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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산행(완료)/금남정맥(완료)

금남정맥 제2구간 피암목재에서 계목재까지 산행 후기

by 칠갑산 사랑 2010.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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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금남정맥 상 진안과 완주의 피암목재에서 게목재까지 마루금 일대

산행날씨 : 맑고 더웠던 겨울 날씨로 기온 많이 올라가 약간의 박무현상

산행온도 : 영하 4도에서 영하 10도

산행일자 : 2010년 02월 07일 (일요일) 

산행일자 : S산악회 따라 친구 3명과 함께

산행코스 : 피암목재-675.5봉-성봉(787봉)-장군봉(742봉)-725 암봉-장군봉(725봉)-715봉-640봉-

               654봉-큰싸리재-금만봉(750봉)-싸리봉(755봉)-작은 싸리재, 강우량 측정기-

               성재봉(태평봉수대, 824봉)-성제봉 갈림길-786.6봉-719.9봉-735 암봉-

               신선봉(790봉)-게목리 (정맥 산행 날머리)-무릉리 (산행 날머리)

산행거리 : 약 12.50 Km

산행시간 : 꾸준한 속도로 약 9시간 (10시 30분부터 16시 50분까지 정맥 산행

               그리고 19시 30분까지 무릉리까지)

 

 

가장 멋진 조망에 취한 하루

 

 

금남정맥

백두대간 마루금의 영취산에서 서쪽으로 갈라진 금남호남정맥 산줄기가 주화산에서 그 줄기를 분개하여 남으로는 호남정맥을 이루고 다른 하나는 북으로 이어져 금남정맥이란 줄기를 만들었으니 그 산줄기는 주화산에서 왕사봉과 대둔산 그리고 계룡산을 지나 부여의 부소산에서 그 맥을 다하는 산줄기의 옛이름을 말한다.

이 금남정맥은 내가 어릴적 뛰어 놀던 고향과 가까운 곳을 지나는 산줄기이기에 더욱 가슴 설레이며 걷게 될 정맥길로서 특히 호남알프스라 불리우는 연석산과 운장산을 지나 다음 구간엔 대둔산이 가깝게 다가올 것이다.

따라서 단체로 움직이는 S산악회를 따라 약 4개월간의 대장정을 시작해 본다.  

 

지난 회차 어둠속 눈밭을 헤치며 어렵게 도착해 모닥불 피워놓고 후미를 기다리던 진안의 주천과 완주의 동상을 이어주는 55번 지방도로 위 피암목재에 도착하니 벌써 그 고통은 추억으로 뒷편에 쌓여만 간다.

무척 맑고 따뜻하기까지 한 날씨속에 간단한 산행 준비 후 스트레칭으로 길고도 먼 길을 떠나는 마음을 달래 본다.

 

피암목재 정상 공터 주차장에서 몸을 푼 후 완주 동상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우측으로 전복대 하나가 서 있고 그곳에 많은 띠지들이 나풀거리고 있다.

거리상으로는 얼마되지 않는 거리이지만 암벽과 암봉이 많아 산행 시간은 꽤 걸릴 것 같은 코스, 처음 오르는 발길은 부드럽게 낙엽을 밟으며 온몸에 기를 끌어 올리기에 적당한 출발이다.

잠시 급경사 올라 뒤돌아 본 피암목재에 내가 타고온 버스와 함께하지 못하는 산우의 배웅이 새롭게 각인되는 시간이다.

 

고도를 높이니 몇번인가 올랐고 또 2주전 올랐던 호남의 맹주로 추앙받는 운장산의 거대한 봉우리와 깊은 골짜기가 그 위용을 드러내며 산객을 뒤를 밀어 주는 듯 하다.

이 운장산을 떠나 시야에서 멀어져야만이 오늘의 산행도 마무리가 되어 갈 것이리라...

그 아래 활목재와 피암목재가 이제 서서히 높아가는 고도에 막혀 그 흔적만이 눈가에 들어 올 정도이다.

 

등로 좌측으로는 완주의 산군들이 손짓하며 부르고 호남알프스 산행을 위해 올라야 할 송광사에서 이어져 온 산그리메가 산객의 마음에 불을 지르고 있다.

오르고 올라도 또 올라야 할 산군들이 그렇게 많음에 놀라움을 남기며 다음에 오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시간이기도 하다.

