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07년 9월 29일
산행날씨 : 흐리고 짙은 구름으로 시야 제한
산행인원 : 총 3명(존칭생략) 칠갑산, 나마스테, 샤프란
산행코스 : 능전-능선 소로길-간이매점-발구덕-민둥산(1118봉)-삼거리-지억산 패스-침엽수 등산로-임도-트럭 합승-화암약수-산행종료
산행시간 : 널널하게 4시간 30분(아침 10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산행 기점 가는 길 : 서울-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제천-영월-정선
억새의 춤사위와 울창한 침엽수림에 가을 정취를 마음껏 즐겼던 멋진 산행
아이들 시험 핑계 삼아 오랫만에 호젓한 산행 즐기자 마음 먹으며 이곳 저곳 알아보던 중 계절 테마 산행으로 억새 군락지를 마음에 담아 본다.
추석 명절에 청양에 내려가 오서산 억새라도 보았으면 다른 산행지를 선택했겠지만 이번이 아니면 갈 수 있는 기회를 잃어 버릴 것 같은 불길함에 두눈 딱 감고 정선에 있는 민둥산과 지억산으로의 여행 겸 억새 산행을 계획한다.
처음에는 홀로 정선에 가서 그곳의 모든 구석 구석을 찾아보고 알고 오려는 계획이였지만 혼자보다는 둘이 좋겠다는 생각에 정식 공지로 진행해 본다.
민둥산 정상에서 지억산쪽으로 바라본 억새 능선
아침 6시 봉천역에서 샤프란님과 나마스테님 모시고 상쾌한 가을 공기 마시며 제천을 지나 꼬불 꼬불 어지럼증 일으키는 고갯길 돌아 정선의 증산역 부근 억새축제가 열리는 삼거리 주차장을 외면하고 능전에 도착하니 아침 9시 40여분이다.
오는 도중 나마스테님이 치악 휴게소에서 사 주신 따뜻한 굴국밥 한그릇이 보약이 되어 아직도 그 따스한 온기가 뱃속에 남아 있다.
보통 때라면 시멘트 도로를 따라 발구덕까지 승요차로 올라갈 수 있었지만 많은 차량이 몰리는 억새 축제기간에는 차량 통제를 위해 마을 할아버지 두분이 보초를 서고 계신다.
그곳에서 산행 준비 완료하고 출발하니 정확히 아침 10시, 급할 것도 없고 서두를 필요도 없기에 개울 따라 나 있는 시멘트길을 타고 오르다 좌측 능선길로 접어 들어 땀 한번 흘려 본다.
고요한 배추밭과 시골 가옥들
한 30여분 치고 오르자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농로길 임도와 만나고 곧바로 간이 매점이 보이더니 상큼한 커피향이며 구수한 막걸리로 지나는 산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 유혹 뿌리치고 작은 언덕 넘어가자 하얀 메밀꽃이 드넓은 초원에 저 멀리 마루금을 머리에 이고 멋지게 가을 바람에 출렁이고 있다.
석회암지역에 발달하는 특수한 침식(용해침식;용식)지형의 총칭. 명칭은 유고슬라비아 북서부 카르스트 지방에 가장 전형적으로 발달되어 있는 데서 연유한다.
용식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지형은 특히 석회암지역에서 잘 나타나는데 이것은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탄산가스를 포함한 빗물이나 지하수에 용해되어 만들어지는 종유동(鍾乳洞)·돌리네·우발라·폴리에·카렌펠트 등의 특수한 지형을 말한다.
간이 매점 지나 민둥산 오름길에 배추밭과 나란히 있던 메밀밭
눈꽃송이가 바람에 흔들리듯 멋지게 펼쳐진 그곳에 들어가 잠시 환상을 꿈꾸며 메밀을 디카에 담아 본다.
사진으로 보는 메밀이 얼마나 현장에서 보고 있는 지금 이 모습을 닮아 있을까 궁금하지만 그래도 못오신 다른 산우님들을 위해 몇 장면 담아 올 수 있음에 감사하며 메밀 밭을 오르자 이제부터 마지막 민둥산 정상을 오르기 위한 된비알이 시작된다.
이곳에서 바라보니 두 벌거숭이 봉우리가 여인의 부끄러운 가슴에 억새의 출렁이는 물결로 맛사지 하듯 그렇게 팽팽히 부풀어 올라 있다.
