓고 정씨 성을 가진 장군과 황령치에는 황씨 성을 가진 두 장군이 각각 지키고 있었는데 정 장군이 지키던 이 정령치에 마을을 만들고자 그의 신통력있는 손바닥으로 고갯 마루를 쳐서 주위의 높은 산들을 뒤로 물러나게 하였다.
이리하여 산들이 조금씩 뒤로 물러나 앉기 시작하는데 운봉에 사는 어느 아낙이 저녁을 짓고 있는데 천지를 올리는 천둥소리와 함께 지축이 흔들리므로 괴이하게 여겨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니 정령치쪽 높은 산들이 탕탕 내리치는 소리에 맞추어 빙빙 돌면서 조금씩 움직이므로 무심결에 어메 산이 가네이! 하고 외치면서 들고 있던 부지깽이로 부엌문턱을 치니 그 순간 정 장군이 내리치는 소리에 맞춰 움직이던 산들이 그만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아 다시는 움직이지 않아 고갯마루가 넓어 지려다 말았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6.25 사변 전만 해도 정 장군의 손바닥이 찍힌 바위가 달궁마을 앞까지 굴러 내려왔었다 하는데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없고 다만 정 장군이 쌓았다는 산성만이 고리봉 능선에 약 20m 정도 남아 있어 옛날 전설(마한의 별궁설)을 전해주고 있다.
정령치에서 휴식과 식사를 마치고 능선으로 오르니 이제 남원의 주천쪽 마을이 운해속에 묻혀 비경을 선사하고
가끔 백두대간 산행을 위해 찾아주는 종주대나 옛 정취가 그리워 찾아오는 손객 이외에는 찾는이 없는 황량한 정령치에서 아침 허기를 채우고 추워지는 몸을 이끌고 건물 위로 나 있는 등로에 오르니 등로 좌측 주천쪽 마을에 안개가 피어 오르며 종주대에게 크나큰 선물을 안기고 있다.
좋은 날씨에는 도저히 예상하지 못할 환상의 운해에 모두 넋을 잃고 잠시 가던 발걸음 멈춘다.
이것이 세상 이치인것을, 하나를 잃으면 새로운 하나를 선물로 주는 자연이기에 그 순리를 배워보려 노력해 본다
큰고리봉 오름길에 뒤돌아 보니 지나온 백두대간 마루금과 그 사이를 관통한 꼬부랑 737번 지방도로가 절경이고 앞으로 올라야 할 큰고리봉 등로엔 많은 철쭉이 피어 산객의 친구가 되어 주고
잠시 완만한 등로를 타고 오르니 등로 주위에 붉은 철쭉이 화사한 웃음을 선사해 주고 어려운 산행중에도 가꾸지 않은 순수한 그 자연미에 잠시 쉬어간다.
그러다 뒤돌아 보니 지나온 마루금이 시원하게 조망되고 정령치로 이어지는 737번 지방도로가 흉물스럽게 지리산 자락을 파헤치며 정령치를 돌아 내려가는 모습이 아름다우면서도 비애를 느끼게 만든다.
이 모습이 지리산 자락을 자르는 마지막 모습으로 남아주길 간절히 바래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큰고리봉에 올라 우측으로 이어진 세걸산과 바래봉 능선을 바라보니 아쉬움을 달래주는 듯 안개속에 묻혀있고
성하의 계절로 치닫고 있는 푸른 등로와 붉은 철쭉꽃 그리고 간간히 보여주는 운해와 안개의 춤사위를 친구삼아 오르막 오르니 드디어 고리봉 정상부가 훤히 올려다 보이는 전망 바위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도 많은 추억 만들며 백두대간 산행으로 맺어진 소중한 지리산과의 만남을 오랫동안 기억하고자 가슴속 깊이 남겨본다.
이런 맥잇기 산행이 아니면 다시는 오르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강했기에 좀 더 시간을 두고 둘러보고 있는지도 모를일이지만...
드디어 큰고리봉에 올라 지리산과의 아쉬운 작별을 나누고
이곳에서 직진하면 세걸산을 지나 철쭉으로 유명한 바래봉과 만나겠지만 오늘은 바래봉과의 만남이 아니기에 그저 아쉽고 그리운 마음고 눈길만 저 멀리 안개속에 묻어 본다.
