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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산행(완료)/금북정맥(완료)

금북정맥 제4구간 차령고개에서 각흘고개까지 산행후기

by 칠갑산 사랑 2010.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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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충청남도 천안시와 공주시의 금북정맥 마루금 일대

산행날자 : 2010년 07월 24일 (토요일)

산행날씨 : 새벽에 가랑비, 오전에 구름낀 흐린 날씨 후 점심부터 간간이 햇살이 든 습하고 무척

               무더웠던 날씨

산행온도 : 영상 18도에서 영상 30도

산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산행코스 : 차령고개-해맞이표지석 망배단-337봉-봉수산(366봉, 쌍령산 봉수대 설명판)-

               비포장임도-철탑-골프장 조망-철탑-인제원고개-천안논산간 고속도로 터널-375봉-

               430봉-비포장 임도-장고개-비포장 임도-323봉-개치고개-420.9봉-480봉(불난지역)-

               헬기장-440봉-곡두고개(호계터널)-553봉-554봉-630봉-646봉-갈재고개(포장도로)-

               헬기장-480봉-430봉-402봉-395봉(헬기장)-철탑-철탑-310.2봉-각흘고개-산행종료

산행거리 : 약 16.50 Km

산행시간 : 사진 찍으며 쉬엄쉬엄 꾸준한 속도로 걸어 08시간 00여분 (05시 50분부터 13시 50분까지)

 

금북정맥이란

백두대간이 남쪽으로 뻗어 내려오면서 속리산 천황봉(1508봉)에서 한남금북정맥이 분기하여 칠장산(492봉)으로 내려와 이곳에서 다시 금북정맥과 한남정맥이 갈라진다.

금북정맥은 칠장산에서 한남정맥과 헤어진후 남쪽으로 뻗어 내려가면서 칠현산(516봉), 서운산(547봉), 성거산(579봉), 광덕산(699봉)을 거쳐 백월산(565봉)에서 산줄기는 다시 북서진하면서 덕숭산(495봉), 가야산(678봉), 일락산(521봉) 등을 솟구치게 한후 은봉산(283봉)에 이르러 다시 서쪽으로 성왕산(252봉), 백화산(284봉) 등을 거쳐 태안반도로 이어져서 반도의 끝인 안흥진에서 그 맥을 다하고 서해바다로 모습을 감추는 장장 약 280 Km의 산줄기를 말한다.

 

 

몸도 마음도 가뿐하게 또 한구간 멋지게 마무리하며

 

 

개인적으로 1대간 9정맥의 가장 마지막 산행으로 오르려 했던 고향의 산줄기인 금북정맥을 나 홀로 천천히 걸어볼 예정이지만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이라면 그 또한 반가운 마음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일정한 구간 나누기를 하지 않고 올라 시간과 거리에 구애 받음없이 그저 무심으로 걸어 보다 힘들면 그곳에서 내려오는 산행으로 진행 할 예정으로 다만 안흥진에서의 마지막 의식은 올 연말안에 치룰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지리산으로 들려던 계획이 다시 차량편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이곳 금북정맥으로 발길을 돌린다.

여름이 가기전 평일을 이용해 지리산엔 들어 보기로 하니 마음만은 편안하다. 

새벽같이 일어나 산행 준비를 하니 다시 옆지기가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다 차령고개까지 봉사를 자청하니 갑자기 횡재를 만났다.

약간의 가랑비는 뿌리지만 산행지 날씨는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다는 예보를 믿고 새벽 4시 집을 출발해 망향휴게소에서 간단히 라면 하나로 허기를 달랜 후 흉물스럽게 쓰러져 가는 천안과 공주를 이어주는 차령고개에 도착하니 새벽 5시 30여분이 되였다.

 

쓰러져 가는 차령휴게소에는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함인지 새로운 자재들이 들여져 있고 그 중앙 한곳에는 이른 새벽부터 깨끗하게 정리된 사무실에 불 밝히고 누군가가 일을 하고 있다.

