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과 평창군 방림면 그리고 횡성군 안흥면 백덕산 마루금 일대
산행일자 : 2010년 07월 21일 (수요일)
산행날씨 : 흐리고 안개 낀 후덥지근한 날씨였으나 가끔 능선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었던 날씨
산행온도 : 영상 21도에서 영상 33도
산행인원 : 온누리산악회 회원 총 5명(금비령, 공작산, 청솔, 꽃님, 칠갑산)
산행코스 : 백년계곡 관음사 앞 주차장-백덕산정상(신선봉 방향) 4.5 Km 이정표-이정표(백덕산 정상 4.1 Km, 관음사 0.4 Km)-고인돌(845봉)-마지막 계곡 현수막-이정표(백덕산 정상 2.8 Km, 관음사 1.7 Km)-이정표(백덕산 정상 2.4 Km)-묘지(?)-이정표(백덕산 정상 1.3 Km, 관음사 3.2 Km)-안전로프 지대-사자바위-이정표(백덕산 정상 1.1 Km, 관음사 3.4 Km)-신선바위봉(1089봉)-삼거리(1261봉)-이정표(백덕산 정상 0.1 Km, 신선봉 0.6 Km, 관음봉 4.4 Km)-백덕산 정상(1350봉)-기형나무-이정표(백덕산 0.5 Km, 먹골 4.7 Km, 헬기장 0.3 Km)-작은당재, 이정표(백덕산 1.2 Km, 법흥사 4.0 Km)-바위전망대-당재, 이정표(백덕산 2.0 Km, 비네소골 3.0 Km)-전망바위-암릉 책바위-절벽바위 전망대-이정표(둔재터널 2.7 Km, 홍바위 0.5 Km, 백덕산 3.4 Km)-사자산 정상(1125봉, 실질적인 사자산 정상은 더 진행해야 하지만 등로 폐쇠됨)-작은당재로 복귀-오지산행시작-너덜위험지대-무명 실폭포지대-이정표(당재 1.3 Km, 관음사 2.0 Km)-낙석지대-백년폭포-이정표(백덕산 정상 2.9 Km, 관음사 1.2 Km)-폐발동기-절터-관음사-주차장-산행종료 (산행 후 수주면 다하누촌에서 한우로 저녁 식사 후 서울로 복귀)
산행거리 : 총 약 13.50 Km
산행시간 : 약 09시간 10분 (10시 00분부터 19시 10분 까지 식사시간 및 휴식시간 포함해 사진 찍고 미등로 개척하며)
교통편 : 애마 이용
시간이 멈춘듯한 원시림에서 즐긴 후 오지 등로를 개척한 하루
이번주 일요일부터 다시 잡혔던 출장 스케줄이 갑자기 9월초로 연기되면서 바쁘게 돌아가던 일상도 정상으로 돌아 왔다.
늘 종주 산행에만 매달려 왔기에 이 무더운 여름날, 한번쯤 계곡에 들어 시원한 물놀이라도 즐기고 싶던 차에 몸담고 있는 산악회에서 평일날 조촐한 인원과 함께 영월과 평창 경계에 솟아 있는 백덕산에 간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작년 봄 옆지기와 함께 구봉대산에 오르며 너무나 환상으로 다가왔던 백덕산과 사자산이기에 고민도 잠시, 신청글 올리고 총 5명이 무더운 여름날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남겼기에 후기글로 정리를 해 본다.
금비령 아우의 차량으로 경부와 영동고속도로 그리고 중앙고속도로로 바꿔타며 신림으로 빠져나가 일반국도를 타고 구봉대산이 자리하고 있는 법흥계곡을 지나 산행들머리인 백년계곡의 관음사 앞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침 9시 30여분이 지나고 있다.
주차장에 주차시키니 관리인이 다가와 주차료 5,000.-원을 징수해 간다.
잠시 산행 준비 후 백년계곡 위에 세워진 관음사로 통하는 좁은 간이 다리 직전에서 우측 이정표와 산행지도가 서 있는 곳을 산행기점으로 밭 가장자리를 타고 신선바위봉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이곳 관음사에서 백덕산 정상을 가기 위해서는 두개의 등로가 있으며 첫번째는 련돌골을 거쳐 신선봉으로 올랐다 좌측으로 틀어 백덕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로와 관음사를 지나 백년계곡을 타고 백덕산으로 오르는 등로가 그것이지만 오늘은 신선봉을 지나 오르기로 한다.