 

첫번째 나즈막한 봉우리 위 헬기장을 넘어 두번째 봉우리를 오르며 뒤돌아 보니 방금전 올랐던 675봉과 그 뒤로 보이는 운장산의 조화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오늘은 산악회를 따라 왔으면서도 친한 친구 세명과 함께 하기에 조금은 외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친구들은 벌써 바람처럼 날아가 버리고 홀로 후미에 쳐져 한장의 아름다운 풍경이라도 더 남기려 사부작 거리니 이젠 후미대장보다도 뒤로 쳐진 제일 후미이다.

  

등로 우측으로는 진안의 명산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그중에서도 몇년전 겨울 홀로 걸었던 호남알프스 구봉산 쪽 마루금이 눈앞에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그래도 그 호남알프스 좌측으로 돌아가며 운일암반일암을 숨겨 놓은 명도봉의 아름다움에 잠시 가던 길 멈추고 즐겨 본다.

 

생각보다 더운 날씨에 어렵게 두번째 헬기장에 도착하니 성봉이란 이정표가 있다.

지도를 살펴보니 787봉 헬기장인 것이다. 

어제 백두대간 도솔봉 구간을 올랐다 혹독한 칼바람에 오늘 따라 중무장하고 올랐는데 하루 사이에 겨울과 여름을 동시에 경험하는 듯 하다.

 

이곳에서 바라본 올라야 할 장군봉과 암봉들이 그 뾰족봉으로 위압감을 주지만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는 산객들은 그저 그 뾰족함 이외에는 그리 오랫동안 그곳에서 줄지어 기다릴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시간이다.

다만 생각보다 뾰족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모습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예감이다.

 

이제 첫번째 장군봉 오르는 길목에 도착한다.

코가 땅에 닿을듯한 가파른 경사를 어렵게 치고 오르니 암벽 사이로 좁은 등로가 열려 있고 그곳을 타고 오르니 암봉 전망대가 나타나며 일망무제, 온 세상이 열리는 환상의 조망처를 만들어 주고 있다.

 

지나온 성봉인 787봉 헬기장과 675.5봉 헬기장 넘어 지난회차 어렵게 내려온 연석산과 운장산이 우뚝 하다.

그 우측으로 완주의 송광사에서 시작하는 호남알프스 마루금이 시원하게 조망되고 그 운장산 좌측으로는 북두봉으로 이어지는 환상의 호남알프스 능선이 눈길을 잡으며 지난 추억을 뒤살려 주고 있다.

 

북두봉과 구봉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알프스 북쪽으로는 운일암반일암을 가운데 두고 명도봉과 명덕봉이 고만고만한 높이의 형제애를 과시하며 다음에 다시 들려 줄 것을 재촉하는 듯 하다.

몇번인가 들렸지만 이렇게 맑은 날 올라 바라보는 마음은 어린아이처럼 설레이기만 하다.

그 저 멀리 금산의 진산인 진악산과 몇번 올랐던 성치산이 아물거린다.

 

남서쪽으로는 연석산 우측으로 전주쪽 마루금이 끝모를 그리움을 남기고 이어져 간다.

저 능선을 타고 가면 그 끝은 어디일련지...

아마도 그 끝이 나는 지점에 이 산객의 생각도 머물며 아쉬워 하고 있을련지...

언젠가는 한번쯤 올라야 할 마루금이기에 다시 가슴속 깊이 그 그리움을 묻어 본다.

 

바위 전망대에서 사방을 둘러본 후 계속 진행하니 날등바위가 나타나고 약간의 눈으로 인해 위험하다.

눈이 내려 쌓여 있으면 아주 위험한 구간으로 양 옆으로는 급경사 낭떨어지가 기다리고 있는 오늘 구간중 최고의 위험 구간이기도 한 듯 하다.

조심조심 그래도 지야나 할 구간이기에 그 날등을 건넌다.

 

날등을 넘어 장군봉 이정석이 있는 곳으로 가기전 우측으로 정맥 등로가 갈라지는 지점 부근에서 앞으로 진행해야 할 마루금을 바라보니 암봉에 오르내리이 심한,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체력을 요구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스친다.

그래도 모두 정맥길에 나선 종주대들이니 큰 걱정은 없으리라...

 

그 암봉 끝자락 마당 바위 같은 곳에 장군봉이란 정상석이 서 있고 거침없이 펼쳐진 그 산그리메 끝자락에 논산의 대둔산과 대전과 공주의 계룡산이 가물 거린다.

그저 아름답고 설레이는 가슴과 단어 뿐이다.

그 누가 이 장면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남길 수 있을 것인지...

