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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제2차(미완성 완료)/제2기 백두대간 산행후기

3450온누리산악회 제2기 백두대간 제5차 무령고개에서 신풍령까지 산행후기

by 칠갑산 사랑 2009.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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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전북 장수군과 무주군 그리고 경남 함양군과 거창군에 걸쳐 있는 덕유산 마루금 일대

산행일자 : 2009년 07월 10일과 12일 (1무 1박 3일 산행)

산행날씨 : 11일-흐리고 오후 늦게부터 비, 12일-짙은 안개와 오전엔 가랑비 그리고 오후부터 국지성 호우

산행온도 : 영상 10도에서 영상 21도

산행인원 : 3450온누리산악회 59명 (28인승 리무진 버스 2대)

산행거리 : 약 52.70 Km

               대간구간 약 43.80 Km

               접속구간 약 8.9 Km, 무령고개-영취산 0.5 Km 및 삿갓재대피소-황점마을 왕복 8.4 Km

산행시간 : 총 23시간 30분 (11일-13시간 30분 및 12일-10시간)

산행코스 : 11일 무령고개-영취산(1075.6봉)-덕운봉(983봉)-977.1봉-북바위-민령-육십령터널통과지점-

               깃대봉-헬기장-깃대봉 샘터-육십령-암릉구간-할미봉(1013봉)-공터-경남교육청 갈림길-

               바위전망대-참샘-서봉(장수덕유산, 1492봉)-철계단-남덕유산 갈림 삼거리-남덕유산(1507.4봉)-

               월성재-월성계곡-황점 황토마을 민박

               12일 황점 황토마을 민박-삿갓재대피소-헬기장-무룡산(1491.9봉)-1428봉-칠연폭포 갈림길-1433봉-

               1359봉-동엽령-안성계곡 삼거리(1327봉)-백암봉(송계삼거리, 1503봉)-상여덤-귀봉(1390봉)-

               횡경재-지봉안 삼거리-헬기장-못봉(1342봉)-1302.2봉-월음재(달음재)-대봉(1263봉)-

               갈미봉(1210.5봉)-헬기장-빼봉(1039.3봉)철탑-수령(빼재, 신풍령)

산행시간

7월 11일 (토요일)

04:00 무령고개 (산행 들머리, 743번 지방도로)

04:20 영취산 (1075.6봉, 백두대간 산행 들머리로서 좌측이 대간 진행 방향)

04:48 좌측으로 논개생가 갈림 이정표 (덕운봉 0.6 Km, 영취산 1.4 Km)

04:58 덕운봉 (원래 덕운봉은 백두대간 마루금에서 우측으로 벗어나 있었으나 이곳을 정상이라 한 것으로 추정)

05:26 이정표 (덕운봉 1.2 Km, 육십령 9.0 Km)

05:45 942.8봉

05:59 977.1봉 (이정표-육십령 6.5 Km, 영취산 6.5 Km)

06:06 북바위 (산행팁-좌측으로 의암주 논개생가지 및 대곡호 조망)

06:18 대호곡저수지 갈림길 (길주의-좌측 대호곡저수지 하산길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06:30 민령

06:42 대진고속도로 육십령 터널 위 통과 지점

07:01 오동2교 갈림길 (길주의-좌측 오동2교 하산길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07:14 깃대봉 (1014.8봉 및 구시봉, 이정표-육십령 2.5 Km, 977봉 3.5 Km)

07:22 헬기장

07:26 깃대봉 샘터

08:02 육십령 휴게소 (매점 및 26번 지방도로 지점)

09:00 육십령에서 아침식사

09:42 헬기장

09:51 암릉 급경사 오르막 등로

10:06 암릉 (산행팁-조망 안내도)

10:08 할미봉(1013봉, 삼각점 및 전망대)

10:13 할미봉 하산 계단

10:21 암봉 전망대

10:48 공터

10:58 우측으로 덕유교육원 0.7 Km 이정표

11:10 삼거리 안부 (길주의-우측 덕유교육원 하산길 버리고 좌측 등로가 대간길)

11:20 헬기장

11:50 전망바위

12:33 장수덕유산, 서봉 전위 바위 전망대

13:01 약수터 갈림 공터 (산행팁-좌측 300미터 지점에 석간 식수)

13:35 점심식사

13:37 서봉 (장수덕유산, 1492봉)

13:42 헬기장

13:51 계단지역

14:06 공터

14:17 남덕유산 갈림길 (산행팁-우측으로 남덕유산 정상은 대간 등로가 아니지만 잠시 추억 한장 만들고 진행)

14:21 남덕유산 (1507.4봉, 길주의-우측 남동쪽으로 남령 및 월봉산 가는 등로 버리고 갈림길로 원점 회귀)

14:53 남덕유산 갈림길로 원점 회귀

15:07 철난간

15:22 월성재 (길주의-좌측 토옥동 하산길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17:30 황점 민박집 (산행 종료)

 

7월 12일 (일요일)

06:00 황점 민박집 (산행 들머리)

07:26 삿갓재대피소 참샘

07:31 삿갓재대피소 (백두대간 산행 들머리)

07:59 헬기장

08:25 계단과 헬기장

08:39 무룡산(1491.9봉)