다만 한가지 산행 전 많은 자료를 찾았지만 관음사에서 올라 관음사로 내려온 원점 회귀 산행기도 없고 사자산 산행과 연계된 산행기도 없어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던 시간이기도 하다.
밭에서 능선으로 들자마자 등로는 우측으로 크게 꺽여 진행되지만 무심코 진행하다 계곡쪽으로 잠시 알바를 하였지만 너무나 시원하고 깨끗한 계곡으로 인해 쉬고 싶은 유혹에 빠져 본 시간이기도 하다.
다시 정상 등로로 뒤돌아 나와 잡풀들이 무성한 임도같은 넓은 등로를 타고 오르니 등로 주변에 자라고 있는 멋진 소나무들이 산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잠시 멈춰 아름다운 풍경을 담는 사이 귀신같은 종주대는 벌써 시야에서 벗어난지 오래다.
얼마간 능선을 타고 오르는가 싶었는데 곧바로 련돌골을 만나 생각보다 풍부한 수량과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에 산행은 뒷전이고 그저 감탄하기 바쁜 시간이다.
바위 위를 덮은 이끼와 계곡을 에워싸고 있는 단풍나무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며 생명이 다하고 또 그 자리에 새생명을 잉태하는 원시림 그 자체로 남아 있는 계곡에서 잠시 입을 대고 물맛을 보니 꿀맛이 따로 없다.
그저 계곡에서 전해오는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땀흘릴 시간도 없이 자연을 즐기다 보니 계곡 넘어 참으로 괴이한 모습의 바위와 동굴같은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잠시 발걸음 멈추고 사진으로 담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곳이 바로 고인돌이란 안내판이 서 있다.
선사시대의 지석묘가 아닌 석회암이 녹아서 형성된 종유석 모양의 큰 바위인데 자연적으로 네다섯 군데 돌이 고여져 있으므로 고인돌이라 한다는 설명이다.
안에는 대여섯명이 들어갈 수 있는 굴이 있는데 고인돌 부근에는 산 기도를 올리거나 굿을 하는 무당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도 함께 있다.
참으로 위대한 자연현상을 다시 한번 경외롭게 바라보는 시간이다.
좌측으로 흐르는 맑고 깨끗한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귓전에 울리며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고 온몸으로 전해오는 시원한 감촉이 산행하는 맛을 더해주는 시간이다.
등로 주위에 피어난 잡목들과 잡풀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일반 산에서는 보기 힘든 원시림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기에 더욱 밟고 지나가기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이다.
그저 바라만 보고 눈에 담아 두는 것만으로도 오늘 이곳에 온 충분한 이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다시 계곡과 능선을 번갈아 타며 이 한여름 무더위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 벌써 마지막 계곡이란 이정표에 도착해 안개가 피어오르는 무명 폭포에서 계곡과 헤어지는 아쉬움을 달래 본다.
마음은 자꾸만 이곳 계곡에서 쉬어가라 유혹하지만 몸은 벌써 계곡을 떠나 능선으로 오르는 시간, 이제부터 또 알마나 비지땀을 흘려야만이 백덕산 정상에 설 수 있을련지...
떨어지지 않는 발길 붙잡고 마지막 계곡에 서 있는 이정표를 담아 본다.
그러고 보니 오늘 왜 새벽부터 그토록 무거운 많은 식수를 들고 왔는지 이해하기 힘든 시간으로 남겨진다.
빈 물통을 준비해 이곳에서 식수를 받아 올랐으면 조금은 더 편안한 산행이 되였을 것을...
여기까지 가져온 수고가 아까워 버리고 계곡물로 바꾸지도 못한채 이제 계곡과의 헤어짐을 고하는 시간이다.
한동안 능선을 타고 비지땀을 흘리니 지도상에느 전망바위가 나타난다는데 그럴만한 장소는 없을듯 하다.
다만 오르다 보니 군데군데 많은 돌담들의 흔적이 보이고 이곳이 혹시 집터이거나 절터는 아니였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곳이기는 하다.
그러다 구조 안내 표시판과 관음사에서 2.1 Km 올랐다는 이정표를 만나 잠시 심호흡하고 앞서간 산우님들을 따라잡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지만 지난 주 무리한 출장과 정맥 산행으로 인해 자꾸만 뒤처지는 신세가 되어 간다.
