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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충청도 산

부여 만수산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11.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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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충남 부여와 보령의 경계에 걸쳐 있는 비로봉과 만수산 일대

산행날자 : 2011년 02월 02일 (수요일)

산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산행코스 : 만수2리마을회관-주차장-상가밀집지대-무량사 매표소(2,000원)-만수산 무량사 일주문-

               무량사 갈림 삼거리-무량사구지-태조암과 도솔암 갈림 삼거리-도솔암-포장임도-

               태조암-계곡-바위너덜지대-벤취봉-도솔암과 휴양림 갈림 이정표-벤취봉 복귀-

               휴양림 1.4 Km 이정표-만수산 비로봉(563봉)-전망대 1.1 Km 이정표-헬기장-

               지반침하우려지역 경고판-심원골과 태조암 갈림 사거리-성주산 전망대-

               화장골 2.4 Km 이정표-만수산 문수봉(575.4봉)-만수산 01-01 이정목-서부능선-

               계곡-포장임도-태조암과 도솔암 갈림 이정표-느티나무 군락지-무량사 천왕문-

               무량사 극락전-만수산 무량사 일주문-상가지역-주차장-만수2리 마을회관-산행종료

산행거리 : 약 12.50 Km

산행시간 : 3시간 50분 (12시 50분부터 16시 40분까지)

               사진 찍으며 조금은 빠르게 꾸준한 속도로

 

 

 

부여의 숨겨진 만수산과 무량사에서 추억을 더듬었던 시간들

 

 

 

오전에 군산시 새만금 공사로 인해 섬에서 육지로 된 신시도 대각산 산행을 마치고 돌아 가는 길에 잠시 부여의 만수산을 들리기로 한다.

대각산에서 날씨가 좋아 조망이 시원했다면 그곳만 들렸다 여유있게 고향집으로 돌아 오려 했지만 시야가 제한되어 조금은 빨리 하산하게 되어 다시 생각한 산행이 만수산이였던 것이다.

이곳은 또한 어릴적 죽마고우들과 몇번인가 들렸던 무량사란 고찰이 있어 더욱 고향같은 곳이기에 마음의 부담없이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산행이기도 했다.

 

성주산 전망대에 올라 방금 전 지나 온 만수산 비로봉을 바라보니 하얀 눈이 덮힌 부드러운 능선이 참으로 곱게 뻗어 있다.

만수산자연휴양림쪽 벤취봉에서 바라볼 땐 무척 뾰족한 비로봉이였는데 이곳에서 보니 완만한 아름다운 곡선미를 자랑하고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산세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군산 신시도에서 공주 서천간 고속도로를 타고 서공주 IC에서 지방국도로 내려 와 부여쪽으로 진행하다 보면 부여군 외산면에 만수산 들머리이자 천년 고찰인 무량사가 있는 만수리로 들 수 있다.

만수리로 지방도로를 타고 진행하다 보니 전장리 우측으로 만수산자연휴양림 들어가는 입구에 커다란 입간판이 보여 잠시 애마를 정차시킨 후 사진기에 담아 본다.

단체 산행으로 진행할 경우 이곳 자연휴양림에서 올라 성주산자연휴양림쪽으로도 많이 내려오는 듯 하지만 오늘 이 산객은 애마를 몰고 왔기에 원점 회귀 산행을 하여야 하는 시간이다.

 

외산면을 통해 우측으로 크게 꺽어 무량사가 있는 만수2리 마을회관쪽으로 기수를 돌려 들어가니 금새 만수2리 마을회관이 보이고 조금 더 오르니 좌측으로 다리 건너 무진암 이정표가 보인다.

사진 한장 남기고 조금 더 오르니 도로 좌측에 거대한 무량마을 이정석이 반기고 곧바로 작은 주차장이 나타난다.

거대한 부여 관광 안내도가 서 있는 그곳에 애마를 주차시키고 산행 준비 후 천천히 포장도로를 타고 무량사로 향한다. 

