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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및 잡동산이/울타리 이야기

과메기 한끼

by 칠갑산 사랑 2019.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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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게까지 사무실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 가 닦고 나오니 갑자기 밥상이 분주해지고 생각지도 못했던 과메기가 올라 온다.오랫만에 집에서 맛보는 과메기이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이슬이 몇잔에 맛난 과메기 만찬을 즐겼다.예전에는 자주 먹었던 과메기였는데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과메기 한번 먹을 능력조차 사라지는 것 같아 마음 아파했는데 이렇게 추워진 계절에 다시 집에서 과메기를 보니 만감이 교차하는 시간이다.포항 구룡포도 몇번 다녀왔고 구룡포가 아니더라도 자주 접했던 과메기였기에 이 산객에게는 추억의 빵과도 같은 그런 음식이 아닌가 생각도 해 본 시간이다.

 

 

과메기는 경북 포항지방에서 생산되는 것이 유명한데 그 이유는 해초가 많은 포항 영일만은 겨울철에 청어 떼가 몰려와 산란하는 장소였다.

그물만 던지면 한가득 끌려 올라오는 청어는 중요한 식량이었으나 한 철에만 잡히는 청어를 두고두고 먹을 수 있도록 보관하는 방법이 문제였다가 누군가가 부엌 살창(통풍이 되는 작은 창)에 청어를 걸어 놓았는데 여기는 부엌의 연기가 빠져 나가는 곳이라 훈제하는 효과가 생겨 고기가 쉽게 상하지 않았다. 그 뒤로 사람들은 모두 부엌 살창에 청어 몇 두름(1두름은 20마리)쯤은 걸어 놓고 겨울을 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매달아 놓은 청어들이 차가운 겨울바람에 얼었다가 다시 밥 짓느라 따뜻해진 연기를 쐬며 녹았다가를 반복하면서 반건조된 것을 먹어 보니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맛이 아주 그만이었다.

이렇게 해서 냉훈법(낮은 온도에서 훈연하여 가공하는 방법)이라는 천연의 동결건조방법을 터득한 영일만 사람들은 이 방법을 더 발전시켜 낮에는 해가 쨍쨍 내리쬐고 밤에는 차가운 바닷바람이 부는 구룡포 바닷가에 청어를 매달아두었다.

또한 많은 청어를 한 번에 매달기 위해 긴 나뭇가지에 청어의 양 눈을 뚫어 줄줄이 꿰었는데 처음에는 이를 관목어(눈을 꿰뚫은 물고기)라고 부르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과메기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던 1960년대 이후 영일만에 청어가 급격히 줄어들어 대신 많이 잡히는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어 보았는데 맛이 청어에 뒤지지 않았는데 지금도 보통 과메기는 꽁치로 만드는데 한 마리를 통째로 말린 통마리와 내장과 뼈를 발라내고 말린 배지기 등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과메기는 고기 한 점에 마늘과 쪽파 등을 얹어 미역줄기로 돌돌 감은 뒤에 초장에 찍어 먹어야 비린내도 덜 나고 맛깔스러우나 산지인 구룡포에서는 과메기 특유의 고소한 맛을 즐기기 위해 말린 것 그대로 먹는다.

 

몇 해 전 호미지맥 산행을 하면서 산친구들과 함께 즐겼던 구룡포의 일본인 마을과 과메기 마을이 아직도 인상적으로 남겨져 있는 겨울이다.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