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경남 산청군과 함양군 전남 구례군과 전북 남원시에 걸쳐 있는 지리산 동서 마루금 일대
산행일자 : 2009년 5월 8일부터 5월 10일까지 (1무 1박 3일 산행)
산행날씨 : 맑고 화창한 초여름 날씨였으나 약간의 구름과 낮에는 박무 현상
산행온도 : 영상 9도에서 영상 26도
산행인원 : 3450온누리산악회 63명
산행코스 : 중산리 주차장 위 포장도로-중산리분소 매표소-중산리계곡-칼바위-장터목대피소 갈림길-망바위-문창대-헬기장-로타리대피소-법계사 일주문-개선문-천왕샘-천왕봉(1915.4봉)-칠선계곡 갈림길-통천문-제석봉(1808봉)-장터목대피소(북으로 백무동매표소와 남으로 중산리분소 매표소 갈림길)-연하봉(1730봉)-1667봉-삼신봉-촛대봉(1703.7봉)-세석평전-세석대피소(북으로 한신계곡 및 남으로 삼신능선과 길상사 갈림길)-영신봉(1651.9봉, 낙남정맥 분기점)-칠선봉(1558봉)-선비샘-덕평봉(1521.9봉)-임도-벽소령대피소(1박, 남으로 삼정 거쳐 의신 갈림길)-형제봉(1452봉)-삼정산 갈림길-연하천대피소-명선봉(1586.3봉)-총각샘-1463봉-헬기장-토끼봉(1534봉)-화개재(북으로 뱀사골 갈림길)-삼도봉(남으로 불무장등능선 갈림길)-피아골대피소 갈림길-반야봉 갈림길-노루목-1432봉-임걸령샘터-임걸령-피아골 삼거리-1424봉-돼지평전-헬기장-왕시루봉 갈림길-노고단 고개-노고단 정상(1507봉)-노고단 고개-노고단 대피소-코재-성삼재분소 매표소
산행거리 : 약 35 Km (백두대간 마루금 28.5 Km + 접속구간 6.5 Km)
산행시간 : 약 23시간 (9일 14시간 + 10일 09시간)
크고 넓은 지리의 어머니 품에 안겨 비우는 법을 배우며
반야봉 갈림길 전망바위에서 노고단을 배경으로 한컷
지난 20개월 동안 단 한번의 중단도 없이 숨가쁘게 만나 이야기 나눴던 백두대간 마루금이 그리워 또 다시 떠나는 길, 저 멀리 북녘땅을 밝히고 있을 백두산에 오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그 절반의 행복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휘황찬란한 불빛이 무르익으며 도심의 회색빛을 숨기는 어둠속에 63인의 종주대와 그 먼 장도를 떠나는 산객들을 응원하러 나온 많은 산우님들로 북적이는 서울을 벗어나 지리로 향하던 밤, 차창으로 보이던 희미한 자연의 실루엣만이 흥분되어 오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다.
정신적인 긴장감과 신체적인 피곤함이 밀려오며 잠시 달콤한 잠결에 빠졌다 일어나니 시원한 밤바람만 불어대는 중산리 들머리에 도착하고 고요한 침묵을 지키는 그곳에 우리들 종주대의 가빠오는 숨소리만이 밤공기를 가르고 있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바라 본 지리산 주능선, 저 멀리 반야봉과 노고단이 보인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규원 시인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은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개인적으로 지리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촛대봉에서 바라 본 세석평전과 세석대피소 그리고 영신봉 전경
중산리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헤드렌턴 불빛에 의지 해 한발 두발 내딛는 발걸음마다 내 상념과 사색이 떨어져 추억을 만들고 썩어가는 몸뚱이에서 떨어지는 비릿한 땀방울이 육신을 깨우고 있다.
그러다 문득 지리산 계곡을 타고 흐르는 청아한 물소리와 함께 달콤한 새벽잠에서 일어난 이름모를 산세들이 풍금과 피리소리가 되어 귓전을 간질럽히고 있다.
바위너덜과 흙을 밟으며 어둠의 전사가 된지 한시간, 늘 어둠속에 내 모습도 감추고 이곳 중산리 계곡도 숨었던 곳이기에 더욱 아쉬운 마음이 커질쯤 칼바위를 지나니 동녘에서 여명이 밝아오며 산객의 속타는 애닮품도 알아주지 않은채 잡목 사이 저 멀리 희망의 일출이 시작된다.
텅빈 가슴에 그 빛을 채우고 다시 땀방울 흘리니 망바위 지나 헬기장이 나타나고 그 위로 밝고 해맑은 지리산 천왕봉이 얼굴을 내민다.
언제 어느때 봐도 정답고 그리운 천왕봉의 미소에 힘을 내 오르니 금새 로타리대피소에 안착하고 잠시 두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을 내려 놓고 미리 준비한 김밥으로 새벽 밥을 먹어 본다.
몸은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아우성이지만 갈길이 멀다고 마음이 보채니 어쩔 수 없이 다시 온 세상 고통과 고뇌를 짊어지고 버리기 위해 육신을 채칙하니 개선문을 지나 지리산 정상이 머리위로 빤히 올려다 보이는 천왕샘어 도착한다.
시원한 석간수로 타는 갈증 해결하고 다시 된비알 치고 오르는 순간 젊은 산우님의 도움으로 몇년만에 처음으로 다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자신의 배낭을 맡긴다.
