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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산행(완료)/호남정맥(완료)

호남정맥 제8구간 밀재에서 오정자재까지 산행후기

by 칠갑산 사랑 2011.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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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전라북도 순창군과 전라남도 담양군의 호남정맥 마루금 일대

산행날자 : 2010년 2월 19일 (당일 산행)

산행날씨 : 바람도 없이 따뜻해 박무가 끼였던 날씨

산행온도 : 영하 04도에서 영상 07도

산행인원칠갑산 나 홀로

산행코스 : 밀재(897번 2차선 지방도로)-추월바위 전망대-705봉-추월산(726봉)-

               보리암 갈림 삼거리-월계리 갈림 삼거리-736 암봉-하늘재-수리봉(728봉)-

               복리암정상(복리암마을 갈림 삼거리)-715봉-무능기재(천치재 4.3 Km 이정표)-

               견양동정상(견양동마을 갈림 삼거리)-깃대봉(심적산, 710봉)-

               가인연수관 하산 갈림길-헬기장-가인연수관 하산 갈림길-심적산삼거리(560봉)-

               암릉로프지대-사법연수원-가인연수관 이정표-임도-밭-520봉-529 암봉-송전탑-

               송전탑-임도-산신산(390.6봉)-포도밭-천치재(29번 2차선 지방도로)-임도-

               532봉 헬기장-임도-치재산(591봉)-임도-신선봉과 정광사 갈림 이정석-

               임도(정광사와 용추사 이정표)-528봉-용추봉 헬기장(560봉)-506봉-임도-515.9봉-목장 철조망-송전탑-344봉-묘지지대-

               오정자재(793번 2차선 지방도로)-산행종료

산행거리 : 약 19.50 Km

산행시간 : 꾸준한 속도로 조금은 빡빡하게 10시간 25분 (06시 00분에서 16시 25분까지) 

              

호남정맥이란 ???

우리나라 서남부 문화권을 나누는 의미 있는 경계선으로 산경표를 보면 백두대간에서 금남호남정맥이 분기하고 그 산줄기가 다시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으로 나뉘며 호남정맥은 그 시작점이 웅치(현재 지명으로 곰치재)라 적혀 있는 총 산행거리 398.7 Km의 산줄기이지만 어느 산꾼들은 백두대간 영취산이 호남정맥의 시작점이라 하여 총 산행거리 462 Km의 산줄기라 하기도 한다.

호남정맥은 동쪽으로 섬진강을 서쪽으로는 만경강, 동진강, 영산강, 탐진강을 가르고 있으며 주요한 산들을 살펴보면 3정맥 분기점인 주줄산(주화산)에서 남서쪽으로 분기한 산줄기가 완주 만덕산(762m)을 지난 후 내장산(763m), 추월산(729m), 무등산(1,187m), 제암산(779m), 조계산(884m) 등 남도의 큰산을 지나 광양 백운산(1,218m)을 끝으로 섬진강과 남해바다가 만나는 곳 망덕산(197봉) 앞 바다로 흘러드는 산줄기를 말한다.

 

 

남겨진 구간을 채우며 최악의 산행 조건에서 살아 남은 이야기

 

 

연말연시에 갑자기 바빠져 늘 오르던 호남정맥을 두번이나 오르지 못하였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동안 호남정맥 마루금에 내린 폭설로 인해 한구간을 두구간에 나눠 진행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 그 두 구간으로 나눠 올랐던 산행을 오늘 홀로 한번에 마무리 하기로 하고 새벽같이 집을 나서는 시간이다.

다만 함께 호남정맥을 진행하는 종주대는 오늘 저녁 오정자재로 내려가 방축재까지 걸어 갈 계획이기에 산행 후 그들과 합류해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올라오면 좋겠지만 이 산객은 친구 자식 결혼 때문에 다시 이번 구간을 빠진 후 다음에 홀로 올라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 것이 아쉬운 시간이기도 하다.

 

오정자재에 도착하니 새벽 5시, 애마를 주차 시킨 후 전날 저녁 전화 통화를 한 복흥 택시를 불러 밀재에 도착하니 새벽 5시 50여분이다.

택시 기사 아저씨도 걱정이 되시는지 안전하게 잘 내려오라는 당부의 말을 남기고 외롭고 쓸쓸한 어둠의 밀재를 손살같이 사라져 간다.

그렇게 시작한 하루, 하지만 736봉 오름 바위 전망대에서 바라 본 강천산 위로 떠오르는 찬란한 아침 햇살을 맞으며 모든 고통은 사라지고 그저 희망찬 하루와 한해를 기원하는 시간이 되였다.

 

2개월만에 다시 도착한 순창군 복흥면과 장성군 월산면을 이어주는 897번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는 밀재, 생각보다 날씨가 많이 풀린듯 춥지 않고 바람마저 잠잠하니 산행하기에는 좋은 날씨이다.