의심쩍은 눈길을 보낸 후 무시하고 산행 들머리쪽으로 들어 와 간단히 산행 준비 후 올라야 할 돌계단과 그 옆에 서 있는 공주시 여행지도 및 천안과 공주를 이어주는 차령고개 유래를 담아 본다.

 

돌계단을 타고 나무데크에 오르니 지난주 내려왔던 나즈막한 마루금 위에 하얀 안개가 피어 올라 몸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홀로 외롭게 오르는 산객을 위로해 주는듯 하다.

옆지기는 벌써 애마를 몰아 황량한 차령 휴게소를 빠져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제 홀로 남겨진 산객의 발걸음에 의지해 아산땅에 있는 각흘고개까지 가야하는 시간이다.

 

방금전까지도 비가 내렸는지 모든 나무와 풀잎에는 청초한 물기를 한가득 머금었다 산객이 지나는 흔들림에 모두 솟아내고 있다.

금새 등산화와 바짓가랑이가 축축히 젖어오는 기분이다.

코가 땅에 닿을듯한 가파른 오르막 경사를 타고 한동안 강한 콧바람을 불어내니 ROKA MS라는 삼각점이 보이고 그 옆에 거대 송전탑이 서 있다.

앞으로 진행해야 할 송전탑 방향의 담은 후 좌측으로 크게 꺽어 내려오니 비포장 임도와 만나 그 임도를 따르다 좌측 절개지 위로 오르니 망배단이란 신년해맞이 표지석이 서 있다.

  

이곳 망배단에서 바라보는 등로 우측의 태봉산과 무학산쪽 풍경이 환상으로 ㅠㅕㄹ쳐져 있다.

나즈막한 산줄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봉우리 사이마다 내려 앉은 하얀 운해가 강원도 어느 깊은 산골짜기 못지 않게 아름답게 아침을 열어 주고 있다.

경외로운 모습으로 한동안 그 풍경과 조망을 즐긴 후 망배단을 떠나니 다시 아까 만났던 비포장 임도길과 조우하게 된다.

 

임도길을 잠시 따르니 등로는 다시 우측 능선으로 연결되고 그 능선을 타고 다시 비지땀을 흘리니 넓은 공터같은 허물어진 묘 한기가 나타나며 그 뒤쪽으로 쌍령산 봉수대란 안내판이 서 있다.

조선 전기의 봉수대로 남쪽의 공주 고등봉수에서 연락을 받아 천안의 대학산 봉수로 전달하던 곳이다.

정상 팻말에는 봉수산이라 했는데 옛날에는 쌍령산이라 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산상으로 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많은 알바를 했다는 후기를 읽었기에 세심하게 신경쓰며 올랐지만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봉수산이란 정상이정표를 보지 못하고 잠시 급경사 내리막으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 뒤집어진 정상이정표를 가까스로 원위치 시켜 사진 한장으로 남긴다.

분명 주의하며 올랐건만 정상에서는 아무 생각없이 봉수대 돌담을 넘어 그대로 내려가다가 아무래도 미심쩍어 뒤돌아 올라보니 쌍령산봉수대란 안내판이 서 있던 곳이 봉수산 정상이였던 것이다.

이곳에서 허물어진 묘를 타고 내려와 우측 능선으로 들면 제대로된 정맥 마루금을 걷는 것이다.

 

봉수산에서 내려오자마자 등로 좌측으로 공주개발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이 내려다 보이고 그 우측으로는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도 보이며 저 멀리 태성리 마을도 보인다.

그리고 가야할 마루금도 조금씩 그 자태를 뽐내며 줄지어 서 있다.

그 산줄기 위로는 하늘을 연결해 주는 안개와 구름이 조용히 잠겨 있다.