09:04 1428봉

09:16 칠연폭포 갈림길 (길주의-좌측 칠연폭포 하산길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09:31 1433봉 (이정표-향적봉대피소 6.2 Km, 남덕유산 8.6 Km)

09:49 1380봉 (이정표-향적봉대피소 5.7 Km, 남덕유산 9.1 Km)

10:11 1359봉

10:32 동엽령 (1320미터, 길주의-좌측 용추계곡 및 우측 병곡리 하산길 버리고 직진이 대간길)

10:52 안성계곡삼거리(1327봉, 길주의-좌측 용추계곡 하산길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11:20 백암봉 (송계삼거리 1503봉, 길주의-좌측 중봉 및 덕유산 향적봉 가는길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11:37 상여덤 및 현재 위치판

12:25 점심식사

12:29 귀봉 (1390봉)

12:50 횡경재 (길주의-우측 송계계곡 하산길 버리고 좌측이 대간길)

13:07 지봉안 사거리 (길주의-좌측 백련사 및 우측 송계계곡 하산길 버리고 직진이 대간길)

13:20 헬기장

13:22 못봉 (1342봉, 이정표-신풍령 6.1 Km)

13:29 1302.2봉

13:42 월음재 (달음재, 길주의-좌측 신대휴게소 하산길 버리고 직진이 대간길)

14:07 대봉 (1263봉, 길주의-좌측 투구봉 가는 길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14:28 갈미봉 (1210.5봉, 길주의-우측 능선길 버리고 좌측이 대간길)

14:53 헬기장

15:05 빼봉 (1039.3봉)

15:25 중계탑

15:30 빼재 (신풍령, 산행 날머리)

 

 

 

덕유산 우중 산행에 깊어진 산우애

 

 

오랫만에 다시 총 리딩대장이 되어 가장 어렵고 힘들다는 3일간의 덕유산 구간 산행을 위해 준비에 들어가 본다.

생각보다 많은 산우님들의 호응속에 리무진 버스 2대를 빌려 진행해야 될만큼 성원이지만 인원에 비례해 늘어나는 안전산행에 대한 걱정 또한 높아만 간다.

가장 무더운 계절에 가장 힘든 구간을 만났으니 날씨가 맑아도 걱정이고 비가 내려도 걱정이 앞서는 것은 책임을 맡은 대장으로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집을 나서며 마지막으로 기상청에 들어가 날씨 정보를 확인하니 다행이도 덕유산 구간에 오늘밤과 내일 저녁까지는 비 소식이 없지만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전중에는 제법 비가 내린다는 예보이다.

 

대형버스 2대의 좌석이 모자라 통로에 누워가는 종주대가 있을 정도로 관심과 참여의 폭이 넓은 제2기 백두대간 종주대, 수많은 인파와 차량의 홍수를 피해 서울을 벗어나 보지만 도로마다 넘처나는 차량들과 공사로 인한 정체가 발목을 잡으며 산행 들머리인 무령고개에 도착하는 시간이 예상시간보다 한시간이나 늦은 새벽 3시 40여분을 넘기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흘러 격렬했던 옛 동족상전의 피비린내 나던 빨치산의 흔적은 새롭게 포장된 도로에 묻히고 서쪽으로 좁은 통로를 만들고 작은 산객을 부르는 금남호남 정맥의 들머리가 어둠속에 빛을 발하고 있다.

 

간단히 산행 준비와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다음 지난회차 내려왔던 나무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시간 정확히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다.

다행히 아침식사 시간에 맞춰 버스와 육십령에서 만나기로 했기에 간단한 쌕이나 배낭 하나에 물한통만을 넣고 오르는 등로이다 보니 생각보다 빠르게 영취산 정상에 도착한다.

  

 

많은 자료를 찾아보지만 이곳 백두대간 마루금에 서 있는 영취산에 대한 자료는 찾을길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백두대간에서 큰가지를 쳐 서쪽으로 금남호남정맥을 분기한 영취산에 대한 자료가 없음이 안타까움으로 남지만 이곳 영취산 또한 장안산의 일부라는 선답자들의 연구 노력에 감사함을 전해본다.

오래전 어린 시절 산행의 산자도 모르고 먹고 사는 일 때문에 들렸다 막걸리 몇사발에 인생을 논했던 지지계곡과 낙동강과 섬진강 그리고 금강이 분기하는 분수령인 이곳을 언제 다시 올 수 있으련지 ...

그래도 시간이 흘러 금남호남정맥 산행을 위해 다시 들려야 하는 곳이기에 아쉬움보다는 기대감이 크게 다가오고 있음도 어쩔 수 없는 희망으로 남겨 본다.  

 

산죽밭을 지나고 전에 보지 못했던 덕운봉 정상 이정표를 만나니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그 밝아오는 등로에서 바라본 앞으로 올라야 할 깃대봉과 할미봉 그리고 덕유산 서봉과 남덕유산의 산그리메가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답게 다가온다.

올랐으면서도 그 맛과 멋을 모르고 지나쳤던 우리의 산줄기가 너무나 환상의 풍경으로 남겨져 어렵게 오른 보람을 일깨워 주고 있다. 

