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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경상도 산

지리산 천왕봉과 한신계곡 산행후기

by 칠갑산 사랑 2010.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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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경상남도 함양군과 산청군 지리산 천왕봉과 한신계곡 일대

산행일자 : 2010년 07월 29일 (목요일)

산행날씨 : 하루종일 짙은 안개와 이슬비가 내린 흐렸던 날씨

행온도 : 영상 17도에서 영상 28도

산행인원 : 칠갑산 나 홀로

산행코스 : 백무동 버스종점 주차장-백무동야영장-하동바위-참샘-소지봉-제석단-장터목대피소-

               제석봉(1806봉)-통천문-지리산 천왕봉(1915.4봉)-통천문-제석봉-장터목대피소-

               연하봉(1730봉)-삼신봉-촛대봉(1703.7봉)-영신봉(1651.9봉)-세석대피소-한신계곡-

               한신폭포-오층폭포-가내소폭포-첫나드리폭포-백무동계곡-백무동야영장-

               백무동 버스종점 주차장-산행종료

산행거리 : 총 약 20.50 Km

산행시간 : 약 10시간 40분 (04시 00분부터 14시 40분 까지 식사시간 및 휴식시간 포함해 사진 찍으며)

교통편 : 애마 이용 (출장 중 들려 산행 후 귀가)

 

 

지리산의 품에 안겨 속살을 매만지던 시간들

 

 

갑자기 여수로 출장을 가게 되였다.

생각보다 큰 프로젝트이지만 지지부진, 오늘은 내려가 결론을 내야하는 시간이고 거리도 멀기에 하룻밤 묵고 올라올 예정으로 출장 준비를 하다 보니 지리산의 품이 그리워진다.

일이 잘 풀리면 하루쯤 지리산의 따뜻한 품에 안겨 종주 산행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그 속살에 기대어 그리움을 털어내고픈 마음이다.

어쩌면 고의적으로 하룻밤 더 묵으며 지리산에 들 계획으로 이번 출장을 준비하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늘 많은 등산객들로 붐비던 지리산 천왕봉 정상석이 오늘은 모두 내 차지가 되였다.

이렇게 여유있게 정상에 머물며 등산객이 없어 이 사진 한장 얻으려고 꽤 시간을 보내본다.

몇번인가 올랐던 이곳 지리산 천왕봉에서의 조망이 아른거리며 추억을 되살리지만 오늘은 짙은 안개와 가랑비로 인해 등로 주위의 이름없는 야생화와 들풀 그리고 풍파에 시달리며 다듬어진 바위들을 친구삼아 진행하라 한다.

 

수요일 새벽 6시 넘어 집에서 출발해 11시가 넘어서 도착한 여수 중흥부두 앞, 이제 이곳도 세번째 방문이다.

이곳 여천산단에는 일이 없을 것처럼 여겼는데 생각지도 못한 프로젝트가 걸리며 앞으로도 더 자주 찾아야 할 장소가 되였다.

약속시간까지 약간의 시간이 남아 홀로 점심식사 후 바닷가에서 주위 풍경을 담아 본다.

많은 사람들과 딱딱한 일에 대해 무거운 이야기를 나눠야 되니 그에 앞서 이렇게 여유를 가져보는 시간이 참으로 좋다.

 

이제 미팅 시간이 가까워져 온다.

지난 봄 진달래 꽃이 보고 싶어 한걸음에 달려 내려왔던 영취산이 짙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 아래 드넓게 펼쳐진 공장지대의 빈 공간이 차츰 사라지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장을 보여주는 굴뚝의 연기들만이 그래도 이곳은 아직까지 사람들이 살아가기 바쁘다는 것을 알려주는듯 하다.

 

약 세시간 가까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협의를 끝낸 후 가벼운 마음과 발걸음으로 중흥부두를 빠져나와 함양땅으로 향한다.

