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이것이 변화된 세상살이인 것을
지난 추석부터 집에서 차례를 지내는 것을 없애고 최대한 간단히 음식을 준비해 부모님 산소에서 술잔을 올리는 것으로 대신하다 보니 그렇잖아도 아이들이 없어 쓸쓸했던 명절이 더욱 실감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서 그럴수도 있지만 약간의 음식과 함께 차례를 지내던 것을 중단하고 나니 특별히 음식도 준비하지 않고 특히나 명절 전날에는 막내 식구네와 함께 모두 나가 외식을 하는 전통을 만들다 보니 집에서 명절 분위기를 느끼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 보인다.
어릴적 대가족이 늘 차례와 제사를 지내던 풍속에서 살았던 사람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지만 이것이 변화된 세상살이이고 가족 모두가 원하는 방향이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지난 추석부터 번잡하게 먹지도 않는 음식을 차례만을 위해 준비하는 것은 낭비라는 생각에 중단하고 나니 옆지기와 제수씨의 호응은 좋았지만 마음속 한구석에는 약간의 서운함과 함께 쓸쓸함도 느끼는 명절이 되었다.
옆지기가 눈치를 챘는지 다시 물어오고 약간의 음식을 준비해 부모님 산소에서 술이라도 한잔 올릴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에 음식을 준비해 보지만 이것 역시 형식적인 생각이기에 아이들과 산소를 찾아 제를 지내고 먹을 수 있는 음식 위주로 준비를 해 본다.
또한 명절날 아침에 떡국이라도 끓여 먹었으면 하는 생각이었지만 가족 모두 일찍 시골로 내려가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떡라면으로 해결하지는 의견에 동의하고 나니 이 또한 편리함만을 따르는 것은 아닌지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우리세대와는 달리 아이들 세대는 다름을 인정하기에 함께하는 시간과 의견을 따르지만 중간에 낀 세대인 본인에게는 조금은 가혹하리만치 마음의 갈등도 느껴 보는 시간이다.
늘 좋을 것만 같았던 명절도 나이들어 하나 둘 가장 가깝던 가족들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맞이하다 보니 어린시절 느꼈던 기다려지던 명절은 사라진지 오래고 그저 의무감에 내 마음 편하자고 보내는 명절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 구정 명절이었다.
그래도 함께하는 가족이 있기에 또 찾게 되는 고향이고 부모님 산소가 될 것이기에 부모님을 찾아 뵙고 내려오며 아쉬운 사진 몇장 남겨 본다.
사촌 형님들이 살아계시지만 부모님이 없는 고향은 늘 안타깝고 쓸쓸한 풍경으로 가슴을 짓누르고 그래도 잠시 인사 드리고 찾아 뵙지 못한 불효를 빌고 나니 마음은 가벼워진 느낌으로 40년 세월을 병원에서 지내는 작은 형님을 뵈러 떠나 본다.
지난 추석보다는 좋아진 얼굴이지만 여전히 말문을 굳게 닫고 있어 안타까움만 더했지만 조카들이 세배하러 왔다며 세배돈을 준비했느냐고 물으니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웃던 모습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기억으로 남을 듯 싶다.
시간 지나 잠시라도 서울집으로 모시고 와 짧은 기간이나마 함께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간절히 바래보지만 본인이 완강하게 반대하고 또 외부로 나왔을 때의 위험부담이 너무 크기에 그럴 시간이나 있을지 안타까움만 더한 시간이기도 하였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사는 것이 별것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참으로 세상살이가 쉽지 않음을 다시 한번 절감해 본 구정 명절이다.
그래도 생활이 안정 되면서 아이들에게 풍족하지는 않지만 서운하지 않을 정도의 세배돈을 챙겨 줄 수 있는 명절이어서 다행이었던 시간이기도 하였다.
하룻밤 처갓집에서 잠시 시름을 잊고 즐거운 술잔을 나눈 후 귀경하니 또 올 한해 구정 명절이 마무리되어 간다.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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