 

2년전 오름길엔 덕운봉이란 이정표가 없었는데 그 덕운봉 가는 갈림길에 정상석이 아닌 이정표 한쪽에 덕운봉 표시를 해 놓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백두대간 산행이 활성화 되면서 지자체에서 새롭게 세워둔 이정표가 아닐까 생각해 보지만 확실한 고증도 없이 너무 상술에 의존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움도 함께 묻어 난다.

깊은 상념도 잠시 너무나 아름다운 등로에 취해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은 자꾸만 뒤로 처지고 있다.

등로 좌측으로 보이던 의암주논개생가지와 대곡저수지 그리고 그대곡호 좌측으로 백화산과 저 멀리 장수 사람들이 부르는 또다른 깃대봉이 엷은 안개속에 신비함을 더하며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다 

 

 

다시 완만한 등로를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하다 보니 다시 키를 넘기는 산죽밭이 나타나고 2년전 오르며 고생한 기억에 긴장하지만 이곳 역시 고속도로로 변해버린 모습에 산행하기에는 좋지만 산행하는 느낌만은 어딘지 모르게 인공미가 많이 가미된 가식을 느껴본다.

산죽 잎을 스치며 들었던 사각거리는 자연의 소리가 사라진듯한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기도 하다

우측으로 넓은 들판에 하얀 안개가 드리워져 있고 그 한가운데를 뚫고 대진고속도로가 삶의 빠름을 재촉하지만 오늘 우리 산객들은 느림의 미학을 찾아 이곳에 서 있는 것이다.

우측 이름모를 산줄기를 타고 이곳 함양지자체에서 꼭꼭 숨겨 놓은 부전계곡이 맑은 청정 지역으로 아직도 사람의 발길을 거부한채 자연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977.1봉 바위전망대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한 후 다시 조금은 빠르게 진행하니 금새 북바위에 도착한다.

바위 위로 오르면 서쪽으로 의암주논개생가지와 그 아래 대곡호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북쪽으로 깃대봉 넘어 저 멀리 덕유산의 장쾌한 능선이 그리움을 가득 안고 산객을 부르고 있다.

그 사이 육십령 터널을 뚫고 시원하게 뻗어 있는 대진고속도로가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지만 오늘 이 시간만큼은 그 빠름이 전혀 부럽지 않다는 생각이다.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중요 국경으로 치열한 전쟁이 빈번했을 이곳이기에 북바위에 대한 전설 역시 전쟁에서 승리한 군영에서 북소리를 대신해 울렸다는 유래가 있음이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너무나 많은 산우님들의 참여로 그 넓게만 느껴졌던 북바위가 오늘은 너무 좁다는 느낌이다.

북바위 정상에서 잠시 서쪽과 북쪽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을 조망한 후 중간 그룹에 자리 양보하고 다시 진행하니 민령 이정표가 나타난다.

철쭉꽃이 피면 천상의 화원으로 변해 참으로 멋진 등로를 열어 주웠던 민령 그리고 그 아래 대전에서 저 남쪽 통영을 향해 시원하게 뚫린 육십령 터널이 그 옛날 굉음을 내며 공사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의 추억을 만들어 본다.

가을에 갈색으로 피어날 환상의 억새밭을 가꾸기 위해 푸르름으로 치장한 이곳 역시 오늘은 주인공이 아니란듯 살포시 등로를 열어주고 있을 뿐이다. 

 

 

부드럽고 완만한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싸리나무 군락지가 나타나고 그곳을 넘자 깃대 하나가 서 있는 깃대봉 정상에 도착하지만 예상도 하지 못한 커다란 구시봉이란 정상석이 산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왜 깃대봉이 구시봉이 되였는지 자료를 찾아 보야 할 숙제를 남겨 본다.

그 옛날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국경을 이뤘던 이곳 깃대봉에 전투가 이어지고 주인이 자주 바뀌게 되였는데 정상에 올라 주인이 됨을 알리려고 깃개를 꽂아 둔 것이 그 이름의 기원이라니 봉우리 하나에도 그 역사와 의미가 있음을 배워본다.

정상에 서니 밝아오는 여명의 빛을 받아 북으로 남덕유산과 서봉이 동으로 금원산과 기백산 그리고 거망산과 황석산이 남으로 장안산과 백운산 및 갓걸이산이 서쪽으로 팔공산과 성수산이 둘러 싸안고 있어 장관이다.

몇년전 함양의 거망 기백에 올라 이곳 덕유산 자락을 보려고 그리고 애를 썼지만 안개로 인해 보지 못한 아쉬움을 오늘 날려 보내고 있다.

 

 

깃대봉 아니 구시봉에서의 추억 만들기를 끝내고 다시 잡목들과 억새가 우거진 푸른 등로를 타고 급경사 내리막 내려가니 언제나 목마른 갈증을 느끼는 산객을 맞이해 주는 깃대봉 샘터가 기다리고 시원한 약수물로 용기를 북돋아 주는 듯 하다.

그 시원한 약수 한사발로 오늘 새벽의 갈증을 해결하고 다시 조금씩 터지는 조망을 벗삼아 선두를 이끌로 진행하니 저 멀리 차량 소음이 들리며 함양의 사상과 장수의 장계를 이어주는 육십령이 코앞이다.