2개월 전 이곳을 지나 추월산을 거쳐 보리암으로 내려가며 최악의 몸 컨디션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있기에 오늘은 그 빗을 갚으려는 의지가 새롭게 가슴속에 타오르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진 몇장 남기고 멀고도 힘든 호남정맥 제8구간을 새벽 6시 정각에 시작한다.

 

보름이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아 둥근달이 머리 위에 떠 있고 산행 들머리에 서 있는 안내도를 담은 후 숲으로 드니 어스름 달빛이 그래도 어둠속에 세상의 빛을 밝히려 하고 있다.

밀재란 방향 이정표를 지나 완만한 소나무 능선을 타고 한동안 진행하니 곧바로 바위 전망대가 나타나고 그곳에 올라 뒤돌아 보니 희미하게 520.1봉의 암봉들이 희미하게 보이고 그 위로 둥그런 보름달이 박무속에 환하게 웃고 있다.

똑딱이 디카로 어렵게 담아 보며 지난 2개월전 고통속에 올랐던 시간을 반추하며 그저 홀로 웃어 본다.

 

등로는 잘 나 있다.

남사면은 눈이 모두 녹아 있지만 북사면에는 아직도 많은 눈이 남아 일찍부터 체인젠으로 무장하고 오른다.

그렇게 한동안 오르니 가파른 능선을 올라 추월바위가 시원하게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하지만 희미한 영상의 눈으로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시간이다.

사진을 찍으려 노력해 보지만 어둠의 영상만 남기고 있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 된비알을 타고 705봉을 우측으로 우회한 후 추월산 정상 직전 바위 전망대에 올라 지나온 능선과 705봉을 바라보니 아직 밝지 않은 여명의 빛을 받아 흔들리는 영상으로 남겨진다.

 

지나온 마루금과 올라야 할 능선이 시원하게 조망되는 바위 전망대이지만 박무와 어둠으로 인해 시야가 상당히 제약을 받고 있다.

한동안 머물며 몇장의 사진을 담은 후 다시 오르니 금새 추월산 정상이다.

수많은 기암괴석의 석벽이 마치 성처럼 쌓여 있는 이곳 추월산은 인근 금성산성과 함께 임진왜란 시 격렬한 격전지로서 또한 동학군의 마지막 항거지로서 역사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곳이기도 하다.

아래에서 보면 깍아지른듯 높게 보이는 바위 절벽이 달에 닿을듯 높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같이 아주 험준하고 접근하기 쉽지 않아 전남의 5대 명산에 꼽히기도 한다. 

 

정상에서 내려오자 마자 우측으로 보리암 갈림 삼거리가 나타나고 이정표 하나가 서 있다.

몇번인가 들렸던 곳이기에 눈길 한번 주고 다시 진행하니 등로 우측에 바위 전망대가 나타나고 그곳에 오르니 제법 넓은 공터가 자리하고 있다.

그곳에서 동쪽을 바라보니 이제 막 세상의 어둠을 밝히려는 강천산쪽 산줄기 위로 용광로 같은 자연의 빛이 밝아오고 있다.

올해 들어 제대로 된 일출 한번 못봤는데 오늘 처음으로 찬란한 아침의 햇살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잠시 자염이 만들어 주는 일출의 잊지 못할 장관을 기다리는 사이 북쪽을 바라보니 이제부터 타고 올라 진행해야 할 736봉과 수리봉 그리고 저 멀리 깃대봉이 말 없이 이 산객을 부르고 있다.

이제 네번째 오르면서도 한번도 들리지 못했던 마루금이기에 궁금함과 설레이는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오르는 시간이기도 하다.

저곳에 올라 이곳을 바라보는 마음은 또 어떤 느낌으로 남아 있을 것인지...

 

또한 강렬한 용광로 빛 바로 우측으로는 이제 서서히 드러나는 상봉쪽 산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한번은 밀재에서 올랐다 저 능선을 타고 보리암을 거쳐 내려갔고 또 한번은 주차장에서 올라 저 능선을 타고 추월산 정상까지 왔다 다시 뒤돌아 간 경험이 있기에 그 남아 있는 편린의 조각들을 맞추며 등로 하나 둘 맞춰보는 시간이다.

새벽 어둠을 뚫고 올라 와 이 세상 모두를 가진자처럼 홀로 바라보고 있는 이 시간과 느낌을 알기에 계속 이렇게 산에 들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동안 그곳 바위 전망대 위에 서서 찬란히 떠 오르는 일출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지만 그 기다림이 좀 더 있어야 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앞으로 진행해야 할 능선상에 다른 전망대가 없는지 확인한다.

736봉 쪽 오름길에 바위 전망대가 보이고 그곳에서 일출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이제 이곳에서는 아쉬운 마음을 내려 놓고 출발하기 전 마지막으로 사진에 담고 조금은 빠르게 출발한다.

 

북사면을 내려가니 눈의 깊이는 발목을 덮고 있고 가파른 내리막 등로에서는 많이 미끄러짐도 느낀다.