 

한동안 내리막 등로에서 좌측 골프장 풍경을 조망하며 진행하니 송전탑을 세우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넓은 비포장 임도와 만나고 그 임도를 타고 좌측으로 오르니 그곳에 송전탑 하나가 서 있다.

그 송전탑에서 바라보는 태성리 마을이 좀 더 상쾌하게 보이고 줄지어 산줄기를 타고 넘어가는 송전탑들도 보인다.

이곳 송전탑 정상에서 다시 등로는 잡풀이 우거진 우측 능선쪽으로 열려있다. 

 

송전탑을 지나 능선으로 들어가니 방금전 만났던 골프장이 바로 발아래 내려다 보이고 몇명의 골퍼들이 조금씩 내리는 가랑비속에서도 골프를 즐기고 있다.

다만 한가지 그 우측으로 뚫려있는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의 굉음으로 인해 골퍼들에겐 썩 달가운 곳은 아닌듯 하다.

초록으로 변해있는 골프장과 논밭들이 참으로 아름답게 다가오지만 저 푸르름을 지키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농약이 사용되였을까 걱정도 되는 시간이다.

  

한동안 좌측으로 보이는 공주개발 골프장과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바라보며 완만한 내리막 경사를 내려오니 골프장과의 경계를 이루는 지점에 철조망이 쳐져 있고 등로는 저 넓은 공터를 지나 반대편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곳도 우측으로는 넓은 공터에서 연결되는 비포장 임도가 열려 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이 인제원고개인듯 한데 골프장으로 인해 그 역활은 끝난듯이 보인다.

 

이제 간간히 들려오는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의 굉음소리만이 귓전을 맴돌뿐 특이한 볼거리도 없는 등로를 타고 한동안 진행한다.

습도가 높아 금새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되는 시간, 그래도 제멋대로인듯 하면서도 자연의 순리를 망가트리지 않고 제자리 찾아 서 있는 식물들 사이를 따라 좁게 나 있는 마루금을 타고 이름도 없는 봉우리 정상을 수없이 넘나드는 시간이다.

 

잡목들을 헤치고 다시 조망 하나없는 등로를 타고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송전탑 설치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임도와 만나지만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듯 잡풀들과 칡넝쿨만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그 임도를 타고 잠시 진행하니 다시 등로는 우측 능선으로 연결되고 그 능선으로 숨어 따가운 햇살을 피해 본다.

새벽부터 오락가락하던 가랑비가 완전히 멈추고 이제 제법 따가운 햇살이 구름속에서 숨박꼭질 장난을 치는듯 하다.

  

그 임도를 지나 능선으로 오르니 등로 좌측에는 계속해 그 임도가 따라오고 그 임도 저 멀리 올망졸망한 공주쪽 산그리메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송전탑이 그림같은 풍경에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래도 각 계곡마다 남아 있는 박무가 멋진 시간이다.

이제 해가 들기 시작했으니 저 안개들도 조만간 사라질 것이다.

 

이제 장고개가 얼마 남아있지 않은 곳까지 진행해 뒤돌아 보니 저 멀리 송전탑들이 보이고 지나온 등로도 언뜻 스쳐지나 간다.

그러고 보니 오늘도 송전탑을 마나 시작해 송전탑을 만나면서 끝이날 모양이다.

그 송전탑 사이로 태성리 마을이 다시 보이고 아직도 골짜기에는 박무가 남아 춤을 추고 있다.

 

다시 좌측으로 만났던 임도와 헤어져 능선으로 드니 참으로 아름다운 등로가 열려있다.

키 작은 잡풀이 바닥에 깔려 있고 그 위를 덮은 잡목들이 이 무더운 날 시원하게 눈에 들어오는 까닭은 무엇인지...

아직도 풀잎에 남아있던 물방울이 등산화에 떨어져 말라가던 등산화가 촉촉해지는 시간, 선답자들이 지나갔고 후답자들이 따라올 그길이 멋지고 아름다운 시간이다.