동쪽에서 만들어진 하얀 포말의 안개가 지리 능선을 타고 넘으며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없는 또 다른 자연의 위대함을 과시하는 듯 끊임없이 그 포말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밑에서 바라보면 근육질의 암봉으로 이루워진 고리봉이지만 오늘만큼은 안개가 모든 남성미를 숨기고 있다.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하동에서 출발한 소금배가 섬진강과 요천을 통해 남원성 동쪽 오수정까지 올라 와 닻을 내리면서 그 소금배를 묶어 두었던 고리에서 고리봉이란 지명이 유래되였다고 하니 세월의 흐름속에 인간에 의한 자연의 변화가 얼마나 심한가를 보여주는 듯하다.
큰고리봉에서 내려가니 어느 조각상 같은 바위가 등로를 메우고 한번 처다보라 시위하고
고리봉에서 한동안 바래봉 능선을 조망하고 지나온 백두대간 마루금을 그리워하며 시간 보낸 뒤 제일 후미에서 가파른 등로를 타고 좌측으로 꺽어 내려오니 등로 주변에 암봉이 서 있고 그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바위 하나가 그 정상부에 솟아 있어 담아 본다.
오랜세월 비바람에 깍이고 다듬어지면서 이 세상 어느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모습으로 산객을 붙잡는다.
남원의 운봉(우)과 주천(좌)을 가르는 대간 마루금에 조성된 낙엽송과 소나무가 이국적인 풍경으로 다가오고
가파른 등로를 조심하며 내려가니 이제부터는 암봉에서의 어려움을 보상이라도 해주듯 폭신한 침엽수림이 펼쳐지고 하늘 높은줄 모르게 뻗어 올라간 그 자태가 다시 한번 산객의 발목을 잡으며 잠시의 휴식 시간을 내어준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신선한 공기가 폐부 깊숙히 들어오며 몸속에 남아 있는 속세의 때를 세척이라도 해주는 느낌이다.
그저 이시간 이곳에 머물러 있음에 감사하는 시간으로 남겨 본다.
남원의 주천면 고기리 60번 지방도로에 내려서며 지리산과의 밀월을 끝내고 아쉬운듯 발길을 돌리던 산우님들
이제부터 평이한 등로이지만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마루금을 따라 기분 좋은 산행을 이어가 본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거목 아래 숨죽이고 푸른빛으로 채색된 등로 위 작은 들풀들과 이름 모를 산세들의 합창이 마치 어느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음악보다 더 운치있고 청아하게 귓전에 남는다.
그렇게 한동안 진행하니 잠시 벗어났던 속세의 포장도로가 다시 나타나고 그곳을 따라 맥잇기 산행의 연결부를 진행해 본다.
60번 지방도로를 타고 덕치리로 이동하며 우측으로 바라 본 장쾌한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가끔 지나다니는 차량들이 피해가도 좋을 60번 지방도로, 좌측으로 비닐 하우스가 거대한 단지를 이루며 세상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우측으로는 새로운 밭작물을 정성스레 심어 놓은 농부의 마음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듯 하다.
그 정리된 밭 넘어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에서 시작된 주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모습이 미심쩍어 지도로 확인해 보니 분명 지리 주능선이 아주 가깝게 다가온다.
제1기때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이렇게 가슴에 쌓이는 것을 보면 분명 조금의 여유는 더 생긴듯 하다.
노치마을 이정석, 백두대간 등로에 세워진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강한듯
한동안 60번 지방도로를 타고 진행하니 도로 좌측으로 들꽃향기란 입간판이 보이고 부부가 개울가에 나와 찔레꽃을 정성스레 담고 있다.
알아보니 그 찔레꽃을 말려 차로 끓여 마시면 그 향기에 두번 취한다는 말에 전원생활의 여유로움을 느껴본다.
이 산객도 언젠가 한번은 꿈꾸던 시골 전원 생활이기에 그저 부러운 눈빛만 보내고 있다.
그러는 사이 도로 끝자락에 도착하고 노치마을 이정석이 산객의 발걸음을 잘 인도해 주고 있다
덕치리로 들어서며 바라본 마을과 그 뒤로 우측 수정봉으로 이어진 대간마루금이 마을을 감싸고
이제 60번 포장도로를 벗어나 마을길로 접어드니 아담한 주택들이 보이고 밭에는 푸른 밀이 고개를 하늘로 처들며 특유의 진한 향기를 내뿜고 있다.
