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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산행(완료)/금북정맥(완료)

금북정맥 제5구간 각흘고개에서 차동고개까지 산행후기

by 칠갑산 사랑 2010.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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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충청남도 아산시와 공주시 그리고 예산시의 금북정맥 마루금 일대

산행날자 : 2010년 08월 01일 (일요일)

산행날씨 : 새벽과 오전엔 짙은 안개 후 점심때부터 간간히 강한 햇살과 구름 낀 무척 무더웠던

               삼복 더위의 날씨

산행온도 : 영상 26도에서 영상 32도

산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산행코스 : 각흘고개(39번 지방도로)-351봉-385봉-380봉-봉수산 갈림길-봉수산(535봉)-

               봉수산 갈림길-철탑-460봉-378봉-340봉-천방산 갈림길-천방산(479봉)-천방산 갈림길-

               385봉-400봉-오지재-354봉-극정봉(424봉)-400봉-명우산(368봉)-명우산(353봉)-

               불운리고개-서재-불모골고개-서낭당고개-294.2봉-차동고개(32번 지방도로)-산행종료 

산행거리 : 약 16.60 Km

산행시간 : 사진 찍으며 쉬엄쉬엄 꾸준한 속도로 걸어 07시간 30여분 (05시 30분부터 13시 00분까지)

 

금북정맥이란

백두대간이 남쪽으로 뻗어 내려오면서 속리산 천황봉(1508봉)에서 한남금북정맥이 분기하여 칠장산(492봉)으로 내려와 이곳에서 다시 금북정맥과 한남정맥이 갈라진다.

금북정맥은 칠장산에서 한남정맥과 헤어진후 남쪽으로 뻗어 내려가면서 칠현산(516봉), 서운산(547봉), 성거산(579봉), 광덕산(699봉)을 거쳐 백월산(565봉)에서 산줄기는 다시 북서진하면서 덕숭산(495봉), 가야산(678봉), 일락산(521봉) 등을 솟구치게 한후 은봉산(283봉)에 이르러 다시 서쪽으로 성왕산(252봉), 백화산(284봉) 등을 거쳐 태안반도로 이어져서 반도의 끝인 안흥진에서 그 맥을 다하고 서해바다로 모습을 감추는 장장 약 280 Km의 산줄기를 말한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무더위속에 또 한구간 마무리하며

 

 

개인적으로 1대간 9정맥의 가장 마지막 산행으로 오르려 했던 고향의 산줄기인 금북정맥을 나 홀로 천천히 걸어볼 예정이지만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이라면 그 또한 반가운 마음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일정한 구간 나누기를 하지 않고 올라 시간과 거리에 구애 받음없이 그저 무심으로 걸어 보다 힘들면 그곳에서 내려오는 산행으로 진행 할 예정으로 다만 안흥진에서의 마지막 의식은 올 연말안에 치룰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오늘도 무척 무덥고 습기가 높아 힘겨운 산행길이 될 듯 하여 시원한 계곡이라도 찾아 들고 싶지만 아이의 공부로 인해 모두 비지땀을 흘리고 있으니 마음 편히 계곡에 들기도 눈치가 보인다.

그래서 가장 편안한 마음이면서도 가족들에게 조금은 덜 미안한 금북정맥 마루금을 숙제하는 심정으로 떠나 본다.

오늘도 한낮 삼복 더위를 피해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하니 옆지기가 걱정되는 눈빛으로 배웅하다 한마디 건넨다 각흘고개까지 차량봉사를 해 준다고...

고맙기는 하지만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늘 홀로 올라가는 옆지기가 걱정도 되고 미안하기도 해 홀로 내려가려니 사람의 마음이 간사해 금새 그 말에 동의하며 편안한 산행길이 되였다. 

 

지난 회차 많은 땀방울을 흘리며 내려섰던 공주와 아산을 연결해 주는 39번 지방도로에 도착하니 새벽 5시 20여분이다.

