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륜산
작년 9월말 칠갑산 대장과 강원도 정선에 민둥산 노추산 아리랑산 그리고 가리왕산을 이틀에 걸쳐
주유하듯 산행을 하고나서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시간을 만들어본다.
영남알프스 종주계획을 접고 칠갑산대장 홀로 남도 4산(두륜산 달마산 천관산 팔영산)을 다녀올 계획을 들은바 있어 나도 금요일 다른 계획이 있었음에도 새벽2시 함께 남도길로 향하고 말았다.
긴 운행시간동안 평소 나누지 못한 이런 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니
날이 밝아지고 목포를 지나 본격적인 남도 기행이 시작된다.
네비게이션이 가르쳐주는데로 따라가니 말로만 듣던 해남땅 대흥사가 나온다.
오전7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면서 휴게소에서 간단한 식사를 한터라 곧바로
산행채비를 갖추고 아직 매표소직원이 출근하지않아 표도 안끊고 대흥사를 향한다.
일주문에 다다르니 대흥사가 아닌 두륜산 대둔사로 표기가 되어있다. 의아한 생각에 문헌을 찾아보니 본래 대둔사였고 일제 강점기 대흥사로 불리웠다가 최근에 다시 대둔사로 본래 이름을 찾았다 한다.
대둔사 본전에 들기전 부도비에 이곳에서 입적하신 서산대사를 비롯한 13명에 대종사의 부도비가 이 사찰의 위용을 더해준다. 대둔사 본전에서 바라본 두륜산의 장엄한 모습이 다가온다 이곳에서 바라본 두륜산은 부처님이 누워있는 모습이라 하며 두륜봉은 부처님의 머리부분이고 가련봉은 가슴부위로 하단부의 고계봉은 발부분으로 보여 두륜산전체가 부처님이 누워계시는 형상이라 한다. 감히 부처님 머리부분부터 밝고 얼는것은 불경스러울것 같아 고계봉과 가련봉 중간 고개쪽으로 산행기점을 잡아본다.
대흥사 뒤로 오르니 여러 암자를 가는 이정표가 있지만 일지암은 한번 들려볼 가치가 있을것 같아 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초우선사와 다산선생이 유래가 남겨져있는 일지암이기때문이리라. 정말 조그마한 초당이다 방이래야 2-3명 않으면 꽉 찰것 같은 좁은 방이지만 과거 선사들이 차를마시며 담소를 나눌만한 곳이다. 암자 뒤편으로 대나무통에 연결되어 물이 조금 흐른다. 이곳 사람들 말에 의하면 장마가지나 가물거나 항상 이정도의 수량만 나온다고하니 물이 좋긴한가보다. 표주박에 물을떠서 몇모금 마셔보니 약간은 알싸한 기분이 든다.
일지암을 뒤로하고 바로 일지암 뒷편으로 난 등로를 찾아보려해도 눈에보이는 등로가 없다 별수 없이 좌측으로난 등로를 따라 나오니 다시 임도에 이르고 임도를 따라 오르니 북미륵암이 나온다 이곳 북미륵암엔 마애불상이 있다는 안내판을 보고 마애불상을 이리저리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일하는분에게 물어봐도 모른다 하고....
법당 문을 살며시 열어보니 그 법당안에 마애불상이 모셔져 있다. 본래 외부에 있는 마애불상에 지붕과 벽을 싸고 실내의 마애불상으로 만들어버렸다. 나라에 큰일이 발생하면 땀을 흘린다는 유래가 있으나 믿거나 말거나이다. 북미륵암 마애불상을 지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고 얼마 안되어 헬기장1곳을 지나 넓은 오심재 고개마루에 닿는다. 억새가 춤을추고 적당히 바람도 불어주어 상쾌한 기분이다. 칠갑산대장이 고계봉에 올라보자고 하나 올랐다 다시내려올것을 생각하니 바라보는것으로 만족하자 하고 가련봉 정상을 향해 오른다.
고계봉 정상을 배경으로 사진한컷을 찍고 가파른 등로를 따라 가련봉을 오른다.
30여분 땀을 흘리며 가파른 등로와 암벽을 타고 오르니 넓다란 바위가 나타나며 시야가 사방을 조망할수 있는 멋지고 시원한 곳이다 이곳이 가련봉 오르기 전 노승봉이란다. 베낭을 내려놓고 물한모금 으로 목을 축이고 사방을 둘러보니 코앞에 가련봉 암봉의 위용이 당당하고 북으로 고계봉 케이블카 정류장도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며, 좌측으로 남해의 올망졸만한 섬들이 한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져있다.
산아래 일지암은 숲속에 묻혀 겨우 흔적만 보이고 대흥사 경내가 나즈막히 고요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멀리는 바다건너 완도의 모습과 북으로 고계봉넘어 주작 덕룡 그리고 멀리 월출산까지 땅끝지맥길이 아스라이 펼쳐져있다.
다시 암릉과 씨름하며 한소끔 오르니 드디어 정상 가련봉이다. 근래에 들어 큰 산행만 해봐선지 예쁘고 아기자기한 산이라 얼핏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기분도 든다.
남해의 바다를 바라보니 날이 맑으면 제주까지 보인다는데 오늘은 박무로 인해 그 시야의 폭이 많이 제한이된다. 가련봉보다는 낮지만 바로 코앞에 두륜봉이 내려다 보인다 주봉의 이름을 따서 가련산이라 하지않고 두륜산이라 칭함은 부처님 머리모양을 한 두륜봉이라설까? 봉우리가 둥그스럼하여 두륜봉이라는데 어찌하여 두륜산이라 칭했는지는 의문이다.