논에는 벌써 모내기를 끝내고 가을의 풍성한 풍요로움을 기다리는 농심이 가득 담겨있고 도로 끝자락 저 멀리에 종주대들이 소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제1기때 만나지 못했던 덕치리 노치마을의 백두대간 안내도도 담아보고
좁은 마을길로 들어서서 지난 1기때 담지 못한 마을회관과 백두대간 안내도를 찍기 위해 잠시 좌측 길로 돌아 오래된 느티나무와 함께 추억 몇장 남겨본다.
노치마을 주민들의 자부심이 강한만큼 자연을 사랑하고 백두대간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마을 구석구석 남아잇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 보람이 미움으로 변하지 않도록 종주대의 역활 또한 큼을 느껴본다.
전국에서 가장 물맛이 좋다는 노치샘이지만 이번만큼은 가뭄이 심했는지 흐르는 물의 량이 적고
마을회관에서 뒤돌아 나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물맛이 좋다는 노치샘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가뭄으로 인해 물이 흐르지 않고 정체된 듯한 모습에 마음이 아파온다.
그곳에 들어가 시원한 물 한모금 마시고 사진으로 남긴 후 좁은 대나무 가운데로 나 있는 계단을 타고 오르니 종주대가 쉬고 있는 소나무 숲이다.
덕치리 노치샘 바로 위에는 노치마을을 지켜주는 4그루의 멋진 소나무가 서 있고 그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마을의 수호신처럼 오랫동안 그 자리 지키며 아름답게 자란 소나무 4그루, 산객들에게는 시원한 그늘과 쉼터를 제공하고 마을 주민들에게는 안식처 역활을 하고 있을 그곳에 모여 추억 한장 다시 만든다.
후미에서 고생하며 뒤따라 올라오는 산우님들의 투혼에 가슴이 뭉클해지지만 모든 산우님들이 같은 마음이 아님을 알기에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도 들었던 시간이다.
가파른 수정봉 오름 된비알을 타고 올라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가니 마루금 옆 바위가 고인돌을 연상시키고
이제부터 중간 그룹에 들어 평이한 산행을 즐겨본다.
1기때 그리도 힘들게 올랐던 수정봉 오름 된비알이 오늘은 신기하도록 그저 아름다움만 선사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무척 강해졌음을 스스로 느끼는 시간이다.
이제 푸른 등로를 따라 콧노래 부르며 진행하니 좌측으로 움막 하나가 보이고 그곳을 지나니 암봉 지대가 나타난다.
조심해 지나고 보니 그곳에 고인돌을 연상 시키는 바위가 보여 디카에 남긴 후 이제부터 무척 빠르게 홀로하는 산행을 즐겨본다.
가능하면 선두와 만나 배낭에 숨겨둔 간식을 먹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수정봉 정상, 2년전엔 그저 나풀거리는 종이쪽지 한장이 전부였는데 지자체의 관심에 감사하고
빠르게 홀로 진행하다 보니 땀방울이 전신을 적시고 얼굴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가슴으로 흘러 내릴 사이도 없이 그냥 등로로 뚝뚝 떨어진다.
한동안 빠르게 전진하니 지난번 올랐을 때 종이쪽지 한장 달랑 남겨져 있던 수정봉이 지자체의 노력으로 제법 그럴듯한 정상으로 변해있다.
사진 한장 남기고 다시 드넓은 초원을 연상 시키는 등로를 따라 마음껏 땀 흘려 본다.
소나무와 잡목들 그리고 잡풀들이 어울려 무질서하게 보이면서도 질서 정연한 멋진 등로를 만들어 주고
그 옛날 불이 났던 지역인지 큰 소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고 그 아래에는 온통 초록의 들풀들이 가득 등로를 메우고 있다.
제멋대로 자란 소나무처럼 보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질서 정연한 모습에 스스로 감탄해 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 오늘 하루도 마감되는가 싶은 순간, 눈앞에 거대한 암벽을 가진 봉우리가 나타나며 산객의 마지막 마음을 시험하고 있다.