이제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며 주위 사물이 눈에 들어올 쯤 산행 준비 후 옆지기와 헤어져 이제부터 홀로 가는 외로운 시간이 되였다.

고갯마루에서 아산시쪽으로 조금 내려와 주유소 가기전 넓은 공터가 있고 그 공터에서 산행 준비 후 각흘고개를 바라보며 고갯마루로 올라가며 담은 사진이다.

천년의 숲, 천년고찰 봉곡사 숲길이란 거대 입간판 바로 직전의 임도를 타고 진행하다 곧바로 좌측 능선으로 올라도 같은 등로이다.

 

각흘고개 고갯마루 정상에 서면 빗돌도 보이고 산행 이정표도 보이며 차량들을 위한 도로 표지판들도 어지럽게 널려 있다.

무사 산행을 위한 다짐과 함께 긴 호흡 한번 몰아 쉬고 빗돌과 이정표 옆으로 나 있는 급경사 비탈 능선으로 들어 오르니 갑자기 하늘이 열리며 몇기의 묘지들이 잘 정돈되어 있는 지대가 나타난다.

안개가 자욱히 끼어 얼굴을 간지럽히고 풀섶에 내려 앉은 이슬방울이 금새 등산화에 굴러 떨어져 적시는 사이 뒤돌아 보니 묘지 넘어 지난 회차 어렵게 내려온 마루금이 안개속에 뿌옇게 잠들어 있다.

 

다시 금새 능선으로 올라 조금은 가파라지는 등로를 타고 오르니 잡목이 없던 능선에서의 촉촉함은 사라지고 숨이 막히는 된비알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벌써 땀방울은 얼굴을 타고 가슴을 지나 등로로 뚝뚝 떨어지고 있다.

그래도 지자체에서 신경 써 세워둔 300미터 마다 보이는 이정표가 있어 등로에 대한 걱정은 사라진게 다행인 시간이다.

 

땀방울로 범벅이가 되어 가파른 등로를 타고 오르니 어느덧 편안한 등로 삼거리 갈림길에 도착하고 이정표를 바라보니 351봉 갈림길이라 적혀 있으며 각흘고개에서 0.5 Km 올랐다는 거리 표시가 되어 있다.

그곳에서 긴 한숨을 토해내고 우측 등로를 타고 한동안 진행하니 각흘고개에서 0.9 Km 이동했다는 이정표 지난 곧바로 393봉 쉼터에 닿는다.

지도상 385봉이 아닐까 생각되는 봉우리이다.

 

다시 완만한 능선을 타고 진행하니 거리 표시가 틀리게 되어 있어 어느것이 맞는지 헷깔리는 시간이다.

바닥에 박혀있는 봉 형태의 거리표시와 정상적인 모양의 이정표 거리표시가 차이가 나 있는 것이다.

그래도 오르다 보니 산행 들머리보다 더욱 짙어지는 안개가  온 몸을 감싸고 세상마저 삼키려듯 보인다.

그 안개속에 곱게 나 있는 등로가 참으로 아름답다.

 

그렇게 다시 비지땀을 흘리며 더욱 가파라지는 등로를 타고 코가 땅에 박힐 정도의 가파른 경사면을 오르니 등로가 다소 유연해지며 길상사 갈림길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제 봉수산 정상까지 300미터 남았으니 어느정도 고도는 오른 듯 하다.

 

길상사 갈림길에서 다시 한번 힘을 써 가파른 등로를 오르니 봉수산 갈림 삼거리가 나타나고 봉수산은 등로 우측에 자리하고 있다.

100미터만 떨어져 있는 봉수산이고 언제 다시 들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시간이기에 잠시 봉수산으로 향한다.

금새 다시 뒤돌아 나와야 하는 곳이지만 이렇게 사진에 담아도 두면서...

