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07년 9월 29일 (토요일)
산행날씨 : 흐리고 저녁부터 가랑비
산행인원 : 2명, 칠갑산과 나마스테님
산행코스 : 절골-오장폭포-대승사-아라리 샘터-율곡 쉼터-이성대-노추산 삼거리-헬기장-노추산 정상(1322봉)-아리랑산 삼거리-아리랑산 정상(1342봉)-병풍바위-샘터-종량동-임도-절골
산행시간 : 5시간
아리랑의 고장 정선의 오지산, 노추산과 아리랑산에서의 잊지 못할 야밤 데이트
오전에 민둥산과 정선의 소금강 그리고 몰운대를 둘러보는 기막힌 산행과 여행을 한 후 샤프란님을 정선역에 내려 드리니 시간은 벌써 오후 3시를 넘기고 있다.
꽤 먼거리에 있는 노추산이고 또 오지의 산이라 잘 알려지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는데 이곳에 와서 보니 도로 안내판도 잘 정비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어 이제는 오지의 산이 아닌 꽤 잘 알려진 정선의 유명한 산의 반열에 포함된듯 하다.
노추산 정상석
아우라지와 근접해 있으며 정선역에서 가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레일 바이크를 즐기고 조금 더 지나가니 산악 바이크를 즐기는 여행객도 많이 늘었다는 풍경이 눈에 뛴다.
어렵게 구한 다른 산객의 후기글과 산행 시간을 보니 왕복 5시간 30분이라 알았기에 재빨리 서두르지만 어디 마음대로 되는 것이 있었던가...
그래도 워난 산행을 잘하시는 나마스테님이시기에 왕복 4시간을 머릿속에 그려 본다.
노추산 제1 등산로와 제2등산로 사이에 있는 아름다운 오장 폭포
구절리 절골 들머리를 지나처 좀 더 도로를 달리니 우측에 거대하지만 아름다운 폭포가 보이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진 찍기에 바쁘다.
나마스테님과 잠시 승용차에서 내려 재빨리 사진 몇장 찍고 뒤돌아 와 절골에 애마를 주차 시킨 후 곧바로 들머리로 들어선다.
구절리(九切里)
구절리라는 지명은 마을 앞 송천 냇물이 아홉구비를 이루었으므로 구절이라고 하는데, 1916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가래구피, 수래너미, 중동, 장뚜둑, 자개, 거문골, 종량, 괴비덕, 사지목이를 병합하여 구절이라고 했다 한다.
구절리 지명의 구절(九切)이 구절양장(九折羊腸: 산길 따위가 몹시 험하게 꼬불꼬불 한 것을 이르는 말)이란 말과 한자 표기는 다르지만 본래의 뜻은 거의 같다고 할 것이다.
구절리에 있던 노추산 등산 안내도
아직 비는 내리지 않지만 짠뜩 찌뿌린 하늘에선 금방이라도 빗줄기를 뿌릴듯한 음침한 날씨에 생각보다 잘 정비된 등로를 따라 수풀로 진입하니 더욱 음산한 기분이 든다.
좌측에 계곡물을 두고 약 15분여 오르니 방금 전 아래 도로에서 보았던 웅장한 모습의 오정 폭포의 시발점에 많은 자갈들로 덮혀 있는 넓은 공터가 보이고 이곳에서 아래로 거대한 물줄기를 흘러 내려 보내는 오정폭포를 보려 노력했지만 낙수의 굉음만이 귓전에 맴돌뿐 그 아름다운 모습은 감추고 있다.
좀 더 빠르게 오르니 대승사 갈림길이 보이고 이곳에서 이성대까지 11.8 Km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에서 잠시 준비한 여러장의 지도로 확인하니 이정표의 거리 표시가 잘못되였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대승사를 알리는 안내 판
어차피 시작한 산행, 끝까지 올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마스테님과 단둘이 백두대간 산행에서 부터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다양한 메뉴를 앞에 놓고 골라 먹는 재미를 느끼듯 오손도손 그렇게 가파른 된비알 오르고 있다.
조금 더 오르니 구 법보선원이였다가 조수선원으로 개명한 선사의 갈림길이 나오고 여기에서 옹달샘 쉼터를 향해 방향을 틀어 본다.
그러고 보니 생각보다 무척 산행도 잘하시고 남을 배려해 주시는 마음도 깊은 선배님임을 느끼면서 어렵게 땀 흘리며 오르니 40여분만에 벌써 아라리 샘터에 도착한다.