게곡과 헤어져 능선으로 오르는 등로는 생각보다 급경사 오르막으로 심한 체력고갈과 땀방울을 요구한다.
몸도 좋지 않은 상태이고 등줄기에 메고 오르는 배낭의 무게도 상당히 무거움을 느끼기에 자꾸만 발걸음이 느려진다.
앞서 달리듯이 사뿐사뿐 오르는 산우님의 뒷태에서 약해진 자신의 체력에 책망도 해 보는 시간이다.
그래도 가끔 불어주는 산들바람과 구름속에 숨어 있는 따가운 햇살로 인해 산행하기에는 참으로 좋은 시간이다.
다시 한동안 올라 앞서 오른 산우님들이 쉬고 있는 장소에 도착해 한숨 돌리며 지도를 살펴보지만 나타나야 할 전망바위는 도무지 나타날 기미조차 없다.
혹시나 이곳이 전망바위일까 하고 주위를 살펴보지만 빽빽한 잡목들로 인해 세상과 단절된 듯 보이는 조망하나 없는 곳이다.
다시 한동안 쉰 후 오르니 갑자기 넓은 공터가 나타나고 그 한가운데에는 돌로 눌러 놓은 묘지인지 모를 흙봉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지도에 나타난 헬리포터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헬리포터라 부르기엔 부족한 묘한 돌단과 흙봉이다.
그렇게 힘들게 가파른 능선 등로를 오르며 자주 산행지도와 나침판을 가지고 독도를 하지만 왜 이리 산행지도에 나타난 지명과 실제 모습이 다를 수 있는지 걱정되는 시간이다.
지도상에는 분명 전망바위가 있고 헬리포터가 있으며 숯가마터가 있다는 표시이지만 지금까지 그와 유사한 장소를 본적이 없기에 더욱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등로는 큰 암봉을 좌측으로 우회하며 계속 가파른 오르막 등로로 연결되고 있다.
약간의 암릉지대를 지나자 이제 등로에는 안전봉이 박혀 있고 그 안전봉을 연결한 안전로프 지대가 나타난다.
힘들게 그 안전 로프를 잡고 오르니 드디어 신선바위봉 안부에 도착하는가 본다.
저 위에서는 이미 도착해 쉬고 있는 산우님들의 웃음소리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계곡으로 불어 내려오는 바람을 타고 귓전으로 전해진다.
드디어 주능선 삼거리에 도착하고 그 삼거리 옆에 멋지게 서 있는 사자바위(?)도 만난다.
보는 각도에 따라 사자바위로 보이기도 하고 금확산에 서 있는 바위처럼 매 모습이 보이는듯 하기도 한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벗삼아 이곳에서 준비한 막걸리 한잔으로 목마름을 달랜 후 다시 천천히 발길 옮겨 좌측 등로를 타고 급하지 않게 백덕산으로 향한다.
많은 바위들과 잡목들로 이뤄진 신선바위봉은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게 지나친다.
아마도 양쪽에 바위벽이 보이고 그 사이로 좁게 나 있는 푸른 잡풀들을 헤치며 오른 바위가 바로 신선바위봉은 아니였을까 생각될 정도로 정상의 위치를 파악하기 힘든 곳이였다.
이제 부드럽게 변한 산세를 타고 완만한 등로를 오르니 1105봉이라 생각되는 삼거리가 나타나고 등로는 좌측으로 열려있다.
다시 몇개의 암봉들이 등로 양쪽에 도열하듯 서 이그 가운데로 나 있는 등로를 따르니 곧이어 평탄한 마루금이 이어진다.
언뜻 박무속에 잡목 사이로 조망이 보이는듯 하지만 아직은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 조차 힘이 든다.
그렇게 푸르름을 즐기다 보니 이제 1275봉이라 생각되는 삼거리에 도착하고 이곳에서도 등로는 좌측으로 열려 있다.
이제 등로 표시목은 영월에서 평창으로 변해있다.
다시 이어지는 평탄한 등로를 타고 백덕산 부근으로 들어서니 박무가 바람에 날리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상을 보여주는가 싶더니 금새 그 정상을 삼켜 버리는 안개들...
진행하다 안개속으로 어렵게 살짝 얼굴을 내민 백덕산 정상부를 담아 본다.
암봉 하나를 넘어 저 멀리 희미하게 바위만 보이는 봉우리가 백덕산 정상인 것이다.
