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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경상도 산

소백산 철쭉 산행후기

by 칠갑산 사랑 2010.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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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경상북도 영주시와 충청북도 단양군 사이의 국망봉에서 연화봉까지 소백산 마루금 일대

산행일자 : 2010년 06월 02일

산행날씨 : 맑고 화창한 초여름 날씨

행온도 : 영상 11도에서 영상 25도

산행인원 : 총2명, 칠갑산과 옆지기

산행코스 : 초암사매표소-죽계구곡-초암사-석륜암계곡-석륜암터-봉두암-돼지바위-초암사 갈림삼거리-국망봉(1420.8봉)-초암사 갈림삼거리-암봉-벌바위 갈림삼거리-어의곡리 갈림삼거리-소백산 비로봉(1439.5봉, 비로사 갈림삼거리)-주목군락지(주목보호감시초소는 철거중)-천동리 갈림삼거리-1394.4봉-1382봉-제1연화봉(1394.4봉)-철쭉군락지-연화봉 우회삼거리-연화봉(1383봉)-희방사-희방폭포-희방매표소-산행종료

            옆지기는 비로사에서 비로봉 왕복 (비로봉에서 만나 식사 및 사진 촬영)

산행거리 : 총 약 15.00 Km

산행시간 : 약 06시간 50분 (05시 40분부터 12시 30분 까지 식사시간 및 휴식시간 포함해 사진 찍으며 약간은 여유있게)

교통편 : 애마 이용

 

 

만개하지 않은 아쉬운 소백산의 철쭉을 드넓은 초원에 남기며

 

 

지방 선거가 있는 주중 휴일, 갑자기 하루를 번 기분으로 소백산 철쭉을 생각하며 옆지기에게 이야기 하니 웬일로 함께하자고 동의를 한다.

마침 큰 아이가 고3이다 보니 그곳에 얽매여 꼼짝도 못했는데 좀 늦게 등교해도 된다는 말에 오랫만에 함께하는 시간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가끔 함께 산행을 즐겼는데 아이들 때문에 올해에는 아마도 처음은 아닌지 하는 그런 시간이다.  

 

 

일찍 다녀 와 투표 하기 위해 조금 일찍 집을 나서는 시간 새벽 2시, 5시가 다 된 시간 드디어 영주의 초암사 입구에 도착해 죽계구곡을 통해 초암사로 향한다.

대형 버스로 오게되면 초암매표소 주차장에서 내려 꽤 먼 거리를 시멘트 도로를 타고 올라와야 하는데 오늘은 편안한 마음으로 애마를 이용해 오른다.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니 죽계구곡이란 소백산 초암사 앞의 제1곡을 시작으로 삼괴정 근처의 제9곡에 이르기까지 약 2㎞에 걸쳐 흐르는 계곡을 죽계구곡이라 하는데 소백산 국망봉과 비로봉 사이에서 발원하여 영주시 순흥면을 휘감아 돈 뒤 낙동강 상류로 흘러들어 가는 죽계천의 상류 지역을 말한다.
아홉 구비를 돌아 절경을 이루는 죽계구곡은 고려 충숙왕
때의 문신이자 문장가인 안축이 지은 죽계별곡의 배경이 된 곳이고 퇴계 이황도 그 비경에 취해 찬사를 보냈다 한다.
제1곡은 금당반석, 제2곡은 청운대, 제4곡은 용추비폭, 제9곡은 이화동이라 불려 지는데 그중 제4곡은 한가운데에 둥근 바위가 놓여 있는 소로 폭포가 떨어지는 모습이 하늘에서 여의주
를 물고 내려오는 모습과 닮았다 하여 용추비폭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물 맑은 계곡과 소나무와 참나무 고목, 바위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이루는 죽계구곡은 여름철 피서지로 이름나 있다.

 

 

중앙고속도로가 뚫리기 전 이곳에 한번 내려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3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니 좋아진 세상을 몸소 느끼며 죽계계곡중 제 9곡을 지나니 더욱 짙은 어둠이 밀려오고 시멘트 포장도로를 타고 대형버스들이 이용하는 주차장을 지나 초암매표소를 통과한다.