 

넓은 포장 임도를 타고 나가 우측으로 돌아 오르니 도로 양쪽으로 상가 밀집 지대가 나타나고 그곳을 통해 무량사 일주문쪽으로 오른다.

막걸리라도 한잔 마시고픈 마음 간절했지만 홀로 한잔만 마시는 것도 불편하고 또한 설 명절 바로 코 앞이라 그런지 등산객들도 없어 조용한 상가로 들어 마시기가 부담스러워 그냥 진행한다.

조금 더 오르니 무량사 매표소가 나타나고 그곳으로 가 산행만 하는 등산객이라 말하니 그래도 입장료를 내라고 한다.

2000냥을 지불하고 매표소를 통과하니 금새 만수산 무량사 일주문이 나타난다.

 

매표소를 지나자 마자 나타나는 만수산무량사 일주문이다.

몇번인가 지난 기억은 있는데 언제 올랐는지는 기억이 가물 거린다.

아마도 죽마고우들과 함께 나이 들어 몇번 들렸던 기억이 있을 뿐이다.

이곳 일주문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개울 위 다리를 건너 좌측으로 무량사 입구가 있고 등산로는 우측 넓은 포장도로를 지나  다시 좌측으로 꺽여 오르며 도솔암쪽으로 열려 있다.

 

도로 좌측 개울 건너 있는 무량사는 하산 후 시간을 봐서 들리기로 하고 먼저 포장도로를 타고 등산로로 접어 들며 산행을 시작해 본다.

커다란 안내석이 등산로 방향을 알리고 그 안내석과 들판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무명봉을 함께 담아 본다.

생각보다 많이 내려 쌓여 있는 눈의 깊이가 깊어 산행에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체인젠을 애마에 두고 온 것을 알았기에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가며 이번에는 매표소가 아닌 철조망이 있는 좌측 끝으로 가니 그곳에 넓은 임도가 나 있고 주차장으로 곧바로 연결이 되어 있다.

입장료가 필요 없었는데 아쉬운 마음으로 주차장에 들려 체인젠을 가지고 다시 넓은 임도로 올라와 산행을 이어 간다.

 

직진의 넓은 임도를 타고 조금 오르니 도로 좌측 넓은 공터 위에 안내판 하나가 서 있고 다가가 살펴보니 무량사구지 안내판이다.

무량사의 초기 가람으로 확인된 유적으로서 경내 동편 개울 건너에 위치한다.

천년고찰로서 임진왜란시 병화로 전소된 후 폐사지로 부여군에서 2000년도에 초창기 밥지 및 불당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의 시굴 결과 원래의 가람을 찾았다는 그런 안내판이였다.

잠시 그 안내판에 서서 무량사에 대한 역사를 배워 본다.

 

다시 넓은 포장 임도를 타고 우측에는 야산을 좌측으로는 넓은 공터와 개울 건너 무량사를 두고 계속 정북 방향으로 올라간다.

한동안 올라가 보니 도로 우측에 화장실 건물이 나타나고 곧이어 좌측에 느티나무 군락지를 지나 도솔암과 태조암 갈림 삼거리가 나타난다.

이곳 도솔암과 태조암만을 위해 다시 찾을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도로 우측의 도솔암으로 향한다.

 

짧은 오르막 포장 도로를 타고 오르니 금새 도솔암으로 통하는 작은 소로가 나타나는데 오래된 발자국 두어개만 그곳으로 나 있다.

작은 다리를 건너 나즈막한 돌담을 넘으니 도솔암이란 현판이 붙은 주건물 한채가 보이고 좌측으로 사람이 기거했을 것 같은 건물 한채가 더 보인다.

건물 우측에 산신각 건물도 본 후 사진 한장 남기고 둘러 보지만 사람의 흔적은 찾지를 못하고 다시 건물 좌측 뒤로 돌아가니 해우소 뒤로 태조암쪽으로 이어지는 소로에 날짐승 발자국만 어지럽다.

 

도솔암에서 다시 원래 진행하던 넓은 포장 도로로 복귀해 전진하니 잔설이 남아 있는 도로 옆에 하얀 껍질을 벗어 던지고 있는 자작나무 군락지가 나타난다.