 

장군봉에서 한없이 기다리며 흔적 한장 간신히 남긴 후 암벽 구간으로 내려오니 일반 등산을 위해 오른 다른 산악회 사람들과 엉켜 많은 시간 지체한다.

그 구간 암벽만 내려가는데 약 40여분 소비한 느낌이다.

그래도 안전이 최우선이니 어쩔 수 없다.

어렵게 로프를 잡고 내려오니 허기져 더이상 걸을 수 없고 준비한 간식으로 간단히 허기를 달래고 작은 암봉 하나를 더 넘으니 그곳에 달팽이를 닮은 바위 하나가 눈길을 잡는다.

 

방금 전 내려온 장군봉과 암벽을 잡으니 햇살이 중천에 떠서 그 그리움과 아름다움을 모두 빛에 담아 주고 있다.

언제 다시 올 수 있는 기회나 있을련지...

하기사 백두대간 산행도 한번으로 족하다 했는데 벌써 세바퀴를 돌고 있는 중이 아니던가...

 

방금 전 올라온 달팽이 바위까지 담아 본다.

지나온 능선이 장군봉 암벽 좌측으로 내려가다 사진에는 잘려 버렸다.

그래도 어렵게 올라 온 마루금을 뒤돌아 보니 참으로 멋지다는 생각 뿐이다.

이제 친구들도 모두 떠나고 어제 백두대간 도솔봉 구간을 지나 온 뒤의 묵직해져 오는 발걸음을 이끌고 홀로 가는 길이 되고 만다.

 

자주 들리지 못했던 완주쪽 산그리메가 그리워지는 시간이다.

유면세는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들리고 싶었던 산군들...

조만간 홀로 편안한 산행이 그리워질때 다시 오르리라 다짐해 본다.

홀로 가는 길이면 어떻고 또 함께 오르는 길이면 어떻단 말인가

 

이곳 호남쪽 산을 오르다 보면 유난히 산죽이 푸르고 키가 크며 촘촘히 자라고 있는 모습에 놀란다.

때로는 그 사각거림이 좋고 또 살랑거리는 자태가 좋지만 때로는 눈내린 등로를 덮고 지나는 산객에 심술궂게 장난치는 모습은 꼭 어린아이의 치기를 보는 듯한 착각도 느끼는 곳이 바로 이런 조릿대 군락지인 것이다.

이곳 진안과 완주쪽 산에도 유난히 키큰 산죽이 인상적이면서도 미로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이제 허기를 달래기 위한 산상 식당에서 만찬은 시작되고 오늘따라 친구가 준비한 만두 떡국이 환상이다.

오랫만에 가지고 간 복분자 한잔도 마시며 실로 산행을 하면서 제대로 된 식사를 즐긴 추억이 가물거릴 정도의 만찬이다.

이제 두번째 장군봉 위에 있는 잘려진 삼각점을 담고 부른 배 움켜 쥐고 오르니 715봉이 아름답고 조금 더 진행하니 640봉이다.

이곳에서 30여분 일찍 출발한 선두를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좌측 죽령쪽으로 알바 후 방금 뒤돌아 올라왔다는 이야기이다.

그러고 보니 그 정상에는 두 갈래 등로가 있었고 좌측으로 더 많은 띠지들이 붙어 있어 무심코 진행한 듯 한 느낌이다.

우리들이야 모두 백두대간에서 실전 경험을 했던 친구들이니 금새 정상 등로를 찾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흐르는 땀방울 닦으며 쉼없이 진행하니 금새 큰싸리재에 안착한다.

우측으로는 윗진등을 통해 대불리로 통하고 다시 55번 지방도로와 만나는 하산길이 있는 곳, 지도를 살펴보니 이제 제법 긴 거리를 걸어 왔다는 느낌이지만 앞으로의 롤러 코스트 같은 등로가 약간은 두렵기도 한 시간이다.

 

그곳에서 다시 코가 땅에 닿을듯한 급경사 등로를 타고 거친 숨을 몰아 쉬니 금강과 만경강의 분수령인 금만봉 이정표에 도착한다.

산죽만이 반갑게 맞이하는 그곳, 두 강이 분기되는 분수령이 아니라면 주목 받지도 못할 봉우리이지만 이곳에서는 너무나 중요한 자리에서 중요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금만봉에서 좌측으로 10여미터 올라가니 싸리봉 정상이다.

이곳이 755봉으로 직진하는 등로에 많은 띠지들이 나풀거린다.

지도를 살펴보니 그곳으로 쭉 이어가면 718봉인 왕사봉으로 통하는 등로이다.

