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미산행 구간인 설악산 공룡능선과 미시령까지의 마지막 산행을 갈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갖고 기다린 금요일 오후, 갑자기 내린 폭설로 대간길이 취소되면서 갑자기 할일이 없어진 따분한 시간을 달래며 이곳저곳 망설이다 오랫만에 산짱대장님 따라 근교산행인 삼각산을 오르기로 한다.
삼각산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답고 워킹과 릿지를 조합할 수 있는 최상의 코스인 의상능선 그리고 비봉능선, 간단한 준비물 챙겨 불광역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모두 21인의 아름다운 사람들.
많은 인원이 모이다 보니 약간 지체되어 버스타고 백화사 입구에 내리니 벌써 시간은 10시 30분을 지나고 기다림과 버스를 타고 이미 한시간 가까이 허비한 후였다. 그래도 운동하고 그리운 산우님들을 만나기 위해 나오신 분들이기에 짜증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들머리를 향한다.
고의적으로 들머리를 돌린 것은 아니였지만 입장료 없이 오르는 산행은 또다른 즐거움을 느끼며 힘들게 오르는 발길엔 어느덧 마지막 보내는 가을의 아쉬움을 땀방울로 떨구고 다가오는 겨울의 칼바람을 가슴에 안으며 그렇게 우리들의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해 본다.
잠시 등줄기에 땀방울이 맺힐즈음 좁지만 그래도 인사는 해야되기에 본봉이 멋들어진 이름모를 묘지옆에 자리 펴 인사 나누고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의 긴장을 풀어 본다. 백두대간길에서 자주 뵈였던 석불산님, 베짱이님, 사벳님, 바람의향님, 구름나무님과 민심님 반가움 그 자체였지요.
후미랄 것도 없었지만 산짱대장님의 지명에 의해 오늘도 후미에서 멋진 풍경 그리고 단풍보다 더 화려한 산우님들의 힘겨운 오르막 몸짓을 바라보며 대간길 공룡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 달래본다. 언제 어느산을 올라도 힘들고 어려운것은 마찬가지 이건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편한 마음으로 가장 느린 산우님과 사부작 산행의 진수를 맛보자 다짐해 본다.
의상봉에 오르는 깔딱에서 선두와 후미의 넓은 간격을 생각했던 자신의 오판을 자책하며 후미랄 것도 없이 모두 선수급이신 산우님들 뒤를 따라 넓게 탁 트인 맑은 가을 시야를 마음껏 즐기고 여유를 부려본다. 그래도 후미에서 힘들어 하시는 벼리님과 이찌마님을 모시고 올라 보지만 후미라기 보다는 많은 등산객들 때문에 길트기가 어려워 처진 것일 뿐 후미다운 후미는 아니다.
어느덧 의상봉 지나 용출봉에 오르는 도중 한분의 산우님이 뒤로 처지고 우리와 함께하는 아름산우님인줄 착각한 칠갑산 열심히 모시고 오르다 이야기 해 보니 홀로 14성문 산행이시란다. 대단한 여장부의 홀로 산행에 박수 보내며 천수동암문까지 동행하자 꼬드겨 본다. 또 한명의 아름산우님을 만들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랄까.
광하님의 도중 하산하신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뒤로 하고 다시 시작된 깔딱과 내리막 길, 어느덧 애니님도 힘들어 하시면서 거리가 좁혀지고 가끔 살그머니님과 상춘님이 후미에서 보조를 맞춰 나가시고 계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상춘님은 갑장친구이면서 대간길을 다녀봤던 멋진 산친구임을 알았지만.
다시 용출봉 지나 증취봉에 오르니 시간은 오후 1시를 가리키고 뱃속의 허기란 놈은 이제 더 이상 오르기 힘들다며 두다리 쭉 뻗고 땡깡 부리고 있다. 그래도 후미에서 선두쪽에 계신 대장님 의중을 알지 못하기에 참고 계속 전진할 뿐.
북한동암문 지나 우리들만의 멋진 식당 만들어 바리바리 준비한 음식으로 뷔� 만드니 허기란 놈도 감동했는지 잠시 머뭇거리며 쉽게 손대질 못하고 있다. 그래도 먹고 마시는 재미를 느껴야겠기에 함께 모시고 온 이름모를 여산우님과 함께 음식 나누니 이미 오늘의 산행 목적이 모두 달성된 듯 짧은 가을 햇살 아래 기쁨으로 가득하다.
나월봉과 나한봉을 지나 홀로 14성문 돌고 계신 여산우님 보내고 이제 다시 느긋하게 오후의 한가로움에 취해본다. 천수동암문에서 비봉능선을 타고 내려 오는길, 5산 종주때의 기억이 뒤살아 나며 숨이 가빠 오지만 그 희열 또한 가슴 한구석에 남아 찡한 산우애를 다시 한번 가슴으로 느껴본다.
앞에서는 토지님이 얼굴도 보여주시지 않고 내달리고 그 뒤를 크낙새님과 내사랑 갑장친구님 그리고 두꺼비님과 푸른초원님이 뒤따르는 모습인 것 같다. 승가봉 지나 잠시 사모바위에서 한숨 돌리고 하산길엔 오늘 처음 뵙는 송혜교님이 웃음 보따리 한아름 풀어 제끼시며 후미 산행을 주도하고 계신다. 닉만큼이나 예쁘시고 입담 또한 대단하신 여산객이란 느낌으로 다가온다.
비봉 지나 향로봉에 도착하자 낯익은 얼굴들이 모여 자일에 몸을 의지한채 릿지를 하고 있다. 우리 산방에서 온 것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알고 있는 산우님들을 만난다는 것은 반갑고 즐거운 일. 무사 산행을 빌어 주고 다시 발걸음 옮겨본다.
은평구가 눈앞에 펼쳐진 쪽두리봉 아래 넓은 바위에 옹기종기 앉아 따스한 가을 빛을 쬐며 마지막 남겨온 먹거리로 오늘 산행의 아쉬움 달래며 무사하게 하산함을 자축해 본다. 누구랄 것도 없이 하나되는 시간, 산행의 재미 못지 않게 이렇게 어울려 함께하는 즐거움이 있기에 또 다시 여기에 오는 것이겠지.
하산 후 시원한 생맥주 한잔으로 하루의 수고함과 피로를 날리고 돌아서는 발길에 오늘도 멋지게 리딩해 주신 산짱대장님과 일일총무로서 애써주신 미산 님께 꾸벅 인사 드리고 아쉬움 달래 봅니다.
누군가 예쁜 후기글 올려 주시리라 기대했지만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 올라 오질 않아 생각나는 대로 토요일 밟아 온길 뒤돌아 봅니다.
모두 함께한 산우님들 감사 드리며 앞으로도 자주 산행에서 뵐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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