 

535미터의 봉수산 정상에는 이정표와 삼각점 그리고 각 방향을 표시한 방향지시표가 함께 있으며 제법 넓은 공터로 이뤄져 있다.

한쪽에는 벤취2개가 설치되어 정상에 오르며 힘들었던 두 다리를 쉬어가라 마련되어 있다.

그곳에서 준비한 시원한 맥주 한캔과 풋고추를 먹으며 아침 허기를 달래 본다.

이 세상 최고의 맥주 맛에 근사한 아침상 차림이다.

 

이제 다시 봉수산 갈림 삼거리로 복귀해 우측 능선을 타고 금북정맥 마루금을 이어가 본다.

약간 가파른 등로가 이어지는가 싶더니 등로 좌측으로 거대한 철탑이 보이고 아직도 세상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안개속에 아주 멋스런 등로를 걸어 본다.

이제 등로는 북서쪽에서 완전히 남쪽으로 180도 방향을 바궈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짧은 시간 언뜻 지나온 등로가 보이더니 안개속으로 숨어 버리고 460봉을 넘는다.

 

잡목이 우거진 능선을 타고 한동안 진행하니 갑자기 눈 앞에 벌목지대가 펼쳐지고 잠시 안개가 엷어진 틈을 타 올라야 할 마루금을 담아 본다.

흐릿한 박무속에서도 저 멀리 우뚝한 천방산이 어서 오라 손짓하는 듯 보인다.

예산군 대술면으로 어릴적 서울 나들이길이나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늘 이쪽 길을 타고 시골 고향을 다녀오곤 했기에 귀에 익은 지명들이다.

 

좌측으로는 밤나무 식재가 되어 있는 벌목지대를 두고 우측으로는 자연 그대로의 잡목을 사이에 두고 능선을 따라 진행하니 355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에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제 천방산까지는 약 1.7 Km 남았다는 표시기로 이 속도로 진행한다면 40여분 후면 도착할 것이다.

심호흡 한번하고 지나온 등로를 처다본 후 다시 급경사 내리막 등로를 타고 내려가 본다.

 

한동안 정신없이 내려가다 보니 언제 그랬는지도 모르게 스틱 끝자락이 부러졌는지 빠졌는지 없어져 버렸고 사용할 때마다 조금은 불편함을 느낀다.

오래 사용했으니 점검 한번 다시 받아 보라는 좋은 뜻으로 받아 들인다.

다시 조심하며 내려가니 그곳에 안부 사거리가 있고 좌측으로 탑곡리 하산길이 우측으로는 산판도로와 연결되는 등로가 열려 있다.

 

이곳에서 약간 넓은 임도를 타는가 싶더니 등로는 다시 좌측 능선으로 이어지고 잡목을 헤치며 진행하니 천방산까지 0.6 Km 남았다는 이정표와 만난다.

그곳에서 물 한모금 마신 후 웃옷을 벗어 쥐어 짜니 방금 전 물속에 담궜던 옷처럼 물기가 쉴틈없이 솟아져 흐른다.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나무 계단을 타고 오르는 등로는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들고 어려운 산행이 되였다.

 

그렇게 힘들게 땀흘리며 오르니 드디어 안부 삼거리가 나타나고 살펴보니 좌측으로 천방산 갈림 삼거리이다.

이곳에서도 언제 오를지 모를 천방산이기에 그곳으로 올라 사진 한장 남겨 본다.

이제 서서히 허기가 밀려오고 아무도 없는 천방산 정상의 나무 벤취에 앉아 맛있는 아침 식사를 즐긴다.

 

식사 후 천방산 정상부를 담아 본다.

직진 방향으로는 삼흥수양관이 자리하고 가야 할 금북정맥 상 극정봉은 3.8 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서 있다.

어느 산악회에서 걸어 놓은 코팅지 한장과 준.희님이 걸어 놓은 정상표시기 그리고 붉은 글씨로 철판에 남겨진 정상 이름표시판이 헷깔리게 서 있다.