기백, 금원, 거망과 황석산을 겁도 없이 하룻만에 종주하며 들렸던 곳 그리고 괘관산이 있고 상림숲이 반겨주는 함양이지만 오늘은 걷고 싶은 길 100선에 들어 있는 꼬부랑 길인 오도재와 백무동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천은사에서 성삼재 지나 백무동으로 이어지는 차도 역시 달리고 싶은 거리중 한곳이지만 직접 이렇게 달리는 것은 오늘이 처음인듯 하다.

천은사를 빠져 나오니 그저 통행만 하는데도 사유지라며 통행료를 징수해 약간의 마음 불편함을 느끼지만 금새 잊는다.

 

천은사에서 상했던 마음은 꼬부랑 고갯길로 나 있는 가보고 싶은 거리 100선에 뽑힌 861번 지방도로를 타고 지나며 그 아름다움 풍경에 금새 잊혀져 간다.

한동안 정신 집중하며 애마를 달리니 저 멀리 시암재 휴게소가 보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휴식 취하며 북쪽으로 높게 보이는 백두대간 마루금인 고리봉과 만복대를 담아 본다.

만복대 정상부엔 아직도 하얀 구름인지 아니면 안개가 걸려 있어 인상적이다.

 

다시 그 꼬부랑 도로를 타고 정상부로 오르니 자주 들렸던 성삼재 주차장이 나타나지만 휴가철이라 그런지 아니면 어제 장대비로 인해 통제되였다 풀려서 그런지 차량들로 가득하고 사람들로 북적인다.

잠시 쉬어가려던 마음 바꿔 그냥 통과하며 한적한 도로만 담아 본다.

심원마을과 쟁반소 지나 달궁계곡을 타고 진행하면 뱀사골 입구가 나오고 계속 드라이브를 즐기니 만수천 지나 실상사 이정표가 눈에 들어 온다.

 

마천을 지나 잠시 백무동 가는 길을 눈에 담은 후 칠선계곡 입구를 지나 함양으로 가는 도중  사각정이 있고 지리산 주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 휴게소에 들려 보지만 안개속에 묻혀 보여주질 않는다.

아쉬운 발걸음이지만 내일 오를때엔 시원한 풍경이 펼쳐져 있기만을 소원할 뿐이다.

 

다시 꼬부랑 도로를 타고 속도가 나지 않는 고갯마루로 오르니 지리산 제1관문이란 문이 반겨준다.

이곳이 실질적인 오도재 정상인 듯 많은 이정표와 근교 산행 안내도 그리고 공원처럼 꾸며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지리산제1관문에 올라 남쪽을 바라보니 아직도 지리산엔 안개가 자욱히 남아 그 본 모습을 감추고 있다.

아쉽지만 좋은날 다시 오라는 뜻으로 받아 들이고 다시 브레이크 파열이 걱정될 정도로 급경사 내리막 차도를 타고 함양으로 달려간다.

 

드디어 오도재 꼬부랑 도로를 만난다.

이곳 역시 가보고 걷고 싶은 길 100선에 뽑힐만큼 멋진 도로가 뚫려있고 오가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며 힘겨워 하는 고갯마루이다.

여러번 함양에 왔으면서도 들리지 못했던 곳이기에 한참을 머물며 많은 사진을 남겨 본다.

하지만 새벽에 들려 가로등이 켜진 도로를 만나고 싶었지만 그 모습을 담지 못한 서운함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함양에 들려 여관에서 하룻밤 묵고 새벽 2시에 일어나 전날 약속했던 야식집에 들리지만 지난 저녁 먹었던 삼겹살과 이슬이 한잔이 아직도 포만감을 느끼기에 간단히 점심 도시락 하나만 준비하여 그곳을 빠져 나온다.

다시 오도재 고개로 오르지만 가로등이 모두꺼져 있어 멋진 도로를 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 백무동 버스 주차장에 도착하니 서울에서 막 도착한 버스에서 생각보다 많은 등산객들이 내리지만 내리는 가랑비로 인해 산행 시간만 자꾸 늦춰진다.

하는 수 없이 우의 입고 완벽한 우중 산행 준비 후 버스 장류장을 출발해 새벽 4시 정각에 멀고도 힘든 장도를 출발한다.