조심스럽게 내려가니 다시 평이한 능선이 이어지고 잠시 더 진행하니 이정표 2개가 서 있다.

하나는 추월산 정상에서 400미터 내려왔다는 이정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월계리 하산 이정표인데 정상 등로는 견양동쪽 화살표로 진행해야 한다.

사진을 보면 눈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다시 평이한 등로를 타고 진행하다 등로 우측을 바라보니 잡목 사이로 이제 막 일출이 떠 오르고 있다.

마음이 급해 달리다시피 바위 전망대로 올라간다.

참으로 아름답고 멋진 일출이다.

늘 하루에 한번씩 만나는 일출이지만 이렇게 고생하며 스스로 높은 산상에 올라 아무도 없는 적막강산에 홀로 맞이하는 일출은 특별한 의미가 있기에 다시 또 이런 경험을 그리워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저 멀리 태양이 떠오르는 능선 위까지 걸어가야 오늘의 산행도 마무리가 될 것이다.

 

참으로 멋지고 황홀한 일출을 구경한 후 다시 오르막 등로를 타고 오르니 금새 736봉 정상에 도착한다.

주위 조망이 참으로 좋은 곳이기에 잠시 서성이며 주위 풍경을 음미해 본다.

그러다 지나온 능선을 담아보니 그곳에 또 다른 환상이 펼쳐져 있다.

우측 705봉을 통해 좌측 봉우리 정상인 추월산에서 시간을 보낸 후 이곳으로 걸어 온 것이다.

북사면에 펼쳐진 눈이 조용히 냐려앉은 겨울산의 진면목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상쾌해 지는 순간이다.

 

깊은 눈이 쌓여있는 736봉을 내려가다 주위 풍경을 살펴보니 등로 우측으로 희미한 박무속에 아름다운 마을들이 펼쳐져 있고 그 넘어 담양호를 살펴보지만 나즈막한 산줄기 넘어 존재하기에 그 모습은 숨어 있다.

월계리쪽 고요한 마을 풍경들, 날씨가 풀리면서 기온이 올라가니 주위 호수에서 피어 오르는 물안개로 인해 저곳은 더욱 박무 현상이 심하다는 생각이다.

 

지나 온 736봉 바위와 그 위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가 한폭의 풍경화를 그린 모습에 반하고 또 아침 안개가 드리워져 있는 마을에 취하며 걷다보니 저 멀리 가인사법연수관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건물 뒤로 529봉과 송전탑들도 조망되기 시작한다.

그저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다.

 

이제 서서히 나타나는 기암절벽의 능선을 타고 바위 산행에 대한 즐거움을 느껴보지만 눈이 쌓여 있어 여간 조심스러운 구간이 아니다.

잠시 진행하다 앞으로 보니 저 멀리 수리봉 우측 아래에 멋진 바위가 서 있고 그 뒤 저 멀리 깃대봉도 시야에 들어 온다.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어쩐지 위험하다는 생각도 함께 드는 것은 홀로 오른다는 산행에 대한 기우이길 바래 본다.

 

앞으로 가인사법연수관과 520봉과 529봉이 조망되고 우측으로는 조용한 월계리가 내려다 보이며 뒤돌아 보면 방금 전 지나온 마루금이 환상이다.

바로 앞에 바위 무명봉이 멋지고 그 줄기를 타고 저 멀리 736봉이 하얀 눈을 뒤집어 쓰고 당당하게 서 있으며 그 우측으로 추월산 정상의 암봉이 그리고 그 좌측으로 상봉이 가물거린다.

다만 그 아름다운 산하의 중간에 산판도로가 만들어지며 잘려진 허리가 마음에 걸리는 시간이다.

 

그렇게 주위 조망을 즐기며 바위 구간을 조심하며 지나 오르니 금새 수리벙 정상이다.

다 떨어져 나간 이정표 하나만이 그 황량한 정상을 지키며 힘들어 하고 있다.

전국에 수많은 수리봉이 있는데 이곳 역시 그 이름이 수리봉이니 심상치 않음을 느끼지만 왜 수리봉인지 그 내력을 알 수 없으니 아쉬움만 남는다.

 

수리봉 정상은 잡목들로 인해 조망이 뛰어 나지는 않지만 좌측으로 몇발자국 옮기면 너무나 멋진 추월산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 온다.

추월산 정상보다 더 높지만 이름 하나 갖지 못한 736 무명봉이 앞에 버티고 서 있고 그 뒤로 우측에서 부터 705과 추월산 그리고 좌측 뒤로 상봉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수리봉 정상에서 내려오니 등로 우측으로 복리암쪽 마을이 조용하고 그 뒤 저 멀리 오후에 걸어야 할 좌측의 치재산과 우측의 용추봉이 구름 위에 그 봉우리만 내밀고 있다.

박무로 조망이 시원하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몽환적인 자연을 만날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다.

앞으로는 멋지게 뻗어 있는 깃대봉 능선이 환상이다.

