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침묵이 지배하는 새벽녘에 눈 비비고 일어나 하루 일과 확인합니다. 아이들도 방학했고 자주 산에 간다는 핑계로 함께하지 못한 가족들에게 미안함도 있어 산행을 포기하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집에 있자 생각하니 가벼워진 마음으로 상쾌한 일요일 아침을 맞이합니다.
그러다 종교를 갖지 못한 혼자만을 뎅그란이 남겨 놓고 셋이서 오붓하게 주님 만나러 간다는 말에 불현듯 산방을 뒤졌지요 급한 마음에 배낭 챙기니 써누가 그럽니다 밥도 없고 과일도 다 떨어지고 막걸리도 없는데 오늘은 그냥 김밥 사들고 가지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아이들에게 후한 용돈 인심 쓰고 공지글에 꼬리하나 달랑 달고 코스도 확인 못한채 옆지기 운전사 동반시켜 집부터 나서 봅니다.
들머리가 어디였더라? 대장님께 전화해 확인하고 달리는 차안에서도 급한 마음만 졸이고 있었지요 옛 선조들 말씀에 틀림이 없습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석수역을 향해 달리던 차가 제2경인 고속도로로 잘못 머리 내밀고 한번 잘못된 운전은 다시 서해안 도로를 타고 광명역사를 한바퀴 돌아 서울로 향했지요 알바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려 주기라도 하듯.
일단 대장님께 먼저 가시라 연락 드리고 계속되는 알바에 숯껌댕이 가슴만 벌렁벌렁. 얼마나 속력을 냈는지 제 2 경인 고속도로를 지나쳐 다시 구로 디지털 단지까지 돌아 와 석수역에 도착하니 10시를 넘긴 시간.
등산화 끈 조여매고 달리기 시작했지요 열심히 뒤좇는다 해도 점심 시간이나 맞출 수 있을지 오늘은 맛없는 김밥인데 얼마를 달렸는지 온몸에선 비오듯 땀방울 짜내고 어제 저녁 마신 이슬이도 답답하다 노래하며 호암산길로 산책 가네요.
휴일이라 가족 등산객들도 많이 나왔지요 좁은 길엔 정체도 일어나고 또 아이들과 어르신분들 지나는 길엔 길도 비켜 드리고 보니 제시간에 그리운님들 보기 어렵게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호젓한 산길을 찾아 뛰어 봅니다.
어제 삼각산 종주 후 뻐근하던 다리도 풀리고 호젓한 산길을 홀로 뛰다 보니 꽤 속력이 붙었었나 봅니다. 호암산 정상에 올라 산소 가득 시원한 바람도 들이키고 잠시 한모금의 물로 타들어가는 목도 축여 봅니다 그리곤 다시 강행군.
같이하면 같이하는 즐거움이 있고 혼자 하는 산행은 또 그 나름의 재미가 있지요 방해 받지 않고 상념에 잠겨보기도 하고 지나는 다른 산우님들 모습도 보고 즐기며 가끔은 외로움과 고독도 씹어보는 재미 쏠쏠했지요.
석구상 지나 찬우물로 들어서니 많이 낮익은 길입니다 청주대장님과 야등에 몇번 들렸던 곳 지난주 목요일 밤에도 우중에 찾아 막걸리 한사발 들이키고 갔던 정겨운 곳이 반갑게 반겨 주었지요 한모금 약수로 흘린 땀 보충하고 잠시 삼막사에 들려 한숨 돌려 봅니다.
망월암 마당에서 뵙자는 대장님과의 통화에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생겼네요 너무나 빨리 달렸기에 앞서간 산우님들 보다 먼저 도착될 듯 싶습니다 삼막사 이곳 저곳 둘러보고 다시 능선길 올라 망월사로 향했지요.
높게 솟아있는 철탑 아래 산들바람 불어오는 바위에 앉아 모르는 산우님이 건네준 과일로 잠시 정겨운 시간도 함께 해 봅니다 다시 재빠른 걸음걸이로 망월암에 도착하니 11시20분 잠시 맑고 깨끗한 계곡물에 몸 내맡기고 시원하고 상쾌한 시간 즐긴 후 함께하는 산우님들 마중갔지요.
한 20분 지나니 너무나 당당히 많은 산우님들 이끌고 청주대장님이 반갑게 손흔들어 주십니다. 어이 칠갑산 아우 여기야 여기.
잠시 인사 나누고 우리들 아지트 찾아 한잔의 시원한 맥주와 막걸리를 곁들여 상차리니 그게 바로 꿀맛이었지요. 잠시 탁족 후 이어지는 8봉 능선과의 지루한 줄다리기가 시작됩니다.
왜이리 힘이 드는지 항상 첫번째봉을 넘기가 힘에 부치고 더욱이 불러오는 배는 자꾸 약한 마음에 발목잡아 하산하라 꼬드기고 있었지요 그나마 크고 우렁찬 목소리로 불러 주는 은하열차님의 노랫가락에 장단 맞춰 이를 악물고 올라 봅니다 오르면 이리도 개운하고 시원한 것을
아진님과 자원님이 선두에서 대장님 발걸음 재촉하고 용띠님과 구름나무님 후미에서 이찔하게 릿찌하는 진산님과 따스님 호위하니 또 한폭의 멋진 그림이 탄생하였지요.
한봉 두봉 넘고 넘어 드디어 8봉능선 끝자락을 돌아 나오니 처음 뵙는 볼프강님, 그자리에님 그리고 잔대머리님과 잠시 이야기할 수 있는 짬도 만들어 보았네요.
영차 영차 열심히 하산길 서두르니 어느새 회색 도시가 눈앞에 펼처지고 그 도시를 품고 있는 맑은 계곡물에 다시 알탕도 해 보았지요. 이럴땐 정말 남자가 부럽다며 눈 흘기는 미산님의 따가운 눈길에도 불구하고 석불산님 그 좋은 풍채 드러내고 풍덩 물속에 몸 내던지고 뒤따라 대장님과 함께한 산우님들 모두 시원한 계곡에서 물놀이도 즐깁니다.
계곡 넘어 산림욕장 지나니 날머리에 도착하고 마지막 산우애 꽃피우니 오늘하루도 즐겁게 잘 다녀왔노라 자축해 보았답니다 따스님 무사 완주를 축하 드리며 힘들어 하는 모습 저도 많이 힘들어 했네요.
다음엔 좀 더 좋은 모습으로 함께하는 산행이길 바래 보며 잘 리딩해 주신 청주대장님과 미산 총무님 그리고 함께한 님들 고마웠습니다 개인적으로 구름나무님께 죄송한 맘 전해 드리며 목요 야등에서 기쁜 마음으로 다시 인사 드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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