다시 올라 저 등로를 타고 올라 볼 기회가 있을련지...

 

그곳에서 간단히 증명 사진 남기고 다시 급경사 등로를 타고 금만봉 지나 작은싸리재로 내려온다.

여산우 한분이 무릎 고통을 호소하고 진통제 하나를 건네고 주행법을 알려 드리지만 그것이 그리 쉽게 터득될리 만무하다.

함께하는 많은 산우님들이 내려오기에 전해 드리고 홀로 내려오니 좌측 저 멀리 논산의 대둔산의 암봉이 이제 제법 그럴듯한 모습으로 가깝게 다가온다.

 

그래도 한발 두발 어렵게 걸어 내려오니 작은싸리재이다.

좌측으로 이곳 강우량측정기까지 꾸불꾸불 이어진 산판도로가 아찔하고 그래도 그 아찔함 속에 그리움이 남겨진다.

누군가는 저 산판도로를 타고 올라와 먹고 살기 위한 일을 할 것이리라

 

이제 오늘 산행의 분수령이 될 태평봉수대인 성재봉 오름길이다.

가파른 오름길 시작점 우측으로 잠시 조망이 터지고 그곳으로 가 배낭 내려놓고 물 한모금 마신 후 아름다운 대불리 산촌 마을 뒷편으로 자리잡은 운장산을 담아 본다.

그 운장산에서 좌측으로 돌아 내려오며 호남알프스를 이어온 줄기가 또한 거대하게 그 옛날 추억을 들려 준다.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럽게 몇번의 휴식을 하고야 도착한 태평봉수대 갈림 이정표, 어제 백두대간 산행만 없었어도 룰루랄라 여유있게 웃으며 올랐을 이곳이 오늘은 저승사자가 되어 발길을 붙잡는다.

잠시 성재봉을 포기하고 정맥길을 따를까도 생각했지만 아쉬움과 후회가 남을 것 같아 고통을 무릅쓰고 우측 봉수대로 향한다.

 

거대한 성벽이 앞을 가로막고 많은 산우님들이 그곳 정상에 서서 막힘없는 주위 조망을 즐기고 있다.

참으로 대단하고 경외로운 성곽이다.

이 높은 산상에 누가 이런 멋진 아니 살기 위한 성벽을 쌓았는지...

 

하지만 올라올때의 고통과는 달리 그곳 태평봉수대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한동안 잊혀지지 않은 멋진 풍경으로 다가온다.

동남쪽으로 명덕봉과 명도봉이 가깝게 보이고 그 앞으로 오지중의 오지인 운일암반일암이 숨어 있으며 그 뒷편으로 몇년전 꿈에 그리던 호남알프스 산행을 하면서 고통에 신음하던 구봉산이 가깝게 서 있다.

그 때의 고통은 사라지고 아름다웠던 추억만이 뒤살아 나는 시간, 그 뒤 저쪽으로 금남호남정맥 줄기와 백두대간 마루금이 가물거린다.

 

남쪽으로는 대불리 넘어 우측의 연석산과 중앙의 세봉우리인 운장산 그리고 호남알프스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북두봉과 구봉산으로 이어지는 우람한 골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언젠가 다시 한번 저 곳에 올라 이곳을 바라보며 숨은 그림 찾기를 해 볼 수 있을지...

 

 북동쪽 저 멀리로는 서대산이 우뚝하고 그 우측으로 아기자기한 천태산과 갈기산 봉우리도 희미하다.

모두 올랐던 산들이지만 이렇게 멀리서나마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음에 그 기쁨은 배가 되고 있다.

다시 저곳에 올라 천태산에서 서대산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타고 이곳을 찾아 볼 시간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북쪽으로는 대둔산과 계룡산 그리고 그 좌측으로 천등산이 가깝게 와 있다.

그리고 앞으로 올라야 할 787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쉽지 않은 산행을 예고하고 있다.

자 이제부터 마음을 다잡고 힘내 내려가 보는 것이다.

 

좌측의 연석산 우측으로 너무나 그리운 산그리메가 펼쳐져 있다.

저 멀리 내장산과 강천산 그리고 추월산도 보이는 듯 하다.

모두 다 올랐던 산들이지만 또 이렇게 그리움만 쌓이는 시간...

저 멀리 덕유와 장안산이 다시 만날 수 있느냐 반문도 하고 있는 듯 하다.

 

이제 내려가며 앞으로 올라야 할 786.6봉을 바라보니 모두 녹아버린 눈은 사라진지 오래고 갈색 산하만이 산객의 마음을 파고 들고 있다.

