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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산행(완료)/금남정맥(완료)

금남정맥 제3구간 계목재에서 오항리고개까지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10.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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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금남정맥 상 전북의 진안과 완주 그리고 충남의 금산에 위치한 계목재에서 오항리고개까지 정맥 마루금 일대

산행날씨 : 맑고 더웠던 겨울 날씨로 기온 많이 올라가 약간의 박무현상

산행온도 : 영하 6도에서 영상 8도

산행일자 : 2010년 02월 21일 (일요일) 

산행일자 : S산악회 따라 친구 3명과 함께

산행코스 : 무릉리(접속구간)-계목재-760봉-713.5봉-안부 사거리-560봉-헬기장 사거리-백암산 육백고지(654봉)-헬기장-

               암봉지대-독수리봉-610봉-405봉-백령고개(육백고지전승탑)-440봉-473봉-622.7봉 삼각점-590봉-헬기장-640봉-

               인대산(666봉)-헬기장-500봉-시멘트 임도-495.8봉-시멘트 임도-오항리 고개(산행 날머리)

산행거리 : 약 19.00 Km (정맥 등로 16.5 Km와 접속구간 약 2.5 Km)

산행시간 : 꾸준한 속도로 약 8시간 40분 (10시 06분부터 18시 46분까지)

 

 

무리한 산행 스케줄에 경종을 울렸던 시간들

 

 

이제 일상화된 정맥 산행이기에 조금은 기계적인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산행을 마음껏 마음의 부담없이 할 수 있기에 더욱 힘든 상황에서도 기다려 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몸 담고 있던 산악회에서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며 하고 싶은 산행을 즐기니 그 또한 즐거움이 많은 시간들이다.

만나면 헤어지고 또 헤어졌다 만나는 것이 인생임을 뼈저리게 느끼기에 오늘도 또 하나의 맥 잇기 산행을 위해 나선다.

 

다만 어제 계룡산에서의 무리한 일정과 최악의 등로를 헤치고 힘들게 보낸 하루가 마음에 걸리며 또한 저녁에 처갓집에 들려 밤새 마시고 즐긴 시간으로 인해 제대로 맥 잇기 산행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는 시간이다.

조금은 여유있게 즐기며 또 조금은 몸의 콘디션을 생각하며 오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 산행보다는 가족과의 보내는 시간에서 쌓였던 피로와 이슬이와의 전쟁이 더욱 걱정되는 시간일 것이리라. 

 

조금은 편안하게 대전 톨게이트에서 늦게 버스를 만나 무사히 탑승한 후 친구들과 반가운 조우 인사를 나눈다.

지난 회차 어둠속에 낙엽을 밟으며 어렵게 내려 온 무릉리로 가는 길, 자주 들렸던 금산을 통과해 성치산 오름길에 들렸던 운일암반일암을 돌아 드디어 무릉리 강촌마을에 내린다.

엊그제 많이 내린 눈이 녹을 정도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작은 저수지와 펜션들이 늘어선 마을 위 산어귀까지 올라가 간단히 스트레칭으로 몸 풀고 산행을 시작한다.

 

잠시 스트레칭을 하면서 바라 본 무릉리 강촌마을 입구쪽 풍경이 아름답다.

꾸미지 않아도 또 화려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어머니 품처럼 따스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이 산촌의 풍경이 그리운 것은 아마도 이 산객도 어려서 이런 풍경에 익숙하게 자라서는 아닌지 잠시 생각에 잠겨 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조용한 민가와 논두렁과 밭두렁 그리고 전봇대와 이름모를 앞산과 뒷산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

 

회색 갈대가 작은 바람에도 사각거리며 울고 있는 뒷편으로 정맥 길인 계목재가 움푹 파여 있고 그 위로 파아란 하늘 위에 하얀 뭉게 구름이 두둥실 떠 있다.

카메라 자랑하며 그 멋진 풍경 한장 남기며 너무나 만족한 표정으로 즐겁게 땀방울 흘려본다.

  

가끔 잡목이 배낭 끈 붙잡고 갈길 방해하지만 가야하는 길이기에 온몸에 상채기를 내면서 오르니 등줄기에선 벌써 땀방울이 흐르고 등로 옆 줄지어 선 잣나무 숲에선 겨울 찬바람이 휭하니 불어 지나간다.

그래도 그 등로를 타고 완만한 오르막 오르니 선답자 없이 우리팀 선두가 러쎌을 하면서 오르는가 본다.