허기가 밀려오며 아침 식사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늘 육십령 휴게소로 내려오며 아쉬워했던 휴게소 주인에 대한 불만으로 오늘 선두는 장수쪽 하산등로가 아닌 함양쪽 하산 등로를 택해 내려온다.

아침이라 그런지 손님 하나 없는 텅빈 넓은 주차장엔 우리를 태우고 온 대형 버스 두대만이 덩그렇게 서 있고 차량세차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장수쪽이 아닌 함양쪽 육십령 휴게소에 들려 선두로 내려온 특권을 누리며 막걸리 한사발로 긴 하루의 시작을 느낀다.

육십현 또는 육복치라고도 불렸던 고도 734미터로 덕유산과 백운산 사이에 있어 삼국시대부터 지역적 요충지로 알려져 있었으며 수많은 도적떼들로 인한 전설이 많은 고개로 유명하다.

백두대간 산행 중 령이란 고개는 민초들의 왕래가 가장 많았던 고개로서 그 중요성에서 으뜸인 곳에만 붙여진 고개였다.

육십령에 대한 몇가지 설명이 있는데 그 첫째는 인근 가장 가까운 감영에서 이 고개까지의 거리가 육십리나 되어 육십령이 되였다는 설이고 그 두번째가 험준한 고개이다 보니 크고 작은 육십개의 고개를 넘어야 이 고개를 넘을 수 있다해서 육십령이란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다.

세번째는 산적들과 관련된 설로서 이곳이 얼마나 오지의 험준한 고개였는지를 알려주는 이야기가 전해 오지만 지금은 이 아래 시원한 고속도로 터널이 뚫려 더욱 한산한 고갯마루로 남아 있어 가끔 들리는 산객들에게나 그 이름을 전해주는 고개가 되어 버렸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먹는 아침 식사는 직접 경험하지 못한 자는 느끼지 못하는 꿀맛 같은 것이리라

 

 

식사 후 오르는 등로는 왜 그리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더욱이 오늘은 선두에서 리딩하다 보니 그 중압감이 더욱 두 어깨에 전해지고 힘들고 어려운 발걸음이 가중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평이한 등로를 타고 오르다 문득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보이고 그곳을 지나는 순간 2년전 활짝 웃으며 농담을 주고 받던 여산우님의 사망소식에 가슴이 뭉클해져 옴을 느낀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앞서 리딩하는 것조차 힘겨움을 느끼고 함께하는 산우님들에게 자리 양보 후 천천히 그 된비알 오르막을 올라본다.

인생 무상을 느끼고 이 고통스런 산행을 왜 다시 이어가는지에 대한 회의와 질문이 이어지지만 답답한 가슴엔 그저 시원한 대답대신 올라야만 한다는 어떤 사명감만이 떠오르고 있다.

가파른 암봉을 지나 전망바위에서 뒤돌아 본 조망이 답답했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고 지금까지 걸어온 지리산 천왕봉에서 육십령까지의 길고 긴 마루금을 펼쳐 놓았다.

  

 

나즈막한 산등성이 가려진 육십령으로 달려가는 구불구불한 지방도로가 마치 꼬리를 물고 이 작은 산객을 뒤따르는 착각을 일으키고 오측 저 멀리 장수쪽에는 초록의 말 사육장이 드넓게 펼쳐져 별천지를 연상시킨다.

그 육십령 고개 넘어 아기자기한 마루금을 따라 내려가면 구름속에 머리를 내민 영취산과 우측으로 장안산 그리고 좌측으로 백운산이 큰 줄기를 이루며 환상을 노래하고 있다.

동쪽으로 고개 돌리니 할미봉 암봉이 한송이 불꽃처럼 피어나고 그 불꽃 저 멀리 함양의 금원과 황석산이 가물거린다.

올라야 할 할미봉 정상의 암봉은 가파른 된비알에 숨어 잇지만 그 위용만은 느끼고도 남음이 있다.

할미봉 아래 있던 할미성에서 유래되였다는 할미봉, 국경에 맞대고 살아가는 민초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으며 그 애환을 풀어가는 전설이 깃들어 있는 곳들이기에 더욱 이곳에 오르는 발걸음에 의미를 부여해 보기도 한다.

 

 

정상을 지나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대포바위 일명 남근석 사진이 있고 짧은 설명이 함께 하고 있다.

참으로 많은 사연과 자연의 위대한 조형물을 만나는 시간이란 늘 설레임과 흥분이 자리하지만 실제 보이는 모습은 가까이 가서 그 모양을 음미하며 바라보는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실망감도 느끼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문제란 말인가 그저 내가 보고 있는 현상 자체를 즐기고 나면 되는 것을...

늘 이쪽 90도 각도가 틀어진 곳에서 사진을 촐영하다 보니 남근석이란 표현보다는 바위 사이의 공간에 꽂혀있는 입석바위의 모습에 더욱 가까운 모습이다.

  

 

이제 입석바위를 지나 가파른 계단을 타고 내려가니 전망 좋은 바위가 있고 그곳에 모여 다시 한번 추억을 만들어 본다.

거대 암봉인 할미봉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내려오는 산우님들의 목소리와 모습이 정겹고 저 멀리 시원하게 조망되는 풍경들이 또한 갈길 먼 산객의 마음과는 달리 평온함을 전해 준다.

