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전북 남원시와 장수군에 걸쳐 있는 지리산 북부 마루금 일대
산행일자 : 2009년 06월 12일과 13일 (무박 2일 산행)
산행날씨 : 맑고 쾌청한 초여름 무더운 날씨
산행온도 : 영상 13도에서 영상 25도
산행인원 : 3450온누리산악회 61명 (40인승 버스 2대)
산행거리 : 약 29 Km (접속구간 약 3.0 Km 포함)
산행시간 : 약 10시간 30분 (03시 50분부터 14시 20분 까지)
산행코스 : 여원재-마을 시멘트 임도-561.8봉-장치-합민성 갈림길-고남산(864.4봉)-통신탑-통안재-704봉-옛고개-573.2봉 (삼각점)-매요마을-매요휴게소(아침식사)-743번 지방도로-유치재-618봉-사치재-88고속도로-산불 났던 지역-620봉 헬기장-693봉-새목이재 안부-헬기장-시리봉-남근석-781봉-철쭉 군락지-복성이뒷재-아막성터-복성이재-철쭉군락지-치재-꼬부랑재-보리수 군락지-다리재-보리수 군락지-꼬부랑재-치재-역적재
03:35 여원재 (24번 지방도로, 산행 들머리)
03:42 임도(길주의-임도를 만나 밭을 통과해야 하지만 밭 중앙을 통과할 수 없어 임도타고 우측으로 진행)
03:46 좁은 마을길 (길주의-임도타고 진행하다 나즈막한 좁은 고갯길에서 임도 버리고 우측으로 대간길)
03:57 좌측으로 묘2기 (길주의-561.8봉 8부능선 묘2기에서 직진 버리고 우측으로 110도 꺽어 내리막이 대간길)
04:03 장치 (길주의-능선을 타고 가다 넓은 임도를 만나지만 그 임도를 가로질러 직진이 대간길)
04:17 합민성 갈림길 (길주의-좌측 합민성 및 841.1봉 가는 등로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04:47 우측에 김해김공 묘1기
04:58 바위 암릉 및 로프 지역
04:59 나무 계단
05:05 바위 전망대
05:10 고남산 (846.4봉, 삼각점과 산불감시초소, 산행주의-암릉지대 및 안전로프)
05:19 일출
05:26 고남산 정상석
05:39 헬기장
05:40 통신탑 (산행팁-통신탑을 두고 좌측 우회길을 택해 통신탑 지나 통안재)
05:43 통안재 (길주의-우측으로 나 있는 시멘트 임도로 약 20여미터 진행 후 전봇대 있는 좌측 능선길이 대간길)
06;24 573.2봉 (삼각점)
06:45 매요마을 (길주의-임도 직전에서 좌측이 대간길이나 우측 지름길도 이용 가능)
06:53 매요 휴게소 (산행팁-식수 가능 및 탁배기 파는 할머니 매점)
07:30 매요휴게소에서 아침식사
07:39 임도 따라 진행
07:41 다시 좌측 능선 등로가 대간길
07:43 743번 지방도로 (길주의-743번 지방도로 따라 좌측으로 약 20여미터 진행)
07:44 유치재 (길주의-743번 지방도로 건너 목재소 건물을 좌측에 두고 능선길이 대간길)
08:07 성터로 보이는 돌담
08:21 사치재 이정표
08:23 지하통로 (길주의-88올림픽고속도로를 위로 건너지 말고 지하차도로 통과)
08:31 산불났던 곳 (산행팁-불에 탄 흔적 남아 있음)
08:40 620봉 (넓은 공터에 헬기장)
08:59 693봉
09:23 십자로 안부 (길주의-직진이 대간길)
09:25 새목이재 (길주의-임도와 만나지만 그 임도를 가로질러 능선길이 대간길)
10:03 헬기장
10:18 시리봉 (776.8봉)
10:21 십자로 안부 (길주의-직진이 대간길)
10:25 남근석
10:26 781봉 (좌측에 전망대)
10:29 우측에 진달래 군락지
10:39 복성이 뒷재
10:42 아막성터 성벽 (길주의-넓은 성곽 위를 따라 좌측으로 돌아가다 좌측 바위너덜길이 대간길)
10:59 임도 (산행팁-좌측에 성황당)
11:03 601.4봉
11:08 복성이재 (751번 지방도로)
11:35 철조망 등로 (산행팁-좌측에 목장 출입금지용 철조망)
11;50 우측에 전망대 (길주의-좌측의 역적재 갈림 등로 버리고 우측이 대간길)
11:59 치재 (진달래 군락지)
14:20 꼬부랑재
14:45 치재 (진달래 군락지)14:44 역적재 봉화산 철쭉군락지 (산행 날머리)
이번 구간 KEY WORD는 복수혈전, 운해 그리고 산우애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계절의 흐름은 벌써 초여름 무더위를 발산하며 백두대간 종주대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떠나야 하는 길이기에 3주란 기간이 길게만 느껴진 시간들이다.