 

잠시 포장도로를 타고 오르니 불꺼진 상가들이 보이고 그 시멘트 도로를 타고 계속 오르니 좌측으로 가내소자연관찰로 안내판이 서 있고 우측으로 탐방안내소가 보인다.

버스를 타고 온 몇몇 산우님들도 비가 그칠 기미가 없자 하나 둘 산행에 나서고 그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진행하니 장터목과 세석 갈림 이정표가 나타난다.

이 산객은 어짜피 장터목으로 올랐다 천왕봉 거쳐 영신봉에 올라 낙남정맥 들머리를 확인하고 한신계곡으로 내려올 예정이니 장터목으로 향하는데 몇몇 등산객들은 멈칫하며 주저하는 눈치이다.

 

계속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가랑비가 안개속에 홀로 걸어가는 산객의 몸을 적시고 바람 한점 없는 답답한 등로를 타고 하염없이 걸어 올라 본다.

그래도 생각보다 많은 등산객들이 중간 중간 쉬기도 하고 만나 인사도 건네며 오르다 보니 견딜만 한 새벽이다.

온 몸을 감싸는 무거운 안개속 침묵을 타고 오르니 하동바위 이정표를 만나지만 어둠으로 인해 하동바위는 희미한 실루엣으로 만족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는 시간이다.

 

이제 가끔 귓전에 들리는 청아한 계곡 물소리를 담으며 그래도 조금은 높은 고도로 올랐다는 것을 실감시켜 주기라도 하듯 간간히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산행하는 맛을 느껴본다.

계곡을 버리고 다시 조금은 가파라지는 오르막 넓은 임도같은 등로를 타고 오르니 시원하게 물줄기를 내뿜는 참샘에 도착해 빈 물통 2개를 꺼내 시원한 물을 가득 담는다.

산행 전 이곳 참샘의 물맛이 좋다하기에 빈 물통만 들고 올라 조금은 편안한 산행이 된듯도 하다.

 

참샘을 지나 다시 능선으로 드니 아직은 날이 밝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듯 어둠이 지배하는 시간이다.

어제 내린 폭우와 아직도 내리는 가랑비로 인해 능선속은 습하고 더우며 바깥세상보다 늦게 밝음이 찾아드는 곳이다.

그래도 시간은 여지없이 다가오고 능선속을 걸어가는 순간에도 등로 좌측으로 붉게 변해가는 하늘빛이 산객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다.

진행하는 도중 잠시 찰나의 순간 잡목 사이로 보이는 환상의 운해를 감상하며 오늘 하루의 멋진 조망을 기대하는 시간이다.

 

 다시 잡목 사이의 호젓한 등로를 타고 한동안 무아의 세상을 만들어 본다.

이렇게 산에 들어 홀로 등로를 걷다 보면 이 세상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며 욕심마저도 멀어지는 기분을 느끼기에 마음의 편안을 찾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제법 옷깃을 적시는 산죽 밭을 따라 조금은 완만해진 등로를 타고 가끔은 나무 계단을 오르니 소지봉 정상이다.

 

다시 산죽과 커다란 잡목 그리고 관엽수가 등로를 채우는 능선을 따라 유유자적 걸어 본다.

다시 가끔 만나는 계단은 덤으로 오르면서 다 오른 다음엔 잠시 큰 숨도 내쉬어 본다. 

그렇게 진행하니 앞에 거대한 바위가 나타나고 그 좌측 옆으로는 멋진 소나무들이 서 있으며 그 소나무 가지 아래로 조금씩 벗어지는 조망도 드러나는 곳에 도착해 이정표를 보니 백무동에서 4.3 Km 올랐으며 장터목까지는 1.5 Km 남았다는 표시이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 바위 정상으로 오르니 오늘 산행 중 처음이자 마지막 만나는 환상의 운해쇼가 펼쳐져 있다.

 

등로 좌측 동쪽으로는 방금 전 올라온 햇살이 이리저리 춤을 추는 안개속에 흐릿하고 북쪽으로 눈을 돌리니 거대 공룡이 하늘을 뒤덮은 모습으로 방금 전 오른 북쪽 계곡 뒤로 거대한 산군들이 보이고 그 정상부를 하얀 안개가 자리하고 있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자연의 현상에 숨이 머질듯한 설레임으로 서 있다.