 

그러는 사이 멋진 상황버섯을 다시 만난다.

지난 구간에도 만났었는데 아직 완전하게 자라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이렇게 산행을 하면서 가까이에서 이 아름다운 자태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행운일 것이다.

하지만 버섯에 대한 욕심이 없기에 그리고 이것이 내것이 아니기에 좀 더 세상 맛을 보고 자라기를 바라며 꼭 필요한 사람의 손에 들어가기를 바래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다시 그 아름다운 능선을 지나자  잠시 하늘이 열리고 뒤돌아 보니 그곳에 내가 지나온 정맥길이 연결되어 있다.

높지는 않지만 끊어질듯 끊어지지 않는 길, 그 위에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인 송전탑이 보이고 또 연봉으로 이어진 산줄기가 마음을 달래주는 시간이기에 이렇게 힘들게 오르면서도 그 길에 대한 동경이 사라지지 않는 것일테다.

 

그렇게 지나다 보니 어느새 개치고개 지나 등로 좌측으로 절개지를 이룬 개치쪽 마을이 나타난다.

무슨 절같기도 하고 아니면 산촌마을 같기도 한 그 마을을 내려다 보는 눈가에 미소가 스친다.

참으로 고즈넉한 모습이 아름다움을 넘어 경외로움으로 다가오는 풍경이다.

나이들어 살고픈 상상의 마을이라고나 할련지...

 

개치고개를 넘은지 15분여만에 오랫만에 정상 이정표가 달려있는 420.9봉에 올라 삼각점과 준.희님이 남긴 정상 이정표를 담아 본다.

이제 오늘 산행도 반 가까이 진행하고 있음을 알리는 이정표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 시간이다.

오늘 산행에서는 제대로 된 조망한번 만나기 힘이드니 말이다.

이제 가파른 내리막 등로를 타고 제법 긴 거리를 내려가 본다.

 

 한동안 급경사 내리막 등로를 타고 내려가다 보니 등로 우측의 깊은 골짜기에 암자가 아닌 십자가가 보이고 교회같은 건물도 보인다.

조금은 어색한 풍경이지만 그나름대로 보기에는 괜찮아 보인다.

늘 마음속에는 산속에 있는 건물은 암자나 절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십자가 건물을 볼 수 있음도 생각의 전환이랄까...

 

이제 안부 사거리 가까이 내려오니 저 멀리 뒤쪽으로 오늘 지나온 마루금이 살짝 보이고 그 능선을 타고 좌측으로 천안을 둘러가는 이름모를 산줄기가 장쾌하게 늘어서 있다.

그 능선에서는 아직도 다 보여주지 못한 쇼가 있다면 남아있던 안개가 흩어졌다 만나기를 반복하며 자연의 위대함을 몸소 알려주는 듯 하다.

그저 아름다운 자연속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한동안 내리막 등로를 타고 내려오니 그 끝자락에 안부 사거리가 나타나고 그곳을 지나자 묘지 한기가 서 있는 개활지가 나타난다.

그 뒤로 산불난 지역 지나 480봉이 나즈막하게 보이지만 또 저곳을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흘려야 되는지 알기에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오르자 마음 먹는다.

 

다시 그 묘지를 옆으로 지나 오르며 잡목 사이의 능선으로 들어가기 직전 뒤돌아 보니 오늘 걸어 온 마루금이 저 멀리 송전탑에서 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구비구비 돌고 돌아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마루금을 바라보니 한발 두발 걸어 이곳까지 걸어온 내 자신이 뿌듯해 진다.

경외로운 자연속에 위대한 산객의 발걸음이라고나 할련지...

 

몇해전 산불이 났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완만한 오르막을 넘어 한동안 올라가니 주위에 우뚝 솟아있는 마루금들이 잠시 보이더니 다시 잡목 사이 능선으로 산객을 인도하고 있다.