 

등로 우측 뒤로 조금씩 담양호의 물줄기가 보이기 시작하고 그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내려가니 급경사 등로에 안정로프 구간이 나타난다.

그 바위 구간을 통과하니 봉우리도 아닌곳에 복리암정상이란 이정표가 서 있고 우측으로 복리암 하산 방향 표시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앞서 진행했던 선답자의 발길이 끊기고 이제부터 홀로 눈속을 러쎌하며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가중된다.

점점 가까워져 오는 부드러운 깃대봉 능선을 조망하며 진행하니 금새 무능기재 이정표가 서 있지만 무능기재가 아닌 추월산에서 3.3 Km 지나왔고 천치재까지 4.3 Km 남았다는 이정표이다.

누군가가 그 이정표 표지목에 무능기재란 글귀를 써 놓았기에 알 수 있었던 시간이다.

 

이제 눈이 녹아 있는 낙엽깔린 등로를 타고 급하지 않은 완만한 등로를 타고 깃대봉 오름길로 들어 선다.

잠시 오르니 바람 한점 없는 등로는 무덥기까지 하고 벌써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듯한 기분이다.

자켓을 벗어 배낭에 넣고 조금 더 오르다 뒤돌아 보니 그곳에 너무나 아름다운 수리봉에서 상봉까지의 수묵화가 펼쳐져 있고 그 좌측 하늘에 지기 싫은 달이 강렬한 햇살을 받아 흡사 오늘 하루를 밝혀주고 있는 해처럼 느껴진다.

 

천천히 주위 풍경을 음미하며 진행하다 등로 좌측 앞을 내려다 보니 이제 가인사법연수관이 본모습을 보여주고 잠시 뒤 내려가 타고 올라야 할 임도와 밭 그리고 520봉에서 529봉 지나 송전탑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시원하게 들어 온다.

앞에는 깃대봉, 즉 심적산 절벽 위에 자라고 있는 멋진 소나무가 가슴에 들어오고 그것을 즐기며 진행하다 보니 등로가 우측으로 급하게 꺽이며 내려가는 가인연수관 이정표가 서 있다.

직진해 잠시 올라가니 넓은 헬기장이 있지만 잡목으로 조망이 없어 되돌아 나오다 지도를 보니 깃대봉을 지난 기억이 없다.

다시 가인연수관 갈림 이정표로 내려왔다 깃대봉 정상을 찾아 되돌아 가니 심적산이란 정상 표지판이 나뭇가지에 붙어 있고 정상에는 삼각점이 있다.

살펴보니 이 봉우리 좌측으로 우회 등로가 있어 그곳을 타고 정상을 지나친 것이였다.

 

다시 가닝연수원 이정표가 서 있는 곳으로 진행해 사진 한장 남겨 본다.

정북쪽으로 진행하던 등로가 이제부터 동쪽으로 급하게 꺽여 진행하도록 되어 있는 구간이다.

제법 많은 눈이 덮혀 있는 급경사 내리막 등로이기에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가지 않으면 안되는 위험 구간이기도 하다.

 

어렵게 조심하며 급경사 구간을 내려가니 잠시 완만한 등로가 열려 있고 눈의 깊이가 점점 더 깊어 진다.

그곳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바위 위에 걸터 앉아 민생고를 해결하는 시간을 가져 본다.

김밥 한줄과 김치 그리고 따뜻한 커피 한잔이 전부이지만 오늘 이보다 더 맛난 진수성찬은 아마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민생고를 해결하고 다시 내려가니 등로에 삼적산삼거리 이정표가 서 있고 고도 560미터라 적혀있다.

깃대봉이 710미터이니 제법 많은 고도를 내려온 거리이지만 급경사 내리막이라 그런지 아주 쉽게 내려 온 느낌이다.

낙덕정은 명종 즉위년인 1545년에 을사사화가 일어나자 학자였던 하서 김인후가 관직을 그만두고 세상을 피해 숨어 살던 곳으로 가인연수관 정면 앞 마을에 있다.

 

잠시 더 내려오니 잡목이 사라지고 등로 우측으로 아름다운 기암괴석이 펼쳐져 있고 그 위로 지나 온 715봉 암봉도 보인다.

눈이 쌓여 있어 더욱 운치를 더해 주는 멋진 자연의 풍경에 잠시 더 머물러 간다.

자연만이 빗어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풍경이 아닐까 생각해 본 시간이기도 하다.

 

그곳을 지나 내려오니 갑자기 암벽이 나타나고 길지는 않지만 눈이 쌓여 있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아주 조심하며 그 안전 로프를 잡고 내려가 본다.

평소 같으면 아주 쉽게 내려 갈 수 있는 암벽도 눈이 쌓여 미끄러운 오늘은 제법 시간을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내려가며 이런 바위 암벽 지대가 몇군데 더 있었기에 생각보다 지체된 시간에 내려 갈 수 있었다.

 

바위지대를 넘어 내려가니 가인사법연수관이 시우너하게 펼쳐져 있고 이 산객이 진행해야 할 마루금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한다.