몇명의 등산객들이 합류하여 그 거대한 자연의 묘기를 감상하기 여념이 없다.

 

마냥 그곳에 머무를 수 없어 다시 내려와 등로를 타고 장터목으로 향하는 길, 잠시 오르막 등로와 나무 계단을 타고 오른 후 긴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다람쥐 한마리가 주위를 맴돌며 떠나지도 않고 또 이 산객을 두려워 하지도 않는다.

잠시 먹고 있던 바나나 조각이 그리워 주위를 돌아 다니는듯 하여 아주 작은 조각을 주니 바위위에 앉아 앙증맞은 모습으로 먹고 있다.

이것 조차도 자연에 대한 사랑이 아님을 알기에 금새 바나나 껍질을 정리하여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배낭속에 넣은 후 마지막 장터목으로 향한다.

 

고도를 높힐수록 거욱 자욱하게 짙어지는 안개로 인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로속이다.

그러다 문득 등로는 고도를 낮추면서 어제 내린 장맛비로 인해 임시로 만들어진 계곡물을 건너고 또 평이한 등로를 따르는가 싶더니 금새 저 멀리 발동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장터목대피소 건물이 눈 앞에 나타난다.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늘 하룻밤 숙박하던 곳이기에 낮설지 않은 그곳 외부 식탁에 앉아 조금은 가늘어진 안개비속에 준비한 아침 도시락을 먹어 본다.

 

하지만 약간 추위를 느끼고 또 아침 식사 후 빵 한조각을 더 먹었더니 그것이 속에 거부감을 줬나 보다.

하루 종일 소화불량에 걸려 잘 먹지도 못하고 어려운 산행이 되어 간다.

약 20여분간 쉰 후 다시 가파른 돌 계단을 타고 많은 물이 흘러 내리는 가파른 등로를 오르니 세상이 열리면서 제석봉 오르는 등로에 많은 고사목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안개가 없으면 정말 환상의 등로였을 것을 아쉽지만 오늘은 지리산의 속살과 이야기 하라는 뜻으로 받아 들이니 아쉬움도 사라진다.

 

등로 양쪽으로 철봉과 출입금지 로프가 설치되어 있고 그 가운데를 통해 주위 제석봉에 널려 있는 고사목을 바라보며 도적들로 인해 이렇게 황량한 벌목지대로 변한 제석봉의 아픈 과거를 떠올려 본다.

여러번 진행하면서도 주위 아름다운 풍경과 조망에 눈과 마음을 빼앗겨 잘 기억하지도 못했던 제석봉의 아픈 역사를 떠 올리곤 금새 왜 산에 오르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 본다.

우측으로 나무 전망데크가 있지만 보이는 것이 없기에 오늘은 그냥 패스이다.

 

이제부터 완만한 등로를 타고 멋진 구상나무인지 아니면 잣나무인지를 구경하며 등로 주위에 피어 있는 온갓 야생화를 친구 삼아 오른다.

가끔 나타나는 멋진 나무와 바위들을 디카에 담아 보지만 선명하지 못해 그저 기록용으로만 담을 뿐이지만 오늘같은 날이 아니면 도저히 담을 수 없는 풍경이기에 그런 마음으로 편안하게 오르니 금새 통천문에 도착한다.

 

하늘을 오르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문이기에 통천문이란 그 의미가 색다르다.

거대 바위 사이로 좁은 길이 뚫려 있고 그 뚫려있는 사이에 등산객들이 올라 다니기 편하도록 철계단을 놓았다.

이제 몇번째 오르는지도 기억조차 없으며 셀 수 없는 숫자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이곳에 올라 바라보는 조망이 참으로 예뻤었는데 오늘은 그저 통천문의 쇠사다리나 구경하라 한다.

 

통천문 지나 다시 가파라지는 등로 위 암봉들을 타고 오르다 쇠계단을 타고 넘으니 저 멀리 흐릿하게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고 그 아래 헬기장도 보인다.