가끔 만나는 이름모를 산새들도 이 산객을 반기는지 바로 발밑에서 날아가지 않고 신경쓰지 않는 자태로 하던일만 계속하고 있는 시간, 자연과 하나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된 학습을 하고 있는 시간이다.

이제 서서히 허기가 지기 시작하고 426봉의 작은 돌 위에서 준비한 점심으로 맛난 식사 시간을 가져 본다.

 

허기가 사라지고 배가 불러오니 다시 세상이 제대로 보이면서 열려진 등로 위 잡목과 잡풀이 더욱 멋지게 들어온다.

급할 것 없으니 오늘은 마음이 쉬면 발길도 쉬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좋은 등로에서 쉬며 놀며 진행한다 해도 각흘고개까지 도착하면 해가 중천에 떠 있을 시간이니 여유가 철철 넘치는 시간이다.

오늘 이 시간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등로였기에 더욱 그리움으로 가슴에 남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름다운 등로를 타고 한동안 홀로 즐기다 보니 잡풀이 무성한 헬기장에 도착하지만 머리 위에 내리 쬐는 햇살이 따가워 금새 그늘로 숨어 들고 조금 더 진행하니 440봉 정상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다시 온몸에 흐르는 땀방울 식히고 남아 있는 식수를 확인하니 많은 식수를 준비했는데도 각흘고개까지는 간당간당하는 량이기에 물 한방울 마시는 것도 조절이 필요한 시간이다.

 

등로를 잃을 염려도 없고 또 어렵게 길 찾을 필요도 없는 아주 온순한 등로이기에 그저 가끔 산행지도와 나침판을 가지고 방향만 확인하면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가끔 만나는 활엽수 옆에서 자태도 곱게 피어나는 상황버섯을 만나며 계속되는 그늘속 등로를 타고 다시 오르락 내리락 하며 조금씩 귓전에 가깝게 다가오는 차량들의 소음에 다시 한번 산행지도를 살펴보니 이제 조만간 공주와 천안을 이어주는 629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호계터널 위 곡두고개가 지척인듯 하다.

 

활엽수에서 제멋대로 자라난 소나무 지대를 지나니 안부같은 등로가 나타나고 그곳을 지나자 제법 가파라지는 오르막 등로를 타고 진행한다.

490봉 넘어 이제 곧 곡두고개가 나타날 것이다.

터널 밑으로 통과하며 내는 차량의 굉음이 더욱 크게 귓전을 때리는 시간, 이번주 수요일까지 그렇게 힘들게 하던 체력적인 저하도 크게 일어나지 않느다.

역시나 제대로된 산행도 못하고 체력 관리도 소홀히 해 몸무게가 늘어 힘들었던가 본다.

 

그렇게 진행하니 다시 계속 내리막 등로로 이어지고 그 끝자락에 곡두고개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오늘 처음으로 천안에서 왔다는 몇명의 등산객들을 만나 이야기 나눈 후 급경사 등로를 타고 오늘 산행 중 가장 힘든 난코스로 접어 든다.

약 400고도에서 오늘 최고봉인 646봉까지는 두시간 가까이 계속 오르막 등로를 타고 올라야 하는 시간인 것이다.

 

그래도 온몸에서 비 맞고 흘리는 빗방울처럼 땀방울이 흘러 내리지만 등로 주위를 밝히는 아름다운 수목들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 사진 몇장에 담아 본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며 심호흡 한번 하기를 몇번 끝끝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봉우리가 저 앞 눈앞으로 다가온다.

약 30여분 스스로의 체력을 시험하며 오른 553봉에서 남아 있는 물한모금으로 갈증을 달래 본다.

 

어렵게 도착한 553봉 정상이지만 아무 표식도 없으니 잠깐 찰나의 시간동안 실망한다.

하지만 그 실망감도 잠시 내가 서 있고 올라온 정상이 553봉임을 아는 순간 마음이 놓인다.