저 건물 옆 주차장으로 내려가 건물 뒤로 돌아 임도를 타고 진행하면 우측 끝자락에 넓은 밭이 나타나고 그 밭 가장자리를 타고 올라 저 뒤 위로 보이는 능선을 타고 오르면 될 것이다.

가인 연수관은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이고장 순창 출신의 가인 김병로 선생의 호를 따 만든 사법연수관으로 작년에 문을 연 곳이다.

 

다시 가파른 내리막 등로를 타고 조심하며 짧은 암벽을 타고 내려오니 금새 나무가 식재된 밭을 지나 가인사밥연수관 도로변에 도착한다.

그곳에는 사법연수원이란 이정목에 추월산, 복흠면 그리고 호남정맥 지시 화살표가 붙어 있다.

그 이정표 옆에는 간단한 가인연수관등산로가 서 있다.

 

주차장으로 올라 포장도로를 타고 우측으로 조금 가다 보니 사법연수원 건물쪽으로 순창관광안내도가 서 있고 그 우측으로 난 비포장 임도를 타고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견공이 이방인의 출현에 목이 터져라 짖어대고 그 소리에 장단 맞춰 임도를 타고 걸어가니 금새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인 넓은 밭이 보이고 그 밭 우측 가장자리를 타고 저 멀리 능선으로 들게 되어 있다.

 

밭 가장자리를 타고 진행하다 능선으로 오르기 직전 뒤돌아 보니 연수원 건물과 밭이 보이고 그 뒤 저 멀리 수리봉과 깃대봉 능선이 참으로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저 아름다운 능선을 타고 걸어 온 산객의 발길에 스스로 경의를 표하는 시간이다.

진행하면서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시간도 지나 바라보면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이 되어 버리는 풍경에 그저 취하는 순간이다.

 

다시 눈이 녹아 낙엽이 푹신한 완만한 오르막 등로를 타고 이마에 땀방울을 흘려 본다.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활엽수와 멋진 소나무 등로를 타고 잠시 오르니 활엽수 하나가 정상에 서 있는 520에 도착하고 다시 평이한 등로를 타고 한동안 전진해 보니 529봉 바위 전망대가 나타나 지금까지 걸어 온 마루금을 뒤돌아 본다.

520봉 저 멀리 절벽을 이루고 있는 추월산 상봉이 보이고 그곳에서 우측으로 길게 늘어 선 산줄기를 타고 추월산 정상이 우뚝하다.

 

다시 등로 우측을 바라보니 그곳에 그 유명한 U자형 도로가 보이기 시작하고 그 도로 주위에서 살아가는 농촌 사람들의 소박한 삶도 엿볼 수 있는 시간이다.

전라북도 순창군 용면을 지나는 29번 지방도로로서 아마도 저곳이 급경사 가파른 오르막이다 보니 저렇게 길게 U자형 도로를 만들어 완만한 도로를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은 아니였을까 상상해 본다.

이 산객의 고향인 청양에 있는 나선형 도로가 그 대표적인 급경사 오르막을 통과할 수 있게 만든 도로인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멋진 U자형 도로를 구경하며 진행하니 금새 등로 좌측으로 송전탑 하나가 서 있고 눈의 깊이가 점점 더 깊어만 간다.

등로 좌측으로는 순창군 복흥면 답동리쪽 들판이 마치 바둑판처럼 잘 정비된 모습도 들어오고 그 풍경을 즐기며 진행하니 호젓한 등로가 한동안 이어진다.

다시 두번째 송전탑을 등로 좌측에 두고 전진하니 등로를 따라 철조망이 쳐져 있고 좌측 저 멀리 천치재 지나 다시 올라야 할 532봉이 보인다. 

 

다시 호젓한 등로를 따르니 산신산이란 이정표가 붙어 있는데 이곳이 정상같지 않은 그저 평이한 능선 위에 왜 알지도 못하는 이런 이정표가 붙어 있는지 의아하다.

지도를 살펴보니 390.6봉은 아마도 두번째 송전탑이 서 있던 봉우리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런 정상 이정표가 붙어 있는 것으로 봐 참산꾼들이란 산악회에서 많은 조사에 의한 자료라 생각하고 사진 한장 남겨 본다.

 

다시 많은 눈이 쌓여 있는 등로를 타고 내려가니 철조망이 계속 따라 오고 등로 좌측 저 아래로 민가 한채가 보이며 그 옆에는 포도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차량 소음이 들리고 곧이어 29번 2차선 지방도로가 지나는 천치재에 도착한다.

순창군 용면과 복흥면을 이어주는 고개로서 이곳에서 뜻하지 않게 부산에서 올라 왔다는 산꾼 두명과 조우해 마지막 날머리 직전까지 동행하게 되였다.

 

천치재 21번 도로로 내려가니 도로 건너에 두명의 산객이 산행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시간 11시 7분, 도로를 건너 간단히 인사를 하니 정맥 타는 사람이냐며 물어 온다.