지나온 백두대간 마루금은 할미봉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북서쪽으로 장수 시내를 지나 전북의 고산준령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동쪽으로는 함양의 거대 산군들이 눈에 가득 차오른다.

올라야 할 서봉과 남덕유산의 부드러운 산세가 또 얼마나 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견뎌야만 오를 수 있을지...

 

 

이제부터 잡목으로 전망이 가려진 평이한 등로를 타고 아스라히 멀어져 가는 지난 2년전 추억을 뒤살리지만 아품만이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

작은 돌 하나와 잡목 그리고 서 있는 소나무 한그루에서도 이미 우리곁을 떠난 옛 산우의 체취가 묻어 나는 것 같아 다시 발길이 무거워지고 선두에서 리딩하기에 힘이 부쳐온다.

한동안 덕유교육원 이정표와 덕유삼거리 이정표를 지나니 전망바위가 나타나고 다시 전망이 터지며 이제까지 숨겨 놓았던 비경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 전망바위에서 한숨 돌린 후 완만한 등로를 타고 끝없이 이어진 서봉 가는 등로를 따르니 어느새 저 멀리 구름속에 푸른 머리만 내밀고 길게 동서로 늘어져 있는 지리산 연봉과 그 우측 끝자락에 매달려 있는 만복대 그리고 그 줄기를 따라 이어진 고남산과 백운산이 벌써 손끝에 걸릴 정도로 멀어져 있는 또 다른 전망바위에 도착한다.

아마도 오늘 이 풍경이 지리산 연봉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조금 더 머물러 가는 시간이 길어진다.   

 

 

많은 산우님들에게 선두를 내주고 자연과 벗삼아 그리운 옛 산우를 생각하며 가슴속 깊이 간직할 그 무엇을 찾다보니 어느새 서봉 바로 아래 원추리가 가득한 정상부에 도착한다.

급할 것 없이 다시 눈에 들어오는 비경을 벗삼아 즐기며 올라오는 산우님들 마다 사진을 찍어 주다 보니 어느새 제일 후미로 쳐져 오르게 된다.

잠시 더 발길을 옮기니 참샘 이정표에 도착하고 2년전 생명수를 주웠던 참샘의 고마움에 잠시 상념하는 시간도 가져 보지만 오늘은 바람도 시원하고 햇살도 없기에 식수를 구하려 내려가지 않는다.

다만 몇몇 산우님들이 다녀와 환상이라며 노래하는 모습에서 식수의 중요성을 인식할 뿐이다.

이곳에서 간단히 점심 해결하고 서봉으로 향하는데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며 갈길 먼 산객의 발걸음을 급하게 만들고 있다. 

 

 

드디어 서봉, 장수덕유산이라 불리는 정상에 오른다.

거침없이 펼쳐진 전망에 환호하는 것도 잠시 얼마전 유명을 달리한 옛 산우에 대한 마지막 가는 길을 보살펴 드린다.

종교나 다른 어떤 이유도 없이 그저 함께 좋아하는 백두대간 산행에 참여해 오랜시간 즐겼던 시간을 추억하며 앞으로 함께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 전하는 것이 전부이지만 그것이라도 못해 주면 영원히 후회될 것 같은 무거운 침묵이 짧게 흐른다.

그래도 그 추모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 와 주위를 둘러 본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저 멀리 지리산 연봉을 다시 가슴에 담고 동쪽으로 가물거리는 금원 황석산을 추억한 후 올라야 할 남덕유산을 바라보니 어머니 품처럼 부드럽고 고요하기만 하다.

하지만 저 부드러움 속에 또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요구 할련지... 

그렇게 다시 가파른 철계단을 타고 내려가 완만한 등로를 타고 다시 가파른 된비알 타고 오르니 온몸을 적시는 땀방울이 등로를 적시고 있다.

남덕유산 정상 갈림 삼거리에 도착해 오르지 않는 산우님에게 배낭 맡기고 빈몸으로 300미터 남은 남덕유산으로 향한다.

그곳에 천상천하 선계가 열려있고 주위 산을 오르며 꿈꿨던 파라다이스가 펼쳐져 있다.  

 

 

동쪽으로 함양의 거대 산군들인 기백, 금원, 거망 그리고 황석산이 가깝게 자리하고 그 중간에 월성봉이 다리를 놓고 있다.

남쪽으로는 지나온 마루금이 나무데크 저 멀리 시원하다 못해 장쾌하게 열려 있고 북으로는 올라야 할 삿갓봉과 백암봉 지나 향로봉이 손에 잡힐듯 가깝게 다가와 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가운데 지리산 다음으로 크고 넉넉하며 덕이 있어 이름 붙여진 덕유산, 그 중에서 덕유산 연봉들의 남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덕유산에 남쪽을 의미하는 '남'자를 앞머리에 붙여 부르게 된 이름인 남덕유산이다.

덕유산의 최고봉인 향적봉 일대를 북덕유산으로 부르는데 따라 장수군에 있는 서봉을 장수덕유산으로 불리고 있기도 한 서봉을 지나 또 한 봉우리인 남덕유산에서 겨울 눈꽃 산행으로 자주 올랐고 2년전 오름길에 잠시 스처간 인연을 뒤살리며 발품을 쉬어 본다.