조금은 눈이 녹으며 밟았던 발자국이 미끄럽기 그지없는 사이 계목재 정맥 능선에 올라 지난 회차 내려온 신선봉쪽 눈쌓인 등로를 담아 본다.

그래도 옆으로 빠져 눈속에 발목이 젖는 것을 파하려니 그 미끄러운 발자국 위에 내 발자국을 포개며 진행해 본다.

 

금새 760봉 지나 잡목으로 조망조차 없는 눈 덮힌 등로를 따라 무심으로 걸어 보니 금새 713봉을 지난다.

느낌으로는 등로 좌측 선야봉(759봉)쪽이 정맥길이 아닐까 생각되는 곳에서 등로는 우측으로 꺾여 진행한다.

우측으로 금산쪽 나즈막한 산줄기 사이로 두문동과 명고동이 자리하고 좌측으로는 지난 번 어둠속에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내려온 왕사봉과 칠백이고지 그리고 써래봉으로 이어지는 장쾌하게 줄지어 서 있다.

 

 좌측에 선야봉을 두고 평행선을 그리며 백암산으로 진행하는 도중 암봉 위에 늠름하게 자라고 있는 소나무봉 저 멀리 뾰족하게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백암산(육백고지)이 가깝게 다가와 있다.

낙엽진 잡목 사이로 보일 듯 말듯 하기에 더욱 가슴에 남는 그리움이 큰지도 모르겠다.

 

백암산 오르는 암봉 전망대에 올라 뒤돌아 보니 저 멀리 713봉과 760봉이 그림처럼 줄지어 서 있다.

잡목 사이로 하얀 눈들이 쌓여 또 다른 세상을 그려 놓은 듯 아름다운 능선이다.

누가 이 아름다움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오직 자연만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리라...

 

백암산 정상을 향해 힘들게 오르고 있는 산우님들 뒤에 남아 천천히 즐기다 보니 등로 우측으로 바위 전망대가 보이고 그곳으로 자리 옮겨 잠시 백암산 정상부와 등로 우측으로 금산의 남이쪽 나즈막한 산군들과 마을들을 만나 본다.

성치산과 운일암반일암에 들리려고 몇번인가 들렸고 또 앞으로도 몇번인가 더 들려야 할 남이의 백암과 입석 마을이 참으로 고향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곳 바위 전망대에서 앞으로 올라야 할 백암산의 뾰족봉도 담아 본다.

몇일전 내린 큰눈도 봄눈 녹듯 양지말에는 모두 사라지고 이렇게 또 다른 계절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햇살이 적은 북사면으로 가면 아직 봄이 오기엔 때가 이르다고 아우성이고...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저 정상을 오르기 위해 또 얼마만큼의 땀방울을 흘려야 할지, 그래도 그 좌측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독수리봉의 멋진 바위에 시선을 빼앗기며 천천히 산우님들 뒤를 따라 올라 본다.

 

백암산, 육백고지 오름길에 잠시 뒤돌아 보니 북사면으로는 하얀 눈이 그대로 잡목 사이로 남아 또 새로운 세상을 열어 준다.

저 멀리 오늘 오르기 시작한 760봉과 신선봉이 아스라이 멀어지고 그곳에서 부터 이어져 따라 온 등로가 구비구비 물결치고 있다.

그저 이렇게 가슴으로 느끼고 담아가면 그만인 것을...

 

좌측으로 건천리 남이자연휴양림 하산 이정표도 지나고 헬기장 하나도 지나니 이제 바위지대로 들어선다.

그 바위에 올라서니 또 다시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주위 산군들로 인해 진행하지 못하고 멈춘 발걸음에 사진기 셔터만 눌러 본다.

정맥길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선야봉이 다음을 기약하고 남이 자연휴양림으로의 안내를 자청하고 있다.

다음에 간단히 몸풀러 한번 올라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 선야봉 좌측으로는 지금까지 이 작은 산객이 두발로 걸어 온 발자취가 그대로 남아 있다.

저 멀리 신선봉에서 시작된 마루금이 구비구비 굴곡진 능선을 이어 이곳 백암산 바위 전망대까이 온 것이다.

북사면으로 보는 눈이기에 산야에 내린 하얀 눈이 오늘 이시간에만 볼 수 있음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 보인다.

겨울 산행의 묘미, 시원한 조망이 있어 더욱 즐거운 시간이기도 하다.