물맛이 꿀 맛 이였던 아라리 샘터
풍부한 수량은 아니라도 산객들에게 나눠주고 베풀어 주기엔 충분한 수량이 수도관을 통해 힘차게 흘러 내리고 있다.
잠시 숨 고르며 시원하고 달콤한 약수 한사발로 목 축이고 산객의 소원을 빌었음직한 작은 돌탑을 돌아 다시 가파른 오름짓을 시작해 본다.
잠시 휴식 취했던 율곡 쉼터, 이이 이율곡과 관련이 깊은 노추산을 알 수 있다
서로에게 의지하면서도 서로에게 피해주기 싫어하는 마음으로 조금 더 참고 오름짓 계속하니 절골에서 시작한 산행도 벌써 1시간이 지나고 율곡 쉼터에 다다른다.
잠시 쉬면서 서로의 몸 상태 확인하고 용기 주면서 아무도 없는 노추산 등산로에 우리 둘만의 오붓한 시간이라기엔 너무나 적막한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가끔 지천에 널려 있는 도토리 나무에서 자손을 위해 익어가는 도토리가 떨어지면서 정막을 깨는 것이 전부인 시간, 노추산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겨우살이 식량으로 유용하게 사용되리라 생각하면서 공생하는 자연의 순리를 일깨워 보려 노력해 본다.
오름길에 가끔 보여주는 아름다운 운해
그러다 저녁이 되어 보금자리 찾아가는 이름모를 산새들의 푸드득 거림이 잿빛으로 물들어 가는 주위의 어둠과 함께 묘한 기분을 만들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희미하게 저 멀리 마루금이 하늘에 맞닿은 모습이 보이고 그 아름다움을 찾아 힘을 내 본다.
그러다 만나는 너덜 지대에서 조심 조심 힘겹게 발걸음 옮기니 생각은 정상을 향하지만 발바닥에선 두눈으로 너덜길 찾기 힘들다며 시위하듯 느림보 경쟁을 하고 있다.
주위를 둘러봐도 어디에서 이런 거대한 바위들이 굴러 와 너덜 구간을 만들 수 있는지 그 위를 걸어가면서도 내내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겨 본다.
공자와 맹자 두성인의 위패를모신 이성대 전경
17시 30여분에 드디어 정상 부근에 있는 두 성인의 위패를 모신 이성대에 도착하여 잠시 허기진 배 채우며 넘처나는 식수로 흘린 땀 보충해 본다.
벌써 이 산상의 식수는 손이 시려올 정도로 차가움을 느끼게하고 있지만 흘린 땀으로 비릿한 머리에 부워 씻어내니 이 보다 더 상쾌한 것은 없으리라.
이성대
공자와 맹자의 두 성인을 흠모해서 이성대라 불리워졌으며 조선시대 이이 이율곡의 후학 성농 박남현씨가 유림의 협조로 축조하였다고 전해지는 두분 성인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이성대 건물 위 암벽에 모셔 둔 두 성인의 위패
잠시 이성대 건물 위 바위틈에 모셔둔 위패에 고개숙여 묵념으로 장구한 세월 전 후손들에게 삶의 기본을 알려준 두 성인에게 감사를 전한 후 다시 내려 와 원경 마루금이 보이는 넓은 나무 전망대에서 무욕의 자연에 동화되어 본다.
온 몸이 땀에 찌들어 석간수로 흠뻑 적신 모습. 이성대 전망대에서 올라온 능선을 배경으로
올라온 들머리와 날머리쪽의 마을이 아득하게 멀리 보이고 그 넘어 산상에 운무를 이고 하늘에 맞닿아 있는 고봉들의 웅장한 자태에 작아지는 나를 발견해 본다.
헝클어진 머리결을 매만질 시간도 없이 멋진 마루금을 배경으로 다시는 못 올라 올것 같은 이성대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담아 보며 아쉬움에 몸서리가 쳐질 정도이다.
노추산 갈림길에서 나마스테님
10여분 휴식 후 다시 우측 등로를 따라 오르니 노추산 갈림길이 나타나고 나무 그늘속에 굿굿히 서 있는 노추산 등산 안내도에 다가서 추억 한장 남긴다.
이제 서서히 어둠이 온 세상 평등하게 집어 삼킬듯 주위에 성큼 다가오고 집찾느라 바삐 움직이는 날짐승들과 자손 번창을 위해 열매를 떨어뜨리는 말못하는 식물들의 바스락 거림에도 뒷 목덜미가 쭈볏쭈볏 올라옴을 느낀다.
가장 강한척 하지만 또 가장 약한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그래도 마음 하나만은 매우 평온하다.