잠시 이곳에서 어디에 애마를 주차시킬지 고민하다 일단 초암사까지 올라가 보기로 한다.

 

 

어둠속에서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주위 사물이 인식될쯤 청아하게 흐르는 죽계구곡의 물소리를 귓전에 담으며 이름모를 새들이 아침을 여는 맑은 소리를 친구삼아 오르니 초암사이다.

소백산 국망봉 남쪽 계곡 아래에 의상대사가 세운 사찰로 의상이 부석사 터전을 보러다닐 때 초막을 짓고 수도하며 임시 기거하던 곳이란다.
부석사를 지은 후 이곳에 다시 절을 세웠는데 우람한 거석 축대와 주춧돌 등으로 미루어 규모가 큰 절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으며 소백산의 절경 속에 자리잡은 청량도량으로 6·25전쟁으로 파괴되어 다시 지은 법당이 남아 있다.

초암사 삼층석탑(경북유형문화재 126)과 초암사 동부도(경북유형문화재 128) 및 초암사 서부도(경북유형문화재 129) 등을 소장하고 있다.

간단히 준비한 김밥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산행 준비를 하니 어제 관악산에서 무리를 해 함께 오르기 힘들다는 옆지기에게 비로사에서 올라 비로봉에서 만나기로 하고 홀로 오르는 산행이 되였다.


                                

 

옆지기 혼자 보내는 것이 아쉽지만 짧은 거리를 올라 비로봉에서의 재회를 약속했기에 편안하게 산행을 시작하는데 앞서 두대의 차량이 앞을 가로 질러 초암사에 주차를 한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분들도 모두 소백산 국망봉 산행을 위해 새벽같이 이곳을 찾은 등산객들임을 알 수 있었다.

초암사를 한바퀴 둘러보고 초암사를 우측에 두고 능선쪽으로 오르니  많은 시설 입간판들과 철조망 사이로 열려진 산행 들머리가 보인다.

 

 

계속 함께하는 죽계구곡의 상류 계곡을 친구삼아 그 상쾌한 계곡물의 흐름을 들으며 좁은 등로로 접어드니 이제 새벽 5시 30여분이 지나 훤히 밝았던 초암사에서의 밝음은 사라지고 이곳 숲속은 아직도 어둠속 밤을 맞이한다.

그래도 헤드렌턴까지는 필요없는 시간이라 조심하며 잠들어 있는 숲을 깨우지 않토록 조심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이방인의 출현에 놀라 덜 깬 잠을 이고 날아가는 이름모를 새들도 생긴다.

그저 미안할 뿐이다.

 

 

희미한 어둠속에서도 얼마나 맑고 시원한 계곡물인지 금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하다.

잠시 들러 시원하게 물한모금 마시고 흐르는 땀방울 적셔 본다.

금새 손이 시려올 정도로 차갑고 맑은 물이다.

그렇게 한동안 계곡을 타고 두어번 그 계곡을 가로질러 국망봉으로 오르는 등로는 결코 쉽지 않음을 알려 주고 있다.

 

 

이제 그 죽계계곡과 조금은 헤어져 능선으로 오르니 오르면 오를수록 엷어지는 연두빛이 산객의 눈에 들어오고 저 멀리 동쪽에 높게 솟아 있는 산줄기 넘어 눈부신 햇살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곳에 누군가 쌓아 놓은 나즈막한 돌탑이 서 있고 그 바로 아래에는 산불조심이란 플랭카드가 달려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능선 오름짓을 시작하는 된비알과의 만남인가 보다.

 

 

그렇게 한동안 등줄기에 땀방울들이 맺힐쯤 석륜암터 직전 바위 위에 세워져 있는 작은 석탑 하나를 발견한다.

석륜암과 연관이 있는 듯 하지만 설명이 전혀 없고 또 내려와 자료를 찾아 봐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

이곳에서 조금 더 오르면 석륜암터 자리같은 넓은 공터가 나타나는데 그곳이 옛 석륜암터인듯 하다.