두번씩이나 백두대간 산행을 하면서 산신제를 지냈던 곳이기에 그 의미가 색다르게 다가온다.

이제 바위 두개가 호위하듯 서 있는 고갯마루 넘어 천왕봉 이정표를 뒤돌아 보며 사진 한장으로 대신해 본다.

 

이제 돌로 된 넓은 헬기장을 지나 바위를 타고 오르니 천왕봉 정상 이정석이 반갑게 맞이 해 준다.

겨울에 올랐을 땐 서쪽 저 멀리 지리산 주능선 끝자락을 타고 반야봉과 만복대까지 보였으며 동쪽으로 구곡능선과 황금능선이 빨래판을 넘어 아름답게 넘어가는 책갈피를 연상시켰는데 오늘은 그저 이곳 정상석에서 쉬어나 가라 한다.

 

경기도 오산에서 왔다는 젊은 산객에게 부탁해 증명 사진 한장 남기고 이제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내려와 다시 통천문으로 향하면서 등로를 덮고 있는 안개속에 고사목과 멋진 암봉을 담아 본다.

특별할 건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지리의 품에 안겨있는 시간은 늘 행복한 시간인 것을...

오랫동안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시간으로 남을 것이다.

 

다시 장터목으로 돌아오니 왕복 1시간 30여분이 걸린 셈이다.

장터목대피소 들어가는 입구쪽에 설치된 빨간 우체통을 바라보며 배달 예정일을 읽어 보곤 홀로 미소를 지어 본다.

그 옛날 백두대간 마루금이 갈라 놓은 고을의 사람들이 물물교환을 위해 장이 섰다는 높은 장터목에 누구 누구를 위한 우편 배달을 해 주는지 궁금도 하고 우편을 부치면 정말 배달이 가능한지 의구심도 드는 시간이다.

 

이제 장터목 넓은 공터를 지나 능선으로 진입하니 전에 보지 못한 대문이 설치되어 있어 이색적이다.

무슨 목적으로 왜 이곳에 이런 출입문을 만들었는지도 의문이고...

그렇게 다시 능선으로 접어 드니 가늘게 내리던 빗줄기는 그 강도를 더해 조금은 거세게 퍼붓고 있다.

잠시 나뭇가지 아래 몸을 숨겼다 다시 아름다운 능선을 거닐어 진행하니 금새 연하봉에 도착하고 그 주위에 널려 있는 바위들을 담은 후 출발이다.

 

안개가 자욱한 등로, 많은 돌들로 가지런히 만들어진 등로가 아름답다.

이런 등로는 거문도에 가서 녹산 등대를 보러 가는 길과 본 후 나오면서 만났던 등로가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다.

파란 풀 위에 박혀 있는 안전봉과 로프 그리고 그 옆에서 바다에 부서지는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의 모습,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겨질 것이다.

오늘 이곳에서 왜 문득 거문도의 등로가 생각난 것인지...

 

삼신봉쯤 되는 곳의 바위봉에서 잠시 쉬어 간다.

아침 먹은 것이 잘못돼 허기는 지지만 먹을 수 없으니 안타깝다.

그저 과일로 바나나 한쪽과 물이 전부이다.

하지만 준비한 물도 가랑비와 함께 전혀 줄어들지 않고 그 무게감만 더해 온다.

 

다시 삼신봉을 내려 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등로를 타고 야생화와 친구만 되어 간다.

하늘에서 솟아지는 빗줄기는 가늘어 졌지만 여전히 산객의 등산복을 적시고 있다.

그렇게 호젓한 등로를 걷다가 갑자기 조금은 가파른 오르막을 치고 오르니 그곳에 촛대봉이 자리하고 있다.

 

저 바위 위의 꼭 촛대처럼 생긴 바위 때문에 촛대봉일 것이리라.

처음 이곳 촛대봉에 오르던 날, 몹시도 추웠던 겨울에 눈보라가 몰아쳐 눈을 제대로 뜰 수도 없었던 시간에 어렵게 촛대봉에 올라 왜 촛대봉이냐며 따저 물었던 추억이 있는 곳이다.