개인적으로 2년전 처음 오르며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럽게 등로 찾으며 올랐던 구간이기에 오늘만큼은 복수혈전을 꿈꿔본다.
마침 늘 선두에서 리딩을 해 주시던 산우님의 불참으로 자연스럽게 리딩까지 부여받은 상태이기에 더욱 복수혈전에 대한 집념이 강렬하다.
고남산 오름길에 만난 운해속 황홀한 일출 장면
덜컹거리는 버스의 소음을 자장가 삼아 잠시 깊은 잠에서 깨어나니 벌써 마지막 휴게소에 도착하고 넘어가지 않는 새벽밥을 목구멍에 넣으며 흑백의 경계를 넘나들어 본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속에 담았던 여원재 이정표에는 그 옛날 비운의 여인이 남긴 전설을 간직한 채 조용히 종주대를 맞이해 준다.
생각보다 어둠의 깊이가 깊지 않은 것인지 저 멀리 주위 마루금들이 희미한 달빛을 받아 그 실루엣을 남기고 있다.
해발 470미터인 오늘 산행 들머리인 여원재 이정표
2년전 사전답사도 없이 무작정 지도 한장과 나침판 하나만 들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 헤매였던 곳이기에 오늘만큼은 정신 집중하여 두번 다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결연하다.
어둠속에 잘 다져 놓은 밭고랑을 타고 농심에 상처를 남겼던 곳, 오늘은 나즈막한 야산을 넘어 밭둑을 지나 시멘트 포장도로를 타고 제법 능숙하게 마을로 들어가 정상적인 등로를 따라 진행한다.
장교리 마을로 접어들어 시멘트 임도를 타고 진행하다 만난 이정표
한두번 잠시 주춤거림도 있었지만 그래도 정상적인 시멘트 도로를 타고 우측 능선으로 올라가는 마루금을 찾아내곤 속으로 얼마나 쾌재를 불렀던지...
하지만 완벽한 복수혈전을 하기에는 아직도 두어군데의 길찾기 어려운 곳이 남아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완만한 등로를 타고 어슴프레한 달빛을 따라 오르니 금새 561.8봉 능선상의 묘2기가 나타나고 잠시 중간 그룹 기다려 꼬리 잡아준 후 가파른 내리막 등로를 타고 장치로 향한다.
561.8봉 오름 등로 좌측에 2기의 묘있는 곳에서 마루금은 우측으로 90도 꺽어 급경사로 떨어지고
장치로 내려가면서도 가슴속에서는 많은 등로를 열어 놓고 조각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풀잎에 내려 앉은 새벽 이슬이 산객의 등산화와 바짓가랑이를 적시지만 그것도 잠시 흐미하게 눈에 들어오는 장치의 모습에서 긴장으로 인한 땀방울이 솟아난다.
나즈막한 언덕을 넘으니 금새 좌우로 이어지는 넓은 임도가 나타나고 그 건너편에 희미한 등로가 보인다.
2년전 고생했던 경험이 눈녹듯 사라지며 완벽하게 복수혈전에 종지부를 찍어보는 순간,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희열이 솟아 오르며 잠시 긴장이 풀어진다.
어둠속 장치에서 복수혈전을 끝내고 합민성 갈림길 지나 고남산 직전 나무 계단에 올라 숨겨진 비경을 감상하고
어둠속에 잠시 서성이며 장치를 살펴보니 2년전에는 사거리 안부에서 넓은 임도를 타고 좌측으로 빠져 공동묘지와 잡목 하나 자라지 않는 넓은 공터에서 한시간 가까이 헤매이고 다녔던 것이다.