 

 

석륜암터 바로 위에는 거대한 바위 하나가 서 있고 봉바위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진 석륜암 뒷편에 18미터나 되는 거대한 바위가 있는데 마치 거대한 봉황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그 옛날 석륜암을 찾은 사람들이 이곳 앞에서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모두 성취하였다는데 지금은 국망봉을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의 소원을 빌어 보는 장소 및 휴식처로 남아 있으며 그 옆에 있는 맑은 샘물로 목을 축여 가는 장소로 남아 있다.

 

 

봉바위를 뒤로 하고 나무 계단을 타고 조금 오르니 이번에는 돼지 형상을 닮은 돼지바위가 반겨준다.

이곳에도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데 옛날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네들이 찾아 만지고 소원을 빌면 아이를 낳을 수 있다하여 많은 여인들이 찾았다는 전설이다.

지금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들 뿐만이 아니라 아무 소원이라도 빌고 싶고 또 새해벽두에 새해소망을 빌려는 사람들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바위로 입소문이 나 있다는 설명이 서 있다.

 

 

이제 조금씩 보이지 않던 등로 옆 철쭉꽃도 얼굴을 내밀어 반겨주기 시작한다.

초암사에서 죽계구곡을 통해 오르는 등로에는 온통 파란 잎새들 뿐이였는데 7부에서 8부 능선 정도 오르니 분홍빛 철쭉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나치지 못하고 몇장의 사진에 담아 본다.

 

 

이제 백두대간 마루금이 얼마남지 않은 듯 가파른 등로엔 끝없이 이어진 나무계단이 줄지어 서 있고 등줄기에선 쉴새없이 굵은 땀방울이 흘러 내린다.

그래도 그 나무 계단 옆으로 피어있는 철쭉이 예뻐 자주 쉬었다 진행하기를 몇번인가 뒤풀이 된다.

어렵게 옆지기에게 전화하니 천천히 비로사에서 출발해 비로봉으로 오르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드디어 초암사 갈림삼거리에 도착했다.

몇번의 기억을 뒤살려 살펴보지만 이곳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지만 서쪽으로 보이는 암봉과 그뒤로 얼굴을 내밀은 국망봉을 바라보니 어느새 추억이 떠오르며 얼굴엔 미소가 번진다.

하얀 상고대가 예쁘게 피어있던 계절에 올라 우측 저 멀리 보이는 상월봉으로 어렵게 올랐던 추억이 떠올라 가슴 뭉클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동남쪽으로는 소백산의 주봉인 비로봉 넘어 좌측 저 멀리 연화봉과 인공구조물로 채워진 연화제2봉이 선명하다.

다만 오늘 그동안 애지중지하던 캐논디카에 이상이 생겨 수리를 맡겼기에 오랫만에 똑딱이를 들고 왔더니 계곡에서는 몰랐는데 이렇게 능선에 올라 멋진 조망을 담으려니 조금은 아쉽기 그지없다.

날씨가 좋아 내가 담고 싶은 조망 그 자체를 똑딱이로는 담을 수 없음에 한숨이 나오는 시간이다. 

 

 

이제 모자를 눌러쓰고 천천히 우측 등로를 타고 목책 사이로 국망봉 오르기 전 암봉으로 진행해 본다.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 조망과는 달리 기대했던 철쭉은 이제 꽃 몽우리를 준비하며 1주일 후 만개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조금만 더 늦게 오를 수 있었다면 천상의 화원에서 마음껏 철쭉에 취해 있었을 것을 하는 안타까움이 잠시 스쳐지난다.

 

 

암봉을 우회해 도착한 국망봉, 몇번인가 올라 담았던 사진을 꺼내보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하얀 설원에 상고대를 배경으로 담았던 추억의 사진에서 오늘 이같은 풍경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소백산의 동쪽에 솟아 있는 높이 1421봉으로서 형제봉, 소백산 비로봉, 연화봉 및 죽령지나 도솔봉 등과 이어진다.