가장 힘든 구간을 가장 어렵게 올랐다는 안도감이 평온함을 주는 시간인듯 하다.

 

마운틴월드에서 산불조심 플랭카드를 내걸었지만 아쉬운 점은 현위치라도 알려주는 센스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눈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등로 위 잡풀들로 인해 잠시 쉬어 간다.

이제부터 다시 계속되는 오르막 등로가 앞을 가로 막는다.

한 봉우리를 오르면 다시 그보다 높은 봉우리가 눈앞을 가로막는 시간, 그래도 오늘은 체력적으로 부담되지 않으니 그 등로마저도 스스로 즐기고 있는 시간이다.

 

오늘 산행 중 만난 거의 유일한 멋진 바위이다.

잡목 사이로 숨어 자세한 모양은 보이지 않았지만 바위 하나가 묘하게 다른 바위 위에 올라 매바위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바위산에서는 별 특이한 풍경이 아니지만 이곳에서는 아주 특별한 바위로 기억된다.

힘들게 오르면서 만난 바위이기에 잠시 쉬어 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다 만나는 야생화 하나는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몇번인가 만나 사진으로 담았지만 이번에 만난 야생화는 아주 특별하다.

산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만났고 또 가는 곳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기에 무심코 지나치던 꽃이였는데 오늘은 참으로 아름답고 예쁜 모습으로 다가온다.

 

다시 계속되는 오르막 등로를 타고 진행하다 보니 제법 고통이 따르지만 지난주만큼 어려움은 없다.

참나무 군락지 밑에 푸르게 자란 키작은 잡풀들이 다시 산객의 눈과 마음을 담는다.

이제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오늘 최고봉인 646봉에 도착할 것이다.

자 이제 조금만 더 힘을 내고 올라 보자구나...

 

어렵게 오늘 최고봉인 646봉에 오르지만 특이한 내용도 없고 조망도 없어 잠시 실망이다.

그곳에는 수많은 띠지들이 달려있고 머리부분이 사라진 밀집모자 하나만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그 옆에는 마운틴월드에서 걸어 놓은 산불조심 플래카드가 다시 나부끼고 있을 뿐이기에 다시 가파른 경사면을 타고 내려오니 그 등로가 차라리 죽음이다.

어렵게 조심하며 가파른 내리막 경사면을 내려오니 등로는 다시 온순해지고 이제부터는 잣나무와 소나무 군락지가 반긴다.

 

그렇게 소나무 군락지를 타고 이제부터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내려오니 금새 1차선 포장도로가 있는 갈재고개이다.

공주 유구와 천안 광덕을 이어주는 고갯마루로서 가끔 지나다니는 차량만이 이곳이 고갯마루임을 알려주고 있다.

내려오니 내려오는 등로 우측으로는 비포장 임도가 개설되어 있고 그곳에는 차량 차단용 차단기가 내려져 있다.

정맥 마루금은 포장도로 건너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갈재고개에서 좌측 공주쪽으로 조금 내려가니 그곳에서 올려다 보는 방금전 내려온 마루금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오늘 최고봉은 646봉과 연결된 마루금이 멋지지는 않지만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운 자태로 서 있다.

이제 각흘고개까지는 얼마 남아있지 않은 거리이다.

남아 있는 물한모금 마시고 다시 뜨거운 머리를 감싸고 능선으로 들어 그늘속으로 정맥 산행을 이어간다.

 

능선으로 들자마자 제법 넓은 등로가 이어지고 등로 양 옆에는 소나무와 잣나무들이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다.

그 등로를 타고 잠시 들어가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이마에 흐르던 땀방울을 씻어 준다.

다시 주위 소나무를 감상하며 진행하니 더 넓은 임도와 만나는 삼거리가 나타나고 그 임도를 우측으로 따라 오르니 그곳 역시 멋진 소나무가 등로를 열어주고 있다.

