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기/서울의 산

솔지대장과 삼각산 14성문 순례(06, 12, 02)

칠갑산 사랑 2007. 5. 30. 21:11
728x90
(12월 2일 솔지대장님과 삼각산 14성문 순례)
2007.05.30 19:32

[산행 후기] 한겨울 칼바람과 싸우며 한양도성의 축소판 북한산성을 돌아본 하루(12월 2일 솔지대장님과 삼각산 14성문 순례)
글쓴이 : 칠갑산 번호 : 5019조회수 : 3622006.12.03 00:20

겨울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간밤의 눈이 다 녹아버린 이른 아침,
산정(山頂)은
얼음을 그대로 뒤집어 쓴 채
빛을 받들고 있다.
만일 내 영혼이 천상(天上)의 누각을 꿈꾸어 왔다면
나는 신이 거주하는 저 천상(天上)의 일각(一角)을 그리워하리.
가장 높은 정신은 가장 추운 곳을 향하는 법
저 아래 흐르는 것은 이제부터 결빙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침묵하는 것.
움직이는 것들도 이제부터는 멈추는 것이 아니라
침묵의 노래가 되어 침묵의 동렬(同列)에 서는 것.
그러나 한 번 잠든 정신은
누군가 지팡이로 후려치지 않는 한
깊은 휴식에서 헤어나지 못하리.
하나의 형상 역시
누군가 막대기로 후려치지 않는 한
다른 형상을 취하지 못하리.
육신이란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 것.
헛된 휴식과 잠 속에서의 방황의 나날들.
나의 영혼이
이 침묵 속에서
손뼉 소리를 크게 내지 못한다면
어느 형상도 다시 꿈꾸지 않으리.
지금은 결빙하는 계절, 밤이 되면
물과 물이 서로 끌어당기며
결빙의 노래를 내 발밑에서 들려 주리.




한국의 5대 명산중의 하나인 삼각산, 서울에 인접해 언제 누구라도 함께 오를 수 있는 산이기에 그 아름답고 웅장한 산세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함에 아쉬움이 남는 산이지만 더욱 아쉬운 것은 그 속에 내재해 있는 우리들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나쳐 왔다는 것이리라.

 

솔지대장님의 멋진 삼각산 북한산성 14성문 순례 공지를 바라보며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치기 싫어 몇일전부터 애태우며 기다렸던 산행.

간신히 산행 하루전 시간내 꼬리 달며 보고 싶은 산우님들도 만나고 또 자주 봤지만 성곽을 돌며 한양도성의 축소판이란 역사공부도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달려간 불광역.

 

대장님 포함 모두 17인의 아름다운 산우님들 모여 칼바람 부는 삼각산의 대서문을 향해 발걸음 내디디니 그 옛날 선조들의 삶의 숨결이 귓전에 울리는 듯하다.

들머리에 들어서니 시간은 이미 한시간이나 지나 10시를 가리키고 있다.

 

북한산성 총 둘레는 약 12,7 Km로 알려져 있지만 완주하는 거리는 약 13Km가 훨씬 넘는다는 쉽지 않는 산행.

불광에서 버스를 타고 산성입구에서 하차 후 첫번째로 통과하는 대서문.

각 동서남북에 하나씩의 큰 문이 있고 어가가 드나들 정도로 더욱 크게 만들어진 대성문을 포함해 누각이 있고 아치형인 5개의 큰문과 누각도 없고 사각형 모양의 비상출입문을 뜻하는 7개의 암문, 대서문 안쪽의 내성과 중성문 그리고 두개의 수문을 합해 총 16성문이라 불리기도 한단다.

 



첫 성문인 대서문을 지나자 마자 어느새 후미엔 니오베님과 이 칠갑산 둘만이 남아 잠시 옷정리 하는 사이 솔지대장님과 15인의 산악마라톤 주자들은 꼬리도 보여주지 않고 내달리고 잠시 어리둥절하며 중성문을 들릴 것인지 확신이 없어 전화 드리니 무조건 중성문으로 오시란다.

 

중성문에 도착해 흔적 남기니 10시 24분.

이곳에서 샘보러왕님, 설시민님 그리고 남해바다님등 총 3인의 산우님들과 이별아닌 이별을 하니 이제 14인.

 

나중에 하산 후 뒷풀이 장소에서 들은 이야기이지만 샘보러왕님과 2명의 일행은 칠갑산과 솔지대장님의 전화통화 하는 사이 중성문을 그냥 통과해 서로 이산 가족이 되었다가 뒷풀이 장소에서 만났다며 이 칠갑산이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닉으로 남았단다. 실은 산행 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못하시는데 속도가 너무 빨라 울고 싶은데 뼘을 때렸다나 하시면서 이슬이만 신나게 주셨지요 세분. ㅋㅋㅋ

부디 좋은 닉으로 기억해 주시길...

 



다시 뒤돌아 나와 이제부터 본격적인 깔딱 고개 넘어 의상능선을 타고 그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본다.

중간에 국녕사에 들려 잠시 목 축이며 사찰의 역사를 배워본다.