산림이 우거지면 우거진대로 또 벌거숭이 민둥산이면 벌거숭이 그 자체로 우리 산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다 똑 같다는 생각으로 지루한 나무 계단을 오르니 드디에 민둥산 정상이다.
민둥산 정상석에서 기념 촬영중인 샤프란님
두개의 정상석이 세워져 있고 이곳 특유의 지형인 카스트로와 억새 그리고 민둥산에 대한 자세한 설명 해설판이 함께 최고봉을 지키고 있다.
민둥산강원도 정선군 남면에 위치한 민둥산(1,117.8m). 산 이름 그대로 정상부는 나무 하나 찾아벌 수 없을 정도로 황량한 상태로 초본류인 억새만이 한껏 자라고 있다.
산나물을 채취하기 위하여 매년 산 정상을 태워 나무가 자라지 못하고 억새만 자라고 있는 민둥산. 가을 억새산행지이자 철도산행지의 대표적인 산이 정선 민둥산이다.
민둥산은 해발 1119m(1,118.8m)로 억새산이라고 할만큼 온통 억새로 뒤덮혀 있다.
온통 억새로 뒤덮힌 민둥산 능선
여름내 푸르던 이 산 정상의 초지는 가을이 되고 찬 이슬을 맞으며 화려한 옷을 갈아입는다.
은빛으로 피어난 이삭이 새벽녘과 석양에 물들며 황금빛으로 파도치는 선경을 연출한다.
10월 초부터 가을에만 허락된 멋진 이벤트가 벌어지는 것이다.
민둥산 정상에서 바라 본 증산역과 마을 그리고 등산로와 억새 밭
민둥산으로 오르려면 증산초등학교로 간다. 이곳에서 민둥산 정상을 거쳐 지억산으로 능선을 타고 정선군 동면의 화암약수까지 이어진 15km 거리의 산행이 가능하다.
그다지 가파른 곳도 없고 뚜렷해 하루 산행으로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억새밭은 주로 민둥산 정상부에 형성되어 있다.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와 함께 정선 노두산악회가 세운 정상표지석이 서 있다.
평평한 정상에는 지억산과 민둥산 일대의 등산로가 그려진 커다란 안내도가 하나 있다.
정상에서 보면 가리왕산, 지억산, 두위봉 등 강원도 특유의 첩첩산중이 주변으로 둘러서 있다.
증산역 일대의시가지도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민둥산 정상에 있던 카스트르 지형 안내판
카르스트 지형
용식으로 인한 카르스트 지형은 석회암층이 얇거나, 한랭건조한 지역에서는 발달하기 어렵다.
적당한 강수량이 있는 지역에서는 비가 석회암 속의 갈라진 틈으로 침투하여 서서히 석회암을 용해하여 땅 속에 물의 통로를 종횡으로 만든다.
이때부터 카르스트 지형의 일련의 계통적인 용식과정을 거친 지형변화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을 카르스트 윤회(輪廻)라고 한다.
억새
산과 들에서 자란다. 높이 1∼2m로, 뿌리줄기는 모여나고 굵으며 원기둥 모양이다.
잎은 줄 모양이며 길이 40∼70cm, 나비 1∼2cm이다. 끝이 갈수록 뾰족해지고 가장자리는 까칠까칠하다.
맥은 여러 개인데, 가운데맥은 희고 굵다. 밑동은 긴 잎집으로 되어 있으며 털이 없거나 긴 털이 난다.
뒷면은 연한 녹색 또는 흰빛을 띠고 잎혀는 흰색 막질(膜質:얇은 종이처럼 반투명한 상태)이며 길이 1∼2mm이다.
꽃은 9월에 줄기 끝에 부채꼴이나 산방꽃차례로 달리며 작은이삭이 촘촘히 달린다.
꽃차례 길이는 10∼30cm이고 가운데축은 꽃차례 길이의 절반 정도이다.
길이 4.5∼6mm의 작은이삭은 노란빛을 띠며 바소 모양에 길고 짧은 자루로 된 것이 쌍으로 달린다.
밑동의 털은 연한 자줏빛을 띠고 길이 7∼12mm이다.
민둥산 정상에서 바라본 정선 카지노 방향 원경
정상석을 배경으로 영원할 추억 한장씩 남기고 흐르는 땀 식히며 시원하게 조망되는 주위 마루금을 바라본다.
남쪽으로 증산역쪽 마을과 억새 축제장이 작은 개울을 옆에 끼고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그 능선을 타고 많은 등산객들이 비지땀 흘리며 정상을 향한 고된 발걸음 이어가고 있다.