등로 주위에 피어있는 야생화와 버섯들을 찍으며 진행하니 등로 주위에 다시 기이하게 생긴 바위가 반겨준다.
그 바위지대를 지나니 백덕산 0.1 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서 있고 평창쪽 조망이 연무속에 희미한 모습을 드러낸다.
다만 평창과 정선쪽 고봉들이 한눈에 조망되는 정상이지만 오늘은 볼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백덕산은 남서쪽 영월 땅에 법흥사라는 사찰을 품고 있으며 예로부터 네 가지 재물이 있다고 해서 사재산이라고도 불렸다.
네 가지 재물이란 동칠, 서삼, 남토, 북토라고 해서 동쪽에는 옻나무 밭이 있고, 서쪽에는 산삼이 있으며 남쪽과 북쪽에는 전단토라고 하여 흉년에 먹는다는 흙이 있다고 전해지지만 아무도 이 재물이 있는 곳을 모른다고 전해지고 있기도 하다.
백덕산 정상에서 바라 본 법흥리쪽 마을과 산그리메들이다.
가까이에 오늘 올라오기 시작한 관음사쪽 산행 들머리가 보이고 그 골짜기를 타고 백년계곡이 흐르며 산줄기 우측으로 돌아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중 하나인 사자산 법흥사 적멸보궁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구봉대산을 산행하며 한번 들려 둘러본 사찰과 적멸보궁이기에 그 추억에 잠시 젖어 보기도 한다.
눈을 우측으로 돌리니 그곳에 진짜 사자봉이 뾰족하게 솟아있고 그 좌측 저 멀리 구봉대산 자락도 보인다.
저곳에서 이쪽을 바라본 조망이 너무 환상이였는데 생각해 보니 그때는 겨울이였기에 멋진 조망을 주었다는 생각이다.
백덕산 서쪽에 위치한 사자산은 신라 구라선문의 하나인 사자산파의 본산이였던 법흥사가 있어 지어진 이름이라 생각되며 불가에서는 백덕산을 사자산이라 칭하므로 현재 지도상 표기된 사자산 위치는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달라진 위치 때문에 하산길에 무척 고생하는 빌미가 되였다.
백덕산 정상에서 자리 펴고 점심식사를 즐겨본다.
조촐하지만 맛있는 식사를 즐기는 사이 하늘에선 먹구름이 밀려오고 금새 비라도 내릴듯 하다.
안개의 춤사위 또한 강렬해 지더니 다시 금새 평온을 되찾는다.
자리 정리하고 이제부터 완만한 주능선을 타고 사자산까지 빠르게 진행하기로 하니 뒤따르기 바쁘다.
키 작은 산죽이 인상적이고 그 위를 덮고 있는 잡목 역시 평이한 산에서의 풍경과는 사뭇 달라진 자연미를 자랑하고 있다.
다시 아름다운 등로를 타고 산죽밭을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전진하니 늘 백덕산 산행 후기에서 자주 봤던 곡예하는 나무가 등로를 가로막고 사진 한장 담기를 부탁 하는듯 하다.
모두 모여 독사진 한장씩 남기고 그 굴곡진 삶을 살아가야 할 나무에게도 경의를 표한 후 다시 빠른 걸음걸이로 앞으로 진행한다.
맛나게 먹은 점심 식사가 부담이 될 정도로 모두 빠른 걸음이다.
무리했던 지난주의 몸뚱아리가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하고 앞서간 산우님들을 따라가기 보다는 내 페이스를 지키며 조금은 뒤에 쳐져 홀로 진행한다.
그 사이 등로에 피어 있는 많은 야생화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몇장 사진으로 남기고 전진하니 약간은 넓은 공터가 나타나며 헬기장 지나 먹골가는 갈림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이 바로 1275봉 바로 아래 삼거리인 곳이다.
계속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나즈막한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하니 원시림 자체로 남아 있는 등로가 참으로 멋스럽다는 생각이다.
많은 등산객들이 찾지 않은 곳이기에 그나마 이렇게 남겨진 보물들, 이제부터 이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지키는 몫은 우리들의 것이리라.
아주 오랫동안 이런 모습으로 남겨지길 바라며 키작은 산죽밭을 지나는 산우님들의 뒷태가 아름다운 시간이다.