그 도로 정북쪽 끝부분에 오늘 올라야 할 만수산자연휴양림 갈림 이정표가 서 있는 봉우리가 나타난다.

지금은 몰랐는데 저곳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도솔암쪽에서 우측 능선을 타고 올라 진행하는 것이 맞을 듯 한데 다음에는 꼭 그 등로를 타고 올라 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다시 한동안 넓은 도장 임도를 타고 진행하니 저 멀리 암자 하나가 다시 보이고 가까이 다가가니 멋진 나무들이 암자 앞에 심어져 있고 차량통행 금지 차단막이 서 있다.

그곳에 우측으로 돌아 가는 화살표 아래 등산로란 이정표가 서 있고 태조암은 직진으로 이어져 있다.

태조암 건물을 사진기에 담고 다시 등산로 이정표를 따라 태조암을 좌측에 두고 우측으로 크게 돌아 정북방향으로 다시 진행해 본다.

 

태조암을 지나니 넓은 포장 임도가 끝이 나고 비포장 임도를 따르는가 싶더니 금새 작은 등산로가 나타난다.

이제 제법 쌓여있는 눈속에 얼마 전 올라 간 발자국 흔적 하나가 선명히 찍혀 있다.

눈속에 선명하게 찍힌 그 발자국을 따라 잠시 오르니 마른 계곡이 나타나고 제법 많은 자갈들로 덮혀 있다.

 

그 마른 계곡을 두어번 왔다갔다 하면서 진행하니 이제 급경사 오르막 된비알이 나타나며 짧은 바위 너덜길이 나타난다.

조심하며 그곳을 오르니 등로는 점점 더 가파라지며 코가 등로에 닿을 듯 가깝게 자리하고 등줄기에선 그에 비례해 굵은 땀방울이 계속 흘러 내린다.

남사면이기에 내린 눈도 많이 녹아 제법 질척이는 등로로 변하고 있는 시간이다.

 

그렇게 급경사 오르막 된비알을 타고 한동안 오르니 점점 눈의 깊이가 깊어지기 시작하고 체인젠으로 완전 무장을 해 본다.

그렇게 오르다 보니 등로 좌측으로 만수산 비로봉이 뾰족하게 솟아 있어 산객을 위압적으로 내려다 보고 그 옛날 안개비속에 힘들었던 추억을 꺼집어 내고 있다.

잠시 평이한 등로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금새 소나무 한그루와 벤취가 있는 벤취봉에 도착해 배낭 벗어 놓고 잠시 쉬어 본다.

 

벤취봉에서 지도를 보니 만수산자연휴양림과 비로봉 중간의 벤취봉으로 오른듯 하여 곧바로 등로 좌측 비로봉으로 올라도 무방할 듯 하지만 지도에 우측 봉우리로 가면 경고판이 서 있다는 표시에 참지 못하고 배낭을 벤취에 올려 놓은 후 빈몸으로 등로 우측의 깊은 눈이 덮혀 있는 봉우리로 향한다.

가파른 계단 등로이지만 많은 눈이 내려 쌓여 무릎까지 빠지는 눈속을 어렵게 헤치며 진행해 그 봉우리 정상부근에 도착해 뒤돌아 보니 더욱 뾰족하게 그 위용을 드러내는 만수산 비로봉이 환상이다.

 

 

이곳 역시 마지막 봉우리 오르막은 가파르고 많은 눈으로 인해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어렵게 그 등로를 타고 땀방울 흘리니 드디어 정상부에 도착을 하는데 그곳에도 역시 벤취 2개가 놓여 있고 그 한가운데에 이정표 하나가 서 있다.

남쪽 방향으로 도솔암과 서쪽으로 비로봉 그리고 동쪽으로는 만수산자연휴양림 표시이다.

이제서야 지도상에 나타나 있는 등로가 확실히 눈에 들어 오며 현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 할 수 있을 것 같다.