 

 

박무가 백두대간 삿갓봉으로 이어진 능선 위로 날아 오르며 환상을 그리고 그 끝자락에서 좌측으로 돌아 내려간 향로봉 능선이 그립다 못해 가슴 아프도록 빛을 발하고 있다.

한발 두발 걸어 저기에 도착하는 날 덕유산과의 만남도 다시 이별을 고하며 언제 올지 모를 기약없는 이별을 알리고 있으리라...

이토록 아름답고 멋진 우리산하, 내가 지나간 이 등로를 후답자들이 다시 포개 밟을 수 있도록 잘 가꿔 가는 것도 우리의 몫임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동쪽으로는 더욱 환상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이것이 정녕 현실인지 아니면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서 있는 이 작은 산객도 자신을 모르고 있다.

작은 암봉 위로 길게 이어진 철계단을 타고 이어져 내려가던 마루금이 남령에 이르러 잠시 높이를 낮췄다가 월성봉을 오르며 높아진 줄기가 저 멀리 함양의 용추계곡을 가운데 두고 솟구친 4개의 연봉에 이르러 최고조의 높이를 하늘 높이 치솟아 올리고 그 사이마다 연한 안개를 피워 올려 비경을 이루고 있다.

오늘 이 시간이 아니면 다시는 볼 수 없는 풍경이기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붙잡고 한동안 넋을 잃어 본다.

좌측 ㅈ 멀리 기백산과 금원산 그리고 우측 앞쪽으로 거망산과 황석산이 그 중간의 월성봉으로 이어진 다리를 붙잡고 다시 한번 재회를 꿈꾸고 있다. 

 

 

남덕유산에서의 잊지 못할 풍경을 조망하고 뒤돌아 서 내려오는 길목에 앞에 거대하게 솟아 있는 장수덕유산 즉 서봉이 이제까지 알려진 흙산이 아님을 시위라도 하듯 거대 암봉을 드러내고 있다.

정상을 타고 진행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위용에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하얀 암봉에 피어난 푸른 소나무들 그리고 새생명들, 또 얼마나 많은 산객들의 가슴에 꿈과 용기를 심어줄 것인지...

방금 전 지나오며 영원한 안식처로 떠난 솜이님의 영혼을 달래주웠던 서봉이기에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 산행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해 본다. 

 

 

다시 남덕유산 갈림 삼거리로 내려오니 서서히 빗방울이 떨어지고 이곳에서 갑자기 나약한 마음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자꾸만 뒤로 처지며 삿갓봉으로 오르는 마음을 약화시키고 결국 월성재에서 삿갓봉이 아닌 황점으로 내려오며 처음으로 다른 산우님을 핑계로 완주하지 못하고 중간 탈출이란 불명예를 안고 말지만 이것이 인생사인 것을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전북 장수군 계북면 양악리와 경남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 황점마을을 연결해 주는 월성재에서 완주하기 전에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나약하고 게으른 마음이 2.9 Km의 거리를 남겨두고 마음의 빚으로 남겨둔 것이다.

그래도 그곳에서 바라본 삿갓봉의 위용은 여전히 위압적이였다 

 

 

황점마을로 내려오며 잠시 비를 피할 수 있는 다리 밑으로 들어가 불어난 월성계곡 물에 비와 땀에 찌든 몸뚱아리 들어내고 알탕하며 하루를 마감하니 이 또한 산행의 즐거움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다만 등산화 깔창을 준비하지 못해 발바닥과 발가락이 까지며 조금은 아품이 전해지는 시간엔 삿갓봉을 오르지 않고 하산하길 잘했다는 자신의 위로를 건네며 이렇게 하루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

하산 후 조별 저녁 준비와 식사를 마치지만 더욱 거세지는 빗발에 비박은 꿈도 못꾸고 버스에서 나눠 좁은 잠자리에 들자마자 전화 벨소리에 잠이 깨고 무모한 옆지기의 사랑에 감탄도 잠시 다시 깊은 잠에 빠져 든다. 

 

 

아직도 가늘게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잠에서 깨어 버스로 달려가니 어젓밤 늦게 홀로 다녀가며 등산화 깔창을 건네주고 올라간 옆지기에게 고맙다는 인사한번 제대로 건네지 못했음을 기억하곤 미안한 마음과 동시에 고마운 느낌을 간직한다.

마음속으로는 폭우가 솟아져 산행을 중단하고 하루 쉬었다 올라갔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지만 백두대간 산행이란 것이 그리 호락호락한 산행임을 알기에 쉽게 포기하고 산행 준비를 한다.

많은 산우님들이 중간에 포기하고 48명의 종주대만을 이끌고 가파르고 미끄러운 계곡을 따라 삿갓대피소로 오르는 등로는 죽음에 비유될만큼 힘들고 고통스럽다. 

 

 

몇번인가 비옷을 벗었다 입었다를 반복하다 보니 마지막 나무 계단이 눈앞에 길게 서 있고 그 중간에서 차가운 약수로 유혹하는 참샘 약수터에 들려 배가 부르도록 약수를 들이켜 본다.