산행 시작 후 2시간만에 노추산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헬리포터에 도착하고 다시 몇걸음 올라 노추산 정상석에 입맞춤한다.
노추산 정상에서 바라 본 동해 바다 쪽
노추산(1,322m)
강원 정선군과 명주군의 경계를 이룬 노추산(1,322m)은 심신산골의 산이지만 설총,율곡등 위인의 혼이 서린 명산이다 .
수많은 바위덩이로 쌓아올린 석총을 연상케 하는 노추산(1,322m)은 거대한 육산인 가리왕산, 둥그스름한 억새의 산인 민둥산과 함께 정선을 대표하는 3대 명산으로 손꼽힌다
노추산이라는 이름도 설총이 노나라의 공자와 추나라의 맹자를 기려 지은 이름이라고 전한다 .
정상 밑에는 두 성인을 기리는 이성대라는 수도처가 자리하여 산악인의 휴식처도 겸하고 있다 .
산 곳곳에 너덜지대가 산재하여 있기에 '이성의 석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기암위에서나 너덜지대의 경치가 빼어나고 조망이 뛰어나며 겨울에는 눈이 쌓인 풍경이 일품이어서 겨울 산행지로도 손꼽히는 산이다
노추산 정상에서 바라 본 남동쪽 능선과 운해
서쪽으로는 백두대간의 준봉들이 도열해 있고 옥계앞바다가 훤하게 내려보인다 .
이성대 사당은 50년 전 강릉사람 박남현씨가 이곳이 설총과 율곡이 수학했던 곳임을 기리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노추산 부근에는 율곡과 관련된 지명이 몇개 남아 있다.
'율목치'(밤나무고개)라든가,'동초밭' 등이 바로 그것이다. 밤나무재는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와 정선군 북면 구절리의 경계에 있는 고개다.
율곡이 노추산에 와서 공부할 때 이 고개에 밤나무를 심었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동초는 송천계곡 대기리 논에서 나는 미나리처럼 생긴 풀이다. 율곡이 이 나물을 뜯어다 먹은 것으로 전해오는데 다른 곳에서는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노추산을 감싸고 도는 송천계곡에는 괴리 어름치 꺽지 메기 등이 많이 잡히며 수달도 서식하고 있다. 여름철이면 피서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노추산 오름길에 본 야생화
노추산 등산로는 크게 보아 종량동 코스(종량동 - 서릉 - 정상), 사자목 코스 (이성대 - 샘터 - 사자목), 그리고 법도선원(구.대승사) - 이성대 간의 절골 코스가 있다.
과거엔 이중 절골 코스와 사자목 코스를 연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얼마전 종량동 코스가 완전히 정비되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절골 코스의 출발점은 구절본동과 종량동 사이의 작은 마을인 절골이다.
절골 길로 접어 들어 1.5km쯤 올라가면 법도선원이 나오며, 법도선원 옆의 광산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폐광터에 이른다.
도로는 이 폐광터 밑에서 끝나고, 도로 끝의 공터에 선 전봇대 옆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소로로 들어서서 10분쯤 올라가면 계곡이 두 가닥으로 나뉘는 곳에 다다른다.
이성대는 이중 오른쪽 계곡으로 난 길을 택해야 한다.
물줄기 바로 옆을 따라 길이 이어지며, 나중에는 급경사의 좁은 협곡을 따르게 된다.
겨울에는 얼음이 끼어 곳곳에 미끄로운 빙판이 져 있기 쉬우므로 아이젠은 필수다.
숨이 턱에 닿는 협곡 길을 오르다가 해발 1,050m 정도에서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작은 너덜을 가로지르는데, 여기서는 족적이 희미해지므로 유의한다.
이 작은 너덜에 뒤이어서 계단길이 나타나며, 이 급경사 돌계단길을 따라 30분쯤 오르면 이성대다.
이성대는 아래층은 작은 방 3개로 꾸며져 있고, 2층은 설총과 율곡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 있다.
40 - 50년쯤 전 강릉의 박남현이란 이가 설총, 율곡이 수학한 곳임을 기리기 위해 지은 것으로, 수행자들이 늘 기거한다.
그러나 간혹 눈 깊은 계절에는 집이 비기도 한다. 집 옆에는 샘이 있다.
이성대 우측 어르막 사면에 있는 석간 수
이성대에서 사자목 하산길은 동쪽, 이성대를 떠나 너덜겅을 두군데 가로지르면 거목들이 선 부드러운 사면으로 길이 이어진다.
중간의 샘터를 지나 지능선으로 접어들어서 이윽고 임도로 내려서기까지 길은 시골아낙처럼 순하다.