이제 아침도 먹고 사진도 찍었으니 천방산 갈림 삼거리로 다시 되돌아 나와 가던 등로를 따른다.

 

 이제 부드러운 등로를 타고 힘들지 않게 진행하니 생각보다 빠른 진행이 되고 있다.

가끔 불어주는 산들바람이 삼복 더위속에서도 산행의 즐거움을 전해주고 가끔 잡목 사이로 언뜻 보이는 시골 마을들이 산객의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이다.

그렇게 한동안 진행하니 벤취봉이 나타나고 지도를 살펴보니 385봉쯤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계속되는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조금은 빠른 듯 전진한다.

오르내림이 있는 마루금이지만 생각보다 심하거나 어려운 등로가 아니기에 이렇게 빨리 진행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동안 진행하니 좌측으로 탑곡리와 우측으로 이치리 하산 등로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하고 이정표도 만난다.

 

아주 부드러운 등로를 타고 크게 힘들이지 않고 진행한다.

생각보다 후덥지근해 땀방울은 많이 흘리지만 간혹 불어주는 산들바람이 목까지 차오르는 숨결을 한결 부드럽게 만들고 있다.

다만 수많은 날파리인지 하루살이가 귓전을 맴돌며 산객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시간이다.

 

그러다 등로에서 만나는 원추리 한송이에 마음을 내려 놓기도 하고 예쁘게 자라고 있는 상황버섯에 잠시 발길 멈추고 바라보기도 해 본다.

그러고 보니 오늘 이곳 등로는 유난히 형형색색의 고운 독버섯들이 많이 눈에 띤다.

아마도 장마철이라 습도가 높아 이렇게 독버섯 전시장이 되였는지도 모르겠지만...

 

한동안 그저 그런 등로를 타고 진행하다 문득 등로 좌측으로 보니 오랫만에 정겨운 시골 마을과 길이 내려다 보인다.

잡목을 헤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로 내려가 아름다운 시골 풍경을 담는다.

아마도 탑곡리의 어느 작은 마을처럼 여겨진다.

지도 상에는 잠시 후 부엉산의 400봉이 있다는데 선답자들의 산행 후기 그 어느곳에서도 보지 못했기에 그냥 지나친다.

 

다시 한참을 내려오니 사거리 안부가 나타나고 그 한켠에 오지재란 이정표가 달려 있다.

좌측으로는 머그네미 가는 길이고 우측으로는 소거리 가는 등로가 있는 곳이다.

지도를 살펴보니 이곳은 그냥 억새밭으로만 표기된 장소인데 오지재란 이정표까지 붙어 있는 것으로 봐 이제 오지재로 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 벤취도 있고 이정표도 잘 갖춰진 오지재이다.

 

다시 가파른 등로를 타고 한동안 올라본다.

한동안 오름짓을 하니 이곳 역시 벌목된 장소가 나타나고 그 벌목된 장소와 안된 곳 사이의 경계를 타고 진행한다.

등로 우측으로 이치리 마을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구비구비 흐르는 산그리메가 고산지대 그 어느곳도 부럽지 않다는 듯 서 있다.

 

잠시 지나온 마루금이 보이고 서서 살펴보니 바로 앞 부엉산이란 이름의 400봉부터 저 멀리 천방산과 봉수산까지 보이고 그 봉수산에서 우측으로 크게 꺽인 금북정맥 마루금이 철탑을 두고 구비구비 흘러 내려가고 있는 모습이 환상으로 다가온다.

실로 오랫만에 가슴에 담아 보는 그리운 산그리메들이다.

 

 

그렇게 다시 힘든 산행을 이어가니 벌목지대가 끝나고 잡목지대로 접어드는 곳에 극정봉이 자리하고 있다.

넓은 공터인지 헬기장 한가운데에 삼각점이 있고 주위에는 온통 잡풀과 잡목들이 자라 어지럽게 널려 있다.