그렇다고 인사하고 두분도 혹시 맥 잇기 산행을 하느냐고 물으니 그렇다며 오정자재까지 계획되어 있다는 대답이 돌아 온다.

오늘 아침 7시 부산에서 출발해 지금 도착했으며 오늘은 오정자재까지 가고 내일 방축재까지 탄 후 돌아가는 일정이란 대답이다.

뜻하지 않게 말동무를 만나 임도를 타고 들어가다 좌측 묘지 위로 올라 들어가니 다시 임도를 만나고 그 임도를 타고 진행하다 등로 우측의 무명봉을 담아 본다.

 

잠시 임도를 타고 진행하니 임도 삼거리가 나타나고 좌측으로 계속 임도를 타고 진행하니 등로는 다시 좌측 능선으로 이어진다.

능선으로 진입해 잠시 전진하니 등로는 방금 전 헤어졌던 임도와 다시 만나 한동안 따르다가 드디어 532봉 헬기장으로 오르면서 가파른 된비알 등로가 시작된다.

백두대간을 홀로 완주했다는 부산 산객들을 앞세우고 뒤따르는 발걸음이 무겁다.

이제 제법 눈속에 고생하며 걸어 온 시간과 거리가 있으니 피곤이 밀려오는 시간인가 보다.

아이젠도 착용하지 않은 발걸음도 가볍게 두명의 산객들이 저만치 앞으로 도망가듯 잘도 앞서가고 체인젠으로 무장한 이 산객의 발바닥엔 눈이 녹으며 달라붙는 눈과 낙엽으로 인해 자꾸만 털어내기 바쁘다.

 

그렇게 한동안 오르막 된비알을 치고 오르며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힐쯤 넓은 헬기장이 나타나고 앞서 오른 두명의 부산 산객들이 저 헬기장 넘어 쉬고 있다.

함께 앉아 잠시 쉬면서 두명이 가져온 더덕주 한잔 얻어 마시고 준비한 과일로 목마름을 달래 본다.

이런 저런 산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배낭 메고 가던길 재촉해 본다.

 

앙상한 가지만 남긴 멋진 활엽수 등로를 타고 한동안 호젓한 산행을 즐겨 본다.

앞서가는 부산 산객 두명은 벌써 꼬리도 보이지 않을 만큼 저만치 앞서 도망가고 있다.

하지만 이 산객은 피곤함도 몰려오고 또한 산행 후기를 정리하기 위한 사진을 찍다 보니 자꾸만 뒤처지는 양상이다.

그렇게 한동안 진행하니 넓은 임도와 만나고 그 임도를 가로질러 오르며 등로 우측을 바라보니 저 멀리 추월산 상봉에서 추월산 정상을 지나 수리봉과 깃대봉까지 시원한 풍경이 눈에 들어 온다.

 

이제 코가 땅에 닿을듯한 가파른 오르막 된비알을 타고 녹아 흘러 내리는 눈속을 걸어 가는 발걸음에 제법 묵직함을 느끼며 땀방울을 흘리다 보니 어느덧 치재산 정상에 도착한다.

번듯한 정상석 하나 없이 그저 철 구조물 위에 이곳이 치재산 정상임을 알리는 이정표 하나가 전부이다.

잡목들로 둘러 쌓여 조망도 없기에 사진 한장 남기고 좌측 등로를 타고 급경사 내리막 등로로 조심하며 내려 간다.

 

잠시 완만한 등로가 이어지더니 벌목된 능선으로 진입하면서 너무나 멋진 조망으로 인해 산행이 어려울 정도의 쉼이 반복된다.

이제부터 타고 올라야 할 용추봉 마루금이 완만하지만 수많은 굴곡을 만들어 쉽지 않은 산행임을 예고하고 그 용추봉 넘어 무이산도 보이고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조망과 풍경에 서두르지 않고 쉬엄 쉬엄 진행한다.

 

완만한 내리막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앞서 진행하던 두명의 부산 산객들이 나무를 식재한 봉우리 위에 앉아 늦은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 산객은 늦게 아점을 먹었기에 먼저 천천히 진행하겠노라 이야기하고 벌목한 후 과실수를 식재한 가파른 능선을 내려온다.

한동안 내려오니 임도와 만나고 그 임도 앞에는 방금 내려온 방향으로 신선봉과 좌측으로 세광사란 갈림 이정석이 눈에 들어 온다.

 

그 임도를 타고 잠시 내려가니 삼거리 임도와 만나고 그곳에 우측으로 용추사와 지나온 등로쪽으로 정광사 이정표가 서 있다.

그 임도에서 좌측으로 잠시 틀었다 다시 우측 능선으로 오르며 본격적인 용추봉 오름 능선으로 접어 든다.

한동안 활엽수 낙엽과 눈이 뒤섞인 오르막 등로를 타고 오르니 시야가 트이기 시작하고 등로 우측으로 깊은 골짜기 저 멀리 추월산의 모습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한다.