이후 다소 지루한 임도를 따라 걸어 내려가면 법도선원 갈림길목인 사자목이 나온다.
사자목에서 구불구불한 임도를 따라 1시간쯤 걸으면 양지마을 도로변이다.
종량동 코스는 계곡에 난 돌투성이 옛광산길로 시작된다. 정선군에서 등산로를 개설하며 안내판도 곳곳에 설치해 두었으므로 참고로 한다.
반듯하게 칸을 지어 다듬어 놓은 폐광산의 검은색 비탈 오른쪽에 능선으로 붙는 길을 새로이 개설했다.
노추산 서릉상의 955m봉 동쪽 안부로 길을 이어두었다.
종량동 입구를 출발, 이곳까지 1시간 30분쯤 걸린다. 노란 리번이 달린 능선길에는 아름드리 노송들이 묵묵히 서 있다.
검은 바위 능선지대부터 풍광은 점입가경이 된다.
양쪽이 급경사인 암릉 바로 위, 혹은 암릉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조심스레 우회도 하면서 2시간쯤 걸으면 좁고 주변에 잡목에 가려진 1,335m봉 정상에 다다른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30분쯤 가면 나오는 1,342m봉 정상의 헬기장을 지나 동쪽 약 200m 지점에서는 조심한다.
로프 암릉 지대를 조심하며 오르고 있는 나마스테님(아리랑 산 오름길에)
앞이 갑자기 절벽으로 끊어지면 길을 잘못 든 것이다. 절벽 끝에서 30m쯤 되돌아서서 왼쪽 아래 계곡쪽으로 푹 꺼지듯 하며 우회로가 나 있다.
이후 순한 능선을 따라 500m쯤 곧장 가면 이윽고 노추산 정상 직전의 사거리 길목이다.
정상은 이곳에서 약 100m 거리다. 노추산 정상은 헬기장이 닦여 있으며 노추산이라고 쓴 문짝만한 강철판이 서 있다.
멀이 동해의 푸른 물도 보이는, 전망이 기막힌 곳이다.
하산은 다시 사거리 길목으로 돌아와 남쪽의 이성대로 내려가도록 한다.
300m쯤 급비탈 길을 내려가면 삼거리 길목이 나오는데, 여기서 오른쪽(서쪽)으로 30m만 가면 이성대다.
종량동 코스로 하산은 쉽지가않다. 아직 족적이 희미한 곳이 여러 군데이고 내리막 능선은 갈래가 많아서 자칫 절벽길로 잘못 나설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절골 하산 코스는 위험하다. 워낙 급경사여서 실족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절골이나 종량동코스로 올라 완경사의 사자목 코스로 하산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걷는 거리를 짧게 잡고 싶다면 법도선원까지 차량으로 올라 절골 - 사자목 코스를 이으면 되지만, 법도선원까지 오르는 옛광산길은 요철이 심하여 사륜구동차라도 올라가기 쉽지않다.
이 어찌 아름답지 않다 할것인가
이곳에서 바라보는 전경 또한 가히 절경이다.
아직 푸르름을 간직한 산마루가 눈앞에서 피로를 풀어주고 저 멀리 동해 바다쪽의 뭉게 구름의 운해가 산 허리를 감싸 돌아가는 비경에 그저 감탄사만 연발하고 있다.
나마스테님이 물어 본다.
운해가 그리도 좋고 멋져 보이냐고 ㅎㅎㅎ.
그저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 세상에서는 자주 볼 수도 없고 또 생각지도 못했던 모습중에 가장 인상적이고 가슴에 오랫동안 묻어둘 수 있는 것은 이런 멋진 운해가 아닐까 생각되어 어느 순간부터 산상에 가게되면 제일 먼저 환상으로 펼쳐진 운해를 찾는 버릇이 생겨났다.
고봉으로 올라 갈수록 더욱 완연하게 가을색으로 변해가는 자연
운해가 아무리 멋있다 해도 마냥 구경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서서히 형형색색으로 변해가는 능선길의 나뭇잎을 친구 삼아 다시 노추산 갈림길에서 이제는 아리랑산을 향한 오름짓을 해 본다.
로프가 달려 있는 정상부의 암릉 구간을 지나자 세동강으로 도막난 아리랑산 정상석이 힘들게 그 자리 지키고 있고 그 옆으로 희미한 글자를 남기고 가느다란 나무목이 버티고 서서 동무가 되어 주고 있다.