전사면이 비교적 완만하며 동쪽과 서쪽 사면은 각각 낙동강과 남한강의 지류가 발원한다.

남동쪽 기슭에는 부석사, 소수서원, 초암사, 석륜암터 및 석천폭포 등이 있다.

 

 

정상석 앞에서 어렵게 셀카 작동시켜 흔적 한장 남기고 뒤로 돌아 암봉에 올라 끝도 없이 펼쳐진 산그리메를 돌아 본다.

동쪽 저 멀리 상월봉과 암봉 하나가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 들어오고 그 뒤로 연봉을 이루며 백두대간 마루금이 하늘에 맞닿아 있다.

그 끝자락에 태백산 연봉도 가물 거리지만 똑딱이 디카로는 한계를 느끼기에 이 산객이 늘 가지고 다니던 DSLR 카메라 생각이 간절하다.

그래도 이렇게 이 시간 이곳에 올라 산그리메를 둘러 볼 수 있음에 감사하는 시간이다.

 

 

남서쪽으로는 방금 지나온 암봉과 그 끝자락에 초암사 갈림 삼거리도 보인다.

그 삼거리 끝에서 저 멀리 남서쪽으로 우뚝한 도솔봉과 삼형제봉도 보이지만 사진 끝자락에는 묘적봉만이 보이는 듯 하다.

울긋불긋 꽃망울을 터트리려 준비하는 철쭉 군락지가 조금씩 붉게 변색되는 모습에 더욱 날짜를 맞추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다가온다.

언젠가 다시 올라 천상의 화원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래 본다.

 

 

암봉에서 한동안 주위 조망을 즐기는 사이 부부인듯한 등산객 두분을 만나 잠시 인사 나누고 그분들을 먼저 보낸 후 다시 남서쪽 능선을 바라보니 그곳에 소백산 비로봉과 연화봉으로 연결된 백두대간 주능선이 길게 펼쳐져 있다.

저 능선을 타고 비로봉에 올라 옆지기와 상봉해야 하는 것이다.

그저 이렇게 바라볼 수 있음에 탄성을 지르고 서서히 그 아름다움을 가슴에 묻어 본다.

 

 

다시 초암사 갈림 삼거리쪽으로 내려오며 목책이 끝나는 지점에서 뒤돌아 보며 암봉과 국망봉 그리고 저 우측 멀리 상월봉을 담아본다.

다시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언젠가는 있겠지만 쉽게 오를 수 있는 마루금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한동안 서성이며 그 아쉬운 이별을 슬퍼하는 시간도 가져 본다.

조선 선조 때 수철장 배순이 왕이 승하하자 저 높은 국망봉에 올라 한양을 바라보며 3년 동안 통곡하였다 하여 그 이름마저 국망봉이라 붙였다는데 오늘은 그 슬품보다는 드넓은 평원의 아름다운이 더 지배하는 날이되고 있다.

 

 

다시 조금 더 진행하며 이제 등로 좌측으로 펼쳐진 깊고 깊은 골짜기를 바라보며 힘겨움을 달래 본다.

석륜암계곡과 월전계곡을 모아 죽계구곡으로 이어지는 깊은 골짜기가 푸르다 못해 바다의 에머랄드빛을 닮아 있다.

굴곡진 능선만 이니라면 비다의 에머랄드빛이라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그런 아름다운 산하이다.

옆지기는 이런 풍경을 보며 또 어떤 탄성을 지를지 벌써 궁금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기대했던 철쭉의 아쉬움을 끝없이 펼쳐진 능선의 아름다움이대신하고 있다.

앞으로 올라야 할 능선 곳곳에 붉게 산하를 물들이려 준비하는 철쭉 몽우리 넘어 부드러운 비로봉 마루금이 시원하고 연화봉 지나 죽령을 가라 앉힌 후 다시 들어 올린 능선은 삼형제봉 지나 도솔봉을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솟아 올린다.

그저 그 아름다운 풍경과 조망에 벌어진 입을 다물 시간조차 없다.