그 능선 너무 현대식 건물 하나가 우뚝 솟아 있고 자세히 살펴보니 정선 카지노 건물이다.
이 아름다운 시골에 어울리지 않는 건물이지만 사양 산업이 된 석탄 산업을 대신하여 지어졌다는 사실에 공감하면서도 이 지역 발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회적 기능을 하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차라리 높은 마루금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살려 친환경적인 산업을 발전시키며 더 많은 산객들에게 손짓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동쪽으로는 대덕산과 저 멀리 희미하게 두타 청옥이 가슴 설레이게 만들고 남쪽으로 눈을 돌리자 백운산과 두위봉이 가을 햇살에 그 아름다운 자태를 과시하며 서쪽으로는 두타 청옥과는 또 다른 청옥산과 내일 올라야 될 가리왕산이 웅대한 모습을 한컷 뽐내며 솟아 있다.
저 멀리 청옥산과 가리왕산의 마루금도 보이고
잠시 눈을 북쪽으로 돌리니 지억산으로 이어지는 억새 군락이 능선을 타고 넘어오는 소슬 바람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지나는 산객들에게 다소곧이 인사하듯 흔들리고 있다.
그 아름다움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올라 와 보지 않고는 느끼지 못하는 너무나 아름다운 강산에 그저 절로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사각 사각 흔들리는 억새의 하얀 물결을 양 옆으로 거느리고 목책으로 보호되는 그 억새밭을 거닐며 원없이 사진을 찍어 본다.
그저 멋진 폼을 잡지 않아도 자연속에 파묻혀 자연에 동화된 모습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고 남음이 있음을 다시 한번 알아 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때로는 아가가 터트리는 울음 소리로 때로는 변해가는 계절의 아쉬움을 한탄하듯 아니면 처음 찾는 등산객들의 방문을 반기듯 그렇게 억새밭은 농익어 가고 있다.
그 능선길의 작은 내림과 오름을 이어가다 잠시 산객들이 쉬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 전망대에 올라 없는 기술 다 발휘하여 다시는 보지 못할 그 억새의 움직임 하나라도 더 추억속에 남겨보려 노력해 본다.
등산로 주변에 피어 있던 아름다운 우리 야생화
약 1 - 2 Km가 넘는 억새 능선을 지나 11시 40여분 지억산 갈림길에 도착했지만 그곳이 하산길 인줄 착각하고 그냥 지나쳐 삼내 약소와 화암약수쪽 계단길을 내려 간다.
중간에 이름모를 많은 야생화가 짧아지는 햇빛에 다음 세대를 이어가기 위한 마지막 힘을 쏱아붓고 그 모습이 너무나 찬란하게 빛을 발해 몇장의 사진으로 남기며 또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울창한 송림 터널에서 여유로운 포즈로 추억 만들기에 열중하신 나마스테님
그 계단길을 내려오자 이제부터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침엽수의 도열에 그저 감탄사만 남발할 뿐 아무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두팔 벌려 심호흡도 해 보고 나무에 기대어 이야기도 나눠보며 그렇게 긴 송림 터널을 지나자 또 다른 잣나무나 전나무들이 지나는 모든 산객들을 어린아이로 만들고 있다.
눈이 내릴 때 마냥 좋아 신이난 아이들 처럼 우리들 산객들도 송림에 취해 돌아간 동심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다시 평이한 능선길 넘어 삼내 약수가는 정상를 우회하니 돌리네 쉼터와 임도가 나오고 그 임도가 맞다은 지점에서 좌측으로 꺾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화암 약수터로 내려가는 길이다.
이때까지도 지억산을 못왔다는 착각속에 아직도 한시간 이상 남아 있는 콘크리트 하산길을 생각하니 아찔해 오는 순간, 저 앞에 트럭 한대가 멈춰 서 있고 산에 올라 버섯 채취를 하고 돌아 가려는 몇분의 시골 아저씨, 아주머니를 만난다.
화암약수 터
구세주가 따로 있을까 ???
부탁하여 트럭 뒷 짐칸이라도 얻어 타고 그 지루한 콘크리트 길 벗어나 왕복 1차선인 아스팔트 길을 달리니 이내 화암약수터에 도착한다.