잠시 쉰 후 다시 올라 왔던 등로를 타고 배낭이 있는 소나무 벤취봉으로 내려가 본다.

 

가파른 등로를 어렵게 내려가 평이한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방금 전 이 산객이 지났던 등로 위 발자국만 선명하다.

제법 많은 눈이 아직도 남아 있기에 이렇게 사진기에 한장 남겨 본다.

오랫만에 제대로 된 눈 산행의 즐거움을 맛 보지만 역시 눈 산행은 어려움을 동반하는 산행이 확실함도 느끼는 시간이다.

 

다시 배낭을 벗어 놨던 소나무 벤취봉으로 돌아 나오며 등로 우측 앞을 바라보니 잡목 위로 만수산과 비로봉 그리고 북쪽으로 문봉산과 성주산으로 이어지는 매끈한 능선이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다.

몇년전 저 능선을 생각하고 올랐다가 짙은 안개와 가랑비로 인해 등로를 잃고 엉뚱하게 헤매이고 내려갔던 추억이 생각 나 잠시 실소를 지어 본다.

언젠가 한번 다시 올라 만수산과 성주산을 연계해 하는 산행을 할 기회가 있을 것이며 그때 오늘을 다시 회상하게 될 것이다.

 

소나무 벤취봉으로 돌아 와 배낭을 등에 메고 이제 가파른 내리막 등로를 미끄럼을 타며 내려가 본다.

안부로 내려가니 비로봉 0.6 Km 및 등로 우측으로 만수산자연휴양림으로 하산할 수 있는 갈림 삼거리에 이정표가 서 있다.

그곳을 지나 다시 조금은 가파르게 오르는 등로에 설치된 계단을 타고 만수산 비로봉으로 향한다.

눈이 녹으며 조금은 미끄럽고 질척이는 등로로 변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오르막 등로를 타고 진행하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면 닦아내기를 몇번인가 하다 뒤돌아 보니 잡목 사이로 지나온 삼거리 봉우리와 등로가 보이고 등로 우측 저 아래쪽에 만수산자연휴양림쪽 풍경이 펼쳐져 있다.

박무로 인해 깨끗한 조망은 아니지만 그저 마음속으로 즐기기에는 충분한 풍경이다.

 

다시 된비알 타고 오르니 점점 눈의 깊이가 깊어지며 발목을 지나 어떤 곳은 무릎근처까지 빠지고 있다.

심호흡 몇번하고 오르니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 있는 만수산 비로봉 정상이다.

하지만 3년전 올랐던 기억과는 차이가 있어 몇번인가 주위를 둘러 봐도 오늘 모습이 도통 떠오르지 않는다.

그때에는 철판으로 된 정상 이정표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었는데 오늘 비로봉 정상에는 그럴듯한 정상 이정표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셀카를 이용해 사진 한장 남겨 본다.

 

비로봉 정상에 오르니 지난 3년전 올랐던 기억이 조금씩 머릿속을 채우고 있다.

그때에는 오늘 산행코스와 반대로 올라 성주산 전망대에서 이곳으로 올라 정묵 방향인 성주산쪽 능선을 타고 진행하다 화장골로 내려갔던 기억이 뚜렷하다.

하지만 오늘은 거꾸로 비로봉에서 성주산 전망대쪽인 정서쪽 방향으로 진행하게 된 것이다.

잠시 내리막 등로로 내렸다가 완만한 오르막 등로를 오르니 전망대 1.1 Km 이정표를 지나고 조금 더 지난 곳에 두어개의 벤취가 놓여 있는 헬기장 같은 넓은 공터 위에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 있다.

그곳을 지나 계속 진행하다 등로 우측으로 뒤돌아 보니 그곳에 비로봉과 연결된 문봉산과 성주산이 시원하게 조망되고 곳곳에 임도도 눈에 들어 오기 시작한다.

성주산 정상이 아닌 화장골과 연결된 임도 끝자락에 세워진 성주산 정상석을 만나 사진 한장 남기고 넓은 임도를 타고 화장골로 하산했던 추억이 생각 나 다시 미소를 지어 보는 시간이다.