 

 

이제 그 몽우리진 철쭉 나무 사이로 난 좁은 등로를 타고 잠시 진행하니 그래도 간간히 피어 있는철쭉 나무에 시선이 간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몇장의 사진에 담은 후 출발 하기를 몇번, 그러는 사이 덜 핀 철쭉에 아쉬움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유유자적해 본다.

다만 옆지기가 먼저 올라 와 기다리지나 않을까 약간의 걱정을 하면서...

 

 

조망이 터지는 곳에서는 또 다시 가던 길 멈추고 앞과 뒤 그리고 좌우로 자동 조망을 즐겨본다.

암봉들이 서 있고 그 뒤로 미끈하게 잘 생긴 부드러운 비로봉 능선이 아름답다.

겨울이면 겨울 봄이면 봄대로 그 나름의 맛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는 소백산 마루금, 마음은 급하지만 발길은 전혀 급할 것이 없는 시간들이다.

 

 

암봉을 내려 와 다시 바라 본 비로봉이 조금은 가깝게 다가와 있다.

이렇게 조망이 터지고 또 몽우리만 잔뜩 부풀어 오른 철쭉을 보면 아쉽다는 생각이 밀려오고...

조금은 뜨거워지는 태양빛이 따갑지만 가끔 뭉게 구름이 하늘을 지나며 그 불볕 태양도 간간히 막아준다.

1주일만 늦게 왔더라도 참으로 좋았을 것을...

벌바위 갈림 삼거리를 지나자 제법 철쭉군락지가 펼쳐지지만 아직은 시일이 이르다고 속삭이고 있다.

 

 

아쉬운 마음에 잠시 전망 바위에올라 막 피어나는 철쭉나무를 앞에 두고 비로봉 능선을 담아 본다.

이렇게 담아도 좋고 저렇게 담아도 좋은 풍경 그리고 마루금들...

백두대간 산행을 하면서 조금은 쫒기듯 하던 산행 생각에 오늘은 조금 더 여유를 부리는 듯 그렇게 진행하고 있다.

 

 

철쭉 군락지를 지나 평원같은 민둥지역에 다다르니 앞서 국망봉에서 만났던 등산객 두분이 저멀리 비로봉을 향해 오르고 있다.

저분들은 비로사에서 시작해 초암사로 하산하려고 일찍 올라 일출까지 봤다는데 초암사에서 비로사로 가는 교통편이 없고 또한 택시를 불러 가기에는 부담스런 거리와 경비이기에 어쩔 수 없이 다시 비로봉을 거쳐 비로사로 하산 할 예정이란다.

만개한 철쭉은 아니지만 붉게 물들어 가는 철쭉 군락지와 푸른 초원같은 민둥이 그리고 두분의 걸어가는 뒷태가 아름다운 그림이다.

 

 

한동안 주위 조망하고 사진에 담으며 여유롭게 진행하였는데도 벌써 어의곡리 갈림삼거리이다.

한겨울 모진 칼바람으로 인해 서서 걸을 수 조차 없었던 지난 추억이 가슴에 내려 앉는다.

그토록 무섭게 몰아치던 겨울바람과 추위는 모두 사라지고 푸른 새생명을 틔우기 바쁜 마루금 그리고 옛 추억을 살리는 나무 계단들...

저 멀리 앞서 가는 등산객의 뒷태와 비로봉 정상에서 쉬고 있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비로봉 오르는 계단에서 연화봉쪽 마루금을 담아 본다.

가까이에는 키 작은 주목 군락지가 보이고 그곳 지나 주목감시초소는 사라진듯 흔적만 남아 있다.

그 뒤로 무명봉 두개를 넘어 제1연화봉이 우뚝하고 그 제1연화봉 넘어 좌측으로 연화봉이 보이고 다시 마루금은 우측으로 꺽어 중계탑이 있는 연화 제2봉으로 흐르고 있다.

보이는 풍경만으로도 2주전 다녀온 독일의 목가적인 풍경 못지않게 아름다운 소백이다.

  

 

그렇게 나무 계단을 타고 사방팔방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덧 소백산 정상인 비로봉에 안착한다.