너무 뜨거워 재빨리 그늘로 숨어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땀에 찌든 몸을 말려 본다.

 

이곳에서도 역시 목마름을 달래기 위해 준비한 맥주 한캔과 풋고추와 고추장 그리고 과일로 잠시 쉬어 가는 시간을 가져 본다.

적당히 녹아 있는 얼음에 엄청나게 흘린 땀방울이 목구멍을 자극하고 그 느낌으로 단숨에 많은 양의 맥주를 털어 넣는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달콤함과 짜릿함이 전해지는 시간이다.

 

이제 다시 급경사 내리막 등로를 타고 한동안 조심해 내려가니 너무나 아름다운 등로가 열려 있다.

이제 시간은 11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시간적인 여유가 많은 산행이란 생각으로 다시 이어가 본다.

이런 등로라면 아무 걱정 없이 하루 종일 걸어도 될듯한 그런 등로였다.

 

다시 가파른 봉우리를 향해 오르니 정상부근에서 우회등로를 만나고 그런 봉우리를 두어개 넘자 이번에는 제법 가파른 등로가 앞을 가로 막는다.

다시 긴 한숨을 내쉬며 코가 땅에 닿을듯한 그 등로를 타고 오르니 그곳에 명우산 이정표가 달려 있다.

하지만 선답자들의 산행후기에서 다시 한번의 명우산 이정표를 만난다기에 정말 어느곳이 진짜 명우산인지 헷깔린다.

 

명우산 이정표를 지나 다시 부드러운 등로를 타고 안부를 지나고 무명봉을 지나며 한동안 그렇게 전진하니 넓은 공터가 나타나고 그 공터를 지나자 마자 나무 한 그루가 등로를 가로막고 인사하기를 권한다.

인사 한번 꾸벅하고 그 고사목을 지나 다시 부드럽게 연결된 등로를 타고 진행한다.

 

한동안 잡목 사이로 나 있는 멋진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다시 한번의 명우산 이정표가 나타난다.

시간상으로는 앞에 있던 명우산이 진짜 명우산이 아닐까 생각되며 이곳은 혹시 절대봉을 명우산으로 다시 표기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시간이다.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조금 더 세심한 안내판이 요구됨을 느낀다.

 

두번째 명우산 이정표를 지나자 다시 벌목지대가 나타나고 잠시 더 진행한 후 뒤돌아 보니 지나온 마루금이 시원하게 열려 있다.

극정봉도 그 봉우리 끝자락을 내밀고 다음을 기약하듯 서 있다.

명곡리쪽 마을이 벌목된 산하를 타고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예산국 신양면 시왕리 마을 풍경이다.

이곳 벌목지대 역시 밤나무 단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어 지는 장소로서 울긋불긋한 마을 지붕이 인상적이다.

신양은 이제 이 산객의 고향인 청양과 이웃한 동네이다 보니 그 이름만으로 정겨움이 묻어나는 곳이며 어릴적부터 이 산객이 많이도 들었던 마을 이름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어릴적에는 이곳이 이렇게 중요한 산줄기인지 조차 모르고 지낸 어린 시절이였다.

 

조금 더 진행하니 340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 넘어 바로 굴 하나가 눈에 들어 온다.

혹시 시원한 바람이라도 나올까 생각되어 굴 앞에 서 잇지만 바람 한점 나오지 않는다.

그냥 음침한 내부가 보이지도 않기에 돌아 나오며 가던 길을 걷는다.

 

다시 부드러운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이제 차동고개도 얼마 남아있지 않은듯 등로 우측에서 차량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더위에 지치고 목마름에 고통스런 시간이기에 잠시 무명봉에 앉아 남아 있는 얼음물을 마시고 과일로 허기를 달래며 산들바람을 맞으며 쉬어 간다.

새벽부터 시작했기에 여유있는 하루의 산행이 되어 가는 느낌이다.

 

그저 마냥 걸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등로이다.

