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고 싶지 않았던 길 그러나 꼭 다시 와 몇개월 전에 뿌린 눈물과 땀을 주워가야 했던 종주길.
솔지대장님의 공지를 보자마자 꼬리 먼저 잡아 놓고 같이 할 산우님들 확인하며 보낸 몇일은 정말 짜릿한 흥분과 설레임이 가득한 날들이었지요.
솔지대장님과 첫 종주를 했던 지난 4월 초 억수로 �아지는 빗줄기속에 많은 부상자들이 속출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완주했던 그 길 그 빗물속에 얼마나 많은 눈물을 뿌렸으며 또 얼마나 많은 좌절을 맛보았던 종주였던가.
그때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으면 집에 돌아와 옆지기에 말했을까 '솔지대장과 함께 다시 종주 뛴다면 이 산방을 떠날 것이다'하고 겁까지 주며 스스로를 자책하고 책망했었던지 지금 생각해도 끔찍했던 지난번의 그 좋지 못했던 추억.
오늘은 깨끗이 극복하고 웃음으로 솔고개 넘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달려간 그 곳에 지난 4월 초와 동일하게 정확히 27인의 전사님들 오셨군요. 속으로 생각했지요 어찌이리 무모하고 겁들이 없으실까하고 이게 어떤 종주인데. 그러나 그게 기우였음이 금방 밝혀졌지요. 모두 선수들 이신걸요.
언제나 그렇듯 들머리에서의 반김은 무척 힘들면서 어렵게 이뤄지지요 오늘도 예외는 아닙니다. 치고 오르는 솔지대장님의 날렵함에 모두 뒤처지지 않고 무척이나 빡세게 따라붙고 있었지요. 정말 대단한 선수들이며 빡새잡이 포수들만 모이셨네요.
흐릿한 날씨에 가라앉은 저기압이 헉헉대는 가슴 짓누르고 그 힘에 견디기 어렵다며 시작부터 땀방울 짜내니 오늘 삼각산의 계곡물이 몇십 리터 쯤은 더 불어날것 같았답니다 그래도 코스를 보니 탁족 하나 할 수 없음을 아쉬워 했지만요.
초반 깔딱고개 잘 이겨내신 산우님들 비봉능선에 올라타 본격적인 힘 자랑해 봅니다. 속보로 가다 다시 산악 구보로 달리고 그러다 후미챙긴다?는 미명아래 잠시 숨고르기도 해 봅니다.
내년 네파컵에 출전할 명단 추리듯 그렇게 대장님 우리들을 몰고 갔지요. 등산길에 만난 다른 산우님들 한마디씩 던졌지요. '오늘 삼각산에 무슨 대회 있는겨?' 워낙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하였고 또 그 동안 열심히 갈고 닦은 실력이 있었던지 이 칠갑산 아직은 선두에서 씽씽합니다.
사모바위 앞에 앉아 휴식 취하고 대문사진 찍은 후 목마름 달래며 승가봉을 향합니다. 가끔 삼각산야등에 참여해 야등 전사들과 뛰며 보았던 길이며 바위였기에 그 반가움 너무나 커 잠시 인사하고 다시 문수봉을 향해 힘찬 발걸음 합니다.
비는 내리지 않을듯 하지만 신비한 자태를 운무에 감추고 보여주길 거부하는 삼각산이 야속하단 생각이 들었지요. 햇살 가리며 탁트인 아름다운 풍광은 언제쯤 마음 놓고 즐길 수 있을련지.
대남문 지나 아기자기한 4050길 아니 솔지대장님이 붙였다하여 이제부터 솔지길이라 불렀던 길을 지나 대동문에 이르니 배속에 있는 허기란 놈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맛난 것 달라 어리광 부리고 있었지요. 한상 근사하게 차려 허기 채우니 오늘의 종주길도 어느덧 반환점이 가까이 다가옵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자기와의 싸움에 돌입하는 순간입니다. 단지 대장님만 낭만길이라 불르고 있지만 어느 산우님도 그 말에 동의하지 못하고 우리들은 '산우님들 잡는 길'이라 명명했지요.
끝없이 이어지는 한숨과 헉헉거림도 큰 도움없이 저 멀리 보이는 깔딱을 넘어야만 하는 고행길. 아마도 댓가주며 가라하면 모두 포기했을 그 길을 묵묵히 수행하듯 한발한발 어렵게 전진시켜 봅니다.
온몸과 옷은 이미 흘린 땀방울로 알탕에서 방금 나온듯 질척이고 그것도 모자라 통에 남아 있는 물 마시며 잔존한 노폐물 걸러내니 이게 바로 종주의 참 단맛이며 쓴맛임을 일깨우고 있었지요.
그나마 앞에 불뚝 솟아 있는 거대한 여인의 젖가슴처럼 미끈하게 잘생긴 인수봉이 어머니의 따스한 눈길처럼 반겨주니 마음의 짐 잠시 놓아 보았답니다.
곰바위길에 오르니 강렬한 햇볕이 이마에 흐른 땀에 반사되어 영롱이고 운무 걷어내니 그나마 아쉬운 삼각의 면모를 감상할 수 있네요. 산야의 푸르름은 따갑게 비추는 햇살과 하나되어 고행길 달리는 우리들 시커먼 숯검댕이 가슴과 눈빛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덜어 주고 있었지요.
마지막 영봉 고개 넘어 기나긴 상장능선 정복하니 나에겐 죽어도 잊지 못할 타이어 쉼터가 보이고 그곳에 잠시 다리 뻣어 옛 생각에 젖어 봅니다.
그 �아지던 장대비에 모든 옷 적시고 추워 벌벌 떨면서 남아 있던 몇 조각 쑥개떡으로 그 눈물 감췄던 지난 종주. 솔지대장님 오늘 한마디 건냈지요. '칠갑산님 오늘은 아직 웃음이 남았습니까' 화답 드렸지요 '하하핫 대장님 제 실력 많이 늘었지요 앞으로 대장님 모시고 산행해도 되겠지요?'
정말 가슴 뿌듯하고 기쁨으로 가득한 종주 산행. 몇개월 전 흘렸던 눈물이 비워놓은 물통에 담기니 오늘 종주 산행도 무사히 끝나고 그 끝자락엔 웃음 꽃이 피어 납니다.
하산 후 메기 매운탕에 완주한 우정과 담소 나누니 모든 어려움 사라지고 헤어지는 아쉬움에 가슴 저려 오네요. 마지막에 볼켄님이 준비해 주신 시원한 팥빙수로 후끈해진 마음과 몸 식히니 피곤이 밀려와 다음을 기약하자 꼬드기네요.
제 개인적으론 향상된 산행 실력 마음 껏 발산하고 자신감 얻어온 값진 산행이었으며 여기까지 잘 이끌어 준 모든 산우님들께 감사한 날이기도 했네요.
안전하고 즐겁?게 오늘 삼각산 최종단 종주 잘 이끌어 주신 여장부 솔지대장님과 후미에서 모든 산우님들 잘 챙기시며 깔끔하게 마무리 해 주신 암장님과 천자봉님 그리고 함께한 모든 산우님들 감사드리며 다음 기회엔 더욱 멋지고 아름다운 곳에서 다시 뵙자 청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휴일 잘 보내십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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