이제부터 부드러운 능선과 바위 암릉을 번갈아 타며 진행하니 금새 관음사와 법흥사로 내려갈 수 있는 하산로가 있는 작은당재에 도착한다.
결국 가짜 사자산에 들렸다 이곳까지 뒤돌아 와 등로도 없는 험한 길을 개척하며 위험천만한 하산길이 되였지만 그 험한 등로를 무사히 내려왔기에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추억이 되어 버렸다.
작은당재를 지나 키 작은 산죽밭과 잡목 지대를 지나니 등로 좌측으로 작은 암봉 지대를 넘어 바위전망대에 도착한다.
키큰 소나무 한그루에 두가지를 만들어 등산객들의 쉼터를 만들어 주는 그곳 바위 전망대에 가 발아래 내려다 보이는 법흥리를 담아 보지만 여전히 박무가 깔려 사진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도 살랑거리며 불어주는 산바람이 한여름 산행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있다.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며 물한모금 마시고 다시 출발한다.
바위 전망대를 지나니 다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이 양탄자가 깔린 길을 연상 시킨다.
약간의 암릉 구간을 우회해야 하는 등로도 가끔 나타나지만 전반적으로 등산객들의 발길을 타지 않아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등로처럼 느껴진다.
다시 암릉 하나를 우회하며 넘자 안부에 평창쪽으로 비네소골 하산 이정표가 서 있다.
그곳에 누군가가 볼펜으로 당재라며 해발고도 1210미터란 글도 보인다.
이제부터라도 잘못된 정보를 이렇게 아무 꺼림없이 적어 놓는 등산객들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다시 또 원시림같은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등로 좌측으로 잠시 바위 전망대가 나타난다.
그곳에서 살펴보니 등로 좌측은 급경사 절벽지대로서 그 절벽지대가 끝나는 지점에 법흥리가 자리하고 그곳에 법흥사와 관음사가 자리하고 있는 형상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니 우측의 사자산이 아직도 멀게만 느껴지고 그 옆에 자리하고 있는 구봉대산은 그 흔적만을 남기고 있을 뿐이다.
발 아래 일직선으로 보이는 법흥리를 담고 등로 좌측을 바라보니 방금 전 내려온 백덕산 정상에는 하얀 안개인지 먹구름이 정상을 가리며 그 우측 아래로 급하게 경사를 이루며 등산객들의 혼을 빼 놓았던 능선이 톱날처럼 서 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정상으로 오르는 오르막과 높은 고도로 인해 힘들었지만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 또한 가슴에 묻어 두는 시간이였다.
이제 곧 당재 지나 사자산이 얼마 남아있지 않은 거리이다.
많은 풍경 사진을 담고 또 오랫만에 만나는 조망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 후 다시 편안한 등로를 타고 진행하니 등로 좌측으로 책바위인지 떡바위인지 특이한 바위가 서 있다.
한켭 두켭 오랫동안 쌓여 만들어진 특이한 바위들, 처음 산행 시작하여 얼마 않된 지점에서 만났던 고인돌도 저런 모습이였는데 왜 이곳 백덕산에는 유독 저런 형상의 바위들이 많은지 갑자기 궁금해 지는 시간이지만 알 수 없기에 아쉬움만 커진다.
그 책바위 같은 바위를 뒤로하고 부드러운 능선으로 진행하는듯 싶던 등로는 갑자기 절벽 바위지대를 만나며 오늘 산행 중 최고의 조망을 보여주는 암릉지대로 접어 든다.
저 아래 법흥리 마을에서 봤을 때 거대한 하얀 바위가 보였던 장소가 바로 이곳이였음을 느끼고 사자산 정상도 곧 도착되리란 생각이다.
조심하며 천길 낭떠러지 바위를 통과해 한숨 돌리며 지나온 암릉지대와 고사목을 담아 본다.
한숨 돌리고 물 한모금 마신 후 다시 절벽 암릉지대를 벗어나 부드러운 능선길로 접어 드니 안부가 나타나고 그곳에 우측으로 문재터널 지나 태기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갈림 삼거리에 도착한다.
홍바위 0.5 Km 이정표도 보이고 백덕산과 사자산 갈림 표시 이정표도 서 있다.
그곳에서 나즈막한 능선을 타고 산죽밭을 오르니 그곳에 사자산 정상 이정표가 서 있고 좁은 공터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너무 안이한 독도로 잠시 내가 서 있는 장소와 지도상에 나타나 있는 장소를 헷깔려 결국 작은당재로 뒤돌아가 길도 없는 등로를 만들며 평생 잊지 못할 귀한 경험을 하게 된다.