제일 먼저 옆지기를 찾아보나 아직 오르지 않은듯 보이지 않는다.

잠시 주위 돌아가며 아름다운 조망들을 사진에 담기 바쁘다.

소백산은 충청북도 단양군 가곡면과 경북 영주시 순흥면의 경계에 있는 국립공원으로 그 중심이 되는 소백산 비로봉(1440봉)은 북쪽으로 국망봉을 남쪽으로 민배기재와 연봉을 이루어 예로부터 태백산과 함께 신성시되는 산이다.

잠시 쉬었다 전화를 하니 이제사 정상부근으로 접근하고 있는 옆지기가 보인다.


                               

 

나무 계단을 타고 내려가 옆지기 배낭을 받아 들고 정상으로 오르니 오르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보인다.

나무 벤취에 배낭 내려 놓고 흔적 남기기 바쁘다.

다시 내려와 벤취에 앉아 준비한 막걸리와 김밥으로 민생고를 해결하는 동안 느닷없이 회오리 바람이 불며 어릴적 추억을 한가지 더 보여준다.

흙먼지가 일어 식사에는 많은 지장을 줬지만 실로 오랫만에 만난 회오리 바람에 신이난 시간이다.

 

 

비로봉으로 올라오며 지나온 마루금을 다시 한번 담아 본다.

중간 불쑥 올라온 봉우리가 국망봉이고 그 아래 좌측으로 꺽이는 부근이 초암사 갈림 삼거리이다.

가까이 철쭉 군락지에는 아직 만개하지 않은 철쭉이 붉은 빛을 발하며 조만간 이룰 천상의 화원을 준비하고 있다.

 

 

남서쪽으로는 무명봉 2개를 넘어 제1연화봉이 솟아있고 좌측으로 내려가며 연화봉을 세우고 다시 우측으로 바뀐 등로 저 멀리 통신탑을 머리에 이고 있는 연화 제2봉이 보인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 죽령 넘어 도솔봉이 가깝게 다가와 있다.

몇번이나 걸었던 마루금이지만 늘 어둠속에 지나온 곳이기에 오늘 바라보는 풍경이 유난히 가슴속에깊이 남겨진다.

 

 

이제 옆지기와 다시 이별을 고하고 홀로 연화봉 능선을 타고 진행해 본다.

조금 늦더라도 가능하면 함께 걸어 볼 생각이였지만 힘겨워 하는 모습에 그저 산행 후 만나기로 한다.

비로봉을 내려오며 바라본 풍경 또한 너무나 한가롭게 목가적인 자연 풍경이다.

 

 

주목 군락지를 내려서며 만들어 놓은 전망데크에 들려 떠나는 아쉬움을 다래 본다.

잠시 더 내려가 혹시나 하고 지난 2년전 한겨울 추위에 떨며 아침 식사를 했던 주목감시초소를 바라보니 이미 사라진지 오래된듯 그 흔적만 남아있고 새로운 건물을 신축하려는지 많은 건축 자재들이 보인다.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다.

 

 

이제 천동리 갈림 삼거리를 지나 무명1394.4봉으로 오르는 길목에 한그루의 철쭉에 많은 꽃들을 피워 산객을 유혹하고 있다.

지나치지 못하고 다시 사진으로 담으로 이 시간을 즐겨 본다.

하지만 연화 제2봉까지 다녀오리란 생각에 발걸음은 자꾸만 빨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다시 전망바위에 올라 뒤돌아 보니 환상 그자체가 펼쳐져 있다.

주목 군락지와 비로봉 그리고 그와 연결된 마루금이 하얀 뭉게구름이 떠 있는 하늘과 맞닿아 또 다른 절경으로 다가온다.

홀로 보고 있는 시간이 안타까울 뿐이다.

한동안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본다.

 

 

이제 1382봉 오름길에 등로 우측으로 개코 원숭이를 닮은 바위를 담아 본다.

어둠속에서 반대로 오르며 늘 만났던 바위인데 그 모습을 제대로 바라본 경험이 별로 없기에 오늘은 몇장으로 나눠 담아 본다.