날씨가 좋으면 바위 위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이 일품이였을 것을...

 

다시 내리막 등로를 타고 세석평전으로 내려가 본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 잠들어 있는 곳, 특히나 습지 옆에 새로 만든 나무 전망데크에서 내려다 보는 세석대피소의 모습이 너무나 고즈넉하니 조용한 모습으로 산객을 감동시켰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출장으로 유럽, 특히 독일을 자주 갔는데 그곳에서 만났던 풍경을 연상시키는 아주 특별한 곳이지만 오늘은 등로 옆 야생화에 집중하란다.

 

이제 세석대피소를 좌측에 두고 조만간 가을부터 이어 올라야 할 낙남정맥 시발점인 영신봉으로 향한다.

잠시 세석갈림길 지나 세석대피소를 좌측에 두고 진행하면 넓은 헬기장이 나타난다.

이곳에서의 추억 역시 특별한 인연이 있기에 잠시 둘러보고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 등로를 타고 오르니 금새 영신봉 이정표이다.

이제 이곳도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각오로 다시 올라와야 하는 곳이 되였다.

 

조만간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기를 간절한 소망으로 남겨두고 영신봉에서 잠시 쉬었다 내려와 우측 세석대피소를 들려 본다.

지난 밤 폭우로 인해 많은 등산객들이 들지 못했기에 각 대피소마다 잠자리는 충분한 듯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어린 학생들 방학을 맞아 아이들 손잡고 종주하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이 산객도 고1이 된 아들 손잡고 언제나 지리산 종주를 해 볼 수 있을련지...

 

이제 세석대피소를 나와 다시 백두대간 종주길과 만나는 세석삼거리에 섰다.

직진해 북으로 가면 이제 한신계곡과 만나 오늘 산행도 마무리가 될 것이리라.

비에 젖어가는 등산복과 등산화를 바라보면서도 이제 지리산과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어딘지 모르게 아쉽고 서운한 마음에 쉽게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는다.

 

한동안 길게 늘어져 있는 나무 계단을 타고 오른다.

정상부근에 조금은 넓은 공터가 보이다가 금새 내리막 등로로 이어지고 다시 가파른 바위 너덜길이 기다리고 있다.

내려가는 산객이 이 한몸인데 백무동에서 세석으로 오르는 등산객들은 쉼없이 계속 밀려 오르고 있다.

인사하며 이야기 하다보니 오르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한동안 거대 바위 너덜길을 아주 조심하며 내려가다 보니 하산길이 보통이 아니다.

가랑비 속에 이 험한 등로를 오르기란 더욱 어려워 보이지만 젊은 친구들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잘도 오르고 있다.

이 산객은 저 젋은 나이에 그저 술마시고 돌아다니기 바빴는데 이렇게 산을 알고 오를 수 있음에 경외감이 드는 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난다.

그렇게 한동안 내려가니 한신계곡이 시작되는 지점에 작은 폭포가 생겨났고 푸른 이끼와 함께 색다른 풍경이기에 담아 본다.

  

잠시 빗줄기가 멈춘 사이 DSLR  카메라를 꺼내 삼각대는 없지만 아쉬운 대로 멋진 사진을 담아 본다.

역시 똑딱이 카메라와는 차원이 다른 아름다운 폭포와 물줄기를 담아 본다.

그저 물에 들어가지 않아도 그 계곡물이 흐르는 곳으로 얼굴만 돌려도 이토록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는 것을...

 

 한신폭포라 생각되는 폭포를 담아본다.

등로 좌측으로 깊고 높게 떨어지는 폭포와 그 아래 넓게 펼쳐진 마당바위 형상의 바위가 인상적이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담은 풍경이 사진으로 봐도 멋지고 환상이다.

 

내려가며 지계곡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줄기 역시 멋지고 아름답다.

작은 물줄기들이 솟아있는 바위틈을 타고 여러 갈래로 흩어졌다 어느순간 다시 만나 하나가 되는 계곡물들...