 

마차길 같은 넓은 임도를 타고 한동안 진행하니 아마도 이 임도도 송전탑을 세우면서 만들어진 임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빗물에 젖은 소나무가 촉촉하고 푸르른 산하가 이제 발걸음도 가볍게 종착역에 가까워져 오고 있음을 감지한다.

조금 더 완만한 임도를 타고 오르니 다시 그 임도는 삼거리로 갈리고 정맥 등로는 좌측으로 꺽어 진행된다.

 

넓은 임도를 타고 진행하니 등로 좌측에 제법 많은 묘지들이 조성되어 있고 살펴보니 가족묘지인듯 하다.

조금씩 구름속에서 벗어나는 태양 열을 피해 그 묘지 위를 재빨리 통과해 다시 능선으로 들어가니 오늘 하루 종일 만났던 소나무와 활엽수가 적당히 섞여 있고 등로에는 푸른 잡풀들이 반긴다.

 

다시 조망도 없는 등로를 타고 한동안 진행하니 광덕산을 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천안의 진산으로 남아 있는 광덕산, 몇년전 올랐다 멋진 주위 조망에 넋을 잃었던 그곳이기에 멀리에서나마 그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볼 수 있는 광덕산을 잡목과 박무로 인해 사진에 담지 못한 아쉬움이 큰 시간이다.

그래도 이렇게 표지목으로나마 그 그립던 광덕산을 만나니 조금은 다행이란 생각이다.

 

그곳을 지나 한동안 진행하니  이정 표지목은 이정표로 바뀌고 다시 늘어난 거리를 의아하게 생각하며 연결된 임도를 타고 진행한다.

이곳 역시 송전탑을 세우기 위해 임시로 만들어진 임도처럼 보였으며 임도 좌측 옆으로 송전탑이 서 있기도 하다.

광덕산까지 5.2 Km 남았다는 이정표로서 나중에 시간이 되면 이곳에서 광덕산으로 종주 산행 한번 해보고 싶은 그런 등로로 기억된다.

 

그곳 임도를 타고 오르니 다시 좌측으로 묘지가 나타나고 그곳 정상에서 뒤돌아 보니 지나온 등로가 그대로 그곳에 남아 있다.

숲속을 거닐며 지나올 땐 몰랐던 그 등로가 이렇게 지나고 보면 아름다움 그 자체로 남아 있는 곳이 바로 정맥길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시간이다.

언제 다시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모를 그런 마루금이기에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도록 가슴속 깊이 남겨 본다.

 

등로 옆에 서 있는 바위와 활엽수 그리고 그 위를 덮고 있는 담쟁이 넝쿨의 푸르름이 눈길을 잡는 시간이다.

이제 각흘고개가 가까워지니 마음도 푸근하게 놓이고 발길도 새털처럼 가벼워진다.

지난 3주간 너무나 힘들게 올랐던 산행이였기에 오늘 새벽 차령고개에서 시작할 때 걱정도 앞섰지만 이제 마지막 종착지를 앞두고 이렇게 마음이 가벼운 것도 오랫만의 느낌이다.

 

하지만 어디 대간과 정맥 산행이 만만한 산행이 있었던가...

마지막이라고 마음을 놓는 순간 오르막 된비알이 나타나고 해이해진 마음속에 결코 쉽게 허락하지 않는 등로가 연결되어 있다.

굵은 땀방울을 뚝뚝 흘리며 한동안 거친 숨소리를 토해내니 395봉 헬기장이 나타나지만 뙤양볕에 서 있을 수 없어 금새 숲속으로 드니 그곳에 각흘고개까지 1 Km 남았다는 이정목이 서 있다.

조금씩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배낭 내려 놓고 잠시 쉬어 간다.

 

이제 마지막 만나는 송전탑 2개중 첫번째 송전탑을 만나며 임도를 따라가니 그곳에 이정표가 서 있는데 지나온 마루금쪽으로 금북정맥 2.1 Km란 표시가 있어 의아한 생각이다.