가까이에는 치재산과 520봉도 그 존재를 알리고 있다.

 

다시 한동안 완만한 등로를 타고 낙엽과 눈으로 덮힌 등로를 걸어 가 본다.

잡목들로 인해 시원한 조망 하나 없이 눈 앞에 펼쳐진 등로만 보고 한동안 걷다보니 저 앞으로 봉우리 두개가 나타나고 첫번째 봉우리를 우측 사면으로 우회해 넘으니 바로 코 앞에 용추봉 정상이다.

용추봉 정상에 올라 잠시 배낭 내려 놓고 주위 조망을 즐기며 부산 산객들을 기다리지만 그들은 끝내 보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

 

남서쪽 저 멀리 추월산의 아름다운 능선이 박무속에 가물거리고 그 우측으로 돌아가며 치재산도 우뚝 솟아 있다.

가까이에는 용추사가 있는 골짜기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눈에 들어오고 그 사이에 올망 졸망한 산그리메가 또 다른 세상에 들어 온 듯 산객의 가슴속에 차곡 차곡 쌓여간다.

홀로 감상하기엔 너무나 아까운 조망과 풍경이다.

 

서쪽으로는 방금 전 지나 온 치재산이 중앙 좌측으로 우뚝 솟아잇고 그 산줄기를 타고 저 멀리 532봉 지나 백방산이 우뚝 솟아 있다.

지금까지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던 백방산이 이곳 용추봉에 오르니 제법 고도를 자랑하며 다음을 기약하듯 손짓한다.

언젠가는 한번쯤 올라야 할 산상이기에 마음으로 그 산세를 가늠해 본다.

 

남동쪽으로는 좌측의 무명봉과 우측 저 멀리 무이산이 다시 산객의 가슴을 뒤흔들고 있다.

저곳 역시 언젠가는 한번쯤 내려 와 돌아 가고픈 마음이 간절하기에 마음으로 그려 본다.

무슨 농장인지 아니먄 연수원인지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 오지만 찾고 있는 월정저수지는 산줄기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남쪽으로는 앞으로 진행하며 내려가야 할 마루금이 끝없이 이어져 있고 그 끝자락 저 멀리 강천산 산군들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함께 오르던 산악회 산님들은 오늘 저녁 내려와 새일 새벽부터 저 능선을 타고 방축재까지 내려 갈 것이다.

오늘 오정자재까지 내려가야 하는 이 산객은 언제 또 저곳으로 내려와 저 산줄기를 타고 이어갈 수 있을지 기약없는 안타까움만 더하는 시간이다.

 

그렇게 용추봉 정상에서 한동안 멋진 조망을 즐기며 부산 산객들을 기다려 보지만 모습도 보이지 않기에 다시 배낭 둘러메고 천천히 용추봉을 떠난다.

내리막 등로로 잠시 내렸다 다시 별 특징 없는 506봉을 넘으니 이제부터 제법 산죽이 등로를 메우고 있다.

남사면은 완전히 눈이 녹아 그저 평이한 등로가 되어 있지만 북사면에는 아직도 깊은 눈이 그대로 남아 산행에 어려움을 가중 시키고 있다.

 

잠시 안부로 내려서니 용추사와 21번 지방도로의 장암을 연결하는 고갯마루 임도와 만나고 그곳을 가로질러 다시 능선으로 접어드니 515.9봉 오르막이 시작되고 산죽밭에는 아직도 눈이 그대로 남아 산행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한발 올라가면 반발자국 미끌어져 뒤로 후퇴하는 등로를 타고 어렵게 한발 두발 걸어 올라 간다.

 

다시 등줄기에 땀방울이 맺힐쯤 눈이 소복히 쌓여있는 바위봉으로 이뤄진 515.9봉에 올라 막힘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조망을 즐겨 본다.

방금 올랐다 내려온 치재산이 좌측에 우뚝 솟아있고 우측능선으로 이어져 와 용추봉을 올려 세웠다.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더 머물며 조각난 산 이름을 맞춰 본다.

 

등로 좌측으로는 제법 큰 규모를 자랑하는 돼지 농장들이 자리하고 그 마을 아래로 잠시 뒤 이 산객이 내려가야 할 21번 지방도로가 보일듯 말듯 다가와 있다.

그 도로 뒤로 우뚝 솟은 무이산이 또 다른 모습으로 산객에게 다가오는 시간이다.

조금씩 불어 오는 산바람이 오늘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을 정도로 날씨는 많이 풀린 듯 하다.

 

다시 천천히 진행하며 남서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추월산과 그 아래 박무와 햇살로 인해 희미한 담양호를 담아 본다.

그 사이에 펼쳐진 끝없는 산그리메 역시 이 산객이 제일 좋아하는 그림중 하나이다.

오늘은 박무로 인해 이런 멋진 풍경은 못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나마 잠시 조우할 수 있어 너무나 소중한 시간으로 남겨 본다.

