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대장이란 어떤 자리이며 그리고 우정이란 또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산에서 만난 갑장과의 우정 하나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혼자 고뇌하고 고민하며 일년 반 이상 지켜온 삼성 야등 마저 접고 산행대장 마저 마무리 하려 한다는 청주대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러가지 착잡하고 서운한 마음으로 야등 내내 울적한 마음이었다.
항상 목요일 밤은 삼성 야등이 있어 좋았고 또 좋아하는 청주대장님이 있기에 붙박이 야등 멤버로 남으리라 생각하며 이번 공지에도 일찍 꼬리 달고 기다렸건만 어느 순간 갑자기 청주대장님이 달아 놓은 꼬리글을 보고 왠지 오늘이 삼성야등의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달려간 야등.
휘황찬란한 보름달이 삼성산 정상에 걸려 우리를 반기지만 우울하고 침울한 마음이 보름달의 존재마저 망각케하는 밤. 잠시 모여 인사하는 자리에서 청주대장님 어렵게 입을 연다. 개인적으로 산행친구 하나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마음하나 제대로 읽지 못해 멀어지게 해 놓고 어찌 나 홀로 여러 산우님들 이끄는 대장 노릇을 해야 할지 그리고 대장이나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른다면서 오늘이 마지막 야등이 될지도 모르며 산행대장도 그만둘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을땐 왠지 모를 슬품과 안쓰러움이 사나이 가슴을 후벼 파며 한겨울 모진 찬바람이 너덜거리는 가슴을 찢고 있는 심정이었다.
어떤 산행 우정이였길래 저토록 사나이 가슴을 울리는 진한 우정이 있으며 또 그 좋아하는 산행과 관련된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단 말인지... 그래도 함께 모이신 10 인의 산우님들이 계시기에 삼성산을 향해 발걸음 옮기지만 마음과 몸은 이미 천근만근 업겁의 무게를 달고 갈갈이 찢기고 할퀸 가슴은 둥근 보름달에 속살까지 내보이며 앞으로 산방에서 만나는 산우님들께 정주지 말자 어려운 다짐을 해본다.
왜이리 의욕도 없고 산행의 재미도 없는지, 그저 발길 닿는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발걸음 하지만 지금까지 수 없이 걸어온 이길 제1 전망대와 제2 전망대가 또 이렇게 새롭고 처음인양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아마도 예상치 못한 큰 충격과 나에게 오늘이 마지막 삼성 야등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리도 이곳을 낯설고 이곳을 오르는 이 가슴 이토록 아프게 할 줄이야.
뚜벅 뚜벅 후미에서 그것도 저 멀리 혼자 떨어져 가끔 발밑에 깔린 반짝이는 불빛들과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 및 별님들을 바라보며 헤어지는 이별 연습을 해 보지만 갑자기 하는 낯설은 행동이 쉽게 몸에 익숙하지 않다. 이럴줄 알았으면 이별 연습이라도 해두는건데.
어느덧 삼막사 국기봉, 오늘의 산행 종착지이다. 나에게도 영원히 야등의 종착지로 남아 있을지도 모를 이곳이기에 국기봉에 올라 다시 한번 입맞춤하고 가슴에 흐르는 눈물 훔치며 맥주 한잔으로 조용한 이별을 고한다. 아 지금까지 이 칠갑산의 놀이터로 남아 주었던 삼성산 야등. 아마도 영원히 잊지 못할 멋진 추억의 장소로 남아 있겠지. 그 위에 아픈 사연으로 치장하면서.
다시 한번 청주대장님께 떼를 써 본다. 사나이로서 우정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친구의 아품을 모르고 자신의 아집으로 산을 정말로 좋아했던 그 친구를 멀어지게 했다는 그 아품이 크겠지만 이렇게 남아 대장님과 함께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산우님들을 생각해서라도 계속 삼성산 야등 지켜 달라고 간청을 해 본다.
내가 듣고 싶은 답은 돌아 오지 않고 그저 처음 시작한 들머리로 회기할 땐 내 마음마저 미칠 것 같아 대장님께 말하고 혼자만의 다른길을 향한다. 아무도 없는 곳 그 길을 홀로 걸으면 기분 전환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저 이곳을 벗어나고픈 심정 뿐이다. 어느덧 눈치 빠른 다소미님이 동행하자 발�추고 둘이 사연 많은 오늘의 이야기 나누며 좋은 결과 얻기 위해 머리 맞대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저 대장님의 마음만 돌아 오길 기다릴 뿐.
내 힘으로 또 오늘 여기 함께한 산우님들만의 힘으론 부치는 느낌이다. 4050 아름다운 산방 산우 여러분. 청주대장님의 아픈 마음 어루 만져 주시고 앞으로 2주년 아니 10주년 되는 그날까지 삼성산의 굳건한 지킴이로 남아 계실 수 있도록 설득도 해주시고 용기도 주셨으면 하는 바램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후기글 올려 봅니다.
이글이 혹 앞으로 청주대장님께 큰 짐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청주대장님과 삼성산 야등을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저로서는 그냥 앉아 아무것도 못하면서 그 사랑하는 산과 대장님 그리고 산우님들을 빼앗길 수가 없어 이렇게 도움 청합니다. 설령 이 후기글로 인해 정말 삼성산 야등에 종지부가 찍힌다 해도 그냥 기달려 앉아서 못하는 경우 보다는 낳겠다 싶었읍니다.
너무나 찢어지는 슬픈과 멍든 가슴 앉고 이리 앉아 있는 지금도 너무나 크게 울리는 심장 고동 소리와 거친 숨소리로 주체 못하는 사나이 눈물 뿌리고 있답니다.
여러분, 멋지고 늠늠한 청주대장님 붙잡아 주실거죠??? 그리고 삼성산 야등 지켜 주실거죠???
여러분만 믿으며 다음주에도 계속되는 삼성야등 꿈꿔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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