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인이 함께 한 산행, 에구 아무도 후기글을 안 올리고 눈치만 보고 계신듯 하여 먼저 두서 없이 급하게 올려 봅니다. 후미에서만 가다 보니 후미 이야기가 주가 되었네요 이해해 주십시요.
온 가족이 함께한 즐거운 추석 명절을 보내고 서울집에 돌아와 불어난 몸무게 줄이려 안간힘 써 보지만 산행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리란 확신으로 어제도 홀로 관악산에 올라 땀흘리고 오늘도 또 산방에 들어 와 이곳 저곳 두리번 거리다 오랫만에 올라온 솔지대장님의 초급 번개이면서 단풍놀이란 단어에 속는줄 알면서도 다시 집을 나서 본다.
누가 뭐래도 오늘은 후미에서 정말 사부작거리며 여유있는 산행해 보리라 마음 먹었기에 느긋하게 집을 나섰는데 휴일이라 지하철 배차 간격이 길었나 보다. 아무리 발 동동 굴러도 늦을 것 같아 대장님께 연락하고 홀로 34번 버스를 타고 효자비로 향하는데, 어라 다시 대장님 전화해서 '칠갑산님 버스 타는 것 봤는데 우린 아직도 불광이니 가서 기다리세요' 아니 왠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콩나물보다 더 극심한 끈적끈적 달라붙는 호박엿 같은 버스에서 내려 두리번 거리니 벌써 도착해 여유부리시는 볼켄형님과 사하라형님이 반갑게 맞이해 주시고 잠시 앉아 있으니 용띠아우님과 타리형님이 동석해 이야기 꽃를 피우는 사이 한 버스 가득 산우님들 내리면서 얼굴 내밀며 웃음으로 인사들 하였지요.
오랫만에 뵙는 아진님께 돈통 맡기고 추석연휴로 입장료 감면 받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오르기 시작한 깔딱고개. 언제나처럼 반갑게 맞이해 주면서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 들머리에서의 오르막은 불어난 몸무게로 더욱 우리 산우님들 헉헉대게 만들고 아직 변하지 않은 산야의 빛깔에 모두 한마디씩 남기고 낑낑대며 오르고 있었지요. '속는 줄 알면서도 따라왔지만 오늘도 역시 공지는 초급이요 산행은 중급이라 단풍 구경은 다 했구먼' 후미에서 눈웃음님과 그 친구분들 그리고 준회원이시라는 백호님 궁시렁 궁시렁 그러나 잘도 오르고 계셨지요.
한 30여분 올라 백운대 오르는 길목 넓다란 장소 골라 잠시 닉 소개하며 스트레칭하는 장소 찾았지만 워낙 많이 참가한 36인의 산우님들 덕분에 아직도 좁은 곳에 모여 잠시 땀 닦아 보며 몸 풀어 본다. 이곳에서 솔지대장님 한마디 하셨지요. '오늘은 초급 산행이니 산행 잘하시는 분들께서는 저와 멀리 떨어져 오세요 그렇지 않으면 중급 지나 상급 산행되니 안되겠지요'. 어느 산우님들께 하는 말인지 모두 알고 있기에 침묵으로 동의하고 잠시 어색한 시간 흐른 뒤 타의반 자의반으로 오늘도 어쩔 수 없이 후미대장이 되어 더욱 룰루랄라 즐거운 산행 꿈꿔 본다.
평소와 달리 큰 마음 먹고 달려온 산우님들 이시기에 특별히 뒤처지는 산우님들도 없이 그 깔딱고개며 가끔 맛보기로 이어지는 릿지코스며 잘도 오르신다. 다만 눈웃음님이 모시고 오신 여산우님 두분이 많이 힘든 표정과 어리광으로 이런 빡쎈 산행 처음이라며 궁시렁대지만 못따라 오실 정도는 아닌듯 싶다. 후미에서 가만히 보니 오늘은 이 네분만 잘 모시고 가면 아무 탈없으리란 판단이기에 마음만은 편하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랄까 ㅎㅎㅎ.
