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첫눈이 내렸다지만 많이 느끼지 못하고 지난 첫눈이기에 오늘 뿌리는 눈발은 가슴에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린시절 짝사랑하던 연인과 멋지게 만날 것을 기대하며 기다렸던 눈처럼 오늘 내리는 함박눈이 이 작은 가슴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다 그 아름답게 뿌려대던 눈발이 금새 하늘의 눈물이 되어 11월의 마지막을 보내는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벌써 달랑 남겨진 마지막 한장의 달력을 바라보며 마지막과 처음이란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가장 가까이 있는 그 부조화속의 조화를 찾아 항상 찾던 삼성산 들머리로 달려간다.
단촐하지만 제대로 땀 한번 흘릴 것 같은 무시무시한 야등 멤버들, 여산우님들의 전멸에 서운한 면도 있었지만 대장님 포함 남산우님들만으로 짜여진 멋진 8인의 건각들. 산행하기전 대장님 한마디 하신다. 자주 찾아오는 이런 기회 아니니 영원한 삼성야등의 후미대장님이신 다소미님 오늘 마음껏 땀 한번 흘렸으면 하신다고 ㅋㅋㅋ. 맞는 말씀이시다. 오늘이 아니면 언제 다시 이런 기회 주워질려는지...
오늘 처음오신 독불장군님을 제외하곤 모두 잘 짜여진 환상의 특수부대 대원들처럼 자신만만한 모습이며 하늘을 찌를만큼의 사기 충천이다. 그리고 외모와 닉을 봐서는 독불장군님도 특수부대 요원으로 손색없는 일원이시다. 눈과 비로 인해 위험한 공지 코스를 버리고 한겨울 많은 눈이 내려도 오를 수 있는 특수 코스를 찾아 들머리에 들어서기 무섭게 바람처럼 모두 날아들 가신다.
처음 참석하신 독불장군님만이 거친 숨소리로 그 어려움 토해내고 있지만 나머지 대원들은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특수 임무를 진행하듯 사뿐사뿐 소리없이 대장님 따라 능숙한 행동으로 난공불락의 요새를 한발 두발 점령해 나간다. 하나둘 발밑에 야경이 깔리고 몸에선 열인지 김인지 분간 못할 밤안개 피워내니 또 다른 야등의 재미를 몸으로 체험하며 함께하는 이 시간을 서로의 마음으로 읽고 있다.
추위를 대비해 껴입었던 무거운 잠바를 벗어 던지고 파아란 솔잎과 빛바랜 낙엽위에 아름답게 피어난 눈꽃송이 축제를 즐기며 주위를 맴돌며 나풀대는 밤안개의 속삭임을 친구삼아 그렇게 우리들의 목적지를 향한 경유지인 찬우물를 향하고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솔잎위에서 벌어진 흥겨운 눈꽃축제 그리고 발걸음 옮길 때마다 들리는 이세상 최고의 낙엽과 눈들로 이루워진 교향악단들이 들려주는 가장 아름다운 교향곡을 듣는 이 순간. 그저 행복에 취하고 산우애에 하나되어 그렇게 야심한 어둠속 삼성산야등에서 우리들만의 우리 세상 만들고 있었지요.
가장 튼튼하고 깊숙히 엄폐되어 완벽하게 숨겨진 우리들만의 아지트를 찾아 아늑한 온기로 몸 녹이고 특수 임무 완수한 자축연 벌이니 이 시간 우리 삼성야등 막강 멤버가 드넓은 온세상 모두 차지하고 있었답니다. 지난 아름다운 추억 되살리고 앞으로 다시 쌓아갈 우리들의 산우애 매만지니 어느새 하나둘 비워지는 먹거리에 채워지는 우정이라.
다시 올랐던 길 뒤돌아 하산하니 아름다운 눈꽃축제 좀더 감상하고 땀좀 더 흘리라고 청주대장님 알바를 핑계삼아 이리저리 길도 아닌 길을 헤메고 돌아 대원들 체력 시험하고 계셨지요(아마도 실제로는 알바였다고 생각되지만 그렇게 쓸수 없어 말만들기 힘들었다는 ㅋㅋㅋ). 그래도 대원들 누구하나 불평없이 등줄기에 굵은 땀방울 흘리고 이마에 뜨거운 김 뿜어내며 날머리로 얼굴 내미니 무엇이 그리 아쉬운지 발길 돌리지 못하고 다시 못다한 이야기꽃 피웠지요.
이것이 바로 야등이며 한가족이란 명쾌한 해답을 찾은 후 집으로 돌아서서 가는 그 뒷모습에 야등에서 주워온 하얀 눈꽃송이들이 모든 대원들 앞길에 길 밝히고 바람을 타고 귓전에 들려주는 눈꽃축제의 노래에 다음을 기약하는 멋진 휘날레를 장식하고 있었지요.
멋진 밤 멋진 야등 멋지게 리딩해 주신 청주대장님께 감사 드리며 함께한 영원한 야등 대원들이신 산나물님, 수박친구, 바드친구, 영원한 후미대장 다소미 아우님, 아이스맨 아우님, 처음오신 독불장군님 그리고 칠갑산 모두 수고하셨네요.
다음에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자 청해봅니다.
감사합니다.
칠갑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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