그래도 다시 한번, 산우님들 그곳에 남겨 두고 조금 더 진행하니 잡목 터널이 나타나며 고통스러웠던 추억을 뒤살리고 있다.
지나고 보면 모두 아름다운 추억이지만 몸으로 체험하는 시간은 왜 그리 큰 고통이 따르던지...
고남산 정상의 좁은 공터에 세워진 정상 이정표 뒤로 운해가 장관이고
하늘이 열리는 곳에서는 동녘에서 밝아오는 여명을 받아 희미한 실루엣을 보여주지만 잡목 속으로 들어가면 언제 그랬내는듯 금새 어둠속으로 종주대를 밀어 넣고 있다.
이슬비가 내려 앉아 있는 잡풀을 헤치고 합민성 갈림길을 지나 완만한 등로를 타고 한동안 진행하니 우측으로 남원쪽 불빛이 반짝이고 금새 바위지대 위에 로프가 걸려있고 나무 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 오르니 선계를 넘어 천상의 아름다움이 숨어있고 운해속에 종주대의 속마음도 녹아들고 있다.
고남산 정상에서 바라 본 남원의 권포리쪽 마을이 엷은 안개속에 잠들어 있고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고 즐기는 운해, 이곳에 굵은 땀방울 흘리며 오른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를 마음껏 부려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저 눈에 담아 가슴으로 느끼기에는 많이 부족한 풍경 그리고 대장연이 주는 작은 선물, 천변만화속 작은 변화에도 이리 가슴 뛰고 첫사랑에 가슴 울컹하던 그런 마음으로 경외로운 자연을 대해 본다.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비경이기에 더욱 시간 들여 머물고 있는지도 모르겠지...
이 운해속에 잠들어 있는 사람들은 또 무슨 꿈을 꾸고 하루를 시작할련지...
고남산 정상에서 조금 내려간 넓은 공터에 세워진 고남산 정상석
암봉으로 이뤄진 고남산 정상, 이씨 조선을 일으킨 이성계의 공적이 깃든 곳이기에 태조봉이란 이름까지 얻었던 그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그 옛날 왜구를 물리치고 나라를 지켰던 위풍당당했던 선조들의 기개가 서려있는 듯 하다.
권씨의 권세가 하늘을 찔렀다는 권포리와 무학대사가 산줄기를 보고 지었다는 장교리 그리고 임금에게 진상미로 올렸다는 산동평야의 부절리가 엷은 안개속에 새벽잠에서 깨어나려 하고 있다.
남동쪽으로 지금까지 걸어온 지리산 연봉이 손에 잡힐듯 가깝게 다가오고 그 장쾌한 능선에 잠시 산객의 무거운 마음도 놓아 본다.
고남산 정상석과 헬기장 지나 통신탑을 좌측으로 우회하여 시멘트 임도에서 뒤돌아 본 고남산 정상부 전경
시간과 세월이 지남에 따라 걸어가는 백두대간 마루금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도 조금씩 그 모습에 변화를 주고 있다.
거대한 통신탑을 우측에 두고 조측으로 우회하는 뚜렷한 등로가 나 있고 그곳을 통해 통안재로 향하는 시멘트도로에서 뒤돌아 본 고남산 정상부는 이미 능선을 타고 올라온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실 정도로 그 아름다움을 찬란히 발학 있다.
잡목이 우거진 704봉과 573.2봉을 지날때까지 등로 좌측으로 운해가 계속 따라오고
잠시 시멘트 포장도로를 타고 통안재 넘어 좌측 능선길로 접어들자 아침잠에서 일어난 산새들이 예고없는 이방인들의 출입에 조잘거리고 잠시 멋진 등로를 타는가 싶으면 다시 시멘트 도로를 타고 지그재그로 연결되어 있다.
좌측으로 멋진 고목 두어그루가 서 있는 지점에서 시멘트도로를 벗어나 좌측으로 능선 등로를 따르니 폭신한 침엽수에서 떨어진 낙엽이 양탄자 등로를 만들고 급하지 않은 완만한 등로는 종주대에게 새로운 세상고 통하는 길을 열어주고 있는 듯하다.