 

발목지나 무릎까지 빠지는 눈속 등로를 타고 한동안 진행하니 등로 곳곳에 나타나는 노란색 주의 경고판이 세워져 잠시 읽어 본다.

이곳이 부여와 보령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곳으로 보령은 옛날 석탄 탄광으로 유명했던 곳이라서 빈 갱도가 많아 침하 위험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주의 경고판이였다.

조금은 편치 않은 마음에 스산한 기운까지 느껴 빨리 그곳을 벗어나고자 조금은 속도를 내 본다.

 

전망대를 100미터 남겨 놓고 이정표 하나가 또 서 있다.

잠시 사진에 담은 후 읽어 보니 등로 좌측으로 태조암과 무량사로 하산하는 내리막 등로가 그리고 등로 우측으로는 심원골을 통해 성주 1리로 하산하는 갈림 사거리였던 것이다.

이곳에서 심호흡 한번 더 하고 마지막 성주산 전망대로 향한다.

 

가파른 오르막 등로를 타고 어렵게 오르니 드디어 성주산 전망대인 팔각정도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해 본다.

만수산 산행을 하면서 성주산 전망대를 만나니 기분이 묘하지만 연계산행에 대한 갈망 역시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전망대로 올라 배낭 내려 놓고 준비한 간식으로 허기를 달랜 후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달콤한 시간을 보낸다.

 

허기를 면했으니 잠시 전망대 주위를 돌아가며 주위 조망을 즐겨 보는 시간도 가져 본다.

먼저 정북 방향으로 우측 비로봉에서 북으로 달리며 연결된 사진 정중앙 뒤쪽의 문봉산과 좌측으로 돌아가 제일 높게 보이는 두봉우리의 성주산을 조망해 본다.

제법 먼듯 하지만 마음 먹고 오른다면 큰 무리가 되지 않을 멋진 연계 코스의 등로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음번 내려오면 꼭 한번 올라 걸어 보리라 다짐해 본다.

 

정동쪽 비로봉 우측으로는 능선 좌측에 만수산자연휴양림을 두고 전망대 능선을 타고 전장리로 하산하는 산줄기가 하얀 눈을 뒤집어 쓰고 멋지게 펼쳐져 있다.

오늘 이 산객은 저 능선이 시작되는 첫번째 하얀 소나무 벤취봉으로 올라 사진 중앙의 봉우리까지 올랐다 뒤돌아 내려와 비로봉을 거쳐 이곳 성주산 전망대까지 올라 온 것이다.

그저 바라보고 있는 지금 시간이 가장 희열을 느끼고 행복한 시간은 아닐까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만수산 비로봉 능선도 바라본 후 다시 해가 짧은 겨울이기에 무량사라도 한번 들리려면 빨리 내려가야 될 것 같아 북서쪽 화장골 방향 등로를 버리고 무량사쪽 남서 방향의 등로를 타고 빠르게 내려가 본다.

갈수록 깊어지는 눈의 깊이와 조금 더 진행하다 보니 눈 위에 남겨진 발자국들도 희미해지며 홀로하는 외로운 산행이 시작되고 있다.

그래도 제법 많은 거리를 걸었기에 이제 만수산 문수봉을 찍으면 하산길만 남아 있어 다행이란 생각으로 진행한다.

 

그렇게 눈 쌓인 아기자기한 능선을 따라 진행하니 어느새 만수산 문수봉 정상에 도착해 한숨을 내쉬어 본다.

삼각점과 이정표 그리고 폐광에 대한 주의 안내판이 있지만 정작 이곳이 만수산 문수봉 정상이라는 표식이 없어 아쉬운 시간이기도 하다.

지난 3년전에도 이곳으로 올라 전망대를 거쳐 비로봉에서 심원골로 내려갔던 기억이 이제 뚜렷히 떠 오른다.

잡목들로 주위 조망 역시 시원하지 못해 사진 한장 남기고 우측 화장골 능선을 버리고 좌측 장군봉 능선으로 진행한다.