삿갓재대피소에서 머물며 생명수로 이용하던 참샘 약수물이 오늘 따라 더욱 달콤한 맛으로 종주대의 발길 붙잡고 그 정상인 대피소 앞마당에서 내려다 보는 남쪽 황점마을이 안개에 가렸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그래도 모두 무사히 그곳 삿갓재대피소에 올라 시원한 산바람에 흐르는 땀 말리고 나니 한결 산행하기에 도움이 되는 듯 하다.

하지만 아직도 세상은 짙은 안개속에 방향조차 분간하기 힘든 혼돈의 시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헬기장을 지나고 가슴까지 올라온 잡목을 헤치며 그 잡목에 달려있던 빗물과 안개를 털다보니 온몸은 이미 폭우속 생쥐 모양이 다 되어 간다.

서서히 흐르기 시작하는 땀방울과 비옷을 입었다 해도 그속으로 넘치는 빗방울에 비옷까지 벗어 던지고 온몸을 대자연에 맡겨본다.

햇살이 없고 안개가 자욱한 등로이다 보니 생각보다 발걸음이 빨라지고 후미와 연락해 보니 몇분의 산우님들이 스스로 산행을 포기해 생각보다 잘 따라오고 있다.

대자연에 피어난 야생화와 그 아름다움을 시기하듯 세상을 숨기는 안개 사이에 안타까운 마음만 전하며 진행하니 어느덧 무룡산 정상이다.

무심한 정상 헬기장에는 간밤을 지새운 산객이 비박을 하고 있고 조심하며 정상석에 둘러 서서 흔적 한장씩 남긴다.

다만 환상의 전망을 선사하는 이곳이였기에 오늘 숨어버린 풍경이 아쉽기만 하다 

 

 

이제 빗줄기가 다시 강해지고 선두에서 앞서 진행하니 등로를 가로막고 서 있는 잡목들에 고여있던 물방울들로 인해 다시 온몸이 적어온다.

모든것을 초월하여 계속 진행하니 금새 무룡산에서 2 Km 진행했다는 이정표가 보이고 조금 더 진행한 장소에서 바라보니 1428봉쪽으로 약간의 조망이 나타난다.

빗물에 젖어가는 디카이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아쉬운대로 사진으로 한장 남긴다.

우측으로 제비봉과 시루봉으로 이어지는 거창의 산줄기 위에 하얀 구름과 안개가 걸리며 절경을 보여주지만 가끔 그 절경을 시기하는 이곳 안개로 인해 제한적인 조망이 안타깝다.  

 

 

이제 동엽령도 얼마남지 않은 지점, 그 폭우속에서도 등로에 피어있는 원추리가 예뻐 사진으로 남겨본다.

벌써 디카 내부로 스며든 습기와 물기가 렌즈를 희미하게 만들고 더 이상의 사용을 허락하지 않는 시간, 다시 아쉬움에 디카를 배낭에 넣고 온몸으로 흘러 내리는 빗줄기를 맞으며 천천히 진행한다.

그저 이렇게 가까이 존재하는 조망과 풍경이지만 이것을 담을 수 있음에 감사하는 시간이다.

지난 2년전 오르며 찍은 사진을 보며 오늘의 아쉬움을 달래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새로 단장한 나무데크가 인상에 남겨진 동엽령에서 산우님들과 간단한 간식으로 요기한 후 다시 백암봉, 송계삼거리 오르는 완만한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등로 우측으로 올라야 할 귀봉과 대봉쪽 마루금이 하얀 안개를 피워 올리며 환상의 절경을 보여주고 있다.

날씨가 맑지 못함을 안타까워하지만 그래도 이런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잇음에 감사하며 잠시 뼛속까지 젖어오는 찌릿한 느낌을 즐겨본다.

내리는 빗줄기로 인해 산행에 어려움은 있지만 산행하는 무릎에는 열기를 식혀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듯 하다.

 

 

10시를 넘기며 산우님들의 원성이 대단하다.

너무 일찍 먹은 아침으로 인해 벌써 허기를 느끼기 시작하고 조금은 이른 점심식사를 주문하지만 무전기도 없는 선두조가 쉬어 주질 않으니 연락없이 쉴 수도 없어 이곳에서부터 홀로하는 산악 마라톤을 실시해 본다.

그래도 앞서 오르는 산우님들의 행렬이 마치 초록의 물감 위에 잘못 떨어진 노랑 빨강 물감인 듯 알록달록 묘한 분위기와 풍경을 보여준다. 

 

 

오르는 도중 후미 산우님들 사진 찍어 드리고 나무 안정봉이 설치된 지역을 지나 1320봉이 올려다 보이는 저 멀리 머리에 하얀 포말을 쓰고 있는 송계삼거리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정신없이 달리다 시피하며 오르니 갑자기 된비알 깔딱 고개가 나타나고 그곳 언저리에서 선두잡아 이제부터 천천히 식사할 수 있는 식당 찾아 진행해 본다.

하지만 더욱 세차게 불어대는 비바람과 안개 그리고 좁은 칼바위 능선으로 이뤄진 등로를 타고 진행하다 보니 생각보다 식사할 장소가 맞땅한 곳이 없다.