 

눈이 녹아 사라진 남사면이 바라다 보이는 저 멀리 북쪽으로는 다음 구간 올라야 할 논산과 완주의 대둔산과 그 좌측으로 새리봉이라 생각되는 암벽 봉우리가 장쾌하게 늘어서 부르고 있다.

저 암봉을 넘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등로에 뿌려야 할련지...

 

백암산 우측 남사면 바위틈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 한그루가 마음을 빼앗고 있다.

아슬아슬한 바위 틈을 비집고 새생명을 잉태시킨 자연의 위대함을 발견한듯 대견스럽다.

특이하게 치장하지 않으면서도 전국 어디에서나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소나무이기에 그 이면에 숨겨진 강인하고 고고한 자태는 쉽게 잊혀지는 나무 한그루를 보면서 현실을 생각했다면 너무 비약한 것일련지...

 

백암산 정상부로 오르니 더욱 선명하고 시원한 정맥 마루금이 뒤를 따르며 환상을 노래하고 있다.

방금 올라온 무명봉과 560봉이 카메라 가까이에 위치하고 그렇게 땀흘리며 올랐던 많은 봉우리들이 이제 발밑에 늘어서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을 모두 추억속에 간직하고 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주니 이 맛 또한 일품이다.

 

백암산 정상, 그 옛날 6.25 전쟁 당시 약 2400여명의 젊은 목숨을 빼앗아간 피비린내가 진동할 처절한 싸움터였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정상이지만 오늘은 그 흔적조차 사라진 말 그대로 바위벽이 햇살을 받아 하얗게 보여 붙여진 이름 그대로 남아 있다.

몇년전 까지만 해도 오지중의 오지이기에 발길 한번 주기도 힘이 들었지만 지금은 모두 포장도로로 연결되고 특히 서암산과 선야봉 사이에 자리잡은 남이자연휴양림으로 인해 찾는 등산객들도 늘어 난다니 다음에 꼭 한반 더 내려와 자세히 살펴 보고 싶은 마음이다.

 

이제 완주의 나즈막한 산줄기 저 멀리 북서쪽으로 거대한 공룡의 등줄기를 연상시키는 암봉이 늘어 선 대둔산이 바로 눈앞으로 다가온다.

두어번 올랐지만 저렇게 암봉의 험악한 산세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산인데 멀리에서 바라보니 마치 설악의 공룡능선을 연상 시킬만큼 뾰족 암봉이 인상적이다.

 

이제 수암봉으로 이어지는 뾰족 칼날능선을 타고 독수리봉으로 진행한다.

매부리봉이라고도 불리우는 독수리봉은 저 칼날능선 끝자락에 서 있는 수암봉에 올라 바라보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매부리처럼 생겼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수암봉은 일찍 포기했기에 그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다시 올라 천천히 모든 모습을 담아 보리라 마음 먹어 본다.

 

이름조차 멋지고 기상이 느껴지는 독수리봉, 일명 매부리봉 정상에 섰다.

저 백암산 오르기 직전 헬기장에서 볼 때에도 매부리처럼 공중에 떠 있는 바위를 본듯 한데 그 사진 한장 남기지 못함이 못내 서운하다.

하기야 이 서운함이 있어야 조만가 다시 내려 와 모든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 

 

동쪽 저 멀리에는 대전과 금산의 경계를 이루는 충남의 제1봉인 서대산이 희미하게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몇년전 홀로 올랐다 아쉬움만 남겼던 서대산, 그 우측으로는 올망졸망 산군들을 거느리고 그 우측 끝자락에 영동의 바위산인 천태산이 또한 희미하지만 그 존재를 확실히 알리고 있다.

언젠가 다시 들려 천태산에서 서대산으로 이어지는 종주 산행을 한번 더 올라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독수리봉 지나 허기를 달래기 위한 멋진 산상 뷔페를 열어 민생고를 해결하니 온 세상이 내것이 되였다.

 

이제 백암산 정상인 육백고지에서의 승리를 축하하는 전승탑이 세워진 백령고개가 눈 앞에 펼쳐져 있고 그 뒤로 구비구비 산줄기를 타고 오늘 마지막으로 올라야 할 인대산이 중앙 저 멀리 봉우리만 내놓은 채 산객들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맥 잇기 산행을 하면서 터득한 한가지 사실은 제아무리 멀어도 보이면 무섭지 않다는 사실이지만 오늘은 어제의 무리가 있어서 그런지 봉우리만 보이는 인대산이 그렇게 멀리 느껴질 수 없다.