사자산이라 적혀 있는 공터에서 실질적인 사자산 정상은 구봉대산쪽, 즉 남서쪽으로 약 1.5 Km 정도 더 떨어진 뾰족봉으로서 이곳에서 약 1시간 정도 더 진행해야 만날 수 있는 봉우리이지만 등로를 모두 폐쇄시켰기에 들어 갈 수 없는 지역이 된 곳이기도 하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지난해 구봉대산 오름길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법흥사에 적멸보궁이 생기고 그 뒷산이 연화봉인데 그 연화봉을 감싸듯 둘러친 산이 사자산이였던 것이다.
그 사자산을 등산하는 등산객들이 하산 등로로 연화봉을 자주 이용하여 소음이 생기고 원치 않은 자연 훼손이 일어나 법흥사에서 그 사자산 등로를 폐쇄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난 것은 무슨 연유인지...
사자산 정상 철판에서 실질적인 사자산 정상으로 진행하지만 그것도 모르고 이곳이 실질적인 사자산 정상인줄 알고 관음사로 하산한다 판단하며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진행하다 독도를 해 보니 아뿔사 이 등로는 관음사가 아닌 사자바위 지나 구봉대산으로 연결되는 능선으로 나타난다.
뒤돌아 올라 다시 사자산 철판 정상에 올라 모든 자료 꺼내 놓고 세심한 독도를 해 보니 이곳은 실질적인 사자산이 아닌 1125봉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산우님들은 이미 빽하여 작은당재에서 하산하기로 했으니 뒤를 따를 수 밖에 없어 그곳으로 뒤돌아 가다 평창 관리사무소에 전화해 문의하니 엉뚱한 이야김난 전하며 잘못된 정보만 알려준다.
부아가 치밀어 오르고 목숨을 걸고 전화하는 등산객들에게 장난치듯 조롱하는 그분들에게 잠시나마 내 목숨을 걸었다는 사실에 온 몸이 떨려온다.
그곳에서 우측 법흥사쪽으로 급경사를 타고 내려오니 실핏줄 같은 계곡물이 흐르며 급경사 절벽지대가 나타나고 그곳에 작은 실폭포가 흐르고 있다.
이제부터 목숨을 건 엑소시더가 생각날 정도로 험준한 오지 산행이 시작되였다.
우측으로 절벽 지대를 이루고 그 아래로는 계곡물이 흐르지만 등로도 없이 사면길을 타고 내려가는 발길엔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과 미끄러운 황토흙이 목숨을 담보하라는 듯 악마의 이빨을 내밀고 있다.
등뒤로 식은 땀이 흐르는 것도 잊은채 조심하며 아주 천천히 한발 두발 정신 집중하여 내려오니 우리와 같은 경험을 먼저 한 산악회가 있었는지 리본이 가끔 보이고 정신 집중하며 내려오니 제법 큰 계류를 만나 이제사 한숨 내쉬며 살았음을 감사하는 시간이다.
백년계곡으로 통하는 계곡을 만나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진행하니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벌써 방금 전 목숨을 내걸고 하산하던 마음은 사라지고 그저 맑고 깨끗하며 시원한 계곡물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목이 마르면 그냥 그자리에 엎드려 마셔도 되는 물, 오랫만에 만나는 이런 맑은 계곡물에 풍덩 빠지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아직은 내려갈 길이 멀기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한동안 조금은 희미한 등로를 타고 계곡을 왔다리 갔다리 내려오니 수많은 낙석이 내려 앉아 등로를 막고 있다.
잠시 이곳에서 왔다갔다 헤매이다 어렵게 정상 등로 찾아 절벽을 내려가 본다.
내려가며 살펴보니 내려 앉은 낙석 위를 따라 내려가면 쉽게 정상 등로를 찾을 수 있었는데 지레 겁을 먹고 수북히 쌓인 낙석지대는 대충 훓터보고 쉽게 포기한 후 어렵게 계곡쪽으로 돌아 내려갔던 것 같다.
낙석지대를 내려서자 마자 거대한 물줄기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제법 그럴듯한 폭포를 만들고 있다.
일명 백년폭포이다.