예쁘다는 표현을 넘어 너무 환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어제 관악산에서의 산행과 결코 짧지 않은 거리를 삼복 더위에 걷는다는 것이 부담이 되였는지 조금씩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한동안 진행하니 임도와 만난다.

이곳 역시 선답자들의 후기를 읽어보면 조금 쉽게 간다고 임도를 타고 가면 100% 알바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임도를 만나자 마자 우측 능선으로 나 있는 등로를 타고 오른다.

이제 따가운 햇살이 비춰 저 임도를 타고 가라 해도 갈 수 없는 시간이 되였기에 아주 쉽게 능선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이곳이 서재는 아닐련지...

 

이제 서재라 생각되는 임도를 지나 너무나 멋진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임도 못지 않은 넓은 등로가 열리고 그 나무 터널 속 등로를 타고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진행해 본다.

등로 우측으로 하천리 방향으로 꼬불꼬불 이어진 산판도로가 보인다.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추억이 많은 산판도로이기에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질릴 정도이다.

 

아무 표식도 없는 불모골고개라 생각되는 고개를 넘어 진행하니 등로 좌측으로 벌목지대가 다시 나타나고 지도를 살펴보니 명곡리 가마골이 아닐까 생각되는 마을이다.

몇채의 집들이 띄엄띄엄 농촌을 이루고 그 사이에는 논밭들이 존재해 푸르름을 더해가고 있는 아름다운 우리들의 시골이다.

 

그러다 작은 서낭당 고개를 넘자 앞으로 계속 이어지는 벌목지대가 나타나고 좌측으로는 벌목지대가 우측으로는 벌목되지 않은 그 중간 경계를 타고 한동안 진행한다.

진행하며 앞을 가로 막는 쌍봉을 담아 본다.

우측 벌목된 부분과 비벌목된 경계를 타고 한동안 진행해야 한다.

 

작은 무명봉에 올라 지나온 등로를 바라본다.

벌목지대가 막 시작된 지점을 지난 첫번째 봉우리에서 바라다 본 지나온 등로이다.

이제 제법 퇴약볕을 타고 강물처럼 흘러 내리는 땀방울을 흘리다 보니 정신까지 몽롱해짐을 느낀다.

이 삼복 더위에 무엇을 하고 있는거냐 칠갑산아 하고 자책하다가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자랑스런 모습에서 멋지다 칠갑산이란 단어가 튀어 나오고 말았다.

 

다시 한동안 진행하며 서낭당 고개를 넘어 260봉으로 향하니 등로 좌측으로 뛰어 들고픈 명곡저수지가 보인다.

한걸음에 달려가 풍덩하고 빠졌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지만 다음으로 미뤄본다.

작은 저수지 하나를 보고 이토록 그 물이 그리워지는 것도 참으로 오랫만의 소감이다.

 

벌목지대가 끝이나고 잡목들이 우거진 능선속으로 드니 조금은 넓은 공터가 나타나고 그곳에 거의 마지막 봉우리인 294.2봉 이정표가 있다.

구세주가 따로 없는 이정표 이기에 입맞춤하고 뜨거운 태양을 피해 그늘로 숨어 든다.

이제 도로를 지나는 차량의 소음이 더욱 커지고 귓전에 가깝게 들리는 시간이기에 산행 날머리인 차동고개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이제 마지막 264봉을 넘어 진행하니 우측 잡목 사이로 도로들이 보이고 파헤쳐진 산하도 보인다.

땅이 파헤쳐진 붉은 색 넘어 천안논산간 고속도로가 지나고 우측 가까이에는 공주의 유구와 예산을 이어주는 32번 지방도로도 보이기 시작한다.

이 무더운 날씨에 많이도 걸었고 또 빨리도 걸었다는 생각이다.