이 바위가 처음 소백산 산행을 하면서 이정표 역활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에는 무엇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다른 산우님 발자국만 따라 올랐던 기억 뿐이다.

 

 

다시 등로 옆에 피어 있는 철쭉 한그루에 시선을 고정 시키고 똑딱이 꺼내 담아본다.

만개하지 않은 철쭉밭에 그래도 이렇게 간간히 일찍 피어 눈을 즐겁게 해주는 철쭉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다.

이제 완만한 경사를 오르면 제1연화봉에 닿을 것이다.

 

 

드디어 제1연화봉에 도착한다.

몇분의 등산객들이 쉬면서 간식을 들고 계신다.

서로에게 인사 나누고 이정표 하나 담은 후 정상을 벗어나 이제 연화봉이 바로 보이는 계단쪽으로 전진한다.

 

 

나무 계단 앞에 서자 바로 아래 헬기장으로 연결되는 나무 계단과 그 헬기장에서 쉬고 있는 등산객들 그리고 연화봉과 제2연화봉이 바로 코앞으로 보인다.

저 멀리 도솔봉 방향의 고봉들도 연화봉 뒤로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곳은 남사면이라 그런지 제법 철쭉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어 지금가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등로를 타고 진행하다 계속 따라오는 좌측 금계호와 삼가리 그리고 그 뒤로 풍기를 담아본다.

하지만 박무로 인해 풍기는 보이는듯 마는듯 무심히 그렇게 놓여 있다.

구비진 깊은 골짜기만이 옆지기가 내려가야 할 비로사를 조용히 품고 있는듯 하다 

 

 

헬기장을 지나자 잠시 몇그루의 철쭉꽃이 만개를 하여 산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오늘 본 철쭉중 가장 근사한 모습이기에 일찍고 저리찍으며 바쁜 발걸음 멈추고 담아 본다.

나이들어 들춰볼때 고운 추억 거리 하나 더 추가한다는 생각으로 담아 보지만 똑딱이의 한계를 절감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희방사 갈림삼거리가 나타나고 곧이어 연화봉 정상이다.

나무데크에는 식사를 즐기는 많은 등산객들로 붐비고 넓은 정상에도 많은 등산객들과 공단 직원들이 뒤엉켜 뭇슨 설문조사를 하느라고 바쁘다.

천무대쪽으로는 임도 보수 작업을 하는지 아니면 임도 가에 철쭉을 심는지 포크레인까지 동원해 작업하기 바쁘다.

 

 

나무데크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이 아름답다

저 멀리 국망봉이 그 꼬리만 보여주고 비로봉과 이곳 연화봉으로 이어진 긴 연봉이 줄지어 선 모습이  가히 환상이다.

아무리 바쁘지만 이곳에서 잠시 물 한모금 마시며 주위 풍경을 담아 본다.

그리고 옆지기에 전화를 하니 이미 비로사에 도착해 게곡물에 발 담근 후 애마를 몰아 희방사로 출발하기 직전이란다.

제2연화봉 가는 길을 포기하고 이곳에서 희방사로 급하게 내려가기로 결정한다.

 

 

천문대로 이어지는 임도에는 포크레인까지 동원해 무슨 공사가 한창이고 그 천문대 지나 제2연화봉 정상의 통신탑까지 이어진 능선이 아주 부드럽게 누워있다.

저 능선을 타고 제2연화봉을 다녀왔으면 하는 마음도 간절하지만 오늘은 옆지기를 위한 산행이니만큼 내 욕심을 버리고 내려 가기로 한다.

 

 

이제 남쪽으로는 도솔봉과 삼형제봉이 뿌연 박무속에서도 빛나고 있다.

저 능선을 타고 우측 가운데 오목 들어간 곳으로 내려오면 죽령일 것이다.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를 이어주는 고갯마루로서 많은 사람들로 인해 늘 붐비던 곳이지만 이제 새로운 도로들이 뚫리면서 간간히 등산객들이나 그곳이 그리워 다시 찾는 여행객들이 전부인 고갯마루로 변해 버렸다.