 

한동안 진행하다 잡목이 시야를 가리지 않는 무명봉 근처에 올라 등로 좌측을 바라보니 멋진 만수산 비로봉 능선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저 반대쪽인 만수산자연휴양림쪽에서 보면 무척 뾰족한 탑봉처럼 보였던 비로봉이 이곳에서 바라보니 부드러운 능선상 봉우리로 변해 있어 보는 각도에 따라 같은 산이라도 얼마나 다르게 보이는지 실감하게 만들고 있다.

 

다시 조금 더 진행하니 폐광 침하지역 주의 경고판이 서 있는 무명봉에 올라 주위 조망을 즐겨 보지만 잡목들로 시원하지 않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등로 좌측으로 무량사쪽을 바라보니 오늘 이 산객이 오른 계곡 건너 나즈막한 산줄기만 잡목 속에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이제 발자국도 오래된 자국만 남기고 홀로 가는 산행이 되어 간다.

 

잠시 더 진행하며 주위 풍경들을 감상하니 어느덧 짧은 해는 서산으로 기울어 높은 산에 가리면 벌써 우둠을 재촉하고 있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등로 우측 저 멀리 조계골이 깊은 골짜기를 이루며 펼쳐져 있다.

저곳을 통해 내려가면 40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보령땅이 될 것이다.

 

장군봉과 수리바위 능선을 타고 남쪽으로 계속 진행하다 불현듯 무량사가 아닌 이 능선 끝까지 타고 내려가면 어떨까 라는 엉뚱한 생각에 이르자 스스로 깜짝 놀라 제자리에 선다.

오늘은 그곳으로 내려가면 큰일 난다는 스스로의 암시를 계속 되뇌이며 진행하니 벌써 무량사로 하산하는 갈림 삼거리에 도착하고 이 산객은 오늘 좌측 능선을 타고 하산길을 서두른다.

그곳에서 뒤돌아 본 만수산 문수봉과 주의 경고판이 있던 무명봉이 아름답게 보인다.

 

가파른 내리막 등로를 타고 눈이 녹으며 질척이는 하산길을 내려가니 이제부터는 눈이 아닌 미끄러운 낙엽과의 전쟁이 시작되였다.

한동안 발 밑에 정신 집중을 하고 내려가다 평탄한 등로를 만나 한숨 돌리며 앞을 바라보니 남쪽 저 멀리 높게 솟아 있는 장군봉과 수리바위봉이 다음에 만나자 손을 흔들고 있다.

들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마음이 아쉽기만 하다.

 

많이도 내려온 지점, 가끔 쌓여있던 눈들도 모두 녹아 버리고 이제 바삭거리는 낙엽길을 걸어 본다.

하지만 그 낙엽 밑에는 아직도 얼어 있어 주의가 필요하고 겉에는 따스한 햇살로 인해 질척이기 시작한다.

이제 잠시 더 내리막 등로를 타고 내려가면 개울을 만나 태조암과 도솔암 갈림 삼거리에 도착 할 것이다.

 

드디어 점심때 올랐던 포장 임도 좌측으로 흐르던 개울을 만나 그 포장도로와 만난다.

이곳은 오를 때 도솔암을 들렸기 때문에 이 산객이 보지 못하고 지나친 장소인듯 하다.

내려와 옷가지에 묻어 있는 눈을 털어 내니 저 멀리 태졸암 쪽에서 연인인듯 두명이 오손도손 이야기 나누며 내려오는 모습도 보인다.

 

도솔암과 태조암 갈림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를 지나니 도로 우측으로 몇그루의 거목인 느티나무 군락지가 나타나고 그 밑에는 정겨운 정취가 묻어 나는 벤취가 놓여 있다.

지도를 보니 느티나무란 글이 쓰여진 장소이다.

아마도 꽤 유명세를 타고 있는 느티나무 거목 지대가 이닐까 생각되어 담아 본다.

 

이제 무량사구지 안내판이 서 있던 넓은 공터 위에 올라 산행 들머리이자 문수산무량사 일주문이 있는 곳을 담아 본다.