 

묘지가 있는 곳을 지나 다시 능선을 타고 진행하니 몇기의 묘지들이 잘 정돈된 지대가 나타나고 그곳 정상에서 바라보니 바로 앞에 32번 지방도로가 보이고 그 넘어 다음 구간 올라야 할 마루금도 시원하게 열려 있다.

사진 한장 남기는 것도 뜨거운 태양으로 인해 고통스러워 곧바로 다시 솔밭과 잣나무 단지가 조성된 능선으로 들어 간다.

 

너무나 아름답고 푹신한 솔밭을 걸어 내려가 본다.

마지막이란 흥분과 발까지 푸근하게 만드는 등로가 있어 참으로 행복한 시간으로 이 시간을 마무리 해 본다.

기약없는 발걸음 이기에 더욱 가슴에 담으며 또 한구간 무사히 완주함을 자축하는 시간이다.

 

 

마지막 차소리가 들리는 낙엽송 숲에 앉아 마지막 물 한모금 마시고 배낭과 스틱을 정리한 후 능선을 빠져 나오니 뜨거운 삼복 태양이 온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땀을 식히고 나왔는데도 다시 온몸에선 시냇물 흐르듯 땀방울이 흘러 내린다.

 

그래도 다음 구간 산행 들머리를 찾아 사진으로 남기고 주위 풍경을 담으며 차동고개 휴게소로 향한다.

푸른 콩잎까지도 시들은듯 조용히 내려 쬐는 뜨거운 태양열 아래 모두 숨을 죽이는듯 하다.

가끔 들렸다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사 마시고 떠나는 길손과 휴가를 맞아 고향을 들리는 사람들만 머물다 가는 한적한 차동고개에서 하루를 마감한다.

 

차동고개 화장실로 가 시원한 물 틀어 놓고 한동안 얼굴을 파묻어 본다.

하지만 하도 덮고 뜨거운 날씨에 장거리 산행을 해서인지 온몸의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는다.

그렇게 얼굴과 손발을 대충 닦고 새옷으로 갈아 입으니 날아갈듯 상쾌하다.

밖으로 나와 여종원에게 시원한 음료수 한병 사들고 대중 버스를 알아보니 방금전 예산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지나갔고 휴일이기에 또 다시 언제 올지  기약없는 기다림이 있어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참으로 난감해 하며 아직도 흐르는 땀방울을 식히려 가게 밖 등나무 아래 나무 벤취에 앉아 쉬고 있으니 그곳 주민인듯한 한분이 다가와 이것 저것 물은 후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 주신단다.

고마워 인사 드리고 올라 신양면 차동리 마을 버스 정류장에 내려 버스를 기다리다 매표소 가게에 들어가 알아보니 아직도 2시간 후에나 버스가 온다는 소식이다.

난감해 하고 있는데 차동고개에서 별도로 이 산객을 태워 주신다던 노신사 한분이 지나며 차를 멈추고 타라 하신다.

 

고마움에 인사만 드리고 차에 오르니 이것 저것 물어 보시고는 금북정맥을 타느냐고 물으신다.

그렇다고 이야기 드리니 그 노신사분도 산행을 좋아하시며 몇년전 위암으로 어려운 시기에 고향인 서산으로 내려와 산행으로 건강을 뒤찾으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신다.

그러면서 산 이야기를 더 하고 싶다며 예산이 아닌 서산까지 함께 가자는 이야기를 하시기에 잠시 머뭇거리다 그렇게 약속을 한다.

이것 저것 많은 이야기 나누고 서산에 도착하니 오후 3시, 예산에서 탔으면 벌써 버스를 타고 30분 이상 서울로 향했을 시간이지만 이곳에서 3시 20분발 버스를 타니 5시 20분이 채 안되어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에 안착한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뚫려 도착 기준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렇게 서산에 살고 계신 노신사의 도움으로 오랫동안 잊혀짖 않을 멋진 금북정맥 제5구간을 마치고 무사 귀환했다.

언젠가 만나 뵙게 되면 식사라도 하면서 많은 산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함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