중산리 분소 매표소 전경
어둠속에 오랫만에 칼바위도 보고
망바위를 만나니 세상은 벌써 밝아오기 시작하고
로타리대피소 가기 직전 헬기장에서 바라 본 지리산 천왕봉 원경
로타리대피소 이정표
로타리대피소 지나 지리산 법계사 일주문도 지나고
개선문의 그늘에서 잠시 햇살도 피해보고
석간수로 흘러나오는 천왕샘에서 오랫만에 타는 목도 축여 보고
지리산 천왕봉에서 장터목대피소까지
한동안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가파른 된비알을 오르니 일망무제, 암봉 위에 지리산 천왕봉이란 정상석이 서 있고 그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시원하게 발 아래 펼쳐지며 환상의 파노라마를 연출하고 있다.우리민족의 혼과 애환이 깃들어 있는 지리산은 예로부터 금강산, 한라산과 더불어 삼신산의 하나로 알려져 왔으며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 해서 지리산이라 불려 왔다. 또한 지리산은 백두산의 맥이 반도를 타고 내려와 이곳까지 이어졌다는 뜻에서 두류산이라고 불려지기도 하고 불가에서 깨달음을 얻은 높은 스님의 처소를 가리키는 방장의 의미를 빌어 방장산이라고도 한다.서쪽으로 발 아래 제석봉을 시작으로 연하봉과 뾰족한 촛대봉을 넘어 여인의 젖가슴을 닮은 반야봉이 봉긋하고 그 좌측으로 노고단이 희미하게 서 있다.끝없이 펼쳐진 마루금에 산객의 존재감이 작아지는 시간이다.남쪽으로는 방금 전 올라 온 중산리쪽 마을과 깊은 골짜기가 보이고 동으로는 웅석봉으로 이어지는 고봉준령의 파노라마가 물결치고 있다.다시 눈을 북으로 돌리니 중봉을 지나 두류봉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이 자리하고 그 능선 사이마다 비경을 숨겨 놓은 칠선계곡과 한신계곡이 부르고 있다.흔적만 존재하는 지리산 신령을 봉안했던 성모사 터에서 길고도 험난한 백두대간 완주를 소원하는 산신제를 지내고 케이블카 설치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산객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그곳을 떠난다
지리산 정상석인 천왕봉
지리산 천왕봉에서 바라 본 노고단으로 이어진 장쾌한 동서 마루금
지리산 천왕봉에서 바라본 제석봉과 연하봉
제석봉 가는 길에 만난 고사목과 침엽수 한그루
이 문을 통과해야만 만날 수 있는 지리산 정상의 천왕봉이기에 이름도 통천문이라 했던가
제석봉 오름길에 만난 바위들과 침엽수들
그 속내를 결코 들어내지 않는 지리산이기에 누구하나 자신있게 지리산을 모두 알고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없는 모산, 천하제일경이라는 천왕일출과 석양낙조를 빚어내는 천왕봉은 3대에 걸쳐 적선을 하지 않은이에게는 천지개벽을 연상케하는 일출 광경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속설과 더불어 반드시 관문을 거쳐 들어오도록 하고 있는 것도 특징중 하나이다.
천왕봉은 동쪽으로 새벽에 올라 온 개천문(일명 개선문)과 남서쪽으로는 막 통과하려는 통천문을 두어 경건한 마음으로 거쳐 들어오게 하고 있다.
그곳을 지나 암봉에 붉게 꽃피운 진달래를 벗삼아 세상을 주유하듯 진행하니 벌써 옛날 산신의 제단인 제석단이 있던 제석봉에 도착한다.
잠시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전망대를 들려 주위 경관을 조망한 후 제석봉 일대를 뒤덮고 있는 고사목 군락지대를 타고 장터목으로 진행한다.
잠시 뒤돌아 보면 지리산 천왕봉이 우뚝하고 남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낙남정맥 마루금이 삼신봉을 지나 저 멀리 하동의 성제봉과 광양의 백운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급할 것 없는 발걸음으로 진행하니 예상보다 많이 늦은 시간에 그 옛날 천왕봉 남쪽 기슭의 사천주민과 북쪽의 마천주민등이 매년 봄과 가을에 이곳에 모여 장을 열고 서로의 생산품을 물물교환하기 위한 장터가 섰다는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옛 민초들이 얼마나 깊이 그리고 많은 것을 지리산에 기대고 살아왔는지를 느끼게 된다.
제석봉 오름길에 잠시 뒤돌아 본 지리산 천왕봉 원경
제석봉 고사목들도 세월의 흐름에 순응하며 그 자취를 감추고 있어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중산리 계곡쪽 깊은 골짜기 위에도 끝이 보이지 않는 마루금들이 펼쳐져 있고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해 본다
장터목대피소에서 세석대피소까지
등로 주변에 지천으로 깔려 있던 엘리지의 고고한 자태
연하봉 오름길에 뒤돌아 본 제석봉과 지리산 천왕봉 원경
촛대봉 가기전 삼신봉의 암봉들
삼신봉의 암봉들
삼신봉에서 뒤돌아 본 천왕봉으로 이어진 마루금
삼신봉 전망바위에서 내려다 본 한신계곡의 아름다움
드디어 촛대봉에 도착해 흔적 남기고
개인적으로 지리산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세석평전 아래 고요히 앉아 있는 세석대피소
세석대피소에서 바라본 세석평전의 진달래꽃들과 저 멀리 촛대봉
세석대피소에서 벽소령대피소까지
힘들고 어려운 백두대간 첫 발걸음을 잘 디뎠으니 남아 있는 장도도 무탈하게 즐거운 산행길이 되길 바래 본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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