또 얼마를 땀 흘리며 올라야 저 건너편 봉우리 정상에 올라 갈 수 있을 것인지...

이제 급할 것 없이 홀로 여유를 부리며 한발 두발 끊임없이 달려가 본다.

 

이제 내려와 푹신한 낙엽송 낙엽을 걸으며 786.6봉으로 오르다 뒤돌아 보니 성재봉 태평봉수대의 봉수대가 갈색 봉우리 정상에 조금의 흔적만으로 보여지고 있다.

금새 많이도 내려왔다는 생각으로 다시 갈지자 행보로 뱀의 흔적을 남기며 힘들게 오르고 있다.

 

이제 고만고만한 능선을 타고 진행하여 720봉에 도착해 뒤돌아 보니 방금전 지나온 786.6봉 뒤로 호남알프스 전 구간이 시원스럽게 조망되고 있다.

제일 좌측으로 구봉산은 잡목과 산자락에 숨어 있고 북두봉과 운장산 그리고 제일 우측 연석산까지 3년전 눈속을 러쎌하며 힘들게 올랐던 추억에 잠시 젖어 본다.

 

이제 고만고만한 능선을 타고 진행하다 우측을 바라보니 무릉리 마을이 아름답게 조용히 앉아 있고 그 넘어 저 멀리 백두대간 마루금이 희미하지만 당당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늘 오르고 바라봐도 언제나 그리운 산하 그리고 마루금들...

 

이제부터 이름없는 봉우리를 롤러 코스터 타듯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체력 소모가 심하다.

벌써 어둠이 찾아 들고 그 어둠속에 목표를 향해 불빛을 흔들며 진행하는 종주대의 숨소리만이 조용한 마루금을 흔들고 있다.

어둠속 산죽밭의 울음소리가 더욱 크게 사각 거리고 있다.

전주 시내쪽 불빛이 불야성을 이루는지 주위를 밝히고 서대산쪽 휴양림에서 밝게 부추는 불빛이 고요한 산객의 눈빛을 깨우고 있다.

 

735 암봉을 오르기 직전 저 멀리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호남알프스를 다시 한번 담아 본다.

마치 날카로운 톱날을 세워 놓은 듯 그 암봉을 자랑하는 호남알프스 구봉산과 북두봉 그리고 운장산과 연석산...

산 친구들과 다시 한번 추억 더듬으며 오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작은 나뭇판 위에 신선봉이란 이정표를 봤었는데 그것마저도 던져 버리고 홀로 무릉원이란 간판만을 매달고 서 있는 790봉 신선봉에 도착한다.

우측 무릉리 마을의 불빛이 밝게 비추고 그곳을 향한 마음은 벌써 버스에 안착하지만 또 얼마를 걸어야 만날 수 있는 거리일지...

 

좌측 급경사 낙엽길을 조심하며 한동안 내려가니 오늘 정맥 산행의 종착지인 계목재에 도착한다.

이곳 역시 변변한 이정표 하나 없이 그저 상술로 이용되는 무릉원 이정표 하나가 그나마 지친 산객의 마음에 마지막 발걸음임을 알려 주고 있다.

민박을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식당을 한다는 것인지 알길이 없지만 하룻밤 묵어가는 산객들에게는 친한 산친구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제 무릉리로 내려가니 예쁘고 아담한 나무 다리를 건너고 또 펜션들 앞에 세워둔 항아리와 예쁜 이정표가 보여 몇장의 사진으로 남긴다.

오늘은 어둠속에 어떻게 내려왔는지 기억조차 없지만 다음에 오를땐 또 얼마나 깊은 심호흡으로 휴식을 취하며 오를 수 있을지...

 

예쁜 옷을 입고 있는 허수아비가 마지막 내려가는 길목에 길잡이를 해주고 길안내를 자청한다.

생각보다 춥지 않은 날씨에 젖은 옷 갈아입고 어제 오늘 이틀간 무리한 몸과 마음을 추스리며 준비한 식당으로 이동해 소맥 몇잔으로 또 한구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렇게 무거운 몸둥아리 이끌고 무리하게 오른다 해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도 들지만 결국 내 자신과의 약속이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행보이기에 후회는 없어야 하겠다.

 

다음 구간부터는 좀 더 상쾌하고 좋은 몸 컨디션으로 즐거운 산행을 이어가 보기로 한다.

 

이번 구간도 수고함을 자축하며 남아 있는 구간도 무탈한 완주를 위해 화이팅~~~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칠갑산