계속 진행 해 백암봉까지 진행하여 간신히 선두조 미니 단체 사진 한장 남긴 후 북쪽으로 이어지는 중봉과 향적봉을 보내고 아쉬운 눈길 돌려 우측으로 꺽어 대간길로 접어든다.

후미조와 연락하니 후미조는 이미 자리펴고 점심식사를 즐기고 있는 중이다. 

 

 

백암봉 지나 산죽밭을 따라 한동안 진행하다 허기를 참지 못하고 등로 옆 상여덤 부근에서 선두조도 자리펴고 식사를 즐겨본다.

비우면 자꾸만 채워지는 빗물을 바라보며 대간 산행의 어려움과 변변하게 챙겨 먹을 수 없는 식사에 아쉬움이 있지만 이것도 하나의 극기이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행위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맛난 식사를 즐기고 이제부터는 조금은 빠르게 진행한다.

뒤에서 밀면 미는대로 주저하거나 속도를 늦추지 않고 마음대로 발걸음 옮겨본다.

그러다 문득 못봉 오름 전망대에서 지나온 마루금을 뒤돌아 보니 환상으로 남겨질 풍경이 거기 있다.

이 아름답고 멋진 풍경도 오늘 이것으로 끝내야 되는 사실도 모른채 잠시 어린아이처럼 즐겨본다. 

 

 

멋진 풍경 사진 한장 남기고 아주 빠르게 진행하지만 모두 잘도 뒤따라 오고 있다.

비가 내려 산행에는 지장을 주지만 무릎에 가해지는 무게를 식혀줄 시원함이 느껴지기에 별 어려움없이 진행한다는 생각이다.

후미오 연락해 보니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잘도 따라오고 있기에 조금 더 속도를 내 진행해 본다.

이정표 하나 있는 횡경재 지나 폭우속 빗줄기를 맞으면서도 등줄기에 땀이 흐를 정도로 된비알 치고 오르니 넓은 공터 비행장이 나타나고 곧이어 못봉 정상이다.

지난 2년전 오르며 고통과 고난속 행군으로 올라 숨겨진 비경을 발견한 듯 환상을 쫒았던 못봉이기에 주위 풍경을 살펴보지만 내리는 폭우로 인해 이제 가까이에 서 있는 종주대만이 눈에 들어 올 뿐이다.  

 

 

폭우처럼 솟아지는 빗물과 가끔 짜릿하게 얼굴을 때리는 우박으로 인해 오랫동안 지체하지 못하고 다시 잡목이 우거진 등로를 타고 진행해 본다.

조금은 빠르게 하산하면서 뒤돌아 보니 모두 자신만만하게 따라오고 다시 된비알 치고 오르며 숨 한번 헐떡거리니 대봉이다.

월음재는 지나면서도 비로 인해 디카 한번 꺼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디카에도 습기와 물기로 인해 막바지에 다다른 느낌이다. 

 

 

숨 한번 크게 쉬고 다시 가파른 등로를 타고 흘러 내리는 빗물과 함께 조심해 내려가니 평이한 등로가 열려있고 다시 한번 빠르게 그 등로를 치고 오른다.

저 멀리 바위 위에 갈미봉 정상석이 초라한 모습으로 서 있고 그곳에서 선두조 미니 단체 사진 한장 남기고 다시 마지막 남아 있는 레이스로 발길을 돌린다.

오랫만에 마음 놓고 해 보는 선두조 특권을 누리며 누구랄 것도 없이 이 폭우속 백두대간 산행을 즐길 수 있음이 대견하게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고 갈미봉에서 마지막 빼재까지의 거리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4개의 봉우리를 다시 넘어야 하는 최악의 조건이기에 무심한 듯 그저 발걸음만 옮기고 있다.

두어 봉우리를 넘어 헬기장을 지나니 다시 높다란 봉우리가 나타나고 그곳 정상에 삼각점이 박혀있다.

이제 빼봉을 지났으니 작은 봉우리 하나만 넘으면 빼재, 신풍령 또는 수령에 도착하는 것이다.

온몸은 비에 젖어 인간의 모습을 잃어 버린지 오래지만 그래도 함께 이틀동안 몸 부딪히며 지낸 종주대이기에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보내 본다.

 

 

 

빼재, 삼국시대 국경을 맞대고 수많은 전쟁을 하면서 끼니를 챙기기 위해 동물들을 잡아 먹으며 연명했던 곳이기에 수많은 동물들 뼈가 널려있어 부르던 뼈재가 변해 빼재가 되였다는 전설은 이제 백두대간 산행을 하면서 귀하지 않은 이야기 중 하나가 되어 가고 있다.

비포장 임도로 내려오니 저 멀리 버스가 보이고 남아있던 산우님들이 사진 한장 찍어주며 큰 박수로 축하해 주고 있다.

순간 눈물이 핑 돌며 산우애를 느껴본다.

이 시간 오후 3시 30분, 간단히 몸 닦고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쉬고 있으니 한명 두명 종주대들이 도착하고 오후 4시 30분을 지나 모두 무사 완주의 기쁨을 맛 본다.

돌아오는 길에 무주구천동에 들려 맛난 식사로 하루를 마감하며 먼 꿈나라 여행을 하면서 다음 회차를 기다려 본다.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