그냥갈 수 없어 준비된 종재기로 약수를 마셔 보지만 철분이 너무 많이 함유된 탓인지 입맛에 맞지 않는 화암 약수 몇 모금 마시고 승용차가 있는 능전으로 회기하기 위해 택시를 찾으니 그 트럭 아저씨가 데려다 줄테니 택시비만 내란다.
이렇게 고맙고 감사할 수가...
오늘 서울로 돌아가는 샤프란님은 이름도 생소한 자연산 버섯까지 선물로 받고는 입이 귀에 걸린 상태로 연신 싱글벙글 입을 다물줄 모르고 있다.
이 시간 오후 1시 40여분.
이곳에서 멀지 않은 몰운대에서 전국 각지의 사진 작가들이 모여 누두 사진을 찍었다는 팔각정의 아름다운 누두 여인을 구경하며 10여분 소요한 다음 2시가 다 된 시간에 정선 소금강을 향해 출발한다.
생각지도 못한, 구수한 강원도 말씨를 사용하는 아저씨의 도움으로 비경중의 비경 정선 소금강을 구경하고 신비스런 폭포도 보면서 나선형으로 돌아가는 암릉의 수른 수목띠에 반해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선 소금강 암릉에 나선형으로 자라고 있는 관목들
처음으로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잎에 입맞춤하며 또 다시 추억속을 거닐어 본다.
계곡을 끼고 계속 이어지는 소금강 줄기를 타고 오르자 이제 몰운대 입구이다.
도로에서 약 5분 거리에 위치한 몰운대에서 설악의 천불동이나 오대산의 소금강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에 취해 한참을 머물러 본다.
몰운대
좌측으로 보이는 화암팔경중 제 7경인 몰운대는 수백척의 암석을 깎아세운 듯한 절벽위에 5백년이 넘은 노송이 좌우건너편의 3형제 노송과 함께 천고흥망을 간직하고 있다.
옛 전설에 천상선인들이 선학을 타고 내려와 시흥에 도취되었다고 전하며 구름도 아름다운 경관에 반하여 쉬어 갔다고 하는 몰운대 절벽 아래에는 수백명이 쉴 수 있는 광활한 반석이 펼쳐져 있으며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 여름철에는 소풍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층층암 절벽으로 이루어진 이곳에는 커다란 반석이 펼쳐져 있으며 반석위에는 수령 300년이 넘는 소나무가 있고 절벽아래로 맑은 시냇물이 흘러 옛부터 시인 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경치가 좋아 천상선인 구름을 타고 내려와 놀다 갔다고 전해지고 있다.
비경중의 비경 몰운대 전경
깎아지른 절벽에서 뿜어나오는 아름다움과 그 사이를 흐르는 계곡물, 그리고 좁은 벌판에 촘촘히 세워진 비닐 하우스가 자연과 인간 세상을 절묘하게 이어주며 비경을 만들고 정상석 바로 옆에 제선충으로 죽어간 고목 한그루가 그 아름다움에 화룡점정이라고나 할까, 이 세상 최고의 멋들어짐을 연출하고 있다.
몰운대 바위틈에 서 있던 고사목 한그루
다시 그곳에서 10여분 그림같은 비경 감상하고 돌아오니 그 트럭 아저씨가 강원도 찰옥수수와 커피 한잔을 준비해 놓고 권하시는 순박한 모습에서 때묻지 않은 정이 듬뿍 담긴 시골 인심을 일깨워 준다.
다시 멀어지는 아쉬움 뒤로 하고 산행 들머리인 능전에 도착하니 한산했던 아침과는 달리 발디딜 틈도 없을 만큼 빽빽히 들어 찬 차들 사이로 애마를 몰고 정선역을 향해 출발한다.
이 시간 오후 2시 40여분.
가져온 고구마며 송편 그리고 과일로 헤기 채우다 보니 점심을 걸렀지만 배고품도 잊은채 그렇게 샤프란님을 정선역에 내려 드리고 나마스테님과 둘이는 오지중의 오지였다는 노추산을 향해 달려간다.
치열한 삶의 현장, 소나무를 타고 더 높은 곳을 향해...
적당한 산행에 환상적인 억새밭, 정선이 자랑하는 최고의 비경 소금강과 몰운대까지 돌아 본 산행 겸 여행에서 너무나 큰 자연의 사랑과 강원도 인심을 얻으며 평생 잊지 못할 귀중한 보물을 얻은 마음으로 마침니다.
함께한 나마스테님과 샤프란님, 수소 많이 하셨구요 앞으로도 자주 산행에서 뵐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산행대장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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