조선시대 숙종때 창건되였지만 1991년 모두 불에 타고 능인선원에서 다시 복원중이란다.

수많은 불상들을 바라보며 잠시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오늘의 무산 산행과 가정의 평화를 기도해 본다.

이 시간 10시 42분.

 



모두 훌훌 벗어 던져버리고 앙상한 가지만을 남긴채 그 모진 한겨울의 추위와 싸워야하는 이름모를 나뭇가지 사이로 저 멀리 노적봉이 전라를 내보이며 그 아름다움 과시하는 사이 어느덧 가사당암문에 도착하니 시간은 이미 10시 57분을 가리키고 있다.

이곳에 오르기 전 니오베님의 발목 통증으로 하산하니 이제 남은 산우님은 모두 13명.

산행하기에는 아주 좋은 인원인 듯 하다.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남향은 그래도 눈이 녹아 산행에 지장이 없지만 북향에 올라서면 새하얀 눈밭이 펼쳐져 있고 그 미끄러움에 적응이 안된 산우님들 땅 사기 바쁘다.

그래도 열심히 올라 증취봉을 넘으니 이제부터 한겨울 모진 칼바람이 귓때기를 사정없이 때리고 두 뼘을 얼음 덩어리로 만들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후미에서 힘들어 하시는 노객 청목님을 모시며 그 어려움 뚫고 열심히 전진하니 부암동암문에 이르고 잠시 숨돌리니 11시 40분을 지나고 있다.

쉬엄 쉬엄 올랐다 생각했지만 쾌속력이 붙었었나 보다.

아마 이런 속도라면 좀 일찍 완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이 깊은 눈구덩이속에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약간의 지체는 불가피하리라.

 

멋지게 펼쳐진 설산의 경치에 넋을 잃고 바라보니 역시 춥기는 하여도 산행의 참 묘미를 만끽하는 듯하여 이 겨울 산행에 가슴 뿌듯하다.

 

다시 눈덮힌 깔딱고개를 힘겹게 오르니 저멀리 눈우산을 뒤짚어 쓴 비봉능선이 어느 대간길의 아름다운 마루금보다도 더 웅장하고 멋스러운 자태로 뽐내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삼각산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이처럼 아름답고 멋스러운 삼각산이 있음에 행복하지 않을 수 없겠지.



얼어붙은 입술이지만 정겹고 즐거운 이야기 보따리 속에 깔깔깔 호호호 연발하며 산우님들이 준비한 무우와 고구마로 잠시 휴식 취하니 벌써 시간은 12시 25분을 지나고 우리들 발걸음도 청수동암문에서 멈춰선다.

이제 뱃속의 허기란 놈이 슬슬 배짱 부리며 발길 붙잡고 아름다운 설경 구경도 좋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글귀로 더 이상의 전진을 불허한다.

대장님 한마디 하신다.

그래도 점심은 대남문에 가서 합니다.

힘없고 빽없는 민초들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다.

그저 참고 열심히 대남문까지 가는 수 밖에.



삼각산 종주를 하면서 자주 봐왔던 대남문, 그래도 그 역사적인 사실 하나 제대로 알려하지 않았던 그곳이 오늘은 아주 새롭고 단지 이정표만이 아닌 또 다른 작은 도성으로 통하는 중요한 관문으로서의 역사를 배움에 선조들의 살아 숨쉬는 성문으로서 가깝게 다가온다.

이곳 눈밭에서 멋진 상차림으로 우정 나누며 허기 달래니 시간은 잘도 흘러 12시 35분이다.

 

이제부터 아기공룡이라 불리워진 의상능선이 끝나고 산성주능선을 타고 하는 낭만의 길이라 명명된 오솔길이다.

종주 시 솔지대장님은 4050 낭만길이라 했는데 어느누구 하나 동의하지 못하고 징그러운 솔지길이라 했는데 오늘보니 낭만길이라 명명한 이유를 알만도 하다.

애인과 함께 거닐면 운치있는 4050 낭만길로 멋들어 지겠지



13시 13분이 되어 어가 행렬이 드나들었던 북한산성에서 가장 큰 문인 대성문에 도착이다.

보기에는 다른 문들과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보니 좀 더 크고 좀 더 아름다운 아치를 갖고 있는 듯하다.

이러니 공부가 필요하고 관심이 필요한 것이리라.

 



이제부턴 모두 아이젠을 차고 한겨울 산행때 느끼는 즐거움과 괴로움을 맛보고 있다.

많은 산객들이 넘나들어 반질반질 얼음판이 된 산길을 거침없이 내딧는 모습에서 즐거움을 그러나 언 바위돌에 몸무게의 짓눌림이 곧바로 온몸에 반동되어 되돌아 올땐 괴로움을 느끼고 있다.

 

그래도 처음 밟아보는 눈길 산행에 마냥 웃음 지으며 내달리니 어느새 보국문(동암문)이 반갑게 손짓하며 반겨주고 있다.

이 시간 13시 30분.