수정봉 지나 마음이 헤이해질쯤 입망치를 지나며 그 헤이해진 마음을 추스려 보고
이제 입망치를 지나 마지막 봉우리 오름길, 2년전 고통이 뒤살아 나며 스스로에게 반문해 본다.
그때보다는 헐씬 덜한 고통이 있을 것이고 금새 700봉 정상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기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본다.
남원의 이백과 운봉을 이어주는 고갯마루로서 옛날에는 민초들의 생활 터전으로 많이도 이용되였을 곳이지만 이제는 백두대간 산행을 하는 산꾼들에게나 그 이정표 노릇을 하고 있음에 세월의 변화를 실감해 본다.
개인적으로 이 구간에서 가장 힘들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700봉을 향한 끝없는 나무계단들이 종주대를 시험하고
끝없이 이어진 나무계단, 거친 숨소리가 천지에 울리고 흘러 내리는 땀방울이 등로를 흥건히 적신 후에야 그 끝자락에 올라 설 수 있는 힘들고 고통스런 계단이다.
그나마 700봉 오르는 중간에 좌측으로 보이는 남원쪽 마을과 들녘이 위안을 주며 시원한 바람을 실어 와 흐르는 땀방울 닦아준다.
700봉 지나 좌측으로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남원 이백면의 마을들과 산군들이 안개속에 가물거리고
아무 표식도 없는 700봉 정상의 잡목 하나를 사진으로 남기고 다시 내리막 내려가니 성곽처럼 보이는 돌담들이 보인다.
그 옛날 교통 수단이 발달하기 전 삼국시대에는 모든 백두대간 마루금이 국경으로 사용되였다는 사실에 고개가 끄덕거려 진다.
다시 한동안 지친 몸둥아리 이끌고 진행하니 좌측으로 전망바위가 나타나고 잠시 들려 남원 이백쪽 조망을 즐겨본다.
드디어 넓은 임도가 보이고 주지사 갈림 이정표도 보이기 시작한다
다시 그곳을 내려와 빠르게 진행하니 드디어 임도가 나타나고 주지사 및 주지암 가는 이정표가 반긴다.
임도와 우측으로 나 있는 능선길을 번갈아 타며 몇몇 산우님들 만나 느긋하게 여유를 가져 본다.
비가 내렸지만 산행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은 좋은 조건으로 하루를 마감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시간이다.
임도와 능선을 번갈아 갈아타고 장교리 마을로 내려서는 마루금, 이제 여원재가 코 앞이다
장교리 마을로 내려서며 우측으로 펼쳐진 드넓은 논을 바라본다.
어릴적 저곳을 놀이터 삼아 자라온 이 산객으로서는 평이한 풍경이 아닌 것이다.
계절의 변화에 맞춰 놀이도 변하고 또 먹거리도 변했던 시절, 작은 동네마다 너무나 많은 어린아이들로 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곳이였는데 이제는 정적만이 흐르는 그런 시골이 되어감에 아쉬움이 남는다.
24번 지방도로와 운성대장군 석비 그리고 이정표가 오늘 하루 힘들게 종주한 산객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구릉같은 능선을 타고 넘으니 등로에 안전 로프가 달려있고 그곳을 지나니 드디어 24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여원재 운성대장군 이정석이 보인다.
생각보다 빨리 진행해 오후 1시에 산행을 끝마친 것이다.
오랫만에 다리 근육이 뻐근함을 느낄 정도의 속도전을 펼친 후 밀려오는 노곤함이 하루가 끝나감을 알리고 있다.
다음 구간 산행들머리를 담고 저 멀리 통신탑을 이고 있는 고남산을 디카에 남긴 후 고기리 계곡으로 이동해 이슬이 한잔으로 피로를 날려버리고 다음을 기약해 본다.
다음구간 산행 들머리를 디카에 담으며 하루의 산행을 마무리해 본다.
늘 노심초사 고생하시는 나마스테대장님과 은비령 총무님, 그리고 표시나지 않으면서 고생하는 사하라 선등대장님과 산가람 후미대장님께 심심한 감사의 말을 전하며 언제부턴가 백두대간 제2기 메디칼 닥터로 활약중인 금비령대장님의 투혼에도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또한 함께 그 멋진 장도를 오르며 무탈하게 완주하신 53인의 종주대에게도 고생했다는 인사 전하며 다음 구간에도 아름다운 등로를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래 보면서 후기를 대신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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