어느 지점의 어느것을 말하는지 ???

지자체에서 만들어 놓은 이정표라 생각되니 더욱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저 이정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이정표를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려주는 듯 하다.

 

그곳 이정표를 지나 계속 진행하니 다시 묘지가 나타나고 그 묘지를 지나면 다시 능선으로 연결된다.

등로 주위에는 제법 굵은 소나무 들이 서 있어 그동안 함께했던 활엽수와는 잠시 헤어지게 된다.

각흘고개를 지나는 차량들의 굉음들도 들리기 시작하며 산객의 마음은 더욱 여유있는 모드로 바뀌고 있다.

 

이제 마지막 등로를 따라 내려가니 마지막 송전탑을 지나 소나무 군락지를 지난다.

넓은 임도처럼 보이지만 잡풀들로 인해 그 한가운데로만 등로가 열려 있다.

각흘고개까지 0.7 Km 남았다는 이정목을 지나 계속되는 편안한 등로를 타고 내려 간다.

 

이제 각흘고개까지 0.4 Km 남았다는 이정목을 지나자 다시 등로 좌측으로 많은 묘지들이 보인다.

그곳에서 각흘고개 4차선을 넘나드는 많은 차량들의 굉음이 들리고 그 넘어 다음 구간 올라야 할 마루금과 송전탑이 보인다.

이제 정말 마지막 등로를 걷고 있는 시간이다.

시간을 보니 하루중 가장 더운 시간의 한중간에 있다.

 

마지막 선물이라도 주듯 이제 잣나무 숲과 푹신한 잣나무 낙엽 등로를 만들어 주고 있다.

넓은 임도같은 등로를 타고 한동안 잣나무 군락지를 지나니 등로는 우측 능선으로 접어들고 그 능선을 잠시 따르니 급경사 내리막 등로를 거쳐 각흘고개에 도착한다.

이제 시간은 오후 1시 50분을 가리킨다.

 

각흘고개, 공주와 아산을 이어주는 4차선 포장도로로서 생각보다 많은 차량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망경산과 배방산 그리고 광덕산과 설화사ㅓㄴ까지의 거리표시가 되어 있는 이정표가 제일 먼저 반긴다.

모두 많이 들어 봤던 산들이지만 자주 올랐던 산들은 아니다.

 

힘들게 올라오는 트럭과 가볍게 속도를 내며 달리는 승용차들의 통행을 피해 다음 산행 들머리를 담은 후 각흘고개 빗돌도 담은 후 아산쪽에 있는 주유소로 내려가 화장실을 들리지만 물이 나오지 않는다.

할 수 없이 그곳 종업원에게 아산가는 버스를 물어보니 퉁명스럽게 모른다는 답변 뿐이다.

선답자들의 산행후기에서 매30분경 벅스가 통과한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더위에 가만히 서 있어도 온몸에 땀이 주르륵 흘러 내린다.

 

그 사이 빈 택시가 지나 손을 흔드니 가족들을 태우고 어딘가 다녀오는가 보다.

다음 택시를 기다리지만 그냥 타라는 손짓에 좁게 올라 타 어린아이가 자꾸 기대오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온양온천역까지 이동하지만 메타에 나와있는 그대로를 받기에 한마디 하니 조금 D/C를 해주면서 생색을 낸다.

당연한 권리 행사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분 장에서는 대단한 호의를 베푼것처럼 느껴졌나 보다.

잠시 샤워라도 하고 싶었는데 택시 안에서 흐르던 땀도 식고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에 온양온천역 화장실에서 세수만하고 옷을 갈아 입은 후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서울로 돌아오니 생각보다 오랜 시간 걸린다.

 

그래도 무사히 또 한구간 잘 마무리하고 고생했던 몸과 체력적인 시험도 무사히 마친 후 편안한 마음으로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는 것으로 산행 후기를 대신한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