가끔 산행중 올라온 길을 되집어 바라보니 산중턱에선 벌써 활엽수의 잎새 색깔이 변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단풍나무가 많지 않기에 화려하거나 황홀한 빛깔은 아니더라도 은은하면서도 티나지 않게 자연의 순리를 따르면서 멋쓰럽게 변해가는 그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인지. 추석 연휴 마지막이라 많은 인파가 삼각산을 찾은 모양이다. 오르는 길목 내려가는 삼거리 마다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지만 서두름 없이 세월을 낚는 강태공처럼 그렇게 느긋한 마음으로 산행을 즐겨 본다. 선두가 어떻게 빨리 가는지 아니면 지금 쉬고 있는지 관심 밖이다. 그저 내가 즐기는 그리고 내가 사부작 거리는 이 산행 자체를 느끼고 함께하면 그만이란 생각이 드니 또 다른 산행의 묘미가 다가온다.
백운대길 우회하여 전망바위 오르는 길은 제대로된 릿지 코스로 모두 걱정하였지만 능숙하게 도와 주시는 해송대장님의 인도하에 무사히 마치니 시원한 가을 바람이 불어 와 고생했노라 코끝에 매달린 땀방울 씻어냈지요. 벌써 배속에선 배꼽시계가 점심달라 애걸하고 이 많은 산우님들 함께하기 힘든 상황이니 몇그룹으로 나눠 전망 좋은 백운대가 바라보이는 바위위에 앉아 허기 채워 본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산상에서 마시는 맥주 한잔과 막걸리 한잔, 이렇게만 마실 수 있는 술이라면 정말 보약이 따로 없을 것을 왜 그리 세상 등지고 살 사람들 처럼 하산 후에는 마셔대는지 내가 내 자신을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제부터 정말 까마득한 깔딱고개가 기다리고 있을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공지와는 약간 다르게 진행하시는가 보다. 숨은벽이 눈앞에 다가오고 그 앞 바위에 거미처럼 아니 스파이더맨들이 매달려 그 멋진 암벽실력 뽐내고 그 모습 부러워하며 우회하여 Y계곡으로 오르는 그 길은 항상 올라봐도 어느곳보다도 더 징그럽고 괴로운 오르막이다. 후미에서 함께하시는 산우님들께 말도 못하고 그저 다 올라왔노라고 저기 하얀 하늘이 보인다고 거짓말만 뒤풀이 할뿐, 산 잘 타는 산악인이든 처음 이곳을 오르는 초보자 이던 그것은 지금 올라가야될 이곳에선 전혀 상관 없는 단어에 불과한 것을. 모두 오르고 올라야 되는 곳이기에 그저 속은것만 가슴 아파하며 한발 두발 힘겹게 옮겨 본다. 그래도 그 Y계곡 정상에서 힘 실어주는 대장님의 화이팅 한마디에 모두 무사히 올라 다시 길고 긴 바위 너덜 하산길이다.
하산길 바로 옆 바위틈에 올라 멋진사진 몇장으로 추억 만들고 내려 보니 여기에선 몇그루의 단풍나무와 빛바래가는 활엽수 그리고 좌측으로 보이는 웅장하고 거대한 인수봉 릿지 및 암벽 등반가들의 장엄한 모습이 함께 어울려 공지에 걸맞는 멋진 단풍 산행을 즐기고 있다.
하산 도중 몇장의 단풍 사진 및 산우님들 모습 디카에 담아 드리고 영봉 우회길로 접어 드니 눈웃움님과 그 친구분들 수고했노라며 헤어지고 여기에서 부터 자유로운 한마리 새가 되어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훨훨 날아 본다. 빡쎄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여유자적하지도 않았던, 사부작 거리면서도 땀 한번 멋지게 흘리고 내려온 하산길에 대간길 선두 대장으로 고생하시는 니오베님을 우연찮게 만나 함께 4산 종주 후 자리했던 우디까페에서 마시는 생맥주 한잔이 우리들 앞길에 더욱 넓고 곧은길 시원하게 뚫어 주고 낯설었던 닉 다시 확인하며 그렇게 하루 해를 넘기고 잘 돌아 왔네요.
함께한 모든 님들 수고 만땅하셨구요 오늘도 멋진 리딩으로 잘 인도해준 솔지대장님께 감사를 중간중간 어려운 고비길에 산우님들 잘 부축해 주신 해송 대장님의 수고에도 박수를 그리고 멋진 광경 추억으로 만들어 주신 타리형님께도 감사의말씀 전하면서 추석 한가위 만큼이나 넉넉하고 흥겨운 삼각산 초급 단풍 산행 함께했던 모든 산우님들
행복했습니다.
다음 기회에도 다시 만나 더 즐거운 시간 갖기를 기대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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