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 시인과 시/산악 시

선운사와 선운산 관련 시

칠갑산 사랑 2008. 4. 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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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동백꽃 - 최장락


선운사 동백꽃은 혼자서 피지 못하고 사람들 속에서 핀다
사람 사이에 바람 불어 눈물나는 날에는
선운사 뒤뜰에서 동백꽃이나 볼일이다
동백꽃이 댕강댕강 떨어지면 가슴에서 북소리가 들린다
둥둥거리는 북소리가 선운사 뒤뜰 숲을 돌아나와
사람들 가슴에서 서러운 집을 짓고 붉은 울음 운다
선운사에 가서는 동백에 입맞추지 말아야 한다
붉디붉은 동백에 입 맞추면 헤어진 사람이 다시 돌아와 눈물짓게 한다

선운사에 가서는 동백꽃을 줍지 말아야 한다
댕강 떨어져 나온 동백이 서러워 서러워 내내 가슴에 북소리를 내며 운다

정말 동백꽃이 피는 날에는 선운사에 가지 말아야 한다
눈물보다 아픈 동백이 가슴에 떨어져 멍들게 한다
혹, 멍든 가슴 지우려고 다시 선운사에 가거들랑
꽃보다 햇살에 더 눈부신 이파리나 보고 올 일이다

 
선운사 동구(洞口) - 서정주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것만 오히려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쉬어 남았습디다...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건 힘들어도
지는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속에 피어날때처럼
잊는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건 쉬워도 잊는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선운사 동백 - 김시천
다시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리라 하였다.
사랑도 미움도 모두 벗어버리자고
지나는 바람에게도 눈길한번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한번을 크게 울었다.
세상을 향해 온몸을 던지는
눈송이들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그만 흰 눈밭에 엎드려
동안거 내내 붉게 울었다...

선운사 동백꽃 - 김용택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때문에
그까짓 여자때문에
다시는 울지말자,다시는 울지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선운산은  알고 있겠지 - 김향기
안개를 깔고 앉아 
마애불이 졸고 있다
조부의 젊음을 묻어 둔 도솔천에서
새벽마다 그 안개는 또 피어 올라
건조한 풍경소리를 둘둘 말아 
대웅전의 용마루위에 올려 놓는다
어릴적 소풍와서 키를 재던 
고목의 옹이자국이 
아버지의 가슴 속에 
그토록 깊이 박혀
피멍울 긴 한숨마다
동백으로 피는가.
 

시 월 선운사 - 박동진

 

억겁 기다림으로 살아야한다는,
그 이별 끝내 숙명으로 안았다는,

 

동무들 다 떨구고 개울가 돌 틈
빼초롬한
꽃무릇 한 송이
너 보자고, 너 보자고 도솔천
거무틱한 물속 한가롭던 갈겨니 놀래켰구나
행여 하는 마음으로 찾았으되
기대하는 맘 접었으니 너를 봄이 환희인데
네 반기는 기색 나만의 착각일까
동백꽃 절기 멀어
詩碑에 남긴 체취만 더듬는데
들려오는 가락 또한
옛 시인이 듣던 소리 아니거늘
내 다른 것 젖혀두고 너만
바라보는데도?

 

 

선운사 동백꽃 - 박남준 

 

선운사 동백꽃 보러 갔습니다
대웅전 뒷산 동백꽃 당당 멀었다 여겼는데요
도솔암 너머 마애불 앞 남으로 내린 한 동백 가지
선홍빛 수줍은 연지곤지 새색시로 피었습니다
흰 눈밭에 울컥 각혈을 하듯 가슴도 철렁 떨어졌습니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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