이렇게 흐르며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넓고 넓은 바다가 될 것이다.

 

이름이 있으면 어떻고 이름이 없으면 또 어떻단 말인가.

그저 이렇게 자연이 있고 맑고 시원한 폭포수가 있으며 그 옆에 내가 있으면 되는 것을...

마치 살아 움직이는 용의 모습이 이런 모습은 아닐까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이제 시간은 흘러 정오를 넘어서는 시간이지만 안개와 구름과 무성한 잡목들로 인해 이곳 한신계곡은 어둠이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냥 조심하며 한신계곡을 이리저리 건너며 보이는 곳마다 디카를 들이대 본다.

그들 사진 중 한두 사진만 건져도 오늘은 대만족일 것이다.

산행이 주종목이지만 언제부턴가 사진 또한 주종목 못지 않게 중요한 일과가 되어 간다.

 

계곡물과 폭포 그리고 바위 너덜길을 조심하며 오르는 산객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저 아래 우측 계곡 쪽으로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있고 전망대 구실을 하고 있다.

무슨 용도일까 하고 다가가 살펴보니 오층폭포를 구경할 수 있도록 국립공원에서 배려를 해 놓은 전망데크이다.

그곳에 들려 아름답고 웅장한 오층폭포를 담아 본다.

 

오층폭포에서 멋진 사진을 담고 내려오니 다시 빗줄기가 강해지고 사용하던 DSLR 사진기는 잘 감싸 배낭속에 도로 집어 넣고 진행하며 똑딱이를 사용한다.

하기사 똑딱이면 어떻고 또 좋은 디카면 어떻던가...

그저 내가 볼 수 있고 가슴으로 담아 놓으면 되는 것을

 

그렇게 보이지 않는 가내소 폭포와 잡목 사이로 희미한 자태만 감사한 첫나들이폭포를 지나 이제 백무동이 가까워진 기분이다.

처음에는 기대가 컸었지만 너무나 많은 폭포와 소를 만나고 또 전날 내린 비로 인해 너무나 풍부한 수량을 보며 두시간 넘게 내려오니 이제 부드러운 등로가 그리워지는 시간이다.

이제 한신계곡 아니 백무동 계곡의 물줄기는 좌측 저 멀리 사라지고 부드러운 등로로 바뀔 것이다.

 

바위 너덜길을 타고 내려오다 만나는 부드러운 산죽과 잡목들 그리고 고운 등로가 참으로 멋지다는 생각이다.

그냥 진행하면서 어딘가에 촛점을 맞추지 않아도 모두 그림이 되고 작품이 되는 시간, 이러한 시간이 개인적으로 참으로 좋은 시간이다.

눈 또한 피곤함도 잊은채 그저 즐기는 시간인 것이다.

 

이제 탐방안내소 앞에 도착한다.

새벽 어둠속이 지났던 곳을 이렇게 밝은 대낮에 지나니 감회가 새롭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새벽에 통과하며 가졌던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고 이렇게 무사 귀환함을 스스로 자축하는 시간이 있어 행복한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의미가 남다른 시간이며 산행이다.

 

버스 정류장, 아니 지리산국립공원 백무동탐방안내센터 건물을 담으니 비로소 하루의 일과가 끝난다.

왠지 모를 그리움으로 속앓이를 했던 몇일간의 시간이 지나고 이렇게 그 그리움을 풀고 올라 갈 수 있음에 감사하는 시간이다.

다음에는 대중교통인 심야 버스를 타고 내려와 오늘과는 반대 코스로 올라 멋진 조망을 다시 한번 구경 할 수 있으리란 희망을 남겨두고 애마를 몰아 함양으로 향하다.

 

함양으로 향하면서 다시 오도재를 지나 사진 몇장 더 남기고 함양 시내에서 샤워를 마친 후 복잡하지 낳은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귀경하니 짧았지만 긴 여운을 남긴 남도 출장과 지리산 산행이 마무리 된다.

그리움이 다시 찾아들기 전 지리의 속살을 만져 보는 시간이 더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시간이기도 하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