좌측으로 따라오는 운해가 아직도 산객의 눈과 발길을 붙잡고 조금은 쉬어가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매요휴게소에 들려 할머니를 만나지만 무심하게 지나가는 세월에 자꾸만 늘어가는 주름이 야속하기만 하고
그렇게 한동안 평이하지만 아름다운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가까이에서 강아지 짖는 소릭 들리고 금새 넓은 비포장 임도와 만난다.
그곳에서 밭둑을 타고 조금 진행하니 폐가 비슷한 민가가 나타나고 강아지 한마리가 세상을 깨우듯 짖어대고 있다.
그곳을 지나 다시 시멘트 포장도로를 타고 우측으로 진행하여 매요마을을 지나니 저 멀리 마을회관과 휴게소가 눈에 들어온다.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에 있는 매요리에는 광천이 흘러 낙동강으로 스며들고 이름도 아름다운 건너뜸, 동쪽 그리고 점촌이란 마을들이 산재해 있는 곳이다.
매요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으며 할머니표 묵은 김치에 막걸리 한사발로 허기를 달래본다.
다만 그곳 매요휴게소를 지키는 할머니의애칭인 욕쟁이 할머니란 별명이 귀에 거슬렀던지 거부 반응을 보이시고 세월이 지남에 다라 늘어나는 주름에 반비례해 말수가 적어진 할머니를 만나니 반가움보다 걱정과 근심이 앞선다.
앞으로는 욕쟁이가 아닌 공주 할머니라 불러 드려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 시간이다.
매요마을을 지나 743번 지방도로에서 유치재삼거리로 진행하다 만난 이정표
다시 한번 더 만나 뵐수나 있을련지 기약없는 이별을 알리고 매요휴게소 할머니와 헤어지는 아품은 생각보다 크게 가슴을 울리고 있다.
부디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 계셔서 백두대간 마루금을 타고 내려오는 종주대에게 시원한 막걸리 한잔 나눠 주실 것을 빌어 볼 뿐이다.
마을 퐂ㅇ도로를 지나 좌측으로 나 있는 능선길을 따르다 다시 743지방도로로 나오니 이정표가 보이고 저 멀리 목재소 뒷편으로 유치삼거리 들머리가 보인다.
유치재삼거리에서 743번 지방도로와 헤어져 618봉 가길에 우측으로 바라본 24번 지방도로와 인월쪽 마을 풍경
일부 산우님들은 능선으로 또 일부 산우님들은 743번 지방도로를 타고 진행하니 금새 유치삼거리 이정표가 나타나고 등로는 목재소 뒷편 좌측 능선으로 나 있다.
리딩하지 않고 진행했다면 많은 사진 남기며 걸었을 그곳을 앞장 서 진행하다 보니 그저 눈에 들어오는 사진 몇장 남기는 것으로 족하다.
다시 평이하지만 아름답고 고즈넉한 능선 등로를 따라 진행하니 자꾸만 등로 우측으로 남원의 인월쪽 마을이 너무 아름답고 고요한 모습으로 뒤따르고 있다.
남원과 장수를 이어주는 88고속도로 위 사치재에서 바라 본 고속도로 장수쪽 전경
그렇게 땀방울이 맺힐쯤 사치재를 표시해 주는 이정표 지나 빠르게 질주하는 차량들의 소음을 들으며 안만한 내리막 내려가니 금새 88고속도로상 사치재에 도착한다.
한가한 도로를 가운데 두고 고속도로 위를 건너는 산우님들과 지하통로를 타고 진행하는 산우님들을 안내하며 10여명의 선두 그룹을 이끌고 다시 불난지역의 헬기장으로 향한다.
중간과 후미 그룹도 생각보다 잘 따라오고 더워지는 날씨속에 순조로운 산행이다.
지하통로와 88고속도로 위를 통과해 능선으로 오르면 만나는 불에 탄 흔적이 있는 고사목 지대
이제부터 불난지역을 통과하면 한동안 그늘이 없기에 잠시 물 한모금 마시며 마지막 그늘에서 쉬어간다.