 



이곳에서 살그머니님이 살그머니 하산하시니 총 12인의 건각들만이 그 한겨울의 칼바람과 싸우며 고군분투 하고 있다.

일렬로 쭉 늘어서서 걸어가는 눈길속 아름산우님들,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자랑스러워 뒷모습이지만 몇 커트 찍어 본다.

미끌미끌 호랑나비 춤도 추고 꽈다당 미끄럼도 타면서 우리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잠시 더 발길 옮기니 저 멀리 웅장한 자태 뽐내며 대동문이 두팔 벌려 반기고 그 품에 안겨 잠시 어리광 부려 본다.

미니 단체 사진도 찍고 또 몸매무새 다듬으며 예쁜 얼굴도 만들면서 다가올 바윗돌과의 한판 싸움에 대비하고 있다.

 



잠시 용암문에 도착해 처음으로 단체 사진 찍고 이제 아이젠도 걷어낸 후 본격적인 얼음 바윗돌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바윗돌에 쇠 바줄로 안전이 확보되었다고는 하나 이 엄동설한에 모두 얼어 붙어 미끌미끌한 그 길을 조심조심 건너본다.

왼쪽 발밑을 보니 눈덮힌 절벽이 더욱 까마득히 보이고 그 큰입 벌려 먹이를 기다리고 있는듯 그렇지 않아도 추위에 움츠러진 마음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많은 시간이 지체되지만 어쩔 수 없는 길, 그래도 눈을 조금만 돌리면 삼각산이라 이름 붙여진 그 명성 그대로 만경봉와 백운대 그리고 노적봉이 그 웅장한 자태 자랑하며 북쪽에서 불어오는 그 모진 칼바람 모두 막고 굳굳히 버티고 서 있기에 그 어려움 잘도 이겨내고 이제 막바지 위문을 향하고 있다.

 



힘겨운 바윗길을 건너니 산우님들 잠시 휴식 취하고 솔지대장님 한마디 하신다.

가고 싶으신 산우님들만 위문(백운동암문)찍고 오세요.

망설임없이 노을벗님 앞장 서시고 그 뒤를 이 칠갑산, 청하님, 바드 친구 그리고 아장님만이 그 철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다시 그곳에서 우리 5인만의 미니 흔적 남기고 내려와 한마디씩 한다.

사진에 없으신분들은 오늘 14성문 순례에서 위문이 빠졌으니 완주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ㅋㅋㅋ.

고약한 심보지만 사실은 사실인 것을.

반드시 다음에 땜빵들 하세요.

이제 마지막 남은 원효능선을 향해 바쁜 발걸음 놀리고 있다.

 



원래 위문 백운대 영취봉 지나 북문으로 가야하나 너무 위험한 코스이기에 통제구역으로 묶여 있다.

그래서 약수암과 대동사 지나 북문의 코스로 발길 옮긴다.

잠시 대동사 정문에서 휴식 취하며 한가롭게 여유 부리시는 산우님들에게 몰카를 시도 해 본다.

해리포터님이 걸려 들었다나 머라나 ㅋㅋㅋ

 



북문에 인사하고 원효봉에 올라 지나온 마루금을 바라보니 저멀리 지나온 의상능선과 산성주능선이 모두 보이고 아름다운 백운대, 만경봉 및 노적봉이 가슴에 와 안긴다.

 



다시 한컷의 단체 사진으로 마무리 하니 짧은 해도 서산에 걸려 해맑은 웃음을 던지며 고생했노라 반겨주고 있다.

 



마지막 남은 시구문에 입마춤하니 오늘 하루의 긴 여정이 마무리되고 선두와 후미도 없이 한팀이 되어 멋지게 산성입구로 회기하니 눈길과 한겨울 칼바람에 힘들고 어려운 산행이였지만 뿌듯하고 따뜻한 산우애가 피어나 멋들어진 아름꽃을 피웠다.

 



따스한 감자탕으로 저녁까지 해결하고 돌아서 온 하루, 왜 이런 힘든 산행을 하냐란 질문에 답이 될만한 값진 산행을 하고 좋은 시간으로 또 하나의 깊은 추억을 만들고 왔네요.

 

북한산성

사적 제 162호로서 132년 백제 개루왕때 처음 축조되어 도성을 지키는 북방의 성으로, 고려때에는 몽골군과의 격전과 거란침입때 태조의 재궁을 옮기고 개축공사가 진행되었으며, 조선 숙종 때 지금의 성곽 모습으로 축성된 성으로서 한반도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한양도성의 축소판임을 알게 되었다.

 

그냥 산행이 좋아 올랐던 삼각산, 이제부터라도 조그만 관심과 사랑으로 우리의 역사와 우리것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조금이나마 이 글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멋진 리딩으로 깔끔한 마무리해 주신 솔지대장님께 감사 드리며 일일총무로서 수고하신 영희님께는 큰 박수를 그리고 함께한 17인 산우님들과는 멋진 하루의 시간을 함께했음을 자축하고 싶네요.

 

모두 건강하시고 조만간 다시 산행에서 뵐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