 

눈을 북서쪽으로 잠시 돌리니 그곳에도 역시 끝없는 산그리메가 펼쳐져 있다.

우측으로 치재산이 우뚝 솟아 있고 좌측으로는 520봉이 그 존재감을 알리며 그 가운데 저 멀리 백병산이 제법 높은 고도를 자랑하며 군계일학으로 솟아 있다.

참으로 멋진 풍경이다.

 

이제 천천히 진행하며 등로 우측의 월정리 마을을 조금 더 크게 줌으로 담아 본다.

작은 저수지는 얼어붙어 눈으로 덮혀 있고 그 옆에는 제법 많은 축사들이 보인다.

이곳은 구제역 피해가 없는지 궁금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 뒤로 끝없이 펼쳐진 산그리메가 다시 산객의 발길을 붙잡는 시간이다.

 

다시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걸어 진행하니 바위 암봉 전망대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다시 잊지 못할 멋진 풍경을 가슴에 담아본다.

이제부터 이 산객이 타고 내려가야 할 마루금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중앙의 벌목지대를 넘어가면 오늘 산행 날머리인 오정자재가 반겨줄 것이다.

그 뒤로 다음 구간 이어가야 할 강천산쪽 마루금이 왠지 모를 그리움을 남기고 있다.

 

다시 한동안 암봉을 지나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진행하니 등로 우측 저 아래에 용연리에서 용치리를 이어주는 지방도로가 보이기 시작하고 그 뒤로 다음 구간 올라야 할 강천산 마루금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사이를 관통해 지나는 송전선까지도 오늘은 눈에 거슬리지 않는 그런 모습으로 남겨진다.

 

다시 한동안 부드러운 능선이지만 등로 옆에는 녹슨 철조망이 함께하는 마루금을 따라 진행하니 이제 눈 앞에 마지막 벌목된 봉우리와 송전탑이 시원하게 보인다.

이곳 바로 직전에서 부산 산객들에게 추월 당하고 급하지 않게 천천히 진행한다.

잠을 자지 못하고 진행하는 장거리 산행이다 보니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간이다.

 

어렵게 안부로 내려갔다 다시 벌목된 능선으로 올라 뒤돌아 보니 용추봉부터 이곳까지 시원하게 펼쳐진 호남정맥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 온다.

남사면은 완전히 눈이 녹아 멀지 않아 봄소식이 전해질 것 같은 그런 등로이다.

참으로 멀리도 걸어 왔음을 실감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즈막한 봉우리에 오르니 묘지 한기가 보이고 등로 옆에는 철조망이 따라오고 있다.

등로 우측으로는 여전히 추월산이 시원하게 보이고 앞으로는 강천산 산그리메가 펼쳐져 있다.

그렇게 잠시 더 진행하니 거대한 송전탑 밑을 통과해 등로 양쪽으로 과실수가 식재되어 있고 철조망으로 출입금지가 된 좁은 통로를 통해 내려간다.

 

한동안 내려가니 많은 묘지들이 보이고 그 끝자락에 오늘 새벽 애마를 주차시키며 만났던 오정자재 산행 날머리가 보인다.

순창의 구림면과 용면을 연결해 주는 793번 2차선 지방도로가 있고 그곳에는 많은 도로 표시판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계속 이어진 철조망 사이를 타고 묘지 가운데에서 우측으로 꺽여 내려가묘 임도를 만나 오정자재로 진행한다.

 

오정자재에 도착하니 도로 옆 구석진 곳에 오장자재 이정석이 서 있고 그곳에는 고도 300미터라 적혀 있다.

이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오늘 제8차 호남정맥도 아무 사고 없이 무탈하게 하산하였음에 감사하며 긴 한숨을 토해 본다.

혹시나 몰라 부산에서 온 두 산객들을 찾아 보지만 그들은 벌써 순창으로 떠났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있었으면 순창까지 픽업해 드리려고 했었는데...

 

애마로 돌아 와 간단히 배낭 정리하고 옷가지와 등산화를 갈이 신으니 살 것 같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문제이다.

눈이 많이 남아 있고 날씨가 푹하여 등산화에 달라 붙는 바람에 예상했던 산행 시간보다 약 2시간 이상 더 걸려 내려온 것이다.

어떻게 서울 집까지 막히는 도로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가가 문제인 것이다.

다음 산행 들머리를 마지막으로 사진에 담고 천천히 애마를 몰아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집으로 복귀해 길고도 멀었던 하루를 잘 마무리 한다.

 

내일은 하루 휴가라도 얻은 듯 늦게 일어나 오후에 친구 딸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또 한주가 마무리 될 것이다.

초등학교 친구인데 여자이기에 딸 결혼식도 벌써 시키게 된 경사스러운 날이다.

많은 죽마고우들도 참석한다니 또 만나 많은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나누고 이슬이 한잔 나누다 보면 밤새 이야기가 이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하루쯤 그런 시간을 보낸다 해도 될 나이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달콤했던 시간을 접는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