지난 번 오를때보다 많이 치유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도 자라고 있는 잡목 위로 하얀 고사목들이 산객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고 잇다.
내가 함께하고 내 후손들이 또 그들과 같이해야 하는 곳이기에 다시는 이런 을씨년스런 모습은 보이질 않기를 간절히 바래보는 시간이다.
이제 제법 땀이 흘러 온몸을 타고 흘러 내리는 시간 드디어 620봉 헬기장에 도착한다.
620봉 헬기장에 올라 바라본 올라야 할 693봉과 우측으로 시리봉 마루금
너무나 강렬한 태양빛으로 잠시 주위 조망만 들러본 후 천천히 가던 길 걸어간다.
푸른 나뭇잎들이 더위에 늘ㅇ지며 산객의 발길까지 잡아채는 시간, 그래도 올라야 할 마루금이 푸른 빛속에 잡목들로 채워지고 그 능선 끝자락에 가파르지 않은 봉우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마루금 우측으로 보이던 88고속도로와 지리산휴게소 그리고 남원 아영쪽 마을 원경
등로 우측으로는 88고속도로와 지리산 휴게소가 그림처럼 놓여있고 그 도로 건너 고요하지만 고즈넉한 아영마을이 모내기를 끝낸 농심을 담고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받아 가을의 풍년을 노래하듯 보인다.
산행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일년 내내 고생하며 삶을 이어가는 농심에는 풍요로움이 가득한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늘어가는 주름이 깊어지는 고향의 부모님이 생각나는 것은 왜 그런지...
693봉 마루금에 올라 뒤돌아 본 620봉 헬기장쪽 마루금과 저 멀리 운봉 마을
오랫만에 선두에서 리딩하느라 그런지 자꾸만 몸이 무거워지며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693봉 오르기 전 바위지대에서 잠시 선두를 양보하고 그늘에서 쉬며 물 한모금 마시며 원기를 회복해 본다.
갑작스런 더위 때문이였는지 조금 쉬고 나니 살것 같아 다시 바위지대로 오르니 지나온 마루금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저 멀리 고남산쪽 마루금도 보인다.
고통이 따르는 백두대간 산행이지만 이런 묘미를 느끼기에 다시 다음 구간도 이어 가리라 생각해 본다.
십자로 안부로 이뤄진 새맥이재 이정표
693봉 정상에 오르니 약간의 살랑바람이 불어오며 흐르는 땀방울을 식혀준다.
좁은 정상이지만 그늘에 숨어들어 물 한모금 마시며 쉬어간다.
한동안 쉬고 있으니 중간 선두 그룹도 모습을 보이고 그들에게 자리 내주고 다시 완만한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금새 새맥이 이정표가 붙어 있는 십자로 안부에 도착한다.
등로 우측으로 계곡에 식수가 있다는 표시가 되어 있지만 큰 기대는 안되는 모습으로 잡목들만이 새맥이 주위를 채우고 있다.
시리봉을 막지난 지점에서 바라 본 751번 지방도로와 번암쪽 풍경
약간의 오르막과 평이한 푸른 등로를 타고 계속 진행하니 아무 표식도 없는 시리봉을 지난다.
등로 좌측으로 나즈막한 봉우리가 보이고 그곳으로 올라보니 저 멀리 751번 지방도로와 앞으로 올라야 할 봉화산쪽 능선 일부가 보이기 시작한다.
몇번인가 올랐던 봉화산, 이제 복성이재도 얼마 남아 있지 않음을 알려주는 풍경이기에 느긋하게 진행해 본다.
남근석이라는데 왜 남근석인지 알길이 없고
다시 평이한 등로를 타고 한동안 진행하니 남근석이 표면에 푸른 옷을 걸치고 당당히 서 있다.
하지만 왜 이 바위가 남근석이 되였을까 하는 궁금증은 이번에도 풀지 못하고 그 궁금증만 더해 간다.
이리보고 저리봐도 도대체 왜 남근석이란 이름이 붙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에 혼자 웃음으로 지날 수 밖에...