 

 

이제 연화봉에서 내려와 희방사로 내려가는 등로는 급경사로 이루워져 있지만 그늘로 된 아주 편안한 등로가 한동안 계속 된다.

정상에서 내려오면 더욱 활짝 핀 철쭉들이 반기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쉬며 사진에 남겨 본다.

내려가는 산객이 부러운듯 올라 오는 수많은 등산객들이 ㅇ것 저것 물어 오기도 한다.

 

 

그렇게 즐기고 여유있게 내려오니 희방사가 얼마 남지 않은 듯 희방깔딱재에 도착한다.

몇분의 등산객들이 쉬고 있고 이곳 깔딱재로 오르는 등산객들의 얼굴은 모두 이글어진 모습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내려가기가 민망하고 죄송한 마음마저 드는 시간이다.

 

 

아주 가파른 급경사 내리막을 조심해 내려가니 어느 순간 안전 철봉이 등로 가운데를 가로막아 오르고 내리는데 방해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결코 편안하지 않은 내리막 등로이지만 그래도 비지땀을 흘리며 신음소리까지 내며 올라오는 등산객들 앞에 말도 못하고 그저 제 갈길 바쁜 나그네 처럼 내려가 본다.

 

 

듿어 계곡물이 보이기 시작하고 희방사에 도착한다.

몇번인가 들리고 싶었던 곳이지만 오늘 처음 들린 곳이다.

희방사는 643년(신라 선덕여왕 12) 두운조사가 소백산 남쪽 기슭 해발고도 850m에 창건한 사찰로서 절 입구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연림이 빽빽이 우거져 있으며 절 바로 밑에 내륙지방 최대 폭포인 높이 28 미터의 희방폭포가 있다.
1568년(선조 1)에 새긴 월인석보
1, 2권의 판목을 보존하고 있었는데 6·25전쟁으로 법당과 훈민정음 원판 그리고  월인석보 판목 등이 소실되었고 1953년에 중건해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경내에 희방사 동종(경북유형문화재 226)과 월인석보 책판을 보존하고 있다.
월인석보는 수양대군이 세종의 명으로 석가세존의 일대기를 국문으로 엮은 석보상절
과 세종이 석보상절을 보고 석가세존의 공덕을 찬송하여 노래로 지은 월인천강지곡을 합친 책이다.

 

희방사를 둘러보고 내려오니 거대한 희방폭포가 반기고 그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며 시원함을 느끼는 시간이다.

희방폭포는 소백산 희방사 밑 해발고도 700 미터 지점에 있는 폭포로 소백산 절경 중 한 곳이며 영남지방 제1의 폭포로 꼽힌다.

높이는 28 미터이고 소백산의 영봉 중 하나인 연화봉(1383봉)에서 발원하여 희방계곡을 이루며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요란한 굉음과 물보라를 일으키며 수직 암벽을 타고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조선 전기의 학자 서거정은 천혜몽유처 즉 하늘이 내려준 꿈에서 노니는 듯한 풍경이라 평했다 할 정도였다.

 

그 희방폭포에서 흐르던 땀방울 식히고 다시 도로를 타고 내려오니 수많은 차량들이 주차장은 물론이고 희방사로 오르는 도로 한쪽을 모두 점령하고 있다.

혹시 땀을 씻어 낼 장소가 있을까 찾아보지만 청정지역에 상수원으로 쓰이는 계곡이기에 모든 것 포기하고 옆지기와 애마를 만나 희방사 계곡을 빠져 나온다.

잠시 풍기로 돌아가 온천을 즐긴 후 올라오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늦으면 도로가 막히고 또한 투표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죽령을 넘어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향한다.

 

막힘없이 뚫린 고속도로를 타고 일찍 도착해 투표까지 마치고 나니 피곤이 밀려오며 눈꺼풀이 자꾸만 내려 앉는다.

멀고도 긴 하루였지만 오랫만에 옆지기와 오붓한 시간을 보낸 좋은 하루로 남겨 본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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