사진 우측으로 장군봉과 수리바위봉쪽 높은 봉우리가 산객의 아쉬운 마음을 알고 있는지 그 모습을 살짝 감추고  그 끝자락만 내보이고 있다.

다음에 저곳에 올라 이곳을 바라보며 오늘을 추억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제 시간을 보니 아직 어둠이 찾아 들기엔 이른 시간이기에 잠시 개울 건너 무량사를 둘러 보기로 한다.

입장료 2000냥을 냈으니 굳이 숨어서 볼 이유도 없기에 당당하게 들리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나즈막한 언덕을 오르니 제일 먼저 반겨주는 무량사 천왕문이 정겹다.

 

천왕문을 통과해 들어가니 석등과 5층 석탑이 있고 그 뒤에는 극락전이 보인다.

무량사는 마곡사의 말사로 신라시대 범일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나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는 사찰이다.

고려 초기 개창되였지만 임진왜란 때 병화로 소실되였다가 조선 인조때 중건되어 오늘에 이르는 사찰로 특히 조선 세조 때 김시습이 세상을 피해 은둔생활을 하다 숨진 곳으로 더욱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극락전을 우측에 두고 뒤로 돌아 올라가니 그곳에 김시습 초상을 모신 전각이 하나 있다.

그 앞에는 김시습 초상에 대한 설먕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김시습 초상은 좌안7분면의 복부까지 내려오는 반신상으로 밀화영의 끈이 달린 평량자형의 입을 쓰고 담홍색 포를 입고 있으며 공수자세를 취하고 있다.

얼굴과 의복은 옅은 살색과 그보다 약간 짙은 색상의 미묘하고 절제된 조화로 묘사되고 있다.

양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표정은 찌푸린 눈썹에 우수 띤 얼굴이라고 묘사했던 서유영(1801-1874)의 배관기와 상통한데 눈의 총기가 생생하다.
김시습 초상은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의 초상화라는 인물사적 가치 위에 조선시대 야복초상화의 가작이란 점에서 중요성을 지닌다.

그 김시습이 조선 세조가 단종을 폐위하고 스스로 왕이되였다는 소식을 듣고 책을 모두 불태운 후 머리를 깍고 승려가 되어 전국을 떠 돌다 59세로 인생을 이곳 무량사에서 마감했기에 더욱 유명한 무량사이기도 하다.

 

그렇게 오랫만에 천년고찰인 무량사까지 천천히 둘러 본 후 다시 만수산무량사 일주문을 통해 상가 밀집 지대를 내려와 애마를 주차시킨 주차장으로 복귀한다.

주차장 뒷편에 서 있는 커다란 부여 관광 안내도를 담은 후 이곳 만수산 산행을 마무리 한다.

언제 다시 올 기회가 있을지 기약은 없지만 설 연휴를 맞이해 고향의 산줄기를 타고 천년고찰까지 둘러 봤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시간이다.

나머지 설 연휴도 즐거운 시간이길 스스로 약속하는 시간이다.

 

애마를 타고 외산으로 나오니 시골 장터 냄새가 구수하게 퍼지는 듯 하다.

도로 이정표를 보며 자랐기에 무척 친숙한 외산이지만 무량사를 들리기 위해 두어번 들린 기억이 전부이니 특별한 추억은 없는 곳이다.

하지만 이렇게 산행을 즐기고 또 무량사를 돌아 보고 나오는 시간인 오늘은 아주 특별한 기억으로 가슴속 깊이 남겨지는 외산 지방이 되였다.

 

이렇게 고향에서의이틀간 시간을 멋지게 보내고 고향집으로 돌아 가 가족들과 이슬이 한잔 기울이며 그동안의 정을 나눈다.

 

모두 올 한해도 건강하게 즐거운 일만 가득하길 바라면서...

9순이 다 되어 가시는 두 부모님의 건강이 걱정이지만 특별한 속병이 없으니 연세 들어 불편한 것 이외에는 장수 하시리란 희망으로 또 한해의 시작을 이렇게 멋지게 해 본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