781봉 지나 드넓게 펼쳐진 철쭉 군락지, 지난해 올라 본 철쭉이 장관이였고
남근석을 지나 781봉을 금새 넘자 환상의 철쭉 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분홍빛 철쭉은 지고 없지만 그것을 대신한 푸른 초원이 펼쳐지듯 드넓게 자리한 철쭉 군락지에서 철쭉꽃을 바라본다.
작년에도 왔었고 또 올해에도 다녀간 곳이지만 볼때마다 다른 느낌과 모습으로 다가오는 자연이기에 오늘 하루도 가슴 속 깊이 이 아름다움을 채워본다.
아막성터 오름 바위탑에서 바라 본 781봉쪽 지나온 마루금
발 아래 내려다 보이는 아막성터의 추억을 뒤살리며 오늘만큼은 정상적인 등로 찾아 알바없는 산행을 다짐해 본다.
백두대간 마루금이 그 옛날 삼국시대에는 거의 모두 국경으로 되어 있었음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이곳 아막산성터 역시 돌로 쌓은 산성의 일부가 아직도 남아 있어 백제에서는 아막산으로 신라에서는 모산성으로 불리우며 그 두나라 사이의 격렬한 전쟁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 하다.
무너진 돌탑 위로 바라다 보이는 시루봉쪽 전경이 아름답고 성곽 안으로 나 있는 시원한 그늘의 등로를 타고 진행하며 역사를 배워 본다.
가끔 나타나는 오디에 어린아이들이 되어 붉게 물들어 가는 입술과 손가락도 잊은 채 추억 하나를 먹어 본다.
아막성터의 성곽도 수많은 등산객들로 인해 그 지형이 변해있고
2년의 세월이 흐르며 잘 정돈되어 있던 돌담은 사라지고 성곽의 흔적만 남아있는 곳에서 좌측으로 꺽어 바위 너덜지대를 타고 아막산성터를 지난다.
전혀 알지도 못하고 또 들어 보지도 못했던 역사의 격렬한 격전지의 한곳을 이렇게 답사하며 알아갈 수 있음에 마음만은 풍요로움을 간직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후미에게 오디의 달콤함을 전하고 다시 여유롭게 아막산성터를 떠나 나무 그늘속으로 몸을 숨긴다.
복성이재 가기 직전 임도를 만났지만 정상마루금은 얕으막한 능선을 넘어야 하고
하늘 한점 보이지 않는 그늘속을 진행하며 한동안 걸어가니 저 멀리 임도가 나타나고 금새 우측 저 멀리 751번 지방도로와 연결되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저 임도를 타고 진행하다 751번 지방도로에서 좌측으로 꺽어 올라가면 복성이재에 안착하지만 전통 마루금이 아니기에 이정표 하나 디카에 담고 다시 나즈막한 능선을 타고 복성이재로 향한다.
중간 그룹은 이제 아막산성에 도착되고 후미는 아직도 남근석 부근인듯 싶다.
흥부마을인 성암마을이 인접한 751번 지방도로인 복성이재에 도착하고
얕으막한 능선을 타고 진행하니 다시 임도가 나타나고 그 임도를 따라 진행하니 751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복성이재에 도착한다.
전북 남원고 장수를 이어주는 751번 지방도로, 2년전까지만 해도 일부 구간이 비포장도로로 남아 잇어 차량 통행이 뜸했었는데 이제 제법 많은 차량들이 통과하는 듯 싶다.
차량을 이용한 식수와 맥주 한컵으로 갈증을 달래고 봉화산 근처로 올라 장수쪽 날머리를 확인하기 위해 마지막 힘을 짜내 본다.
좌측으로 목장 철조망을 타고 오르다 바라본 치재쪽 원경, 남아있는 억새대가 인상적이고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하였기에 잠시 복성이재에서 휴식을 취하고 식수 공급 받아 단체 사진 한장 남기고 치재를 향해 오름짓을 시작하고 얼마 안돼 갑작스런 사고 소식이 무전기를 타고 흐르기 시작한다.
여산우 한분이 시리봉과 아막성터 중간지점에서 넘어져 어깨가 탈골되였다는 소식이다.
재빨리 119 구조 신고를 하고 상태를 확인시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잠시 주춤대다 선두와 중간은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한다.
어짜피 많은 인원이 모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기에 필요한 산우님 몇몇만 남기고 정상적인 등로를 타고 진행해 보지만 마음만은 늘 개운하질 못하다.