깨지고 조각난 아리랑산 정상석을 어루 만지며
거리가 얼마 떨어지지 않은 두 산상에 놓여 있는 정상석이 왜 노추산과 이곳 아리랑산(일명 지도에는 아리랑 산이란 이름조차 거론되지 못하고 1342봉이라 칭하여 지고 있다)이 이리도 다르게 대접 받는가 하고 많은 문헌을 찾아 봤지만 자세한 기록을 알수는 없었고 단지 하나 추정되는 것은, 이곳이 강릉시와 정선군의 경계 지점에 위치한 산봉들로서 노추산은 강릉시에 아리랑산은 정선군에 속해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정상석으로만 보면 아리랑산의 정상석이 훨씬 오래전에 세워진듯 하나 그 이후 관리가 소홀하여 세동강으로 버려지다시피 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부자 동네인 강릉시에서 먼저 아리랑산 보다도 낮은 노추산을 잘 정비하고 정상석을 세워 아리랑 산보다도 낮은 산이면서 더 귀한 대접을 받고 있지 않을까 하는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리랑 산의 정상부도 정비하고 전망을 좋게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산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제 완전한 어둠의 세상이 되어 헤드렌턴을 준비하고 하산길을 서두른다.
올라왔던 등로를 버리고 다른 길로 접어들어 약간의 불안감은 있었지만 어짜피 정해진 등로에 이미지 트래이닝으로 머릿속에 입력된 등로가 있었기에 종량동쪽으로 날머리를 잡는다.
조금 내려오니 병풍바위 이정표가 보이고 그곳을 따라 희미하게 나 있는 등로를 확인하며 하산하니 거대한 암릉 위에 고사목 한 그루가 외로이 서 있다.
어둠속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곳이 병풍 바위라 생각하고 몇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나중에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암릉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금 더 내려 오니 진짜 병풍바위가 나타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의 세계. 조심하며 조금 더 내려 오니 쉼터 광장이 보이고 하산길 조심하라는 경고문 비슷하게 내리막길 주의 시키고 있다.
이곳에서 나마스테님이 약간의 피로가 겹치면서 몸에 이상이 있는 듯 하지만 큰 어려움은 없으시다기에 천천히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다시 하산길로 접어 든다.
올라 올때 보다 더 거대하고 넓은 너덜 구간에서 몇번의 작은 알바를 거쳐 샘터를 지나니 계곡 물소리가 들리면서 인간의 냄새가 나는듯한 반가움이 밀려온다.
곤히 잠들어 있는 날짐승들의 잠자리를 방해하는 것이 못내 미안했지만 최소한의 피해를 주면서 급경사 내려오니 임도가 보이고 저 멀리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서서히 뱃속의 허기란 놈이 먹을 것 달라 졸라대지만 조금만 더 내려가면 맛난 저녁상을 기대하면서 참아 본다.
하지만 그것이 큰 착각의 시작이란 사실은 임도가 나오고 노추산 제2등산로로 하산할때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오늘 산행의 날머리, 하지만 들머리까지는 아직도 걸어서 30분, 에휴
20시에 임도로 내려왔지만 다시 민가가 보이는 아스팔트길까지 30분이 더 소요되고 이때부터 빗방울이 굵어지며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과 하나되어 눈썹에 웅덩이를 만들고 있다.
촉촉히 젖어드는 가랑비속에 정확히 20시 30분이 되어서야 날머리 종량동에 도착하지만 여기에서 들머리 절골까지는 다시 30여분 더 소요되리란 예상이다.
방법이 없기에 둘이 오붓한 데이트 즐기며 남아 있는 마지막 힘 짜내니 드디어 들머리 절골에 도착하고 시간을 보니 21시를 넘기고 있다.
급하게 애마를 몰고 정선으로 뒤돌아 왔지만 숙소도 미흡하고 더욱이 시간이 늦어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식당 하나 문 열린 곳이 없으니 한참을 돌아 다니후, 간신히 야식집에서 삼겹살 3인분에 소주 한잔으로 하루를 갈무리 해 본다.
저녁 먹기 시작한 시간이 22시 15분,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23시를 넘기고 있다.
간단히 샤워하고 좋아하는 바둑을 보고 있노라니 눈껍풀이 내려 앉으며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그렇게 긴 하루 하지만 보람있는 하루의 막을 내려 본다.
하루에 1000고지가 넘는 산 3개를 오르시느라 무척 고생하신 나마스테님, 그래도 그 고생한 보람이 있어 더 많은 인생 공부 잘 하고 내려 왔답니다.
늘 건간하시고 좋은 산행에서 자주 또 봐야지요.
산행대장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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