 

한동안 완만한 낙엽 능선을 따라 내려가니 무너져 내린 성터 하나가 보인다.

살펴보니 백제 땅을 지켰던 백령성터이다.

승전탑이 세워져 있는 해발 500미터의 배티재 고갯마루 위로 작은 봉우리 하나가 있고 그 봉우리 주위에는 다 허물어져 내리는 작은 성터 하나가 있는데 바로 백제 땅을 지켰던 백령성터가 뚜렷이 남아 있다.

봉우리 8부 능선을 둘러 쳐 쌓은 테뫼식 성터로서 안에는 봉수대 흔적이 있으며 백제시대의 토기와 기와 조각이 발견되었다고 전한다.


 

성터에서 조금 내려오니 아름다운 소나무 아래 백령성 표석이 서 있다.

사진 한장 남기고 내려가니 배티재 즉 백령고개 전승기념탑과 역사 안내서가 서 있다.

그 앞에 모여 단체 사진 한장 남기고 약간의 휴식 시간을 가져 본다.

역사를 배워 잘되였다면 계승하고 잘못되였다면 뒤풀이 하지 않토록 노력하는 마음을 배우는 것 또한 이런 맥 잇기 산행에서 배우는 것은 아닐련지...

  

육백고지전승 기념탑에서 내려오며 계단에서 좌측으로 진산이 우측으로는 남이를 연결해 주는 635번 지방도로 위 표정을 담아 본다.

정맥 등로는 저 도로 한가운데 이정표 뒤로 나 있어 저리로 오르면 딜 것이다.

이제 반을 돌아 올랐다 내려온 길, 차량 통행이 별로 없는 이곳에서 잠시의 휴식으로 꿀맛나는 시간을 가져 본다.

 

이제 인대산 오름길은 잡목으로 보이는 것 없이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남쪽 등로이기에 지난 번 내린 눈은 모두 사라지고 이렇게 다시 가을로 계절을 뒤돌린 것처럼 푹신한 낙엽이 대신하고 있다.

벗어버린 체인젠은 배낭에 매단채 바스락 거리는 낙엽 소리를 들으며 아기자기한 능선을 걷고 또 걸어 본다.

  

그러다 불어오는 겨울 찬바람에 날려 능선으로 모인 눈이 채 녹기도 전에 선답자들이 만들어 놓은 발자국에 내 발자취를 포개며 또 마루금을 이어간다.

누군가는 러쎌하며 힘이 들지만 또 누군가는 그 고생한 선두가 있어 이렇게나마 조금은 편안한 산행을 하는 것이겠지

인간 세상사가 모두 이같은 이치이거늘...

440봉과 473봉을 지나 그저 평이한 등로를 타고 622.7봉 가까이까지 진행한다.

  

그러다 문득 가파른 오르막을 치고 올라 만난 622.7봉 삼각점에서 잠시 쉬며 물 한모금 마셔 본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지도와 나침판 꺼내 살펴보니 인대산이 잡목 사이로 보이기 시작하고 좌측으로 꺾여 시원하게 뻗어 내린 정맥 능선이 한눈에 보이지만 잡목으로 사진으로 남기기에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

다시 622.7봉 지나 진행하다 문득 등로 우측을 바라보니 거대한 산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처음에는 성치산이 아닐까 하고 살펴보지만 성치산은 남서쪽 저 아래에 있을 것이고 이곳이 바로 금산의 진산인 진악산이다.

오래전 오르고 오르지 못했던 산이기에 한번 오르고 싶었던 산, 이렇게나마 옆에서 만나 눈이라도 맞출 수 있어 다행이다.

 

다시 홀로 체력적인 어려움을 느끼며 천천히 진행한다.

어제의 종주 산행이 무리였던지 자꾸만 체력적인 어려움과 동시에 종아리 근육이 뭉치는 듯한 느낌으로  힘겹게 진행하니 등로 우측으로 식장지맥 분기점이란 준.희님 이정표가 반갑게 보인다.

보만식계로 더 유명해진 대전시 둘레 걷기의 식장산, 언젠가는 다시 올라야 할 등로이기에 눈으로 도장을 찍어 본다.

그러고 보니 지금쯤 보만식계를 돌고 있을 대전 산꾼들의 이야기가 생각 나 아쉬운 마음으로 한숨을 쉬어 본다.