철쭉으로 그렇게 아름답던 치재가는 등로엔 이제 강한 햇살만이 남아 산객의 고통을 더해주고 있다.
치재가는 전망대에서 바라 본 지나온 백두대간 마루금
그래도 치재에 올라 지나온 마루금과 올라야 할 봉화산 넘어 덕유 자락을 보니 마음만은 상쾌하지만 늘 마음 한구석엔 사고를 당한 산우님 생각에 편안해지질 않는다.
정상적으로 119구조대와 연락되어 잠시 후면 안전 후송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한시름 놔본다.
다시 좌우로 살펴보니 남쪽의 남원 방향과 북쪽의 장수방향 마을들이 눈에 들어온다.
흥부와 연관이 깊으며 또한 춘향의 고향인 이곳, 그 이름만큼이나 멋진 마을들이다.
치재가는 전망대에서 바라 본 남원 성리마을 풍경
작년 봄 철쭉이 만개한 봉화산을 오르며 지났던 치재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진행하니 연분홍 철쭉 대신 이번에는 짙은 초록이 산하를 뒤덮고 다음을 약속하자고 전해주는 듯 하다.
아름다운 산하 그리고 드높은 구름이 한폭의 풍경화를 그리는 자연에 감사하며 후미에서 수고해 주는 산우님들에게는 고마움을 그리고 사고를 당한 산우님에게는 큰부상이 아니길 빌어 본다.
치재가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원 성리마을 저 멀리 지리산 주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등로 우측으로 지금까지 걸어온 지리산 천왕봉에서부터 길게 늘어진 주능선이 저 멀리 능선 넘어 위풍당당하게 서 있고 그 모습 가슴에 담으며 멀어지는 지리산과의 애틋한 이별을 노래한다.
여름날 아이 손잡고 다시 한번 오를 수 잇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치재에서 바라 본 철쭉 동산
치재 넘어 꼬부랑재까지 가는 등로가 참으로 아름답다.
오르는 도중 버스 기사와 전화로 이야기 나누지만 역시 자신이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등로를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알아 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분명 꼬부랑재나 다리재 부근에서는 등로 좌측 즉 장수쪽으로 탈출하는 탈출구가 없다고 알고 잇지만 꼬부랑재와 다리재 중간부근에 탈출로가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에 올랍지만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다시 치재로 뒤돌아 내려오며 자기 자신이 확신하지 못하는 등로는 두번 다시 오르지 말아야 된다는 뼈저린 교훈을 하나 얻은 셈이다.
봉화산 근처 꼬부랑재까지 갔다가 뒤돌아 내려와 역적재쪽으로 내려가며 만난 나무 터널지대
모든 산우님들 내려 보내고 제일 후미에서 다시 치재로 내려와 우측 나무터널을 지나 역적재쪽 장수로 하산을 서두른다.
철쭉 동산으로 인해 잘 다듬어진 등로와 철쭉 동산 그리고 불행중 다행으로 탈골만 된 여산우님, 무거운 발길과는 달리 마음만은 조금은 안심이 되어가는 시간이다.
지방도로쪽으로 나오니 모든 산우님들이 모여 식사 준비를 하고 그속에 낑겨 무더위와 싸운 하루를 마감해 본다.
역적재쪽 봉화산철쭉단지로 하산하며 길고 멀었던 하루를 마감해 보고
산행 들머리 지나 복수혈전의 짜릿함을 가슴으로 느끼며 진행하다 고남산에서 평생 잊지 못할 환상의 운해속에 마음을 빼앗기고 매요휴게소를 지키는 할머니의 노쇠한 얼굴과 손바닥에서 인생의 무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 옛날 치열한 전투를 벌였을 아막성터에서 사고를 당한 여산우님으로 인해 한마음 하나로 뭉쳐진 2기 백두대간 종주대들, 자기 희생과 봉사로 발벗고 뒷처리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모습에서 왜 이리도 힘들고 어려운 백두대간 산행을 이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구해 본다.
모든 종주대들 수고 많이 하엿고 다음 구간에서는 조금 더 여유있게 자연을 즐기는 시간이길 바래 봅니다.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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