가련봉에 오를땐 암봉을 밧줄과 발판에 의지하여 올랐는데 두륜봉으로 내려가는 길은 철계단으로 잘 나있다.
두륜봉 내려가는길에 두륜봉 전체를 조망할수 있는 의자처럼 생긴 바위에 앉아 있는 칠대장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고
되돌아 지나온 가련봉을 배경으로 또 한컷 담아보고,
가련봉과 두륜봉 사이를 이어주는 만일재에 내려서니 아직은 조금 덜핀듯한 억새가 가을바람에 춤을춘다.
이곳 만일재도 오심재 못지않게 그 폭이 넓다.
내쳐 만일재를 지나 두륜봉에 오른다. 높이래봤자 고부고부다.
한달음에 오르려니 여기도 조그만 철계단이 있고 아주 기묘한 바위가 철계단 넘어로 보인다.
이 바위가 구름다리라는가보다.
내 눈엔 불독 두마리가 서로 입을 맞대고 있는 형국으로 보인다.
하지만 뒷편으로 가보니 전혀 모양이 틀리다 마치 코끼리의 코가 길게 내려뻗은 형국이다.
그 사이로 남해바다를 향해 길게 내려 뻗은 산 능선길이 인상적이다.
정상이다 싶은곳에 오르니 11시간 다되어간다 새벽녁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온터라 배도고프다 이곳에서 싸온 점심을 먹고 30여분을 편안하게 주위도 조망하며 쉬어본다 내려오는길 두륜봉 정상석을 못본것 같아 다시올라 보니 20여M 떨어진 저만큼에 가련봉을 배경으로 멋들어지게 서있는 두륜봉 정상석이 서있다.
그러고 보니 두륜봉뿐만아니라 이곳 산봉우리 모두가 암봉이든 육봉이든 모두 두리뭉실하다 그래서 아마 두륜산이 되었나보다.
하산길에 송신탑이 있는 도솔봉에 오르지 못함이 다소 아쉽지만 다음에 땅끝지맥을 한번 타볼 기회가 있을거라는 믿음으로 대흥사 옆 세멘트 임도를 따라 이제 막 타오를것 같은 단풍들을 바라보며 주차장으로 내려와 다음 산행지인 달마산으로 향한다.
2. 달마산
오전에 두륜산에 올랐다 오후에 다시 달마산을 오른다.
대흥사에서 20여분 차로 이동하니 미황사라는 절이 있는 달마산에 닿는다.
주차장에 차를 대려하니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인지 버스가 여러대 서있고 학생들도 많다.
이제 막 공사중인 일주문을 지나 미황사 절에 오르니 절 뒷편으로 낮으막하고 기다랗게 달마산이 암봉으로 이어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등산 안내도를 보고 달마봉으로 올라 좌측으로 관음봉까지 둘러보고 다시 달마봉을 거쳐 문바위재로 해서 미황사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그려보고 산행을 시작한다.
이곳 역시 낮으막한 산이라 백두대간길 조그만 고개하나 넘는듯한 마음으로 한소끔 올려치고 오르니 헬기장이 나타나고 이곳에서 숨한번 크게 들이쉬고 다시 한달음에 오르니 주능선길 암릉구간이 나오며 이네 달마봉이 돌탑으로 이루어진 모습을 드러낸다.
두륜산보다는 바다가 더 지척에 보이고 섬들이 더 가까이 보인다 산아래 미황사도 손에 잡힐듯 눈에 들어오고 잠시 숨을 돌리고 달마봉 석탑을 돌아 관음봉으로 내쳐 가본다. 내리막길 암봉으로된 능선길이 아기자기하다.
이정석이 없어 관음봉인지는 확실히 알수 없으나 관음봉이다하는곳에 다다르니 땅끝지맥 북쪽으로 오전에 다녀온 두륜산 도솔봉 송신탑이 보이고 그 넘어 두륜봉, 가련봉, 고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도 뚜렸하다.
다시 달마봉으로 돌아와 문바위재를 향해 암봉능선을 가본다.
문바위재로 가는 암릉길이 아기자기한 산행의 맛을 더해주고 왼쪽으로 드넓게 보이는 남해바다의 조망이 한껏 가슴을 부풀린다.
문바위에 다다르니 지금꺽 보아오던 아기자기한 암봉들이 아니라 커다란 기암들이 즐비하다. 내가 보기엔 이곳 문바위가 달마산의 백미를 이루는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다. 가파른 암릉길을 밧줄에 의지하고 철판으로 박아놓은 발판에 의지하며 조심스레 내려오니 커다란 암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또다른 암벽 사이로 일명 개구멍 바위도 지나보고
문바위재에 또하나 인상깊은 이 하늘로 뻗쳐오를듯한 아주 씩씩하고 위용이 당당한 암석이다. 남성의 심벌을 상징하는듯한 이 암석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아있다.
문바위재에서 바라본 남해바다 완도섬을 뒤로 하고 다시 미황사로 내려와 다시 해남 땅끝마을로 향해본다.
국토의 최남단 이며 국토순례의 시발점이라는 땅끝 이정석
(이정석 뒤로 보이는 형제바위 위에 난 소나무들이 인상적이다.)
(저물어가는 가을 햇살에 비친 남녁의 바다풍경)
차가워지는 가을 저녁 바람을 맞으며 한참이나 머물다가 오늘 저녁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해줄 무안에 누나집으로 가서 하룻밤 묵은뒤 내일 새벽 다시 천관산과 팔영산을 돌아볼 마음에 다시 서둘러 무안으로 향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