이곳 계곡 이름이 백년계곡이니 백년폭포는 아마도 이 계곡을 대표하는 물줄기로서 또한 폭포 이름으로 남겨진듯 하다.
그만큼 웅장하고 아름다운 폭포란 뜻이리라...
넓어지고 좀 더 풍부해지는 계곡 물을 따라 잠시 더 내려오니 로프가 등로를 가로막고 그곳을 넘으니 출입금지 플랭카드가 걸려 있다.
또한 등로 표시기에는 우측 능선으로 곧바로 백덕산 오름 이정표가 서 있다.
백덕산 정상까지 2.9 Km 이정표이다.
앞으로 오르는 산우님들은 이곳을 산행 들머리나 날머리로 이용해 백덕산으로 오르거나 그곳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산행을 해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즉 백덕산 정상에서 당재 지나 당골로 하산하던지 아니면 세거리재쪽에서 올라 백덕산에서 이곳으로 하산하는 것이 맞을 듯 싶다.
서서히 주위가 어두워지는 느낌이지만 이제 날머리가 얼마 남아있지 않았음을 감지하기에 서두르지는 않는다.
이제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맑게 흐르는 계곡물에 손과 얼굴을 닭아 보고 등산화도 닦는 여유를 부려 본다.
계속 따라 오는 계곡물의 청아한 소리가 이제 제법 귓전을 때리고 있다.
좁은 등로를 타고 한동안 내려오니 넓은 계곡으로 변하고 가끔 수해가 났는지 큰 바위들이 굴러 이리 저리 뒹굴고 있는 모습도 들어 온다.
큰 소나무가 잘려 자연 그대로 계곡 위에 나뒹굴고 그 옆에서 고고하게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올라가고 있는 금강송에도 찬사를 보내는 시간으로 남겨 본다.
인공의 손길이 없는 이런 곳이 이토록 평화롭고 편안하게 만드는 것을 보면 이제 이 산객도 자연에 많이 순응되였음을 느끼기도 해 본다.
한동안 등로를 타고 빠르게 내려오니 발동기가 사용되지 않은채 방치되어 썩어가고 조금 더 내려오니 절터였는지 많은 돌들이 경계를 이루고 있는 지점도 지난다.
그리고 마지막 계곡물을 건너 잠시 얼굴이며 손을 닦아 본다.
제법 넓어진 계곡물과 많은 지류가 합쳐져서 그럴듯한 수량을 뽐내는 이곳은 바로 관음사 바로 옆 계곡이다..
몸과 마음이 지쳤는지 관음사에 들려 구경하는 것도 힘에 부치는 듯 하다.
사진 한장으로 대신하고 그 앞에 준비해 놓은 수도꼭지를 열어 암반수를 마셔 본다.
이곳에 기거하는 한분을 만나 등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폐쇄된 등로를 타고 고생했다면서 보통 사람이라면 사고라도 발생했을지 모르는데 대단한 산객들이란 칭찬도 이어진다.
그러면서 백덕산에 대해 많은 산행도 알려 준다.
그저 사람이 그립고 보고 싶었는가 보다.
관음사 앞 뜰을 지나 좁은 철 다리를 건너면 아침에 애마를 주차시킨 주차장이다.
이곳까지 따라 나온 아저씨와 마지막으로 이곳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새 등산복을 준비해 계곡으로 숨어 들어 어린 시절 멱감고 뛰어 놀던 시기로 되돌아가 마음껏 즐겨 본다.
몸을 청결하게 닦고 어려웠던 마음을 내려 놓으니 고생하며 걸었던 하루가 반추되며 고운 추억으로 가슴에 남는다.
알탕하며 놀았던 계곡의 맑고 투명한 물줄기, 그곳에 몸을 맡긴 시간은 너무나 행복하고 달콤한 시간이였다.
이제 허기가 찾아 오고 아침부터 다녀오리라 마음 먹었던 선암마을은 다음 기회로 마루고 주천면에 있는 한우 전문 거리인 다하누촌으로 향한다.
산행 후 마시는 시원한 이슬이 한잔과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한 한우를 안주 삼아 많은 시간 보내고 추적거리며 내리는 빗줄기를 뚫고 멀고도 길었던 또 하루를 마감한다.
함께한 산 친구님들에게 감사하며 다음 기회에 더욱 멋진 산행에서 또 다시 조우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자연의 원시림에서 오지 산행까지 새로운 경험을 마감한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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