 

다시 590봉을 넘어 640봉 바로 직전 인대산이 훤히 올려다 보이는 헬기장에 도착해 잠시 호흡 가다듬으며 잡목 사이로 인대산 정상부를 담아 본다.

이제 오늘의 산행도 종착지에 다다르고 있음을 느끼지만 그래도 맥 잇기 산행에서의 마지막 봉우리가 얼마나 높고 어려운지를 많이도 경험한지라 마음을 비우고 그저 발길 닿는대로 걸어 본다.

 

마지막 640봉을 지나는 듯 스치며 가파른 인대산 정상을 향한 피치를 올려 보지만 눈이 녹으며 흘러 내리는 진흙창으로 변한 등로로 인해 산행의 어려움이 가중된다.

그래도 어렵게 발걸음 옮겨 인대산 갈림길에 도착해 긴 호흡 한번 내쉬고 인대산 정상에 올라 지나온 등로를 바라보니 황홀한 자연이 거기에 있었다.

622.7봉에서 부터 반원을 그리며 반기는 등로가 왜그리 멋지고 아름답던지

  

지나온 등로 좌측으로는 금산의 진산인 진악산으로 연결되는 산그리메가 환상이다.

넋을 잃고 한동안 서서 그 모습을 디카에 담아 보지만 보는 것과의 차이가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시간이다.

가슴에 남아 있는 멋진 모습은 사라지고 그저 평범한 산그리메가 있을 뿐이니 어찌 그 산상에 오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인대산 정상이다.

변변한 정상석 하나 없이 소나무 한그루 위에 그저 아크릴판으로 적어 놓은 이정표 마저 그 빛깔이 변해 가고 있다.

일반 산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지만 임진왜란 당시 권율장군의 일화가 남아 있는 배티재 고개가 가까이에 있기에 이것을 아는 여행객들은 가끔 들리는 산중의 한 곳이다.

특히 높이에 비해 주위 조망이 좋아 이 고장에서는 제법 알려진 산으로 소개되는 산이기도 하다.

 

다시 그 인대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악마의 길과 비교될만큼 가파르고 질척이는 최악의 산행 조건이다.

두개의 스틱으로 중심을 잡으며 천천히 조심해 내려오니 다시 평이한 등로가 열리고 헬기장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진행이 가능하다.

이곳에서 지나온 인대산을 올려다 보니 뾰족봉의 위력이 대단하다.

그 좌측으로 저 멀리 충남의 최고봉인 서대산과 그 좌측으로 천태산까지 시원하게 조망되지만 박무로 인해 희릿하다.

 

다시 평이한 등로를 따라 마지막 발걸음을 재촉하니 서산으로 기울어 가는 햇살이 495.8봉에 걸려 어렵게 넘어가고 있다.

재빨리 작은 바위에 올라  그 찬란했던 햇살의 마지막 모습을 담아 본다.

늘상 보아왔던 일출과 일몰이지만 왜그리 산상에서의 모습은 더욱 경외롭고 환상적인 모습으로 가슴에 남겨지는지...

 

이제 마지막 이라 생각했던 500봉을 넘어 시멘트 도로에 도착하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봉우리에 짜증 섞인 산우님들의 불평불만이 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을...

다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이번 오르는 봉우리가 정말 마지막 이길 바라며 걷고 또 걸어간다.

 

그렇게 495.8봉우리 9부 능선에서 우측으로 크게 꺽어 가파른 등로를 타고 내려가니 온 세상은 이미 어둠속으로 밀려 들어가고 아까 만났던 시멘트도로와 다시만나 그 도로를 타고 조금 더 내려가다 우측 능선으로 붙어 오르니 이제 정말 마지막 나즈막한 봉우리가 거기 서 있다.

정상에 묘 한기가 누워있고 그곳을 지나 다시 가파른 등로를 타고 내려가니 그토록 기다리던 대형 버스가 서서 반갑게 맞이해 준다.

 

지금까지 해온 산행에서 오늘처럼 무딘 칼날이 되어 내려온 날은 근래 처음이였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 간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며 욕심을 버리려 오르는 산행에서 더욱 키우는 욕심은 아니였는지 스스로에게 반성하는 하루로 남겨 본다.

평생 올라야 할 산이기에 먼저 내자신을 돌보며 즐기는 시간이길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그래도 장하게 완주했음을 자축하며 다음 구간을 기대해 본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